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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균열(2)

Author: 유소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5 13:35:13

정신없는 오전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점심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래서 관련 미팅은 모레 오후 2시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 점심은 어떻게 하실까요?”

업무 브리핑을 마무리하고 시간을 확인한 지훈이 태건을 보며 물었다.

그제야 시간을 확인한 태건은 잠시 고민하다 그를 바라봤다.

“간단하게 먹죠. 별로 입맛이 없네요.”

태건의 대답에 지훈은 짧은 시간 동안 머리를 굴려 주변 식당을 생각했다. 

“그러면 근처에 샌드위치 가게가 새로 생겼는데, 샌드위치로 준비할까요?”

“네, 좋네요. 장 비서님은 나가서 식사하고 오세요.”

무심하게 말하고 태건의 시선은 다시 서류로 향했다.

지훈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이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일이 늘어났다고 해도 굳이 식사까지 대충 챙기면서 몰두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이내 깊게 관여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지훈이 본부장실을 나오자, 앞에 있던 여직원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식사하러 가시나요?”

그녀가 아까부터 쳐다보던 거울을 몰래 옆으로 슬쩍 치우며 물었다.

“네. 식사 안 하십니까?”

“아, 저는 도시락이요. 늘 챙겨 오거든요.”

“아아, 네에.”

별로 궁금하진 않았는지 대답하는 목소리에 성의는 없었지만, 여직원은 수줍게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본부장님이랑 같이 안 하시나요?”

“본부장님은 샌드위치만 드시겠다고 해서요. 그거 챙기고 나서 밥 먹어야죠.”

“그럼 제가 갔다 올까요?”

여직원의 말에 지훈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말은 없었지만 그녀를 보는 표정에 괜찮겠냐는 말이 묻어 있었다.

“뭐, 그래 주면 나야 고마운데…….”

굳이? 지훈이 조금 떨떠름한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여직원은 개의치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

“제가 다녀올게요. 장 비서님 요즘에 밥도 잘 못 챙겨 드셨잖아요.”

“……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주문은 제가 해놓을게요.”

“네! 맡겨만 주세요!”

여직원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지훈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어찌 됐든 번거로운 일 하나는 사라졌으니 나쁘지 않았다.

“네, 그걸로 하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로 빠르게 주문을 마친 뒤,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지훈은 습관처럼 작은 한숨을 내뱉었다.

태건도 태건이지만 지훈 또한 요 며칠 일이 늘어났다. 대건 그룹이 사업을 확장한 것도 있었지만, 유건이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서 그의 일은 기존보다 몇 배로 늘어났다. 거기다가 요즘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태건까지 가세하며 그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 상태였다.

“나야말로 입맛이 없다…….”

한숨과 함께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그가 쓰고 있던 안경을 벗어 브레스트 포켓에 꽂았다.

급격하게 몰려오는 피로감에 두 눈을 감고 손으로 지그시 누르고 있을 때였다.

“우리 장 비서님 한숨 소리에 사옥 무너지겠어요. 무슨 일 있어요?”

안 그래도 가만히 있어도 스트레스인데, 또 다른 스트레스가 제 발로 찾아왔다.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깊은 한숨을 억지로 누르고, 지훈은 손을 내리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두 눈이 마주치자, 뒤에 있던 유건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언제 오셨습니까?”

대체 어느 순간에 온 건지.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몰라도 입사한 뒤로 하도 찾아오는 바람에 이젠 이런 순간이 놀랍지도 않게 되었다.

예상보다 더 덤덤한 반응에 유건은 입술을 삐죽였다. 놀라지도 않는다고 재미없다며 투덜거리더니,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웃으며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식사하러 가시는 거예요?”

“네.”

“나도 마침 밥 먹어야 하는데! 같이 먹을래요?”

“괜찮습니다.”

“이번에 새로 개봉한 영화 봤어요? 되게 재미있다고 하던데!”

“봤습니다. 대건 그룹에서도 투자가 들어갔으니까요.”

“오늘 개봉했는데?”

“시사회 초대 받아서 봤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마치 절대 뚫리지 않는 창과 방패의 대화 같았다.

