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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양산노귀
30분 뒤, 서미래가 차를 타고 주원우를 데리러 왔다.

오늘 저녁 파티가 있는데 그녀는 주원우와 함께 파티에 참석할 생각이었다.

“나랑 같이 파티를 가겠다고요? 다른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살까 봐 걱정되지 않아요?”

차에 탄 주원우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서미래에게 물었다.

서미래는 전방을 바라보며 차갑게 대꾸했다.

“걱정할 이유가 없죠. 어차피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결국 난 웃음거리가 될 테니까요.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내가 당당히 주원우 씨를 데리고 가는 게 낫죠.”

“나랑 혼인신고를 한 건 서미래 씨도 동의한 일이잖아요.”

주원우는 고개를 돌려 서미래를 바라봤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서미래는 주원우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혼인신고를 했어도 그냥 남남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말하자면 오늘 주원우 씨와 그 파티에 참석하는 이유는 주원우 씨에게 우리가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예요. 그래야 헛된 기대를 품지 않을 테니까요.”

주원우는 그 말을 듣고 기가 찼다.

“지금 차에서 내리면 안 될까요?”

서미래는 코웃음을 쳤다.

“이런 별거 아닌 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하겠다면 앞으로 외출은 꿈도 꾸지 말아요.”

주원우는 살짝 놀랐다.

서미래의 말이 맞았다.

그가 서미래와 혼인신고를 했다는 소식이 알려진다면 사람들은 그가 주제넘게 욕심을 부렸다고 할 것이다.

그것은 주원우가 피할 수 없는, 언젠가는 마주해야 할 일이었다.

그러니 굳이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들이 주원우를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주원우는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다.

잠시 뒤, 두 사람은 한 고급 룸살롱에 도착했다.

룸 안으로 들어가자 남자 두 명과 여자 두 명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그들 모두 주원우와 또래인 듯했다.

“미래야, 얼른 여기 와서 앉아!”

서미래를 보자 손희섭은 곧바로 서미래를 자신의 곁에 앉히려고 했고 다른 세 명도 자연스럽게 서미래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그들은 주원우의 존재를 철저히 무시했다.

서미래는 손희섭의 곁에 앉지 않고 자신의 친구 최효민의 곁에 앉았다.

손희섭은 그 모습을 보고 눈에 살짝 실망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이때 서미래가 그들을 향해 주원우를 소개하기 시작했고, 주원우는 말을 하는 대신 그들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손희섭은 그윽한 눈빛으로 서미래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래야, 너 기분 안 좋은 거 알아. 그래서 내가 우리 집에서 고급 와인을 챙겨왔거든? 너무 슬퍼하지 마. 너희 할아버지가 갑자기 비이성적인 선택을 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걱정하지 마. 나는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니까.”

“제 아내 곁에는 남편인 제가 있을 테니까 손희섭 씨께서 곁에 있어 줄 필요는 없습니다.”

주원우가 곧바로 나섰다.

비록 그와 서미래는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은 혼인신고를 한 상태였다.

그러니 누군가 그의 앞에서 대놓고 그의 아내를 꼬시려고 하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누가 당신 아내라는 거예요?”

서미래는 화가 난 얼굴로 주원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기 신분을 잘 알아두길 바라요. 주제넘은 생각은 하지 말고요!”

“당신이 미래랑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당신에게 계급 차이란 게 어떤 건지 지금 바로 보여주죠!”

손희섭은 코웃음을 치면서 테이블 위 와인을 가리켰다.

“이게 어떤 와인인 줄 알아요?”

주원우가 와인 병을 들어서 보니 전부 외국어가 적혀 있었다.

그 순간 주원우의 머릿속에 어떠한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 와인의 이름은 떠오르지 않았다.

“몰라요.”

결국 주원우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었다.

“이건 뮤지니예요.”

최효민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한 병에 4천만 원 정도죠. 주원우 씨가 몇 년 동안 열심히 일해야 살 수 있는 술이에요...”

“이제 알겠어요?”

손희섭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주원우를 바라보더니 박수를 치며 말했다.

“미래도 왔고 디캔팅도 어느 정도 되었으니 일단 한 잔씩 할까?”

손희섭은 그렇게 말하면서 사람들에게 술을 따라줬다.

그리고 의외로 주원우에게도 한 잔 따라주었고 그 탓에 주원우는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주원우는 손희섭이 그에게 술을 따르라고 할 줄 알았다.

손희섭이 술을 따라주자 사람들은 잔을 들고 와인을 음미했다.

“역시 최고급 뮤지니야. 맛이 정말 좋아.”

“첫맛은 살짝 쓰지만 천천히 부드러워져서 목 넘김도 좋고 향도 아주 좋아.”

“이 뮤지니는 82년산 라피트보다도 더 맛이 좋은 것 같아...”

그들은 연신 감탄하면서 맛에 한껏 취해 즐기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들의 모습을 본 주원우는 입을 비죽였다.

‘술 마시면서 뭘 저렇게 폼을 잡는지.’

주원우는 속으로 투덜대면서 와인을 한 입 마셨고 그 순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 술은 그들이 말하는 것만큼 맛이 좋지는 않았다.

“어때요? 이렇게 좋은 술은 마셔본 적 없죠?”

손희섭은 같잖다는 듯이 주원우를 바라보며 우월감을 느꼈다.

