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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치킨의 각성법
먼치킨의 각성법
Author: 양산노귀

제1화

Author: 양산노귀
“저는 올해 스물여덟이고 호텔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연봉은 3천만 원 정도예요. 저와 결혼할 분은 서른 살 이하에 키는 180cm 이상, 연봉은 1억 6천만 원 이상, 1억짜리 차 한 대, 면주에 집이 세 채 이상 있었으면 좋겠고 예물은 1억 2천만 원 정도 준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야외에서 열리는 맞선 행사에서 평범한 외모의 여자는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 뒤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이상형을 얘기하기 시작했고, 주원우는 살짝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 얘기를 들었다.

나이와 키를 제외하면 주원우는 여자의 이상형을 완전히 비껴갔다.

주원우는 한참 뒤에야 정신 줄을 잡고 참다못해 말했다.

“맞선을 보러 오신 거라면 한 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보는 게 좋겠지만, 만약 소원을 이뤄줄 지니를 찾는 거라면 다른 곳으로 가보셔야 할 것 같네요. 혹시 아침에 외출하실 때 약을 챙겨 드시는 걸 깜빡하신 건가요? 마침 저기 맞은편에 약국이 있는데 필요하시면 그곳으로 가서...”

“뭔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직도 솔로죠!”

여자는 주원우를 욕하더니 씩씩대며 떠났다.

“그쪽도 솔로 아닌가요?”

주원우는 입을 비죽였다.

회사에서 주최한 이 맞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 이상한 사람들이 꽤 많은 듯했다.

만약 그가 그 정도로 조건이 좋은 사람이었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주원우는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 다가갔다.

그는 오늘 꽤 괜찮은 상대를 만날 수 있을 때까지 한 번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두 노인은 약간 거들먹거리는 모습의 주원우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비록 기억이 봉인되었지만 주원우의 성격은 한결같이 거침없었다.

그들도 오늘 같은 날이 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은문의 도련님인 그가, 5년 전 수많은 강자들을 압도적인 힘으로 제압했던 엄청난 천재가 이런 일을 겪을 줄이야.

상대적으로 키가 크고 마른 노인이 작은 목소리로 옆에 있던 회색 망토를 걸친 노인에게 물었다.

“우리가 몰래 개입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도련님은 송씨 가문 아가씨와 결혼을 약속했는데 혹시라도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 큰일이잖아요.”

5년 전쯤, 은문의 전 주인은 우연히 남쪽으로 내려온 송씨 가문 어르신의 목숨을 구했다.

두 사람은 유쾌하게 대화를 나누었고 그 자리에서 주원우와 송씨 가문 아가씨의 결혼을 약속했다. 그리고 은문의 전 주인은 송씨 가문 어르신에게 주원우의 사진을 한 장 주었다.

물론 당시 은문의 전 주인은 송씨 가문 어르신에게 자신의 신분을 솔직히 밝히지 않고 그저 속세를 떠나 살고 있는 한량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 일이 있은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당시 주원우는 해외에서 지내며 실력을 키우고 있었다. 그는 그곳에서 수많은 해외 강자들을 처단했으나 장기간의 잔혹한 살육과 미성숙한 정신 수양으로 인해 마도로 빠질 뻔했다.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보기 드문 귀재인 주원우를 구하기 위해 전 주인은 곧장 부하들을 데리고 해외로 떠났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 주원우의 기억과 힘을 5년간 봉인했다. 전 주인은 주원우가 5년 동안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면서 그 과정 중에 그의 마성이 서서히 마모되기를 바랐다.

전 주인은 임종 직전 그들에게 분부했었다. 주원우의 마성이 사라지면 약속대로 그를 송씨 가문의 아가씨와 결혼시키라고 말이다.

이제 곧 5년이 다 되어간다. 그동안 주원우의 마성은 많이 줄어들었고 그의 기억도 서서히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만약 봉인이 풀리기 전 주원우가 다른 사람과 결혼해 버린다면 큰일이었다.

회색 망토를 입은 노인은 말없이 한참을 고민하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전 주인님께서는 돌아가시기 전 우리에게 도련님이 파렴치한 짓을 하거나 목숨이 위태로운 게 아니라면 절대 개입하지 말라고 당부하셨죠. 전 주인님께서는 도련님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평범한 인생을 살기를 바랐어요. 그리고 도련님의 마성이 완전히 사라지길 간절히 바라셨죠. 그리고 결혼 약속은 도련님의 사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지나치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키가 크고 마른 노인은 잠깐 생각해 보더니 그 이후로 말을 아꼈다.

바로 이때, 갑자기 검은색 차 한 대가 행사장 근처에 멈춰 섰다.

차 문이 열리자 군복을 입은 멋진 여자가 차에서 내려 빠르게 뒷좌석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곧이어 제복을 입은 여자가 차에서 내렸다.

그 여자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미모나 몸매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었다.

거의 모든 이들의 시선이 여자의 제복 위 견장에 달린 별 두 개를 향해 있었다.

여자가 가까워지자 엄청난 기세가 느껴졌다.

“세상에, 저 사람 귀수 장군 송하윤 씨 맞죠?”