지훈의 반응은 단조롭고 무심했지만, 유건은 개의치 않은 듯 옆에서 조잘조잘 대화를 이어갔다.

“제가 여기 들어오고 제일 많이 들은 말이 뭔지 알아요? 장 비서님 얘기예요. 장 비서님 완전 인기남이던데요? 다른 여직원들이 죄다 장 비서님 얘기만 해요. 오늘 입은 옷이 너무 잘 어울린다, 일하는 모습 보면 너무 지적이다, 안경 벗은 모습도 너무 좋다. 와, 장난 아니에요.”

“아, 네에.”

지훈은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무성의하게 답했다. 여직원들이 자신에 대해 뭐라고 떠들든 제 알 바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럴 시간에 일이라도 하나 더 하든지, 아니면 제 업무를 가져간다면 고맙게 여길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의 반응에도 유건은 멈출 줄 몰랐다. 오히려 더 신이 난 듯 조잘거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만일 그가 태건이었다면, 물론 태건은 애초에 이렇게 시끄러운 성격도 아니지만, 태건이었다면 그는 곧바로 욕을 하거나 주먹을 내리꽂았을 것이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인만큼 그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면서 오늘따라 느린 엘리베이터를 원망하는 것뿐이었다.

* * *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로비를 지나는 순간에도 유건의 수다는 멈출 줄 몰랐다. 

옆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입은 스트레스였고, 영양가 없는 대화는 가치가 없었다. 더 이상 이 무의미한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았던 지훈은 발걸음을 멈췄다.

할 말이 있으니까 이렇게 빙빙 맴돌며 서론만 나열하는 것이겠지. 지훈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실 말씀 있으면 하십쇼.”

그가 유건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의 예상을 빗나갔다.

“지금 하고 있는데요?”

그가 맹랑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 대답에 지훈은 얼빠진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지금 이 아무 영양가도 없는 무의미한 대화가, 전부 하고 싶은 말이었다고?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유건의 표정은 너무도 진심이었다. 순수하게 바라보는 눈동자가 되레 문제라도 있는 거냐고 묻는 듯했다.

지훈이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니 바라보자, 유건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냥 사표 쓸 생각 하고 닥치라고 해야 했나.’

뒤늦은 후회가 밀려왔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기에, 지훈은 결국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고개를 돌렸다.

“장 비서님 뭐 먹고 싶은 거 없으면 내가 먹고 싶은 거 먹어도 돼요? 그게 더 낫죠? 메뉴 고민할 필요 없잖아요. 가요! 내가 전부터 찜해놓은 식당 있어요.”

어느새 제 팔을 잡고 끌고 가듯 앞장서는 유건을 보며, 지훈은 깊은 한숨을 푹 내뱉었다.

* * *

유건이 끌고 온 곳은 회사 근처에 있는 한 레스토랑이었다.

굳이 입맛이 없다는 지훈을 앞에 앉힌 뒤,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시키고 지훈을 위한 샐러드까지 주문을 마쳤다.

금방 준비된 식사가 차례로 나오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음식들을 핸드폰으로 정성스럽게 촬영을 마치고 나서야 두 사람의 식사가 시작됐다.

“근무만 아니면 와인도 하나 시켰을 텐데. 아쉽다, 그쵸?”

“네.”

“근데 장 비서님은 정말 샐러드 하나로 되겠어요? 이따가 배고플 텐데.”

“네.”

“장 비서님은 참 시크하네요.”

“네.”

“그래서 형 곁에 오래 있는 건가? 쓸데없는 말을 안 해서?”

유건의 말에 샐러드를 집던 포크가 뚝 멈췄다.

지훈은 눈을 몇 번 깜빡이다가, 다시 샐러드를 집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답했다.

“제가 남아 있는 거죠.”

덤덤한 목소리에 유건은 작게 호응하더니 이내 미소를 지었다.

“형이랑 친구라면서요?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다고 하던데.”

“네.”

지훈이 샐러드를 집어 먹으며 덤덤하게 답했다.

