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비의 인질 교환덕비가 천천히 앞으로 가자 황후가 걱정하며, “덕비, 조심하게.”덕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우문령의 목에 비녀만 보는 것이 현비는 아무 것도 상관하지 않고 찌를 인간이라 그녀를 자극할 까봐 두렵기 때문이었다. 덕비는 보잘 것 없는 초식을 조금 흉내 낼 수 있어서 조금 있다가 공주가 나오면 얼른 현비를 제압할 생각으로 천천히 다가가 두 손을 내밀며, “내가 왔으니 이제 공주를 풀어줘.”“기어와!” 현비가 왜 덕비 생각을 모르겠어? 덕비는 손발이 빠른데 무릎 꿇고 기어오지 않으면 무슨 수로 제압하냐?덕비는 열 받아서 얼굴이 벌게졌다. 사람에게 모욕을 주는 건 현비를 당할 사람이 없다.하지만 지금은 현비를 자극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무릎을 굽혀 기어서 다가갔다.금군 시위들이 한 걸음 다가가려다 현비의 일갈에 물러섰다.황후와 다른 비빈은 가슴을 졸이며 쳐다보며, 덕비는 사람들의 신임도 있고 자식이 없으므로 모두 덕비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길 바랬다.언제 궁에 이런 엄청난 일이 있어본 적이 있나? 감히 상상조차 못 할 상황이다. 궁안에서 비빈이 공주를 인질로 잡고 위협하는 일이 터지다니. 심지어 인질로 잡은 건 다름아닌 친딸이다.덕비가 기어가서 작은 소리로, “자, 이제 공주를 놔주세요.”현비가 악랄한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손을 들어 우문령의 목에서 비녀를 떼고 다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황후가 막 공주에게 어서 돌아오라고 부르려던 찰나, 현비가 갑자기 비녀로 덕비의 이마를 그었다. 어찌나 힘을 줬는지 손바닥에 비녀를 꽉 움켜 쥐고 덕비 이마에 있는 힘껏 그어서 피가 용솟음치는데 덕비의 머리를 발로 차서 그대로 돌계단을 굴러 떨어졌다.그리고 얼른 우문령의 머리채를 거머쥐고 계속 바닥에 눌렀다.다들 경악하며 얼른 덕비를 부축했는데 덕비는 얼굴에 피를 흘리며 거의 실신해 있었다.황후도 분노로 부들부들 떨며, “헌비, 네가 아주 미쳤구나?”현비는 미치지 않았다. 덕비 따위와 우문령을 바꾸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황제가 덕
현비를 만나러 간 원경릉원경릉이 바로 나가서 궁에서 온 사람을 보고 상황을 물어본 뒤 만아에게 분부하길, “이 일은 일단 태자전하께 알리지 말고, 나는 사식이와 입궁하마.”사식이는 오늘 막 원씨 집안에서 설을 보내고 돌아왔다가 이 일을 만나 상당히 긴장했다.사식이는 상당히 중요한 일이니 태자전하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원경릉이 고개를 흔들며, “그럴 필요 없어, 태자 전하는 서재에서 이리 나리와 얘기 중이니 차분히 계시도록 하자.”이 일을 만약 우문호가 안다면 궁으로 달려가 더욱 어지러워질 가능성이 크다.원경릉은 현비가 뭘 하고 싶은 지 알았다.원경릉은 얼른 옷을 갈아입고 만아에게 당부하길, 만약 태자 전하께서 자기가 어디 있는지 찾으시면 정후부에 할머니를 보러 갔다고 하라고 했다.원경릉은 마차에서 약 상자를 열었는데 마취약이 준비되어 있었다.이건 효과가 짧은 정맥 마취제로 대체로 낙태에 사용되는데 5초면 마취가 되고 5분에서 8분이면 깨어나니 시간은 충분하다.주사바늘에 고무마개를 씌우고 소매속에 감췄다. 현비가 뭘 하려는 지 원경릉은 대략 명확했다.