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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균열(4)

Author: 유소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5 13:35:50

“실례합니다.”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두 사람 사이를 가르며 흘러들었다.

채원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 태건 씨?”

채원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홀린 듯 태건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부름에 태건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아, 아니……. 여긴 어떻게…….”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채원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백재연 역시 예상하지 못한 방문객에 미간을 미세하게 좁혔다.

“강 본부장.”

금방 표정을 바꾼 재연이 온화한 얼굴로 그를 불렀다.

태건은 능청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그녀를 보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장모님. 또 뵙네요.”

“그러게. 또 보네.”

백재연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말투에 채원의 어깨가 움찔거렸지만, 태건은 오히려 여유롭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유롭게 채원의 등받이에 손을 올린 그가 그녀가 잘라 두었던 스테이크를 포크로 집어 입에 넣었다.

초대받지 않은 자리에 불쑥 나타나서, 일어선 상태로, 타인이 쓰던 포크로 음식을 먹는다니.

난생처음 보는 모습에 채원은 태건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와 달리 태건은 마치 음미라도 하듯 천천히 고기를 씹더니, 이내 꿀꺽 삼키며 감탄을 내뱉었다.

“와, 이렇게 맛있는 거 사주시는 거면 저도 불러주시지.”

“…….”

“저한테는 커피 한 잔 안 주시더니. 저 이러면 조금 서운해집니다.”

능청스럽게 말하던 태건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던 와인까지 한 모금 들이켰다.

도무지 제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채원은 벙찐 얼굴로 태건을 바라봤다. 혹시 드디어 정말로 미친 건가?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백재연이 낮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강 본부장.”

“네, 장모님.”

“여긴 어떻게 알고 왔습니까?”

입꼬리는 부드럽게 올라가 있었지만 그 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한 태건은 더 능청스럽게 웃으며 그녀와 마주했다.

“아내가 있는 곳에 남편이 온 게 이상한가요?”

태건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 대답에 백재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태건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백재연의 시선이 날카로워질수록 태건은 더 태연한 듯 굴었다. 이미 모든 상황을 다 파악했기에 나오는 능청스러움이 백재연의 신경을 더 긁었다.

백재연은 태건을 노려보다 시선을 거두며 와인잔을 들었다. 와인 한 모금과 함께 감정을 제어한 그녀가 다시 부드럽게 웃으며 태건을 바라봤다.

“그렇네. 이상할 건 없지.”

“그쵸?”

태연한 목소리에 백재연이 짧게 웃었다.

“하지만 모든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는 법이지.”

“…….”

그녀가 잔을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모녀끼리 다정한 시간을 보내려던 참이라 말이야.”

의미심장한 시선이 태건을 향했다.

“강태건 본부장, 사랑받는 사위가 되고 싶다면서?”

사랑받는 사위? 백재연의 단어에 채원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태건을 바라봤다. 

그가 그런 단어를 썼다는 것도 믿기지 않지만, 애초에 강태건과 사랑받는 사위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그렇다면 더더욱 눈치라는 걸 챙겨야 하지 않을까? 이런 자리는 알아서 피해주고.”

백재연이 부드럽게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깍지를 꼈다.

순간 무거운 공기가 테이블에 내려앉았다.

채원은 백재연의 눈치를 살피다가 태건을 바라봤다. 눈치가 없는 것도 아니고 눈치 빠른 사람이 좋을 게 뭐가 있다고 백재연과 기싸움을 하려고 하는 건지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제 제발 가라고 속삭이려던 그때, 태건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렇구나.”

곤란한 얼굴로 탄식을 내뱉던 그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미안한 웃음을 지었다.

“저도 사랑받는 사위가 되고 싶기는 한데……. 그래도 안 되겠습니다.”

태건의 거절에 백재연의 미소가 조금 굳었다.

“아무리 장모님이라고 해도.”

“…….”

“제 아내는 못 드립니다.”

