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민은 앞을 보고 안색이 흐려졌다.“저 부잣집 도련님들은 어디서 난 용기래? 조금 전에 태호가 그들을 혼쭐냈었잖아. 그런데 또 사람을 데리고 왔네. 아까 그 노인도 내공이 낮지는 않을 텐데 우리 사위의 상대가 되지 못했잖아.”이태호는 힐끗 보고 말했다.“이번에는 반드시 정희주를 죽여야겠어요. 몇 번이나 제게 시비를 걸었으니 말이에요. 제가 계속 봐줬더니 이번엔 부잣집 도련님을 이용하려 드네요. 이번에는 절대 도망치게 놔두지 않겠어요.”예전에 태성시에 있을 때, 서건우를 죽이고 난 뒤 이태호는 범용에게 정희주를 조사해 보라고 했는데, 결국 그녀가 교활하게 이미 태성시에서 도망쳤다는 걸 알게 되었다.이태호는 이토록 큰 세상에 성지가 이렇게 많은데, 하필 역겨운 정희주를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그러니 이번에는 절대 봐주지 않을 생각이었다.“하하, 죽음을 자초하는 녀석들이네요. 주인님, 저희가 할까요?”이소아는 주먹을 주무르면서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듯 굴었다.그러나 이태호는 고개를 저었다.“너희는 대신 물건만 들고 있어 주면 돼. 이번에 온 사람들은 만만치 않거든. 8급 무왕 한 명에 7급 무왕 두 명이야. 오늘 그 부잣집 도련님은 아마 일류 세가 사람일 거야.”“8급 무왕 한 명에 7급 무왕 두 명이라니!”이소아 등 사람들은 그 말을 듣자 헛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이번에 찾아온 상대가 이토록 강할 줄은 몰랐다.“정희주는 운도 좋아. 저런 부잣집 도련님을 홀렸으니 말이야. 저 여자 수완은 정말 좋아!”신수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형부, 잘 생각해요. 정희주를 죽인다면 저 부잣집 도련님과 원수가 되는 거예요. 그는 무려 일류 세가 도련님이잖아요.”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어쩔 수 없죠. 일류 세가라고 해도 저 집안에서 내공이 가장 높은 사람은 8급 무왕 정도겠죠. 내가 8급 무왕을 죽인다면 그들이 또 시비를 걸겠어요? 내게 시비를 걸 능력이 되겠냔 말이에요.”신수연은 피식 웃었다.“그러게요. 형부는 보통 사람이 아니죠. 형부는
“하하, 녀석. 간이 크네. 우리가 온 걸 봤으면서 도망치지 않아?”차주원은 이태호에게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까지 걸어간 뒤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눈빛은 한없이 거만했다.“하하, 이렇게 빨리 만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네.”이태호도 웃으며 차주원에게 말을 건넸다.“정말 멍청한 거 아냐? 내가 도망치지 않는다는 건 내가 당신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건데 말이야. 내가 당신들을 두려워하지 않는데 왜 도망쳐야 하지? 도망쳐야 하는 건 오히려 당신들일 텐데 말이야.”“아까랑 똑같이 큰소리치네. 하지만 조금 뒤에도 그럴 수 있을지 두고 보겠어!”차주원은 입꼬리를 당기며 웃었다. 그는 이태호가 이번에 그가 불러온 세 사람을 이길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8급 무왕 한 명에 7급 무왕 두 명이 동시에 이태호를 공격한다면, 그가 9급 무왕 내공의 강자가 아닌 이상 절대 장로들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정희주, 넌 정말 죽어 마땅해. 내가 매번 봐줬으니 이 정도면 충분히 자비로웠잖아. 조금 전에 내가 마지막 기회라고 얘기했었지. 