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는 잠깐 멍해졌다가 이내 백정연의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들어와서 앉아.”백정연은 아직 무슨 핑계를 댈지조차 생각 못 했다. 그저 생각할수록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돌아서 보니 이태호는 이미 방문을 잠그고 심지어 자물쇠까지 채워져 그녀는 더욱 긴장되었다.“나, 나 목이 좀 말라요, 여기 물 있어요?”백정연은 알딸딸한척하며 한 손으로는 머리를 잡고 말했다.“휴, 오늘 밤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아요. 지금도 술기운 알딸딸하게 올라오는 것 같아요.”이태호는 즉시 가서 백정연에게 물 한 잔을 따라주었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그녀를 부축하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에게 물을 건네주었다.“자, 물 마시면 좀 괜찮아질 거야. 너 아무래도 오늘 많이 기뻤나 봐. 적게 마셔래도 내 말은 전혀 안 듣고, 취하면 정말 힘들어.”백정연은 물을 마시고 나서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랐다.이태호는 그녀를 와락 껴안더니 적극적으로 말을 이어갔다.“정연아, 아니면 오늘 밤 가지 말고 여기서 잘래? 그럼 내가 널 챙겨줄 수 있잖아.”백정연은 바로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그러나 여전히 밀당 하면서 쑥스러워서는 말했다.“그, 그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저 아직 준비도 안 됐어요.”이태호는 그녀를 더욱 꽉 껴안았다. 그녀의 은은한 살냄새는 사람을 취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완벽하기 그지없는 그녀의 몸매는 이태호의 가슴을 더욱 타오르게 하였다.“너 오늘 셋째 부인이란 호칭에 거절도 안 했잖아. 내 여자가 되고 싶었던 거 아니야? 걱정마, 정연아, 너한테 꼭 책임질게.”말이 끝나기 바쁘게 이태호는 백정연을 와락 안아 올린 후 침대에 눕혔다.“아!”침대에 누운 백정연은 자기도 모르게 가벼운 숨소리를 내쉬었다. 얼굴은 새빨갛게 달아오른 채 이태호를 향해 눈을 감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오빠, 이따, 이따가 부드럽게 해줘.”백정연이 딱히 거절하지 않자, 이태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살결이 눈처럼 흰 그녀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합!”이태호는 피식 웃더니 가벼운 외침소리와 함께 손을 번쩍 들었다. 순간 진용로에서 단약 세 알이 날아와 그의 앞에 떠 있었다.“하하, 괜찮네. 이게 바로 삼생 연단로의 좋은 점이지.”이태호는 앞에 놓인 단약 세 알을 보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 정도의 연단로라면 단약을 완전히 쉽게 만들 수 있었다. 예전의 상생 연단로는 한 번에 최대 두 알의 단약을 만들 수 있었다. 비록 속도는 꽤 빨랐지만 지금 이 진용로가 한 수 위인 것은 분명했다.다만, 삼생 연단로를 사용해서 단약을 만들게 되면 동시에 세 알의 단약을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세 가지 단약이 좋기는 같은 단약이여야만 한다. 그리고 직접 만들기에 좀 능숙한 단약이여야지 그렇지 않으면 매개의 단약마다 필요한 불의 세기도 다르고, 시간도 달라서 실패할 수 있다.지금 이태호는 비록 중급 연단사3급이지만, 그 역시도 중급 3급 단약 세 알을 동시에 만들수 없었다. 단 2급 단약은 너무 능숙한 나머지 한꺼번에 만들 수 있었다.또 하나의 단약을 만들고 난 후에야 백정연은 옷을 갈아입고 이쁘게 꾸미고 왔다.단약을 만들고 있는 이태호를 보며 그녀는 그저 곁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정련 시간이 늦어지자, 이태호는 백정연을 보며 말했다.“정연아, 아마 오늘 너랑 함께 있을 시간이 별로 없을 것 같아. 전에는 단약을 좀 갖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부족해서 더 만들어야 할 것 같아. 양의당 사람들에게도 줘야지, 그들은 전에 내 단약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잖아. 특히 제자 몇 명들은 한계를 뚫기 직전이야.”백정연은 담담하게 웃더니 말했다.“괜찮아요. 저 신경 쓰지 말고 집중해서 만드세요. 저는 그냥 옆에서 오빠가 만드는 걸 보면 돼요. 이따가 다빈이랑 소미도 온다고 했어요. 산에 데려가서 구경시켜 준대요.”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먼저 이곳의 일부터 처리할게. 이제 그 마왕 신전을 찾을 수 있는지 한번 알아보도록 할게. 어제 저녁에 임당주님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어. 임당주의 말에 의하면
