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요공과 주재상에 따지다우문호는 우리 떡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으나 원경릉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아이들을 떼 놓고 소요공 저택으로 갔다.소요공 집에 도착하니 주재상도 있는데 두 사람은 서재에서 술이나 차도 마시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문호를 보더니 올 게 왔군 하는 얼굴로 침묵했다.“두 분은 황조부의 병환이 심각한 것을 아셨습니까?” 우문호는 두 사람이 침묵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소요공이 작은 소리로, “전하 앉으시지요.”“황조부께서 왜 태자비가 입궁해서 병수발을 드는 걸 원하지 않으십니까? 이유를 아시는군요 그렇죠?” 우문호가 앉지 않고 소요공과 주재상을 노려보며 질문했다.“전하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소요공이 얼굴빛을 고치고 담담하게, “일단 앉으셔서 말씀하시지요, 태상황께서 몸이 안 좋으신 게 하루 이틀일이 아니니 급히 서두실 것 없습니다.”우문호가 충혈된 눈으로, “어떻게 안 급할 수가 있습니까? 아바마마께서 말씀하시길 어의가 약을 지어 올려도 차도가 전혀 없다는데, 한사코 원 선생이 입궁해서 보는 건 원하지 않으시는 상황 아닙니까. 원 선생이 비난 받게 될까 걱정된다고 하시지만 완전 말도 안되요. 원래 태상황 폐하의 옥체는 계속 원 선생이 봐왔고, 원 선생이 폐하의 병을 가장 잘 압니다. 그동안 사람들이 뭐라고 비난하든 겁내지 않았는데 새삼 사람들 비난이 두렵겠습니까?”“태자 전하 고정하세요.” 주재상이 천천히, “이번 병은 전과 달리 아주 위독한 상태입니다. 태상황 폐하께서 태자비께서 치료하지 못하도록 하신 건, 주도 면밀하게 고려한 끝에 태자 전하 부부를 위해서 입니다. 안 좋은 말로 하면 만약 태자비께서 치료하셨다가 태상황의 병이 낫지 않으시면 태자비의 죄가 돼요, 태자 전하께서 잊으신 모양인데, 왕조 대대로 황제께서 붕어하시면 어의에게 목숨을 구하지 못한 죄를 반드시 물었습니다. 가볍게는 관직을 삭탈하고 하옥되거나, 중할 경우엔 순장 시켰지요. 나중에 태상황 폐하께서 태자비의 치료를 받다가 돌아가시면 결과
누구죠 막는 게?“원 선생과 내가 개의치 않는데 뭐가 무겁습니까?” 우문호가 화를 냈다.소요공이 일어나 말하려 했으나 주재상이 심하게 노려보며 입을 벌렸다가 천천히 다물더니, “결국 이건 태상황 폐하의 뜻으로 우리는 신하로서 명에 따라 행할 뿐입니다. 태자 전하께서 계속 생트집을 잡으시면 입궁하셔도 태상황 폐하를 뵙지 못할지도 모릅니다.”우문호가 엄숙한 눈빛으로 주재상에게, “재상은 왜 소요공이 말을 못하게 하죠? 왜 입니까? 누가 태상황 폐하를 구하지 못하게 막습니까? 아바마마는 전하지 못하시고, 당신들은 감히 말을 못하는 이자는 도대체 누굽니까? 태상황 폐하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전에 태상황 폐하의 몸이 안 좋으실 때 당신들은 누구보다 다급하게 원 선생을 청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세상 저 끝에 라도 좋은 의사가 있다고만 하며 잡아와서 태상황 폐하의 병을 보게 할 태세였습니다. 태상황 폐하의 말씀은 당신들 두 분을 막지 못해요. 원 선생을 끌어들이지 말라는 이유는 더욱 설득력이 없습니다.”주재상이 무력하게, “태자 전하 마음대로 말씀하세요, 어쨌든 이 일은 이렇게 됐습니다. 태자 전하께서 이렇게 흥분하시는 걸 보니 궁에서도 한바탕 하셨겠지요? 그렇다면 앞으로 태자비 마마는 커녕 태자 전하도 건곤전에 가까이 가시지 못할 듯 싶습니다.”“제가 들어가겠다면 귀영위도 못 막아요!” 우문호가 차갑게 말했다.“그럴 필요가 있을지?” 주재상이 그만하라는 손짓을 하며 슬픈 눈빛으로, “사람은, 가야할 때 가야합니다. 그걸 숙명이라고 하지요.”“안풍친왕이십니까? 그분이 당신들을 막나요?” 우문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는 사람이 안풍친왕 밖에 없다. 안풍친왕은 휘종제의 태자로 태상황에게 양위했다. 태상황은 안풍친왕을 상당히 존경했고, 아바마마는 태생이 태상황 폐하를 고대로 따라하는 사람이다.주재상이 황당해 하며, “어떻게 그 분일 리가 있습니까? 절대로 불가능해요.”“그분이 아니면 도대체 누구입니까? 안풍친왕비신가요?” 우문호는 머리가 엉망진창이다.
