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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양산노귀
서씨 가문의 주력 사업은 국내 장거리 화물 운송이고 그 외 자동차 서비스센터도 운영하고 있었다.

며칠 전, 백시우는 차를 사기 위해 그들이 운영하는 매장에 방문했었다. 그러나 매장 직원은 백시우의 신분을 알지 못했고, 그날 백시우가 옷도 대충 입은 데다가 차를 살 때 굉장히 깐깐히 굴어 직원들이 짜증을 내며 백시우에게 비싼 차를 살 돈이 없으면 괜히 폼을 잡지 말라는 무례한 말을 했다.

백시우는 그들의 태도에 화가 나서 그 자리에 있던 직원 중 한 명의 뺨을 때렸고 그 뒤로 양측은 몸싸움을 했다.

서비스센터에 직원들이 꽤 많아서 백시우는 그들과 싸우다가 꽤 많이 맞게 되었다.

결국 단단히 화가 난 백시우는 사람을 시켜 매장 직원들을 흠씬 두들겨 팼고 서비스센터가 앞으로 영업하지 못하도록 손을 쓸 거라고 을러메기까지 했다.

그 뒤로 서비스센터는 며칠 동안 영업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서미래는 곧바로 그 직원들을 해고했고, 몇 번이나 백시우에게 연락해 그에게 직접 사과하면서 배상에 관해 논의를 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백시우는 그녀를 완전히 무시했다. 그는 서비스센터가 앞으로 영영 문을 닫게 할 생각이었다.

서미래는 결국 어쩔 수 없이 손희섭 아버지의 인맥을 이용해 백시우와 약속을 잡으려고 했다.

서미래가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는 말을 듣자 손희섭은 속으로 아우성쳤다.

사실 그의 아버지가 백정호와 아는 사이라는 것은 거짓말이었다.

그의 아버지가 백정호와 아는 사이일 리가 없었다.

그러나 이미 거짓말을 했기에 도와주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체면을 구기게 될 것이다.

“알겠어. 오늘 저녁에 돌아가서 아버지한테 말씀드려 볼게.”

손희섭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말한 뒤 속으로 어떤 핑계를 대며 거절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런데 바로 이때 누군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성숙하고 요염한 여자가 와인 한 잔을 들고 안으로 들어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저는 이 룸살롱의 사장 고나린이에요. 저희 룸살롱을 찾아주셔서 감사하다는 의미로 같이 한잔해요.”

룸살롱 사장이 직접 찾아와서 술을 마시자고 하니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술을 한잔한 뒤 고나린은 바로 떠나지 않고 자리에 앉아 그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건 이 업계 사람들이 자주 쓰는 방식이었다.

얘기를 나누며 가까운 사이가 되면 앞으로 그들이 더 자주 가게를 찾아줄 것이다.

서미래는 백시우의 일 때문에 얼굴에 계속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최효민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서미래를 안아주며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 희섭 씨 아버지가 백정호 씨랑 친한 사이라잖아. 틀림없이 백시우 씨에게 잘 얘기해줄 거야.”

“맞아, 맞아.”

다른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고나린은 그 말을 듣더니 시선을 들어 서미래를 바라보며 물었다.

“백시우 씨랑 갈등이 생긴 건가요?”

서미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 회사 직원이 실례를 저질러서 직접 사과드리고 싶어서요.”

서미래는 그렇게 말하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 문제는 간단해요.”

고나린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희섭 씨 아버지에게 부탁드릴 필요 없어요. 지금 백시우 씨가 마침 이곳에 있거든요. 잠깐만 기다려요. 지금 바로 모셔 올게요.”

“정말요?”

서미래는 기쁜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나린을 바라보았다.

손희섭도 내심 기뻐했다. 그는 다행이라는 생각에 그 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

고나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올 거예요.”

“네, 고마워요. 정말 너무 고마워요.”

서미래는 흥분해서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

“별말씀을요.”

고나린은 싱긋 웃은 뒤 걸음을 옮겼다.

고나린이 떠난 뒤 서미래는 자기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며 속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다.

앞으로 그녀는 자주 이 룸살롱에 방문할 것이다.

한편, 손희섭도 잠시 뒤 백시우 앞에서 잘 보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백씨 가문과 연줄이 생길 뿐만 아니라 그의 거짓말도 들통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주원우는 잠깐 조용히 있다가 서미래에게 말했다.

“백시우 씨라는 사람에게 이 술을 건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네요. 혹시라도 이게 가짜 술이라는 걸 눈치챈다면 화를 낼지도 모르니까요.”

비록 주원우도 이것이 가짜 술이라고 확신하는 건 아니지만 술맛이 이상한 건 사실이었다.

“조용히 해요!”

서미래는 주원우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잠시 뒤에 백시우 씨가 오면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요!”

주원우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쉰 뒤 입을 다물었다.

이내 문이 열렸고 백시우가 어두운 얼굴로 문 앞에 서서 언짢은 표정으로 서미래를 바라봤다. 그는 들어오기 싫은 눈치였다.

서미래는 그 모습을 보고는 황급히 불안한 마음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백시우 씨, 그러지 마시고 어서 앉으세요.”