태건이 채원의 어깨에 손을 올리더니 제 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순간 채원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지금 태건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할 수 없으니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백재연 역시 티는 안 났지만 당황한 건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태건은 곧바로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낮게 탄식했다.

“아, 이런. 큰일이네요. 제가 서프라이즈로 예약해 둔 곳이 있는데 시간이 다 돼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태건은 곧바로 채원의 손목을 붙잡았다.

얼떨결에 손에 이끌려 자리에서 일어난 채원이 떨떠름한 얼굴로 태건을 바라봤다.

“죄송합니다 장모님. 오늘 저희 기념일이라서요.”

기념일? 채원이 커진 눈망울을 깜빡거리며 그를 바라봤다.

백재연과 강태건. 두 사람 사이에 짧은 침묵이 흘렀다. 태건은 그녀가 무어라 대답도 하기 전에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희는 이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태건은 채원을 이끌고 몸을 돌렸다. 우왕좌왕하는 그녀를 데리고 레스토랑을 나서는 그의 얼굴엔 어느새 미소가 사라졌다.

소란스럽던 분위기가 다시 조용해지고, 백재연은 조용히 두 사람이 나간 자리를 바라봤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유리창 너머 대기 중인 검은 세단으로 향했다. 레스토랑을 나간 두 사람이 차에 타고 멀어질 때까지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지 않았다. 백재연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다가 천천히 와인을 한 모금 들이켰다.

차가운 와인이 목을 타고 넘어가고, 입안에 남은 쌉싸름한 맛을 곱씹던 그녀가 작게 헛웃음을 내뱉었다.

“하!”

그녀의 작은 웃음에 뒤에서 지켜보던 남 비서가 그녀의 뒤로 다가왔다.

“일단 차량은 붙였습니다. 계속 따라갈까요?”

남 비서의 말에 백재연은 짧게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됐어. 어차피 집 주소도 다 아는데. 시간 낭비하지 말고 차 돌리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남 비서가 곧바로 미행 중인 차에 전화를 걸었다.

“강태건 생각보다 보통 아니네. 그냥 머리만 큰 애송이인 줄 알았는데.”

태건의 모습을 떠올리며 중얼거리던 백재연이 헛웃음을 내뱉었다. 비록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뒤통수를 맞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런 일에 흔들릴 그녀가 아니었다.

“남 비서.”

백재연의 부름에 마침 통화를 끝낸 남 비서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네, 이사장님.”

“조금 천천히 하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준비 시작하지.”

백재연의 말에 남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그를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난 백재연은 시선을 내려 태건이 사용했던 채원의 포크를 바라봤다.

“…… 더럽게, 쯧.”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찬 그녀가 차갑게 시선을 돌렸다.

* * *

레스토랑을 빠져나온 검은 세단이 도로 위를 질주했다.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는 가로등과 도로 위의 불빛들을 보며, 채원은 그제야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백재연과의 약속 자리에서, 그녀의 허락도 없이, 명령을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 먼저 일어났다. 지금껏 살면서 단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감히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강태건이라는 변수 하나로 지금껏 없던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은 알 수 없는 희열감과 동시에 걷잡을 수 없는 불안감과 공포를 불러왔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에 채원은 손톱 주변을 계속 뜯었다.

옆에서 운전하던 태건은 그 모습을 흘깃 바라보고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다 피 나겠는데.”

잔잔한 목소리에 채원의 손짓이 멈췄다. 대신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뒤늦은 원망과 질문이 태건을 향했다.

그는 시선을 앞에 고정한 채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지금 몰라서 묻는 거 아니잖아요.”

채원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높아졌다.

태건은 방향지시등을 켜며 차선을 바꿨다.

“뭘. 밥 먹는 데 끼어든 거?”

“끼어든 정도가 아니잖아요!”

순식간에 언성이 높아졌다.

