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에서 있었던 그날도 마찬가지였다.정말로 윤슬이 칼을 들고 신아를 해치려 했을까?당시 강현은 상황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지만,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신아의 손끝에 난 상처는 겨우 손톱자국 정도였다.반창고조차 붙이지 않을 정도로, 피 한 방울 나지 않는.하나하나 되짚어보면, 강현이 그동안 놓쳐왔던 부분은 너무나도 많았다.아니, 명백하게 눈앞에 드러났었는데, 자신은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것뿐이었다.‘내가... 얼마나 바보 같았던 거지.’그때 그는 무조건 윤슬이 신아를 모함한다고 믿었다.그래서 독한 말도 내
지나가 당당하게 말하고 방으로 돌아가려 하자, 도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없이 방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날 부를 테니까, 오빠, 제발 말 좀 곱게 해. 내 친구 또 괴롭히지 말고!”지나가 문 닫히기 직전, 도빈의 등 뒤로 외쳤다.하지만 돌아온 건,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방문 닫히는 소리뿐.쾅!지나는 문짝을 노려보다가 작게 투덜대며 돌아섰다.“진짜, 정 없긴...”복도 끝, 머그컵을 손에 들고 지나가던 강은숙 여사는 지나와 도빈의 대화를 우연히 모두 들었다.그녀는 걸음을 멈추고‘뭔 소리지...?’이마를
“평소에 우리 오빠가 미팅 잡을 땐, 고객이건 파트너건 전부 미리 연락해야 되지만, 넌 그런 사람 아니잖아.”지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게다가 주말은 우리 오빠 개인 시간이야. 그나마 토요일 오전까지 일하고, 그 이후는 절대 약속 안 잡는다?”말을 마친 지나가 윤슬 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가볍게 그녀의 어깨를 툭툭 치며 덧붙였다.“야,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 우리 오빠... 그렇게 대단한 사람 아니야. 쭈뼛쭈뼛할 이유 하나도 없어.”하지만 윤슬은 마음속으로 조용히 반박했다.‘지나야, 네 오빠는 DP그룹 대표야.
그 표정, 그 거리감 없는 분위기.진짜... 연애 중인 것 같았다.“소윤슬 씨 막 이혼 소송 끝났더니, 이젠 번화테크 사모님이야?”“내 말이... 진짜 소윤슬 씨, 대단하긴 하다.’“...”직장 동료에서 곧바로 상사로 점프.두 팀장은 혀를 내두르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소문대로라면 윤슬은 처음부터 경안을 좋아했던 걸로.강현은 그저 중간 과정일 뿐이었다는 말도 있었고.“결국 돌고 돌아서 원래 사랑했던 사람 품으로 갔네. 드라마 같아, 정말...”“입사 초창기엔 평범했던 신입이 이 정도 배경을 가졌다는 사실을 누가 알
한편, 어느 해외 도시.남자는 손에 든 사진을 슬쩍 들여다보며 입꼬리를 천천히 말아올렸다.사진 속 여자는 정제된 미인이라는 말보다 흔하지 않은 분위기의 청초함이 눈에 띄었다.도무지 ‘SNS 필터 미녀’들과는 차원이 다른 얼굴이었다.‘이러니 형이 빠질 수밖에 없었겠지.’‘이 정도면... 음, 곱게 생긴 게 아니라, 곤란하게 생긴 거야.’남자는 사진을 손가락으로 탁탁 두드리며 중얼거렸다.“삼겹살보다 맛있는 게 형수님 미소라더니... 진짜 틀린 말 아니야.”장난스러운 말투였다.“형, 형수님은 내가 접수할까? 이제부턴...
“나는 BS그룹의 회장으로서, 무엇보다 BS그룹의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능력이 있는 사람이 책임을 지는 거지, 그게 누구든 간에.”부 회장은 담담하게 말했다.그 말에 강현은 이를 악물었다. 목에 핏줄이 도드라질 만큼 감정이 솟구쳤다.“제 능력, 할아버지가 인정하셨잖아요. 제가 BS그룹 들어온 지 2년, 단 하루도 소홀히 한 적 없고, 결과로도 증명해왔습니다.”부 회장은 냉랭한 시선으로 손자를 내려다보았다.“그건... 예전 얘기지.”“강현아, 너 요즘 번화테크 건으로 한 짓들, 내가 몰랐을 것 같으냐?”“아무 기준도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