고나린이 싱긋 웃으며 내키지 않는 표정의 백시우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백시우를 서미래의 곁에 앉히며 말했다.

“자, 이제 백시우 씨한테 진심을 다해 사과하세요. 저는 다른 손님들에게 가봐야 해서 이만 가볼게요.”

고나린은 사람들을 향해 웃어 보인 뒤 빠르게 룸에서 나갔다.

고나린이 떠나자 손희섭이 곧바로 웃는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백시우 씨, 안녕하세요. 저는 손희섭이라고 합니다. 오늘 이렇게 백시우 씨를 만나다니 정말 영광스럽습니다...”

백시우는 손희섭의 손을 쳐내며 거칠게 말했다.

“당신 이름이 뭐든 나랑 뭔 상관이야?”

손희섭은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서미래에게 말했다.

“미래야, 뭘 넋 놓고 있어? 어서 백시우 씨에게 술을 따라드려야지. 백시우 씨가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우리한테는 정말 기적이라고.”

서미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이 황급히 백시우를 위해 술을 따랐다.

“백시우 씨, 부디 넓은 아량으로 화를 푸시고 용서해 주셨으면 합니다...”

손희섭은 두 손으로 잔을 들고 굽신대며 백시우에게 잔을 내밀었다.

“미래는 백시우 씨께서 매장에 방문하실 줄 몰랐어요. 알았다면 직접 서비스센터에 가서 백시우 씨를 맞이했을 겁니다. 면주에 감히 백시우 씨 체면을 무시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네, 맞아요!”

다른 사람들도 맞장구를 치면서 백시우의 비위를 맞추려고 했다.

솔직히 손희섭은 남의 비위를 맞추는데 꽤 재능이 있었다.

그의 아부에 백시우는 기분이 한결 나아져 표정도 살짝 좋아졌다.

손희섭은 내심 기뻐하며 황급히 서미래에게 눈치를 줬고 서미래는 그 뜻을 알아채고 조심스럽게 술잔을 들며 말했다.

“제가 직원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입니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우선 술 한 잔 따라드리면서 정중하게 사과드리겠습니다.”

손희섭은 또다시 두 손으로 잔을 들면서 굽신대며 백시우에게 잔을 내밀었다.

“솔직히 말해 이 뮤지니보다 더욱 귀한 걸로 백시우 씨를 대접해야 하는데 이건 지금 제가 마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술이니 부디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백시우는 짧게 대꾸하며 술잔을 건네받았고 서미래는 기뻐했다.

“백시우 씨, 제가 먼저 한 잔 비우겠습니다.”

서미래는 그렇게 말한 뒤 와인을 단번에 다 마셨다.

“서씨 가문에서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다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

백시우는 경고하는 눈빛으로 서미래를 힐끗 본 뒤 술을 마셨다.

그런데 와인을 머금는 순간 백시우의 안색이 바로 돌변했다.

서미래는 그 점을 눈치채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백시우 씨, 혹시 술이 마음에 들지 않으시는 걸까요?”

“술이 마음에 안 드냐고?”

백시우는 버럭 화를 내며 들고 있던 와인을 서미래에게 뿌렸다.

“꺅...”

방심한 서미래는 얼굴에서 와인이 뚝뚝 흘러내려 그 모습이 아주 비참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다들 바짝 긴장했다.

손희섭은 덜컥 겁이 나서 황급히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와인을 뒤집어쓰게 된 서미래는 멍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백시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뒤 싸늘한 얼굴로 서미래를 바라보았다.

“서미래, 내가 촌놈인 줄 아나 봐? 내가 가짜 술도 구분하지 못할까 봐?”

백시우는 단단히 화가 났다.

서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센터 직원들도 그를 촌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서미래도 그를 촌놈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내가 그렇게 촌놈 같아? 사과를 하겠다면서 가짜 술로 나를 농락해?’

그것은 그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었다.

버럭 화를 내는 백시우의 모습에 서미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넋이 나갔다.

정말로 가짜 술이었단 말인가?

그럴 리가 없었다.

설마 백시우는 서미래의 사과를 받고 싶지 않아 가짜 술이라는 핑계를 댄 걸까?

서미래는 당황해서 황급히 설명했다.

“백시우 씨, 오해입니다. 이건 희섭 씨가 집에서 가져온 건데 가짜 술일 리가...”

“개소리하지 마!”

백시우는 불같이 화를 내며 험악한 표정으로 서미래를 바라보았다.

“어디서 거짓말을 하려고 해? 서미래, 내가 뮤지니도 못 마셔본 촌놈이라고 생각한 거지? 내가 오늘 이 술이 가짜 술이라는 걸 증명해 내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백시우는 그렇게 말한 뒤 술병을 들더니 라이터를 꺼내 라벨을 달구었다.

그러고는 라벨을 온전히 뜯어냈다.

그 라벨을 본 사람들은 안색이 완전히 창백해졌다.

고급 와인은 가품과 구별할 수 있도록 라벨에 특수 처리를 하여 라벨을 온전히 뜯어내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은 그들 모두 아는 사실이었다.

쨍그랑!

백시우는 들고 있던 술병을 바닥에 내팽개친 뒤 산산이 조각난 유리조각들을 가리키며 서미래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저 위에 무릎 꿇고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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