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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동운
30분 후 박효섭이 아파트 단지 입구에 서 있었다.

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았고 공기 속에 뿌연 안개가 가득했다. 건물에 붙은 네온사인이 짙은 안개 속에서 희미하게 깜빡였다.

갑자기 날카로운 경적 소리가 박효섭의 주의를 끌었다. 조금 전까지 사람 냄새가 나던 단지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토끼 머리 로고가 새겨진 대형 버스가 안개를 뚫고 박효섭의 앞에 멈췄다.

쉬익.

문이 거칠게 열린 동시에 박효섭이 화들짝 놀랐다.

박효섭은 침을 꿀꺽 삼키고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다음 과도를 꽉 쥔 채 조심스럽게 버스에 올랐다.

운전기사가 색이 바랜 옷을 입고 있었고 얼굴에 금속 마스크를 써서 이목구비가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뒤에 있던 문이 쾅 닫혔다.

박효섭은 재빨리 안을 훑어보았다. 그를 포함해 도합 다섯 명이었다.

그중 양복 차림의 남자가 안경을 고쳐 쓰며 점잖게 웃었다.

“그쪽도 서바이벌은 처음인가 봐요? 얼른 와서 앉아요. 버스가 엄청 빠르게 달리더라고요.”

박효섭은 얼른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인사한 뒤 서둘러 맨 뒷자리로 갔다.

곧 버스가 출발했다.

그는 그제야 앞에 앉은 네 명의 승객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었다.

점잖아 보이는 양복 차림의 남자. 조금 전 탈출 서바이벌이 처음이냐고 묻던 그 사람이었다.

겁에 질린 표정의 후드티 차림의 남자. 30대 정도 돼 보였고 오랫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잔 듯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새까맣게 내려앉아 있었다. 몸에서 달콤한 사탕 냄새가 났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예쁜 여자.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있었는데 중도 오염 구역 사람이라면 꿈도 못 꿀 명품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일곱, 여덟 살쯤 되는 아이. 반팔에 책가방을 메고 이어폰을 낀 채 게임기로 신나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겉보기엔 모두 평범해 보였다. 하지만 박효섭은 한시도 경계를 풀 수 없었다.

지금 사회에서 법은 이미 힘을 잃은 지 오래였다.

거주하는 오염 구역의 등급에 따라 복지, 신분, 배경이 천지 차이였고 올라갈 방법은 애초에 없었다.

모두 앞뒤가 다른 태도에 익숙해졌다. 그런 생활에 익숙해지지 못한 사람은 이미 죽었거나 미쳤거나 아니면 무너지기 직전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테스트에 기꺼이 참여하는 사람들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콜록... 콜록...”

박효섭이 격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

화장을 고치던 여자가 가장 먼저 미간을 찌푸리더니 화장 거울로 입과 코를 가렸다.

“이미 방사능 병에 걸린 거 아니야? 멀리 떨어져. 나한테 옮기면 어쩌려고.”

후드티 남자도 말없이 모자의 끈을 바짝 조였다. 박효섭과 엮이고 싶지 않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게임을 하던 아이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어쩌면 아예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반면 양복 남자는 한없이 다정했다.

“혹시 방사능 폐병이에요?”

박효섭이 흠칫 놀랐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정말 잘 만났네요.”

양복 남자가 다정하게 웃으며 가방에서 약병 하나를 꺼냈다.

“저 의사거든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늘 약을 가지고 다녀요.”

그러면서 약 한 알을 박효섭에게 건넸다.

박효섭이 입을 열기 전에 화장하던 여자가 비웃으면서 비아냥거렸다.

“폐병 환자한테 그 귀한 약을 왜 줘요? 괜히 낭비만 하게. 그러니까 평생 중도 오염 구역에서만 썩어가지. 저 사람의 아비 어미도 보잘것없는 인간들일걸요?”

박효섭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평소 성격이 워낙 온순해서 잘 참았지만 기이 사건으로 희생된 부모님을 모욕하는 말만큼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놓고 조롱했다.

“명품 옷을 입은 걸 보면 경도 오염 구역의 부잣집 아가씨 같네요. 그런데 아까 버스에 올라탈 때 봤더니 손에 굳은살이 엄청 많더라고요. 그건 평소에 꽤 힘든 육체노동을 많이 한다는 뜻이거든요.”

“진짜 돈 많은 사람은 육체노동을 하지 않아요. 다시 말해 그쪽도 사는 게 쉽지만은 않다는 뜻이죠. 우리랑 별반 다를 바 없는 처지면서 화장을 진하게 하고 명품을 입다니. 향상심을 대체 어디에다 쓰는지 궁금하네요.”

