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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문서인은 병원을 떠나 소씨 가문의 별장에 도착했다.

소승영이 다급하게 물었다.

"이영이가 파혼에 찬성한대?"

문서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얌전한 소나은을 향해 자상하게 말했다.

"이미 헤어진 이상 파혼은 문제없어요. 다만 한동안은 나은이가 힘들어도 기다려야 해요."

"힘들지 않아."

소나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윽한 눈빛으로 말했다.

"난 오빠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문서인은 소나은의 고분고분한 모습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소나은을 택한 게 정확한 선택이다!

문서인은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병원에 갔는데 병실에 남자가 있었어요. 그날 그 소방관이었어요."

"개가 똥 먹는 것을 어떻게 고치겠어. 진작에 헤어져야 했어. 그 아이는 자네에게 어울리지 않아!"

소승영이 단호하게 말했다.

문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더러운 소이연!’

"그 아이 말은 여기까지만 하자고. 마음대로 하라고 해, 나도 그렇게 얼굴이 두꺼운 딸은 없는 거로 칠 테니!"

소승영은 소이연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었다. 소승영은 이내 화제를 돌렸다.

"듣자 하니 며칠 전 육씨 그룹의 큰 도련님인 육현경이 귀국했다 하던데, 기회가 되면 나은이가 은하 그룹 대표 신분으로 한번 만나봐."

"아빠, 나한테 은하 그룹을 주시겠다는 말씀이세요?"

소나은이 감격에 겨워 물었다.

은하 그룹은 소이연의 어머니가 생전에 설립한 회사이다. 그녀는 소이연이 가장 원하는 것을 마침내 손에 넣었다.

"아빠, 고마워요. 절대 실망하게 해 드리지 않아요."

소나은은 황급히 자기의 결심을 밝혔다.

"아빠는 당연히 널 믿어."

소승영은 소나은을 지극히 애지중지했다.

"근데 방금 아빠가 얘기한 육현경은 장안시 제일 재벌 맞죠? 해외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생모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소나은은 궁금한 듯 물었다.

소승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듣자 하니, 육씨 가문 어르신이 편찮아서 육현경이 기업을 상속받았다지. 최근 몇 년 동안 육현경은 줄곧 해외에서 해외 시장 매출을 수직으로 상승시켰다고 하더라고. 기업가로서 육씨 가문 어르신보다 부족하지 않아. 문기야, 육현경이 귀국하면 그와 더 많이 가까워져야 해. 육씨 기업은 장안시에서 최고로 가는 기업이야."

"아버지께서도 육현경이 정식으로 부임하면 한번 방문하라고 말씀하셨어요." 문서인은 겸손하게 말했다.

"육현경은 아마 올해 27살 일 걸? 젊고 능력도 뛰어나. 근데 어떻게 생겼을까?"

소나은이 중얼거렸다.

"다음 달 육씨 가문 어르신의 칠순 잔치에서 뵐 수 있을 것 같아."

문서인은 소나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관심 있어?"

"그런 거 아니야."

소나은은 애교를 부리며 부인했다.

"나는 문기 오빠한테만 관심이 있어. 그리고 나는 육현경이 분명 못생겼을 거라고 생각해. 만약 잘생겼다면 여자한테 버림받지 않았을 거야! 육현경은 틀림없이 배불뚝이 중년 남자의 모습일 거야. 장안시를 통틀어 집안 좋고, 능력 좋은 사람은 우리 문기 오빠밖에 없어."

문서인은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아닌 척 화제를 돌렸다.

화기애애한 소씨네와 쓸쓸한 병실은 확연히 대조적이었다.

소이연은 살짝 배가 고팠다.

그녀는 가치도 없는 남자 때문에 한 시간 넘게 눈물을 흘릴 줄 생각도 못 했다.

병원에서 대충 음식을 주문하려고 할 때,

오십 대 중반의 남자와 이십 대의 젊은 여자 두 명이 병실에 들어와 공손하게 말했다.

"소이연 아가씨, 안녕하세요, 저는 육씨 가문의 집사예요. 편히 문씨 아저씨라고 부르시면 돼요."

소이연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의아했다.

문씨 아저씨는 두 여자를 소개했다.

"여기는 진아 씨와 홍미 씨에요. 도련님이 아가씨를 위해 보낸 간병인이죠. 아가씨가 병원에 계시는 동안 여기 두 분이 도와드릴 거예요."

"소이연 아가씨에게 얼른 식사를 가져다드리세요."

문씨 아저씨가 두 간병인에게 말했다.

진아와 홍미는 다급히 도시락을 꺼내 올렸다. 그들은 과분할 정도로 푸짐한 점심을 소인연의 병상 식탁에 배열했다. 그러고는 양손으로 젓가락을 건네며 말했다.

