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의가 결혼을?손왕비가 기쁘게, “맞아, 친정 오촌 조카가 무과 장원급제 출신인데, 그 맹꽁이 녀석이 무술에만 심취해 있는 줄 알았더니, 용의를 보더니 한눈에 반할 줄 누가 알았나. 게다가 용의가 혼례를 치렀던 적이 있다는 걸 전혀 개의치 않더라고.”안왕비가 이 말을 듣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원용의에게, “진심으로 축하해요. 너무 좋네요. 행복해야 해요.”원경릉은 사실 축하의 말이 안 나오는 게, 원용의가 사실 일곱째를 좋아하고 일곱째의 마음에도 원용의가 있지만 서로 사이가 틀어졌을 뿐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원경릉은 원용의가 반드시 일곱째와 다시 합쳐야 한다는 게 아니라, 일말의 예고도 없이 이렇게 쫓기듯이 시집가는 건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원용의는 이 일을 얘기하고 싶지 않은 눈치로 얼굴이 빨개져서, “됐어요, 얘기하지 마세요. 아직 결정된 것도 아닌데. 그냥 매파를 넣은 것 뿐이잖아요.”“듣자 하니 노마님도 수락하시려는 마음이 있으시다면서. 이제 너만 마음 정하면 되는 거잖아.” 손왕비가 웃으며 말했다.안왕비가 웃자 원용의 본인도 쑥스러워 하며 웃었으나 원경릉은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이 소식은 너무 충격적이다.그래서 안왕부를 나와서 원경릉은 원용의를 끌고와 마차에 태웠다.“정말 무과 장원한테 시집갈 생각이야?” 원경릉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원경릉은 원용의와 사이가 이 정도로 말 해도 될 만큼 서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전에 동서 지간 이어서가 아니라 친구로서다.“할머니가 동의하셨어요.” 원용의가 눈을 내리깔고 작게 말했다.“넌? 혼인 당사자는 넌데 할머니가 동의하시고 말고 뭐가 중요해?” 원경릉은 마음이 급한 것이 이 꼬맹이는 늘 주관이 뚜렷하더니, 뜬금없이 이 일만 할머니 말을 들어야 하는 것처럼 구는 건 아니지?하지만 원용의는 전에 일곱째의 후궁으로 시집 갔던 것도 노마님의 뜻이었다. 원용의는 손수건을 꼭 쥐고 아무 말없이 평소의 쾌활함은 전혀 없고 마치 보통의 규수 같다.그렇다. 지난 사랑이 원용의의 마음에
원용의 혼인은 어디로?원용의가 속눈썹을 바르르 떨더니 얼른 고개를 들고, “만약 사랑이 괴로움과 상처를 의미한다면 자신을 그렇게 학대할 필요가 뭐가 있어요? 사랑하고 말고는 저에게 조금도 신뢰를 주지 못해요. 사랑은 일종의 감각이지 조건은 아니니까요. 사랑은 사라질 거지만 조건은 그렇지 않죠. 무과 장원급제자는 선량하고 무공이 강하고 착실한데다 승부욕이 있어요. 이런 성격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죠. 남편감으로 적합한 사람을 찾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보세요. 제왕 전하께서 처음에 뼈 속 깊이 사랑하는 주명취를 찾았지만 마지막에 결국 결말이 어땠나요?”