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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84화

Author: 유애
아라는 오늘 미색이 이런 말을 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다.

만약 미색이 아니었다면 이 세상 사람들 모두 몰랐을 얘기였다.

‘저 사실을 미색이 어떻게……’

아라는 적지 않게 당황했다.

미색은 마치 당시 옆에 있었던 사람처럼 모든 순간을 기억했고, 아무런 변명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아라는 지금까지 안왕부의 크고 작은 일을 해오면서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꼼꼼한 성격으로 매사에 철두철미했기에 처리하는 일에는 실수가 있을 수 없었다.

때문에 아라는 미색에게 반격을 하기보다는 원경릉에게 호소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원경릉마저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지금 본 태자비가 너에게 누명을 씌웠다고 했느냐? 넌 지금 네 신분을 망각하고 있는 거야?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넌 안왕부의 시녀에 불과했다! 어디 감히 본 태자비에게 황실의 법도를 들먹이느냐? 네가 나보다 법도를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느냐? 감히 어디서 나를 모함하려고 들어? 본 태자비가 네 잘못을 눈감아주니 진짜 네 죄가 없어지는 것 같더냐? 이 일은 이리 나리에게 물어보면 답이 다 나와.”

“태자비……”

“이래도 억울해? 아직도 네 결백을 주장하느냐?”

옆에 있던 우문호도 앞으로 나왔다.

“본 태자가 이리 나리에게 네가 늑대파를 찾아와 암살을 의뢰한 사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철저히 조사하겠다. 만약 정말 네가 태자비를 암살하려고 했다면 널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아라는 황급히 안왕의 앞으로 달려가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왕야, 믿어주십시오. 저는 절대로 태자비를 죽이려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왜 그런 짓을 했겠습니까”

미색은 싸늘한 표정으로 아라를 내려다봤다.

“억울하다 이거지? 그럼 이것도 얘기해 줘? 태자비의 손에 문둥병을 고칠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랬잖아!”

이 말을 들은 원경릉은 누가 미색과 함께 이런 판을 짰는지 알아챘다.

‘다섯째 너구나.’

안왕은 일을 크게 만든 미색을 죽일 듯 쳐다보았다.

우문호가 아라를 조사하겠다고 선포했으니, 조사를 하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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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명의 왕비   제 1285화

    미색이는 회왕을 부축해 밖으로 나갔다.회왕 내외가 떠나고 얼마되지 않아 손왕비도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손왕에게 말했다.“우리도 이제 돌아가는게 좋겠네요. 황실의 정비로서 같은 항렬인 안왕비가 욕보는 것을 보니 마음이 편하지 않네요.”손왕비의 말 들은 안왕의 표정이 싸늘해지는 것을 보고 손왕이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둘째 형님,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안왕은 말을 마치고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보며 “누구든 가고 싶은 사람은 모두 돌아가거라. 오늘이 잔치는 이것으로 끝이오.”라고 말했다.안왕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삼삼오오 자리에서 일어났으며, 어떤 이들은 챙겨온 선물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정말 안왕이 태자비를 암살하려고 한 거 아냐?’‘후궁이 저렇게 영악해서야......’‘어쩐지 안왕비가 임신한지 얼마 안되어 후궁을 들이더니 다 이유가 있었구만.’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라를 노려보며 말했다.“조사를 통해 네가 태자비를 해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본왕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그리고는 원경릉을 끌고 가버렸다.손님들이 떠난 안왕부는 정적만 흘렀고, 상다리가 부러지게 준비한 음식들이 차갑게 식어갔다.안왕은 의자에 앉아 하얗게 질린 안왕비를 돌아보며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들어가 쉬어라. 본왕도 금방 돌아갈 테니.”“......”“아채야, 너는 왕비가 힘들지 않게 잘 돌보거라.”“예!”아채의 부축을 받아 문앞까지 간 안왕비는 다시 그를 돌아보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어서 돌아가거라.”안왕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채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안왕은 안왕비의 가녀린 뒷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 입을 꾹 다물었다. 안왕비의 그림자가 사라지자 그의 온화했던 얼굴은 험상스럽게 변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라의 아랫배를 걷어찼다.“회왕비가 한 말이 사실이냐!”안왕의 거센 발길질에 아라의 입에서는 피가 뿜어져나왔다. 아라는 안왕의 태도에 깜짝 놀랐다.

