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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동운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좁고 긴 복도에서 무자비한 공격을 퍼부었다.

쾅, 쾅, 쾅.

전기봉이 거대한 망치처럼 휘둘러질 때마다 양쪽 문들이 찌그러지고 떨어져 나갔다.

앞서 달리던 박효섭은 그 광경을 보고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새삼 깨달았다.

만약 주빈과 함께 방 안에 숨어있었다면 문이 10분도 버티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착한 아이야, 도망치지 마...”

뒤에서 들리는 다정한 웃음소리와 잔인한 공격이 괴이한 대비를 이루었다.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공격할 때마다 벽에 거미줄 같은 금이 생겼다. 박효섭은 폐의 통증을 참으며 출구를 향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싸우는 동안 절대 주빈이 있는 방에 피해가 가서는 안 되었다.

복도가 좁아 몸을 피하기 어려웠다. 반드시 입구 쪽의 더 넓은 공간으로 가야 했다.

박효섭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돌렸다. 끔찍한 얼굴이 점점 가까워졌다.

겹눈이 위아래, 좌우로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고 찢어진 입에서 노인의 다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도망치지 마... 아이야.”

웃음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아저씨... 말 들어... 아저씨한테... 영양분이 되어줘.”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갑자기 전기봉을 높이 치켜들더니 힘껏 내리찍었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

박효섭은 이를 악물고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고는 돌아서서 전기봉이 떨어지는 지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쾅.

바닥 타일이 산산조각이 나며 먼지가 흩날렸다.

먼지 속에서 박효섭은 숨을 죽였다. 발끝에서 불과 1, 2cm 떨어진 곳에 전기봉이 박혀 있었고 바닥이 산산이 부서졌다.

동시에 이상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저 아저씨한테서 나는 냄새인가?’

[경고. 현재 붕괴율 8%.]

‘붕괴율이 또 상승했어. 움직여. 움직여야 해.’

박효섭은 떨리는 몸을 애써 다스리며 주사기를 든 팔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손이 너무 떨려 제대로 조준할 수 없었다.

전기봉이 폐허 속에서 점점 모습을 드러냈다.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통제를 벗어나면 박효섭은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순간 박효섭의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그는 정신을 차리려고 뺨을 세게 후려쳤다. 통증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푹.

그는 두 손으로 흰 옷을 입은 아저씨의 손목에 주사기를 꽂았다. 본능적으로 누르자 고농도 마취제가 혈관으로 들어갔다.

“으아악.”

썩은 냄새가 코를 찔렀다. 곤충 사체가 썩어 부패한 것 같은 역한 악취였다.

귀를 찢는 포효소리에 박효섭은 머리가 지끈거렸고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경고. 현재 붕괴율 10%.]

박효섭이 미처 반응하기 전에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전기봉을 놓고 주먹으로 박효섭의 가슴을 세게 내리쳤다.

그 순간 그는 눈앞이 캄캄해졌고 내장이 다 짓눌리는 듯한 느낌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박효섭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가 출구 쪽 벽에 쿵 떨어졌다.

[경고. 현재 생명력 90.]

그는 고통스럽게 기침하며 피를 토해냈다. 온몸에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고작 한 대 맞았을 뿐인데 생명력이 10분의 1이나 줄어들었다. 생명력을 50 이상은 유지해야 하는데.

박효섭이 몸을 일으키려던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게임을 하던 아이였다.

아이의 얼굴에 경악이 스쳤다. 무언가 직감한 듯 재빨리 옆에 있던 서원이라는 아이의 손을 잡아끌고 도망가려 했다.

“잠깐.”

고통스러운 외침과 함께 주빈이 준 꽃잎이 박효섭의 옷 주머니에서 떨어지며 부드러운 빛을 뿜었다. 주빈이 자해하면서까지 떼어낸 그 꽃잎이 빛 속에서 쇠사슬로 변했다.

쇠사슬이 망설임 없이 서원을 향해 날아들었다.

게임을 하던 아이의 안색이 급변했다. 뭔가 깨달은 듯 유리문을 밀려 했지만 아쉽게도 한발 늦었다.