내가 널 죽이지 않는다면 너 때문에 내가 평생 시달리겠어.”이태호는 차주원 옆의 정희주를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이번에는 절대 봐주지 않을 거야. 넌 내 손에 죽길 기다리고 있어. 난 절대 너에게 수작을 부릴 기회를 주지 않을 거야!”“역시 쓰레기답네. 정희주 씨, 역시 죽이는 게 좋겠어요. 저는 지금 저 녀석을 죽이고 싶어요!”정희주가 말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차주원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그러나 정희주는 이렇게 말했다.“아뇨, 죽이는 건 너무 쉽죠. 난 저 사람을 폐인으로 만들고 거지로 만들 거예요. 그가 비렁뱅이가 되면 매일 그를 모욕할 거예요.”이태호는 기가 막혀서 냉소를 흘렸다.“정희주, 네가 이렇게 악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 네 꿈은 아름답긴 하지만 아마 이룰 수는 없을 거야.”“녀석, 겨우 7급 무왕 따위가 이렇게 건방져?”대장로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강한 기세를 뿜어댔다. 그가 주먹을 쥐자
“이 자식, 이번에는 어떻게 할지 지켜보겠어!”차주원의 입꼬리에 득의양양한 냉소가 걸렸다. 그가 보기에 이태호는 끝장났다.“하하, 내가 놀아주지!”이태호는 웃으면서 주먹을 쥐었다. 그도 똑같이 주먹에서 영기가 흘러나와 주먹을 감쌌다. 곧이어 그는 차주원 집안의 대장로와 주먹을 맞부딪혔다.“쿵!”굉음과 함께 곧 차주원 집안의 대장로인 8급 무왕 내공을 가진 강자가 이태호의 공격에 멀리 날아가 바닥에 추락했다.바닥으로 착지하는 순간, 대장로는 엄청난 힘 때문에 저도 모르게 연신 뒷걸음질 치고 나서야 겨우 버텼다.이때 그의 눈빛은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이건 이태호의 내공이 7급 무왕이라는 걸 의미했다. 하지만 이 정도 전투력이라면 8급 무왕 중에서도 가히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이 자식 전투력이 우리보다 약하지 않을 거야. 같이 덤비는 게 낫겠어!”대장로는 주먹을 휘둘렀다. 그도 더는 무게를 잡을 수 없었다.“그래요!”나장로와 다장로는 고개를 끄덕였고 세 사람은 아태호를 바라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다시 한 번 주먹 위로 영기가 넘실댔다.그들의 뒤에 서 있던 정희주는 긴장 때문에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걱정되기 시작했다. 조금 전 이태호는 이번에 그녀를 죽여버려서 다시는 기회를 주지 않을 거라고 했기 때문이다.그녀는 이태호가 자신이 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절대 그녀를 속이느라 한 말은 아닐 것이다. 만약 8급 무왕 내공의 강자도 이태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면 그녀는 아마 오늘 죽을 것이다.“덤벼요!”세 사람은 동시에 이태호에게 달려들며 자신의 무기를 선보였다.그러나 이태호는 세 사람의 공격이 안중에도 없는지 곧바로 그들과 맞서싸웠다.“쿵쿵쿵!”잠깐 사이 천홍성에서 손꼽히는 강자인 차주원 집안의 세 장로는 전부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들은 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가슴께를 움켜쥐고 있었다.“말, 말도 안 돼. 이건 말도 안 된다고!”정희주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 죽음의 기운이 그녀에게로 몰려오고 있었다.