아픈 데를 정확히 찔린 듯 여자의 표정이 잔뜩 일그러졌다.

“이 자식이 감히 말대꾸를 해? 너...”

그때 버스 안에서 갑자기 차가운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리얼 탈출 서바이벌 클럽의 전용 차량이 곧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목적지는 해윤중학교이고 요구는 교내 지도교사로서 중학생 한 명을 선정해 배양하는 것입니다. 선정된 학생이 일주일 내에 교장 선생님에게서 졸업증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회원 및 인턴 회원 여러분, 준비해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줄곧 잔뜩 겁먹고 떨던 후드티 남자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해윤중학교! 오늘 아침에 방송에 나왔던 그 학교 아니에요? 거기 선생님들이 계속 자해하고 자살한다고 했어요. 이미 기이 금지 구역이 됐고 사람이 들어가면 안 되는 곳이에요. 난... 거기 가기 싫어요. 안 가요.”

패닉에 빠진 후드티 남자가 문 쪽으로 달려가더니 미친 듯이 버스 문을 두드렸다.

찌지직.

바로 그때 전기 스파크 같은 소리가 났다.

후드티 남자가 비명을 지르면서 왼손을 움켜쥐고 비틀비틀 주저앉았다. 자세히 보니 손등의 피부가 타들어 가고 있었다.

양복 남자가 황급히 가방에서 붕대를 꺼내 상처를 감아 주었다.

박효섭은 문득 장지숙의 진료실에서 들었던 그 방송이 떠올랐다.

‘리얼 탈출 서바이벌 클럽... 혹시 이 탈출 서바이벌이 현실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기이 사건 현장에서 진행되나?’

정신을 차린 박효섭은 남자가 준 약을 받아 들고 삼키는 척했다가 재빨리 소매 속에 숨겼다.

...

잠시 후 클럽 버스가 갑자기 급정거했다. 그 바람에 안에 있던 승객들 모두 휘청거렸다.

창밖을 내다보니 짙은 안개가 어느새 다 걷혔다.

게임을 하던 아이가 제일 먼저 게임기를 챙겨 넣고 내렸다. 내릴 때 박효섭을 빤히 쳐다보았다.

박효섭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네 명이 다 내린 뒤에 마지막으로 내렸다.

버스 문이 쾅 닫혔고 순식간에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눈앞에 펼쳐진 건 규모가 어마어마하고 화려하게 꾸며진 해윤중학교였다.

옆에 있던 양복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15년 전에 방사능 변이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해윤중학교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학교였대요. 후에 중도 오염 구역이 되면서 점점 쇠퇴해졌고요.”

말없이 주위를 살피던 박효섭은 마음속에 의문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나라에서 봉쇄한 기이 금지 구역인데 이 클럽은 어떻게 대형 버스를 타고 이렇게 당당하게 들어올 수 있는 거지?’

눈앞의 스테인리스 대문에 이미 녹슨 간판이 붙어 있었고 거미줄에 죽은 벌레들의 빈껍데기가 잔뜩 붙어 있었다.

더 기이한 건 분명 학교 정문 앞에 서 있는데도 안쪽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칠흑처럼 어둡다는 것이었다.

탁... 탁...

바로 그때 하이힐 소리가 갑자기 들려오더니 복고풍 차림의 중년 여자가 다가왔다.

“신입 지도교사 여러분, 어서 오세요. 저는 해원중학교의 교감입니다. 들어오세요.”

말이 끝나자마자 망가진 대문이 덜컹거리며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효섭은 무심코 옆에 있는 경비실을 힐끔 쳐다봤다. 경비실 안에 누군가 있는 듯했다. 그런데 그 사람의 고개가 이상하게 비틀려 있었다.

다섯 명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가 말없이 눈빛을 주고받은 뒤 천천히 학교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 순간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고 모두 의식을 잃었다.

...

[인턴 회원 데이터 템플릿 로딩 중... 로딩 완료.]

알림음 소리에 박효섭이 눈을 번쩍 떴다.

주위를 둘러보니 동행했던 사람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사방은 여전히 시커먼 어둠이었다.

[회원 이름 박효섭.]

[생명력 100. 100은 초기 수치이고 생명력이 50 이하로 떨어지면 피로 모드에 진입, 0이 되면 사망합니다.]

[종합 전투력 5. 체중 150kg의 사람이 혼자서도 당신을 쉽게 죽일 수 있습니다.]

박효섭이 이마를 짚었다.

‘평소 운동이라고는 거의 하지 않고 야근에 찌들어 사는 삼류 만화가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투력 5는 너무한 거 아니야?’

