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쓸 운명

다시 쓸 운명

By:  叶叉叉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goodnovel4goodnovel
Not enough ratings
30Chapters
39views
Read
Add to library

Share:  

Report
Overview
Catalog
SCAN CODE TO READ ON APP

전생의 설은영은 이랑에 의해 신분을 빼앗겼다. 그녀는 집안에서 모두가 무시하는 서녀가 되었고 이랑의 딸은 시랑부의 적녀가 되어 어릴 때부터 사랑만 받으며 자라났다. 그녀는 진국공과 혼인하여 일품 국공부인이 되었으며 무한한 부와 영광을 누렸다. 그리고 언니에게 신분을 빼앗긴 설은영은 언니 대신 몰락한 최가의 아들과 혼인하였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언니는 냉대를 참을 수 없어 호위와 사통하다가 들통나서 참수형에 처해졌다. 설은영은 가난한 선비인 최진겸을 내조하여 나라의 승상으로 만들었다. 일품 고명부인 칭호가 내려진 날, 그녀와 십수 년을 한이불을 덮고 자던 부군은 그녀를 감금하고 사지를 절단하여 인간 돼지로 만들었다. 그는 줄곧 설은영이 자신과 설은비의 혼사를 망치고 언니를 죽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끝없는 참회와 분노에 휩싸인 그는 모든 분노를 설은영에게 쏟았다. 다시 눈을 뜬 설은영은 교지가 내려진 당일로 돌아왔다. 이번에 언니는 최진겸을 선택했다. 그 순간 설은영은 언니도 회귀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View More

Chapter 1

제1화

“저는 이 혼인 못하니, 쟤 보내세요.”

앙칼진 목소리에 설은영은 정신이 돌아왔다.

회귀한지 이틀째, 그녀의 의식은 여전히 흐릿한 상태로 전생의 악몽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

“상대는 진국장군부다. 연 장군과의 혼인을 거부하고 최씨 가문과의 혼약을 지키겠다는 거니?”

설 부인 강씨는 못마땅한 얼굴로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

교지를 전하러 온 태감은 이미 돌아가고 자리에 없었다. 황제는 설씨 가문의 딸을 진국 부인으로 봉하겠노라 황명을 내렸다.

진국공은 일품 공작이었다.

고작 삼품 시랑인 설씨 가문은 원래대로라면 바라볼 수도 없는 집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진국공 연준은 지난해 병사를 이끌고 남원 전장에 나갔다가 성공적으로 남원을 격퇴시켰지만 적들의 독에 당해 쓰러지고 말았다.

명의가 전력을 다해 치료한 끝에 마침내 독소를 그의 복부 아래로 몰아내며 그는 비로소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그날 이후로 다리는 불구가 되고 자식을 볼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무수히 많은 귀족가의 딸들이 흠모하던 백마 탄 소년 장군은 이제 모두가 기피하는 폐인이 된 것이다.

황제는 연씨 가문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그를 위해 신부를 점지해 주기로 하였다.

수많은 세력들이 이로써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설 시랑은 이 혼사가 자신의 가문에 차려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설은비는 강씨 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머니, 저와 최씨 가문의 혼약은 아버지께서 점지해 주신 것이니 당연히 약조를 이행해야죠. 그러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는 사람들의 비난을 받게 될 것입니다.”

상석에 앉은 설 시랑은 흡족한 눈길로 딸을 바라보았다.

설은비는 계속해서 말했다.

“최씨 가문은 비록 몰락하였지만 한때 청렴한 양반 가문이니, 일반 가문과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사랑으로 공을 들여 키워낸 딸이니 당연히 다른 권세 가문의 여식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지요. 제 지략과 아버지 어머니의 도움이 있고 최 공자의 우수한 품성으로 재기하는 건 시간문제일 거예요.”

그녀는 확신에 찬 어투로 말하고 있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설은영은 적녀인 언니가 자신처럼 회귀자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전생에 언니는 몰락한 최진겸을 하찮게 생각했기에 교지가 내려지자마자 흔쾌히 황명을 받아들이고 존귀한 국공 부인이 되었다.

그리하여 설은영은 언니의 혼약을 물려받은 행운아가 되기도 했다.

