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전생의 설은영은 이랑에 의해 신분을 빼앗겼다. 그녀는 집안에서 모두가 무시하는 서녀가 되었고 이랑의 딸은 시랑부의 적녀가 되어 어릴 때부터 사랑만 받으며 자라났다. 그녀는 진국공과 혼인하여 일품 국공부인이 되었으며 무한한 부와 영광을 누렸다. 그리고 언니에게 신분을 빼앗긴 설은영은 언니 대신 몰락한 최가의 아들과 혼인하였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언니는 냉대를 참을 수 없어 호위와 사통하다가 들통나서 참수형에 처해졌다. 설은영은 가난한 선비인 최진겸을 내조하여 나라의 승상으로 만들었다. 일품 고명부인 칭호가 내려진 날, 그녀와 십수 년을 한이불을 덮고 자던 부군은 그녀를 감금하고 사지를 절단하여 인간 돼지로 만들었다. 그는 줄곧 설은영이 자신과 설은비의 혼사를 망치고 언니를 죽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끝없는 참회와 분노에 휩싸인 그는 모든 분노를 설은영에게 쏟았다. 다시 눈을 뜬 설은영은 교지가 내려진 당일로 돌아왔다. 이번에 언니는 최진겸을 선택했다. 그 순간 설은영은 언니도 회귀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View More이 시대의 여인은 제약이 별로 없었다.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고 친우들을 불러 나들이도 갈 수 있었다.작금의 황제는 보수적이지만 인자한 사람이었다.황제가 맺어준 인연이라고 해도 설은비가 처음부터 연준에게 고충을 얘기했더라면 그 역시 강제로 그녀를 저택에 가둬두진 않았을 것이다.연씨 가문은 대대로 황실에 충성한 충신이었다.그들은 백성들을 자비롭게 대했고 권세로 약자를 누르지 않았다.부귀영화를 좋아하는 건 잘못이라 할 수 없었다.설은영도 좋아했다.그녀의 비극에 설은비가 어느 정도 원인을 제공했지만 고의로 뭔가를 한 것은 아니었다.그래서 설은영은 설은비를 증오하지 않았다.진정한 원수는 오직 하나, 최진겸이었다.그는 그녀에게 최 부인의 자리를 차지하여 자신과 사랑하는 여인을 함께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그리고 설은비의 죽음도 모두 그녀의 탓으로 돌렸다.그러나 그녀가 그의 본심을 모를 리 없었다.그는 그저 10년을 함께 고생한 부인을 버리고 싶었을 뿐이다. 그때의 그녀는 최진겸에게 껄끄럽고 수치스러운 존재였다.운나라의 가장 젊은 재상의 부인이 얼굴이 누렇게 뜨고 성격도 갑갑한 사람이라면 체면이 깎일 것을 우려한 것이다.사내가 승진하고 부자가 되면 조강지처부터 버린다는 말이 있듯이, 설은영의 죽음은 정해진 수순이었다.그는 그저 자신의 배반에 적절한 핑계가 필요했을 뿐이었다.설은비는 그가 생각해낸 억지스러운 핑계에 불과했다.준수하고 성실한 외모 아래, 가장 악독한 심보가 숨 쉬고 있었던 것이다.설은비는 어릴 때부터 총애만 받고 자랐기에 두 번째 삶을 얻었어도 전생에 자신이 뭔가를 잘못했다고 생각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뿐이었다.그런 그녀라면 최진겸에게 골수까지 이용당하다가 버려지는 건 시간문제였다.최진겸은 처가 식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이따금씩 무심한 듯, 설은영에게 시선을 주었다.난초꽃처럼 청순하고 우아하며 싱그러운 인상이었다.주변에서 풍기는 은은하고 싸늘한 분위기는 누구의 접근도 허락하지 않
“따져보면 그 사람은 어머니가 친히 가르친 사람이야. 잘못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고의는 아니었을 것 같네.”최진겸은 속을 알 수 없는 무덤덤한 얼굴로 듣고만 있었다.그러나 설민준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고의가 아니라는 말을 어찌 저렇게 쉽게 할 수 있는가?두 아이를 바꾼 건 순간의 충동으로 저지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몰래 산파와 저택의 하인들을 매수했을 것이다.절대 하루아침에 이뤄진 일이 아니었다.추 이랑은 아마 오랜 시간 생각하고 계획했을 것이다.얼마나 독하면 강 부인의 처소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가 안주인과 같은 날에 출산을 강행했다.설민준은 추 이랑에 대한 아버지의 편애가 선을 넘었다고 느꼈다.반면 최진겸의 관심사는 설은비뿐이었다.솔직히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는 오히려 추 이랑의 죽음을 더 바라는 편이었다.이런 장모는 그에게 아무런 이득도 가져다줄 수 없었다.“그 사람의 죄는 경조부에서 판결하였고 폐하의 귀에도 들어갔지.”설충은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살릴 방법이 없어.”예전에는 아무나 희생양을 보내 추 이랑을 대신해 죽게 하고 싶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관직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그 역시도 정적이 있었다.출세길에 비하면 추 이랑의 존재는 그리 중요치 않았다.그러나 저택에 여인이라고는 강 부인 한 사람만 있으니 그는 적절한 시기에 첩실을 새로 들이기로 작심했다.최진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 이상 이 얘기를 계속하지 않았다.그에게는 잘된 일이었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고 오히려 화만 불러올 수 있는 존재이니 죽는 게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아씨.”청연이 설은영에게 예를 행했다.“부인께선 대청에서 같이 점심 식사를 하자고 하십니다.”오늘은 설은비가 친정으로 문안 오는 날이니 가족끼리 같이 식사를 해야 했다.설은영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갈게요.”대청.최진겸은 밖에서 사뿐사뿐 걸어오는 노란 치마의 소녀를 보자 저도 모르게 온몸이 긴장되었다.그는 왜 이런 감정이