왠지 모욕당한 느낌이 들었다.

[지능 90. 공포 만화를 그리다 보니 뇌가 단련됐나 봐요. 의외로 똑똑하시군요.]

[친화력 20. 평균 수치 5.]

[항상 밝고 낙관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사람을 해칠 것 같지 않은 당신은 다른 사람의 신뢰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붕괴율 0%]

[특별 경고. 붕괴율 50% 초과 시 뇌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90% 초과 시 서바이벌 속에서 기이 생물체로 변이할 수 있고 붕괴율이 높아질수록 그 확률이 상승합니다.]

[시스템 설명 종료.]

[시스템에 알 수 없는 버그 발생. 재시작 중.]

삐... 삐...

경고음 같은 소리에 박효섭은 본능적으로 목을 움츠리며 중얼거렸다.

“시스템이 폭발한 거 아니야?”

[시스템이 버그를 수정했습니다. 박효섭 인턴 회원님, 적립되지 않은 포인트를 미리 사용하여 천부적인 재능을 선택하시겠습니까?]

그 소리에 박효섭이 멈칫했다.

‘미리 사용? 천부적인 재능?’

[매 테스트를 통과 시 클럽에서 해당 포인트를 지급합니다. 포인트가 0이 되지 않는 한 테스트에 실패해도 많은 포인트를 지불하면 벌칙을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미리 사용 가능한 포인트 10점.]

[사용 가능 횟수 2회.]

박효섭은 그제야 이해했다. 이건 대출이나 다름없었다.

보통 회원들은 테스트를 통과해 포인트를 모은 뒤에 천부적인 재능을 뽑을 수 있지만 박효섭은 시스템 버그 때문에 앞당겨 뽑을 수 있는 것이었다.

“지금 상황을 보면 포인트를 빌려서라도 천부적인 재능을 뽑는 게 테스트 통과 확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시스템, 테스트에 성공하면 보통 몇 포인트 줘?”

[기본 포인트는 3점이고 스페셜 퀘스트를 완성하면 통과 후 추가로 적립할 수 있습니다.]

“그럼 실패했을 때 벌칙 대신 포인트로 면제받으려면 얼마나 내야 해?”

[30포인트를 내야 합니다.]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박효섭 인턴 회원님, 포인트를 사용하시겠습니까?]

박효섭이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이번 테스트를 통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스페셜 퀘스트까지 완성해서 최소 7포인트 이상을 추가로 받아야 통과 후에도 포인트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는다.

테스트 한 번으로 30포인트를 모으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쉬웠더라면 실패 시 죽음이라는 벌칙이 별로 의미가 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어. 지금 이 꼴로 시도해보지도 않으면 살아남을 확률이 거의 없어.’

“시스템, 두 번 뽑아.”

띵.

[지금부터 천부적인 재능을 뽑겠습니다.]

[첫 번째 천부적인 재능. 목숨처럼 중요한 재물. 병에 시달리는 당신은 돈에 대한 욕심이 무시무시합니다. 재능 사용 시 주변 3m 내 가치 있는 물건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천부적인 재능. 심리 초상화. 사람이나 기이 생물체를 간단한 스케치로 그려낼 수 있습니다. 동일 대상은 한 번만 가능합니다.]

[지금부터 테스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기계음이 뚝 끊기더니 사방을 뒤덮던 어둠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눈앞에 펼쳐진 건 학교 운동장이었다.

바로 그때 눈이 부신 빛에 박효섭은 순간 멍해졌다.

‘저건... 태양?’

15년 전에 태양이 사라졌고 그 대신 핏빛 달이 자리 잡았다. 사라졌던 태양이 다시 나타났다.

박효섭의 눈에 이상한 점들이 점점 더 많이 들어왔다. 학교 건물 전체가 새것처럼 깨끗하고 반짝거리는 것이었다.

이건 중도 오염 구역이자 기이 생물체에게 저주받은 구역의 모습이 아니었다.

자신을 교감이라 소개한 중년 여자를 보던 박효섭은 마침내 무엇이 이상한지 깨달았다.

해윤학교에 기이 사건이 발생했다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이 구역은 반드시 봉쇄되어야 했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린 곳과 이곳의 환경은 그야말로 천지 차이였다. 밖은 폐허였고 안은 새것이었다.

갑자기 A4 용지에 인쇄된 서류가 앞에 나타났다.

박효섭은 무의식적으로 서류를 받고 내용을 살폈다. 맨 위의 붉은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

[2043년.]

‘2043년?’