현비는 자기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 소씨 집안을 싸고 도는 성격을 보아하니 분명히 목숨을 걸고 소씨 집안에 은덕을 베풀어 주길 바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원경릉에게 엄청난 증오를 품고 있으므로 죽기 전에 당연히 원경릉을 상대하고 싶겠지. 그래서 우문령을 인질로 원경릉을 입궁 시키려는 것이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못 할 게 없다.마차가 궁에 들어서자 마자 바로 경여궁으로 가는데 두번째 궁문을 지나자 마차는 더이상 들어갈 수 없어 원경릉은 마차에서 내려 뛰어갔다.경여궁 앞에 도착해 원경릉은 사식이에게 뒤쪽으로 담을 넘어 들어가 기회를 봐서 현비 앞에 달려들라고 했다.원경릉은 경여궁에 들어가기 전 옷 매무새를 고치고 숨을 들이마셨다. 귓가에 우문령이 쉰 목소리로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미 상당히 미약하다.마당에 들어가자 황후와 귀비가 원경릉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일제
원경릉과 현비의 대결현비가 비릿한 웃음을 웃으며, “그래, 네가 무슨 착한 사람이겠어? 갖은 수단으로 명예나 추구하지. 문둥산 사람들을 위해 넌 나와 소씨 집안과 척을 졌지. 지금 소씨 집안에 일이 생겨서 멀쩡하게 살아있는 채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타 죽었는데 넌 왜 억울하다고 나서질 않느냐?”원경릉도 웃으며, “현비 마마, 천하의 모든 일은 이익이란 단어에서 못 벗어나는 법입니다. 문둥산 일은 저에게 명성을 가져다 주니 전심전력을 다하지만, 소씨 집안은 수차례 저를 죽이려고 했는데 다 죽어도 시원찮 을 판에 뭐 때문에 제가 나서서 억울함을 호소합니까? 사람이 많이 죽지 않아 안타까울 뿐입니다.”황후와 귀비는 모두 놀라 자빠졌다. 태자비가 미쳤나? 현비는 지금 자극을 받으면 안되는데 이렇게 말한다는 건 현비를 완전히 더 미치고 돌게 만드는 거 잖아?현비가 이 말을 듣고 아니나 다를까 미친듯이 화가 치밀어 우문령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소리치길, “이리 와, 당장 이리 오지 못해?” 우문령은 고통으로 다시 소리를 지르며 현비를 잡자, 현비는 비녀로 휘젓는 우문령의 손에 몇 번 휙휙 그었더니 우문령이 고통으로 다시 움직이지 못했다.원경릉은 그 자리에 서서 차갑게 웃으며, “제가 왜 가야 돼요? 마마께서 자기 딸을 죽이는데 저랑 무슨 상관이예요? 딱 제 생각이랑 맞네요. 제가 온 건 아바마마께서 제가 어린 사람을 안타깝게 여기는 걸로 보시게 연극한 거라고요. 죽이고 싶으면 죽이세요. 공주가 죽으면 전 새언니로 의무를 다해 지전을 많이 태울 게요.”황후가 노해서, “됐다, 태자비, 내가 널 입궁하라고 한 게 잘못이었구나.”귀비는 원경릉의 속뜻을 간파했다. 현비는 인질을 교환하는 걸 원하지 않을 게 분명한 것이 공주를 이용해 황제를 위협하고자 하기 때문으로 태자비를 오라고 한 건 태자비를 괴롭히려는 심산일 뿐이다. 방금 덕비처럼 말이다.그런데 태자비는 현비를 충동질해서 소씨 집안의 이익을 잊게 만들고 오직 원한에만 몰두해서 인질 교환을 이루려고 하고 있다