서녀인 그녀는 집안에서도 예쁨을 받지 못하니 가문을 떠나는 것이 매우 달가운 일이었다.

최씨 가문에 시집을 간 이후, 그녀는 정성껏 시부모님을 보살피고 부군을 내조하였으며 어떻게 하면 가문을 위해 부를 쌓을까 매일 고민하고 노동하다가 과로로 쓰러지고 말았다.

새로운 황제가 즉위한 후, 설은비는 진국공부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

그리고 설은영의 부군인 최진겸은 술 취한 채 돌아와 밤새 설은비의 이름을 불렀다.

최진겸은 줄을 잘 섰기에 승승장구하며 문관의 최정상에 서게 되고 역사 이래 가장 어린 승상이 되었다. 그리고 설은영은 스물다섯 살이 되던 해에 일품 고명부인이라는 칭호를 하사받았다.

고생 끝에 마침내 낙이 찾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설은영은 고명부인으로 봉해지던 그날 밤, 완전한 지옥을 맛보게 되었다.

최진겸은 설은비의 죽음을 모조리 그녀의 잘못으로 돌린 것이다.

그는 그녀가 두 사람을 갈라놓고 원래 설은비에게 속한 혼약을 앗아갔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수년간, 그녀는 마구간에서 생활하며 변질한 음식을 먹고 개처럼 목숨만 연명하며 살았다. 집안의 시종들마저 수 틀리면 그녀에게 온갖 욕설과 폭행을 퍼부었다.

한때 최선을 다해 보살폈던 시어머니는 한 번도 그녀를 위해 나서준 적 없었다.

열 달 배 아파서 낳은 아들마저 그녀를 혐오했고 최진겸이 데려온 첩실에 의해 사지가 잘리고 단지에 담겨 인간돼지가 되었다.

결국 설은영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여름 밤에 숨을 거두게 되었다.

그때까지도 그녀는 자신이 인생을 다시 시작하는 회귀자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하늘이 그녀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겨주신 걸까?

설은영은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어쨌거나 최진겸과 다시 혼례를 올린다면 또 죽음에 이르는 결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역시 우리 설씨 가문의 딸 답구나. 네 말이 맞다.”

설 시랑은 아낌없이 딸을 치하하고는 옆에서 멍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녀를 돌아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다면 저 아이를 진국공부에 보내자꾸나.”

부인 강씨는 여전히 못마땅한 얼굴로 설은영을 노려보았다.

아무리 연 장군이 자식 복을 누릴 처지가 못되고 다리도 불구가 되어 평생 바퀴의자에 의지해야 하는 폐인이 되었다지만, 어쨌거나 진국공이었다.

그녀는 정성껏 가르치고 키운 딸이 쇠퇴한 집안에 시집을 가야 하는데 서녀 주제에 오히려 자신의 딸보다 좋은 집안에 시집을 가서 국공 부인이 된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부군….”

설 시랑은 부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황명은 이미 내려왔는데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 부인?”

강씨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설 시랑에게는 딸이 둘뿐이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

혼사를 거부하는 것은 황명을 거역하는 것이니 멸문을 당할 수도 있는 중죄였다.

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설은비가 이미 선택을 한 이상, 이 혼사는 설은영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설은영은 자신의 거처인 망서관으로 돌아왔다.

방 안에는 화려한 이목구비를 가진 여인이 있었다.

그녀를 보고 있자니 설은영의 마음 속에 있던 원한이 다시 치밀어 올랐다.

측실 추씨, 시랑 설충의 유일한 첩실이자, 명의 상으로는 설은영의 어머니였다.

아주 오래전, 추 측실은 아이를 바꿔치기하였다. 그리하여 본래는 설 시랑의 적장녀였어야 할 설은영은 모두가 무시하는 서녀가 되었다.

전생에 죽기 직전이 되어서야 그녀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설은영은 온갖 분노와 원한을 안고 죽었고, 회귀했다.

다시 인생을 살 기휘가 생겼으니 전생의 모든 원한을 씻어내고 복수하리다!

‘전생에 나를 짓밟았던 인간들, 누구든 용서치 않아!’

오직 원수의 흐르는 피만이 그녀의 증오를 씻어낼 수 있었다.

“어찌 오셨습니까, 어머니.”