  • 명의 왕비   제 1286화

    “무슨 이유로?” 아라는 분노로 가득차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안왕비는 왜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으면서도 왜 안왕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는 거지? 안왕비가 정비의 자격이 있다면 힘들고 어려운 일도 도맡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정비가 해야 할 일은 하지도 않으면서, 매번 희생하며 안왕을 보필했던 내가 핍박을 받아야 하는 거야?’아라는 이 상황에 굴복할 마음이 없었다.“도대체 제가 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합니까?”안왕은 아라의 반항에 화가 났다.“그럼 뭐 어쩌라는 거야?”“그럼 제가 왕부를......”“왕부를 떠나려고? 그럼 본왕이 네가 대문을 나서는 순간 네 머리 단칼에 베어버릴 것이라 장담하지. 만약 지금이라도 네가 분수를 알고 잘못을 인정한다면 네가 원하는 건 섭섭하지 않게 줄것이다. ”“......”“아라, 넌 똑똑해서 지금까지 맡은 바를 충분히 잘 해왔다. 네가 우연히 저지른 실수라고 인정한다면 본왕 이번은 지금까지 네가 쌓은 덕을 봐서 용서해 주겠다. 하지만 다시는 이런 일을 벌여서는 안 된다. 그땐 피도 눈물도 없을 것이야.”아라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지만 얼굴에서는 분노와 자만이 가시지 않았다. 그녀는 입가의 피를 닦으며, 눈물을 꾹 참고 입꼬리를 씩 올렸다. “왕야의 말씀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안왕비를 건드리지 않을 테니, 저를 믿어주십시오.”안왕을 아라의 말을 듣고나서야 안심의 한숨을 내쉬었다.“늑대파를 찾아가 원경릉 암살을 의뢰한 일은 내가 형부에 손을 써놔서 어물쩡 넘어가겠지만, 이번 기회를 교훈삼아 앞으로 더 철저하게 일을 계획하거라. 아무래도 그 이리라는 작자가 늑대파의 우두머리인 것 같으니 주의하고.”“예, 알겠습니다.”“왕야, 원래 회왕께서는 조용하고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성격이잖아요. 혹시 회왕이 자신이 나서기는 두려우니 부인을 앞세운 것 아닙니까? 이번 일로 태자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안왕부를 의심하게 될 겁니다. 그럼 회왕이 태자비에게 손을 쓰기 쉽겠지요.”“여섯째는 그럴 배짱이

  • 명의 왕비   제 1287화

    안왕은 손을 뻗어 희고 고운 안왕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당연히 아니지. 너도 알다시피 회왕이 병에 걸렸다 나은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것 같다. 그 일은 신경쓰지 말고 자거라. 난 씻고 와야겠다.”“왕야께서 오늘 밤 여기 계시나요?"안왕은 안왕비의 질문이 귀엽다는 듯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내가 후궁을 들인 것은 맞지만, 왕부에 있는 동안은 너를 안고 잠들 것이야.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이번 생은 그러기로 마음을 먹었다.”안왕비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안왕을 보았다.“저는 왕야께서 후궁을 들인 후에 저를 거들떠도 보지 않으실 줄 알았습니다. 모든 것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흑......“안왕은 손을 뻗어 그녀의 눈물을 닦으며 그녀의 두 어깨를 감싸안았다.“절대 그럴 리 없다. 걱정 마.”*우문호가 마차에 올라타자마자 원경릉은 그를 향해 질문을 쏟아냈다.“너지? 네가 일부러 이런 일을 꾸민 거지?”“무슨 소리야? 난 회왕부를 이 일에 끌어들이는 것도 싫었다고! 이리 나리의 의견이였어. 이리가 그 얘기를 꺼냈을 때, 나와 미색 모두 동의하지 않았어.”원경릉은 우문호가 회왕을 다른 친왕보다 아낀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리 나리의 주의를 반대했을 것이라 생각했다.“어쨌든 여섯째와 미색은 안왕부의 미움을 샀어, 게다가 이번 일로 이리 나리의 정체가 탄로나게 생겼다고! 우리는 그들에게 큰 빚을 진 거야!”“이 정도야 괜찮아. 걱정 마.”원경릉은 의심의 눈초리로 우문호를 보았다.“아무리 생각해도 난 이 모든 게 네 머릿속에서 나온 것 같은데 말이야?”“처리해야 할 사건들도 산더미인데, 내가 시간이 어디있어서 일을 꾸미겠어?”원경릉은 우문호를 힐끔 보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사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럼 내일 형부로 사건을 넘길 거야?” 원경릉이 물었다.“아니, 이번 사건은 너무 오래 끌었어. 내일 범인을 참수할 거야.”“그래도 참수 전에 형부로 보내서 심