유건은 그런 그를 신기한 듯 바라보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

“별로 놀라지도 않네요? 내가 그 정도는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아는 만큼, 도련님은 그것보다 더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훈이 포크를 내려놓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건은 그런 그를 보며 조금 놀란 표정을 짓더니, 작게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회장님이 말씀하신 대로네. 장 비서님 보통이 아니야.”

“칭찬 감사합니다.”

“푸핫! 와, 진짜 형이랑 다르게 유머까지 있으시네. 이러니 여자들이 껌뻑 죽어 나가지.”

재미있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지훈은 물과 함께 속마음도 같이 삼켰다. 역시 재벌들이란 하나같이 다 괴팍하기 그지없다.

“장 비서님도 나 좀 도와주면 안 돼요? 나 이 회사에서 의지할 사람이 필요한데, 형은 뭐가 바쁜지 매일 보이지도 않지. 회장님은 하나하나 다 확인하시지. 나 진짜 죽어요~”

마치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던 유건이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아, 그건 형을 배신하는 거라 안 되려나?”

조심스럽게 묻는 표정과 다르게 말투는 거침이 없었다. 

지금 자신이 무슨 의미로 이 말을 하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지훈은 시선을 돌려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

울상을 지으며 최대한 불쌍한 사람처럼 보이려 했으나, 눈빛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그런 면에서는 아직 형보다 못하는군.

시선을 돌린 그가 작게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저는 강태건 본부장에게 우정이나 의리, 그런 마음 없습니다. 제가 강태건 본부장 밑에서 일하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돈을 많이 주니까요.”

지훈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건은 유심히 그의 얼굴을 보더니 턱을 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돈 더 준다고 하면 나랑 일할래요?”

* * *

한편 태건은 밖의 상황은 전혀 알지 못한 채 업무가 한창이었다. 그의 옆에는 아직도 산처럼 쌓인 서류 더미들이 수두룩했고, 여직원이 가져다준 샌드위치는 그 옆에서 방치되어 있었다.

끝내도 끝내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태건은 별다른 말 없이 묵묵히 업무를 이어갔다. 

그렇게 한참을 서류에 집중하고 있을 때, 그의 핸드폰이 짧게 울렸다.

[오늘 약속이 있어요. 늦을 수도 있어서 미리 연락 남겨요.]

채원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그가 곧바로 타자를 두드렸다.

[누구랑?]

곧바로 보낸 답장이었지만 채원에게서 오는 답장은 시간이 걸렸다.

아마도 고민하고 있는 것이겠지. 태건은 안경을 벗어두며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사실 채원이 오늘 약속이 생긴 것도, 누구를 어디서 만날지도 그는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채원의 핸드폰을 새로 구매한 뒤 사전에 섭외한 사람을 시켜 그녀의 핸드폰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했기에 그녀가 누구와 어떤 연락을 주고받는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태건은 다 볼 수 있었다.

윤채원은 하나도 모르겠지만, 그러니 사실대로 말해도 될지 아닐지 고민하고 있겠지만, 태건은 계속 모른척하며 그녀의 답장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녀의 답장이 도착했다.

[오랜만에 어머니랑 만나기로 했어요.]

채원의 답장에 태건은 조용히 핸드폰을 바라봤다. 간결하고 정갈한 답장은 채원의 성격이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말없이 답장을 바라보던 태건이 깊은숨을 내뱉었다. 핸드폰을 내려놓은 그가 두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윤채원은 정말, 늘 한결같구나.’

깊은 한숨을 내뱉으며 얼굴을 쓸어내린 그가, 이내 다시 핸드폰을 들고 답장을 보냈다.

[알겠어.]

짧은 답장을 끝으로 더 이상의 대화는 없었다.