그녀는 추 이랑의 맞은편으로 다가가 앉았다. 시녀 취아가 다가와 그녀의 찻잔에 따뜻한 차를 따르고 조용히 뒤로 물러갔다.

추 이랑은 경멸에 찬 눈길로 취아를 힐끗 바라보고는 다짜고짜 말했다.

“진국공부에 시집을 간다고 감히 너 따위가 이젠 이 어미도 안중에 두지 않겠다는 것이냐?”

추 이랑은 아무도 모르게 두 아이의 신분을 바꿔치기하고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다.

그러니 설은영이 진국공부로 시집을 간다 한들 그녀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설은영은 더 이상 그녀의 앞에서 떨기만 하던 나약한 서녀가 아니었다.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지만 상서 최진겸의 부인으로서 몇 년을 살았고 황궁에 출입하였으며 수많은 귀족가의 안주인들과 교류했다.

일개 첩실 따위는 더 이상 그녀에게 두려움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진국공은 스스로 걷지도 못하는 불구이고 자식을 볼 수도 없는 몸입니다.”

그녀는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 희열에 찬 추 이랑의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렇게 우스울 수 없었다.

그녀가 비참해질수록 눈앞의 여인은 행복한 것 같았다.

설은영은 계속해서 말했다.

“아무리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어도 평생 독수공방 신세를 면치 못할 텐데 차라리 죽는 게 더 깔끔할지도요.”

추 이랑의 눈빛에 광기의 웃음이 서렸다.

‘제 발로 죽겠다고? 이런 횡재가?’

그녀는 치솟는 희열을 억제하며 코웃음 쳤다.

“죽겠다는 애를 내가 무슨 수로 말리니? 밖에 우물이 있더라. 판단은 네 몫이지.”

말을 마친 그녀는 손수건을 챙겨 일어났다.

추 이랑이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찔한 통곡소리가 저택 전체에 울려 퍼졌다.

