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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동운
“후우... 후우...”

박효섭의 숨소리가 몹시 거칠었고 목소리도 심하게 갈라졌다. 그는 폐를 찌르는 고통을 억누르며 양은수를 진지하게 쳐다봤다.

“너를 끌어들여서 미안해. 아까 그 꽃잎은 주빈이가 자기 얼굴에서 뜯어낸 건데 저절로 발동됐어.”

양은수는 아무 말 없이 한쪽으로 걸어가 바닥에 버려둔 이어폰을 주운 다음 먼지를 툭툭 털어냈다.

그 사이 박효섭은 흰 옷을 입은 아저씨를 처치하지 않았다.

지금의 최선은 이 짧은 평화를 유지하고 가능하다면 함께 싸우는 것이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양은수가 전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양은수를 죽이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클럽의 테스트에서 사람을 함부로 죽일 수 없다는 뜻인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기 목숨을 쉽게 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박효섭의 전투력으로는 흰 옷을 입은 아저씨도 처치할 수 없었다. 뒤에 더 큰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양은수는 이어폰을 목에 걸고는 박효섭을 돌아보며 눈썹을 치켜세웠다.

“방금 왜 안 죽였어?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바로 형 옆에 있었는데.”

박효섭은 고통스럽게 기침을 몇 번 하고 나서 고개를 저었다.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거라고 믿었기에 굳이 설명하지 않았다.

양은수가 물었다.

“궁금한 게 있어. 그 꽃잎 말이야. 주빈이가 준 거라고? 스스로 뜯어서 줬어?”

박효섭은 눈을 깜빡이며 머릿속으로 그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한 번 떠보자.’

“응. 나랑 주빈이 호감도가 꽤 높아. 그래서 이런 보험 하나 준 거지.”

양은수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호감도가 몇인데?”

“20%.”

박효섭은 솔직하게 대답하며 양은수의 표정을 유심히 살폈다. 상대방의 얼굴에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충격의 기색이 스쳤다.

찰나에 사라졌지만 놓치지 않고 포착한 박효섭은 속으로 확신했다. 이런 기이한 테스트에서 인물들의 호감도를 올리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호감도가 높은 게 그의 강점이 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양은수 같은 사람들은 호감도가 상승해야만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이건 기회였다.

“형이 마무리해.”

양은수가 갑자기 말했다.

“아까 몸이 마비됐을 때 날 구해줬잖아. 테스트에서 그런 품성은 보기 드물어. 보통 사람들은 그때 날 방패로 삼아서 흰 옷을 입은 아저씨를 처치하는 확률만 높이려고 할 거거든. 난 빚지는 거 싫어하니까 저놈은 형 거야.”

말을 마친 양은수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박효섭이 안심할 수 있도록 단검까지 거두어들였다.

그 모습에 박효섭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린애가 이런 욕심을 참을 줄이야.’

“고마워.”

박효섭은 사양하지 않았다. 인턴 회원인 그와 달리 양은수는 원귀급 회원이었다. 거절할 자격 따위는 없었다.

그는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 주사기의 날카로운 바늘을 흰 옷을 입은 아저씨의 목에 찔렀다.

[축하합니다, 박효섭 님, 양은수 님. 스페셜 퀘스트 은신처의 동맹을 완료했습니다.]

[최종 처치 판정 박효섭.]

[보상은 클럽 포인트 3점. 현재 총 포인트는 -7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보상은 특별 아이템 정원사의 작업복입니다.]

바로 그때 박효섭의 머리 위로 하얀 코트 한 벌이 나타났다.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입고 있던 것과 거의 비슷했다. 작업복에 특별한 흙냄새가 배어 있었다.

[아이템 설명. 이것은 흰 옷을 입은 아저씨들의 작업복입니다. 이 옷을 입으면 당신은 정원사가 되고 밤에 아무 일 없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습니다.]

박효섭이 눈썹을 치켜세웠다. 단순히 이 작업복의 효과에 놀란 게 아니라 흰 옷을 입은 아저씨들이라는 말이었다.

다시 말해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하나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박효섭의 시선이 양은수에게 향했다. 둘은 서로를 보완할 수 있었다.