다음 날 아침.날이 밝기 전부터 설가의 시종들은 바쁘게 돌아쳤다.한편, 최씨 저택에서는 신혼부부가 막 침상에서 일어났다.“부군.”설은비는 최진겸을 바라보며 말했다.“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이네요. 요 며칠 너무 무리한 거 아닌가요?”준수한 얼굴은 눈에 띄게 피곤한 기색을 하고 있었다.최진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 최근 공무가 바빠서 그래. 오늘 너와 함께 친정에 갔다가 일찍 쉬면 괜찮을 거야.”그는 최근 악몽을 꾸고 있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그 꿈은 아무리 생각해도 앞뒤가 맞지 않았다.단지에 담긴 인간은 한 여인이었다.혀가 잘리고 눈이 뽑혔으며 귀와 사지가 모두 절단된 여인이었다.꿈을 통해 그 여인이 그의 부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최진겸을 자신을 성인군자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 정도로 악마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러니 꿈속의 인간돼지는 대체 누가 그렇게 만든 것일까?노부인의 처소.“가문이 변변치 않아서 좋은 게 별로 없지만 너희를 위해 몇 개 준비했단다. 가지고 가렴.”겸손을 떠는 말이 아니라 최 노부인은 정말 가진 게 별로 없었다.애초에 최진겸의 아버지와 혼인할 때 친정에서 혼수도 별로 보태주지 못했다.최씨 가문에서 보낸 예물은 모두 친정에 남았다.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 예물은 사위 될 사람이 장인과 장모에게 주는 것이었다.여자측 부모는 그 예물에 대해 완전한 지배권을 갖고 있었다.체면을 따지는 사람들은 딸의 혼수에 딸려 보내지만, 서민 출신인 노부인의 친정은 최씨 가문에 비해 재력이 많이 떨어지는 편이었으니, 예물은 전혀 딸려보내지 않았다.최진겸의 아버지는 이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모양이었다.설은비는 기분이 상했지만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고 인사를 했다.“감사해요, 어머니.”그녀는 모든 게 핑계라고 생각했다.아무리 몰락한 가문이라고 해도 한때는 귀족이었던 집안이었다.아무리 가난해도 일반 가문과는 비교할 수 없었으니, 분명 남은 재산이 좀 있을 것이다.그녀는
“돌아왔군.”서혁이 웃으며 말했다.고개를 돌린 설민준은 여동생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한참 기다렸지 않니. 궁에서 식사까지 하고 올 줄은 몰랐는데.”설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예, 마마님들이 좋은 가르침을 주셔서 참 의미 깊은 시간이었습니다.”자리에서 일어선 설민준은 길게 기지개를 켰다.“세자,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지요. 저희는 이만 돌아가 봐야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서이경이 발을 동동 구르자, 서혁이 다가와 여동생의 입을 틀어막았다.“그럼 살펴 가게.”두 사람은 서혁의 시종을 따라 밖으로 향했다.서이경은 서혁의 손을 내치며 부루퉁해서 말했다.“오라버니, 미워요. 언니와 작별 인사도 못하게 하고.”서혁은 자신이 동생을 오해한 것을 알고 다급히 사과했다.“그래, 그건 오라비가 생각이 짧았구나. 내일 설 소저의 동생이 친정에 문안 오는 날인데 일찍 돌아가야지. 아쉬우면 다음에 또 초대하면 되지 않니.”한편.챙그랑!찻잔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설은비가 한창 씩씩거리고 있었다.전생에 그녀도 혼례 전에 황후의 부름을 받았지만 남아서 점심 식사를 하지는 않았다.사람이 바뀌었다고 이렇게 변할 수가 있을까?“작은 마님.”금주가 다가와 새 찻잔에 따뜻한 차를 따라주었다.설은비는 치미는 분노를 삭히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궁중에서 식사하고 온 게 뭐 대수라고.’그녀는 어차피 설은영은 앞으로 고독감을 이겨내지 못할 거라 확신했다.귀하신 분들의 은총을 받은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연준이 그녀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데 궁에서 억지로 그를 강요할 수는 없었다.그녀는 지금 최진겸과 매우 달콤한 신혼 생활을 보내고 있으니 조만간 회임하게 될 것이다.십여 년을 독수공방한 설은영은 하루라도 빨리 자신의 아이를 낳고 싶었다.“친정에 가져갈 물건들은 다 준비했어?”금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다 준비되었습니다. 나으리께는….”“그건 신경 쓸 거 없어.”설은비가 말했다.“부군께선 치밀하신 분이라 이미 다 준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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