태상황을 걱정하는 원경릉집으로 돌아오니 원경릉이 이미 돌아와 있길래 우문호는 태상황의 병이 위중한 것을 알리고, 태상황과 다른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원경릉은 애가 타는 나머지 약상자를 들고 입궁하려 했다.“지금은 너무 늦었으니 궁문이 이미 닫혔어, 내일 아침 일찍 내가 데리고 갈게.” 우문호가 미간을 찌푸리더니, “하지만 당신이 들어가도 황조부를 못 만날 수도 있어. 오늘 내가 나올 때 상선이 귀영위에게 내가 들어가지 못하게 지키라고 했거든.”원경릉도 이상하게 생각하며, “왜 내가 들어가서 치료할 수 없어? 난 벌 받는게 두렵지 않은데.”“몰라, 다들 감추고 말을 안 해. 배후에서 막는 게 누구인지 모르겠어.” 우문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아바마마를 저지할 능력이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다.“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단 말이야.” 원경릉이 초조해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아바마마 말씀이 천식이라고? 천식 기침은 그렇게 심하지 않은데, 피도 나왔다면서.”“여섯째의 그 병일 가능성은?”“결핵?” 원경릉이 놀랐다가 이내 부정하며, “그럴……가능성은 별로 없어. 결핵은 이미 두번이나 고쳤고, 만약 결핵이라면 아바마마께서 제일 먼저 날 입궁 시키셨을 거야.”“그렇네.” 우문호는 계속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우문호는 태상황이 이렇게 강경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생각했다. 병세가 정말 위중하다고 쳐도 원 선생이 입궁해서 병구완을 막을 필요까지는 전혀 없다.도대체 왜 일까?“자기가 오늘 태상황 폐하를 뵀을 때 기침 말고 다른 증상 또 뭐가 있었어?”“기침을 심하게 하셔서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 같았어. 그리고 한 번 기침을 시작하면 멈춰지질 않고 내가 듣기엔…… 이 기침이 잦아들지 않으면 숨이 멎을 것 같았어.”“안색은?”“심하게 마르셨고, 안색은 창백했다가, 벌게졌다가 하는데 일반적인 붉은 느낌이 아니었는데 중독은 아니겠지?” 전에도 누군가 태상황에게 독을 쓴 적이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떠올랐다.원경릉이 고개를 흔들며, “중독
태상황을 찾아간 부부우문호는 무거운 마음으로 원경릉을 봤다. 원경릉은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뾰족한 턱을 치켜든 채 약하고 가련한 눈빛이다. 원경릉과 함께 하며 화난 모습, 분노한 모습, 슬픈 모습을 다 봤지만 이렇게 무기력하고 애처로운 모습은 본 적이 없다.우문호는 잔을 치우고 원경릉을 가슴에 안더니, “그럴 리 없어, 아니야, 전에 심장발작이 그러게 심했는데도 당신이 살렸잖아, 이번이 뭐라고? 치료 잘 할 거야.”원경릉의 머리속에 막 이 시대에 왔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전부 이렇게 분명한 적이 없었다.그때 그녀는 상처투성이 몸을 이끌고 궁에 들어갔는데, 의사로서 사명감 때문인지 살고 싶었던 일념이었는지조차 이제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우문호를 마취시키고 태상황에게 약을 썼다.