  • 명의 왕비   제 1288화

    형부에서는 자백한 사람을 잡아들인 후, 경조부에서 보내온 사건관련 문서를 확인했다. ‘어제 백정을 참수했네, 우문호가 처리한 일이군.’이 일은 황제에게 아뢰기도 전에 경중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백성들은 억울하게 죽은 백정을 불쌍하다며, 우문호를 욕했다. 초왕부 역시 재수가 없었다. 우문호가 태자가 된 후로 여러 번 백성들에게 미움을 샀다. “전에는 태자비가 문둥산에 올라 소란을 피우더니 지금은 태자가 억울한 백성을 죽였구나!”“그러게 말이야! 초왕부에 마가 끼었나? 왜 하는 일마다 이 모양이래?”“태자와 태자비에게 북당의 미래를 맡겨도 되는 거야?”사람들은 하나같이 두 사람을 욕했다.이 사건으로 명원제가 우문호를 불러 문책하기도 전에 백성들은 궁 앞에서 소란을 피웠다. 어찌된 일인지 이번 일로 백성들은 우문호를 태자에서 끌어내리고 안왕을 태자로 책봉하라고 아우성이었다. 구사가 군사들을 데리고 나오자 백성들은 겁을 먹고 뿔뿔이 흩어졌다. 구사는 도망가는 사람 중 하나를 붙잡아 엄하게 심문했다. 처음엔 회유로 그의 입을 열려고 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그를 고문했다. “아야! 어르신 제발 멈추어주십시오! 자백하겠습니다!”“그래, 이제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생각이 나는 것이냐?”“예, 예쁘장하게 생긴 여인이 은화를 주면서 안왕을 태자 책봉하라고 떠들고 다니게 했습니다. 그래야 황제께서 듣고 안왕이 태자가 될 것이라면서요......”*구사는 자백을 그대로 명원제에게 전했고 명원제는 크게 분노했다.“감히, 그깟 몇푼으로 민심을 이용하려고 들어?”명원제 옆에 있던 주수보가 명원제에게 말했다.“폐하 고정하시옵소서. 처음엔 회왕을 태자로 책봉하라고 하더니 이번엔 안왕...... 분명 누군가가 일부러 북당에 균열을 만들려고 하는 겁니다. 전에 문둥산 사건도 그렇고 이번 사건도 그렇고, 목표는 초왕부인것 같습니다. 가난한 백성들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려는 배후 세력에 대비해야 합니다.”“재상, 그걸 내가 모르는 것 같나

  • 명의 왕비   제 1289화

    범인은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이유로 아내를 죽이고 경중을 떠나려고 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이름 모를 여관에서 묵게 됐는데, 그곳에서 머물던 옆방의 남녀가 내연관계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순간 자신의 아내가 떠올라 충동적으로 그들을 죽였고, 그 후 도망치면서 범행 때 입고 있던 옷을 백정의 집에 던져 백정이 범인인 것처럼 도망쳤다고 했다.그러나 다른 사람이 누명을 썼다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도망치던 것을 멈추고 자수를 하기 위해 경중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영귀춘은 살해 목적이 확실하고, 말에 신빙성이 있었다.‘이 자가 진범이 맞다.’형부의 손상서(孫尚書)는 영귀춘을 수차례 심문했고 몇 시간 후 주수보를 찾아와 그의 두 손을 맞잡고 절을 했다.“재상, 이 사건의 진범은 따로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태자가 잘못 판결한 것이 아닙니까?”손상서는 부임한지 두 달이 된 관리로 원래는 나라의 소금과 철을 관리하는 부서(副使)였으나, 후에 경중에서 연달아 수차례 살인사건을 해결하였다. 명원제는 그의 공을 높이 사 이례적으로 형부로 이관시켜 형부 상서를 맡게하였다.주수보는 사건 종적을 몇 차례 뒤지더니 상서를 보았다.“자백을 들어보니 모든 면에서 그가 진범이 맞는 것 같네. 범죄 목적도 뚜렷하고 과정도 딱 들어 맞아.”“기왕 그렇다면 소인이 내일 입궁해 이 사건을 아뢰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와 재상 그리고 태자까지 불러서 하는 게 좋겠습니다.”주수보는 큰 사건을 해결했다는 표정의 손상서를 보고 단호하게 말했다.“손대감, 우리의 목적은 진상을 알아내 황상께 보고하면 그만일세. 나머지는 황상께서 알아서 처리하실 거야.”하지만 주수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손상서는 정의감에 불타는 표정으로 말했다."소인은 이 사건의 결과가 명백히 태자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상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지만 현재 태자가 맡고 있는 경조부윤은 백성의 부모와 같은 겁니다. 잘못을 했으면 합당한 대가를 치뤄야지 않겠습니