“풉!”대장로는 어렵사리 일어나더니 또 한 번 피를 토했다.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태호를 바라보다가 무기력하게 물었다.“설, 설마 9급 무왕인 건가? 9급 무왕이 아니라면 이 정도 실력이 없을 텐데. 조금 전 전투력은 오직 9급 무왕 정도여야만 가능하다고!”이태호는 상대방을 덤덤히 바라보더니 태연자약하게 말했다.“내게 진 패배자들에게 내 내공을 알려줄 필요는 없지.”이태호의 말에 그는 큰 충격을 받고 또 한 번 피를 토했고, 안색도 훨씬 더 창백해졌다.“대장로, 버텨요, 버텨야 합니다!”나장로와 다장로는 곧바로 대장로를 부축했다. 그들은 대장로가 이태호 때문에 화병으로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 그렇게 되면 손해가 너무 막대했다.“당신들이 차씨 집안을 위해 일하는 점을 생각해서 죽이지는 않겠어!”이태호는 싱긋 웃으며 정희주를 바라봤다.“차주원 씨, 살려, 살려줘요!”정희주는 이태호의 눈빛에 겁을 먹어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녀는 황급히 차주원의 뒤에 숨었다.차주원은 겁을 먹고 침을 삼키더니 정희주를 위로하며 말했다.“걱정하지 말아요. 난 일류 세가 도련님이라 당신을 어쩌지 못할 거예요.”사실 그도 자신이 없었다. 8급 무왕 한 명과 7급 무왕 두 명 모두 이태호의 상대가 되지 않는데 차주원의 집안이 무엇으로 이태호와 싸운단 말인가? 남은 이들이 다 달려든다고 해도 안 될 것이다.“차주원, 비켜!”이태호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차갑게 말했다.“이 자식, 네가 감히 그럴 수 있겠어? 난 일류 세가 도련님이야. 우리 차씨 집안은 만만한 집안이 아니라고!”차주원은 화가 난 얼굴로 눈이 벌게서 이태호를 노려보았다.이태호는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간 뒤 천천히 말했다.“비키지 않는다면 당신까지 죽여주겠어. 당신뿐이 아니라 이곳에 있는 모든 이들을 죽여주지. 그때가 되면 차씨 집안에 뭐가 남을까?”“이 자식, 우리 차씨 집안엔 뒤, 뒷배가 있어!”차주원은 이를 악물고 결연히 말했다.이태호는 다시금 웃었다.“하하, 당신 말이
“이태호, 정희주를 죽이지 마. 그녀를 놓아준다면 돈을 줄게. 4000억, 어때?”차주원은 이태호가 차씨 집안을 무시하고 기어코 정희주를 죽이려 하자 겁을 먹고 이태호를 향해 외쳤다.정희주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빛냈다. 드디어 기회가 생겼다. 4000억이라니, 그녀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차주원이 자신을 위해서 4000억이나 내어줄 줄은 말이다.이렇게 큰 액수인데 이태호가 거절할 것 같지 않았다.시연은 이미 겁을 먹고 옆에 숨어 덜덜 떨고 있었다. 그녀도 이때 조금 용기를 내어 이태호에게 말했다.“이태호 씨, 들었죠? 무려 4000억이에요. 정희주를 살려준다면 4000억을 얻을 수 있다고요. 보통 사람들은 평생 모아도 모으지 못하는 액수라고요!”소지민은 어마어마한 액수에 순간 마음이 설렜다. 그녀는 이태호가 경매장에서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 몰랐다.그녀는 앞으로 나서며 이태호를 설득했다.“태호야, 무려 4000억이야. 우리가 돈이랑 원수를 진 건 아니잖아.”그러나 이태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앞으로 나서며 정희주의 가슴팍을 툭 찼다.“너...”정희주는 피를 토했다. 그녀는 일반인이었다. 무사도, 종사도 아니었으니 이태호가 살짝만 힘을 주어도 그녀에게는 치명적이었다.정희주는 가슴을 움켜지고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결국 쓰러졌다.“정희주 씨!”차주원은 얼이 빠졌다. 그는 자신이 4000억이나 불렀는데도 이태호가 정희주를 죽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태호는 참으로 단호했다.이태호는 차주원을 덤덤히 바라보며 말했다.“차주원, 내게 복수하고 싶어서 날 찾아올 생각이라면 굳이 날 찾으려고 수고할 필요 없어. 모레 주주부로 날 찾으러 와. 난 주주부의 환갑잔치에 참석할 거니까. 당신 집안에 뒷배가 있거나 또 다른 수단이 있다면 어디 한 번 마음껏 해 봐. 내가 전부 받아줄 테니까!”말을 마친 뒤 이태호는 신수민 등 사람들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우리는 가요!”곧 이태호는 신수민 등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도련님, 그냥 넘어가
