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전생에 소설아는 아무리 헌신해도 동생을 이길 수 없었다. 가족들은 그녀가 영악하다며 몰아세웠고, 동생처럼 순수하고 착하며 연약하지 못하다고 비난했다. 한 줌의 정을 얻고자 매번 양보하며 버텼지만, 동생은 급기야 그녀의 정혼자까지 탐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약물에 취해 마부의 침대에 던져졌다. 명예는 더럽혀졌고, 재산은 빼앗겼으며, 혼처마저 가로채였다. 그들은 그녀를 진흙탕 속에 처박았다. ...... 회귀한 후, 소설아는 모든 것을 내팽개쳤다. 쓰레기 같은 전 정혼자의 가문이 몰락할 때 그녀는 냉소하며 방관했고, 도리어 그 일가족이 쓰레기를 줍고 살게끔 뒤에서 손을 썼다. 큰 오라버니가 기녀를 아내로 맞겠다고 하자, 그녀는 생긋 웃으며 축복을 건넸다. 둘째 오라버니가 다리를 다쳤을 때 소설아는 단 한 푼도 내놓지 않았다. "전 아무것도 할 줄 모릅니다. 그저 오라버니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여동생이 가난한 선비에게 시집가겠다고 고집을 피우자, 그녀는 두 손 두 발 다 들어 찬성했다. ...... 그러던 어느 날, 이 배은망덕한 인간들이 집단으로 전생의 기억을 되찾더니 전부 넋이 나갔다. 가족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헌신하던 소설아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오라버니들과 부모님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 전 정혼자는 빗속에서 밤새도록 무릎을 꿇은 채 충혈된 눈으로 애원했다. "설아야, 내가 사랑한 건 언제나 너뿐이었다. 제발 다시 한번만 기회를 주거라, 응?" 하지만 소설아의 마음에는 아무런 파동도 일지 않았다. 그녀에겐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오라버니와, 자신을 손바닥 위의 보석처럼 소중히 여기는 남자가 생겼으니까.
View More하녀는 뚜껑을 열어 단팥죽 세 그릇을 꺼냈다. 민씨의 몫인 새알 단팥죽은 단 한 그릇뿐이었고, 나머지 두 그릇은 일반 단팥죽이었다.방금 푹 고아낸 듯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고, 향긋한 냄새가 방 안 가득 퍼졌다.“맛이 아주 좋은 단팥죽이네요. 어머니, 식기 전에 어서 드세요.”소명주는 단팥죽을 민씨 앞으로 밀어놓으며 살갑게 말했다.“역시 어머니께서 나서시니, 마침내 그년을 휘어잡으셨네요.”민씨는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꺼림칙했다.난화문 측에 소설아를 예전처럼 군말 없이 살림을 도맡게 만들라고 요구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설마 난화문에서 내게 뜻밖의 선물을 보낸 건가…'민씨는 단팥죽을 한 숟갈 떠 입에 넣었다. 식감이 부드러워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단팥죽을 모두 비우고도 불안한 마음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방 어멈을 불렀다.“소설아에게 가서 그년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오너라.”“예, 부인.”방 어멈이 의란거에 이르자, 소설아가 장인들을 지휘하며 집을 손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의란거가 너무 비좁았기에, 서재 겸 향로를 만드는 작업실로 쓸 작은 별채를 하나 증축하려는 참이었다.“큰 아가씨, 부인께서 보내신 것입니다.”방 어멈은 과일 한 접시를 내밀었다.“부처님께 이레 동안 공양 올렸던 과일입니다. 부인께서 큰 아가씨께도 불가의 복을 함께 나누라며 보내셨습니다.”소설아는 미소를 지으며 하녀에게 과일을 받아 들게 한 뒤, 방 어멈의 손에 은자 두 덩이를 쥐여 주었다.“고맙네, 방 어멈. 돌아가면 부인께 잠시 후 내가 직접 찾아뵙고 감사 인사를 드리겠다고 전해 주게.”예전 같았으면 방 어멈과는 말 한마디 섞지 않았을 소설아였다.그런데 이번에는 웃으며 감사 인사까지 전한 데다, 후한 하사금까지 내린 것이다.방 어멈도 흐뭇하게 웃었다.“부인께서는 늘 큰 아가씨를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큰 아가씨께서 다시 제자리를 찾으신 것 같아 이 늙은이도 참 기쁩니다.”방 어멈에게서 소설아의 반응을 전해 들은 민씨는