원용의는 마지막 말을 할 때 평정심을 가장하지 못하고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원경릉은 뭐라고 반박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얼핏 그럴싸한 얘기가 아닌가.“정말 결정한 거야?” 원경릉은 이렇게 묻기만 했다.원용의가 한참을 침묵하더니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셈이죠.”원경릉이, “만약 내 의견을 묻는다면 난 찬성하지 않을 게 확실해. 네가 혼인하는 걸 찬성하지 않는 게 아니라 네가 쫓기듯이 혼인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 거야. 만약 일곱째와의 감정을 포기했다면 제일 좋은 건 원래 계획대로 나가는 거라고 생각해. 다니다가 힘들면 돌아와서 이미 감정은 다 내려놨으니 다시 마땅한 사람을 찾아 혼인하거나, 마음 속에 여전히 그가 있으면 그때 무과 장원 급제에게 시집을 가도 그에게 불공평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원용의가 작게, “만약 그에게 시집가는 걸 선택하면 자연스럽게 그에게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그럴 수 있다고 믿고요.”원용의는 고개를 들고 흥분한듯 원경릉을 보고 웃으며, “사실 원 언니는 절 위해 기뻐해 주세요. 줄곧 한가지를 마음속에 두는 고집스런 성격은 피곤 해요. 전 포기할 수 있어요. 넓게 볼 수 있죠, 좋은 거 아닌가요? 그러니 절 축복해 주세요. 잘 할 거예요.”원경릉은 하는 수 없이, “만약 네가 진심으로 나에게 축복을 원한다면 나도 진심을 다해 축복해. 하지만
원용의와 무과 장원사식이 얘기로 무과 장원과 원용의는 3번 만났다고 했다.원용의가 봄에 산책을 나갔을 때 우연히 무과 장원을 만났고 둘이 같이 꼬마를 구해주면서 서로 알게 되었다고 했다.안면을 튼 뒤 서가(西街) 장신구점에서도 한번 만났는데 그때 무과 장원이 모친의 생신선물을 사러 왔다가 마침 가게안에서 물건을 사고 있던 원용의를 만났다.세번째 만남은 바로 무과 장원이 원용의에게 매파를 넣은 것으로 이 각 잡힌 청년은 뜻밖에 자기가 직접 따라 왔다.“할머니는 무과 장원이 말주변이 없고, 충분히 똑똑하질 못한데다 남녀의 사랑을 이해못한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용의 언니는 남녀 간의 사랑을 모르는 건 좋은 일이고, 사람이 그렇게 똑똑해서 뭐하냐며, 말주변이 없는 것도 부부간에 대화를 좀 적게 하면 되는 거라고 자기는 괜찮다고 해요.”“용의는 일곱째를 얼른 잊어버리게 할 사람을 찾고 싶은 거구나.”“맞아요, 전에 누군가를 잊는 제일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을 찾는 거란 말을 들었 대요. 이 말은 태자 전하께서 제왕 전하께 하신 말씀인데 제왕 전하는 안 들으시고, 언니가 새겨 듣네요.”원경릉은 기가 막혔다. 우문호는 자기가 결혼 좀 했다고 무슨 전문가라도 되나 보지? 어디 남의 사랑에 ‘지적질’이야.“원 언니, 설득하지 마세요. 저도 해봤고 집안 사람들이 다 해봤는데 듣지를 않아요. 하고싶은 대로 하라고 놔두세요. 이렇게 계속 제왕 전하를 그리워하는 것도 옳은 건 아니니까, 어쨌든 인간은 앞으로 나가야 하잖아요. 제왕 전하는 주명취를 내려놓지 못하신 거 같은데, 이제라도 정신차렸으면 됐죠. 만약 앞으로 3년이고 5년이고 더 기다렸는데도 여전히 제왕 전하께서 주명취를 못 잊고 계시면 그야말로 꽃다운 시기를 날려 보내는 게 아니고 뭐예요?”원경릉은 사식이가 이렇게 세상사를 깊이 숙고하고 있을 줄 몰랐다. 처음 막 왔을 때에 비해 사고가 많이 성숙했고, 요 일년동안 모두 성장하고 있다.사식이도 눈깜짝할 사이에 다 큰 처녀가 되었고, 유치함이 눈에 띄게