소위 원경릉의 역습은 사실 전부 태상황의 보호와 관심에 의지한 것으로, 초왕비의 지위를 공고히 한 것부터 어장과 비취 3개를 받았던 것, 귀영위와 나중에는 우리 떡들을 낳았을 때도 태상황이 황금을 하사해 원경릉이 평생 먹고사는 걱정이 없도록 빈틈없이 보살피고 보호해 주었다.원경릉은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괴로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우리 옷 갈아입고 나가자, 궁문에서 기다리다가 문이 열리면 바로 들어가게.”우문호는 원경릉의 마음이 침착해지지 않고, 자신도 걱정이 심하니 원경릉의 뜻대로 했다.옷을 갈아입고 화장도 대충 하고 만아와 서일을 데리고 나왔다.서일이 마차를 모는데 잠이 덜 깬 것을 만아가 옆에서 잔소리하자 겨우 정신을 차렸다.4경(새벽1시~3시)이니 사실 그렇게 이른 것도 아닌 게 궁문이 5경(새벽3시~5시)에는 열리고 오늘은 아침 조회가 있는 날이라 우문호 부부가 궁문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대신들의 마차가 하나 둘 도착했다.원경릉과 우문호가 마차에 있어서 대신들은 내려서 문안하면서, 우문호가 조회에 간다고 생각하고 태자께서 정사에 열심이라 이렇게 일찍 나오셨다고 칭송했다.궁문이 열리자 마차가 들어갔다.북무문(北武門)에서 마차가
막는자는 누구인가나장군의 얼굴에 검은 두건을 썼는데 형형한 눈빛이 드러나며 낮은 목소리로, “태자 전하, 태자비 마마, 두 분은 돌아가시지요. 태상황 폐하의 명으로 누구도 건곤전에 들어가지 못하십니다.”“나장군, 물러서게!” 우문호가 날카롭게 호령했다.“태자 전하 용서하십시오, 들어가시려 거든 소신의 시체를 밟고 가셔야 합니다!” 나장군은 상당히 강경한 태도이고 심지어 다른 귀영위들도 검에 손을 대고 우문호와 원경릉을 대하고 있다.이런 대치 모습에 우문호와 원경릉은 당황한 것이 입궁할 때 저지당할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전부 무기를 들고 있을 줄 몰랐다.이때 구사도 사람들을 데리고 건곤전 밖으로 나와 우문호와 원경릉 앞으로 와서, “태자 전하, 태자비 마마, 일단 돌아가시지요, 태상황 폐하와 황제 폐하께서 명을 내리셔서 두 분은 들어가실 수 없으십니다.”구사가 오늘 관복을 입고 손에는 검을 들었으며 같이 들어온 금군도 정예로 상당히 거대한 전투태세다. 우문호는 이 모습에 어이가 없는 것이 그저 들어가서 진찰한번 해보겠다는 거 아냐? 태상황 쪽에서 귀영위를 보내서 막는데, 아바마마도 금군을 보내서 막아? 도대체 누가 이런 막대한 능력이 있어 원선생이 태상황 폐하 진찰하러 들어가는 것조차 막는 걸까?우문호가 들어가려면 일단 귀영위와 금군을 쓰러뜨려야 하는데 그건 황궁을 크게 어지럽히는 행위와 마찬가지다.구사가 우문호 앞으로 한걸음 나와 눈빛으로 슬쩍 암시했다.우문호는 한동안 구사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천천히 고개를 돌려 원경릉에게, “우리 가자.”원경릉은 원하지 않았지만 억지로 뚫고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구사가 두 사람 뒤에서, “소신이 전하께서 출궁하시는 길을 모시겠습니다.”구사를 제외하고 두명의 금군이 따라 나온 것이 황제의 명으로 둘을 감시하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우문호는 화도 나도 애도 타서 바로 구사에게 알고 있는 걸 털어놓으라고 하고 싶어 뒤를 돌아보니 두명의 금이 따라 붙어서 구사가 살짝 고
