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한 우문호만아가 나가고 우문호가, “만아가 경성에 오기 전에 남강 북쪽에 가 본 적이 있는 게 아닐까?”“무당의 진법은 뭐야?” 원경릉이 물었다.“무당이 사는 성루 밖에 진법이 펼쳐져 있는데 진형을 이루고 있지, 기원은 팔괘진형으로 장애물이 첩첩으로 숨겨져 있어 일반 사람들은 들어갈 수 없어.”“그렇다는 건 만아가 남강 북쪽에 가봤어도 그때는 어렸으니 진형을 풀 수 있었던 건 아니었을 거야.” “만아 기억에 착란이 있잖아, 원 선생. 당신이 얘기했던 당신들 사이에 의식 통제가 어쩌고 기억 유전 어쩌고 하는 그거, 만아한테도 있었던 게 아닐까? 바로 그 왜…… 정집사의 기억이 유전된다든가?” 우문호는 원경릉이 전에 설명했던 그걸 실지로 이해는 못하고 대략적 개념만 이해해서 말로 설명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진형은 굉장히 정교해서 모호한 개념이 아니니까.” 이런 건 유전될 수 없다. “이 일은 당분간 묻어두고 셋째형에겐 통보하지 말자, 안 그러면 형이 직접 군사를 데리고 갈 테니까.”“하지만 역시 시간이 없어, 지금 조정에 아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주버님도 소문을 들으실 거야. 맞아, 둘째 아주버님 쪽에 연통을 넣어서 먼저 셋째 아주버님께 알리지 말라고 해야 해.”원경릉 말에 우문호가 얼른 서일을 직접 손왕부로 보냈으나, 서일이 돌아와서 보고하길 손왕이 어제 이미 사람을 보내 위왕에게 소식을 전했다는 것이다.둘째 형이 다른 건 느리면서 이런 건 또 엄청 빠르다.어제 사람이 갔으니 지금 사람을 보내 말려도 막을 수 없으므로 우문호는 귀영위 쪽 사람에게 셋째 형을 설득해 보라고 하고 소식을 기다렸다.하지만 셋째 형이 가만히 있을 리 없는 게 입장을 바꿔 만약 원 선생에게 문제가 생겼으면 자신도 가만히 앉아 기다릴 수 없을 것이다.그래서 정집사가 원하든지 상관없이 우문호는 정집사를 오라고 해서 길잡이로 남강 북쪽을 다녀올지 묻고 최선을 다해 그녀의 안전을 지키겠다고 보증했다.정집사는 남강 북쪽 무당의 지역에 들어간다
만아의 결심우문호가 다시 입궁해 명원제와 개인적으로 얘기를 나눠봤는데 장수가 외부에 있어 임금의 명령을 받지 않는다고 해도 셋째가 움직일 수 있는 병마가 많지 않다. 그리고 일을 마친 후 죄를 물을 것으로 셋째는 조정에 부담 주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 남강 북쪽을 간다면 그다지 많은 병사를 데려가지 못할 것이다.명원제는 사실 출병에 별로 동의하지 않으나 무대인이 말한 것처럼 전혀 상관없다는 생각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출병은 북당의 신하와 백성들에게 합당한 설명을 해야 하고 움직임이 너무 크고 시기도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만약 수천명이 무당의 지대를 돌격해서 정화를 구출해 내는 동시에 남강 북쪽에 경고가 된다면 명원제는 만족스러울 것이다.“셋째가 지금 수하에 3만여 명이 있는데 이들은 선비, 북막전에 참여하지 않아 오랜 시간 전쟁 경험이 뜸해 군사들의 마음이 해이해졌으니 짐의 성지를 전해 오천 명을 이끌고 남하하여 병사들을 훈련하고 군기를 정돈하게 해라.”우문호가 크게 기뻐하며, “아바마마, 참으로 좋은 생각이십니다.”명원제 의미심장하게 우문호에게, “단지, 군비는 해가 갈수록 부족해 조정의 구제가 시급한 상황이라 이번 병사들의 이동엔 군량과 마초는 지원하지 않는다. 조정도 일체의 군수물자 지원이 없을 것이니 일단 무슨 일이 생겨 패전할 경우 조정이 위로금을 지급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만조 백관에게 답이 되겠지.”다시 말해 그들이 오천 명 병사들의 군량과 필요한 것들을 부담해야 한다는 말로 진짜 엄청난 규모의 지출이 아닐 수 없다.당연히 제일 큰 문제는 이게 아니고, 아직 길잡이를 못 찾은 거다.만아가 이날 순왕부를 찾아가 정집사를 만나려 했다.만아는 태자비의 걱정을 덜어주고 싶었고, 요 며칠 초왕부 사람은 정화군주때문에 모두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예전 일은 자신이 도울 수 없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정집사는 만아가 자신을 찾아올 거라고 생각도 못하고 기쁘고 놀라웠는데 만아의 얘기를 듣고 얼굴색이 돌