태건은 무심한 눈으로 흘깃 그녀를 한 번 보고는 다시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태연함이 억눌러 두었던 감정을 더 요동치게 했다.

“갑자기 나타나서 대화도 방해하고! 말도 안 되는 소리나 하고! 기념일이니 뭐니 전부 거짓말까지 하면서 사람을 억지로 끌고 나오고!”

“끌고 나왔다기엔 알아서 잘 걸어 나오던데.”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격양된 목소리에 태건의 입가에 피식, 작은 미소가 번졌다.

“지금 그래서 화가 난 거야? 엄마랑 얘기하고 있는데 끼어들었다고? 윤채원이 그렇게까지 엄마를 좋아하는 줄은 몰랐는데.”

“그게 아니라……!”

태건의 말에 곧바로 반박하려던 입이 멈칫했다.

그런 감정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란 걸, 어떻게 사실대로 말할 수 있을까. 잠시 주춤하던 그녀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어갔다.

“도대체 요즘 왜 그러는 거예요? 회장님 앞에서는 임신이라고 거짓말하더니 오늘은 기념일이라고 하고.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뭐예요?”

“이유? 회장님도 마음에 안 들고, 장모님도 마음에 안 들어서?”

“…… 진짜로 미치기라도 한 거예요?”

꽤 진지한 얼굴로 묻는 채원에 태건이 웃음을 터뜨렸다.

갑자기 웃음을 터트리는 그에 채원은 심각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진짜로 이 인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윤채원은 정말…… 한결같아.”

“은근슬쩍 말 돌리지 말고요. 이러는 이유가 뭐냐니까요?”

답답한 듯 되묻는 채원에 태건은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생각해 봤어. 윤채원이 나한테 이혼을 요구하는 이유.”

“…….”

“5년. 그래, 5년이면 충분하긴 했어. 비즈니스적인 이유로 만나서 급하게 한 것 치고는 별 탈도 없었고. 네 말대로 사람들은 네 이름만 잘 알고 있을 뿐, 너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고. 그 생각을 하니까 네가 말한 이유가 납득이 안 되더라고. 내가 아는 윤채원은 자기 이름을 알리고 싶어서 환장한 애도 아니고, 오히려 눈에 띄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애인데. 그러면 이 결혼 생활이 그렇게 나쁘지도 않을 텐데, 싶더라고.”

“…….”

“그래서 단순하게 생각해 봤지. 이 결혼이 윤채원한테는 지옥 같은가?”

채원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굳이 속마음을 말하자면 태건의 결혼 생활에 불만이 있지 않았다. 애초에 아무 감정도 없다고 하는 게 맞았다. 지옥에 비교하자면 ‘그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게 더 지옥에 가까웠다.

하지만 채원은 이런 마음을 말할 수 없었다. 

태건은 조금 전과 달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채원을 흘깃 바라봤다. 

채원은 입을 꾹 닫았지만, 태건은 개의치 않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윤채원은 잘 모르겠지만 어차피 어떤 남자든 다 똑같거든. 결혼 생활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마침 신호가 바뀌면서 차가 멈춰 섰다.

채원은 앞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태건을 바라봤다. 그는 어느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태건은 잠시 말을 아끼고 조용히 채원을 바라봤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던 태건이 이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똑같은 지옥이면, 그냥 내 옆에 있어.”