이태호는 손을 내밀어 작은 병 두 개를 꺼내 임병헌에게 건넸다. “임당주님, 이 안에는 2급 단약 200알이 들어 있습니다. 그중 중급 2급과 고급 2급 각각 100알씩 있습니다. 그때 가서 제자들의 내공에 맞게 이 단약들을 나누어 주세요.”“그렇게 많다고요? 겨우 하루 만에 그 많은 단약을 제련하셨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이태호의 손에서 단약을 건네받은 임병헌은 얼굴에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단 하루 만에 이렇게 많은 단약을 만들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 그가 단약을 만드는 속도는 정말 말이 안 될 정도로 빨랐다.이태호는 겸손하게 웃었다."주로 저한테 삼생연단로가 하나 있었고, 원래도 몇십 알의 단약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양을 줄 수 있었어요. 그게 아니라면, 제가 어떻게 하루 만에 그 많은 단약을 얻었겠어요?"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죄다 이태호의 말에 놀랐다. 원래 갖고 있든 없든 간에,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단약을 꺼낼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은 일이었다.“신전 주인님께 감사드립니다! 신전 주인님께서 단약을 주신 덕분에 양의당 제자들의 전반적인 실력이 많이 향상될 거라고 믿습니다." 임병헌은 공손히 일어나서는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는 더없이 정중해 보였다.최근 몇 년 동안, 특히 이 안개 숲에서 숨어 지낸 후로부터 그는 항상 양의당의 제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많은 제자들이 그를 따라 고생했고, 게다가 제자들에게는 수련할 수 있는 충분한 자원도 없었기 때문에 그는 늘 죄책감에 저려있었다.특히 들어온 지 두세 달쯤 되였을 때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탓에 양의당의 많은 제자가 이곳에서 숨졌었다. 시간이 많이 흐른 후에야 그들은 점차 경험을 쌓게 되었고 또 많은 제자의 내공도 향상되다 보니 점차 나아지게 된 것이었다.“허허, 별말씀을요. 모두 한집안 형제들이니 감사할 것 없어요.”이태호는 통쾌하게 웃었다. 그 역시도 임병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
이태호는 백정연의 수줍어 하는 모습을 보자 순식간에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거센 불길이 활활 타 올라 눈앞의 섹시하고 요염한 여자를 와락 끌어안았다.이태호는 백정연의 발그스레한 입술에 키스를 하고 나서 부드러움 뚝뚝 떨어지는 눈빛을 쏘아대며 말했다.“내 세 번째 부인이 이렇게나 섹시한데 아무리 나라고 해도 무슨 수로 버티겠어요? 게다가 나는 내일 아침에 그 마왕 신전 사람의 행방을 찾으러 숲으로 갈 텐데,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르니 떠나기 전에 그대의 부드러움에 푹 취하고 싶어요. 이해할 수 있죠? ”백정연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고 이태호를 힐끗 흘겨보고는 애교를 부렸다.“뭔 핑계가 그리 많아, 오빠는 정말 못 말려.”“에헴, 정연 씨, 밤도 깊어져 가는데 우리 얼른 잡시다.”백정연의 등 위에서 이태호의 손이 이리저리 누볐고 둘은 진한 키스를 하며 곧바로 침대 쪽으로 향했다.다음 날 아침, 백정연이 잠에서 깨어났을 때 이태호는 이미 마당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어머 깜짝이야, 오빠가 이미 떠난 줄 알았잖아.”백정연은 마당에 서 있는 이태호를 보며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이에 이태호가 대답했다.“정연 씨가 푹 자는 것을 보고 조금 더 자도록 내버려두었어요. 떠나려고 일어났다가 정연 씨랑 작별 인사를 하고 가려고 깨날 때까지 기다렸지요.”말을 마치자마자 이태호는 백정연의 손에 삼품 중급 연단을 건네며 말했다. “이건 삼품 중급 연단인데, 지금 그대의 내공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니 6급 무황을 돌파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조금만 더 버텨 봐요. 어쩌면 며칠 후에 우리 다시 볼 수도 있을 거예요. 그 며칠이 하루 이틀이 될 수도 있고요.”백정연은 이태호한테서 받은 연단을 조심스레 싸면서 말했다. “그래 알았어. 오빠 잘 가. 걱정하지 마. 수련을 잘 하고 있을 테니 오빠가 돌아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릴게.”이태호는 백정연의 머리를 쓰다듬고 나서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두 팔로 꼭 끌어안고 격렬하게 키스했다.
