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릉을 죽이려는 못난이원경릉은 못난이의 손을 치우고 고개를 돌려 못난이의 얼굴을 봤다. 못난이 얼굴은 한 덩어리로 비틀려 있어 쭈글쭈글 주름 진 것이 아주 흉악하고, 세모난 눈에선 흉악한 빛을 쏘는 게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악의가 느껴진다.원경릉은 원인 모를 충격을 느꼈다.“못 들었어?” 못난이가 날카롭게 말했다.원경릉이 마음을 가다듬고 차갑게, “너네 공자를 과대평가 했구나!”못난이는 원경릉의 턱을 쥐고 벽으로 밀어붙이며 흉악한 눈빛으로, “공자를 헐뜯거나 무시하기만 해봐.”원경릉은 호흡이 곤란해서 손을 들어 못난이의 얼굴을 때리고 무릎을 찍어 못난이의 배를 때리려고 했으나, 원경릉의 하룻강아지 같은 무공으론 못난이 따귀를 때리는 게 고작으로 발을 들자 못난이가 한걸음 물러나 원경릉의 종아리를 세게 걷어차서 원경릉은 고통으로 눈물이 찔끔 나고 종아리 뼈가 부서진 느낌이다.이때 못난이 어깨에 검 한 자루가 닿는데 등뒤에서 조용히 사식이의 차가운 얼굴과 분노한 눈이 드러났다. “원 언니를 풀어줘!”못난이가 흥 하고 깔보며 원경릉을 풀어주고, “뭐 하는 것들이야!”사식이가 분노해서 따귀를 때리며, “넌 뭘 믿고 지랄이야?”못난이가 지기 싫어서 바로 받아 치고 사식이와 못난이가 싸우기 시작했다. 사식이는 이 참에 따끔한 맛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했으나 못난이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어서 맨손으로 사식이의 검을 상대로 결코 꿀리지 않았다.원경릉이 이리 나리에게 몇 초식을 배우긴 했지만 두 사람이 계속 싸우면 사식이가 못난이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건 알 수 있었다.마음이 급한데 이층에서 홍엽의 화난 일갈이 들렸다. “못난이, 물러서!”못난이는 마침 사식이를 궁지에 모는 순간이라 홍엽의 목소리를 듣고 내키지 않는다는 아쉬운 눈빛으로 물러서며, “공자 잘못했습니다!”홍엽이 옷자락을 휘날리며 내려와 잘생긴 얼굴이 분노로 가득한 채 못난이의 따귀를 때리더니, “누가 손대랬어?”못난이는 사납고 고집스런 눈빛을 거두고 따귀를 맞고도 아무 변명도
다리를 다친 원경릉홍엽이 원경릉을 보고 긴장한 눈빛으로, “왜요? 상처 심각해요?”원경릉이 두 걸음을 걸어보려 했으나 여전히 욱신거리는 통증이 분명 골절이다. “괜찮아요, 저 약 있어요. 가서 약 바르면 돼요.”홍엽이 손을 내밀어 원경릉을 부축하려 하자 원경릉이 담담하게, “필요 없어요. 사식이가 부축해 줄 겁니다. 공자는 얼른 쉬세요 내일 각자 길을 떠나죠.”홍엽은 뻗은 손이 무안해서 천천히 거둬들였다. 사식이가 부축해서 가는 걸 보는데 발자국 소리가 통증이 심한 게 분명하다. 홍엽은 원경릉의 눈가에 눈물이 반짝이는 것을 묵묵히 보고 있는데 본 적이 없는 표정이다.방으로 돌아가 사식이 도움으로 옷을 올려보니 종아리가 부었고 사식이가 손으로 누르자 원경릉은 아파서 견디기 힘들다, “진짜 뼈가 부러진 거 같아.”만두가 달려와서, “엄마 누가 때렸어? 내가 나설 게.”“괜찮아 놀러가.” 만두가 ‘흠’ 하더니 눈 늑대와 나갔다.사식이가 분개하며, “못난이 년이, 못생긴 게 마음도 못돼 쳐 먹어서 이렇게 심한 짓을, 홍엽은 저런 사람을 곁에 데리고 다니다니 우리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어요. 못난이 무공이 그렇게 뛰어난 게 앞으로 정말 왕래를 하지 말아야지, 만약 태자 전하께서 아시면 분명 가슴 아파 하실 걸요.”원경릉은 다리에 약을 뿌리자 잠시 진통효과가 있지만 상처가 이러니 경호에 가는 건 어렵겠다.원경릉은 확 열이 받았다. ‘못난이는 자신과 무슨 불구대천지 원수를 졌다고? 이러는 건데?’“경호에 갈 때 네가 날 부축해 줘야 할 것 같아.”“언니 업고 가도 돼요.” 사식이가 미간을 찡그리는데, 못난이에 대한 증오와 원경릉에 대한 가슴 아픔이 교차했다.원경릉이 약을 뿌린 후 붕대로 칭칭 감고 사식이 도움을 받아 누운 뒤 다리를 높이 올리고 진통소염제를 먹었다. 그리고 사식이에게 나가서 만두를 봐 달라고 하고 자기는 좀 쉬기로 했다.사식이가 안심이 안되는지, “못난이가 또 오면 어떻게 하죠?”“홍엽이 못난이를 지켜보고 있어. 정말 사고가
