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왕비를 만나다“그이는 먼저 가고 전 태자비 마중 온 거예요.” 미색이 뛰어내려 찰떡이를 안아 올리며, “어머 어머, 우리 꼬마 어르신, 더 무거워졌네.”“여섯째 숙모, 우리 엄마 무거워요. 안을 수가 없어요.” 찰떡이가 애기 티를 내며 얘기했다.우리 떡들은 오늘 똑같이 붉은 색 짧은 비단옷을 입었는데 날씨가 덥기 때문으로 옷을 특별히 짧게 만들어 다리가 드러나고 머리카락은 입하(入夏)때 잘라서 짤막하니 정수리에 조그맣게 상투를 틀고 옷과 같은 붉은색으로 머리 띠를 묶어 선명하고 예쁘다.미색이 세 꼬맹이를 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원경릉에게, “제가 아기를 못 낳으면 하나 데려와서 키울 거예요. 아니면 배속에 있는 그 아이 저 주세요.”원경릉이 아직 답하기 전에 세 아이가 한 마디로 거절하며, “안돼요, 저 애는 우리 거예요.”미색이 하하 웃으며, “너희들 놀린 거야, 너네 엄마 배가 이렇게 부른데 딱 봐도 엄청 잘 먹을 거 같은데 숙모가 데려가면 숙모 재산 다 먹어 치워 버릴 걸?”아이들이 듣고 얼굴 색이 살짝 변하더니 걱정스럽게 원경릉을 바라보는데 진짜 잘 먹게 생겼다.원경릉이 세 아이들을 안으며, “요 바보 녀석들, 여섯째 숙모가 너희를 놀린 거야. 숙모네 재산은 우리 5식구가 10번을 태어나도 다 못 먹어 치워.”경단이가 울적한 얼굴을 하고 미색 앞으로 비집고 오더니 손을 뻗어 미색의 목을 잡고 조그만 얼굴을 대고, “여섯째 숙모, 숙모를 좋아해요. 저 집으로 데리고 가실 래요?”미색이 하하 웃으며 한 손으로 경단이를 안더니 원경릉에게, “봐요, 이 녀석 기둥서방 소질이 있어요.”원경릉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웃고 떠들며 손왕부에 도착해서 만아는 제일 무거운 만두를 안고 마차에서 내리고 미색은 한 손에 하나씩 안고 사람들에게 원경릉이 넘어지지 않게 부축하라고 시켰다.손왕비가 입구에서 기다리며 원경릉이 오는 것을 보고, 일단 배를 보고 놀라고 다가와 안더니 눈물이 그렁그렁 해서, “태자비, 살아서 돌아와 만날 수 있어서
손왕부의 연회손왕비가 원경릉에게 진심으로, “동서가 여유로운 것도 아니고, 동서랑 다섯째가 어떻게 사는지 알잖아? 대학을 세우고 학생들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을 충당하느라 부부가 먹는 것도 아끼며 여유가 없는데 우리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은자를 냈으니 안 받으면 내 마음이 불안해, 꼭 받아. 안심해도 돼. 비록 내가 엄청난 부자는 아니지만 요즘 쓰는 것도 별로 없고 매년 식읍과 분봉이 있으니 세를 걷으면 들어오는 돈이 적지 않아.”원경릉이 완강하게 거부하며, “형님이 일단 가지고 계셔요, 만약 은자가 부족하면 제가 빌리러 올 게요, 됐죠? 형님 이러지 마세요. 이러면 체면이 안 서요.”“그래요, 넣어 두세요. 우리가 은자가 모자라겠습니까?” 미색도 말했다.고맙다며 돈을 찔러 넣어주고 아니다 안 받는다 실랑이를 벌이며 족히 향 하나 탈 정도 시간은 옥신각신하다가 겨우 정리가 되어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남편 얘기를 들으니 전쟁은 곧 그칠 거라고 하더라. 우리는 무성에서 다섯째를 봤는데 상처를 좀 입었지만 괜찮았어. 전쟁이 끝나는 대로 대군 기다리지 않고 자기가 먼저 돌아오겠다고 했어. 우리가 오는 길에 좀 오래 지체해서 아마 이틀정도 지나면 도착하지 않을까.”“다쳤어요?” 원경릉이 긴장하며 물었다. 편지에는 그런 언급이 없었다.손왕비 얼른 다독거리며, “걱정하지 마, 가벼운 상처야, 팔에 칼이 스쳤는데 군의관이 뼈는 상하지 않았고 겉만 다친 거라 며칠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했어.”원경릉이 얼굴을 찌푸리며, “상처를 입었으면 급하게 돌아올 필요 없는데 정말.”“다섯째가 하루라도 빨리 동서랑 애들이 보고 싶다고 했어.” 손왕비가 원경릉의 배를 보고, “그런데 회임 얘기는 없던데, 다섯째가 알고 있어?”“아직 몰라요!” 원경릉이 배를 만지며, “그이가 출정하고 임신 사실을 알았지만 그이가 전쟁 중이라 말 안 했어요. 마음 쓰일 까봐요.”손왕비가 웃으며, “좋아서 죽을 걸.”원경릉이 웃으며, “맞아요, 안왕 전하는 오늘 오셨나요?”“감히 안 와?