원경릉을 죽이려는 현비현비가 분이 치밀어 올라, “너만 아니었어도 소씨 집안이 오늘에 이르진 않았어, 설사 내가 소씨 집안을 구하지 못한다 해도 너랑 같이 지옥에 가서 우리 집안 사람들에게 조리돌림을 하겠어.”현비는 미친 사람처럼 원경릉을 자기 앞으로 끌고 와서 손을 마치 쇠로 된 집게처럼 앞에서 원경릉의 목을 누르고 비녀를 들고 원경릉의 등을 연속으로 몇 번이나 찌르는데 찌를 때마다 선혈이 나왔다.사람들이 보고 구하지도 못하고 모두 혼비백산했다. 황후가 귀비의 어깨를 부축하고 두 줄기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리는데, “사람 죽네, 아이고 사람 죽네.”원경릉이 쓰러지며 눈가가 충혈되고 등허리의 격한 고통을 참으며 소매에서 바늘을 더듬어 현비의 한쪽 팔을 꽉 잡고 뒤로 비틀어 정맥을 만지더니 바로 마취주사를 찔렀다.원경릉이 숙련된 덕인지 운이 좋았던 덕분인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순식간에 정맥 위치를 판단했다. 현비가 반응을 보이려 할 때 마취약이 이미 혈관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조용히 다섯까지 세자 등이 무겁다고 느껴지는 것이 현비가 그녀 뒤로 쓰러졌다.원경릉은 혼미한 가운데 사식이에게 일으켜져 경여궁 안으로 안겨 들어갔다. 게슴츠레 눈을 뜨자 사식이가 초조한 얼굴로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어의는 어디 갔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있었다.뒤에 황후가 현비를 묶어 안으로 끌고 오라고 명령하는 소리가 들렸다.원경릉의 의식은 맑았지만 목 뒤에 통증이 너무 심했다. 그 와중에도 사식이에게 농담을 던지며, “내 등에 구멍이 일고여덟개는 뚫린 거 있지.”사식이가, “열두개요!”원경릉은 경여궁 사랑채에 안겨 들어와 또 엎드린 자세다. 한숨을 쉬며 통증은 줄어들지 않고 어지럽기 시작한 것이, “12개라고, 솜씨 대단하시네, 아이고, 또 엎드려 있네, 태자 전하께서 곤장 맞았을 때 같아.”말을 하고 있는데 눈이 감겼다. 두 손으로 이마를 받치고 고통으로 신음하며 울었다.사식이는 원경릉이 두려워하는 줄 알고 조용히 위로하며,
폭풍전야드디어 명원제가 왔다.어서방에서 세 시진을 고뇌한 끝에 최종적으로 황실 어른들과 대신들이 합의를 도출했다. 태자는 태후를 시해한 모친을 둬서는 안되나 예친왕이 최종적으로 내놓은 계책이 반드시 오늘 밤 이 일을 마무리 지어 내일 아침 조정에서 선포하면 조용히 입막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명원제가 어서방을 나오자마자 목여태감이 얼른 보고했더니 그제서야 화를 내며 사람을 데리고 경여궁으로 갔다.원경릉의 상처는 이미 처치를 마쳤고, 엄격하게 말하면 상처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나 통증은 어쩔 수 없다.문제의 비녀를 주워 탁자에 올려 두었는데 명원제가 격노해서 그것을 보니 익숙한 비녀인지라. 그 비녀는 바로 자신이 현비에게 준 것으로, 끝을 상당히 예리하게 갈은 것이 머리에 하는데 굳이 저렇게 갈 필요가 있을까, 현비는 누군가를 죽일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걸까?명원제가 뒤져보게 하니 현비의 장신구 상자의 비녀는 거의 모두 이렇게 예리하게 갈려져 있었다.명원제는 현비를 죽여야겠다는 마음이 일어나 더이상 기다릴 수 없는 것이, 공주의 혼례가 8일 뒤 였기 때문이다.명원제는 그러나 바로 현비를 처분하지 않고 태자비를 위로하고 그녀를 건곤전에 가서 기다리게 했다.명원제는 황후, 귀비에게 벌을 내리며 두 사람이 후궁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으니 육궁을 협력하여 다스리는 권한을 잠시 덕비에게 맡기고 두 사람은 후궁의 어떤 일도 처리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것이 일벌 백계라는 것을 알고, 황제도 사실 그들이 아무 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속으론 현비가 이들을 끌어들인 것을 욕했다.명원제가 어서방으로 돌아가 우문 가문의 수장, 예부상서, 의례 총관을 같이 어서방으로 불러 알현하고 다음으로 태자를 오라고 해서 건곤전에서 기다리게 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이 입궁한 것을 전혀 모르다가 궁인이 와서 바로 입궁하라고 하니, 만아가 그제서야 궁에서 왔던 사람이 얘기한 사정을 우문호에게 알렸다.우문호가 마음을 다잡고 곧장 말을 달려 입궁했다.목여태감이 궁
