“하하, 안 됐어. 마침 이곳을 지나가던 길이었는데, 다 보게 됐네.”그러나 뜻밖에도 이때 남자 한 명이 나무에서 내려와 멀지 않은 곳에 섰다. 그는 팔짱을 두른 채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백정연을 바라봤다.백정연은 그가 조금 전 세 사람과 같은 옷을 입고 있는 걸 보고 주먹을 꽉 쥐었다.“그래? 우연이네.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 지나갔다면 살 수 있었을 텐데 감히 나오다니. 죽일 수밖에 없게 됐네.”말을 마친 뒤 백정연은 두 주먹을 꽉 쥐고 영기를 내뿜었다. 그녀는 순식간에 그를 향해 달려들며 주먹을 뻗었다.“쿵!”상대방은 백정연이 공격하자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똑같이 주먹을 뻗었다.“뭐야!”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백정연의 눈동자에 놀라움이 스쳐 지났다. 상대방의 체내에 내재한 힘이 그녀보다 훨씬 더 강했기 때문이다.“펑!”상대방이 몸을 털자 백정연은 그의 힘에 수십 미터 밀려나서 몇 걸음 더 뒷걸음치고 나서야 겨우 중심을 잡았다.이태호는 앞으로 몇 걸음 나가서 백정연의 앞에 섰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저 자식 6급 무황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어. 넌 상대가 안 돼.”백정연은 진땀을 흘렸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이태호를 원망스레 바라보았다.“일찍 얘기하지 그랬어요? 전 저 사람이 조금 전 세 명과 실력이 비슷한 줄 알았다고요.”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네가 전에 내공 높은 사람을 만나서 네 힘을 느껴보고 싶다고 했었잖아? 그리고 넌 내공도 낮은 편이 아니니 저자가 바로 널 죽일 리도 없어. 그리고 아까 내가 얘기하기도 전에 네가 달려들었잖아. 그러니까 실력 차이를 실감해 보라고 놔둔 거지.”말을 마친 뒤 이태호는 그 남자를 향해 말했다.“정연이가 저 세 사람을 죽이기 전에 이미 저 나무에 서 있었던 거지? 아까 전부터 있었으면서 왜 이제야 나온 거지? 이놈들을 구할 생각은 있었어?”남자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 그는 미간을 구기며 이태호에게 말했다.“이 자식, 실력이 나쁘지 않네. 그걸 발견했을 줄이야.”거
“뭐지?”평범해 보이는 공격이었지만 남자는 이태호의 공격에서 죽음의 위협을 느꼈다.잠깐 놀란 사이에 이태호의 공격이 가까워졌다. 남자는 어쩔 수 없이 필사적으로 체내의 영기를 끌어모아 앞으로 내보냈다.남자의 앞에 곧 영기로 만들어진 커다란 손바닥이 모습을 드러냈다. 몇 미터는 될 듯해 보였는데 남자는 자신의 무기를 선보인 뒤 그제야 약간 안도했다. 그는 이태호의 공격은 무기 공격이 아니라, 공격력이 아주 강하다고 해도 자신이 무기를 쓰면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이태호가 아무렇게나 공격해도 막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이태호를 죽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었다.“쿵!”이때 이태호의 영기 공격과 거대한 영기 손바닥이 부딪히면서 눈부신 흰색 빛을 내뿜었다. 곧이어 굉음과 함께 거대한 영기 손바닥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더니 펑 소리와 함께 터졌다.“뭐지!”남자는 눈알이 튀어나올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그의 무기 공격은 이태호의 일반 공격을 견디지 못했다. 실력 차이가 어마어마한 것이다. 이태호의 공격을 보면 적어도 7급, 8급 무황은 되는 듯했다.“말, 말도 안 돼!”남자는 안색이 창백했다. 비록 이태호의 공격을 잠깐 막긴 했지만 여전히 많은 에너지가 남아서 그를 향해 돌진했다.남자는 황급히 자기 몸 주위로 영기 보호막을 펼쳐서 몸을 감쌌다. 그러나 그렇게 해도 여전히 두려웠다. 이태호의 공격이 너무 강했기 때문이다.“쿵!”그가 영기 보호막을 펼치자마자 이태호의 공격이 그의 보호막과 부딪혔다. 영기 보호막은 아주 잠깐만 막았을 뿐 이내 사라졌다.“쿵!”이태호의 공격은 여전히 많은 에너지를 품은 채 곧장 남자에게 돌진했다.6급 무황 내공의 남자는 그렇게 날아가서 오래된 나무 한 그루에 심하게 부딪힌 뒤 바닥에 널브러졌다.“풉!”남자는 순간 피를 토했고 안색도 훨씬 창백해졌다.“죽, 죽이지만 말아주세요. 살려주세요. 저 정말 힘들게 수련해서 지금 수준에 도달했는데 제발 부탁드립니다.”