쇠사슬이 정확히 서원의 몸속으로 파고들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곧이어 기계음이 들려왔다.

[클럽 알림. 아이템 주빈의 소원 발동.]

[박효섭 인턴 회원님의 생명력 20포인트를 보호해줍니다.]

띠... 띠...

[특별 연장 퀘스트 은신처의 동맹 발동.]

[주빈은 박효섭 님이 죽는 걸 원치 않습니다. 주빈의 의지가 쇠사슬이 되어 무작위로 학생 한 명을 묶었습니다.]

[해당 학생의 지도교사도 강제적으로 스페셜 퀘스트 은신처에 참여하게 됩니다.]

띠...

[목표 변경. 30분 이내에 흰 옷을 입은 아저씨를 처치해야 합니다.]

[참가자는 인턴 회원 박효섭 님과 원귀급 회원 양은수 님이고 현재 남은 시간은 25분입니다.]

차가운 기계음에 양은수라는 게임을 하던 아이가 이어폰을 집어 던지더니 독기 어린 눈으로 박효섭을 노려보았다.

“야 이 자식아, 날 일부러 끌어들인 거지?”

박효섭이 씁쓸하게 웃었다.

“우리 인연인가 봐.”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건물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쿵, 쿵쿵, 쿵쿵쿵쿵쿵.

급박하고 무거운 발소리가 다가왔다.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다시 돌진해 오고 있었던 것이었다.

박효섭이 소리를 질렀다.

“지금 누굴 탓할 때가 아니야. 얼른 피해.”

몸을 일으킨 동시에 옆으로 몸을 날렸다.

두 개의 전기봉이 박효섭이 있던 자리의 벽을 꿰뚫었다.

어둠 속에서 흰 옷을 입은 아저씨의 몸이 서서히 드러나자 양은수의 뒤에 있던 서원이 두려움에 떨며 비명을 질렀다.

“젠장.”

양은수는 박효섭을 노려봤다가 서원에게 다급히 말했다.

“당장 복도로 들어가 방 하나 찾아서 숨어.”

양은수도 퀘스트의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모양이었다.

서원이 고개를 끄덕인 후 양은수는 그대로 흰 옷을 입은 아저씨를 향해 돌진했다.

쾅.

양은수의 주먹이 흰 옷을 입은 아저씨의 가슴에 꽂혔다. 상대가 꿈쩍도 하지 않자 양은수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원귀급?”

바로 그때 박효섭의 외침이 들렸다.

“전기봉 조심해.”

거의 동시에 등 뒤에서 전류가 찌지직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전기봉이 양은수의 등에 닿으려던 찰나 양은수의 몸이 흔들리더니 순식간에 사라졌다. 박효섭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을 때 양은수는 이미 그의 옆에 서 있었다.

“이런 전투형 스페셜 퀘스트는 보통 특별한 기이 도구가 발동되는데. 혹시 있어?”

박효섭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든 주사기를 가리켰다.

“이 마취제를 아까 좀 썼는데 부족했나 봐. 효과가 별로 없었어.”

“알았어.”

양은수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재킷에서 단검 한 자루를 꺼냈다. 단검을 뽑는 순간 칼날에서 처절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은빛 칼끝에서 꿀처럼 걸쭉한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 광경에 박효섭은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

“내가 공격할 테니까 형이 기회를 봐서 찔러. 내 발목 잡으면 안 돼. 그랬다간 규칙을 어기는 한이 있더라도 형부터 죽여 버릴 거니까.”

경고는 단호하고 날카로웠다.

양은수가 흰 옷을 입은 아저씨를 향해 망설임 없이 돌진했다.

박효섭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붕괴율이 이미 10%까지 치솟았기에 더 올라가서는 안 되었다.

주빈의 20포인트 생명력 보호 덕에 실질적으로 60포인트의 생명력이 있는 셈이었다.

박효섭은 이를 악물고 주사기를 쥔 채 양은수의 뒤를 바짝 따랐다.

...

양은수의 움직임이 몹시 빨랐다. 종합 전투력으로 치면 박효섭보다 한참 위일 것이다.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포효하면서 두 개의 전기봉을 교차해 밑으로 내리찍었다.