혼절원경릉은 계속 뒤로 물러나며, “뭐 하려는 거예요?”안왕이 손사레를 치더니, “오해하지 마요, 당신한테 악의 없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태자비를 만나다니 정말 잘 됐네요. 수고스럽겠지만 안사람에게 말 좀 전해 줘요. 집에 일이 있어서 얼른 돌아가 봐 달라고.”원경릉이 아무렇지도 않게, “아주버님도 오셨는데 직접 가시면 되잖아요?”“전 들어가기 마땅치 않아서 말이죠. 나와 둘째형은 전에 오해가 있어서 마찰을 피할 수 없는데 이 신나고 좋은 분위기를 깰 수 없으니 태자비가 수고 좀 해 주시죠.” “오해면 제대로 얘기해서 풀면 되는 거 아닙니까?” 원경릉이 예를 취하고, “넷째 아주버님 가시지요, 전 화장실에 가야하겠습니다.”안왕이 원경릉을 노려보며 화장실 문을 잡고, “태자비는 이렇게 작은 부탁도 들어주지 않는 겁니까?”원경릉이 약간 화가 나서, “비키세요!”안왕도 좀 화가 나서, “당연히 도와줄 리가 없지, 내가 안에 들어가서 모욕을 당하길 간절히 바랄 테니, 나와 둘째형이 반목하길 갈망하는 군.”“뭐라고 하던지 상관없고 두 분 사이의 맺힌 건 제 알바 아닙니다. 전 화장실에 가고 싶으니 비키세요!” 원경릉은 화가 났다.안왕이 원경릉의 배를 쏘아보며 비웃는데, “아주 제대로 숨겼네? 누구때문에 그랬을까? 내가 만약 손을 쓸 생각이었으면 벌써 썼지. 당신이 병여도를 그려낸 걸 모를 거 같아?”“병여도 어쩌고는 모르겠고 어서 비켜요!” 원경릉의 거의 미친듯이 소리치는 게 금방이라도 쌀 거 같다.안왕은 가만히 서서 일부러 원경릉을 못살게 굴고 있다.원경릉이 얼굴이 새파래지며, “됐어요, 계속 막아요.”이 집에 화장실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며 몸을 돌리는 순간 눈앞에 깜깜해지더니 하늘이 뱅뱅 돌고 귀에 고주파 소리가 윙윙 울리더니, 원경릉은 ’털썩’ 소리가 나며 쓰러지고 말았다.원경릉이 갑자기 쓰러지자 안왕은 자신을 모함하는 계략인 줄 알고, “일어나, 연극하지 말고, 난 당신한테 손도 댄 적 없어.”원경릉은 바닥에 쓰러진 채 꼼짝도
안왕비의 분노안왕은 무방비로 있다가 미색이 갑자기 주먹을 날리는 바람에 피하지도 못하고 코뼈에 정통으로 맞아 두어 걸음 휘청거리더니 덮쳐오는 미색에게 손가락질 하며, “멈춰, 내가 민 게 아니야. 자기가 넘어진 거라고. 또 손찌검을 하면 나도 가만 있지 않겠어.”미색은 열 받아서 이미 제정신이 아닌데 예의범절이고 나발이고 다시 주먹을 지르려던 찰나, 회왕이 들어와 무거운 목소리로, “미색, 멈춰!”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와 미색을 막아 서서, “형수님이 위험해, 당신은 발이 빠르니 어서 의원을 모시고 와.”미색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얼른 달려나가 말을 탔다.안왕이 길길이 날뛰며, “미친 것!”고개를 들자 회왕과 손왕이 모두 자기 앞에 분노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서있다.안왕은 입에 고인 피를 뱉으며, “왜? 제가 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와요 덤벼 다 덤비라고!”손왕이 정말 한대 치려 했으나 회왕이 말리며 담담하게, “둘째형, 아바마마와 다섯째 형이 알아서 주관하실 겁니다.”안왕이 냉소를 짓더니, “전 결백해요. 손끝 하나 건드린 적 없으니까. 자기가 넘어졌다고요, 아바마마 앞에 가도 전 이렇게 말할 테니까 저에게 누명을 씌울 생각은 하지도 마요.”