“둘째 아씨가 우물에 빠졌어요! 어서 와서 좀 도와주세요!”
Expand
Next Chapter
Download

Latest chapter

More Chapters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Comments

No Comments
30 Chapters
제1화
“저는 이 혼인 못하니, 쟤 보내세요.”앙칼진 목소리에 설은영은 정신이 돌아왔다.회귀한지 이틀째, 그녀의 의식은 여전히 흐릿한 상태로 전생의 악몽에서 몸부림치고 있었다.“상대는 진국장군부다. 연 장군과의 혼인을 거부하고 최씨 가문과의 혼약을 지키겠다는 거니?”설 부인 강씨는 못마땅한 얼굴로 딸을 바라보며 말했다.교지를 전하러 온 태감은 이미 돌아가고 자리에 없었다. 황제는 설씨 가문의 딸을 진국 부인으로 봉하겠노라 황명을 내렸다.진국공은 일품 공작이었다.고작 삼품 시랑인 설씨 가문은 원래대로라면 바라볼 수도 없는 집안이었다.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진국공 연준은 지난해 병사를 이끌고 남원 전장에 나갔다가 성공적으로 남원을 격퇴시켰지만 적들의 독에 당해 쓰러지고 말았다.명의가 전력을 다해 치료한 끝에 마침내 독소를 그의 복부 아래로 몰아내며 그는 비로소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그날 이후로 다리는 불구가 되고 자식을 볼 수 없는 몸이 되었다.무수히 많은 귀족가의 딸들이 흠모하던 백마 탄 소년 장군은 이제 모두가 기피하는 폐인이 된 것이다.황제는 연씨 가문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그를 위해 신부를 점지해 주기로 하였다.수많은 세력들이 이로써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설 시랑은 이 혼사가 자신의 가문에 차려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설은비는 강씨 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머니, 저와 최씨 가문의 혼약은 아버지께서 점지해 주신 것이니 당연히 약조를 이행해야죠. 그러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는 사람들의 비난을 받게 될 것입니다.”상석에 앉은 설 시랑은 흡족한 눈길로 딸을 바라보았다.설은비는 계속해서 말했다.“최씨 가문은 비록 몰락하였지만 한때 청렴한 양반 가문이니, 일반 가문과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저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사랑으로 공을 들여 키워낸 딸이니 당연히 다른 권세 가문의 여식들과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지요. 제 지략과 아버지 어머니의 도움이 있고 최 공자의 우수한 품성으로 재기하는 건 시간문제일 거예요.”그녀는 확신에 찬
Read more
제2화
물론 그것은 추 이랑을 궁지에 빠뜨리기 위한 설은영의 계략이었다.설충을 비롯한 사람들이 허둥지둥 달려왔을 때, 그들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채, 두 눈을 꼭 감고 있는 설은영을 목격했다.설충은 이글거리는 분노를 참으며 호통치듯 물었다.“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냐!”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망서각 시종들을 훑어보았다.비록 조정에서는 고작 3품 관직에 불과하지만, 시랑부에서 설충은 하늘과도 같은 존재였다.부인 강씨를 제외한 모든 이가 그의 위엄에 벌벌 떨며 무릎을 꿇었다.취아가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나으리, 아씨는… 아씨는….”그녀는 울음 섞인 목소리로 말을 잇지 못했다.옆에 있던 추 이랑은 그 광경을 보고 혼비백산하여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설은영이 정말로 자결을 택할 줄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매서운 눈으로 취아를 노려보며 무언의 협박을 보냈다.그러나 지금은 예전과 상황이 많이 달랐다.설은영은 황제의 교지를 받들어 진국공부와 혼인해야 하는 몸, 그런 그녀가 자결을 시도했다는 소문이라도 퍼지면 이는 황명을 거스른 불경죄로 처벌을 받을 것이다.“더듬거리지 말고 자세히 말해 보거라.”설충이 근엄한 목소리로 재촉하듯 말했다.취아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이마를 바닥에 바짝 조아렸다.“아씨가 방으로 돌아오셨을 때, 추 이랑께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아씨가 진국공부에 시집간다는 사실을 알고, 추 이랑은 둘째 아씨가 큰 아씨의 혼사를 빼앗았다고 꾸짖으시며… 나가서 죽으라고 하셨습니다.”추씨는 경악한 얼굴로 고개를 번쩍 들더니 독기 품은 눈으로 취아를 응시했다.“천한 계집종 따위가, 감히 나으리 앞에서 거짓을 고하는 것이냐!”그러고는 당황한 표정으로 설충을 바라보며 말했다.“나으리, 저 아이는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은영이는 제 딸인데 어느 어미가 제 자식에게 죽으란 말을 한단 말입니까!”“닥치거라!”설충이 분노한 목소리로 호통쳤다.추씨는 결국 말문이 막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설충은 고개를 숙여 무표정한 얼굴로 취아를 바라