“하하, 살려달라고? 네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봐줬을지도 모르지만 넌 모습을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죽이려고 했어.”이태호는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 마치 왕처럼 그를 내려다보았다. 이태호는 잠깐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어갔다.“널 살려둘 핑계 같은 건 전혀 떠오르지 않네.”남자는 그 말을 듣자 체념하며 후회했다. 만약 그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사제들과 두 남녀의 사물 반지 속의 보물을 탐내지 않았다면 이 꼴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는 잠깐 눈을 빛내더니 발을 굴러 순식간에 옆으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재빨리 날아올라 도망갈 준비를 했다.“슉!”그러나 그는 이미 상처를 입은 상태였기에 이태호의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이태호는 순식간에 귀신처럼 그의 등 뒤에 나타났고 영기로 손바닥을 감싼 뒤 그의 등을 때렸다.“퍽!”남자는 허공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그는 완전히 숨을 거뒀다.이때 백정연은 세 사람의 사물 반지를 주운 뒤 6급 무황 앞에 서서 그의 사물 반지도 빼서 이태호에게 걸어가 네 개의 사물 반지를 그에게 건넸다.그녀는 이태호에게 물건을 건넨 뒤 말했다.“정말 재수가 없네요. 오늘 하루 이렇게 많은 색마를 만날 줄은 몰랐어요. 게다가 다 같은 종문 사람들이잖아요.”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이놈들을 만나서 다행이지.”“왜요?”백정연은 이태호가 신나 보이자 경악했다.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이자들이 숲에 들어온 지 며칠이나 됐는지 우리는 알지 못해. 어쩌면 며칠이 지났을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그들에게 영초가 꽤 많을 거야. 우리에게 이렇게 많은 영초를 공자로 좋은 데 좋은 일 아니겠어?”거기까지 말한 뒤 이태호는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이런 색마들은 살아있어 봤자 더 많은 여자가 피해를 보게 될 거야. 이놈들을 죽이는 건 사람들을 위해 화근을 없앤 거지.”백정연은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하지만 그건 오빠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다른 사람이었
이태호는 백정연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은 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정연아. 난 무조건 책임을 질 거야. 네가 좋은 여자라는 건 나도 알아.”“네, 믿어요!”백정연은 얼굴을 붉히더니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이 좋은 소식을 아버지에게 알려주고 싶네요. 아버지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분명 기뻐할 거예요.”“기뻐할 거라고? 설마 날 아는 거야?”이태호는 미간을 구기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백정연은 그제야 말했다.“네. 오빠가 절 구했다는 걸 알아요. 그리고 오빠가 3품 연단사인 걸 알고는 더 오빠를 마음에 들어 했어요. 그리고 제가 아빠에게 오빠를 좋아하는데 찾아가기 부끄럽다고 하니까 아빠가 가보라고 응원해 주셨어요.”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하하, 그건 정말 좋은 일이네. 난 네 아버지가 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을 줄 알았어. 난 종문의 사람이 아니니까 말이야.”그 말에 백정연은 눈을 흘겼다.“오빠는 훌륭해요. 얼굴도 잘생겼고 3품 연단사인 데다가 내공도 뛰어나죠. 우리 아빠는 오빠 같은 천재를 아주 좋아해요. 그리고 아빠가 그러셨어요. 오빠랑 같이 살면 평생 행복할 거라고요.”“걱정하지 마. 나랑 같이 살면 분명 행복할 거야.”이태호는 웃으며 대꾸했고 두 사람은 계속해 앞으로 걸어갔다.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다. 두 사람이 그곳으로 들어왔을 때는 이미 오후였고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여기 어디 동굴이 있어요? 시간도 늦은 것 같은데 밤에 이 숲속에서 쉬는 건 안전하지 않은 것 같아요. 밤이 되면 저희는 앞이 잘 안 보이는데 영수들은 영향을 거의 받지 않잖아요.”백정연은 하늘을 보며 초조하게 말했다.그곳에서 멀리 바라보면 희끗희끗해서 잘 보이지 않았다. 동굴을 찾지 않는다면 밤에 위험할 수 있었다.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저기 토끼가 있네. 잠시 뒤에 저 토끼를 잡아서 죽이고 땔감을 좀 찾아서 고기를 구워줄게. 너 예전에 내 요리 실력을 의심했었잖아? 오늘 한 번 실력 발휘해 볼게.”그 말