우문호의 비자금일반 하인들이 전부 수령한 뒤엔 각 분야 총무들 차례로, 보통 총무는 2냥씩이다.만아와 기라는 소월각의 총무로 두 사람은 모두 2냥의 은자 외에 500닢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었다. 만아는 헤헤 웃으며 사식이에게, “있다가 만둣국 사줄 게요.”“앗 싸!” 사식이가 눈을 깜박이며, “다음엔 제가 통닭 쏠게요.”사식이는 지금 초왕부에서 월봉을 받는데 원씨 집안 쪽에도 받고 있어서 양쪽으로 월봉을 받는다.사식이는 초왕부에서 은자 5냥을 받는데 처음엔 필요 없다고 했지만, 나중에 원경릉이 용돈으로 쓰라고 해서 겨우 받게 되었다.서일 차례가 되어 직접 손을 뻗어, “태자비 마마 감사합니다!”묵직한 돈 주머니가 서일 손에 놓이자 열어보고 다시 얼른 덮더니 눈을 크게 뜨고, “맙소사, 잘못 됐죠?”“맞아요, 10냥!”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 “가져가세요. 이달에 분주하게 저를 따라 산 넘고 물 건너 고생이 많았어요.”우문호가 한쪽에서 듣더니 질투의 눈초리로 서일을 째려보며, “쟤가 10냥이면 나는?”“셋 다 10냥씩 입니다.” 원경릉이 나눠 주자 우문호가 한 손으로 받으며 불만스럽게, “그럼 내가 서일이랑 같은 거잖아?”원경릉이, “6품 관원이 일년에 받는 녹봉이 고작 은자 45냥인데, 자기는 한달에 10냥인데 적다는 거야? 이 10냥은 사실 용돈에 불과하잖아. 먹고 마시는데 드는 비용은 집에서 쓰니 신경 쓸 필요 없는데 왜 모자라는 걸까? 난 한달에 2냥도 아직 못쓰는데.”원경릉이 장부를 대조해 보더니 지출 장부에서 과연 손을 댄 흔적을 발견했다. 매달 구매하는 고기가 의외로 많이 는 것으로 초왕부의 고기는 대부분 궁에서 공급해 주므로 필요해서 구매하는 양은 적다. 그런데 여기 장부에 궁에서 보내오는 고기를 지출할 은자로 처리해 놓았다.원경릉이 계산해 보니 우문호가 적어도 대충 은자 20냥을 횡령했다.원경릉은 알면서도 입을 다문 게, 우문호가 지금 경조부 부윤으로 있으니 슬하의 사람들을 데리고 가서 밥도 사고 술도 사는데 돈
제왕의 본심비록 우문호가 제왕과 동그란 얼굴 계집애 일을 상관하지 않는다고는 했으나 이 날은 짬을 내서 냉정언과 구사를 초대해 같이 술을 마시기로 약속하고 겸사겸사 일곱째 집에 같이 술 마시러 갔다. 헤헤거리며 원경릉에게 동그란 얼굴 계집애가 일곱째의 마음의 소리를 듣게 해주겠 노라고 자신이 이 일을 해결할 것처럼 떵떵거렸다.구사는 결혼한 이후 소위 남자들끼리 모임에 흥미가 별로 없고 시간 나면 얼른 집에 가서 아내랑 같이 있는데 일치감치 아이들이 생겨서 태자 전하 집안과 사돈을 맺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그래서 구사는 대충 몇 잔 마시고 가려고 했는데 이게 웬걸. 우문호가 갑자기 폭탄선언을 했다, “맞다, 너희들 알고 있어? 원용의가 시집간데.”구사는 바로 자세를 고쳐 앉고 무의식적으로 냉정언과 함께 제왕을 봤다.