나지막한 목소리에 채원의 두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태건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이다, 결국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내가 어떤 지옥 속에 있는지, 너는 모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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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없는 오전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점심을 향해 가고 있었다.“그래서 관련 미팅은 모레 오후 2시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 점심은 어떻게 하실까요?”업무 브리핑을 마무리하고 시간을 확인한 지훈이 태건을 보며 물었다.그제야 시간을 확인한 태건은 잠시 고민하다 그를 바라봤다.“간단하게 먹죠. 별로 입맛이 없네요.”태건의 대답에 지훈은 짧은 시간 동안 머리를 굴려 주변 식당을 생각했다. “그러면 근처에 샌드위치 가게가 새로 생겼는데, 샌드위치로 준비할까요?”“네, 좋네요. 장 비서님은 나가서 식사하고 오세요.”무심하게 말하고 태건의 시선은 다시 서류로 향했다.지훈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 이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일이 늘어났다고 해도 굳이 식사까지 대충 챙기면서 몰두할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이내 깊게 관여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지훈이 본부장실을 나오자, 앞에 있던 여직원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식사하러 가시나요?”그녀가 아까부터 쳐다보던 거울을 몰래 옆으로 슬쩍 치우며 물었다.“네. 식사 안 하십니까?”“아, 저는 도시락이요. 늘 챙겨 오거든요.”“아아, 네에.”별로 궁금하진 않았는지 대답하는 목소리에 성의는 없었지만, 여직원은 수줍게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본부장님이랑 같이 안 하시나요?”“본부장님은 샌드위치만 드시겠다고 해서요. 그거 챙기고 나서 밥 먹어야죠.”“그럼 제가 갔다 올까요?”여직원의 말에 지훈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말은 없었지만 그녀를 보는 표정에 괜찮겠냐는 말이 묻어 있었다.“뭐, 그래 주면 나야 고마운데…….”굳이? 지훈이 조금 떨떠름한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하지만 여직원은 개의치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제가 다녀올게요. 장 비서님 요즘에 밥도 잘 못 챙겨 드셨잖아요.”“……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주문은 제가 해놓을게요.”“네! 맡겨만 주세요!”여직원이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지훈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발

  • 떠나려는 그대를 위해   13화. 균열(1)

    “흠흠~ 안녕하세요! 좋은 오후네요~”콧노래와 함께 웃음기 가득한 유건의 목소리가 복도를 타고 울렸다. 오늘도 어김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여직원은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수많은 소문을 안고 대건그룹에 들어온 지도 어느덧 2주. 그 2주 동안 유건은 이틀에 한 번은 꼭 전략기획실을 찾았다.그의 목적은 딱 하나였다. 전략기획본부장 강태건을 만나겠다는 것. 하지만 귀신같이 유건이 찾아올 때면 꼭 태건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미팅이 있거나 외근이 있거나, 혹은 중요한 손님을 맞이하고 있거나.그렇게 매번 빈손으로 돌아갔음에도, 유건은 포기할 줄을 몰랐다.“안녕하세요~”오늘도 역시나 싱글벙글 웃으며 들어오는 유건에 여직원은 사회생활용 미소를 장착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안녕하세요. 오늘도 본부장님 만나러 오셨을까요?”“네! 오늘은 안에 있을까요?”유건이 굳게 닫힌 문을 가리키며 물었다. 오늘은 제발 열리길 바라는 그의 기대와 다르게 여직원은 작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뇨. 안 계십니다.”“에엥? 아니, 이 사람은 맨날 일 안 하고 어딜 그렇게 다녀요?”여직원의 말에 유건이 잔뜩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그러는 너야말로 일은 안 하고 왜 이렇게 돌아다니냐고 묻고 싶었지만, 여직원은 애써 미소만 지으며 어깨를 으쓱였다.“글쎄요. 보통 저한테는 어디 간다고 말씀을 잘 안 해주셔서요.”“맨날 장 비서님한테만 얘기하죠? 에휴, 장 비서님도 피곤하겠다.”유건의 말에 여직원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에는 동감이었다.“아아, 오늘은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뭐 다른 말도 없었어요? 진짜 하나도?”유건의 물음에 여직원이 고개를 저었지만, 그의 눈빛은 끈질겼다. 무슨 대답이라도 꼭 듣고 가겠다는 확고한 고집이 담긴 눈이 그녀를 계속 바라봤다.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절대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결국 먼저 백기를 든 것은 여직원이었다. 계속 이렇게 상대하고 있어봤자 더 힘든 건 본인 쪽이었다.“장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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