양은수는 성격이 급했고 전투에 능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직 어린 나이였다. 사물을 분석하는 능력, 호감도를 다루는 능력은 그만큼 세밀하지 못할 것이다.

반대로 박효섭은 전투력이 약한 직장인이었다. 가족 관계와 직업의 영향으로 분석 능력, 호감도 관리, 디테일 파악이 강점이 되었다.

박효섭은 작업복을 가방에 넣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너희도 배양액을 찾으러 온 거야?”

양은수가 대답하지 않아도 박효섭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믿을 만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건 나도 알아. 하지만 우린 서로에게 없는 장점이 있어.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하면 이 테스트를 통과할 확률이 훨씬 높아질 거야.”

양은수는 잠시 입을 다물고 고민했다.

“난 원귀급 회원이야. 내 전투력으로 형을 지켜줄 수 있지만 고작 인턴 회원인 형은 나한테 뭘 줄 수 있는데?”

박효섭의 마음속에 기쁨이 스쳤다. 거절하지 않았다는 건 아직 희망이 있다는 뜻이었다.

“나랑 주빈이 호감도가 20%야. 그 덕에 특별한 정보를 좀 얻었어. 성의를 보여줄 겸 하나만 먼저 말해줄게. 나머지는 우리가 동맹 관계를 확실히 맺으면 그때 다 털어놓을 거야.”

양은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벽에 기대어 자세를 고치며 계속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매일 밤 12시가 되면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기숙사에 나타나서 나쁜 아이를 찾으러 다녀. 나쁜 아이의 기준은 학교에서 자주 규칙을 어긴 애거나 자정 무렵 몰래 기숙사를 빠져나간 애야. 잡혀간 애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어.”

말하면서 양은수가 손에 오래된 듯한 골동품을 들고 있는 걸 발견했다.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는 건 테이프가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 정도로는 부족해.”

양은수의 말에 박효섭이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더 원하는 건 네 욕심이야.”

양은수가 테이프를 멈추고 차갑게 웃었다.

“그럼 협력 못 하겠네.”

그러고는 서원이 숨어있는 방 쪽으로 걸어갔다. 양은수가 스쳐 지나가던 순간 박효섭이 갑자기 물었다.

“정말 괜찮겠어? 테스트를 여러 번 치러서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텐데.”

양은수가 발걸음을 멈췄다. 박효섭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양은수의 뒷모습을 돌아봤다.

“너 아무래도 상황을 잘못 파악한 것 같아. 우리 둘이 협력하는 거지, 내가 너의 부속품이 되려는 게 아니야. 테스트에 처음 참여하는 신입인 내가 아까 싸우면서 어떻게 적응하고 어떤 모습을 보여줬는지 너도 똑똑히 봤잖아.”

“사람과 협력하려면 강자가 필요하긴 해. 하지만 어리석은 짓은 약자만 하는 게 아니야. 강자가 어리석은 짓을 하면 그 파괴력이 훨씬 커. 너 혼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내 정보, 내 머리, 그리고 네 전투력. 서로 부족한 걸 채워주는 게 최선이야.”

박효섭은 양은수를 지나쳐 주빈이 숨어있는 방 문 앞에 서서 상대를 쳐다봤다.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이 테스트에서 제일 강한 괴물이 아닐 거야. 아까 너도 싸울 때 꽤 버거워하더라고. 너한테도 뭔가 비장의 카드가 있다는 건 알아. 하지만 난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 게다가 양복 남자, 화장한 여자, 그리고 그 신경질적인 후드티 남자도 이미 손잡았어.”

“이번 테스트에서 우리 둘이 적이 될지는 아직 몰라. 그래서 앞으로 남은 엿새 동안 고립되지 않고 빨리 임무를 끝내려면 우리 둘이 뭉치는 게 유리해. 양은수, 혼자 플레이하는 거... 쉽지 않아.”

양은수가 침묵에 잠겼다.

박효섭은 양은수의 손을 유심히 살폈다. 문손잡이를 무의식적으로 꽉 쥐고 있는 게 보였다.

이건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지금 바로 결정타를 날려야 했다.

박효섭은 그가 가진 정보 중 하나를 골라 ‘선물’로 알려주기로 했다.

