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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양산노귀
경비 팀장에게 거듭 확인해 본 뒤에야 주원우는 그의 말이 사실이라는 걸 비로소 믿을 수 있었다.

그러나 회장님이 왜 일개 경비원인 그를 만나고 싶어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회장님이 직접 처리할 필요는 없을 텐데 말이다.

그리고 회장님은 몇 해 전부터 뇌졸중 때문에 몸도 가누기 힘들 뿐만 아니라 말을 하는 것조차 힘겨워한다고 들었다. 그러니 그의 문제를 직접 처리하고 싶어도 그럴 여력이 없을 것이다.

그렇게 주원우는 의문을 가득 안은 채 빠르게 행사 현장을 벗어나 택시를 타고 시오 병원으로 향했다.

시오 병원은 면주 남쪽에 위치한 부자들만 다닐 수 있는 병원으로 환경이 아주 아름다웠다.

비록 병원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요양센터라고 보는 게 더 정확했다.

30분 뒤, 주원우는 드디어 시오 병원에 도착했다.

택시비를 낸 뒤 차에서 내린 주원우는 살짝 당황했다.

앞에 송하윤의 차가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조금 전 주원우는 송하윤의 차가 떠나는 모습을 보았었고 번호판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주원우의 직업병이었다.

경비원인 그는 매일 회사를 드나드는 차를 지켜봐야 했기에 차 번호판을 유심히 살펴보는 버릇이 있었다.

‘이런 우연이 있다고?’

주원우는 의아해하면서 다가갔다.

그런데 그가 차 옆으로 지나가자 창문이 서서히 내려가며 송하윤의 차가우면서도 도도한 얼굴이 드러났다.

정말로 송하윤이었다.

그런데 그 사이 옷을 갈아입은 건지 평범한 사람들이나 입을 법한 옷을 입고 있었다.

“왜 따라온 거예요? 내가 아까 똑똑히 얘기했잖아요. 우리는 너무 다르다고요. 그러니까 매달릴 생각은 하지 말아요!”

송하윤은 매서운 눈빛으로 약간 혐오스럽다는 듯이 주원우를 노려보았다.

주원우의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는 입을 비죽이며 말했다.

“저는 저희 회장님 보러 온 거예요. 그쪽도 이곳에 있을 줄은 몰랐어요.”

그러나 송하윤은 그의 말을 믿지 않고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나는 다른 사람과 여기서 만나기로 해서 그쪽이랑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요. 나한테 도움을 청하고 싶은 거라면 다음에 연락해서 말해요.”

‘도움은 무슨.’

주원우는 입을 열려다가 문득 뭔가를 떠올리고는 황급히 물었다.

“파혼하겠다는 건 무슨 말이에요? 우리 아는 사이에요?”

“나 지금 볼일이 있다고 했잖아요. 못 들었어요?”

송하윤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돌아가서 그쪽 할아버지한테 물어봐요!”

‘할아버지?’

주원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쓴웃음을 지었다.

“우리 할아버지 돌아가셨어요.”

‘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송하윤은 깜짝 놀라더니 빠르게 물었다.

“언제 돌아가셨는데요?”

“5년 전쯤에 돌아가셨어요.”

주원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저는 할아버지에 관한 기억들이 없어요. 몇 년 전 벼랑에서 추락해 바다에 빠졌다가 기억을 잃었거든요. 그래서 예전의 일들이 기억나지 않아요. 하지만 저를 구해준 사람 말을 들어 보니 저희 할아버지가 저를 살리려다가 파도에 휩쓸려 돌아가셨다고 해요...”

바다에 빠져서 기억을 잃었다는 말에 송하윤은 놀란 표정으로 주원우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주원우는 두 사람이 결혼할 사이였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일까?

아니면 그녀의 동정을 받으려고 일부러 불쌍한 척하는 것일까?

“기억을 잃었다면 더는 그것에 관해 묻지 말아요. 어차피 기억이 있든 없든 그 약속은 이젠 없던 일이 됐으니까요.”

송하윤은 그렇게 말한 뒤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손을 휘적였다.

“됐어요. 더는 귀찮게 굴지 말고 얼른 가요. 그렇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요!”

송하윤은 말을 마친 뒤 창문을 올렸다.

송하윤은 주원우와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듯했다.

주원우는 송하윤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아서 속으로 욕설을 한 번 내뱉은 뒤 병원 쪽으로 걸어갔다.

그가 병원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또 차 한 대가 다가왔다.

그 차를 본 송하윤은 황급히 차에서 내렸다.

곧이어 중년 남성 한 명이 차에서 내렸고 송하윤은 빠르게 다가가 그에게 인사했다.

“전왕님을 뵙습니다.”

그 남성은 바로 주작 전왕 임명균이었다.

임명균은 눈이 부리부리했고 기세도 남달랐다.

송하윤은 전왕이라 불리는 임명균을 존경하고 선망했다.

무예를 익힌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강자를 선망했고 그건 송하윤도 마찬가지였다.