이태호는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하하, 오늘 수확은 그뿐만이 아니야. 저놈들 사물 반지는 아직 보지도 않았잖아. 이게 가장 중요하지.”“그러네요. 오빠가 말하지 않았으면 깜빡할 뻔했어요. 그러면 지금 꺼내 볼까요?”백정연은 그의 말에 눈을 빛냈다.“안에 어떤 좋은 물건들이 있을지 궁금하네요.”이태호는 고기를 구우며 말했다.“가서 확인해 봐. 이 안에서 얻은 것들은 잠시 뒤에 따로 담자. 2품 영초, 3품 영초, 4품 영초 모두 따로 놓고 무기도 따로 놓는 거야. 넌 전리품을 확인해. 난 고기를 구울게.”이태호가 손을 휘젓자 오후에 얻은 네 개의 사물 반지가 날아가서 백정연의 앞에 놓였다. 백정연은 웃으면서 이태호에게 말했다.“그래요. 오빠가 절 이렇게 믿어주니 제가 오빠를 도와 전리품을 확인해 줄게요.”이태호는 백정연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어. 넌 앞으로 내 여자니까 당연히 널 믿지. 그리고 앞으로 내 것이 네 것이고 네 것이 내 것이야. 서로의 것을 나누지 않는다고.”그 말을 들은 백정연은 꿀을 먹은 것처럼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누가 오빠 여자예요? 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요. 전 그저 오빠 여자 친구가 되겠다고 한 것뿐이니 아직 오빠 여자는 아니에요.”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하하, 네 말은 우리 둘이 꼭 자야 한단 말이지? 널 진짜 여자로 만들어줘야 내 여자가 된다는 거야? 그렇다면 내가 노력해야겠네.”“정말 얄밉네요. 무슨 그런 말을 해요?”백정연은 순간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녀는 이태호가 이렇게 낯간지러운 얘기를 자기 앞에서 할 줄은 몰랐다.만약 다른 남자가 그런 말을 했다면 느끼하고 역겨워서 상대를 죽이려고 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태호가 말하니 역겹기는커녕 오히려 기뻤다. 그것은 이태호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걸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이태호는 잠깐 생각한 뒤 말했다.“참, 앞으로 너와 수민이, 지연이는 사이좋게 지내야 해. 난 네가 말썽
이태호는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예전에 우리가 명문시에서 먹었던 영수 고기보다 열 배는 더 맛있을 거야. 비록 거기 고기도 맛있었지만 내가 만든 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백정연은 이태호를 향해 눈을 흘겼다.“오빠도 참, 뻥 치지 마요.”거기까지 말한 뒤 백정연은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어머, 제가 손해네요. 예전에 우리 내기했었잖아요. 오빠가 구운 고기가 거기 것보다 맛있으면 제가 진 거라고. 제가 지면 오빠에게 뽀뽀하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오빠가 아까 저한테 뽀뽀했죠. 고기를 먹기도 전에 말이죠.”그 말을 들은 이태호는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백정연에게 이렇게 귀여운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잠시 뒤 백정연의 눈빛에 기대가 가득했다. 고기가 다 익은 것이다“자, 조금 뜨거울 거야. 우선 한 입 먹어 봐!”이태호는 비수 하나를 꺼내더니 살 한 점을 베어 백정연에게 먹였다.백정연은 호호 불고는 입에 넣어 먹기 시작했다.“음, 이, 이거 너무 맛있어요!”백정연은 몇 번 씹더니 눈을 빛냈다.“세상에, 향도 좋고 식감도 좋아요. 겉은 바삭하고 안의 고기는 아주 부드러워서 완벽해요.”말을 마친 뒤 백정연은 참지 못하고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음, 음, 너무 맛있어요.”백정연은 견식이 넓었다. 종문 종주의 딸인 그녀는 맛있는 걸 많이 먹어보았다. 그러나 음식을 먹을 때면 항상 숙녀처럼 천천히 씹어서 먹었었다.그러나 지금 백정연은 숙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음식을 우걱우걱 먹었다. 심지어 입가에 기름이 번지르르한데도 몰랐다.“너무 맛있어요. 정말 너무 맛있어요. 오빠는 왜 안 먹어요?”그렇게 몇 입이나 먹은 백정연은 그제야 이태호가 한 입도 먹지 않고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걸 발견했다.자신이 추태를 보인 걸 깨달은 백정연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미안해요. 저, 저 평소에는 안 이래요. 그런데 정말 너무 맛있네요. 참을 수가 없어요.”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난 많이 먹어봤으니까 처음 먹어본 너처럼 흥분하지