안왕이 고개를 들어 군중 속에서 얼굴이 창백해진 안왕비를 발견했다. 안왕비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다.“당신도 못 믿는 거야?” 안왕이 잠시 뜸을 들였다 물었다.안왕비가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가 원경릉을 보는데 한번도 본적이 없는 결연한 눈빛이라 안왕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안왕은 얼른 방안으로 들어가 안왕비의 손을 잡아 끌고, “따라 와.”안왕비가 안왕을 뿌리치더니 냉랭한 목소리로, “혼자 가세요.”안왕이 한 손으로 안왕비를 잡아 끌고 밖으로 나오는데 그 자리에 사람들이 쳐다보면서도 아무도 말리지 못하고, 안왕은 그녀를 끌고 밖으로 나와 마차에 억지로 태우고 가리개를 내리더니 화를 내며, “날 못 믿어?”안왕비가 안왕을 노려보며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
그럴 리 없어“이제 저도 아니까 또 절 바보 취급하지 말아요. 만약 당신이 갔으면 무슨 위험따위 있을 리 없었어요. 이건 전부 당신과 홍엽이 꾸민 계책으로, 홍엽이 숙나라 황제에게 계략을 귀띔해서 숙나라 황제가 6국 사람에게 미움을 사게 하는 거죠. 홍엽은 원래 좋은 마음을 가진 자가 아니니까요.”안왕이 눈을 부릅뜨고, “당신이 내 마음을 간파했다고 쳐도 이런 일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면 당신이 알 리가 없는데, 도대체 누가 당신에게 얘기한 거지?”안왕비가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았다.“누구야?” 안왕이 싸늘하게 안왕비를 노려보며 그녀의 턱을 쥐고, “이런 일을 알고 있는 건 전부내 주변의 심복들인데, 당신 누구와 공모한 거지? 누구랑 내통 했어?” 안왕비가 이 말을 듣고 억장이 무너져 안왕의 따귀를 때리고 울며, “내통이라니요?”“말 안 하겠다는 거지? 내가 찾아내고 말겠어!” 안왕이 안왕비를 밀치는데 냉혹하고 음험한 눈빛이다. 더이상 부드럽지 않다.안왕의 마차가 청석판을 달리는데 미색의 말이 마차를 앞서며 바로 대학으로 갔다.이때 마차에서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뛰어 내리더니 바닥을 구르고 온통 피투성이로 땅바닥에 기절해 나뒹굴었다.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미색이 고개를 돌려 흘끔 보고, 뭔 지 모르겠지만 안왕부 마차가 멈춰서는 건 보였다. 미색은 좀 망설였으나 다시 채찍을 휘두르며 계속 달렸다.손왕부.만아가 세 쌍둥이를 데리고 앞 마당에서 놀고 있는데 하얗게 질렸지만 아이들에게 들켜서는 안된다.손왕부에서 손님들에게 천천히 해산하도록 하자, 모두 구체적인 정황은 몰라도 안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회왕은 미색이 출발한 뒤 바로 입궁해서 어의를 청했다.하지만 노부인이든 어의든 너무 늦어서 손왕부에 도달했을 때는 원경릉이 혼절한 뒤로 족히 한 시진은 지난 뒤였다.어의가 먼저 도착했는데 할머니는 몸이 좋지 않아 마차로 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어의가 진맥을 한 뒤 안색이 크게 변했다.“어떻게 된 건가?” 손왕비가 다급하게