임명균은 손을 휘적이면서 뭔가 말하려고 했는데 무심결에 주원우의 옆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 순간 감격해서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7년 전, 임명균은 해외에서 적의 매복에 당해 십여 명의 강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공격받아 하마터면 그곳에서 전사할 뻔했다.

위기일발의 순간, 효연국의 젊은 강자 한 명이 불시에 나타나 엄청난 실력으로 십여 명의 강자들을 전부 처리한 뒤 멋지게 떠났다.

그동안 임명균은 당시 그 젊은 강자의 이름을 묻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그런데 오늘 이곳에서 그와 만날 줄이야.

임명균의 평소와 다른 모습에 송하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왜 그러세요?”

임명균은 대꾸하지 않고 부랴부랴 병원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그러나 그가 안으로 들어갔을 때 주원우는 보이지 않았다.

임명균은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 주위를 둘러보며 주원우를 찾았다.

그러나 병원에는 복도가 상당히 많았고 주원우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었다.

송하윤이 따라 들어오자 임명균은 다급한 얼굴로 그녀에게 지시했다.

“어서 병원을 봉쇄해!”

“네?”

송하윤은 당황한 표정으로 임명균을 바라보았다.

“무슨 이유로 병원을 봉쇄하려는 건가요?”

임명균은 흥분해서 몸을 파들파들 떨었다.

“조금 전에 아는 사람이 이곳으로 들어오는 걸 봤어. 그런데 지금은 보이지 않아. 분명히 아직 이 병원 안에 있을 거야.”

“아는 사람이요?”

송하윤의 얼굴에 살짝 경련이 일었다.

“혹시 조금 전 들어간 그 사람 말씀이세요?”

“그래.”

임명균은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

송하윤은 실소를 터뜨렸다.

“그 사람은 그냥 경비원일 뿐이에요. 전왕님의 지인일 리가 없습니다.”

“경... 경비원이라고?”

임명균은 흠칫했다.

“확실해?”

송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꼿꼿이 서서 말했다.

“제 목숨을 걸고 장담합니다!”

임명균은 조금 당황스러워했지만 이내 아쉬운 듯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면 내가 잘못 봤나 보네.”

송하윤의 말을 의심할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송하윤은 확신에 차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엄청난 실력을 지닌 강자가 일개 경비원일 리가 없었다.

“그분은 대체 누구인가요? 누구길래 그렇게 큰 반응을 보이신 겁니까?”

송하윤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임명균을 바라보았다.

조금 전 송하윤은 임명균의 반응을 전부 지켜보았다.

그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임명균의 모습을 오늘 처음 보았다.

“아까는 아는 사람이라고 했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모르는 사이야.”

임명균은 고개를 저으면서 자조하듯 말했다.

“적어도 그 사람은 나를 모를 거야. 아니, 나는 그 사람의 지인이 될 자격조차 없다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하겠지.”

“네?”

송하윤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임명균을 바라보았다.

남부 주작 전왕이라고 불리는 그가 다른 사람의 지인이 될 자격조차 없다니.

그렇다면 그 사람은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 걸까?

“걸어가면서 얘기하지.”

임명균은 손을 젓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일단은 양기덕 어르신부터 보러 가야 하니까...”

양기덕은 직급이 높은 건 아니지만 특급 전쟁 영웅으로 수많은 훈장을 받은 사람이었다.

과거의 치열한 전쟁에서부터 시작해 건국 후의 몇 차례 전투까지, 양기덕은 빠짐없이 참전했다.

양기덕만큼 큰 공로를 세운 나이든 병사는 전국에 몇 없었다.

그들은 이번에 윗선을 대표하여 큰 병을 앓고 있는 전쟁 영웅 양기덕의 병문안을 온 것이었다.

양기덕의 병실로 향하는 길에 임명균은 자신이 해외에서 겪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다.

“그렇게 대단하다고요?”

송하윤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해외의 강자 십여 명을 처리한 사람이라면 국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엄청난 고수라는 걸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 사람은 해외의 강자들을 전부 죽였다.

정말 무시무시한 실력자였다.

“그래.”

임명균은 감탄했다.

“그 사람은 내가 살면서 본 이들 중에서 가장 강했어. 게다가 아주 젊었지. 어쩌면 너보다도 더 젊을지 몰라.”

송하윤은 그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헛숨을 들이켰다.

‘세상에.’

그녀보다 더 젊은 데다가 임명균이 살면서 봤던 모든 사람들 중에서 가장 강하다니,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

송하윤의 놀란 표정을 본 임명균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송하윤, 네가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이라는 건 알아. 하지만 그 사람 앞에서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거들먹거릴 자격이 없지. 그러니까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 너는 앞으로도 긴 길을 걸어야 할 테니까. 그리고 너는 분명히 미래에 나보다도 더 많은 것을 이뤄낼 거야.”

송하윤은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기대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분 이름이 뭔가요? 기회가 된다면 저도 그분을 꼭 뵙고 싶어요. 그리고 그분에게서 가르침을 받고 싶어요.”

송하윤은 엄청난 강자를 선망했다.

“몰라.”

임명균은 고개를 저으며 애석한 표정으로 말했다.

“효연국 사람이라는 말만 남기고 떠나버렸거든.”