“아, 정말 좋아요. 너무 배부르네요. 더는 못 먹겠어요. 더 먹으면 배 터질 것 같아요.”그렇게 한참을 먹다가 백정연은 배를 만져봤다. 그녀는 배가 부른 것 같아 휴지로 입가의 기름을 닦았다.“걱정하지 마. 앞으로 또 먹을 기회가 있을 테니까.”이태호는 그녀의 미련 가득한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백정연이 곧바로 말했다.“오빠가 말한 거예요. 앞으로 제가 토끼 고기 먹고 싶다고 할 때 구워주지 않으면 안 돼요.”이태호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아까는 토끼가 너무 귀여워서 죽이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 지금 먹고 보니 적게 먹은 것도 아닌 것 같네.”백정연은 순간 쑥스러워하면서 입술을 달싹거렸다.“전 이렇게 맛있을 줄은 몰랐어요. 사실 말해서 자세히 생각해 보면 영수들은 체형이 다 큰 편이잖아요. 다른 영수들은 다 먹지 못했을 텐데 영수 토끼는 집에서 기른 토끼랑 비슷하게 커서 양이 적당한 것 같아요.”이태호는 밖을 바라보며 말했다.“정연아, 아직 날이 어둡지 않았으니 혹시...”백정연은 당황하며 바짝 긴장했다. 그녀는 이태호가 벌써 그녀와 그런 짓을 하려고 할 줄은 몰랐다비록 이 동굴은 비교적 은밀한 곳에 있었지만 그녀는 아직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다. 게다가 그녀는 오늘에야 비로소 이태호에게 고백했고 두 사람은 이제야 반나절 정도 같이 있었는데 이태호는 벌써 그런 걸 할 생각인 듯했다.설마 남자들은 다 그런 걸 좋아하는 걸까? 백정연은 저도 모르게 생각했다.백정연은 이태호를 바라보며 섹시한 입술을 깨물며 이태호에게 나직하게 말했다.“오늘 밤 그걸 할 생각이에요?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 전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요.”이태호도 직설적으로 말하기는 낯부끄러워 잠깐 고민한 뒤 말했다.“난 오늘 오후에 네 몸을 봤잖아? 사실 네 몸이 어떤지는 나도 다 알고 있어. 너도 천안을 몹시 배우고 싶은 것 같으니까 내가 먼저 천안을 열어줄게.”백정연은 당황했다. 이태호는 천안에 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번에 또 이태호를 오해
모든 걸 다 한 뒤 백정연은 고개를 돌려 이태호를 몰래 살폈다. 이태호는 그녀의 몸매를 감상하고 있었고 눈빛에 약간의 열기가 감돌고 있었다.“그, 그렇게 예뻐요?”백정연은 이태호를 흘겨보면서 애써 침착한 척했다. 그러나 그녀는 사실 쑥스러워 죽을 지경이었고 볼은 새빨갰다.“헤헤, 당연히 예쁘지, 안 예쁘면 내가 넋을 놓고 보겠어?”이태호는 백정연의 곁으로 다가가서 앉더니 손바닥을 뒤집어 작은 상자를 하나 꺼냈다. 그러고는 상자를 열고 안에서 은침을 꺼냈다.“걱정하지 마. 안 아플 거야. 하지만 은침을 뺄 때 너무 기분이 좋아서 소리를 내게 될지도 몰라.”이태호는 덤덤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제 곧 일어날 일을 기대하고 있었다.“제, 제가 그럴 리가 없어요.”백정연은 아예 고개를 홱 돌리며 눈을 감았다.이태호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그는 백정연의 부드러운 피부에 천천히 은침을 밀어 넣었다.그는 조금씩 은침을 비틀었다. 아주 집중한 모습이었다.“아!”드디어 이태호가 첫 번째 은침을 빼내자 아주 기분 좋은 감각이 느껴졌다. 마치 전기가 통한 것처럼 백정연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면서 앓는 소리를 냈다.백정연은 순간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아주 망신스러웠다. 조금 전에는 그러지 않을 거라고 아주 자신 있게 말했는데 이런 기분 좋은 느낌은 그녀가 참을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이태호는 의기양양하게 웃더니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백정연에게 말했다.“괜찮아. 소리 내고 싶으면 크게 내도 돼. 이건 창피한 일이 아니니까 참지 않아도 돼. 지연이랑 수민이도 이랬어. 참으면 힘들잖아.”백정연은 진땀을 흘렸다. 이때 이태호가 두 번째 은침을 뺐다.시간은 조금씩 흘렀고 드디어 모든 은침을 빼내자 백정연의 얼굴은 부끄러움 때문에 더없이 빨개져 있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더니 치마를 입은 뒤 이태호에게 말했다.“저 아까 정말 긴장했어요. 오빠가 혹시라도 참지 못하고 절 덮칠까 봐서 말이에요.”이태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