“네, 맞아요. 며칠 전 승진해서 귀수 장군이 되었잖아요. 우리 효연국의 가장 반짝이는 별이라고 할 수 있죠.”

“송하윤 씨를 직접 만나게 되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사인이라도 받고 싶네요!”

“사인이요? 꿈 깨요!”

송하윤의 멋진 모습에 행사장이 떠들썩해졌다.

다들 선망 어린 눈빛으로 송하윤을 바라보았고, 송하윤이 지나는 곳마다 사람들이 그녀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송하윤은 그들을 무시하고 성큼성큼 걸어가 주원우의 앞에 멈춰 섰다.

송하윤에게서 살벌한 기운을 느낀 사람들은 황급히 주원우의 곁에서 물러났다.

한편, 송하윤은 사진 한 장을 꺼내 주원우와 비교하기 시작했다.

송하윤이 들고 있는 사진은 주원우가 열다섯 살 때 찍은 사진이라 지금의 그보다는 훨씬 앳돼 보였다.

그럼에도 이목구비가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던 상태라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잠시 뒤, 송하윤이 사진에서 시선을 떼며 오만한 눈빛으로 주원우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주원우 씨인가요?”

송하윤은 아주 교만했지만 그녀는 그럴 자격이 있었다.

귀수 장군인 그녀는 주작 전왕 소속으로 남부 칠수 장군들 중에서 2위였고, 겨우 스물둘인 데다가 여자인데도 불구하고 귀수 장군이 되었다.

효연국을 다 뒤져봐도 송하윤 같은 케이스는 없었다.

주원우는 고개를 끄덕인 뒤 의아한 얼굴로 눈앞의 카리스마 넘치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누구...”

“그쪽은 말할 필요 없어요. 내 말을 듣기만 해요.”

송하윤은 손을 들어 주원우의 말을 끊으면서 거만하게 말했다.

“내가 오늘 그쪽을 찾아온 이유는 그쪽과 파혼하기 위해서예요. 나는 귀수 장군이지만 그쪽은 한낱 로젤 그룹의 경비원에 불과하죠.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상 사람이에요. 만약 우리 할아버지가 그쪽을 찾아온다면 그쪽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해요. 그 외에 다른 얘기를 한다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요.”

송하윤은 할 말을 마친 뒤 발을 한 번 굴렀다.

쿵!

그러자 콘크리트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겼다.

송하윤의 힘을 보게 된 사람들은 겁을 먹고 벌벌 떨면서 숨 한 번 크게 쉬지 못했다.

역시 귀수 장군이라서 그런지 발 한 번 굴러도 그 위력이 대단했다.

‘정말 무시무시하네.’

주원우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바닥에 생긴 균열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익숙한 기분을 느꼈다.

주원우가 대꾸하지 않자 송하윤은 고개를 저었다.

송하윤은 오랫동안 조사한 끝에 드디어 며칠 전 일면식 없는 약혼자의 행방을 알아냈다.

그리고 하필 이런 상황에 그를 찾아온 이유는 그에게 남자로서의 기개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그에게 조금이라도 기개가 있었더라면 할아버지의 체면을 생각해 그에게 기회를 한 번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사람들 앞에서 파혼하겠다고 말해도 주원우는 찍소리하지 않았다.

그런 나약한 남자는 그녀와 어울리지 않았다.

역시 그와 그녀는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난 송하윤이라고 해요. 내가 파혼을 요구했으니 나는 당신에게 신세를 하나 진 셈이에요. 만약 내가 필요하다면 나한테 연락해요. 한 번 도와줄게요.”

송하윤은 그렇게 말하더니 주원우의 앞에서 그의 사진을 찢어버렸다.

그러고는 근처에 있던 부하를 시켜 주원우에게 명함을 한 장 건넨 뒤 성큼성큼 자리를 떴다.

주원우 같은 겁쟁이와는 대화를 나눌 가치가 없었다.

역시 먼저 병원으로 가보는 게 좋을 듯했다.

주작 전왕도 아마 잠시 뒤면 도착할 것이다.

멀어지는 차를 바라보며 주원우는 기가 막혀서 헛웃음을 쳤다.

‘사람 잘못 본 거 아니야?’

주원우는 그녀를 알지도 못하는데 난데없이 파혼이라니.

“송하윤 씨랑 아는 사이세요?”

“혹시 송하윤 씨 연락처 좀 알려주시면 안 돼요?”

“20만 원 드릴 테니까 송하윤 씨 연락처 좀 알려줘요.”

“저는 40만 원 줄게요...”

송하윤이 떠나자마자 사람들은 주원우를 둘러싸고 돈을 주겠다면서 그에게 송하윤의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다.

기세를 보니 당장이라도 싸울 듯했다.

심지어 현장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기자까지 다가와 주원우의 얼굴에 카메라를 들이밀었다.

주원우가 소란스럽게 구는 사람들 때문에 골치 아파할 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그것은 회사 경비 팀장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자마자 경비 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원우야, 당장 시오 병원으로 가봐. 회장님께서 너를 만나고 싶어 하신대. 나도 금방 갈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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