우문천이 가겠다고?정집사가 대답하며, “예!”만아가 몸을 빼더니, “쇤네 돌아가봐야 합니다. 그럼 이만 물러갑니다!”우문천이, “자네 초왕부로 돌아가나? 마침 잘 됐네. 나도 초왕부로 갈 참인데 가는 길에 자네를 데려다 주지.”만아가 당황해서, “그……그건 좀? 쇤네는 걸어서 돌아가면 됩니다.” 순왕은 진짜 붙임성이 좋은 사람이다.“괜찮아, 가는 길인데 뭐!” 우문천이 말을 마치고 돌아서 갔다.만아가 우문천이 가는 걸 보고 정집사가 또 험악하게 나올 까봐 얼른 따라갔다.마차에 타서 만아는 원래 밖에 마부와 같이 앉으려고 했으나 우문천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서 두사람은 마차 안에 앉아 만아는 더욱 송구스러워졌다.“정집사는 무슨 일로 찾은 거야? 정집사가 널 무섭게 한 건 아니고?” 만아가 조그맣게, “쇤네는 정집사에게 남강 북쪽으로 가는 길을 묻고 싶었던 것인데 정집사가 흥분할 줄 몰랐습니다. 쇤네에게 무섭게 한 적이 없는데 쇤네가 의외의 일을 당할까 걱정하신 것 같습니다.”우문천이 약간 의외인지, “네가 남강 북쪽을 간다고?”“쇤네 위왕 전하께 길안내를 해 드리고 싶습니다.”“그래, 넌 남강 여자니 만약 셋째 형에게 길안내를 해주러 갈 수 있으면 남강 북쪽 무당의 지대에 들어가는 게 훨씬 쉬워지겠구나.”이 일은 조정의 모두가 아는 사실로 우문천도 당연히 알고 있고 본인도 이 일때문에 고민을 했다. 오늘 초왕부에 가는 것도 다섯째 형에게 종군을 청하기 위해서로 때가 되면 순왕부 병사들과 셋째형과 합류해서 같이 남강 북쪽에 진입할 생각이었다.“남강 북쪽의 길은 저도 잘 모르지만 독기와 진형을 어떻게 깨는 지는 알아요. 만약 무당의 지대에 들어가는 노선도를 얻을 수 있으면 훨씬 쉬울 텐데요.” 우문천이 만아를 보고 약간 이상하다는 듯, “네가 말한 진형은 무당의 지대의 진형이지?”“맞아요!”“네가 어떻게 거기 진형을 깨는 법을 알고 있어?” 남강 북쪽 무당의 지대가 난공불락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곳이 사람의 발길을 차단하기 때문으로
고집과 오해우문호가 불만스럽게, “전쟁에 나간 게 뭐가 자랑인데? 전장에 몇 번이나 나갔고 적을 몇 명이나 죽여봤는데? 남강 북쪽은 전쟁보다 끔찍하고 위험해, 형 말 들어. 우리는 안가, 셋째가 갈 거야. 자기 아내니까 당연한 일이야. 그리고 지금 경성에서 병마를 파견할 수 없는 상황으로 네가 만약 간다고 해도 혼자 가서 형과 만나는 건데 더 마음이 안 놓이지.”“뭐가 혼자예요? 순왕부 병사들이 있어요!”“병사 몇 십 명은 됐어.” 우문호가 손을 휘젓더니, “이 일은 더이상 언급하지 마라, 안돼.”“형, 형이 허락하지 않아도 전 갈 거예요. 절 묶어 두지 않는 이상 내일 사람들을 데리고 성을 나갈 겁니다.” 우문천이 평소엔 착하고 말을 잘 듣지만 성질이 있어서 한 번 마음 먹은 일은 밀어 붙인다.우문호가 기가 막혀서, “이 꼬맹이야, 그래도 말을 안 들어? 이게 장난 같아? 너 무당의 지대가 어떤지 알아? 거기는 진법 외에도 독기가 있고, 독이 오른 벌레와 무고술에 조금만 신중하지 않아도 목숨이 떨어지는 곳이라고.”우문천이 씩씩거리며, “전 꼬맹이 아닙니다. 올해 꽉 찬 스물이예요.”우문호가 놀라며, “어? 스무 살이라고? 그렇게 나이를 먹었어?” 우문호는 그동안 아홉째를 15살 어린애로 취급해 왔다.우문호가 한숨을 쉬며 눈깜짝할 사이에 자신은 다섯 아들을 두게 되었고, 아홉째는 스무 살이 되었다.“큰 거예요. 나이를 먹은 게 아니라, 형. 저도 경험을 쌓으러 좀 나가야 죠. 셋째 형이 절 보호해 주실 거예요.”우문호는 자신이 15살에 군대에 갔고, 무장의 경험은 반드시 실전 능력에서 나와야 한다는 걸 안다. 거의 자신과 비슷한 키의 아홉째에게, “좋아, 하지만 경거 망동하지 말고, 셋째 형 말 잘 들어야 해. 그리고 형이 너 가는데 사람을 붙일 거니까 순왕부 병사에서는 정예만 몇 명 뽑아. 전부 데려 갈 필요 없어.”“그래요, 형. 형 집에 그 물에 빠진 애는 같이 안 가요? 본인 말이 진형을 깨고 무당의 지대에 들어가는 방법을 안다고
