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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기준은 서강빈의 곁에 청순하고 귀여운 여자가 요염한 자세로 서 있는 걸 발견했다.

그 여자는 여신처럼 아름다웠고, 몸매든, 외모든, 분위기든 송해인에게 뒤처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 여자는 송해인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그 순간 진기준은 마치 마음속에 불꽃이 타오르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빌어먹을! 서강빈 이 자식은 어떻게 또 이런 완벽한 여자를 손에 넣은 거야?’

“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

서강빈이 맞받아쳤다.

진기준은 의대를 나온 고학력자에 송주의 가장 걸출한 청년 10명 중 1명으로 뽑혔었다.

그는 의약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몸값이 2,000억에 달했다.

특히 그는 의학계에서 많은 학술 논문을 발표하여 명성이 자자했고 송주에서 가장 잘나가는 젊은 청년이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그에게 전혀 호감이 없었다.

첫 번째 이유는 송해인이 결혼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진기준은 송해인에게 계속해 작업을 거는 귀찮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그가 거만하고 잘난 척하며 뒤끝도 있는 데다가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진기준은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분노했다.

송해인은 차갑게 코웃음 치더니 질투하며 불만스레 말했다.

“결국엔 여자 덕이지, 뭐.”

송해인은 왠지 모르게 자꾸만 짜증이 났고 참을 수 있었던 말도 그냥 내뱉었다.

심지어 그 말을 하고 난 뒤 바로 후회했다.

‘이미 서강빈과 이혼까지 했는데 난 왜 자꾸 얘 일에 간섭하는 거지?’

서강빈은 미간을 구겼고 옆에 있던 권효정은 웃으며 대답했다.

“송 대표님께서는 제 약혼자에게 뭔가 하실 얘기가 있으신가 봐요?”

약혼자?

진기준의 표정이 삽시에 달라졌다.

처음엔 서강빈을 혐오하고 깔보고 불만이 가득했다면, 지금은 놀랍고 부럽고 질투가 났다.

‘서강빈은 대체 여자 운이 왜 이렇게 좋은 거야? 또 결혼한다고? 게다가 이렇게 완벽한 여자랑. 내 잘생긴 얼굴은 전혀 쓸모없네. 저런 무능력한 자식보다도 못하다니...’

송해인은 그 말을 듣자 울컥 화가 치밀어 올라서 술잔을 내려놓고 차갑게 말했다.

“그래요. 난 당신 약혼자에게 할 말이 있어요.”

곧이어 그녀는 아름다운 눈매로 서강빈을 날카롭게 쏘아봤다.

“당신이랑 이혼한 건 내 평생 한 일 중 가장 정확한 선택이었어.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게 정말 후회가 돼. 괜히 내 청춘을 낭비했잖아. 당신은 일부러 여우 같은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날 기분 나쁘게 만들고, 내가 추태를 부리게 할 생각이었지?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웃을 생각이었어?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을 거야. 나 송해인은 당신이 떠난 그날부터 이미 마음속에서 당신이란 사람을 지웠으니까.”

“봤지? 오늘 권씨 가문이 주최하는 이 파티에서 우리 비오 그룹은 크게 활약할 거야. 우리 회사에서 추천한 사람이 구 대회에 나갔다가 시 대회까지 나갈 거라고. 오늘 파티가 끝날 때쯤에 난 금오단을 판매할 거야.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전부 나를 위해 환호하겠지. 난 이제 곧 송주 상업계의 새로운 여왕으로 우뚝 설 거야. 그리고 서강빈 당신은 평생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 평생 그런 비열한 수단을 써가며 존재감을 찾으라고.”

말을 다 뱉고 나니 송해인은 속이 시원했다.

그러나 서강빈은 여전히 덤덤한 표정이었다.

한편 옆에 있던 권효정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송 대표님, 제가 보기에 송 대표님이 추천한 사람은 구 대회에 갈 수 없을 것 같네요.”

“무슨 말이에요?”

“송 대표님, 너무 일찍 기뻐하지 마세요. 이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

곧이어 권효정은 고개를 돌려 서강빈에게 말했다.

“강빈 오빠, 난 저쪽에 볼일이 있으니까 잠깐만 혼자 있어요.”

“그래.”

권효정이 떠난 뒤 송해인은 서강빈을 노려보았다.

진기준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대단하네요, 서강빈 씨. 여자를 후리고 다니는 걸 보니. 축의금이라도 줄까요?”

“아뇨, 우리 친하지 않잖아요.”

진기준은 하하 웃으며 서강빈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송해인은 당신에게 완전히 실망한 것 같던데,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앞으로 잘 아껴줄 테니까.”

서강빈은 미간을 살짝 구겼을 뿐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 그는 몸을 돌려 옆에 있는 휴식 구역으로 향했다.

진기준은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돌려 송해인에게 웃으며 말했다.

“해인아, 저 쓰레기 같은 놈은 신경 쓰지 마. 우리는 저쪽에 가서 앉자. 그리고 한의학 대회에 관한 일도 의논하고.”

송해인은 고개를 끄덕인 뒤 마지막으로 서강빈을 힐끗 봤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세영은 전화를 받고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두려운 기색이 역력했다.

“왜 그래?”

송해인이 미간을 구기며 물었다.

“대표님, 큰일 났어요. 저희 구 대회에 나가기로 했던 정원 취소됐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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