Read more
제3화
강씨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자초지종을 딸에게 설명해 주었다.설은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머니, 추 이랑도 결국엔 저를 위해서 그랬을 거잖아요. 은영이도 무사한데 녹봉 삭감에 금족은 너무 과하지 않나요?”설은비는 무심결에 한 말이지만 강 부인은 어쩐지 그 말이 귀에 거슬렸다.겉보기에는 그녀의 딸을 위해서 한 짓이라지만 추 이랑의 목적은 무엇일까?진국공이 아무리 폐인이 되었다 할지라도 그 작위는 그대로 있었다.설은영이 국공부인이 된다면 설가의 안주인인 그녀일지라도 서녀인 그녀에게 예를 갖추어야 했다.그때가 되면 추 이랑의 지위는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분명히 추씨에게는 백해무익한 일인데 왜 친딸을 죽음으로 내몰려고까지 했을까?아무리 그녀가 설 시랑이나 안주인의 환심을 사고 싶어서 그랬다고 해도, 친딸이 죽으면 추 이랑은 평생 기댈 곳을 잃게 될 것이다.‘그럴 이유가 전혀 없는데….’“추 이랑이 평소에 네게 잘해주더냐?”강씨는 담담한 어투로 물었다.화려한 옷감에 정신이 팔린 설은비는 아무런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예. 그동안 제가 입던 옷들 모두 추 이랑이 직접 지은 거예요. 바느질을 어찌나 정교하게 잘 하시는지, 촉감도 너무 부드럽고 좋더라고요. 역시 할머니의 심복다워요.”그녀는 옷감 하나를 집어들며 환하게 웃었다.“어머니, 이 색상이 제게 어울릴까요?”전생에는 낙수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약간의 편차가 있긴 했지만 설은비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추 이랑은 원래부터 그녀를 예뻐했던 사람이니, 자신보다 더 나은 집안에 시집가는 설은영에게 불평 좀 했다고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설은비는 오랜 기간 지속된 추 이랑의 관심과 애정을 아부로 착각하고 당연하게 받아들였다.그녀는 설가의 적장녀이니 이런 사랑과 관심은 당연한 거라 생각한 것이다.설은영이 추 이랑의 딸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한낱 이랑이 적녀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작 몇 마디 꾸중 좀 들었다고 자결을 택한 건 설은영이 나약하기
Read more
제4화
설은영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진주가 서둘러 안으로 들어왔다.추씨가 험악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하고 설은영의 목을 옥죄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마에 핏대가 선 것을 보니 온힘을 다해 조르고 있는 듯했다.진주가 설은영을 구하고자 달려왔지만, 추씨를 모시는 어멈이 그녀의 앞을 막았다.진주는 주저하지 않고 뒤돌아서 밖으로 내달렸다.그 모습을 본 어멈은 다급히 돌아와 추 이랑을 설은영에게서 떼어냈다.힘없이 바닥에 쓰러진 설은영을 보고 추 이랑은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 곧 재앙이 닥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왜 못 참았지? 이년 뭔가 알아낸 건가? 이년을 살려둘 수 없어. 절대 안 돼!’거기까지 생각한 추 이랑은 황급히 어멈을 밀쳐내고 다시 설은영에게 달려들었다.이 모든 건 설은영의 계획이었다.그녀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었다.목안이 타들어가는 듯한 통증이 몰려오며 시야가 흐릿해졌다.그러나 흩어지는 의식 사이로 다급한 발소리를 들었을 때, 그녀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어머니, 어머니의 딸은 저잖아요. 그런데 언니를 위해서 저를 죽음으로 내몰려고 하시네요.”분노에 이성을 잃은 추 이랑은 밖에서 다가오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그녀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설은영의 가녀린 목을 꽉 잡았다.그러고는 이를 갈며 표독스럽게 말했다.“천박한 년, 너 따위가 내 딸이 될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니? 태어나자마자 바로 목 졸라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네가 큰 아씨의 앞길을 가로막지 못하도록!”추 이랑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하얗게 질려가는 설은영의 얼굴을 보자 두려우면서도 알 수 없는 통쾌함이 몰려왔다.설은영은 점점 부인 강씨를 닮아가고 있었다.설은영은 정말 죽을 것 같아서 추 이랑을 밀쳤다.“당신은… 내… 생모가 아니야… 당신은… 오직 언니만을… 사랑하니까….”설은영이 거의 기절하기 직전에 설충이 사람들을 이끌고 안으로 들어왔다.광경을 목격한 그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악독한 여자 같으니라고!”그는 다리를