난동과 결단원경릉이 처음엔 놀랐지만 곧 작게 한숨을 쉬고 칠성이가 정집사의 손에 있는 것을 조금도 걱정하지 않고, “믿던 말던 마음대로 해!”정집사의 얼굴이 험악해 지며, 칠성이의 목을 쥔 손에 힘들 주더니, “내가 못 할 거라 생각하나.”“당신이 할 거라는 거 알아!” 원경릉이 아무렇지도 않고 칠성이의 흑요석 같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마음대로 해 봐!”정집사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넌……자기 아들 목숨조차 개의치 않는 거냐?”“딱 당신 말 대로 아닌가, 당신도 어머니란 사람이 어떻게 영아를 죽일 수가 있지? 그리고……” 원경릉이 미소를 짓더니,“당신은 걔를 못 죽일 것 같군.”원경릉이 서서히 팔을 펴고, “칠성아, 이리와!”정집사의 손이 갑자기 비어 버리더니 칠성이가 이미 원경릉의 손으로 가 있다. 정집사는 보고도 믿을 수 없어, “어떻게 이런 일이?”“당신이 무고술을 알듯 나도 알아.” 원경릉의 무고술 이름은 당분간 ‘양자상태 전송’이라고 하기로 하자. 전에 쌍둥이가 갑자기 황궁 어서방에 나타난 것도 이런 까닭 에서다.“당신 용씨 집안 사람입니까?” 정집사가 겁 먹은 눈으로 원경릉을 바라봤다.“용씨 집안 사람이라니?”“당신이 한…… 용씨 집안의 순간이동술 아닙니까?”원경릉은 대답하지 않고 칠성이를 안은 채 돌아서서 평소처럼, “가세요. 초왕부에서 무고술은 집어 치우고, 이번은 눈 감아 줄 테니 무고술을 좀 안다고 초왕부에서 방자하게 굴 생각 하지도 마세요, 앞으로 더는 올 필요 없습니다.”칠성이를 정집사에게 빼앗기고 광분한 어머니가 된 정집사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정집사는 무고술까지 할 줄 아는 사람이라 아무런 기척없이 무고술을 행할 수도 있으므로 정집사 앞에서 칠성이의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모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사실 원경릉도 칠성이가 자신의 지휘를 알아 들을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는데 정집사는 갑자기 아이를 빼앗기자 진노한 듯했다.정집사의 행동을 눈감아 준 건 만아를 봐서 지만 대신 더이상
남강행 준비정집사의 수락은 의외였다. 정집사가 가는 게 만아가 가는 것보다 나은 게 어쨌든 정집사는 남강 북쪽을 훨씬 잘 안다.하지만 남강 북쪽은 정집사에게 있어 악몽임이 틀림없으므로 자신과 상관도 없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하는 정집사에겐 정말 불공평하지만 만아를 위해서다. 정집사가 말했듯이 자신이 살아 있는 건 오로지 딸 때문이다.정집사의 눈에 남강 북쪽에 대한 공포가 여실히 드러나는 가운데 뒤를 도는 순간, “이 생에 딸이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는 다시는 못 듣겠구나.”멀어지는 정집사의 처연한 뒷모습을 보며 원경릉도 속이 속이 아니다.나중에 우문호에게 말하니 당연히 우문호가 좋아했다. 원경릉이, “만아에게 정집사의 신분을 알려줘야 할까?”“그게……”우문호가 그다지 찬성하지 않으며, “만약 만아가 알면 만아는 정집사를 쫓아갈 거야. 그리고 만아에게 일이 터지면 우리가 그간 공들인 인력과 일들은 전부 수포로 돌아가는 거지.”원경릉이 짧게 한숨을 쉬고, “대세가 어쩌고는 나는 진짜 중요하지 않은데 난세를 평정하고 남강을 수복하려고 그 많은 일들을 기획하고 준비했던 고생을 알아. 하지만 우리가 계속 감추고 정집사를 위험에 처하게 한다면 정집사나 만아에게 불공평해. 만아는 알 권리가 있어.”우문호도 지금은 이런 사상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사안이 중대하고 비교적 위험이 큰 일이다 보니, “우리는 정집사의 안전을 최대한 확보하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어, 안전하게 돌아오도록.”“만일 안되면? 만약 정집사가 남강 북쪽에서 죽으면? 나중에 만아가 진상을 알게 되면 받아들일 수 있겠어? 만아는 평생을 후회하고 가슴에 한으로 남을 거야. 만아는 가족을 이룰 수 있다고 정말 굳게 믿어, 혼자 너무 오래 있었어.”“방법이 없는 일이야.”“그건 변명이 안돼, 우리에게 있어서 방법이 없는 거지. 우리가 다른 사람의 가족이나 행복까지 희생시켜 소위 대업을 이루면서, 심지어 당사자의 의견을 물어보지도 않는 건 너무 독단적이고 몰인정한 경우
