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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양산노귀
그 광경을 보자 다들 입이 떡 벌어졌다.

어떤 사람은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힘껏 비비기도 했다.

주원우의 공격에 백시우의 부하들이 맥도 못 추다니.

백시우의 부하들은 과격하고 난폭하기로 유명했는데 일개 경비원인 주원우를 제압하지 못하다니 말이 되지 않았다.

주원우는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는 회사에서 싸움 기술을 배우긴 했었지만 그걸 배웠다고 이렇게 강해진 걸까?

아니면 백시우의 부하가 너무 약한 걸까?

바닥에 쓰러진 부하들을 본 백시우는 뚜껑이 열렸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경비원 한 명을 이기지 못했다.

오늘 체면을 되찾지 못한다면 앞으로 쭉 고개를 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다.

백시우는 솟구치는 분노 때문에 이성을 잃었다.

“죽여버리겠어!”

결국 백시우는 화를 참지 못하고 주원우를 향해 빈 술병을 휘둘렀다.

넋을 놓고 있던 주원우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백시우를 향해 발을 뻗었다.

퍽!

백시우는 저 멀리 날아가서 바닥에 쓰러졌고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

사람들은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주원우는 사람들 앞에서 백시우의 부하뿐만 아니라 백시우까지 때렸다.

‘죽겠네. 틀림없이 죽겠어!’

“서씨 가문 아주 대단하네! 두고 봐!”

백시우는 바닥에 누워 험악한 얼굴로 고함을 질렀다.

서미래는 완전히 넋이 나가서 울먹거리며 말했다.

“백시우 씨, 저희는... 정말로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희는...”

“가죠. 저 사람한테 설명해 봤자 소용없어요. 저 사람이 말이 통하는 사람 같아 보여요?”

주원우는 입을 비죽이며 패닉에 빠진 서미래를 챙겨서 떠났다.

비록 그의 기억은 봉인되어 있지만 본성은 여전히 어느 정도 남아있었다.

그리고 이미 벌어진 일이니 설명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정 안 되면 송하윤에게 도움을 청하면 그만이었다.

주원우와 서미래가 떠나자 손희섭 등 사람들은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도망쳤다.

주원우와 서미래는 떠난 지금 도망치지 않는다면 백시우가 그들에게 화풀이를 할지도 몰랐다.

“미쳤어요? 당신 진짜 큰 사고를 친 거 알아요?”

돌아가는 길에 서미래는 차 안에서 분노 어린 표정으로 주원우를 바라보았다.

백시우는 또 한 번 체면을 잃었고 그것은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었다.

그들은 백시우에게 사과하기는커녕 오히려 백시우와 철천지원수가 되었다.

주원우는 어두워진 얼굴로 어이없다는 듯이 서미래를 바라보았다.

“내가 누구를 구하려고 그랬는데요.”

주원우도 답답했다.

서미래를 구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도 백시우와 원수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서미래에게 그것이 가짜 술이라고 언질까지 주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니 서미래는 모든 것을 그의 탓으로 돌렸다.

‘나 참, 어처구니가 없네.’

서미래는 순간 말문이 막혀 한참을 침묵하다가 떨리는 손으로 차에 시동을 걸었다.

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간 뒤 주원우는 서미래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고 조성연은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

“당장 꺼져!”

조성연은 문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 집 바닥 더럽히지 말고!”

조성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주원우를 향해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을 던졌고 주원우는 빠르게 피했다.

찻잔은 바닥에 떨어져 부서졌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서지환이 황급히 아내를 말렸다.

“아버지께서 두 사람 억지로 결혼시킨 거야.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왜 죄 없는 원우한테 화풀이를 해?”

서지환은 그들 중에서 그나마 양심적인 사람이었다.

주원우가 그의 딸과 혼인신고를 한 덕분에 서필준의 상태가 조금 좋아졌다.

“그럼 쟤한테 화풀이를 하지 당신한테 화풀이를 하겠어요?”

조성연은 그렇게 화를 내다가 별안간 비참한 모습의 서미래를 보고는 화를 낼 새도 없이 황급히 그녀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미래야. 왜 그래?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야? 저 짐승 같은 놈이 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조성연은 그렇게 말하면서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주원우를 노려보았다.

서미래는 심란한 마음으로 고개를 저은 뒤 울먹거리며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했다.

사건의 경과를 알게 된 조성연은 겁을 먹고 얼굴이 창백해졌다.

“재앙이야. 이 자식은 우리 집에 찾아온 재앙이라고! 차라리 죽어버리지. 너 같은 놈은 왜 살아있는 거야?”

조성연은 주원우를 손가락질하며 욕했다.

“그게 원우 탓이야? 다 손희섭이 가짜 술을 가져간 탓이지!”

서지환은 불쾌한 얼굴로 조성연을 향해 눈을 흘겼다.

“원우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오늘 우리 딸은 멀쩡히 돌아오지 못했을 거야.”

