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지나는 입술을 한 번 달싹였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도빈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남재 같은 글로벌 인맥과 조금이라도 연을 닿으려고 사람들이 줄 서서 대기 중이다.하지만 지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었다. ‘난 제발 저 여자 면상만 안 봤으면 좋겠어.’지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이제 한신아는 구씨 가문의 장녀이자, 남재의 친여동생으로 인정받았다.게다가 DP그룹과 LR 그룹의 협력 프로젝트도 본격화되었다.다시 말해, 이제는 한신아를 대놓고 욕하기도 어렵게 되었다.지나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을 가까스로 삭이며 애
같은 시각, 아파트 외곽 도로 한켠.남자는 차 안에 앉아 있었다.전면 유리 넘어 확인해 보니, 경비복 입은 사람들이 몇 분 간격으로 순찰하고 있는 듯했다.손에는 전기봉까지 들려 있었다.그들의 움직임, 자세, 눈빛을 봐서는 전혀 보통 경비원 같지 않았다.하나같이 체격이 늠름하고, 걸음걸이도 단정했다.‘경비가 아니라 경호원들이네. 완전히 교체했군.’표적 인물의 뒤에 얼마나 강력한 세력이 받치고 있는지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아파트의 경비 인력은 오늘 오전 전면 교체됐다.남자의 계획은 또 틀어지기 시작했다.그의 손에 힘
윤슬이 회사에 처음 출근한 날부터, 그녀를 둘러싼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겉보기엔 조용하고, 수수해 보이지만, 사실은 ‘재벌가 자제의 전처’,DP그룹의 금지옥엽인 이지나와 절친 사이,여러 명의 재력가 남자들이 대놓고 고백하고 선물 공세를 펼친다는 이야기까지 파다했다.게다가 얼마 전에 발생한 ‘납치 사건의 피해자’로 언론에 이름까지 오르내렸다.‘진짜 드라마 주인공이 따로 없지...’사무실 안에서 동료들이 속삭였다.번화테크는 고작 2년 된 작은 스타트업 회사이다.그런데 이런 곳에 재벌가 사모님이 직원이라니, 자신들과 같
다음 날 아침 여덟 시.3일간 병가를 내고 드디어 출근한 윤슬은 자리로 돌아왔다.오랜만에 얼굴을 본 동료들이 잇따라 물었다.“요즘 왜 연락이 안 됐어요? 메시지도 다 씹고.”윤슬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별일은 아니고요, 며칠 병원에 좀 있었어요.”“핸드폰을 잃어버려서 어제야 새로 샀어요. 그동안 연락 못 받아서 미안해요.”“병원?”“며칠씩이나?”순간 주변 공기가 살짝 술렁였다.“세상에, 그런 큰일을 겪고도 이렇게 담담하게 말해요? 멘탈 진짜 강하다.”“어디 아파요? 얼굴빛이 지난주보다 안 좋네요.”동료들이 연
“선배, 원래 내 계획은 당분간 윤슬이랑 같이 사는 거였어요. 출퇴근도 같이하고...”“그럼 만약을 대비해서 원래 계획대로 하면 돼요.” 지나가 가볍게 말했다.“여자 둘이서 살인범 상대하는 건 무리야.”“정말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둘 다 위험할 수 있어.”경안의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났다.“괜찮아요. 제 차 안전성도 좋고, 차에서 내리면 주변에 늘 경호원들이 있어요.”“범인이 아무리 빠르다 해도 눈 깜짝할 사이에 순간 이동하는 능력은 없을 거예요.” 지나가 웃으며 말했다.“이번 일로 경호원들도 항시 우리 곁을 지켜보고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윤슬은 예약해 둔 식당 위치를 지나에게 문자로 보냈다.그때 마침 경안에게서도 메시지가 왔다. 퇴근길에 잠깐 들르겠다고 했다.윤슬은 곧 경안에게도 저녁을 함께하자고 제안했다.경안이 집까지 데리러 오기로 했고, 윤슬은 길가에 서서 기다렸다.그 시각, 조금 떨어진 곳에서 검은 차 한 대가 천천히 주차구역을 빠져나왔다.곧장 돌진할 작정이었으나, 계속 차들이 지나가 길이 막혔다.어쩔 수 없이 차선 변경을 시도해 윤슬 쪽으로 바짝 붙였다.남자는 엑셀을 밟으며 옆으로 밀고 들어갈 타이밍을 노렸다.그런데 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