제왕은 막 잔을 들고 시시껄렁하게 미소를 띠고 떠들다가 우문호의 말을 듣더니, 번지던 미소가 순간 입가에 딱딱하게 굳었다.그런 뒤 세사람은 제왕의 미소가 울고 싶은 표정으로 바뀌더니, 다시 영혼 없는 미소로 바뀌는 것을 봤다. 제왕이 “그래요? 그거 정말 축하할 일이군요. 어느 집안 공자께서 이런 행운을 채 가셨을까? 원용의는 좋은 아가씨죠, 누가 장가를 들던 복 받은 겁니다.”구사가 살짝 제왕의 어깨를 두드리며, “제왕 전하, 울고 싶으면 우세요. 비웃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제왕이 하늘을 보고 하하하 세번 웃더니, “울긴 왜 웁니까? 이렇게 좋은 일에. 저와 그녀는 비록 그런 적이 없지만 어쨌든 한때 부부였는데 당연히 진심으로 기쁘죠. 어? 그런데 전에 그녀가 떠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길을 떠나지 않고 혼인을 하게 된 거죠? 여자의 마음이란 이렇게 변덕스럽다니 까요. 그래도 어쨌든 잘됐네요. 잘 됐어요. 한 잔 하죠.”제왕은 잔을 들더니 금방이라도 꺼져버릴 듯한 얄팍한 미소를 띠고, “자, 우리 그녀를 위해 건배합시다.”우문호가 술 주전자를 밀어주며, “한 주전자 어때?”“좋아요, 좋아!” 제왕이 잔을 내려놓고
차였어제왕은 한 소리 듣고 몹시 부끄러운지 퉁명스럽게, “누가 포기 못한데요? 마음 속에 그녀가 있었던 적 한번도 없거든요.”“이 닭대가리가!” 우문호가 한대 갈기며, “남의 약혼자를 헐뜯으면서 마음속에 그녀가 없어? 넌 자신의 생각도 인정하질 못하냐? 말 좀 겸손하게 하는게 그렇게 어려워? 죽이기라도 한데?”제왕이 술 한주전자를 마시고 약간 어지러우면서도 여전히 고집을 부리며, “이건 고집 문제가 아니라 전 그냥 그녀가 좀 더 좋은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고 닥치는 대로 무관을 고르지 말라는 거예요. 만약 좋은 사람을 찾으면 저도 분명 축복할 거라고요.”우문호가 제왕을 보고 절망하며 오늘밤 자기는 노숙 당첨임을 직감했다.“가자!” 우문호가 화가 나서, “다들 가자, 술 더 안 마셔.”제왕이 술 주전자를 잡고, “ 왜 안 마십니까? 계속 마셔요!”구사처럼 둔해 빠졌어도 눈치를 챈 게 뒤쪽 병풍을 흘끔 보니 아래 꽃신 두 켤레가 보였다.우문호가 한숨을 쉬며, “어휴, 넌 평생 혼자 살아도 마땅해.”말을 마치고 냉정언과 같이 일어나 나갔다.“다들 왜 가십니까? 더 마셔요!” 제왕이 고함을 쳤다.우문호는 술 한잔을 제왕의 얼굴에 끼얹고, “마셔, 마시고 죽어라. 아내도 없는데 마셔.”제왕이 일어나서 좀 화가 나는지, “맞아요, 전 아내가 없어요. 죽었어요. 다 아는 얘기 아닌가요? 왜 제 상처에 소금을 뿌려요?”병풍 뒤에서 원경릉이 허탈하다는 듯 원용의를 부축하고 나왔다. 사실 원경릉은 우문호의 의견에 찬성하지 않은 것이 이런 결말을 맞게 될까 봐서 였다. 제왕이 다른 건 뭐 특별한 게 없는데, 고집불통에 말을 꼭 저딴 식으로 한다.제왕이 원용의를 얼핏 보고 얼굴이 새하얘지더니 순간 굳어서 웅얼거리듯, “당……당신이 왜 여기?”“태자 전하께서, “ 원용의는 서늘한 눈빛으로 마치 마지못해 냉정하게 예의를 차린 얼굴로, “저에게 여기서 왕야의 진심을 들어보라고 하셨어요. 듣고 나니 잘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잘 알았어요.”