“도련님, 참으세요!”세 장로는 차주원의 눈이 모두 붉어지는 것을 보며 그가 완전히 분노한 것을 알아차리고 황급히 옆에서 말렸다.“내가 뭘 참아요!”차주원은 오히려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이 자식이 사람을 너무 업신여겨요!”말로는 그렇게 했지만, 차주원 등은 곧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온 후, 차씨 가문의 가주는 자신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대장로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대장로님, 몇 분이 다치셨습니까? 옷에 핏자국이 남아 있네요?”대장로는 그제서야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가주님, 우리는 부상을 입었어요. 오늘은 정말 운이 없는 날인 가봐요. 그 놈을 만났는데 너무 강해서, 저와 나장로, 다장로가 손을 잡았지만 여전히 그에게 패배했어요.”“무슨 상황이죠? 어떻게 구급 무왕을 건드린 거예요?”차진석은 미간을 찌푸리고 대장로의 설명을 듣고나서, 상대가 틀림없이 9급 무왕이라고 확신했다. 그런 사람은 손에 꼽을 수 있지만, 없다고는 할 수 없다.4대 군신 외에도 9급 무왕의 강자들이 분명 존재한다.대장로는 그제서야 차진석에게 상황을 알렸다.다 듣고 난 차진석도 굳은 얼굴로 말했다.“이 이태호가 태성시에서 왔단 말인가요? 태성시에 언제 이렇게 대단한 존재가 있었어요?”“아버지, 저는 상관 없어요, 저는 반드시 복수해야 해요. 이 이태호는 사람을 너무 얕잡아 봐요! 저는 지금까지 이렇게 억울한 적이 없었어요. 저는 그에게 4000억을 주겠다고 했는데, 뜻밖에도 정희주 씨를 죽였어요.”차주원은 차진석을 향해 말했는데 많이 억울한 모양이었다.“주원아, 이 원수를 갚을 수 없을 것 같아. 상대는 9급 무왕이야. 네가 대장로, 나장로, 다장로까지 다 불러도 소용없어. 그들이 모두 졌는데, 내가 어떻게 복수를 할 수 있겠어?”차진석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며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맞아요, 도련님, 됐어요, 도련님은 그 정희주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감정도 깊은 편은 아닌데 왜 그러세요?”그러자 대장로가 말
하지만 모두의 설득에도 꿈쩍하지 않고 차주원은 다시 차진석을 향해 말했다.“아버지, 우리 뒤에는 거대한 숨겨진 가문이 있지 않아요? 아버지는 늘 이 숨겨진 가문이 우리를 보호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그들 가문에는 무황 내공의 강자가 있다고 했잖아요. 설령 이태호가 9급 무왕이라 할지라도, 그 숨겨진 가문에서 무황 내공의 강자를 보내게 한다면, 일급이든 이급이든 이태호를 죽이기는 쉽지 않겠어요?”그러나 차진석이 곧 대답했다.“주원아, 좋아하는 여자일 뿐이잖아. 이 일은 상대방이 우리를 위해 손을 쓸 정도는 아니야. 내가 가서 부탁해도 상대방이 손을 쓰지 않을 거야. 그들은 정말로 우리 차씨 가문이 생사에 이를 때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어. 게다가, 그들이 도울 수 있는 횟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이 카드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어.”그러자 차주원이 말했다.“아버지, 그 녀석은 9급 무왕이에요. 대장로님과 나장로님, 그리고 다장로님이 손을 잡았으나 모두 그의 상대가 아니었어요. 제가 보기에 우리는 지금 이미 생사의 갈림길에 이르렀어요. 이럴 때, 그들이 나서게 해야 해요.”차진석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첫째, 넌 여자를 위한 것일 뿐이고, 둘째, 상대방이 대장로들을 죽이지 않고 놓아줬는데, 어떻게 상대방에게 생사의 위기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이야? 상대방이 원인을 조사하고나면 기분이 나쁠 거야. 어쨌든, 그 사람들도 매우 바빠. 특히 무황의 내공에 도달한 사람들은 수련에 더 바빠. 우리는 그들의 시간을 함부로 낭비해서는 안 돼.”주먹을 불끈 쥔 차주원이 말했다.“우리가 매년 그들에게 영초를 보내는데, 그들이 손을 대는 것이 그렇게 어려워요? 정말, 우리가 준 그 영초들을 모두 개에게 먹인 것 같네요.”그러자 차진석은 깜짝 놀라 황급히 호통쳤다.“이놈아, 이런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그 말을 상대방에게 들키면 우리는 끝장이야.”말을 마친 차진석은 또 무슨 생각이 난 듯 차주원을 향해