Read more
제5화
적어도 지금은 추씨가 이대로 죽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추씨가 죽으면 두 아이를 바꿔치기한 죄는 영원히 증거도 없이 묻히게 될 것이다.설충의 눈에 번뜩이던 살기가 조금 누그러들었다.그는 고개를 돌려 바닥에 주저앉은 추 이랑을 바라보며 말했다.“비록 두 아이가 너를 살려달라 사정했지만, 네 죄는 가벼울 수 없다. 곤장 서른 대에서 열 대로 줄여주마.”그는 그 말만을 남기고는 콧방귀를 뀌며 밖으로 성큼성큼 나갔다.열 대라는 말에 추 이랑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적어도 목숨만은 부지한 것이다.고개를 돌려 설은비를 바라본 그녀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애틋함이 가득했다.그러나 옆에 있는 설은영에게로 시선을 돌리자마자 표독스럽게 변했다.설은비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친근함에 불편함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오라버니, 이쪽은 설 집사가 지키고 있을 테니 저희는 이만 돌아가죠.”오늘은 강씨 부인이 입궁한 날이라 자리에 없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 상황에서 설은비는 절대 먼저 입을 열지 않았을 것이다.설민준은 묵묵히 동생과 함께 자리를 떴다.설은영은 측은한 눈길로 추 이랑이 곤장을 맞으며 비명을 지르는 광경을 지켜보았다.모든 것이 끝난 후, 그녀는 분개한 추 이랑의 눈빛을 마주하고도 애틋한 눈길로 어멈에게 어머니를 잘 부탁한다 당부까지 하고는 자리를 떴다.망서관에 발을 들이자마자 취아가 다가왔다.그녀는 설은영의 목에 잔뜩 남은 뻘건 자국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아씨, 이게 다 무슨 일인가요?”그녀는 황급히 연고를 가져와 조심스레 그녀의 목에 발라주었다.“뭐 알아낸 거라도 있어?”설은영이 덤덤히 물었다.“아씨의 예상대로 그 어멈은 아직 경성에 있어요. 5년 전에 다시 돌아왔더라고요. 아씨가 지시하신 대로 사실만 확인하고는 바로 돌아왔어요.”“그 사람은 지금도 산파로 일하고 있더군요. 아들과 며느리는 남쪽 성문 근처에 작은 찻집을 운영하고 있고요. 손자도 있는데 남성의 학당에서 글공부를 하고 있었어요.”취아는 설은영의 목
Read more
제6화
“한 달 남짓 지나면 네 혼례날이 다가오겠구나.”저녁 식사가 끝난 후, 강씨는 설은비와 이야기를 나눴다.“널 위해 준비한 혼수들이다. 장부를 보고 부족한 게 있으면 말하거라.”부인 강씨는 부유한 가문 출신으로 시집올 때 가져온 혼수도 어마어마했다.혼수는 그녀의 개인 재산이니 당연히 아들딸을 위해 남겨두었다.설은영의 혼수는 가문의 예산에서 적당히 준비할 것이다.설은비는 강씨의 팔을 감싸며 애교를 부렸다.“감사해요, 어머니. 은영이 것도 준비 잘 되고 있죠?”그녀는 고개를 숙여 혼수 장부를 살펴보았다. 전생에 비하면 차이가 좀 있었다.전생에 그녀의 혼인 상대는 진국공부이니 궁에서도 적지 않은 귀중품을 보태주었지만, 이번 생은 그렇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비록 좀 아쉽고 짜증이 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연준과 혼인하여 평생 생과부로 사는 것보다는 나았다.일이 년이면 참을 수 있어도 평생이라는 시간은 너무도 길었다.다른 집안이라면 부군이 죽고 다른 혼처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연씨 가문은 대대로 나라를 위해 헌신한 열사 가문이고 하필 남은 후대가 연준뿐이라 아마 황제는 그가 죽더라도 순장을 명할 것이다.강 부인이 말했다.“이건 어미가 네게 주는 혼수야. 그 애는 자연히 궁에서 보태주겠지.”교지가 내려졌으니 당연히 궁에서 포상을 내릴 것이다.우르릉 쾅!갑자기 밖에서 천둥 소리가 들렸다.하루 종일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있더니 마침내 소나기가 내린 것이다.설은비는 저도 모르게 움찔했다.“큰비가 내릴 것 같네요.”강씨는 딸의 손을 다독이며 말했다.“시간도 늦었으니 비가 쏟아지기 전에 얼른 쉬거라.”“예, 어머니.”설은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장부를 품에 챙기고는 말했다.“이만 돌아가 볼게요, 어머니. 편히 쉬세요.”바깥은 바람이 휘몰아치며 먹구름이 점점 많이 모여들고 있었다.강씨는 딸을 방문 앞까지 바래다주고는 걱정스러운 어투로 시녀를 불렀다.“청연, 큰 아씨를 처소까지 모시거라.”“예, 부인.”청연은 청람원에서 임
Read more
제7화