쾅.

뜻밖에도 양은수는 정면 대결을 택했다.

이를 갉아먹는 소리와 함께 단검에 묻은 피가 흰 옷을 입은 아저씨의 손목에 떨어지며 날카로운 부식음이 울렸다.

그 찰나의 틈을 본능적으로 포착한 박효섭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날려 주사기를 다시 찔렀다.

마취제가 반 이상 주입되었다.

[클럽 알림.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고농도 마취제의 교란을 받아 반응 속도가 20% 하락했습니다. 계속 공격하세요.]

“말 안 듣는... 아이는... 영양분으로... 섭취해야... 해.”

말을 더듬었고 발음이 어눌했다. 마취제가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는 모양이었다.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일그러진 얼굴로 박효섭을 쳐다봤다.

순간 박효섭은 머리가 쭈뼛 섰고 온몸이 얼어붙는 듯한 한기가 느껴졌다.

[경고. 현재 붕괴율 12%.]

흰 옷을 입은 아저씨의 겹눈이 빠르게 꿈틀거렸다. 손목에 감겨 있던 전자선들이 퍼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박효섭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박효섭은 더 이상 욕심내지 않고 주사기를 뽑아 뒤로 물러섰다.

흰 옷을 입은 아저씨의 집중력이 분산된 틈을 타 양은수가 이를 악물고 단검을 아래에서 위로 힘껏 휘둘렀다.

쉬익.

흰 옷을 입은 아저씨의 오른손이 단숨에 잘려나갔다. 짙은 초록색 피가 흘러내리면서 괴상한 냄새가 퍼졌다.

양은수는 왜소한 체구를 이용해 재빨리 박효섭의 앞으로 달려갔다.

박효섭은 뭔가가 눈앞에서 스쳐 지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시 똑바로 봤을 땐 그의 목을 노리던 전자선들이 양은수의 단검에 잘려나가 있었다.

쉬익.

절단면에서 터져 나온 전류가 순식간에 양은수와 박효섭의 몸을 관통했다.

[경고. 주빈의 소원 발동. 생명력 5포인트 차감.]

박효섭은 양은수의 상태를 알 수 없었다. 전류의 마비 효과가 양은수에게 훨씬 더 큰 타격을 준 듯했다.

어쨌거나 양은수에게는 ‘주빈의 소원’이 없었고 오로지 몸으로 버텨냈으니 말이다.

흰 옷을 입은 아저씨도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재빨리 다가오더니 머리통만 한 주먹을 휘둘러 양은수를 으깨버리려 했다.

양은수의 안색이 급변했다. 몸에 마비가 채 풀리지 않아 피할 수 없었다.

위기의 순간 박효섭이 양은수의 옷깃을 움켜쥐었다.

“뭐 하는 거야?”

양은수의 목소리에 놀라움이 섞여 있었다.

바로 그때 흰 옷을 입은 아저씨의 주먹이 양은수의 바로 앞 몇 센티미터 지점에 내리꽂혔다.

박효섭이 흰 옷을 입은 아저씨의 주먹이 내리꽂히는 지점을 예상하고 양은수를 끌어당긴 것이었다.

양은수의 두 눈에 충격이 스쳤다.

‘병약해 보이는 녀석이... 날 구했다고?’

“이거 놔.”

양은수가 소리를 지르자 박효섭은 무의식적으로 손을 놓았다.

양은수는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몸을 숙여 주먹을 내리찍는 바로 그 찰나에 그의 팔 위로 뛰어올랐다.

쉬익.

단검이 번뜩이더니 끔찍한 겹눈이 단숨에 잘려나갔다.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양은수가 일그러진 얼굴로 박효섭을 돌아보았다.

“빨리!”

사실 양은수가 말하지 않아도 박효섭도 알고 있었다. 이게 유일한 기회라는 것을.

그는 마음속의 두려움을 내뱉으면서 흰 옷을 입은 아저씨의 손목을 덥석 끌어안았다. 거대한 주먹이 그의 등을 세게 내리찍어도 꾹 참고 버텼다.

