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올해 스물여덟이고 호텔 매니저로 일하고 있어요. 연봉은 3천만 원 정도예요. 저와 결혼할 분은 서른 살 이하에 키는 180cm 이상, 연봉은 1억 6천만 원 이상, 1억짜리 차 한 대, 면주에 집이 세 채 이상 있었으면 좋겠고 예물은 1억 2천만 원 정도 준비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야외에서 열리는 맞선 행사에서 평범한 외모의 여자는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 뒤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이상형을 얘기하기 시작했고, 주원우는 살짝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 얘기를 들었다.나이와 키를 제외하면 주원우는 여자의 이상형을 완전히 비껴갔다.주원우는 한참 뒤에야 정신 줄을 잡고 참다못해 말했다.“맞선을 보러 오신 거라면 한 번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보는 게 좋겠지만, 만약 소원을 이뤄줄 지니를 찾는 거라면 다른 곳으로 가보셔야 할 것 같네요. 혹시 아침에 외출하실 때 약을 챙겨 드시는 걸 깜빡하신 건가요? 마침 저기 맞은편에 약국이 있는데 필요하시면 그곳으로 가서...”“뭔 소리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아직도 솔로죠!”여자는 주원우를 욕하더니 씩씩대며 떠났다.“그쪽도 솔로 아닌가요?”주원우는 입을 비죽였다.회사에서 주최한 이 맞선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 이상한 사람들이 꽤 많은 듯했다.만약 그가 그 정도로 조건이 좋은 사람이었다면 이 자리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그렇게 생각하며 주원우는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 다가갔다.그는 오늘 꽤 괜찮은 상대를 만날 수 있을 때까지 한 번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멀지 않은 곳에 있던 두 노인은 약간 거들먹거리는 모습의 주원우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비록 기억이 봉인되었지만 주원우의 성격은 한결같이 거침없었다.그들도 오늘 같은 날이 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은문의 도련님인 그가, 5년 전 수많은 강자들을 압도적인 힘으로 제압했던 엄청난 천재가 이런 일을 겪을 줄이야.상대적으로 키가 크고 마른 노인이 작은 목소리로 옆에 있던 회색 망토를 걸친 노인에게 물었다.“우리가 몰래 개입하는 게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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