신수민은 수줍은 얼굴로 이태호를 한 번 쳐다보고 나서 말했다.“싫어, 그럼 먼저 샤워하고 좀 쉬었다가 다시 얘기해!”이태호는 그 말을 듣자마자 눈빛을 반짝이더니 신수민에게 씩 웃어보이며 말했다.“좋아, 여보, 같이 씻자.”“싫어!”신수민은 부끄러워 얼굴을 붉힌 다음, 잠옷 한 벌을 찾아 욕실로 갔다.그날 밤 이태호과 신수민은 수백 번의 전쟁을 치렀다.다음날 아침, 백지연이 와서 문을 두드렸을 때 신수민은 아직 일어나지 못했다.“수민 언니, 언제 일어나요? 신수연 씨랑 다 쇼핑하러 가려고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내일 생일잔치에 참석해야 하니 우리가 쇼핑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아요.”백지연의 목소리가 문 앞에서 울렸다.“알았어, 곧 나갈게.”신수민은 쓴웃음을 지었고 마침내 침대에서 일어나 씻으러 갔다가 옷을 다 갈아입은 후에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태호야, 그 무슨 도련님인가, 그들이 우리를 귀찮게 하지 않겠지? 어제 그들에게 무슨 뒷배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호텔을 나온 후 소지민이 이태호에게 말했다.“그들의 고수는 이미 8급 무왕의 내공에 도달했는데, 아직도 뒷배가 있다니, 그들의 뒷배도 군신 어르신이나 어느 주의 주주가 아닐까?”이태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어머님, 그건 잘 모르겠지만, 이 세상에는 강자가 많아요. 그렇다고 해서 군신이 최고라는 뜻은 아니죠. 많은 강자들은 종종 이전에 그 전쟁에 참가하지 않았어요.”“그래, 알았어!”소지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어젯밤 잠시 생각했는데 아직도 걱정이 되네.”이태호가 위로하며 말했다.“어머님, 걱정 마세요, 하늘이 무너져도 제가 짊어지고 있는데 뭐가 걱정이에요?”“엄마, 저기 조식집이 있는데 거기서 먹어요.”신수연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바로 앞에 있는 레스토랑을 가리켰다.“그래!”소지민이 고개를 끄덕이자 일행은 아침 식사를 하러 갔다.아침을 먹은 후 이태호가 신수연에게 말했다.“수연 씨, 우리 이제 어디로 놀러 갈까요? 이 일도
이태호에 대해 많이 알수록 연장생은 이태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천부적 자질은 말할 것도 없고 선연까지 얻었으니 중도에 죽지 않는 한 앞으로 꼭 수백 년 전의 산수(散修)처럼 신선으로 될 것이다.이태호는 그 산수처럼 불과 백 년 만에 비승해서 신선으로 되어 창란 세계에 아름다운 전설을 남길 것이다.그리고 연장생을 더욱 기쁘게 한 것은 이태호가 연단사의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비록 아직 7급 연단사에 불과하지만 이태호가 단도에서 뛰어난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다. 최고의 연단사는 한 종문을 만년 이상 번영시킬 수 있다.예전에 태일종의 제8대 종주는 그냥 태일성지에서 학업을 마치고 돌아온 진전 제자였으나, 8급 연단사의 실력으로 태일종으로 하여금 천남에서 자리를 잡게 하였다.8급 연단사가 이런 힘이 있는데 9급 연단사로 성장해서 성황급 수사가 사용할 수 있는 단약을 정제할 수 있다면 어느 대세력에 있든 모두 귀빈으로 모실 것이다.게다가 이태호는 검도에도 조예가 깊었다.연장생은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을 통해 이태호가 각성한 검도의 의지는 경금 검기를 훨씬 능가해서 검도 대종사로 자라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남다른 천부적 재능을 하나라도 가질 수 있는 자는 백만 명 중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였다.태일성지에서 이런 자는 진전 제자로 될 수 있고 성왕 경지의 장로를 스승으로 택하기에 충분한 자격을 가졌다. 