[경고. 주빈의 소원 발동. 생명력 5포인트 차감.]

[경고. 주빈의 소원 발동. 생명력 10포인트 차감.]

박효섭은 이를 악물고 주사기를 흰 옷을 입은 아저씨에게 힘껏 찔렀다. 마취제가 거의 순식간에 전부 주입되었다.

고통스럽게 버둥거리던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거대한 몸을 비틀거리면서 한 발로 잘린 눈을 짓밟았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클럽 알림.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마취제에 의해 완전히 마비되었습니다. 서둘러 처치 임무를 완료하세요.]

[최종 처치 동작을 완수하면 특별 보상을 획득할 확률이 있습니다.]

알림이 끝나자마자 박효섭의 표정이 급변했다. 그는 양은수를 보면서 경계 어린 눈으로 몇 걸음 물러섰다.

조금 전까지 둘의 호흡이 꽤 잘 맞았다. 그런데 클럽의 알림을 들은 지금은 양은수가 그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어쨌거나 특별 보상이 걸려있으니까.

반면 양은수는 왜소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온몸에서 섬뜩한 살기를 뿜었다.

그가 들고 있던 단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금 사이로 피가 점점 더 많이 흘러나왔다.

양은수도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는 박효섭의 모든 움직임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순간 주변이 다시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그러나 그 고요 속에 일촉즉발의 위기가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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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빈은 자신이 왜 보건실로 끌려가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그리고 왜 보건실에서 갑자기 잠이 들었는지도 알지 못했다.잠에서 깼을 때 주빈은 몸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분명히 들었지만 무엇이 어떻게 이상한지는 설명할 수 없었다.어렸던 주빈은 그 일을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주빈은 여전히 매일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귀여운 동요를 만들어 불렀다.그리고 그날 ‘흰 옷을 입은 아저씨’가 탄생했다.사실 가장 처음 나타난 ‘흰 옷을 입은 아저씨’는 자애로운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그림은 계속해 빠르게 넘어가다가 새로운 페이지에서 멈췄다.“있잖아, 주빈아. 우리 엄마가 보건 선생님이랑 얘기 나눴대. 나도 그... ‘배양액’인지 뭔지 하는 주사를 맞을 거래. 그건 우리를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약이래.”친구는 신이 난 얼굴로 주빈에게 말했다.주빈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이 특유의 직감 때문인지 주빈은 본능적으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리고 곧 그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다음 날, 주빈은 밝은 얼굴로 그 친구에게 인사를 건넸지만 친구는 차가운 얼굴로 대꾸도 하지 않고 자기 자리로 가 앉았다.친구가 달라졌다.수업 시간에 주빈은 친구가 선생님의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똑똑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런데 성격이 좀 이상해졌다.그리고 그런 변화는 마치 전염병처럼 서서히 반 전체로 퍼져 나갔다.주빈은 점점 더 많은 친구들이 똑똑한 아이가 될 거라면서 들떠 있다가 다음 날이면 차가운 얼굴로 교실로 돌아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유쾌하고 가볍던 분위기는 완전히 사라졌고, 그 자리를 대신한 건 빠르게 교체되고 갱신되는 새로운 교재였다....토요일이 되자 주빈은 집으로 돌아왔다.주빈은 마음이 무거웠다.이제 반에서 그와 대화를 나누는 아이는 그의 짝꿍뿐이었기 때문이다.주빈은 성적표를 꺼내기가 무서웠다.사실 주빈은 성적이 꽤 좋았다.그런데 선생님이 갑자기 교재를 바꿔서 몇 학년 위 선배들이나 배울 법한 것