"아가씨, 맛있게 드세요."

‘이건 너무 과하잖아. 이럴 필요 없는데.’

게다가 불의의 화재로 육현경 역시 큰 손해를 입었다.

"고맙습니다."

소이연은 젓가락을 받았다.

의외로 맛이 좋았다.

"혹시 소이연 아가씨께서 특별히 좋아하시거나 싫어하시는 음식이나 조미료가 있을까요?"

문씨 아저씨는 갑자기 안경을 쓰고 공책을 꺼내어 적기 시작했다.

소이연은 어리둥절해하며 천천히 말했다.

"없어요."

문씨 아저씨도 더는 묻지 않고 조용히 지켜보다가 수첩에 끄적이기 시작했다.

"소이연 아가씨는 생선을 좋아하고 당근과 파는 좋아하지 않는다......"

문씨 아저씨는 한참 끄적이다가 다시 머리를 들어 소이연이 먹던 음식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적었다.

"작은 도련님의 식성을 참고하자."

점심을 먹은 후.

문씨 아저씨는 케이스 하나를 가져와 소이연에게 건넸다.

그 안에는 휴대폰이 들어있었고 전화번호도 원래대로였다.

소이연은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다. 임무를 마친 문씨 아저씨는 더는 그녀의 병실에 지체하지 않고 떠났다.

진아와 홍미는 그녀를 돌보러 왔으니, 그대로 병실에 남았다.

"저 신경 쓰지 마세요."

소이연은 휠체어에 앉아 스스로 휠체어를 조종해 병실을 나왔다.

그녀는 육민을 보러 가겠다고 약속했다. 사람은 약속을 지켜야 한다.

더군다나 그녀는 육현경에게 직접 할 얘기도 있었다.

소이연은 옆 병실의 문을 두드렸다.

병실 문이 열렸다.

큰 키에 우월한 피지컬의 소유자인 육현경이 보였다. 그의 어깨는 넓었고, 허리는 튼튼했고, 두 다리는 길었다.

육현경이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자 빳빳한 팔뚝 라인이 그대로 드러났다.

소이연은 인제야 육현경의 손목에 두꺼운 거즈가 감겨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아까까지만 해도 그녀를 가로로 안았었다.

소이연은 시선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육민 있어요?"

"네, 민이 낮잠 잘 시간이에요."

육현경이 대답했다.

‘이 남자 혹시 내가 아이와 가까이 지내는 걸 싫어하는 거야?’

그녀는 입술을 오므려 말했다.

"그러면 늦게 다시 올게요......"

"엄마 왔어? 나 재워줄래?"

어느새 육민은 소이연의 목소리를 듣고 요구를 제기했다.

"제가 잠깐 밖에 볼일이 있어 그러는데 소이연 씨가 괜찮다면 민이랑 같이 있어 주세요."

소이연이 답하기도 전에 육현경이 계속 말했다.

"민이는 급성 맹장염 수술을 마쳤어요. 의사가 회복에 신경 쓰라 했으니 소이연 씨가 우리 민이 얌전히 자는 것만 확인해 주세요. 부탁드려요."

그는 소이연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그냥 나가버렸다.

소이연은 육현경의 성격을 도무지 알 수 없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를 내가 유괴라도 하며 어쩌려고?!

"엄마."

육민이 달콤하게 그녀를 불렀다.

소이연는 깊은숨을 들이쉬고 아무 말 없이 아이에게 다가갔으며, 굳이 아이가 자기에 대한 호칭을 바로잡지 않았다.

"자자, 같이 있어 줄게."

"고마워 엄마."

육민은 소인연의 팔을 가슴에 꼭 안았다.

육민은 눈을 감고 하품하더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어린이들은 정말 잠을 잘 잔다니까.’

그녀는 근 몇 년 동안 멜라토닌을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

육민이 잠든 것을 확인한 소이연은 팔을 빼서 나갈 준비했다. 그런데 그녀의 작은 움직임에 육민은 포동포동한 작은 팔로 그녀를 더욱 꼭 껴안으며 중얼거렸다.

"엄마, 그만 도망가......"

소이연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육민의 귀여운 얼굴을 보았다. 얼마나 모질고 독한 어머니여야 그를 버릴 수 있을까.

그녀는 참지 못하고 머리를 숙여 육민의 볼에 입을 맞췄다.

입 맞추고 고개를 드는 순간, 육현경이 병실에 나타났다. 육현경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하지만 소이연은 그 눈빛에서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순간 소이연은 어색해졌다.

‘남의 아이한테 몰래 뽀뽀하는 현장을 잡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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