만아의 신상이리 나리도 사람을 보낼 수 있다고 했으나 우문호가 눈 늑대를 데리고 가서 얘기를 나누며 이리 나리는 사람을 보내지 말고 비용을 대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소홍천은 임소의 일을 겪은 뒤로 마음을 깊이 다쳐서 전혀 재기를 못하다가, 위험속에서 뼈에 사무치는 고통과 원망을 잊고자 몇 명을 데리고 함께 가겠다고 자청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니 원경릉도 비로소 남강행이 그렇게 걱정 되지 않았다.그런 원경릉 앞에 어려운 결단 하나가 놓여 있는데 바로 만아에게 정집사의 일을 알리느냐 여부다.이리저리 궁리해보고 사식이와도 토론했는데, 사식이의 생각은 우문호와 같아서 대국을 중시했다.나중에 원경릉은 할머니를 찾아가 얘기했다.할머니가 듣더니 원경릉의 손을 잡고 작은 소리로, “경릉아, 국가의 흥망에 한 개인이 책임이 있다지만 국가의 흥망은 뭘 위한 거니? 국가라는 건 사람 한 명 한 명이 조직된 것으로 어느 한 명도 소홀히 여겨서는 안돼. 우리가 지금 얘기하는 건 행복에 대해서가 아니라 인륜의 기본, 부모자식의 정에 대해서야. 만아가 가엾구나. 걔가 아주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몰락해서, 이렇게 오랜 시간 유리 걸식하다가 어렵게 겨우 자신의 엄마를 만나게 되었는데 정집사가 죽으면 모녀에게 얼마나 잔인한 일이니? 시대의 대세를 위해 일부 사람을 희생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권력자는 최대한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알려야 해. 넌 만아에게 알려 주렴. 갈지 말지, 협조를 할지 말지 선택하는 건 만아야. 아무도 강요할 수는 없는 거야. 다시 말해 누군가를 희생시킬 수 있지만 제대로 알게 해야 해. 할미가 한 말은 어쩌면 여인의 좁은 소견일 수 있으니 네가 잘 생각해 봐.”원경릉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만아가 희생할 수 있어, 자신이 원한다면 말이지. 이 일을 숨기는 건 오히려 모녀 사이에 간극을 생기게 하는 것이다.그래서 소월각으로 돌아와 만아를 들어오게 하고 문을 닫았다.만아는 자신이 남강 북쪽에 가는 일을 원경릉에게 들킨 줄
만아의 고집원경릉은 만아의 확고한 눈빛을 보고 약간 이상하단 생각이 들어서, “전에 일을 넌 거의 기억을 못하잖아. 왜 그렇게 자신이 남강왕의 딸이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거야?”만아의 얼굴이 약간 몽롱해지면서, “쇤네는 이 일을 듣자마자 불가능하다고 확신했습니다. 절대 불가능해요. 왜냐면 쇤네는 집이 있는 걸요. 쇤네는 고향에서 태어나서 자랐습니다. 남강왕의 딸일 수 없어요.”마지막 한 마디에는 확신이 차 있다.원경릉은 이 말을 듣고 오히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만아가 꿇어앉아, “태자비 마마, 쇤네는 반드시 남강 북쪽에 가야 합니다. 쇤네를 막지 말아 주세요. 쇤네 보증합니다. 반드시 살아서 돌아올 게요.”원경릉이 만아를 일으키며, “갈 필요 없어, 정집사가 이미 간다고 했어. 정집사는 강북사람이라 그쪽 길에 훤해.”“하지만 진형을 깨지 못하면 무당의 지대에 들어가지 못해요.”“정집사는 가능해. 전에 남강 북쪽의 무녀였으니까. 나중에 남강왕의 아내로 시집을 가서 딸을 하나 낳았어. 그 딸이 바로 너야.” 원경릉은 만아가 믿던 말던 이 일을 완전히 얘기해 주었다.만아는 갈수록 웃기다고 생각하며, “무녀는 절대로 남강왕에게 시집가지 않아요. 심지어 남강 남쪽 사람에게 조차 시집 안가는 걸요. 남강 남쪽과 북쪽은 대대로 적이예요. 절대로 통혼하지 않아요.”원경릉은 만아의 조금도 믿지 않는 모습을 보고, “만아는 내 곁에 오래 있어서 날 떠나는 게 익숙하지 않아. 