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민은 아버지에게만 이 소식을 알릴 생각이었다. 아버지인 신영식이 와서 잘 얘기하면 하창민도 양보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큰아버지와 할머니까지 다 끌고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신영식은 이태호를 보더니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며 한숨을 푹 쉬었다.‘수민이의 애인이 아무 쓸모도 없는 쓰레기라니. 그때 죽어도 아이의 아버지가 누군지 말하지 않은 이유가 다 있었군.'이런 남자는 신씨 집안에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예쁘장하게 생긴 신수민에게는 더더욱 어울리지 않았다.신수민의 어머니는 이태호를 차갑게 쏘아보더니 말했다.“이 자식, 네가 우리 딸을 망친 거야?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딸이 집에서 쫓겨날 일도 없었고 우리도 따라서 고생할 일이 없었잖아!”이태호도 잘 알고 있었다. 자신 때문에 신수민과 그녀의 가족들이 많은 고생을 한 것을. 그는 어쩔 수 없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어머님, 예전 일은 제가 잘못했어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저 이태호는 책임을 다하는 남자입니다. 전에 수민 씨가 저 때문에 그렇게 많은 고생을 했으니 앞으로 제가 최선을 다해 수민 씨를 호강시켜주겠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줄 거라고요!”“흥, 호강시켜준다고?”이때, 젊고 예쁜 여자가 갑자기 나서더니 경멸이 깃든 눈으로 이태호를 보며 비아냥거렸다.“그 옷을 몇 년이나 입었죠? 몸에 맞지도 않는구먼. 옷도 제대로 못 입는 사람이 무슨 낯짝으로 우리 언니를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주겠다고 말을 해요?”“수연아, 그만해!”신수민은 얼굴색이 어두워진 채 이태호를 바라보다가 다시 소지민과 신수연을 보며 말했다.“예전 일은 어떻게 저 사람 탓해요. 그리고 은재를 낳으려고 한 것도 저 스스로 내린 결정이에요! 뱃속의 아이를 지우기 싫었다고요!”“언니, 왜 그렇게 바보같이 굴어요? 저 남자 때문에 언니 인생이 망한 건데 지금도 저 남자 편들어요? 정말 어이가 없네요!”신수연은 잔뜩 화가 치밀어올랐다. 그녀는 이태호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신수민의 말을 들은 왕사모님은 얼굴색이 어두워졌다.“수민아, 정말 저 사람 곁에 있겠다는 거야? 저 사람이 너랑 어울린다고 생각해?”“할머니, 그만 하세요. 저는 이미 결정을 내렸습니다!”신수민이 단호하게 말했다.“이 계집애가 고집은 왜 이렇게 세?”옆에 있던 신영식이 참다못해 한심한 얼굴로 말했다. 왕사모님은 어금니를 깨물며 말했다.“좋아, 네가 이미 결정한 일이니 나도 어쩔 수 없지. 저 사람이 명문가의 자제가 아닌 보통 상인 집안의 자제라고 해도 나는 받아들였을 거야. 하지만 지금 저 꼴 봐서 난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게다가 감옥도 갔다 온 사람인데 말이야!”그러고는 또 하창민에게 말했다.“하 회장님, 수민이는 그래도 우리 신씨 집안 사람이에요. 수민이만 다치게 하지 않으면 돼요. 이태호라는 자는 나도 모르는 사람이니 죽든 말든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죠. 하 회장님 아들을 다치게 했으니 하 회장님이 알아서 처리하세요!”“할머니...”그 말을 들은 신수민은 마음이 다급해졌다. 가족들의 도움으로 이태호와 안전하게 이곳을 떠날 생각이었는데 신씨 집안 사람 그 누구도 이태호를 돕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녀는 신씨 집안 사람들에게 실망했다.신 회장인 신승민이 왕사모님의 말을 듣자 입꼬리를 씨익 끌어올렸다.“수민이가 이렇게 감정적이어서야.”신승민의 아들인 신민석도 팔짱을 끼고는 비아냥거렸다.신수민은 잔뜩 화가 나 신민석을 쏘아봤다.그녀가 신씨 집안에서 쫓겨난 뒤로부터 신씨 집안의 사업을 탐내던 신민석이 회삿일을 책임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비즈니스계의 동업자들에게 일부러 신수민을 받아들이지 말라며 부탁하기도 했다.신수민은 신씨 집안에서 쫓겨난 후 여러 회사에 면접을 봤는데 모두 떨어졌다. 그래서 그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배달 일이라도 해야 했다.신민석의 수작이 없었으면 그녀는 적어도 지금 이 신세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단호한 신씨 집안의 사람들을 보고 이태호는 한숨을 푹 쉬었다.보아하니 신수민이 그동안 당한 모욕은 생각
