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허필수는 해골만 남았다.원래 엄지손가락만 한 검은 기운이 혈식을 삼킨 후 많이 커졌다.역관 내에 있는 검은색 해골 머리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수사의 피와 살은 정말 오랜만이네. 맛은 여전히 황홀하군!”서문겸은 손을 뒤로 젖힌 채 제방 위에 서서 도도한 표정으로 말했다.“자네가 날 도와서 신선이 되게 한다면 창란 세계의 혈식을 마음대로 삼키게 해주지!”해골 머리는 이 말을 듣고 큰 소리로 웃었다.“하하, 난 역시 자네 같은 사람이 마음에 들어!”말을 마친 후 혈식을 삼킨 검은 기운이 곧바로 허필수의 모습으로 변했다.허필수로 변신한 후 서문겸을 향해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서문 도우, 갑시다.”이를 본 서문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이 분신의 도움이 있으니 이번에 꼭 태일성지를 파멸해서 더 많은 혈식을 먹여줄게.”이 ‘허필수’는 더 이상 예전의 ‘허필수’가 아니었다.조신은 허필수를 삼킨 후 그의 기억, 내공, 술법과 신통력 등을 모두 이어받았다. 그래서 그는 완전히 똑같은 육신과 목소리를 재현할 수 있었다.두 사람은 순식간에 제방을 떠나 중주로 돌아갔다....반나절 후. 혼원성지 종문. 주변은 영광으로 반짝거렸고 산악이 수려하며 경치는 아름다웠다.성지 종문으로 돌아온 후 ‘허필수’는 곧바로 기억에 따라 금종을 울려 성지 장로들을 소환하였다.잠시 후, 수십 명의 성왕 경지 이상의 수사들이 하늘을 가르고 종문 대전에 도착했다.많은 수사를 본 ‘허필수’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갑자기 많은 혈식을 보니 군침을 삼킬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서문겸을 도와 태일성지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다.역관은 파손되어 틈이 생겼지만 조신의 본체는 아직 안에 갇혀 있기에 역관의 결계, 천지 규칙의 제한을 해제하려면 여전히 서문겸의 도움이 필요했다.지금 서문겸과 반목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었다.허필수의 눈동자에 기괴한 검은 빛이 스쳐 지나갔다. 잇달아 대전에 도착한 성왕 이상의 수사들을 보
허필수는 대경실색하여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는 노조 서문겸이 예전부터 역관 밖의 조신과 손을 잡았고 자기를 조신의 혈식으로 바치려는 의도를 알아챘다.허필수는 추호의 주저 없이 9급 성황 경지의 내공을 내뿜고 허공을 찢어서 도망치려고 하였다.이를 본 서문겸은 험상궂게 웃으며 말했다.“필수야, 어디로 갈 생각이냐?”그의 몸에서 갑자기 수많은 죽음의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면서 형상이 기괴하고 흉측하게 변했다.곧이어 서문겸의 몸에서 반선 경지를 넘은 힘이 나타났다.그가 손을 가볍게 휘젓자 허필수 주변의 공간이 단번에 봉쇄되어 허필수가 무슨 수를 써도 허공을 가르고 도망칠 수 없었다.마신의 진신을 드러난 서문겸을 보자, 허필수는 잔뜩 굳어버렸고 이내 큰 소리로 처절하게 웃었다.“오세순이 자네의 손에 죽었군!”전에 허필수는 궁금했다. 태일성지의 윤고현은 강하다 해도 반선 경지의 두 노조를 상대로 싸우는데 어찌 한 명을 죽일 수 있는가?반선 경지의 강자는 이미 천지 규칙을 융합할 수 있고 순양(純陽) 기혈을 갖고 있어서 사지가 잘려도 다시 자라날 수 있다. 아무리 심각한 부상을 입어도 회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진선이 나서야 반선을 격살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반선 경지 내의 수사는 서로를 격살할 수 없었다. 이길 수 없으면 도망치면 되니까!검은 기운이 맴돌며 생김새가 크게 변한 서문겸을 보자 허필수는 이번에 노조의 손바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체념한 듯이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 혼원성지를 세운 조사는 과거에도 직접 역관 제방에 오셔서 조신을 진압하셨는데 서문겸이 조신과 결탁하여 한통속이 될 줄이야!”허필수의 비난에 서문겸의 새까만 눈동자에서 섬뜩한 빛을 번쩍이며 비아냥거렸다.“성황 개미 주제에. 내가 신선으로 될 수 있다면 꼭 혼원성지의 번성한 옛 모습을 회복할 거야.”말을 마치고 나서 그가 손을 들고 오므리자 허필수의 뼈마디가 조각조각 부서졌고 곧바로 핏덩어리로 되었다.그 검은 해골 머리는