첫 번째 단서는 그의 심리 초상화와 주빈의 그림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학교 전체에 곤충 겹눈을 가진 기이한 생물체들이 우글거린다는 것. 교감, 흰 옷을 입은 아저씨, 그리고 아직 나타나지 않은 풀숲 속의 것들까지. 이건 단순한 공포 연출이 아니라 분명 깊은 의미가 있다.

두 번째 단서는 학생의 자신감을 높여주면 꽃이 시들지 않고 심지어 다시 피어날 수도 있다는 것.

세 번째 단서는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하나가 아니라는 것. 그렇다면 그들의 활동 범위도 보건실과 기숙사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세 가지 모두 양은수의 입장에서는 알기 어려운 정보였다.

고민 끝에 박효섭은 두 번째 단서를 알려줬다.

어차피 저녁에 양복 남자와 정보를 교환할 때 쓸 생각이었던 거라서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

박효섭이 학생을 고를 때 이미 살짝 떠보면서 양복 남자의 관심을 학생들의 취미와 특기 쪽으로 돌려놓았기에 조만간 다들 알게 될 정보였다.

“성의를 보여줄 겸 하나 더 말해줄게.”

양은수는 박효섭을 보며 말없이 워크맨을 켰다.

박효섭이 두 번째 단서를 다 얘기하자 워크맨 안의 테이프가 거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양은수의 두 눈에 가득했던 경계가 드디어 서서히 풀렸다.

“거짓말 안 했네. 진짜구나. 좋아. 일단 형이랑 협력해 볼게.”

박효섭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문을 열었다.

양은수가 녹음을 들은 시간을 가늠해보면 그가 말했던 시간과 거의 비슷했다.

‘그렇다면 워크맨도 기이 도구일 가능성이 있어. 거짓말과 진실을 가려내는 기능이 있는 것 같은데?’

박효섭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쌓아 올린 책상과 의자를 하나씩 치웠다.

“주빈아.”

“형.”

방 안에서 몸을 웅크리고 떨던 주빈이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 묻은 피가 아직 채 마르지 않았다.

20포인트의 생명력을 지킬 수 있었던 건 전부 주빈 덕분이었다.

문득 이 테스트에 존재하는 인물들이 어쩌면 진짜로 피와 살을 가진 살아 숨 쉬는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박효섭은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주빈의 얼굴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었다.

“우리 주빈이 착하지? 이젠 무서워할 것 없어. 형이 돌아왔어.”

[클럽 알림. 박효섭 님이 목숨을 걸고 주빈을 위험에서 구했기에 주빈이 경계를 완전히 풀었습니다. 호감도 30%로 상승.]

10%나 상승했다. 또 하나의 수확이었다.

박효섭이 주빈의 손을 잡았다.

“됐어, 주빈아. 이제 보건실로 가자.”

방문을 나서자마자 양은수도 서원을 데리고 나왔다.

주빈과 서원의 관계가 꽤 좋은 듯했다. 서로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손을 맞잡았다.

박효섭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

‘둘 다 교복을 입지 않았지만 옷이 뭔가 비슷해 보여.’

...

잠시 후 네 사람은 복도 끝에 도착했다.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찔렀고 문이 잠겨 있지 않았다. 보건교사가 자리를 비운 듯했다.

문을 밀고 들어가 보니 보건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캐비닛에 각종 약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형, 저거예요.”

주빈이 재빨리 투명한 냉장고를 가리켰다.

냉장고 안에 주사기가 두 개 있었고 안에 든 액체가 무지개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게 참으로 아름다웠다.

“저게 배양액이에요.”

주빈과 서원이 동시에 외쳤다.

바로 그때 알림음이 또 울렸다.

[클럽 알림. 일반 퀘스트 배양액 주사 발동.]

[배양액 한 개를 꺼내 학생에게 주사할지 여부를 선택하세요.]

알림이 끝나자마자 박효섭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메인 퀘스트에 따르면 배양액 주사는 주빈이 시드는 걸 가장 빠르게 막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왜 지금 선택하라고 하는 걸까?