냉정언의 충격 발언원경릉도 의외인 게, 아니 우문호랑 무슨 상관이야?냉정언이 손을 휘젓더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태상황 폐하께서 치료를 원하지 않으시는 건 전하께서 한 일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다는 거죠.”“역시 안풍친왕비 마마?” 우문호가 열이 받아서, “내가 보친왕을 죽였기 때문인가? 왕비마마께서 말씀하신 대의는 겉만 번지르르한 말 뿐인가?”“태자전하, 말씀을 삼가세요!” 구사가 수습하며, “제가 알기로, 이 일은 안풍친왕비 마마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원경릉이 다급해서 냉정언에게, “냉대인, 어서 말씀하세요, 조바심 나게 하지 마시고. 어젯밤부터 오늘 종일, 저와 태자 전하는 애가 타서 죽을 지경입니다.”냉정언이 우문호를 보고, “보친왕을 죽인 건 황제폐하의 뜻이니 폐하도 그걸로 전하께 노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보친왕을 죽인 뒤에, 또 뭘 하셨죠?”우문호가 잠시 멍하게, “뭘 하다니? 당연히 병여도를 찾으려고 사람을 포진 시켰지.”“맞습니다, 하지만 전하께서 배치한 사람들을 폐하께서 다 알고 계십니까?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하셨는지 폐하께서 아십니까?”“배치한 사람의 신분은 절대 비밀을 보장해야 해. 이 일은 내가 아바마마께 보고 드렸었고, 별 말씀 없으셨어. 어떻게 배치하는지는 그때그때 상황을 봐서 처리했고, 상세하게 말씀드릴 수도 없었어, 뭔가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보고 드리지.”원경릉이, “그런데 이 일이 태상황 폐하의 병환과 무슨 상관이 있어요?”“크게 상관있죠,” 냉정언이 정색하고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이 내심으로는 흥분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친왕이 죽은 뒤 경성에 안왕이 무과장원 박원을 다치게 했으나 이 일을 안왕은 대충 넘어갔고, 황제 폐하도 혐의를 비호해 주셨다는 풍문이 돌았습니다. 그래서 나이든 신하들이 연명해서 황제 폐하를 질책하고 안왕을 봉토로 쫓아내라고 요구하는 상소를 올렸습니다. 황제 폐하는 나이든 신하들에게 질책을 당하자 몹시 체면이 상한 데다 안왕을 봉토로 보내는 건 더욱 원하
태상황 폐하의 진실“아니,” 우문호가 즉시 부정하며, “아바마마는 줄곧 황조부를 존경하고 효를 다 하셨어. 누구보다 황조부를 염려하시는 데 어떻게 이런 작은 일로 대역무도한 일을 벌이신다는 말이야? 그리고 황조부께서 정치에 관여하신 게 처음도 아니고, 태자를 책봉할 때도 아바마마는 황조부 말씀을 들으셨다고. 그리고 아바마마께서 넷째를 쫓아 보내고 싶지 않으시면, 태상황 폐하도 억지로 내보내실 분이 아니야. 그런데 왜 이렇게 된 건데?”냉정언이, “일단 앉으시죠, 제 말을 잘 들으세요. 다 듣고 나면 왜 폐하께서 이렇게 하셨는지 아실 겁니다.”원경릉이 눈물을 훔치고 우문호를 끌어 앉혔다. 우문호는 여전히 믿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나, 당황한 눈빛에 속마음이 들키고 말았다.“그래, 말해봐, 어떻게 말하는지 듣고 반박해 주지.” 