이곳은 동황 외곽의 역관(域關)이다. 역관 안쪽에 동해가 있고 이어서 동황과 중주가 있다바깥쪽은 바로 생명의 금지구역이라는 조신의 땅이다.지금 질주하는 무지갯빛 안에는 안색이 창백한 허필수가 점점 가까워지는 역관을 바라보며 저도 모르게 옆에 있는 노조 서문겸에게 말했다.“노조님, 우리 정말 조신(祖神)과 손을 잡아야 합니까? 사람을 잡아먹어도 뼈조차 남기지 않는 놈입니다. 역관의 진법이 해제되기라도 한다면, 창란 세계가 모두 도탄에 빠지게 됩니다!”허필수는 복수하고 싶지만 서문겸처럼 온전히 마기에 잠식되지 않았다. 그는 조신과 합작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생각했다.근심 어린 허필수를 보며 서문겸은 냉소를 흘렸다.“조신과 손을 잡지 않으면 황금대세가 곧 강림하는데 내가 순조롭게 진선으로 비승할 수 있겠어?”서문겸은 동해에서 중상을 입은 오세순을 삼켰기에 지금 그의 내공이 이미 반선을 넘었고 일거수일투족에 공포와 위압으로 가득 찼다.그의 차가운 눈빛만 스쳐 지나가도 9급 성황 경지인 허필수로 하여금 온몸에 소름이 끼치는 느낌이 들게 하였다.허필수는 침을 삼키고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해도 서문겸의 시선과 마주친 후 스스로 입을 다물었다.얼마 후 두 사람은 드디어 역관의 제방에 이르렀다.제방의 앞쪽에 세계가 없고 단지 광활한 어둠의 안개만 있다.먹물 같은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면서 허공에 거대한 해골 머리를 이루었다.역관 제방의 허공에 진법과 규칙의 제한이 없었다면 허필수는 해골 머리에서 내뿜은 기운을 맞이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제방에 이른 후 서문겸은 검은 해골 머리를 바라보는 눈빛은 불타오르듯 뜨거웠다. 그가 말하기도 전에 해골 머리가 먼저 소리를 냈다.“크크크... 수백 년이 지났는데 드디어 산 사람이 이곳에 왔군.”상대방의 목소리는 금속이 마찰한 것처럼 매우 귀에 거슬렸다. 9급 성황 경지인 허필수라도 가슴이 답답하고 체내의 영력이 정체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서문겸은 손을 등지고 말했다.“조신,
유태양의 말을 들은 이태호는 재빨리 움직이며 웃으며 말했다.“하하,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생사존망의 위기에 계기가 있다고 하잖아요. 태양 장로와 겨루기 해서 자신을 단련시킬 수 있죠.”‘당당한 성황급 수사를 숫돌로 삼다니!’이태호의 말에 유태양은 어쩔 수 없는 듯한 쓴웃음을 지었다.이태호가 사숙이기에 유태양을 숫돌로 삼을 수 있지만 다른 진전 제자였으면 성황급 장로인 그는 벌써 노발대발했을 것이다.물론 유태양도 정말 화내지 않았다.그것은 이번 겨루기를 통해 그도 얻은 것이 있기 때문이었다.유태양은 검도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머지않아 검도 실력이 한 단계 상승할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그래서 유리검을 단전 내에 거둔 후 그는 이태호를 향해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말했다.“사숙님, 축하합니다. 조금 전에 사숙님이 5급 성자 경지 때, 2급 성황의 내공을 사용한 나와 오랫동안 싸웠어요. 지금 내공이 돌파한 후, 일반 1급 성황 경지의 수사라도 사숙님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겁니다.”옆에 있는 주안식은 웃으며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사숙님은 이미 같은 경지에서 무적이라 할 수 있어요. 내가 보기엔 이번 황금대세 때 오직 사숙만이 진선으로 될 수 있을 것 같아요.”두 사람의 칭찬과 아부에 이태호는 담담하게 손사래를 쳤다.방금 유태양과 싸울 때 상대방을 여러 번 궁지에 몰아넣었지만 두 사람은 그냥 겨루기였고 생사를 건 싸움이 아니었다.생사를 건 싸움이었다면 방금 유태양이 폭발적으로 내뿜은 2급 성황 경지의 실력을 보면 이태호는 이미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성황급 수사로 되면 자기의 길을 찾을 수 있고 무도의 본원을 깨닫고 단전에 융합할 수있다. 무도의 본원이 초보적으로 성공하면 실체화되고 구현되어 천지의 힘으로 될 수 있다.이것은 천지의 법칙에 닿는 힘이기에 절대로 성왕 따위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이태호는 돌파의 기쁨에 이성을 잃고 자고자대하지 않았다.그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유태양과 주안식을 바라보았다.