하지만 뜻밖의 장면이 벌어졌다. 이때, 호텔 사장은 호텔의 경비원들을 데리고 후다닥 달려왔다. 주위의 사람들은 자리를 떠나며 길을 비켜주었다. 이태호는 그들 쪽으로 쳐다보았고 맨 앞에 서서 사람들을 이끌고 다가오는 중년 남자는 어딘가 낯익은 느낌이었다. ‘저분은 아침에 용우진 어르신과 바둑을 두던 그분이 아닌가? 왜 이곳에 있는 걸까?’“어허, 문 사장, 무슨 일로 직접 오신 건가요?”하창민이 애써 배시시 웃으며 물었다.문사장은 이태호를 힐끔 쳐다보고는 대답했다.“누군가 내 호텔에서 소란을 피운다는 보고를 받고 서둘러 상황을 파악하러 온 겁니다. 하창민 씨, 이게 무슨 상황인가요?”“소란을 피운 놈은 바로 이 자식입니다! 게다가 제 아들을 크게 다칠만큼 두드려 팼어요!”하창민은 손가락으로 이태호를 가리키며 분노를 쏟아냈다.“다만, 호텔 경비원들까지 나설 필요는 없어요. 우리 하씨 집안 경호원들이 도착했으니, 저희가 알아서 손을 보도록 할게요!”하창민은 멈칫하다가 말을 이었다.“당연히 호텔 측엔 이런 자식을 들여보냈다고 책임을 물을 생각은 없습니다. 호텔 규모가 대단하니, 이딴 자식까지 일일이 신경 쓸 수야 없죠!”이때 문 사장은 하창민이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면목이 없네요. 이 젊은이는 제 친구입니다. 저와의 인연을 생각해서라도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하창민 씨, 가능하실까요?”“문 사장, 이 자식을 대신해서 사정하는 겁니까?”하창민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졌고 곧이어 낯빛이 어두워졌다.문 사장 집안의 실력을 따지고 보면 신씨 집안보다는 대단하지 않았지만 하씨 집안은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신씨 집안과는 조금만 노력하면 비슷할 정도였기에 삼류 명문가로 진입할 신흥 유망주 가문으로 손꼽혔다.반격에 나서려던 이태호도 멈칫하고 미간을 찌푸렸다.‘잠깐 얼굴 한 번 봤을 뿐인데, 나를 도우려 하다니…’하지만 그는 이내 문 사장의 의도를 유추할 수 있었다
“태, 태수 형님!”태수라는 말에 문다훈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신수민도 한순간 안색이 어두워지며 이태호한테 조용히 말했다.“귀찮아지게 됐어요, 하씨 집안과 태수가 잘 아는 사이인가 봐요!”이태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쉽게 긴장하지 않는 이태호였지만 호기심이 들긴 마찬가지였다.“태수라는 사람, 대단한 사람인가요? 대체 어디서 온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저러는 건가요?”“아직 잘 몰라서 그래요. 태성시에는 공공연한 명문가들 외에도 지하세력의 황제라고 부리는 용의당이 있어요, 그 용의당의 서열 2위가 바로 태수라는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실력이 대단하다고 소문났고 실질적으로 당주의 오른팔이라고 합니다! 그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는 가늠이 가질 않네요. 소문으로는 백 명의 적을 앞세우고 단지 칼 한 자루로 그중 육십 명을 죽여 눕혔다고 해요. 그것을 지켜보던 나머지 적들이 사방으로 도망갔대요!”신수민은 미간을 찌푸리고 걱정스럽게 이태호를 쳐다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태호 씨, 지금이라도 빨리 이곳을 떠날까요? 지금이라도 문 사장의 경비원들이 우릴 밖으로 호송하면 여길 벗어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조금이라도 늦으면 아무도 우리를 구할 수 없게 돼요!”이태호는 그녀의 말에 그저 담담하게 웃었다.“나는 오늘 소란을 피워 결혼식을 망치려는 게 아닙니다, 정희주가 제게 빚진 2억 6천만 원을 돌려받으려는 겁니다. 그 돈은 저희 부모님이 피땀 흘려 번 돈입니다. 6천만 원은 결혼 예물이고 2억은 신혼집을 마련하는 데 든 돈입니다! 모두 2억 6천만 원입니다!”신수민은 잠시 멍해 있다가 말했다.“그게 무슨 바보스러운 말인가요? 목숨이 더 중요하지, 돈이 더 중요한가요? 게다가 이 기세를 보세요, 돈을 돌려받는다고 해도 그 돈을 챙겨 이곳을 벗어날 수 있겠어요?”뜻밖에도 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크게 문제 될 건 없을 것 같은데요?”신수민은 하마터면 홧김에 기절할 뻔했다. 크게