그 뒤로 그의 핸드폰은 울리지 않았지만, 태건은 옆에 서류 더미를 쌓아두고 한참을 대화가 끊긴 메시지창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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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없는 오전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점심을 향해 가고 있었다.“그래서 관련 미팅은 모레 오후 2시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 점심은 어떻게 하실까요?”업무 브리핑을 마무리하고 시간을 확인한 지훈이 태건을 보며 물었다.그제야 시간을 확인한 태건은 잠시 고민하다 그를 바라봤다.“간단하게 먹죠. 별로 입맛이 없네요.”태건의 대답에 지훈은 짧은 시간 동안 머리를 굴려 주변 식당을 생각했다. “그러면 근처에 샌드위치 가게가 새로 생겼는데, 샌드위치로 준비할까요?”“네, 좋네요. 장 비서님은 나가서 식사하고 오세요.”무심하게 말하고 태건의 시선은 다시 서류로 향했다.지훈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이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일이 늘어났다고 해도 굳이 식사까지 대충 챙기면서 몰두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이내 깊게 관여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지훈이 본부장실을 나오자, 앞에 있던 여직원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식사하러 가시나요?”그녀가 아까부터 쳐다보던 거울을 몰래 옆으로 슬쩍 치우며 물었다.“네. 식사 안 하십니까?”“아, 저는 도시락이요. 늘 챙겨 오거든요.”“아아, 네에.”별로 궁금하진 않았는지 대답하는 목소리에 성의는 없었지만, 여직원은 수줍게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본부장님이랑 같이 안 하시나요?”“본부장님은 샌드위치만 드시겠다고 해서요. 그거 챙기고 나서 밥 먹어야죠.”“그럼 제가 갔다 올까요?”여직원의 말에 지훈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말은 없었지만 그녀를 보는 표정에 괜찮겠냐는 말이 묻어 있었다.“뭐, 그래 주면 나야 고마운데…….”굳이? 지훈이 조금 떨떠름한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여직원은 개의치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제가 다녀올게요. 장 비서님 요즘에 밥도 잘 못 챙겨 드셨잖아요.”“……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주문은 제가 해놓을게요.”“네! 맡겨만 주세요!”여직원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지훈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발

  • 떠나려는 그대를 위해   13화. 균열(1)

    “흠흠~ 안녕하세요! 좋은 오후네요~”콧노래와 함께 웃음기 가득한 유건의 목소리가 복도를 타고 울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여직원은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수많은 소문을 안고 대건그룹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2주. 그 2주 동안 유건은 이틀에 한 번은 꼭 전략기획실을 찾았다.그의 목적은 딱 하나였다. 전략기획본부장 강태건을 만나겠다는 것. 하지만 귀신같이 유건이 찾아올 때면 꼭 태건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미팅이 있거나 외근이 있거나, 혹은 중요한 손님을 맞이하고 있거나.그렇게 매번 빈손으로 돌아갔음에도, 유건은 포기할 줄을 몰랐다.“안녕하세요~”오늘도 역시나 싱글벙글 웃으며 들어오는 유건에 여직원은 사회생활용 미소를 장착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안녕하세요. 오늘도 본부장님 만나러 오셨을까요?”“네! 오늘은 안에 있을까요?”유건이 굳게 닫힌 문을 가리키며 물었다. 오늘은 제발 열리길 바라는 그의 기대와 다르게 여직원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뇨. 안 계십니다.”“에엥? 아니, 이 사람은 맨날 일 안 하고 어딜 그렇게 다녀요?”여직원의 말에 유건이 잔뜩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그러는 너야말로 일은 안 하고 왜 이렇게 돌아다니냐고 묻고 싶었지만, 여직원은 애써 미소만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글쎄요. 보통 저한테는 어디 간다고 말씀을 잘 안 해주셔서요.”“맨날 장 비서님한테만 얘기하죠? 에휴, 장 비서님도 피곤하겠다.”유건의 말에 여직원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는 동감이었다.“아아, 오늘은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뭐 다른 말도 없었어요? 진짜 하나도?”유건의 물음에 여직원이 고개를 저었지만, 그의 눈빛은 끈질겼다. 무슨 대답이라도 꼭 듣고 가겠다는 확고한 고집이 담긴 눈이 그녀를 계속 바라봤다.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결국 먼저 백기를 든 것은 여직원이었다. 계속 이렇게 상대하고 있어봤자 더 힘든 건 본인 쪽이었다.“장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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