섹시한 입술을 깨물고 있던 백정연이 몇 초 동안의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당연한 거 아닐까요? 아빠 딸의 매력이 하늘로 치솟는데 당연히 아무런 문제도 없죠.”딸의 대답에 백서웅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그래? 너희들 설마 진도를 엄청나게 뺀 건 아니겠지? 어서 말해봐, 어느 단계까지 갔어? 막 손까지 잡고 그런 사이까지 된 건 아니겠지?”이에 백정연은 너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갛게 상기된 채 쩔쩔맸다. “아빠, 이태호는 이미 나를 세 번째 아내로 받아들이고 이 사실을 양의당에 알렸어요. 아빠가 말한 그 진...진도 말인데, 너무 부끄러우니까 더 이상 물어보지 마세요.”이게 웬걸, 백서웅은 너무 놀라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말을 꺼냈다. “맙소사, 우리 딸, 너 설마...설마 그 자식이랑 이미 잤어? 너 너무 쉬운 여자로 보인 거 아니냐? 남자들은 쉽게 얻은 여자를 소중히 여길 줄 모른단다. 여자라면 세상 조신해야지, 안 그래? 아빠가 우리 딸 보고 맘에 드는 사람이 생기면 무조건 직진하라고는 했다만 이 속도는 좀 반칙이 아닐까...”백서웅은 이 둘의 빠른 진도에 깜짝 놀랐고 솔직히 말해 마음속 준비는 하나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백서웅이 걱정하자 백정연은 아빠를 위로했다.“아빠, 걱정하지 마세요. 이태호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에요. 물론 나를 책임져 줄 거고요. 아빠도 알다시피 감정이란 게 왔다 싶으면 토네이도처럼 막 몰려와 나도 어쩔 수 없다고요. 그러다가 뭐 자연스레 그...아무튼 그래요. 아이참 부끄러워.”“하하!”백서웅은 한결 거뿐해진 듯한 말투로 딸에게 말했다. “아빠는 우리 딸이 후회하지 않고 행복하기만 하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한단다. 언제 시간이 나면 우리 딸 훔쳐 간 그 도둑놈을 데리고 아빠한테 와. 아빠는 그 자식이 연단사에다가 천부 수련에 재질이 있는 것만 알고 있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잖아.”그제야 백정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빠, 솔직히 말하면 아빠 딸이 이태호
“콜록콜록, 이렇게 된 이상 내가 동의하지 않는다 해서 뭐가 달라지겠냐?”백서웅은 어색하게 두 번 기침을 한 뒤 수습에 나섰다. “아빠가 말하고 싶은 건 그 자식이 이미 중급 연단사 3급이니까 3급짜리 저급 단약 열 알 정도를 결혼 예물로 주는 건 당연하지 않겠냐 이 말이야. 이 아빠는 중급도 필요 없어. 저급 단약이면 충분해.” 백정연은 기절해 자빠질 뻔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빠가 원하는 건 그깟 단약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아빠의 속내를 알게 된 백정연은 일부러 백서웅에게 농담을 건넸다.“네? 단약 열 알이요? 아빠 욕심이 지나치신 건 아니세요? 3급짜리 저급 단약은 찾기 힘든 보물인데 한 알도 아니고 열 알이나 원하신다고요? 지금 아빠 딸을 내걸고 장사를 하는 거예요?”백서웅은 딸의 말에 격분하여 자리를 치고 일어나 씩씩대며 따졌다. “딸, 하나 뿐인 우리 딸의 결혼 예물로 3급짜리 저급 단약 열 알을 내놓으라 한 것이 그렇게 과분한 일이냐? 너 그 자식이랑 사귄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부모와 등지고 그 자식의 편을 들고 있어?”그제야 백정연은 손으로 웃음이 새어 나오는 입을 가리며 말했다. “헤헷, 아까는 제가 아빠 놀리려고 한 소리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이태호에게 부탁할게요. 그분은 인심이 후하니까 아빠를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에끼 이놈아. 아빠가 정색해서 얘기하는데 거기다 농담하면 말이 되냐? 너 이젠 이 아빠가 안중에도 없구나, 그런 거지?”백서웅은 일부러 화난척 하며 백정연을 떠봤다.“알았어요. 아빠, 나 수련하러 가야 해요. 이태호가 아까 3급짜리 중급 단약 한 알을 주면서 저더러 내공을 더 돌파하라 했어요. 그럼 이따 봐요.”백정연은 작별 인사를 나눴다.“3급짜리 중급 단약이라니 너 아빠가 부러워 죽는 꼴을 보고싶은 거로구나?”백서웅은 껄껄 웃으며 전화를 끊고는 들뜬 마음에 혼잣말로 속삭였다.“대박, 3급짜리 중급 단약이라고? 우리 딸이 벌써 이런 레벨의 보물을 수련에 쓰고 있단 말이지? 그럼 내