“어멈!”설은영은 대청으로 가서 웃으며 임씨 어멈에게 인사했다.임씨 어멈은 그 모습을 보고 다급히 그녀를 부축했다.“아씨, 이러시지 마세요.”흰색 치마저고리를 입고 분칠도 하지 않은 말간 얼굴에 눈매를 곱게 접으며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임씨 어멈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마음속 의문이 해답을 찾은 느낌이 확 들었다.어멈은 어쩔 수없이 흔들리고 있었다.눈앞의 둘째 아씨가 부인과 너무 닮아서였다. 부드러운 눈매와 풍기는 분위기는 강씨 부인과 너무도 똑같았다.전에는 왜 몰랐을까?설은영은 상석에 가서 앉고 진주는 임씨 어멈을 위해 차를 내왔다.“밤바람도 차고 곧 소나기가 쏟아질 텐데 이 밤에 어멈께서 저를 찾아오셨다는 건, 어머니께서 제게 따로 분부하신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임씨 어멈은 잠시 침묵했다.어멈 역시 청연의 말을 듣고 무작정 달려온 것이었다.강씨는 아직 이 일을 모르고 감히 말씀드릴 용기도 없었다.어쩌면 오해일 수도 있고 어멈도 그것을 바랐다.그게 아니라면 설씨 가문은 엄청난 폭풍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조만간 궁정 재단사가 아씨의 치수를 재기 위해 오실 겁니다. 부인께선 저를 보내 아씨께 더 부족한 것은 없는지 여쭤보라고 하셨어요.”어멈은 저녁 식사 때 강씨가 했던 말을 전달했다.설은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머니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제 쪽은 부족한 점이 없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해 주세요. 내일 아침에 제가 직접 어머니를 찾아뵙고 감사인사를 드리겠습니다.”임씨 어멈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리지도 않고 그 부드러운 미소에 심장이 튀어나올 듯이 벌렁거렸다.소녀는 웃고 있을 때 강씨 부인과 꼭 닮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임씨 어멈은 왜 사람들이 오랜 시간동안 이 점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알 것 같았다.그때의 설은영은 늘 고개를 푹 숙이고 수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 다녔으며 저택의 다른 사람들과 시선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나약한 그녀의 성격 때문에 웃는 일도 거의 없었기에 아무도 알
Read more
제8화
정신을 차린 임씨 어멈은 여전히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강씨는 그럴수록 호기심이 일었다.임씨 어멈은 어릴 때부터 그녀와 함께 자란 자매와 같은 심복이었다.그런 사람이 자신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게 이상했다.“내게 말할 수 없는 일인가?”강씨는 손수건을 대야에 던지고 아침식사를 하러 편청으로 향했다.임씨 어멈은 그녀의 뒤를 따르면서도 여전히 고민하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혹여 틀리진 않았는지 지금도 갈피를 못잡고 있었다.‘만약에… 진짜라면?’“부인….”임씨 어멈은 손을 들어 방 안의 시종들을 모두 물렸다.이 시간이면 설은비는 자신의 처소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을 테니 반 시진 안에는 부딪칠 일이 없었다.“부인, 혹시 그런 걸 느끼신 적은 없으신가요? 큰 아씨는 클수록 추 이랑을 닮아가고….”강씨는 머리를 맞은 것처럼 멍해져서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임씨 어멈은 계속해서 말했다.“오히려 둘째 아씨가 이목구비가 점점 부인을 닮아갑니다.”강씨 부인은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 않았다.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설은비와 추 이랑의 얼굴이 맴돌 뿐이었다.닮았다고 하자니 그렇게 닮은 것 같지도 않고 또 안 닮았다고 하자니….마음속 의심이 심장을 갉아먹는 것 같았다.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그동안 설은비와 설은영을 대하던 확연히 다른 추 이랑의 태도였다.두 아이가 바뀐 거라면 이 모든 것은 앞뒤가 맞았다.그녀는 집안의 안주인으로서 서녀를 각박하게 대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추 이랑의 언행이 더 이상해 보였다.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임씨 어멈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리고 이때, 청연이 안으로 들어왔다.“부인, 둘째 아씨께서 오셨습니다.”잠깐의 침묵 후, 강씨 부인은 갈린 목소리로 답했다.“안으로 들라 하라.”정원 밖.설은영은 조용히 서서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온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는 정자 밖의 비와 어우러져 마치 한폭의 그림 같았다.그녀의 옆에서 취아는 고개를 숙인 채 바짝 긴장하고 서 있었다.