단도, 검도에서 특별한 천부적 재능을 갖고 있다면 성지의 8대 장로도 서슴없이 서로 친전제자로 삼겠다고 다툴 것이다.이태호처럼 여러 가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천교는 성지 종문에 들어가면 폐관 수련 중인 태상 장로도 깜짝 놀랄 것이다.“대장로님, 저는 며칠 더 있다가 가고 싶습니다.”이태호는 가슴을 펴고 차분하게 말했다.“저는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한 후에 중주로 갈 생각입니다.”진선 정혈을 얻은 후 이태호는 대도를 조금 깨달았고 5급 성자 경지의 장벽을 느낄 수 있었으며 수시로 돌파할 것 같았다.이
다음 날 아침. 금싸라기 같은 황금빛 햇살이 구름을 뚫고 인간 세상에 쏟아졌다.오색찬란한 아침노을은 신선한 공기를 지니고 새로운 날이 다가왔음을 예고하였다.요광섬에서 이태호는 상쾌한 표정으로 기지개를 켜고 방에서 나왔다.어제 요광섬으로 돌아온 후 그는 한 달 넘게 안 본 아내들과 오랜만에 아름답고 황홀한 밤을 보냈다.그가 정원의 우물가로 가서 물을 받고 세수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할 때 허리에 찬 전음 옥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신식으로 살펴보니 종주 선우정혁이 종문 대전에 오라는 소식을 보내온 것이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신식으로 아직 방 안에서 깊이 잠들고 있는 신수민 등 네 여인들을 훑어본 후 고개를 흔들면서 곧장 하늘로 솟아오르고 대전을 향해 날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대전의 문 앞에 도착했다.대전 안으로 들어가니 선우정혁과 연장생은 상석의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사람은 다정하고 흐뭇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선우정혁은 아마 대장로 연장생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으로 추측했다.중주 태일성지의 대장로인 연장생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그를 보호하기 위해 직접 천남 지역까지 왔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예전에 태일종에서 중주로 간 천교들도 있었으나 이태호처럼 성지의 중시를 받은 자가 없었다.이태호가 예측하건대 선우정혁은 자신이 연장생을 따라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길 원한 것 같았다.의자에 앉아서 연장생과 담소를 나누던 선우정혁도 대전으로 들어오는 이태호를 보고 먼저 말을 건넸다.“태호야, 왔구나. 어서 연 장로님께 인사드려.”이태호는 급히 앞으로 다가가서 연장생을 향해 깍듯이 인사를 하였다.“대장로님을 뵙습니다.”연장생은 손을 가볍게 흔들자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절을 하려는 이태호를 일으켰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됐어. 남도 없는데 큰절할 필요가 없지.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거야. 성지에서 자네가 타고난 천부적 자질을 가졌고 또 선연을 얻은 것을 알고 널 안전하게 성지로 데
맹동석이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도 전에 기타 봉주들도 잇달아 대전 입구에 도착했다윤하영, 진남구 등 8명의 봉주들이 대전 안으로 들어갈 때 맹동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그들은 가장 먼저 상석에 앉은 연장생을 주목했다.몇몇 봉주들의 다양한 표정을 보자 연장생의 옆에 앉은 선우정혁은 그들이 연장생의 정체에 대해 추측하고 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그는 웃으면서 소개하였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께 인사를 드리라고 자네들을 부른 거네.”맹동석은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성지에서 오셨다고요?”태일종의 성지라면 중주의 태일성지였다.봉주인 그들이 꿈에서도 들어가고 싶은 곳이었다.