침착한 대처이때 사촌 소형이 들어와 손왕의 데리고 나가 무거운 목소리로, “방금 동백가(東百街) 방향에 누가 매복하고 있는 걸 시위가 발견했다고 합니다.”“누구?” 손왕이 물었다.“신분은 알 수 없고, 안왕의 마차가 간 뒤 이들은 사라졌으며 우리 쪽 사람이 동백가 골목에 마차가 세워져 있는 걸 발견했는데, 바로 도망가고 우리 쪽 사람이 쫓아가다가 적위명 장군과 닮은 사람을 발견했습니다.”손왕이 얼른, “막았느냐?”“막지 못했습니다. 상대가 굉장히 빨리 달리는 데다 적위명 장군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가 없어서.” 사촌 소형이 말했다.손왕비 이를 갈며, “넷째가 태자비를 납치하려 했던 게 분명해. 방금 넷째가 병여도에 집착하는 말을 회왕비가 들었다 던데, 최근 전차가 참전해 제작에 성공한 것을 알고 병여도 생각을 했군.”“하지만 지금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 안왕은 참으로 주도면밀하기 그지 없는데다 기회를 틈탈 줄 알아요. 지금 폐하는 안왕을 살필 여력이 없고, 태자전하도 전장에 계신 데다 국내의 거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전쟁에 쏠린 틈에 움직이다니.”사촌 소형은 어두운 얼굴로, “일단 당황하지 마십시오. 소인이 이미 경조부에 제왕 전하를 청했으니 반드시 철저히 조사해 주실 것입니다.”“일곱째가 일하는 게 아직 믿음직하지가 못해. 경조부는 지금 다섯째도 없고 중추가 없으니 이 일은 역시 아바마마께 나서 달라고 말씀드려야지.” 손왕이 생각해 보더니 반드시 자기가 직접 입궁해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손왕은 들어가서 회왕에게 아바마마께 보고 드렸냐고 물었더니 어의를 부르는데 급급해서 말씀드리지 못했다고 했다.손왕은 얼른 사람을 시켜 입궁할 마차를 준비시켰다.손왕이 막 떠나고 할머니가 조어의와 도착했다.할머니가 맥을 짚더니 속으로 짚이는 구석이 있는 게, 원경릉이 전에 말했던 적이 있으므로 할머니도 어떤 상황인지 짐작하고 있었다.그래서 할머니는 나지막하게, 일단 원경릉을 초왕부로 데리고 가라고 했다.노부인이 이때 보여준 냉정함과 전문
제왕과 손왕요부인이 미색에게 조용히 분부하길, “미색은 아는 사람이 많으니 좀 물어봐 줘, 어떤 의사가 이런 상황을 겪어봤는지, 희상궁, 사람을 보내던지 아님 직접 가서 태상황 폐하께 상황을 말씀드려 줘. 만약 감추는 게 있으면 태상황 폐하께서는 오히려 더 걱정하실 거야. 손왕비는 입궁해서 황귀비 마마께 알려줘, 이 일은 손왕부에서 벌어졌으니 궁중을 속일 수는 없을 거야. 손왕비가 직접 가서 황귀비 마마께 설명 부탁해.”“알았어요!” 세사람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세 사람이 각자 일을 보러 가고 할머니는 침대 곁에 앉아 요부인을 보고 감동하며, “고마워요, 부인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요부인은 할머니와 원경릉의 관계가 얕지 않음을 안다. 어떤 깊은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원경릉이 노마님을 할머니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고, 두 사람이 시선을 주고받을 때는 가족 같았다.그래서 할머니의 고맙다는 말이 원경릉 쪽 입장에서 하는 말인데도 요부인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작은 소리로, “아녜요. 계속 태자비가 저를 돌봐 준 걸요. 