결전의 날을 맞는 두 사람“응!” 우문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일단 여기서 기다리라고 했어. 조금 있다가 중요한 발표가 있다고.”“아마 폐 태자 건이겠지. 황후 마마 얘기를 들어보니 오늘 아바마마께서 황실 어르신과 대신들을 소집해 회의를 하셨다더라.”우문호도 고개를 끄덕이며, “됐으니까 우린 그 일에 신경 쓰지 말자.”원경릉이 작게 한숨을 쉬며, “하지만…… 어마마마는…… 아바마마께서 쉽게 용서하시지 않을 지도.”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고 한참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모친은 황조모를 다치게 했고, 동생을 다치게 했고 이제 원경릉까지 다치게 했다. 화가 났다, 화가 치민다. 모친과 연을 끊을 수 없는 게 한스러울 뿐이다. 하지만 모친은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우문호는 결코 미워하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우문호의 마음은 여전히 괴로웠다.두 사람은 손을 잡고 앉아 아무 말 없지만 마음 속으로 생각하는 건 똑같다. 단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뿐이다.사식이도 나가고 빛은 어스름한 땅거미에 자리를 뺏기고 밖에 하나 둘 풍등이 켜지면서 창으로 빛이 스며든다.잠시 후 상선이 직접 궁인을 데리고 음식을 가져왔는데, 혈을 보해주는 탕이 있는 것이 태자비에게 마시라고 했다.원경릉은 먹고 싶지 않고, 우문호도 넘어가지 않지만 원경릉을 먹이려고 우문호가 음식을 나한상에 몇 개 올려 놨다.두 사람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마치 한 사람의 목숨을 끝내는 카운트다운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람은 둘 다 미워하면서도 신경이 쓰이는 사람이다.건곤전밖에 바람이 부는 소리에도 그들은 벌벌 떨었다.특히 발자국 소리가 들리면 거의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고 누군가 와서 폐하께서 어명을 내려 이미 현비를 사사했다고 할 까봐 두려움에 떨었다.둘은 시간 문제일 뿐 조만간 있을 일임을 알고 있지만, 마음이 온통 거기에 쏠렸다.“어릴 때부터,” 우문호가 그릇을 내려놓고 말을 시작하는데, “어마마마는 나에게 형제 간에 우애가 있어야 한다, 어른을 존경해야 한
운명의 순간잠시 후 태상황이 들어와서 우문호는 얼른 원경릉을 부축해 일어나 인사를 올렸다.태상황이 됐다며 앉더니, “둘 다 다쳤으니 다들 앉거라.”처연한 얼굴로 둘을 쳐다보고 태상황이, “과인도 많은 말 않겠다. 조금 있다가 황제가 너희들에게 조서를 발표할 텐데, 너희들 마음에 들던 들지 않던 황제의 제안을 수락해야 한다. 대국이 중요하니 말이다.”우문호가 조용히, “폐 태자 건입니까? 손자는 바라고 있고 개의치 않습니다.”태상황이 기가 차서, “넌 개의치 않아도 사람들은 개의하지. 다른 사람이 개의하는 거면 네가 개의치 않아도 괜찮지 않은 거야. 네 아바마마가 오늘 중신을 소집해 상의한 것이 어떻게 하면 태자의 지위에 널 그대로 둘 수 있느냐 였다. 