우문호의 목소리가 약간 떨렸다.냉정언이, “황제 폐하께서는 분명 효자시라는 걸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보위에 오르시기 전에 그렇게 오랜 기간 태자로 있으면서 계속 태상황께 충효를 다하셨습니다. 태상황 폐하께서 퇴위하시고 지금까지 앞뒤까지 포함해 대략 8년 넘는 시간 동안, 조정에서 수많은 일이 있을 때마다 황제 폐하는 태상황의 의견을 물으셨고 태상황 폐하는 보통 거의 관여하지 않고 대부분 심지어 의견도 별로 많이 내지 않으셨지만……”“그럼 됐잖아? 자네 말 대로 그렇게 잘 어울리시는 데 어떻게 이 일이 아바마마의 뜻이 될 수가 있어?” 우문호의 마음속이 혼란해서 냉정언의 말을 자르고 반박했다.냉정언이 무겁게, “그래요, 폐하는 늘 그렇게 하셨습니다. 일종의 습관처럼. 하지만 재위 기간이 길어지고 경험한 일이 많아지시자, 큰 일에 대해 황제 폐한 본인 스스로 결단이 서 있는 상태로 태상황 폐하께 그다지 묻고 싶지 않은데, 방금 말했던 것처럼 일종의 습관이 돼서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 했습니다. 이때 태상황 폐하께서 여전히 별다른 의견 없이 황제 폐하께서 잘 하고 계신다고 칭찬해 주시면 황제 폐하 마음에 불쾌한 마음이 남지 않았을 것
냉정언은 알고 있다“주재상이 올린 상소를 기억하십니까? 우문군의 황자 신분을 회복해 달라는?” 냉정언이 말했다.우문호가 쓴 웃음을 지으며, “아바마마께서 그렇게 큰형을 총애하신다면, 주재상이 이렇게 하는 게 아바마마의 심기에 맞는 거 아닌가? 설마 이것도 연관이 있어?”“아주 상관있죠. 황제 폐하께서 우문군의 황자 신분을 회복하고 말고는 본인 스스로 결정하신 뒤 그 뜻을 받든 누군가가 상소를 올려 일을 진행 했어야 하는데, 주재상이 나서서 짐작하고 일을 진행했지요. 더 중요한 건 나중에 알아보니 주재상이 이 일을 하는데 고작 반나절밖에 안 들었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주재상이 한 마디 하면 척척 알아듣고 심지어 다른 신하들을 설득시킬 필요도 없는 겁니다, 얼마나 대단한 위력인가요? 그리고 얼마나 큰 위협인지 모르시겠습니까? 그래도 주재상은 결국 신하니 황제 폐하께서 감당하실 수 있지만, 태상황폐하는 말이죠, 태상황께서 일단 성지를 내리시면 황제 폐하께서 감당하실 수 있으신 가요? 황제 폐하의 입장에서 전체를 보면 황제 폐하께서 통제가능한 사람을 태상황 폐하께서 전부 제어할 수 있고, 태상황 폐하께서 통제 가능한 사람을 황제 폐하는 제어하실 수 없습니다. 이건 대권이 아직 태상황 폐하 수중에 있다는 말과 같아요. 태자 전하는 태상황 폐하께서 고르신 강력한 세력인데, 하필 이 때 전하께서 안왕 전하가 박원을 다치게 했다는 소문을 퍼트리는 바람에 황제 폐하는 전하께서 안왕 전하를 봉토로 쫓아 보내려 한다는 오해를 하시게 된 거죠. 대신들이 안왕을 경성에서 내쫓으라고 상소를 올리고 태상황까지 동의 하셨으니 황제 폐하는 안왕 전하라는 잠재적인 적수를 쫓아내기 위해 전하와 태상황 폐하가 손을 잡았다고 오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까놓고 말해 황제 폐하는 태자 전하께서 폐위되지 않도록 막으실 거예요, 본인이 그렇게 오랜 기간 태자로 있으셔서 태자의 마음을 아주 잘 아시니까요. 그래서 만약 태자비 마마께서 병을 치료하시면 태자 전하께서 연루될 것이라는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