못난이의 정체원경릉은 그런 말 듣고 싶지 않아서 한숨을 쉬더니, “네, 절 위해 혼내 주시고 감사하네요. 저 쉬고 싶으니까 공자는 돌아가 주세요.”그런데 가지는 않고 오히려 의자를 가져와 침대 곁에 앉아, “곁에 있을 게요. 얘기하다 보면 안 아플 거예요.”원경릉은 화낼 힘도 없어서, “얘기하고 싶지 않고 쉬고 싶어요.”홍엽은 못 들은 척 막무가내로, “못난이는 당신을 알아요.”원경릉이 차갑게 웃으며, “네, 절 이렇게 상처를 입혔는데 모를 수가 없죠?”“아뇨,” 홍엽이 원경릉을 보고 살짝 고개를 흔들며, “그거 말고요. 다른 걸.”원경릉은 고통으로 힘겨워 하며, “무슨 뜻이죠? 얘기하세요.”홍엽이 그윽한 눈으로 속삭이며, “못난이는 고지의 동생이예요.”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순간 경악해서, “정말인가요? 고지는 무녀잖아요?”“무녀도 부모형제는 있죠. 온 가족이 자랑스러워 하는 고지가 위왕비 손에 당했고, 못난이는 그 원흉이 당신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계속 당신에게 복수하고 싶어하는 거죠.”원경릉은 전신에 소름이 쫙 끼쳤다. ‘맙소사, 어쩐지 못난이가 자신을 그렇게 원한 맺힌 눈으로 보더라. 고지의 동생이었군. 자기에게도 이정도인데 남강 북쪽에서 정화를 봤을 때는 어째서 정화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지?’홍엽은 마치 원경릉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는 듯, “맞아요. 못난이는 정화를 죽이고 싶어했어요. 그래서 내가 당신들을 데리고 무당지대에 들어가는 걸 막으려고 했던 거죠. 정화군주를 아주 증오했으니까.”이 화제는 정말 진통 효과가 있었다. 원경릉은 억지로 몸을 일으켰으나 다리가 매달려 있어 일어나는 게 더 힘들어서 힘없이 다시 눕더니, “공자, 못난이가 만약 나와 정화에게 해코지를 한다면 우리는 못난이를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공자가 말리는 게 최선일 것 같네요.”“못난이는 당분간 제 얘기를 들을 겁니다.”“당분간? 그 말은 언젠가 당신 말을 듣지 않는 때가 있다는 뜻인가요?” 원경릉은 점점 못난이가 위험하는 생각이 들었다.홍엽이 담담
홍엽의 사고방식원경릉과 홍엽이 처음 이렇게 심도 깊게 얘기하는 것으로 홍엽의 말에 원경릉은 경악해 안색이 확 바뀌더니, “아뇨, 제가 사람을 구한 건 그들이 살기를 바래서 지 그들이 언제든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게 하려는 게 아니 예요.”“같은 말이잖아요. 그들이 지금 살아있기를 바라지만, 당신을 위해 목숨을 버릴 필요가 있을 때 그들이 싫다고 하면 당신 화 안나요?”원경릉이 약간 흥분해서, “제가 왜 화가 나요? 그건 그 사람들 목숨인데.”“하지만 당신이 구해주지 않았으면 그들은 벌써 죽었잖아요. 문둥산의 그 사람들은 당신이 아니었으면 벌써 죽었겠죠? 당신이 나타나서 그 사람들의 생명이 연장된 거예요, 그들에게 지금 당장 죽으라고 해도 그들은 당신에게 절해야 한다고요.”원경릉은 전혀 모르는 사람을 보듯 홍엽을 보며 주진이 말이 생각났다. 홍엽의 본심은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주진은 홍엽을 어떤 부분 잘못 알고 있다.이건 절대로 정상적인 사람의 사고방식이 아니다. ‘누군가 자신을 구해주면 구해준 사람에게 목숨을 바치쳐야 생각이 어떻게 멀쩡할 수가 있어?’“내 말에 동의하지 않나요?” 홍엽의 심오한 눈빛에 한 줄기 불쾌함이 덮여 있다.“당신 말에 동의하지 않아요. 제가 사람을 구한 건, 그 사람이 나중에 나에게 보답하라 거나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 예요.”