지금 태자비에게 일이 생겼으니 저희들이 태자비를 돌볼 차례죠.”“초왕부가 동요해서는 안돼요. 태자비니까요. 얼마나 많은 바깥 사람들이 초왕부를 지켜보고 있습니까.” 할머니가 원경릉의 혈색 없는 얼굴을 보고 비록 어떤 일인지 알지만 가슴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다.제왕이 와서 상황을 묻더니 진노해서 사람을 데리고 바로 안왕부로 갔다.그러나 뜻밖에도 안왕부에 도착하자, 안왕비가 마차에서 굴러 떨어져 화급을 다투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안왕이 복도에 서서 음울한 얼굴로 제왕을 보더니, “날 잡아가게? 성지 있어?”“넷째 형수님이 왜 아무런 이유 없이 마차에서 떨어졌습니까?” 제왕이 물었다.안왕이 차갑게 웃더니 충혈된 눈으로, “내가 밀었어. 믿어?”안왕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지만 분노가 폭발하면서, “만약 정말 당신이 그런 거면 당신은 개 돼지, 금수만도 못해요!”“꺼져!” 안왕은 온통 악에 받쳐 미
쫓겨난 안왕냉정언이 입궁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성지가 내렸다. ‘안왕의 기존 봉토를 거두고 대신 강북부(江北府)를 내리니 안왕은 즉시 강북부로 떠날 것이며, 지체하지 말라.’강북부는 북당의 최북단으로 대흥국 흑주(黑州)와 접경으로 기온이 낮고 풍속이 사나운데다 낙후하고 가난해서 매년 세금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오히려 조정의 구제를 받는 지경이다.강북부에는 군사가 주둔하고 있으며, 막 부임한 장군은 바로 위왕으로 3만의 병마를 이끌고 변방을 지키고 있다.명원제의 이번 처사는 안왕의 원래 봉토인 회북(淮北) 일대의 세력을 전부 와해하고 심지어 경성의 세력도 전부 압박함과 동시에 안왕의 생명을 보호한 것으로, 일단 우문호가 경성으로 돌아오면 원경릉에 대한 우문호의 사랑을 생각해 볼 때 절대 안왕을 가만 둘 리 없기 때문이다.당연히 태자의 명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도 이해 할 수 있는데, 형을 죽인 태자는 오점을 덮어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든 안왕을 보호하기 위해서든 명원제의 이번 행동은 피할 수 없는 경우였다.하지만 손왕과 제왕은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고 두 형제가 입궁해서 명원제를 알현할 것을 청했으나 명원제는 만나지 않고 목여태감에게 쫓아내라고 명했다.구사가 금군을 데리고 안왕을 감시하며 안왕을 바로 경성에서 떠나게 했다.안왕이 성지를 받은 뒤 미친듯이 웃으며, “성군이십니다!”안왕의 얼굴에 음험한 광기와 분노가 일었지만 구사에게 퍼붓지 않고 짐을 꾸리게 했다.안왕비는 상처를 입고 있는데 안왕은 그녀를 데려가겠다고 우겼다.부부 두사람은 말에 짐을 싣고 노비를 몇 데리고 황혼 무렵 경성에서 나갔다.안왕이 마차에서 가리개를 젖히고 성문을 쓱 보더니 냉혹한 눈빛으로 ‘돌아오겠어, 반드시!’안왕이 떠나고 적위명의 관직이 박탈되었으며, 적씨 집안의 다수가 경조부에 잡혀와 조사를 받았다.적위명은 하옥은 되지 않았으나 경조부에 불려와 심문을 받았다.명원제는 뭘 밝혀낼 생각이 없는 듯 사람을 불러다 물어 보고 답변은 기록했으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