제2장로 유태양은 당연히 적극적으로 나섰다.그는 원래 검도의 명가였다. 이번 계기로 무엇을 깨달으면 검도 종사로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이태호는 그의 말을 듣고 바로 두 팔을 뻗어서 손바닥을 맞대고 온몸을 감도는 검의가 휘몰아치면서 맹렬하게 창공을 향해 날아갔다.순식간에 원래 파랗던 창공이 갑자기 변색되었고 무시무시한 검의는 빛기둥처럼 하늘로 솟아 올라갔다.수많은 현황과 경금의 검빛이 이태호의 몸에 응집되었다. 그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내천지의 법력이 들끓기 시작하였다.다음 순간, 이태호의 손가락은 허공을 가르고 나타난 신병(神兵)처럼 무한한 빛을 발산했다.아래로 내리찍자 초승달 모양의 무시무시한 검빛이 날카로운 살의를 지니고 유태양을 향해 날아갔다.유태양은 이 광경을 본 후, 영보 유리검을 꽉 움켜잡고 신중한 표정으로 넘친 전의를 드러냈다.“잘 왔어!”유태양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검빛에 놀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검을 들고 적극적으로 덤볐다.유리검은 눈부신 빛을 발산하면서 순식간에 웅장한 검광을 내뿜었다.격렬한 폭발음과 함께 유태양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사숙님,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는 법이죠!”말을 마친 그는 2급 성황 경지의 내공을 폭발해서 하늘을 가르는 별똥별처럼 날아왔다.유태양이 적극적으로 덤비는 것을 본 이태호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손을 휘두르자 옆에서 잡초 한 포기를 뽑았다. 손을 세차게 흔들자 원래 시들시들했던 잡초가 신철 정금으로 된 것처럼 날카로운 검빛을 내뿜었다.그러고 나서 잡초를 들고 유태양을 향해 달려갔다.순식간에, 허공에서 이태호와 유태영의 잔영이 번쩍거렸고 격렬한 폭발음과 충격파와 함께 허공에 울려 퍼졌다.“펑펑펑펑...”유태양과 싸울수록 이태호는 통쾌한 느낌이 들었다.그의 내천지에 있는 법력이 빠르게 소진되었고 눈부신 검의는 태양, 달, 별처럼 밝았다.한편으로 유태양은 이태호와 싸울수록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자기는 2급 성황 경지의 내공을 폭발시켰는데 이태호의 앞에서 여
“펑!”모든 내공을 폭발시킨 유태양이 손을 들고 대단한 힘으로 검빛을 잡은 후, 곧장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게 하였다.순식간에, 격렬한 폭발음이 난폭한 충격파를 일으켰고 제2봉 주변을 뒤흔들었다.백 리 내에 있는 나무들은 충격을 받아서 나뭇잎이 우수수 흔들렸고 대지는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끊임없이 요동쳤다.강렬한 충격파는 공간을 흔들리게 하여 잔물결이 일어난 것처럼 일렁거렸다.이는 태일성지의 많은 제자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영문을 모르는 제자들은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종문에 전투가 발생했어? 적이 몰래 쳐들어온 거야?”“말도 안 돼! 성지의 진법은 파손되지 않았어. 반선이라도 쥐도 새도 모르게 들어올 수 없다고!”“어서 봐! 제2봉의 유태양 장로님이 이태호 사숙조님과 겨루고 계셔!”“어머나, 이태호 사숙조님의 실력이 언제 이렇게 빠르게 상승하신 거야? 5급 성왕 경지인데 유태양 장로님과 맞붙어서 싸울 수 있다니!”“...”전투의 충격파로 많이 놀란 제자들은 연달아 각자의 동부에서 나와서 제2봉 근처로 날아왔다.이들이 이태호와 유태양을 보자 충격파는 두 사람의 대결로 인해 일어난 것을 깨달았다.동시에 속으로 적잖이 놀란 사람들도 많았다. 이태호가 5급 성왕 경지로 돌파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성황급 수사 유태양과 겨룰 수 있는 강대한 전투력을 가졌다니!창란 세계에서 대부분의 성황급 수사에게 있어서 성왕은 한 손으로 소멸할 수 있는 힘이 조금 있는 개미에 불과했다.성왕 경지에서 성황급 수사와 겨루기 할 수 있는 자는 창란 세계에서 손꼽아 셀 수 있을 정도였다.성지에 있는 제자들뿐만 아니라 청제탑 안에서 수련 중인 각 성황급 장로들도 잇달아 폐관을 마치고 모습을 드러냈다.제3장로 주안식이 가장 먼저 제2봉에 도착했다.그는 온몸에 강렬한 검의와 날카로운 기운을 내뿜은 이태호를 발견하였다.멀리서 보면 이태호는 성스러운 빛을 발산한 눈부신 신검처럼 허공에 우뚝 서 있었다.주안식이 미간을 찌푸리다가 소리를 질렀다.“사숙님이 검도 종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