네 위치가 막중하니 다소 억울한 일이 있어도 참아야 할 것이다.”우문호는 의외라, “절 폐하지 않는 것입니까?”그럼 다른 무슨 방법이 있다는 거지? 이 일은 감출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북당 태자의 생모가 태후를 시해한 비라니, 태자도 역모의 죄를 벗어날 수 없다.“네 아바마마의 뜻대로 처리하자. 과인의 뜻은 여전히 그것이다. 대국이 중요해!” 우문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습니다.”태상황이 원경릉에게 부드러운 눈빛으로, “상처는 아직 아프냐?”원경릉이 불쌍하게, “아파요!”태상황이 입을 내밀고, “아프면 참아라, 과인에게 아프다고 해도 못 도와줘.”원경릉이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그럼 왜 물어보는데?’태상황이 일어나 나가고 얼마 되지 않아 목여태감이 직접 와서 둘을 어서방으로 데려갔다.원경릉은 부축을 받으며 걷는데 상처가 등이지만 걸을 때 상처가 벌어지며 아프다.우문호도 비녀에 찔린 곳이 견갑골(肩胛骨) 위치라 원경릉의 고통을 알기에 원경릉을 보호하며 걸어갔다.어서방에 도착하자 우문령도 부축을 받고 와 있었다.우문령은 안색이 초췌하고 창백한데 우문호와 원경릉을 보더니 입술을 움찔거리며 눈물이 터져 나왔다. 궁인들의 부축을 뿌리치고 우문호에게 달려와 가슴에 파묻혀 흐느끼며
대망의 발표위태부, 소요공, 주재상 세사람도 태자의에 앉아있고 모두 질서 정연하게 우문호 일행을 보고 있는 가운데, 명원제가 엄숙한 표정으로 가운데 앉아 있다.세 사람은 앞으로 나가 예를 취하고 자리에 앉았다.우문호는 이 상황을 보고 속으로 감이 와서 얼굴색이 변했지만 참고 침묵을 지켰다.명원제가 입을 열어, “요 며칠 궁에서 발생한 일은 짐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알리라 믿네. 짐이 올해 상업을 크게 신장시키고 대주와의 상업 왕래를 촉진해 상업세를 다시 걷어 국고를 보충할 중차대한 시기로, 우리 북당은 향후 3~5년 사이 큰 변동을 겪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태자의 지위는 흔들려서는 안될 것 일세. 국본이 견고해야만 조정과 후궁에 분쟁이 없기 때문이지.”명원제의 목소리는 상당히 무기력하고 피곤해서 새해 초하루에서 지금까지 고작 육 칠일이 지났건만 아주 폭삭 늙은 것처럼 귀밑머리가 반백이 되었다.나라를 위해 노심초사하는 것이 느껴진다.“하지만,” 명원제가 말을 이어, “태자의 생모 현비가 덕을 잃어 작금에 태자의 지위에 대한 논쟁이 분분한 바 일세. 북당은 대대로 다음 군주를 세울 때 황자의 생모는 조건이 있네. 정결하고 현덕하며, 품행이 고결하여 향후 후궁이 내정에 간여하지 않고, 외척이 정치를 어지럽히지 않을 것을 보증해야 하지. 허나 태자의 생모 현비는 덕을 잃고 패악을 일삼아 그 행실이 인륜을 저버린 바 천하 어머니의 본으로 삼을 수 없음이라. 따라서 천자가 법을 어겨도 백성과 같은 죄로 다스리듯, 짐은 현비가 저지른 악행을 추궁할 것을 결정하고 누구든 이에 의의를 제기하거나 죄를 사해줄 것을 요구할 경우 같은 죄를 물을 것이다.”명원제가 이 말을 하고 우문호와 우문령을 흘깃 보니, 두 사람은 모두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는데, “그러나 짐이 방금 말했듯 북당은 태자를 폐위할 수 없으므로, 짐이 황실의 어른 및 중신들과 상의한 결과 덕비에게 아이가 없으니 태자와 공주를 덕비의 양자로 들이게 하고, 덕비는 오늘부로 황귀비로 봉하여 황후를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