홍엽이 바로 반박하며, “당신이 의사라는 신분이라서 그런 건가요? 원숭이가 그랬어요, 의사는 사람을 구하는 게 사명이라고. 당신이 사람을 구하는 건 본분이라 그래서 사람들이 보답하는 걸 바라지 않는 거죠? 하지만 전 의사가 아니니까 이렇게 생각하는데 문제 없죠? 저처럼 이렇게 생각하는 게 맞아요. 사람은 자고로 은혜를 입으면 갚고, 원수를 지면 복수하는 법이니까.”마지막 말은 아주 단호했다.원경릉은 더 얘기를 해 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저 졸려요, 자고 싶네요. 공자는 돌아가시죠.”홍엽이 원경릉의 다리를 보고 천천히 일어나 안타까움이 가득한 눈으로, “그래요, 잘
홍엽의 집착“응, 그 동생이래.” 원경릉은 낯빛이 어두워졌다. 이번 여행은 위험천만이다, “사식아, 어쨌든 내가 다리를 다쳐서 경호에 가는 게 불편하니 내일 우리 집으로 돌아가고 경호는 다시 날을 잡자.”사식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요, 언니 결정대로 하고 다음번에는 태자전하께 같이 가자고 해요. 오늘밤은 혼자 주무시지 말고 저랑 눈 늑대가 와서 같이 잘 게요, 만약을 대비해서.”“괜찮아, 틀림없이 홍엽이 못난이를 막을 수 있어.” 원경릉은 홍엽이 못난이를 죽이겠다는 말을 한 장면이 떠올랐다. 홍엽이 그토록 떳떳하게 말하다니, 원경릉은 마음 속에 찬바람이 불어 닥치며 당장이라도 경성으로 돌아가고 싶다.“역시 조심하는 게 좋겠어요.” 사식이가 자리끼를 떠놓고 나갔다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눈 늑대를 끌고 돌아왔다.눈 늑대는 탁자 위에 엎드려 잠이 들었는데 얌전하게 금방 잠이 들더니 살짝 코까지 곤다.원경릉은 잠이 오지 않는데 다리의 상처가 다시 아파오는 느낌인 게 진통제를 한 알 더 먹고 물을 몇 모금 마신 후 다시 누웠다.한밤중에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태자비 마마, 주무십니까?”원경릉은 잠들지 않았으나 답하기가 그래서 가만히 문 두드리는 그림자를 뚫어지게 살펴보는데 숨도 크게 쉴 수가 없었다.사식이도 소리를 듣고 약간 분노한듯, “공자, 시간이 이렇게 늦었는데 마마는 당연히 주무시죠. 할 말이 있으면 내일 하시면 되잖아요? 오밤중에 굳이 여자 방 문을 두드리셔야 겠습니까?”그런데 문 곁에서 홍엽이 마치 검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원경릉은 오늘밤 했던 말이 떠올라 화들짝 놀라며 얼른, “안 자요, 들어와요!”문이 열리고 홍엽이 성큼성큼 들어왔는데 손에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놀라서 죽을 뻔 했네.’사식이가 긴장해서 따라오더니 침대 앞에 막아 서며 차갑게 홍엽을 쳐다봤다.홍엽은 원경릉에게 지팡이를 들어올리고 웃으며, “이거 방금 제가 만든 지팡이예요, 걷기 불편하면 지팡이를 짚고 가면 될 거예요. 상처가
헤어지려는데홍엽은 순간 실망하더니 바로 온화한 미소를 되찾았으나 묘하게 한줄기 냉정함이 느껴졌다. “좋아요, 그것도 좋죠.”원경릉은 숨을 내쉬며 다음에 올 때는 반드시 우문호와 같이 오겠다고 결심했다.원경릉은 이번에 있었던 일을 우문호에게 얘기해야 하나 고민 됐다. 알리면 우문호는 분명 못난이를 찾아가 사생결단을 하려 들 것이고, 알리지 않으면 둘 사이는 그동안 전혀 비밀을 갖지 않고 지냈는데 이런 선례를 만들 수는 없다.사식이가 와서 원경릉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여전히 두려운 마음이 드는 지, “오밤중에 와서 법도에 어긋난 행동이라니, 원 언니 우리 내일 돌아가요. 너무 무서워요.”사식이는 홍엽이 계략을 부리면 자신은 절대 그의 적수가 될 수 없음을 알고 최대한 부딪히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그래, 내일 돌아가자.” 