열화 호랑이는 피를 왈칵 쏟아내고 이내 숨을 거뒀다.이태호는 호랑이에게 관심조차 주지 않고 쪼그리고 앉아 영초를 땄다.이 숲은 늘 자욱한 안개에 휩싸여 다른 사람들에게는 큰 골칫거리였지만 높은 내공과 강한 영력을 갖춘 이태호에게는 대낮에 큰길을 걷듯 쉬운 곳이었다.온 하루 숲속을 누비고 다닌 결과 이태호는 어느새 80개를 훌쩍 넘긴 영초를 따게 되었다. 그중에는 4급짜리 저급 영초와 중급 영초도 몇 개 들어 있었다.“영초가 이렇게까지 많을 줄이야. 그래도 해가 졌으니 오늘은 그만해야겠네. 오늘은 좀 아쉽긴 하네. 사람은 많이 만났는데 마왕 신전 사람은 하나도 없고 다들 개별적으로 수련하던 사람이었지.”이태호는 어둠이 깃드는 하늘을 바라보고는 서둘러 동굴을 찾아 몸을 숨겼다.그러고는 혼자 밤을 보내기 심심해 동굴에 잡초를 깔고 장작을 구하러 나갔다가 토끼 한 마리를 사냥해 동굴에서 불더미 위에 놓고 굽기 시작했다.그런데 고기가 거의 다 익어갈 무렵, 이태호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밖에서 누군가 초라한 모습으로 동굴에 뛰어 들어온 것이었다.그 사람은 들어오자마자 이태호를 발견하고 잔뜩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네가 웬일로 여기에 있어!”이태호는 어이없어 말문이 막혔다. 이런 낯선 곳에서 진연주를 또 보게 되다니.다만 오늘의 진연주는 더 이상 그날의 여유 있는 모습은 아니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내려앉은 등 위의 옷은 여러 군데 찢어져 있었고 그 사이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은 비참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이태호는 이런 진연주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헐, 8급 무황의 내공을 가진 고귀한 분이 이따위 숲에서 이렇게 다쳤다고요? 어쩌다 이 정도로 다친 겁니까?”“신경 꺼, 네가 알 바가 아니야.”진연주는 이태호를 쏘아보고 나서 저 멀리 구석에 앉아 치료에 쓰는 단약을 한 알 꺼내 삼켰다.“젠장, 출혈이 너무 심해 이 단약의 효과가 따라갈 수 없겠어.”단약을 먹은 후에도 과도한 출혈로 인해 진연주는 눈앞이 핑핑
진연주는 머리가 점점 더 흐리멍텅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이태호를 빤히 쳐다보고는 큰 결심이나 한 듯이 이를 악물고 이태호의 손에 놓인 단약을 꿀꺽 삼켰다.이태호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단약을 삼키자마자 진연주는 등 상처의 치유 속도가 선명하게 빨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까 자신이 삼켰던 단약은 종문 장로가 제작한 것인데 그 단약보다 몇 배 높은 효과가 있는 게 분명했다.“이 정도 속도로는 아직 턱도 없습니다. 이 단약을 먹고나면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테지만 상처가 낫을 때쯤이면 아마 그쪽이 기절해 있을 겁니다.”이태호는 재차 진연주를 쳐다보며 소견을 밝혔다.진연주는 자신이 이태호에 대한 오해가 컸고 비로소 그가 파렴치한 소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곰곰이 생각한 후 이태호에게 되물었다. “그럼 더 좋은 방법이 있어?”이에 이태호는 또 손바닥에 작은 도자기 한 병을 꺼내며 넌지시 말을 건넸다. “자고로 먹는 약과 외용약 두 가지 약을 함께 사용해야 효과가 가장 좋다고 했습니다. 여기 외용약으로 쓰는 약가루가 있는데 연주 씨가 바닥에 누우면 제가 상처에 뿌리겠는데 약간은 따끔할 수 있으니 조금만 참아야 하실 겁니다.”“그건 안돼. 네 말대로 한다면 내 등이 다 드러나야 하잖아?”진연주는 살짝 부끄러움을 느껴 순간적으로 손사래를 쳤다. 외간 남자에게 등을 보여주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진연주의 반응에 이태호는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목숨이 중요합니까? 아니면 연주 씨 등이 보이는 게 중요합니까? 현명한 판단 내려주십시오...”말이 끝나자 이태호는 일어나 동굴을 나가려 했다.그 모습을 본 진연주는 순간 당황해하며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 그럼 이것만 약속해 줘. 이번 일은 절대 떠벌리고 다니지 마. 말하기만 해 봐. 넌 내 손으로 직접 죽여버릴 거야.”이태호는 속으로 중얼댔다. 이 진연주는 어떻게 백정연보다 더 보수적일 수 있지? 내가 그깟 등을 보자 했지 뭐 가슴을 보자 했나? 너무 호들갑을 떠는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