박효섭의 표정이 급변했다.

‘15년 전이면 방사능 변이가 전 세계에 퍼지기 시작한 그 해잖아.’

이곳이 바로 15년 전의 해윤학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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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얼 탈출 서바이벌 클럽   제36화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옆에 있는 옷장에서 보기 좋은 옷들을 꺼내 들었다.“주빈아, 오늘 저녁에 엄마랑 파티에 참석하자. 명심해. 꼭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해. 말없이 가만히 있지 말고 귀엽게 굴어야 해. 오늘 만날 손님들은 아주 중요한 분들이니까 엄마, 아빠 망신시키지 마. 알겠지?”여자는 그렇게 말한 뒤 몸을 돌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의 주빈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너 혹시 또 아빠 화나게 한 거니? 울지 마. 눈 부으면 저녁에 손님들을 어떻게 보려고 그래?”장윤희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러나 여자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됐어요. 누가 설명해 달래요? 쓸모없긴.”여자는 주빈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며칠 뒤면 네 입학 절차를 밟을 거야. 그때까지 배워야 할 게 많아. 우리 양씨 가문의 아이로서 고작 그런 일로 울다니, 창피하지도 않니? 겨우 그림 하나 가지고 유난이야...”경멸 어린 말들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마음에 상처를 냈다.옆에 있던 장윤희조차 그 말을 듣고 괴로워했는데 정작 주빈은 오히려 울음을 그쳤다.그는 그저 한쪽에 웅크린 채 미세하게 떨리는 몸으로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날 선 말들을 묵묵히 견딜 뿐이었다....해윤에서도 주빈의 입학을 상당히 중요시했다.심리 초상화를 통해 박효섭은 교장 장운석을 보게 되었다. 겉보기엔 꽤 젊어 보이는 인물이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교감 최수민이 서 있었다.장운석은 웃으며 양선규에게 인사했다.“양선규 씨, 오랜만입니다.”옆에 있던 최수민도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이전에 진행된 실험에도 큰 도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양선규는 손을 휘저으며 다소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제 요구는 하나뿐이에요. 제 아들은 이곳에서 졸업할 때 반드시 완벽해야 합니다.”주빈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안절부절못하면서도 옆에 있던 선생을 따라가서 기숙사를 배정받았다.다행히도 주빈의 반 친구들은 모두 좋은 아이들이었다.다들 착한 아이

  • 리얼 탈출 서바이벌 클럽   제35화

    어두컴컴한 가시덩굴 속에서 갑자기 반딧불이 나타났다.[주빈의 호감도가 90%가 되었습니다.][... 삑... 감지 결과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친화력 조건 충족.][기이 생물체의 호감도 충족.][천부적인 재능 심리 초상화 충족.][직업 퀘스트 ‘가면 대나’가 발동되었습니다.][당신은 인간의 마음에서 태어난 신입니다. 당신은 짙은 색채의 가면을 그려 중생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당신의 자비로움은 당신으로 하여금 기이 생물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며, 그들을 불행에서 구원합니다.][퀘스트를 완수하려면 기이 생물체 세 마리의 호감도를 100%로 끌어올리고 그에 상응하는 심리 초상화를 완성하여야 합니다.][직업 퀘스트는 수락 후 취소가 불가하고 성공과 실패만 존재합니다.][실패하게 되면 직업 퀘스트는 자동 폐기됩니다.][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박효섭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수락!”그 순간 심리 초상화 능력으로 박효섭의 두 눈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그 모습에 주빈이 혼란스러운 눈빛을 했다.‘따뜻한... 빛이야...’탁.박효섭이 주빈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박효섭의 의식 속에서 도화지들이 아주 빠른 속도로 넘어가더니 이내 선이 그려지기 시작했다....그곳은 조금 호화로운 저택이었고 하늘도 붉지 않았다.다소 싸늘한 방 안에서 어린 주빈의 불안한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아빠...”주빈은 겁먹은 얼굴로 화판을 안고서 업무 중인 양선규 앞에 섰다.양선규는 상당히 젊어 보였는데 주빈이 자신을 부르자 짜증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아빠.”주빈은 아빠가 자신을 보지 못한 줄로 알고 자랑스럽게 화판을 들어서 그에게 보여줬다.“아빠, 저 엄마랑 아빠를 그렸어요. 보세요...”그러나 주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선규는 화판을 손으로 쳐서 떨어뜨렸다.화판은 바닥에서 떨어져서 부러졌고 주빈의 그림도 구겨져 버렸다.양선규는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며 쌀쌀맞게 말했다.“내가 몇 번이나 얘기했지. 일할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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