원경릉도 흐지부지 연루되는 게 무서운 것이 이번 길에 홍엽이 너무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게 비위를 맞추려고 애쓰다가 갑자기 또 변화무쌍해서 마치 잠재된 성격이 균열 사이로 새 나오는 것 같다.다음날 날이 밝자 사식이가 자리를 정리하고, “마차가 이미 대기하고 있는데 걸을 수 있겠어요? 걷기 힘들면 제가 업고 내려갈 게요.”원경릉이 땅을 밟아보고 홍엽이 준 지팡이에 의지해서 몇 걸음 걷더니, “업을 필요 없어, 계단 내려갈 때 부축만 좀 해 주면 돼.”다리가 오늘은 어제보다 더 부어서 아프다. 원경릉은 돌아가서 기브스를 할지 부목을 댈 지 봐야겠다. 안 그러면 회복하는데 좋지 않을 것이다.힘들게 계단을 내려와 1층에서 사식이가 계산을 하고 원경릉과 만두는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데 만두가 꾸벅꾸벅 졸고 눈 늑대가 만두 발 아래 엎드려 있는 게 지친 모습이다.홍엽과 못난이도 내려왔는데 원경릉이 보니 못난이가 절름거리며 걷는데 독사 같은 원한이 서린 눈으로 원경릉을 보며 죽이지 못해 한 맺힌 표정이라 속이 덜덜 떨렸다.홍엽이 다가와 담담하게, “제가 당신을 위해 복수했어요.”원경릉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평행선“만두야, 삼촌 귀찮게 하면 안되지, 어서 내려와!” 원경릉이 화가 났다.만두는 역시 엄마를 무서워해서 입을 삐죽거리며 내려왔다.홍엽이 어두운 얼굴로, “아이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가고 싶다면 가게 해야죠, 제가 잘 보호할 테니.”“아이를 교육하는 건 제 나름의 방식과 철학이 있으니 공자께서는 간여하지 마세요.” 원경릉이 불쾌한듯 말했다. 홍엽이 눈살을 찌푸리며, “마마께서 아이를 교육하는 걸 간여한 게 아니라 아이를 이렇게 많이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거였어요.”“만두는 아직 어려서 아직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몰라요.”“마마도 만두를 데리고 경호로 가시려고 한 거 아닌가요? 그런데 당신이 못 가니 제가 가는 길에 마마의 원래 바람대로 데리고 가겠다는데, 마마는 제가 못 미더워서 저 아이를 해칠까 봐 두려우신 거 아닙니까? 제가 만약 여러분을 해치려 했으면 벌써 했어요.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가 뭐가 있습니까?” 홍엽의 목소리에 약간 상처받은 마음이 느껴졌다.원경릉이 어깨를 떨구고, “보아하니 우리 얘기를 좀 해야 할 것 같네요.”원경릉은 오해를 낳고 싶지 않고 이럴 때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홍엽은 줄곧 귀찮은 적수로 친구가 되기까지 바라지 않아도 적어도 적은 되지 말아야 한다. 우문호를 더 성가시게 만들 수 없는 게 이미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고 계획한 일이 있어서 만약 지금 홍엽과 틀어지면 우문호에게 있어서는 안 그래도 무거운 어깨에 짐을 더 지워주는 격이다.원경릉은 지팡이에 의지해서 밖으로 나갔다. 객잔 밖 길거리엔 찬바람이 소슬하게 불어 대형 점포에 달린 포렴이 펄럭거렸다. 시간이 아직 일러 거리에는 행인이 없고 멀리서 가끔 개 짖는 소리가 들렸다.낯선 땅의 싸늘한 새벽은 오히려 원경릉을 말할 수 없이 초조하게 했다. 자신을 바짝 붙어 따라 나온 홍엽에게, “홍엽 공자, 한 마디만 물을 게요. 우리는 적인가요 친구인가요?”홍엽이 원경릉을 보고, “남강 북쪽에서의 일전을 거치고 전 적어도 당신이 이런 문제를