  • 명의 왕비   제 1290화

    다음 날 아침.우문호는 평소와 같이 일찍 입궁하여 여러 대신들과 함께 궁전 밖에서 기다렸다.전보다 기온이 떨어졌고, 밤이 길어지는 탓에 아침이 되어도 새벽처럼 춥고 어두웠다.우문호는 기온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두루마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아침 이슬 때문인지 습하고 차가운 공기에 뼛속까지 시린 듯했다.“재신(财神), 좀 이리로 오세요. 본왕하고 몸을 맞대 온기를 나눕시다.”호부 상서가 덜덜 떠는 우문호를 보고 깜짝 놀랐다.“전하, 오늘 날씨가 이리 추운데 어찌 겉옷 하나 걸치지 않으셨습니까?"“태자비가 매화장으로 가서 그럽니다.”우문호는 혼자 사는 서러움에 몸도 마음도 시려웠다.“그래서 태자께서도 후궁을 들이셔야 할 텐데요. 그래야 태자비께서 없어도 곁에서 보필할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태자비께서는 얼마나 활동적이시고 바쁘십니까. 아무래도 태자께서 후궁감을 알아보셔야 할 듯합니다. 아니면 소인이 다리를 놓아드릴까요?”“하하, 보아하니 재신 주위에 아름다운 후궁감이 많은 것 같네요.”호부 상서는 거만하게 웃으며 턱수염을 쓸었다.“처는 하나면 충분하지만 첩은 여럿이면 좋죠.”우문호는 호부 상서의 말을 듣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본왕은 여자를 다루는 능력이 재신만큼 좋지 않아서 한 명도 벅찹니다.”상서는 사실 태자비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재정이 어려울 때 선뜻 많은 금액의 은화를 기부한 원경릉이 얼마나 대단한가.상서는 신중한 성격으로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을 꺼렸지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적막을 못 견뎌 잠시 생각하다가 조용히 말했다.“전하께서는 오늘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합니다. 오늘 여러 대신들이 태자를 심문한다고 들었습니다.”우문호는 성큼 다가가 그의 팔짱을 끼고 옆으로 다가섰다.“재신께서는 오늘은 본왕 편이신지요?”상서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우문호의 팔짱을 뺐다. “하관은 관여하지 않을 겁니다.”“본왕이 이리 나리를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이리라는 소리에 두 눈이 반짝였다. “하관은 비