Read more
제9화
설은영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좋은 아침이네요, 언니.”흠잡을 데 없이 예의 바른 모습이 어쩐지 설은비의 눈에는 거슬렸다.그녀가 기억하는 동생은 말이 없고 나약해서 그녀와는 시선도 제대로 못 마주치던 아이였다.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그녀가 달라진 원인을 떠올리자, 설은비는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진국공부에 시집을 가면 나와 동등한 위치가 될 줄 알았니? 순진하기도 하지.’“혼례복은 잘 준비가 되었어?”설은비는 눈매를 가늘게 뜨며 훈계하듯 말했다.“너와 진국공과의 혼례식도 곧 돌아오는데 준비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지. 나중에 문제가 생겨 폐하께서 죄를 물으시면 온 가문이 너 때문에 피해를 입게 될 거 아니니.”설은영은 일부러 서글픈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그녀는 살짝 기죽은 얼굴로 강씨에게 양해를 구했다.“어머니, 저는 하다 만 일이 있어서 이만 처소로 돌아가 보겠습니다.”부인 강씨는 마음이 혼란스러워 얼른 손을 저었다.“가봐. 네 혼례복은 궁중 재단사가 준비하겠지만 너도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하거라.”“예, 어머니.”설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임씨 어멈에게 물었다.“어멈,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따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임씨 어멈은 강 부인의 눈치를 힐끗 보고는 웃으며 다가왔다.“아씨, 나가면서 이야기하시죠.”설은영은 다시 강 부인에게 예를 행하고는 어멈과 함께 청람원을 나섰다.처소를 나선 그녀는 걸음을 멈추고는 의아한 눈길로 자신을 바라보는 임씨 어멈에게 물었다.“어멈, 믿을만한 산파 한 명을 찾아주실 수 있을까요?”임씨 어멈이 물었다.“아씨, 산파는 갑자기 어쩐 일로 찾으십니까?”설은영은 웃으며 답했다.“어멈도 아시다시피, 제가 전 상서 가문의 셋째 아씨와 친분이 있잖아요. 2년 전에 혼인을 하였는데 출산이 임박했대요. 전 소저의 시댁은 능력이 없고 친정도….”임씨 어멈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전 상서는 설 시랑의 직속 상급이라 양가는 꽤 왕래가 잦았다.그러다
Read more
제10화
찾지 못한다면 그건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할 일이었다.지금 돌아가는 모든 상황은 비합리적이고 강씨 부인은 가슴에 가시가 박힌 것처럼 불안했다.만약 바꿔치기를 하지 않았었다면 가장 좋은 결과겠지만 만약 추측이 맞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전혀 원하지 않던 결말을 생각하면 강씨 부인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설은비는 그녀가 오랜 세월을 공들여 길러낸 딸이었다. 그녀는 한 번도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설은영을 떠올리면 갑갑함만 치밀고 추 이랑에 대한 분노만 짙어졌다.“아씨, 임씨 어멈이 귀띔을 알아들었을까요?”취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설은영은 따뜻한 욕탕에 몸을 담그고 꽃이 만발한 병풍을 바라보며 말했다.“알아들었을 거야. 우리보단 섬세하고 지략이 뛰어난 분이니까. 이제 우린 기다리기만 하면 돼.”취아는 한숨을 내쉬었다.“또 기다려요? 계속 기다리기만 하다가 진국공부로 시집을 가게 생겼네요.”설은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간대도 난 여전히 진국공과 혼인하게 될 거다. 황명이 장난인 줄 아니?”취아는 입을 삐죽였다.“황명을 거스를 수는 없지만, 아씨께서 적녀의 신분으로 돌아가면 그쪽에 시집을 가야 하는 건 그분이잖아요.”“넌 내가 진국공과 혼인하는 게 싫으니?”설은영의 질문에 취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아씨, 소인은 바보가 아니에요. 진국공부가 정말 괜찮은 혼처라면 저희 설씨 가문에 차례가 돌아오지도 않았겠죠.”일개 시종마저 다 아는 이치이거늘, 전생의 설은비는 왜 몰랐을까?“사고를 당하기 전, 연 장군은 수많은 여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지.”그녀 역시 여러 초대연에 참석해서 귀족가의 딸들과 함께한 적이 있었다. 매번 연 장군이 등장할 때마다 수많은 귀녀들이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설은영은 욕탕 가장자리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내일은 외출할 것이다.”취아가 물었다.“어디로 가나요?”“령운사.”설은영이 답했다.“아씨, 궁중 재단사들이 오셨습니다.”침실로 돌아
Read more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