  • 리얼 탈출 서바이벌 클럽   제36화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옆에 있는 옷장에서 보기 좋은 옷들을 꺼내 들었다.“주빈아, 오늘 저녁에 엄마랑 파티에 참석하자. 명심해. 꼭 밝은 모습을 보여줘야 해. 말없이 가만히 있지 말고 귀엽게 굴어야 해. 오늘 만날 손님들은 아주 중요한 분들이니까 엄마, 아빠 망신시키지 마. 알겠지?”여자는 그렇게 말한 뒤 몸을 돌려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의 주빈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너 혹시 또 아빠 화나게 한 거니? 울지 마. 눈 부으면 저녁에 손님들을 어떻게 보려고 그래?”장윤희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러나 여자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됐어요. 누가 설명해 달래요? 쓸모없긴.”여자는 주빈의 앞으로 걸어가더니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며칠 뒤면 네 입학 절차를 밟을 거야. 그때까지 배워야 할 게 많아. 우리 양씨 가문의 아이로서 고작 그런 일로 울다니, 창피하지도 않니? 겨우 그림 하나 가지고 유난이야...”경멸 어린 말들이 날카로운 칼이 되어 마음에 상처를 냈다.옆에 있던 장윤희조차 그 말을 듣고 괴로워했는데 정작 주빈은 오히려 울음을 그쳤다.그는 그저 한쪽에 웅크린 채 미세하게 떨리는 몸으로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날 선 말들을 묵묵히 견딜 뿐이었다....해윤에서도 주빈의 입학을 상당히 중요시했다.심리 초상화를 통해 박효섭은 교장 장운석을 보게 되었다. 겉보기엔 꽤 젊어 보이는 인물이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교감 최수민이 서 있었다.장운석은 웃으며 양선규에게 인사했다.“양선규 씨, 오랜만입니다.”옆에 있던 최수민도 정중하게 말을 건넸다.“이전에 진행된 실험에도 큰 도움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양선규는 손을 휘저으며 다소 오만한 태도로 말했다.“제 요구는 하나뿐이에요. 제 아들은 이곳에서 졸업할 때 반드시 완벽해야 합니다.”주빈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안절부절못하면서도 옆에 있던 선생을 따라가서 기숙사를 배정받았다.다행히도 주빈의 반 친구들은 모두 좋은 아이들이었다.다들 착한 아이

  • 리얼 탈출 서바이벌 클럽   제35화

    어두컴컴한 가시덩굴 속에서 갑자기 반딧불이 나타났다.[주빈의 호감도가 90%가 되었습니다.][... 삑... 감지 결과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친화력 조건 충족.][기이 생물체의 호감도 충족.][천부적인 재능 심리 초상화 충족.][직업 퀘스트 ‘가면 대나’가 발동되었습니다.][당신은 인간의 마음에서 태어난 신입니다. 당신은 짙은 색채의 가면을 그려 중생에게 축복을 내립니다. 당신의 자비로움은 당신으로 하여금 기이 생물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게 하고,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며, 그들을 불행에서 구원합니다.][퀘스트를 완수하려면 기이 생물체 세 마리의 호감도를 100%로 끌어올리고 그에 상응하는 심리 초상화를 완성하여야 합니다.][직업 퀘스트는 수락 후 취소가 불가하고 성공과 실패만 존재합니다.][실패하게 되면 직업 퀘스트는 자동 폐기됩니다.][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박효섭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수락!”그 순간 심리 초상화 능력으로 박효섭의 두 눈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그 모습에 주빈이 혼란스러운 눈빛을 했다.‘따뜻한... 빛이야...’탁.박효섭이 주빈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박효섭의 의식 속에서 도화지들이 아주 빠른 속도로 넘어가더니 이내 선이 그려지기 시작했다....그곳은 조금 호화로운 저택이었고 하늘도 붉지 않았다.다소 싸늘한 방 안에서 어린 주빈의 불안한 모습이 거울에 비쳤다.“아빠...”주빈은 겁먹은 얼굴로 화판을 안고서 업무 중인 양선규 앞에 섰다.양선규는 상당히 젊어 보였는데 주빈이 자신을 부르자 짜증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아빠.”주빈은 아빠가 자신을 보지 못한 줄로 알고 자랑스럽게 화판을 들어서 그에게 보여줬다.“아빠, 저 엄마랑 아빠를 그렸어요. 보세요...”그러나 주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양선규는 화판을 손으로 쳐서 떨어뜨렸다.화판은 바닥에서 떨어져서 부러졌고 주빈의 그림도 구겨져 버렸다.양선규는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며 쌀쌀맞게 말했다.“내가 몇 번이나 얘기했지. 일할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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