선우정혁은 맹동석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성지에서 오신 대장로님은 우리 태일종에서 며칠 머물다가 곧 이태호를 호송해서 중주 성지로 가실 거야. 수행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대장로께 여쭤봐도 되네.”맹동석 등이 연장생의 신분을 듣고 받은 충격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선우정혁이 이어서 한 말을 들었다.이번에 맹동석뿐만 아니라 기타 여덟 명의 봉주도 모두 놀라서 숨을 들이켰다.이태호를 중주성지로 호송하기 위해 왔다고?이태호는 천부적 재능이 출중해서 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중주성지의 대장로까지 직접 나서서 호도자로 되어 이태호를 호송할 필요가 있을까?예전에 태일종의 겨루기 대회에서 1위를 한 자는 모두 자신이 영패를 가지고 중주로 갔다.다들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맹동석은 바로 성공 전장을 떠올렸다.그는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설마 태호가...”상석에 앉아 있는 연장생은 반응이 빠른 맹동석을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9급 성자급 수사가 이렇게 빨리 사실의 본질을 알아봤다는 것에 다소 놀라워했다.하지만 그도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태호가 선연을 얻은 사실은 이미 온 창란 세계의 대세력에 알려졌고 머지않아 곧 천남으로 전해질 것이다.그리고 성공 전장에 같이 갔다 온 고준서 등 목격자도 있지 않은가.더구나 태일종은
남두식과 이태호가 담소를 나누던 중, 대장로가 다가와서 이태호를 유심히 살펴보았다.잠시 후, 대장로는 입을 크게 벌리고 놀라운 표정으로 물었다.“태호야, 이번에 성공 전장에서 내공이 또 오른 것 같구나.”그의 기억에 이태호가 떠날 때 지금처럼 이렇게 큰 압박감을 주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러나 한 달 만에 이태호는 환골탈태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태호는 피식 웃으면서 답했다.“운이 좋아서 거기서 돌파했어요.”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한순간에 조용해졌다.‘운이 좋아서?’이태호가 떠날 때 방금 3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 그러나 방금 그의 말에 따르면 성공 전장에서 4급 성자 경지로 돌파했다는 뜻이었다.성자 경지에 이르면 내공을 높이기가 어렵다고 하지 않았는가?그러나 대장로 등은 이미 이태호의 괴물과 같은 천부적 자질에 익숙해졌다.이태호의 경지가 또 높아졌다는 사실을 들은 후 대장로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자네와 은재는 모두 괴물이야. 네가 천청종에 있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돌파했는데 지금 은재도 너와 똑같아.”대장로의 부러워하면서도 못마땅한 표정에 이태호는 어이가 없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다.남두식은 대장로의 말을 끊고 웃으면서 말했다.“됐소. 오늘 태호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축하 잔치라도 준비해야 하지 않소?”사실 이태호가 없는 동안 남두식은 걱정돼서 오랫동안 안절부절못했다.그는 성공 전장이 너무 위험해서 예로부터 성지의 성자들도 적지 않게 죽었다고 들었다.딸인 남유하와 신수민 등 여인들이 마음에 병이 생길 정도로 매일 이태호를 걱정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마음도 아팠다.이제 이태호가 무사히 돌아왔고 딸도 매일 슬퍼하지 않아도 되니 그는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아니나 다를까, 다른 사람들은 이태호를 위해 축하 잔치를 준비하자는 말을 듣고 모두 흔쾌히 동의하였고 서둘러 식재료를 준비하러 갔다....이와 동시에. 제7봉의 대전 내에서 제7봉의 봉주 맹동석은 한창 종문의 사무를 처리하고 있었다.한 달 전에 종주 선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