상심한 원용의우문호가 제왕을 연무장으로 끌고 가며, “가자, 형이랑 대련하자.”“안가!” 제왕이 몸부림치며, “이거 놔, 난 형의 적수가 아닐 뿐더러 형의 모래주머니 노릇도 하기 싫어. 서일이랑 해.”우문호는 제왕을 다짜고짜로 연무장에 끌고 가서, 그대로 아주 떡이 될 때까지 흠씬 두들겨 패더니 정신 못 차리는 제왕에게, “넌 지금 아직도 주명취 생각이야?”제왕이 땅바닥에 누워 숨을 헐떡이며 억지로 눈을 뜨려고 애쓰는데 간신히 실눈을 떠 우문호의 파랗게 질린 얼굴을 봤다.형은 조금도 힘든 기색이 없잖아.“형,” 제왕이 한손으로 우문호를 잡아당기며, “누워 봐, 물어볼 게 있어.”우문호가 앉아서 한 발로 머리를 차고, “물어도 되는데 말 같은 소리를 물어봐라.” 제왕이 고개를 돌려 우문호를 보는데 자기 입가에 피가 베어 나와있다. “즐거워?”“안 즐거워!” 우문호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내가 묻는 건 형은 형수랑 같이 있으면 즐겁냐고?” 우문호의 비자금 주머니가 반쯤 밖으로 삐져나오는 걸 보고 제왕이, “비자금까지 숨겨야 되고, 밥 한번 사려면 벌벌 떠는데 즐거워?”“넌 몰라 임마,” 우문호가 헤벌쭉 웃더니, “이건 부부 사이의 감정이야. 그리고 뭔 재주로 내가 밥 사게 만들 건데? 네가 나보다 한참 부자잖아.”“여유는 다른 얘기고, 내 말은 형이 별로 잘 못 지내는 거 같아서.”“그건 너지. 여우 같은 마누라에 토끼 같은 새끼에, 내가 못 지낼 게 뭐가 있냐?” 우문호가 코웃음을 쳤다.여우 같은 마누라에 토끼 같은 새끼라고? 제왕은 멍하니 입가에 피를 닦으며, “그래, 평범한 백성들이 추구하는 게 그거지? 전에 주명취와 같이 있을 때 바란 것도 그거였어.”우문호는 제왕을 한 대 더 때리고 한숨을 쉬며 제왕 일은 상관 않기로 하고, “가자, 죽어야 정신을 차리지. 앞으론 너 상관하나 봐라.”이 돌대가리, 제왕이 알아듣게 하려면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아도 모자라겠다.제왕은 팔베개를 하고 별이 총총한 하늘을 보며, 달달 떨면서
출장과 친정진북공은 구사의 아버지로 일찌기 숙북(肅北)을 평정한 장군으로 진북후(鎮北侯)로 봉해졌다가 후에 여기에 더해 공작(公爵)의 지위에 봉해졌다. 구사의 아버지 구공(顧公)은 전형적인 무장 성격으로 성질이 급해 성지가 내리자 다음날 바로 찾아와 태자 뵙기를 청했다.이번은 군영 내의 순시로 적어도 3개 군역을 다니게 되니 보름은 족히 필요했다. 우문호는 아직 짐도 다 꾸리지 않아서 성지에서 언급한 대로 2~3일 후에 출발할 예정이었다.우문호는 경조부 일을 아직 더 인계해야 해서 구공에게 이틀만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부윤 나리는 가라고 해서 그냥 갈 수 있는 게 아니었다.구공은 우문호는 내버려두고 자기만 먼저 남영으로 가서 우문호를 기다리겠다고 했다.우문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같이 가기로 한 구공이 먼저 갔다.우문호는 부득이 관아에 가서 보좌관에게 잠시 책임을 맡겼다.보좌관이 일을 분배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구공은 정말 남영으로 출발해버렸고, 우문호는 기왕에 이렇게 된 거 아예 하루를 완전히 늦게 출발하기로 하고 집에서 아내와 아이들과 같이 있었다.우문호는 원경릉에게 이번에 출장을 다녀와서 경호에 한번 다녀와야 겠다고 했다.본래 가고 싶었는데 일에서 몸을 뺄 수가 없었다.원경릉은 경호에 지대한 관심이 있어 말이 나온 김에 설날 연휴에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가자고 했다.우문호는 다음날 서일을 데리고 출발했다.우문호가 떠난 다음날 폭설이 내렸다.이번 눈은 오래 묵혔다 내린 것으로 계속 내리길 바랬는데 이제서야 비로소 내린 것이다.연말이 되고 초왕부도 안팎으로 바빠졌으나 다행히도 탕양이 여러모로 애를 써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처리하는 통에, 원경릉도 반나절 짬을 내서 할머니를 모시고 정후부 할머니를 문병하러 갈 수 있었다.가는 김에 정후부에 생활비도 좀 전하기로 했다. 원경릉은 할머니를 꽁꽁 싸맸는데 전문가를 불러 할머니를 위해 두꺼운 솜옷을 만들어드렸다. 할머니는 환경보호주의자로 동물성 모피를 쓰지 않아서 더 많이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