  • 명의 왕비   제 1291화

    태자를 탄핵하라위태부(韋太傅)는 오늘 일찍 조정에 나와 이 말을 듣고 홱 돌아보는데, 놀라서 눈알이 튀어나올 듯했다. 안왕부에서 생긴 일을 아무도 그에게 알리지 않아서 그는 방금 얘기를 들은 참이다.안왕이 우문호를 노려보며 우문호의 입을 쫙 찢어 버리고 싶은 것이, 이 일은 아직 조사해서 확인된 것도 아니고 알리지도 않았는데 우문호가 이렇게 큰소리로 사방에 외쳐 대다니, 태자비를 죽이려고 자객을 매수한 게 그라는 걸 확정하려는 걸까?안왕이 차갑게, “공의는 민심에서 자유로운 법, 아는 사람들은 전부 이것이 황당무계한 고발이란 사실을 알고 있지요. 떠들고 다닐 리 없다는 걸 믿습니다. 반대로 태자 전하께서 이렇게 외치고 다니시는 걸 보니 세상이 모를까 걱정이 되십니까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어서 아닙니까?”우문호가 눈을 부라리며, “제가 가만있으니 가마니 같은 가 봅니다? 속셈은 무슨 속셈입니까?”안왕은 결혼 피로연 이후로 우문호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고 많은 사람들이 우문호를 탄핵하는 주청에 연명장을 썼기 때문에 순간 욱하는 마음에 날카로운 목소리로, “태자 전하, 제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회왕비가 결혼 피로연에서 했던 말 전부 전하께서 시킨 것이고, 태자비를 죽이려는 사람은 아예 있지도 않았어요. 전하는 제가 경성으로 귀환한 것을 보고 일부러 없는 사실을 꾸며 절 모함하는데, 제가 도대체 어디가 태자 전하의 일에 걸림돌이 되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더러운 수단으로 절 대하셔도 되는 겁니까.”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열이 뻗쳐서 화를 내며, “우문안! 아직 신났지? 내가 아까 당신을 믿는다고 한 건, 형제의 우애를 상해서 아바마마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였어. 그런데 그걸 비집고 들어와서 말 안 듣고 고집을 부린다는 말이지. 좋아, 회왕비가 한 말이 내가 시킨 거라고 했는데 그럼 증거를 가져와 봐, 증거를 못 가져오면 오늘 끝장을 볼 줄 알아.”“좀 있어봐요, 좋은 거 보여 줄 테니.” 안왕은 화가 나서 우문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

  • 명의 왕비   제 1292화

    탄핵 반전이 말에 조정 중신들이 들썩거렸다!모두 제각기 우문호를 바라보며 ‘천자의 코 앞에서 어떻게 잘못된 판결로 억울한 사형집행이 벌어진다는 말인가, 어쩐지 어제 백성들이 소란스럽게 굴더라.’우문호는 금시초문이라는 듯, “진범이 자수했습니까? 하지만 저는 이미 조사를 마쳤고, 이 사안은 철저하게 조사한 끝에 범인도 범죄사실을 동일하게 자백했습니다.”안왕이 차갑게, “자백이요? 고문하신 거죠? 어엿한 태자 신분으로 사건을 처리하면서 무고한 사람을 심하게 고문해서 자백을 받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군요!”우문호가 정색하고, “폐하께 아룁니다. 소신 용의자에게 고신을 가한 적이 없으며, 범인이 피해자를 호수에 민 사실도 자백했습니다. 그리고 증인과 증거를 모두 갖추어 발뺌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소신이 북당의 법률에 의거하여 살인자를 참수형에 처했는데 왜 백성의 목숨을 하찮게 여긴다는 건지? 뜬금없이 자수했다는 그 진범이 오히려 이상합니다. 게다가 미해결 사건을 형부는 왜 경조부와 상의하지 않고 먼저 상소부터 올리는 겁니까?”말을 마치고 우문호는 손상서를 바라봤다.손상서는 당황해서, “호숫가 살인사건이요? 제가 말씀 올린 것은 그 사건이 아니라 오주(吳柱)와 주씨(朱氏)피살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왕야께서 서류를 건내시고 이미 사건을 매듭지었다고 하셨는데 제가 보니 범인에 문제가 있었고 진짜 범인이 이미 자수했습니다.”오주는 그 홀아비이고 주씨는 백정의 아내다.우문호는 더욱 이상하다는 듯, “오주와 주씨 사건을 형부에 건네며 별첨에 언급하길, 이 사건은 형부에 건네면 범인이 자수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 범인이 이미 형부에 자수하지 않았습니까?”손상서의 얼굴색이 변하며, “그……그럼 왕야께서 지난번에 처결하신 것은 이 사건의 범인이 아닙니까?”우문호가, “당연히 아니지요, 손대인, 어떻게 된 겁니까? 제가 제출한 사건은 한 건 한 건 전부 똑똑히 기억하는데 처결한 것은 호숫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주씨와 오주 피살사건 용의자는 아직 경조부 감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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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394화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 명의 왕비   제3393화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 명의 왕비   제3392화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 명의 왕비   제3391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 명의 왕비   제3390화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 명의 왕비   제3389화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 명의 왕비   제3388화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 명의 왕비   제3387화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 명의 왕비   제3386화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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