집으로그런데 홍엽이 갑자기 즐거워하며 마치 우리가 친구이길 바란다는 말이 그를 굉장히 고무시켜 원경릉의 다른 말은 전부 귓등으로 들은 것 같다.원경릉은 급 피곤해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기에 무기력하게, “흠, 우리가 친구이길 바래요.” 사식이가 계산을 마치고 만두와 눈 늑대를 데리고 나와 홍엽에게 작별하더니 바로 원경릉을 부축해 마차에 올랐다. 사식이가 마차를 몰고 눈 늑대가 위풍당당하게 사식이 옆에 앉아 채찍을 휘두르는 순간 홍엽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심히 가요, 우리 경성에서 봅시다.”원경릉은 가리개 밖으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대신했다. 사실 뭐라고 말해야 좋을지 몰랐다.경성으로 돌아가자 우문호는 원경릉이 다쳐서 돌아온 것을 보고 마음이 급해서 원경릉과 사식이를 추궁했다. 넘어졌다고 하자 우문호는 만두와 눈 늑대를 혼냈는데 왜 엄마를 잘 보호하지 못했냐고 하니 만두가 억울해서 엄마가 혼자 길 가다가 실수로 넘어진 걸 어떻게 자기 책임으로 돌리냐며 자기는 어린이지만 안 넘어졌다고 항변했다.원경릉은 사실 우문호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으나 우문호는 성격이 불 같아서 함부로 말도 못했다. 하지만 우문호를 속이는 건 아무래도 불안해서 침대에서 전전반측하는데 우문호는 원경릉이 심하게 아파서 그런 줄 알고 회의도 가지 않고 집에서 원경릉을 지켰다.우문호는 원 선생을 절대 신뢰해서 전혀 의심하지 않고 세심하게 돌봐 주며 자신이 많이 바쁘지 않을 때 같이 경호에 가자고 위로했다.원경릉은 속으로 감추는 성격이 못되고 특히 우문호에게는 더해서, 뭘 숨기려 하니 목에 가시가 걸린 듯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겠다.못난이는 숨겨진 재앙으로 우문호에게 반드시 알려야 한다. 원경릉 자신도 당했고 홍엽이 제압해 줄 거라고 완전히 기댈 수도 없는 상황으로 홍엽이 제압하는 건 죽인다는 얘기다. 그래서 우문호에게 못난이에게 상처를 입었다는 말을 안 해도 못난이의 정체는 알려야 했다.“계속 홍엽 곁에 있던 못난이, 당신 기억해?”“알지!”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물을
안왕은 깜짝 놀랐다.“그가 꿈을 꿨다고? 셋째 형님이 사고를 당하는 꿈을?”“예!”“언제 꾼 꿈이더냐?”원경릉은 많이 지친탓에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했다.“아마 저녁 해시쯤 인 것 같습니다.”안왕이 물었다.“저녁 해시? 강북부에 있던 것이냐? 해시에 꿈을 꿨는데, 어떻게 자시가 되어 도착한 것이냐?”원경릉은 멈칫하다가, 그제야 무심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며칠 전에 꾼 꿈이라고 수습하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 다섯째와 함께 온 것이 아니라, 홀로 왔기 때문이다.안왕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사실 그는 황후에게 무슨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황후에 관한 일은 늘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안왕은 셋째 형님의 일로 마음이 무거운 터라, 더 캐묻지도 않았다. 사실, 더 캐묻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황후가 대단하다 해도, 그를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그를 해칠 사람이었다면, 진작 그를 죽였을 것이다.그는 다만 셋째가 위험에 빠진 것을 다섯째가 꿈에서 알았다는 것이 놀라왔다. 게다가 그 꿈 하나로 황후를 먼저 급히 보내왔다는 것도 놀라웠다.꿈을 꾸는 건 어쩌면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형제끼리는 어느 정도 교감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황후를 심야에 먼저 보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는 예전에도 다섯째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존경을 넘어, 그들의 형제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원경릉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수술이 끝나자마자, 그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주사를 놓았다.