왕혁이 뜻을 분명히 밝히자, 두 사람은 그제야 마음을 터놓고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이어갔다.소설아는 원씨 가문의 내부 사정을 간략히 설명했다.“보름 뒤, 원씨 가문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만큼 큰일을 하나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도찰원에서도 그 혼란을 틈타 가산을 몰수하기가 훨씬 수월해질 테니까요. 제 생각에는 어떻게든 원태준과 소명주의 혼례를 앞당겨, 가산 몰수가 두 사람의 대혼 당일 밤에 이뤄지도록 만드는 게 좋겠습니다.”원래 두 사람의 혼례는 반년 뒤로 예정되어 있었다.전생에서는 두 달 뒤 원씨 가문이 가산을 몰수당했고, 반년이 지나서야 가문이 회복되었다.그 시기에 맞춰 혼례를 치렀기에, 소명주는 가문이 몰락한 와중에도 원태준의 곁을 끝까지 지킨 여인이라는 미담을 얻었고, 덕분에 명성 또한 크게 높아졌다.그만큼 명예를 중시하는 소명주가 스스로 혼례를 앞당기려 할 리는 만무했다.바로 그 점이 가장 까다로운 문제였다.천하를 논하는 책사인 왕혁에게 안채 여인들의 암투를 고민하게 하는 것은, 그야말로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었다.그런데도 왕혁은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나에게 좋은 계책이 하나 있다만, 네가 받아들일지는 모르겠구나.”*춘경원.소명주는 민씨와 마주 앉아 혼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어머니, 집안 형편이 워낙 어려워 제 혼수를 아무리 끌어모아도 만 냥이 채 안 될 것 같아요. 이러다 원씨 가문에서 저를 얕잡아보면 어쩌지요?”혼수라는 말에 옆에서 다과를 먹던 소명지도 손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민씨는 소명주의 손을 다정하게 토닥였다.“걱정 말거라. 이 어미가 어찌 네 혼수를 소홀히 하겠느냐. 남은 반년 동안 어떻게든 소설아 그년에게서 적어도 십만 냥은 받아내 네 혼수에 보태주마.”소명주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호흡 또한 가빠지기 시작했다.“시, 십만 냥이요? 그렇게나 많이요? 하지만 소설아에게 정말 그만한 은자가 있을까요?”민씨는 습관처럼 손목을 더듬다가 문득 허전함을 느끼고 손을 멈췄
그가 귀담아들을지 말지는 전적으로 그의 몫이라는 듯, 왕혁의 눈빛에는 깊은 경멸이 어려 있었다.소설아 역시 에둘러 말하지 않고 곧장 본론을 꺼냈다.“왕 선생님께서 저를 도와, 제가 구황자 전하의 정비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셨으면 합니다.”차를 들려던 왕혁의 손이 멈칫했다.그는 고개를 들어 소설아를 찬찬히 훑어보더니, 이내 피식 웃음을 흘리며 찻잔 가장자리에 맺힌 김을 후 불어냈다.“방금 뭐라고 했느냐? 몰락해 가는 후작부의 양녀에 불과한 네가?”“예, 그렇습니다.”소설아는 엷게 웃었다.“왕 선생님은 천하를 도모하실 분이신데, 이 정도 일조차 이루지 못하신다면 어찌 더 큰 뜻을 펼치시겠습니까?”왕혁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어느새 찻물은 절반쯤 비어 있었다.“이 왕혁은 그런 말에 넘어갈 사람이 아니다.”그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황성에는 아름다운 규수들이 차고 넘친다. 네가 구황자의 정비가 되겠다는 것도 말 몇 마디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니, 그만한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네 신분으로는 구황자 전하의 시첩 자리조차 과분한 형편이다.”잠시 말을 멈춘 왕혁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소설아를 바라보았다.“내가 듣기로 구황자 전하는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는 데다 성정 또한 잔혹하기 이를 데 없다고 하더군. 전하에게 접근한 여인들은 하나같이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고도 들었다.”왕혁의 눈빛에 서린 경멸은 한층 짙어졌다.“네 또래의 어린 규수들은 하나같이 세상을 너무 쉽게 보는 법이지. 자신만은 특별한 존재라 믿고, 방탕한 사내의 마음을 돌릴 수 있고, 악인도 제 사람으로 만들 수 있으며, 냉혈한의 마음마저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헛된 망상일 뿐이다.”소설아는 그저 잔잔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그녀는 품에서 패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고 왕혁 앞으로 밀어 보냈다.“선생님께 도움을 청하면서 빈말만 늘어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이 패는 구황자 전하께서 외지로 공무를 떠나시기 전, 제게 직접 맡기신 것입니