송하윤은 그 말을 듣고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요양 구역 쪽으로 걸어가던 임명균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참, 너 오늘 사람들 많은 곳에서 파혼하겠다고 했다며?”

임명균은 고개를 돌려 송하윤을 바라보았고 송하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쑥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

“파혼하는 건 그렇다 쳐. 왜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그런 거야?”

임명균은 송하윤을 향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안 그래도 이곳으로 올 때 그 사실이 인터넷에서 퍼지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 지금 당장 관련 부서의 직원에게 연락해 그와 관련된 기사들을 전부 삭제하게 해. 괜히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 말이야.”

“네.”

송하윤은 명령을 받은 뒤 곧바로 휴대폰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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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순간, 백정호는 자신이 미친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과거 그는 상대가 누군지도 알지 못한 채 사람들을 데리고 형제의 복수를 하러 갔다가 현장에 도착한 뒤에야 자신의 형제를 죽인 사람이 바로 도련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때 그 일로 백정호는 손가락 하나를 잃었고 은문에서 영원히 쫓겨나게 되었다.그리고 오늘 그때와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게다가 이번에는 예전보다 상황이 훨씬 더 심각했다.‘이번에 또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다니!’끝없는 공포가 백정호를 집어삼켰다.백정호는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다. 잘린 손가락의 상처는 오래전 아물었으나 왠지 모르게 다시 그곳에서 통증이 느껴졌다.그것은 엄청난 통증이었고 그 탓에 백정호는 숨을 제대로 쉴 수조차 없었다.그는 이곳까지 온 이유를 완전히 잊어버렸다.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해야 자신과 아들의 목숨을 건질 수 있을지,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다.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목숨을 부지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도련님은 거슬리는 건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성격이었다.만약 그가 그들을 죽이려고 마음먹었다면 아무도 그들을 구할 수 없었다.휘몰아치는 공포에 백정호의 떨림이 더 심해졌다.옆에 있던 백시우는 백정호가 이상한 반응을 보이자 황급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뭐 하세요? 같잖은 놈 처리하는 것뿐이잖아요. 왜 그렇게 긴장하세요? 여기 보는 눈도 많은데 말이에요.”‘같잖은 놈이라고?’백정호는 헛숨을 들이켰다.‘도련님이 같잖은 놈이라고? 도련님은 하늘 같은 분이야. 우리랑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귀한 분이라고!’짝!백정호가 백시우의 뺨을 때렸다.갑작스럽게 따귀를 맞게 된 백시우는 넋이 나갔고, 사람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백정호를 바라보았다.백정호는 약을 잘못 먹기라도 한 걸까?아니며 눈이 침침해 백시우를 주원우로 잘못 본 걸까?백시우는 머릿속이 윙윙거렸다. 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백정호가 이번에는 그를 발로 걷어차더니 부들부들 떨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같잖은 놈

  • 먼치킨의 각성법   제25화

    “꺼져! 당신의 쓸데없는 소리를 들어줄 여유는 없어!”김승대는 거칠게 서지환의 말허리를 끊었다.“정호 형님과 백시우 도련님이 도착한 뒤 다시 얘기해!”서지환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가 말을 이어가려고 하는데 김승대가 살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서지환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어쩔 수 없이 뒤로 물러났다.그들의 기세에 주원우는 다시 한번 송하윤에게 연락했다.전화는 여전히 꺼져 있었다.주원우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하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백정호가 직접 온다면 그의 실력으로 일단 백정호를 인질로 삼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그리고 백정호를 인질로 잡는다면 백정호의 부하들은 섣불리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그래. 그렇게 하자! 남자는 배짱이지!’서미래는 처음으로 보는 광경에 겁을 먹었다. 그녀는 다급히 손희섭에게 연락해서 울먹거리며 손희섭에게 도와달라고 했다.그녀는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미래야, 나도 방법이 없어.”전화 너머 손희섭이 우는소리를 했다.“내가 조금 전에 우리 아버지한테 백정호 씨에게 연락해달라고 했는데 백정호 씨가 말하길 이번에 주원우 씨가 선을 넘어서 절대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했대...”손희섭이 호소했다.결국엔 도와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서미래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그들의 별장 주위로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사람들은 상황을 보고 몰래 혀를 찼다.“백정호 씨가 평소에는 조용히 지내도 한 번 화가 나면 인정사정 안 봐주지. 서씨 가문 사람들은 어쩌다가 백정호 씨 심기를 건드린 거지? 이 정도 스케일이라니... 앞으로 면주에서 서씨 가문은 사라지겠네.”“그러게. 백정호 씨가 움직인 건 정말 오랜만이지? 다들 백정호 씨가 어떤 사람인지를 잊었나 봐.”“3년 전 일 기억해? 그때 백정호 씨 심기를 건드린 사람은 자기가 아주 대단한 사람이라고 큰소리를 쳤잖아. 그런데 지금까지 시체조차 다 찾지 못했대.”“백정호 씨가 오늘 같은 지위를 누리게 된 건 무자비하고, 의리 있고, 인맥이 넓은 덕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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