주원우는 입술을 다물고 맛을 음미하다가 얼굴을 찡그린 채 말했다.

“이거 가짜 아니에요?”

그의 어렴풋한 기억에 따르면 이 술은 맛이 이상했다.

‘가짜라고?’

주원우의 말에 사람들은 살짝 당황하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뮤지니 마셔본 적은 있어요? 마셔본 적도 없을 텐데 가짜라니.”

“마셔본 적 없으면 조용히 있어요. 희섭이 준비한 좋은 술을 깎아내리지 말고요.”

“그러니까요. 경비원이 뮤지니의 맛을 모르는 건 당연한 일이니까 너무 창피해하지 말고...”

2만 원짜리 와인도 몇 번 마셔보지 못한 사람이 뮤지니를 마시고 가짜 술이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만약 가짜 술이었다면 그들은 금방 눈치챘을 것이다.

“역시 서민이라니까.”

손희섭은 고개를 저으며 웃더니 은근히 돌려 깠다.

“싸구려 와인만 마셔본 서민에게 이런 고급 뮤지니 맛은 가짜 술과 큰 차이가 없겠죠. 이게 바로 계급 차이라는 거예요.”

손희섭의 말을 듣고 다른 사람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서미래는 주원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이제 우리가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이라는 걸 알겠죠?”

“이건 가짜가 맞아요.”

주원우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주원우가 계속 가짜 술이라고 하자 서미래는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식한 데다가 억지까지 부리네.’

“이 술이 쓴맛이 나서 가짜 술이라고 하는 거죠?”

손희섭은 우아하게 와인을 한 모금 마시더니 거만한 얼굴로 주원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건 타닌산이라는 거예요. 이 맛이 있기 때문에 이게 가짜 술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셈이죠.”

“희섭 씨, 설명해 줄 필요 없어. 어차피 말해줘도 모를 텐데 말이야.”

서미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네.”

손희섭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촌놈은 촌놈이지. 아무리 재벌가 사위가 되었다고 해도 결국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 법이야.”

주원우는 기분이 언짢아져 입을 비죽이며 말했다.

“촌놈인 저도 결국엔 신분 상승했잖아요. 게다가 저는 그 집안에서 먼저 결혼해달라고 한 거예요. 그런데 손희섭 씨는 왜 그러지 못했을까요?”

‘빌어먹을 놈, 내가 서미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은 거잖아?’

손희섭은 그 말을 듣더니 곧바로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주원우 씨는 주제 파악을 해야 할 필요가 있겠어요.”

손희섭은 기세등등한 얼굴로 주원우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미래가 아니었더라면 당신 같은 사람은 나랑 말을 섞을 자격조차 없어요. 내게 주원우 씨를 처리하는 건 너무 간단한 일이죠.”

“누가 누구를 처리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주원우가 손희섭을 사납게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별로 두려울 게 없었다.

송하윤은 이길 수 없지만 손희섭은 아니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송하윤에게 도와달라고 할 수도 있었다.

손희섭이 화를 내려는데 서미래가 황급히 그를 말렸다.

“희섭 씨, 이런 사람한테 화낼 필요 없어.”

“맞아. 저런 사람한테 화내는 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

최효민도 손희섭을 설득했고, 다른 두 사람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설득에 손희섭은 코웃음을 치면서 화를 억눌렀다.

서미래는 주원우를 노려보다가 시선을 들어 손희섭을 바라보며 떠보듯 물었다.

“희섭 씨, 희섭 씨 아버지가 백정호 씨랑 아는 사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거 사실이야?”

손희섭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당연하지.”

손희섭의 말을 듣자 다른 이들이 눈을 빛냈다.

“희섭아, 너희 아버지랑 백정호 씨랑 친한 사이였어? 빨리 얘기하지!”

“너무 겸손한 거 아니야?”

“앞으로 혹시라도 해결하기 힘든 일이 생기면 나 한 번 도와줘...”

사람들은 손희섭의 비위를 맞추면서 주원우를 깎아내렸다.

백정호는 상대적으로 겸손한 편이지만 면주에서는 아주 유명한 인물이었다.

면주의 3대 재벌가도 일을 처리할 때 백정호의 체면을 생각해야 할 정도였고 백정호의 사람을 건드리게 되면 험한 꼴을 당할 수도 있었다.

소문에 따르면 백정호는 사실 면주 현지인이 아니고 한때 다른 지역을 제패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거친 삶을 살고 싶지 않아 면주로 이사 온 것이라고 한다.

“아부꾼들.”

주원우는 입을 비죽이며 경멸 어린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주원우를 경멸하는 것처럼 주원우도 당연히 그들을 경멸할 수 있었다.

최효민은 같잖다는 눈빛으로 주원우를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

“주원우 씨가 희섭 씨 반이라도 닮았으면 주원우 씨에게도 아부를 떨었을 거예요.”

다른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손희섭에게 아부를 떠는 것이 영광스러운 일인 듯이 말이다.

“신경 쓰지 마. 괜히 질투 나서 그러는 거니까.”

서미래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말한 뒤 손희섭에게 물었다.

“그러면 아버지에게 부탁해서 백시우 씨와 약속을 잡아줄 수 있을까? 백시우 씨에게 직접 사과를 하고 싶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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