“누가 쟤한테 도와달라고 했어요?”

조성연은 고마운 줄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이며 주원우를 계속해 욕했다.

“당장 백시우 찾아가서 무릎 꿇고 사과해! 백시우가 너를 때려죽이려고 해도 참아. 일단 백시우의 화부터 가라앉힌 뒤에...”

백시우는 애초에 서씨 가문과 화해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런 일까지 생겼으니 화해할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다.

어쩌면 백정호가 나서서 그들을 상대하려고 할지도 몰랐다.

3대 재벌가도 눈치를 봐야 하는 백정호가 말이다.

억지를 부리는 조성연의 모습에 주원우는 기가 막혔다.

그는 한참을 침묵하다가 서미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일단 손희섭 씨 아버지의 도움을 바라야죠. 정 안 되면 제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게요.”

이건 서씨 가문의 문제인 동시에 그의 문제이기도 했다.

백시우는 절대 그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고 그에게 복수하겠다고 찾아올 것이다.

손희섭의 아버지도 도움을 줄 수 없다면 주원우가 직접 나서야 했다.

송하윤은 그에게 신세를 하나 졌다고 하면서 그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한 번 도와주겠다고 했다.

송하윤 같은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약속을 지킬 것이다.

“너 같은 무능력한 놈이 무슨 수로 문제를 해결해? 그냥 네가 백시우에게 맞아 죽어서 백시우의 화가 풀리면 우리 문제도 해결될 거야...”

조성연은 또 주원우를 손가락질하며 욕했다.

주원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속으로 조성연을 한바탕 욕한 뒤 밖으로 나갔다.

서지환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주원우를 따라갔다.

“원우야, 미래 엄마는 기분이 안 좋아서 저러는 거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마. 넌 미래를 구했어. 옳은 일을 한 거야.”

주원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지만 발걸음은 더 빨라졌다.

서지환은 그를 불러세우고 싶었으나 한참을 망설이다가 끝내 포기했다.

우선 주원우가 떠나도록 놔두는 게 좋을 듯싶었다. 그가 이곳에 남아있는다면 아마 밤새 시끄러워질 테니 말이다.

주원우는 늦은 밤 직원 숙소로 돌아가면서 이따금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젠장,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서미래와 혼인신고를 한 뒤 이런 성가신 일들이 생길 줄 알았더라면 애초에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아직 서필준에게서 예전의 일들을 알아내지도 못했는데 벌써 큰 트러블이 생겨버렸다.

유일하게 위로가 되는 점이라면 장인어른인 서지환이 꽤 좋은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주원우는 그런 생각을 하며 사람 많은 거리 쪽으로 걸어갔다.

룸살롱에서 그런 일들이 있은 탓에 그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래서 대충 배를 채운 뒤 주원우는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출근은 이미 물 건너갔으니 급히 돌아갈 필요가 없었기에 그는 소화도 시킬 겸 천천히 걸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났다.

‘망할! 그 가짜 술 때문에 배탈이 났나 보네. 전부 손희섭 그 망할 놈 때문이야!’

주원우는 속으로 손희섭을 욕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수십 미터 밖 폐아파트를 발견하고는 서둘러 배에 힘을 주며 그곳으로 달려갔다.

폐아파트에 도착해 바지를 벗고 쭈그려 앉자마자 콸콸 쏟아졌다.

주원우는 쾌감을 느끼며 다시 한번 손희섭을 속으로 씹어댔다.

그렇게 십 분이 지난 뒤에야 주원우는 볼일을 다 볼 수 있었다.

그런데 그가 떠나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근처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고, 그곳에 가까워지기도 전에 두 사람이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서로를 죽일 듯이 공격하고 있었다.

격투를 벌이는 두 사람을 본 주원우는 자기도 모르게 잠깐 넋을 놓았다.

그는 이런 장면이 왠지 모르게 익숙하게 느껴졌다.

그가 잠깐 넋을 놓고 있는 사이, 싸우던 사람 중 한 명이 그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그는 자신과 싸우던 사람을 잠깐 물리친 뒤 빠르게 움직여 주원우를 향해 돌진했다.

“큰일이네!”

송하윤은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어 황급히 넋 놓고 있는 주원우를 향해 외쳤다.

“얼른 도망쳐요!”

그녀는 블러디 울프가 뜻밖에 나타난 사람을 인질로 삼으려고 한다는 걸 알았다.

송하윤의 목소리에 주원우는 정신을 차렸다.

그러나 그가 본능적으로 도망치려고 할 때 블러디 울프는 이미 그와 가까워졌다.

손을 뻗어 주원우를 잡으려는 순간, 블러디 울프는 주원우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쿵!

그 순간 블러디 울프의 머릿속에서 번개가 내리쳤다.

그는 마치 진짜로 벼락을 맞은 사람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블러디 울프는 겁에 질린 얼굴로 주원우를 잡으려던 그 동작을 그대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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