소명남은 일 처리가 무척 빨랐다. 왕혁 선생의 행방을 찾아내자마자 곧장 소설아에게 소식을 전했다.소설아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벌써 찾으셨어요? 역시 둘째 오라버니께 맡기길 잘했네요. 오라버니, 왕 선생은 어떤 분이신가요?”소명남이 고개를 끄덕였다.“왕혁은 하문 삼년 급제한 진사란다. 본래 남방의 작은 현에서 현령으로 있었는데, 상관의 눈 밖에 나는 바람에 치적이 부실하다는 명목으로 파직당했지. 그 뒤로는 여러 곳에서 책사 노릇을 했지만 성미가 워낙 모나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해 번번이 오래 머물지 못했다고 하더구나. 얼마 전 경성으로 올라와서도 여전히 책사 자리를 구하고 있다는데… 세상에 동명이인이 워낙 많으니, 이 왕 선생이 정말 네가 찾는 그 사람인지는 모르겠구나.”소설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제가 찾던 분이 맞습니다.”왕 선생은 본래 성미가 괴팍했다. 자신의 재능만 믿고 동료들을 업신여겼으며, 심지어 상관조차 안중에 두지 않았다.지략은 뛰어나고 식견도 남달랐지만, 불같은 성격 탓에 가는 곳마다 사람들과 충돌을 빚었다.전생에도 그는 우연한 인연으로 당씨 가문에 몸을 의탁했지만 끝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당씨 가문은 그의 재능을 높이 사, 훗날 그를 소명준에게 보내 주었던 것이다.소명남의 눈빛이 환하게 밝아졌다.“잘됐구나! 사람을 잘못 찾은 줄 알고 내심 걱정했는데.”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설아야, 조금만 기다리렴. 내가 직접 가서 모셔 오마.”소설아가 웃으며 답했다.“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요.”그렇게 떠난 소명남은 사흘 동안 소식이 없었다.나흘째 되어서야 그는 잔뜩 풀이 죽은 얼굴로 돌아왔다.“설아야, 그 왕 선생이라는 사람이 어찌나 고집이 센지 모르겠다. 설아 너를 위해 일해 달라고 하자마자 단칼에 거절하더니, 입에 담기도 험한 말만 쏟아내더구나.”'여자는 집에서 자수나 놓으면 될 일이지 무슨 책사냐.''은자를 산더미처럼 쌓아 줘도 안 간다.'심지어는 대장부가 어
"형부… 서두르지 마십시오…""내가 어찌 서두르지 않겠느냐, 곧 있으면 네 언니가 올 텐데…"바람이 등나무 꽃을 흔들며 고요한 연못에 파문을 일으켰다.소설아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다.꿈속에서 그녀는 아직 시집가기 전이었다.그녀는 침실 문 앞에 서서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탕한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자세히 분별하지 않아도 안에 있는 남녀가 자신의 정혼자 원태준과 동생 소명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녀의 정혼자와 동생이, 그녀의 침실에서, 그녀의 침대 위에서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침실 안의 목소리는 마치 그녀
민씨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다. "명주야, 이 집안의 살림은 역시 설아가 맡는 게 좋겠구나."노부인이 세상을 떠난 후 민씨가 후부의 안살림을 이어받았으나, 불과 몇 년 만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적자가 났다.처음에는 자신의 혼수품을 팔아 몰래 메꿨지만, 나중에는 후부가 밑 빠진 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고, 계속 메꾸다가는 혼수품이 바닥날 판이라 아예 소설아에게 전부 넘겨버렸다.소설아는 살림을 아주 잘 꾸려나갔다. 적자를 모두 메웠을 뿐만 아니라, 후부 주인들의 체면까지 세워주었다.소설아가 살림을 맡고는 있었지
민씨는 소명주의 명예를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원태준과의 혼사는 소설아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춘경원에서 나오자, 소명주가 소설아를 불러 세웠다."언니."소명주가 한 걸음 다가서며 탐색하는 눈빛으로 소설아를 바라보았다."언니, 태준 오라버니를 마음에 들어 하더니, 어찌 그리 쉽게 포기하시는 겁니까? 설마 화가 나서 하는 말은 아니겠지요?"그녀는 소설아 역시 회귀한 것이 아닐까 의심했다.지난 생에서 소설아는 이 혼담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겼었다. 원태준의 어머니가 소설아를 극도로 싫어함에도 소설아는 기
소명준은 왕 태의 댁에서 한 시진 넘게 기다렸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너희 하인들은 대체 어떻게 된 거냐? 감히 본 세자를 이렇게 홀대하다니!"어린 하녀가 깍듯하게 대꾸했다."세자 저하, 저희 주인님께서는 오늘 시간이 없으셔서 손님을 받지 않으십니다."소명준이 욕설을 내뱉었다."정말 예의라곤 없구나. 본 세자 앞에서 감히 '노비'라 자칭하지도 않고 예의를 밥 말아 먹었느냐!"하녀가 코웃음을 쳤다."공자님이 대체 누구신데요?"소명준은 모욕감을 느꼈다."나는 위원후부 세자 소명준이다!"하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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