주빈의 상태를 다른 방법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뜻인가? 아니면 배양액 자체가 불확실한 위험을 품고 있다는 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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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옆에 있는 옷장에서 보기 좋은 옷들을 꺼내 들었다.“주빈아, 오늘 저녁에 엄마랑 파티에 참석하자. 명심해. 꼭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해. 말없이 가만히 있지 말고 귀엽게 굴어야 해. 오늘 만날 손님들은 아주 중요한 분들이니까 엄마, 아빠 망신시키지 마. 알겠지?”여자는 그렇게 말한 뒤 몸을 돌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의 주빈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너 혹시 또 아빠 화나게 한 거니? 울지 마. 눈 부으면 저녁에 손님들을 어떻게 보려고 그래?”장윤희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러나 여자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됐어요. 누가 설명해 달래요? 쓸모없긴.”여자는 주빈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며칠 뒤면 네 입학 절차를 밟을 거야. 그때까지 배워야 할 게 많아. 우리 양씨 가문의 아이로서 고작 그런 일로 울다니, 창피하지도 않니? 겨우 그림 하나 가지고 유난이야...”경멸 어린 말들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마음에 상처를 냈다.옆에 있던 장윤희조차 그 말을 듣고 괴로워했는데 정작 주빈은 오히려 울음을 그쳤다.그는 그저 한쪽에 웅크린 채 미세하게 떨리는 몸으로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날 선 말들을 묵묵히 견딜 뿐이었다....해윤에서도 주빈의 입학을 상당히 중요시했다.심리 초상화를 통해 박효섭은 교장 장운석을 보게 되었다. 겉보기엔 꽤 젊어 보이는 인물이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교감 최수민이 서 있었다.장운석은 웃으며 양선규에게 인사했다.“양선규 씨, 오랜만입니다.”옆에 있던 최수민도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이전에 진행된 실험에도 큰 도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양선규는 손을 휘저으며 다소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제 요구는 하나뿐이에요. 제 아들은 이곳에서 졸업할 때 반드시 완벽해야 합니다.”주빈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안절부절못하면서도 옆에 있던 선생을 따라가서 기숙사를 배정받았다.다행히도 주빈의 반 친구들은 모두 좋은 아이들이었다.다들 착한 아이

  • 리얼 탈출 서바이벌 클럽   제35화

    어두컴컴한 가시덩굴 속에서 갑자기 반딧불이 나타났다.[주빈의 호감도가 90%가 되었습니다.][... 삑... 감지 결과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친화력 조건 충족.][기이 생물체의 호감도 충족.][천부적인 재능 심리 초상화 충족.][직업 퀘스트 ‘가면 대나’가 발동되었습니다.][당신은 인간의 마음에서 태어난 신입니다. 당신은 짙은 색채의 가면을 그려 중생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당신의 자비로움은 당신으로 하여금 기이 생물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며, 그들을 불행에서 구원합니다.][퀘스트를 완수하려면 기이 생물체 세 마리의 호감도를 100%로 끌어올리고 그에 상응하는 심리 초상화를 완성하여야 합니다.][직업 퀘스트는 수락 후 취소가 불가하고 성공과 실패만 존재합니다.][실패하게 되면 직업 퀘스트는 자동 폐기됩니다.][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박효섭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수락!”그 순간 심리 초상화 능력으로 박효섭의 두 눈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그 모습에 주빈이 혼란스러운 눈빛을 했다.‘따뜻한... 빛이야...’탁.박효섭이 주빈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박효섭의 의식 속에서 도화지들이 아주 빠른 속도로 넘어가더니 이내 선이 그려지기 시작했다....그곳은 조금 호화로운 저택이었고 하늘도 붉지 않았다.다소 싸늘한 방 안에서 어린 주빈의 불안한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아빠...”주빈은 겁먹은 얼굴로 화판을 안고서 업무 중인 양선규 앞에 섰다.양선규는 상당히 젊어 보였는데 주빈이 자신을 부르자 짜증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아빠.”주빈은 아빠가 자신을 보지 못한 줄로 알고 자랑스럽게 화판을 들어서 그에게 보여줬다.“아빠, 저 엄마랑 아빠를 그렸어요. 보세요...”그러나 주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선규는 화판을 손으로 쳐서 떨어뜨렸다.화판은 바닥에서 떨어져서 부러졌고 주빈의 그림도 구겨져 버렸다.양선규는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며 쌀쌀맞게 말했다.“내가 몇 번이나 얘기했지. 일할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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