가지 마. 저들한테 가라고 하자. 이 일은 네가 아니고도 저들이 할 수 있어. 내 말 들어.”“아뇨, 쇤네 꼭 가고 싶습니다.” 만아가 머리를 누르며 손가락 끝으로 찍어 누르듯이 일말의 곤혹스러운 눈빛으로, “쇤네 꼭 가야 합니다. 항상 머리 속에서 남강 북쪽에서 부르는 소리가 느껴져요.”“남강 북쪽에서 부른다고? 무슨 소리야?” 원경릉이 화들짝 놀랐다.“쇤네도 모르겠습니다.” 만아가 풀 죽은 모습으로 “사실 최근 쭉 그랬습니다. 마마께서 쇤네에게 최면을 해 주신 후로 계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개혁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특히 나라가 이미 망가진 뒤라, 보수파들은 북당이 더는 흔들림을 견딜 수 없다고 여겨, 더 이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 그러자 소국공은 소복을 부상으로 임명했고, 소복은 부상이 된 후, 온갖 수단으로 보수파를 하나 하나씩 무너뜨렸다.그는 협박, 욕설, 생떼, 무례, 끈질긴 설득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수파를 공략했고, 심지어 마지막에는 돗자리를 말아, 상대의 대문 앞에 깔고는, 저녁엔 문 앞에서 잠을 청하고, 낮에는 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북당의 발전을 가로막는 자라고 비난까지 했다.그렇게 보수파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나, 휘 형과 형수가 대주에서 돌아왔다. 그는 드디어 애써 노력한 끝에, 그들에게 기대에 부응할 만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성공의 길은 여전히 멀었다. 가난 때문에 발생한 난장판은 아직도 평정되지 않았다.휘 형과 형수는 사실 그의 혼례를 치르기 위해 돌아온 것이었다.그는 이제 황후를 책봉해야 할 시기였고, 황후 후보는 일찌감치 정해져 있었다. 바로 숙왕부에서 지낸 적 있는 소복의 딸이었다.소복의 딸이 원래 무슨 이름이었는지, 그는 이미 기억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복이 부상 자리에 오른 뒤, 딸의 이름을 소봉으로 새로 지었기 때문이다.소복의 꿈은 언제나 직설적이었다. 소봉의 이름은 '소가에서 나온 봉황'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뜻을 담고 있었다.소봉은 아버지 소복과는 달리 성격이 반듯하고 강직했다. 당시 그는 온갖 일로 정신이 없어 남녀 간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사모의 감정보다 그에게 나라가 더욱 중요했었다.하지만 황제로서, 그도 후사를 마련하는 것이 북당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그에게 사모의 정에 대해 조금 느낀 적 있는지 묻는다면, 아마도 소가의 셋째 딸, 소낙연의 이름을 들었을 때이다.다만 그도 그녀의 이름만 알고 있었을 뿐, 나중에야 소낙연이라고 자칭했던 여인이, 사실 그의 형수인 라만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시절
그렇게 그들은 만취해 하늘을 이불 삼고 땅을 침대 삼으며, 마치 처음 전장에 나섰던 그 시절로 돌아간 기뿐을 느꼈다.그 시절에는 전쟁이 치열해, 종종 땅바닥에 몸을 웅크린 채 잠을 청하곤 했다. 여섯째는 당시에 항상 설사를 했었다. 셋이 몰래 전장에 나가려 했기에, 선생과 형수를 속이기 위해, 스스로 배탈을 자초한 후, 돈을 조금 챙기고는 전장으로 향했었다. 전쟁터에서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이 가득했었다. 가난을 제외하고, 죽음보다 무서운 것은 없었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적군이 승전가를 부르며 전우를 죽이고, 나라를 침탈할 때, 그들은 한 번도 죽음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죽음에 관해 생각한다고 해도, 죽더라도 이 땅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그들은 그렇게 잠에 들었고, 꿈속에서 막 즉위하던 시절로 시간여행을 떠났다.