하창민이 말을 이었다.“보아하니 경비원 인수가 우리 절반도 안 되는 것 같은데. 허허, 문 사장! 정말 승산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건가요?”“다다닥!”바로 이때, 창문 너머로 한 중년 남자가 사람들을 거느리고 이 호텔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많은 사람은 호텔 내로 들이닥쳤고 앞뒤로 다 하면 수백 명은 될 것 같았다.“망했어! 용의당 사람들이야!”창밖의 수상한 움직임에 문다훈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이... 이젠 어떡해요?”신수민도 덩달아 조급해졌다.“당장 이리로 와, 정말 이태호 저 녀석이랑 죽으러라도 가려고 하는 거야? 돈 없고 권력 없는 거지 같은 자식이 뭐가 좋다고! 네 딸도 이제 안중에 없는 거야?”소지민은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신수민의 팔을 잡으며 신씨 집안 쪽으로 끌어당겼다.신영식은 안색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렸고 급하게 달려와 신수민의 다른 쪽 팔을 부여잡았다. 두 사람은 신수민을 이태호 옆에서 떼어냈다.“언니, 은재 생각도 해야죠, 이 자식을 계속 따라가면 우리 은재는 어떡해요?”신수연도 애타게 말렸다. “하지만...”신수민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간절하게 말했다.“하지만 은재가 아빠를 잃게 할 순 없어. 은재가 얼마나 아빠를 보고 싶어 하는지 잘 알아, 어렵게 돌아온 아빠를 또 잃어버리게 할 순 없어. 은재한테 나중에라도 어떻게 설명하겠어?”소지민도 잇달아 말했다.“수민아, 바보스러운 짓 좀 그만해! 이씨 가문 도련님은 아직도 너를 그리워하고 있어, 그냥 이씨 집안 도련님과 결혼해! 은재한테는 이씨 가문 도련님이 아빠라고 하면 되잖아? 은재는 아빠를 만나본 적도 없는데 뭘!”신수연도 말을 보탰다.“맞아, 언니! 이씨 가문 도련님도 친히 말씀하셨어요. 지금이라도 언니가 시집간다면 비록 첩으로 들이는 것이긴 할 거지만 사랑해 줄 것이라고 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우리 집에 20억을 결혼 예물로 줄 거라고 했어요. 어제도 이 일로 찾아와 엄마, 아빠랑 얘기를 끝냈다니까요!”신수민은 차갑게 웃더니, 실망
태수는 건장하고 훤칠한 사람이었다. 2미터에 육박하는 큰 키에 잔뜩 성난 근육을 자랑했다. 가슴팍의 근육은 타이트한 티셔츠를 뚫고 나올 것 같았고 가슴 사이즈는 웬만한 여자보다 더 큰 것 같았다. 팔뚝의 구리색 근육은 위압감을 주었다. 짙은 눈썹은 무섭고 강력한 인상을 각인시켰다. 그는 앞으로 다가와 민머리를 만지작거리더니 하창민을 보고 거칠게 물었다.“하씨 집안 가주, 단도직입적으로 말해보시죠, 누굴 죽이라는 말이죠?”하창민이 대답할 틈도 없이 하현우가 나서서 급하게 물었다.“태수님, 이 거지 같은 망나니 새끼가 감히 제 결혼식에 나타나서 난동을 피웠어요! 그뿐만 아니라, 제 손가락까지 부러뜨린 미친놈입니다. 저를 대신해 죽여주세요. 아니, 죽이는 건 너무 쉬우니 죽지 못해 살게끔 고통스럽게 만들어 주세요!”“짝!”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태수는 손을 들어 하현우의 뺨을 내리쳤고 하현우는 눈앞이 어질어질해졌다.“태, 태수님, 사람을 잘못 치신 거죠? 제가 아니라, 이태호를 때리셔야죠! 저는 하현우란 말입니다!”하현우는 얼굴을 부여잡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태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네 분부를 받고 일하는 사람인 것 같으냐? 네 아비한테 물었다, 어디 어린놈이 어른들 대화에 끼어들어! 기억해, 난 그저 너희들한테 신세를 졌을 뿐, 그렇다고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는 하인은 아니야! 너 같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명령할 사람은 아니란 말이다!” 하창민은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당시 태수가 가장 초라하고 힘들게 지낼 때, 그가 태수한테 선심을 베풀어 배를 든든하게 챙겨줬었고 태수는 신세를 꼭 갚을 것이라 약속했다. 오늘 같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하씨 집안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된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그 약속을 지키라고 불러들이지 않았을 것이다.하창민은 하현우를 노려보면서 말했다.“이 자식, 어디라고 끼어드는 것이야! 물러나 있거라!”하현우는 기가 막혔지만 태수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를 잘 알고
태수의 입꼬리는 파르르 떨렸고 안색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하하,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아주 방자하시네요! 용의당 서열 2위인 내 체면까지 구긴 녀석을 더 봐줄 필요는 없겠네요.”이태호도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서열 2위가 아니라, 당신네 두목이 온다 해도 그 돈 2억 6천만 원을 돌려받기 전에는 이곳에서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어요!”“이태호 씨, 미쳤어요? 빨리 태수님한테 사과드려요!”신수민은 다급해서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 이태호가 스스로 손가락 하나를 잘라낸다고 해도 태수와 싸워 죽는 것보다 나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태호의 태도는 전혀 바뀌지 않았고 전과 다름없는 선머슴이었다!“언니, 지금도 봐요! 아직도 두 눈에 불을 켜고 돈밖에 모르잖아요, 정말 돈에 미친 게 아닐까 싶어요, 태수님까지 적으로 돌리다니요!”신수연은 옆에서 차갑게 웃으며 말을 보탰다.“언니, 그만 돌아와요, 이씨 집안 도련님을 다시 한번 고민해 보세요, 결혼 예물로 20억은 큰돈입니다!”신수민은 매서운 눈으로 신수연을 흘렸다.“그 사람 얘긴 제발 그만 좀 해!”이씨 집안 도련님만 떠올리면 신수민은 화가 치밀어 몰랐다.사실 5년 전, 신씨 집안사람들은 매일같이 신수민한테 이씨 집안 도련님과 혼인을 하라고 요구하고 닦달했다. 이씨 집안은 이류 명문가 중에서도 가장 명망이 높았고 곧 일류 명문가가 될 수도 있는 이류 명문가로 소문날 정도로 전망이 좋았다.신씨 집안사람들은 권력을 가진 집안에 빌붙기 위해서 그녀를 어떻게든 이씨 집안에 시집보내려 했다.신수민은 이런 상황에 신물이 났고 본인의 결혼이 사랑 때문이 아닌 거래가 되길 원하지 않았다. 하여 반항하는 어린 마음에 밤만 되면 밖에 나가서 술을 마셨고 술기운을 빌어 견뎌내려 했다.생각지도 못한 것은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긴 후, 이태호를 만나 신세 한탄을 하다가 호텔에 가서 하룻밤 불장난을 하게 되었다.다만, 그 잠깐의
“뭐라고! 태수 형님이 어떻게...”수많은 태수의 부하는 너무 놀라 믿을 수가 없었다. 태수 형님이 밀린단 말인가? 비록 태수는 칼 스킬로 유명하지만 방금 그 주먹은 절대 아무 사람이나 받아칠 수 없을 것인데 이태호가 단번에 그 주먹을 받아쳤다.“태수 형님, 저희가 나설게요!”“태수 형님, 저희도 나서게 해주세요, 같이 저놈을 찍어 죽여요!”태수의 부하는 하나같이 손에 도끼를 쥐고 분노에 찬 눈길로 이태호를 쳐다보았다.이 사람들은 결코 쉬운 사람들이 아니다.태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이태호의 손가락에 낀 반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 반지의 주인이 바로 용의당이 모셔야 할 사람이다. 하지만 반지가 저 녀석의 손에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는 싸늘한 미소를 짓더니 자신의 부하에게 말했다.“난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 아직 너희가 나설 때가 아니야!”그 시각 태수는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을 떠나고 싶었다. 그의 앞에 있는 사람이 아마도 그들의 최종 보스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보스마저도 무릎을 꿇릴 수 있는 존재일 수도 있다.드래곤 링을 끼고 있는 사람은 드래곤 신전의 주인이며 지금 그가 모시고 있는 보스의 보스일 것이다...하지만 이대로 떠나면 자존심이 말이 아니게 된다.태수는 여태껏 살면서 처음으로 이도 저도 아닌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었다!드래곤 신전 밑에는 열두 개의 당이 있고 당마다 열두 가지 띠를 본떠 이름을 지었다.용의당을 제외하고 쥐의당, 말의당 등등...하지만 당마다 다른 곳에 분포되어 있고 각자의 활동을 한다.그는 신전의 주인이 태성시에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태수 씨, 어떡해요...”태수가 그 자리에서 멍하니 서있은 채 나설 생각도 않자 하창민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질문했다.태수는 어두워진 얼굴로 눈썹을 찌푸리고 있다...다행이다. 그때 용우진이 딸 용지혜와 용씨 가문의 보디가드를 데리고 아래층 로비에서 올라왔다.“여기는 무슨 상황이지?”용우진은 한 바퀴 훑어보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