숙왕부도 여전히 그대로였고, 적성루는 인파로 붐볐으며, 전쟁으로 인해 찢어지게 가난했다. 휘 형과 형수는 대주로 빚을 갚으러 갔다. 북막과의 전쟁을 위해 대주의 30만 대군을 빌려왔지만, 갚을 돈이 없어 휘 형을 인질로 넘겼다.휘 형이 떠난 후, 조정은 서출의 어린 새 황제를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은 조정에서 대신들과 첨예하게 대립해야 했고, 매번 언쟁 후에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어서방에 돌아가 주저앉곤 했다.즉위할 때 휘 형은 최선을 다하면 좋은 황제가 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었다.그래서 그도 그렇게 믿었지만, 막상 황위에 올라보니 전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있는 힘껏 버텨도 소용없었다.하지만 퇴로 또한 없었다. 휘 형이 말했듯이, 퇴로가 없는 것이 오히려 가장 좋은 길이었다. 두 눈 질끈 감고 힘껏 돌진하다 보면, 결국 승리하게 된다.다행히 조정에 그들을 도와주는 이들도 있었다. 장 대인과 소복이 큰 도움을
그들은 사생활을 모조리 보여주는 것 같아, 팬들이 따라오는 것을 막았다.하지만 팬들은 놀랄 만큼 열렬한 애정을 보이며 기어코 그들 뒤를 따랐다.그 모습에 다들 처음엔 못마땅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이해하기로 했다. 모두 예전에 많은 사람이 따르고, 시중을 받으며 전성기를 가졌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익숙하기도 했다.어쨌든, 그들은 지금 행복하게 차를 몰며 독고 도로를 달리며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었다. 팬들도 그들의 모습을 기록했다. 다투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농담을 주고받고, 무술을 연습하는 모습 등, 그들의 사소한 순간들 모두 영상으로 편집되어 올라갔다 .그리고 곧 사람들은 퇴직 여행 계정에 한 명이 아닌, 세 명이 함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은 '십팔매'라 불렸는데, 많은 네티즌이 그 이름을 듣자마자 웃음을 터뜨렸다.얼굴에 약간의 여드름 자국이 있고, 항상 무표정으로 자기를 과인이라고 부르는 노인은 '여섯째'라 불렸다. 비록 엄숙해 보이지만, 실은 장난기가 많아 두 사람을 몰래 놀리고는 입을 막고 웃기도 했다.항상 핸드폰으로 독서하는 노인은 '주대'라고 불렸다. 박학다식하며, 말할 때마다 고사성어를 인용해, 십팔매와 여섯째가 싸울 때 몇 마디로 갈등을 풀어낼 정도로 인품이 뛰어났다.팬들은 이들의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그리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어릴 때부터 함께해왔고,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함께 여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깊이 감동하였다.그렇게 어느 날 밤, 그들은 야외에서 술을 마시고 반쯤 취한 채, 바닥에 누운 채로 별이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이 장면 역시 팬들에게 촬영되었다.늘 털털한 십팔매는 두 손을 머리 뒤에 괴고 은하수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감탄하며 말했다."우리 정말 많이 늙었네.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살 수 있을까?"여섯째가 그의 머리를 한 대 가볍게 쳤다."길 위에서는 불길한 말 금지네."십팔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