큰 상처들은 처리했지만, 얼굴과 손에 있는 작은 상처들은 아직 손도 못 댄 상태였다. 원경릉은 생리식염수를 꺼내 천천히 상처를 닦아주었다.얼굴에는 작은 상처들이 여러 군데 있었고, 손에 특히 많았다. 그녀는 예전에 그가 강북부에서 병사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밭을 일구며 텃
수술실은 즉시 가장 빠른 속도로 준비되었고, 원경릉은 직접 소독했다. 소독이 끝난 후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그 후 위왕을 이송했는데, 이송하는 사람들도 전부 소독을 마쳤다.문이 닫히는 순간, 본격적인 대수술이 시작되었다.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과거 사생활은 그렇다 해도, 그는 정말 훌륭한 신하였고, 뛰어난 장군이자 좋은 형제였다.수년간 그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모두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다들 그가 속죄를 위해 스스로 고통을 택했다고 말하지만, 원경릉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양심의 가책이 없는 사람은 속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속죄의 방법은 다양하다. 1년, 2년 정도 고생하면 본인과 타인에게도 속죄한 것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하지만 그는 십여 년 동안 매일 이 춥고 황량한 변경에서 모진 세월을 견디며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속죄하려는 마음도 있긴 하겠지만, 원경릉은 북당의 변방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비록 예전엔 그에게 화가 난 적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존경과 가족으로서의 따뜻한 감정만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수술 중 그의 옛 상처와 새로운 상처를 볼 때마다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조금만 늦었더라도 그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이 모든 것은 안왕의 도움도 컸다. 변경의 바람과 모래가 그들 형제가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있게 이끌었다.그때 태상황이 그를 변경으로 보낸 것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기회였고, 북당에도 십 수년의 안정을 가져다 준 일이었다.위왕의 복부 상처는 너무 깊었고, 어깨와 등에도 칼에 찔린 자국이 있었다. 부상 당시 출혈도 심각해 생명이 위태로웠다.수술이 끝났을 땐,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원경릉은 혼자 수술을 집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미 익숙해지긴 했지만, 이번 수술은 유난히 위험했다. 그녀는 행여나 너무 늦게 도착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위왕은 언제나 강한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그가 이번에도 버텨내길 바
위왕의 병사들이 저택 문 앞에 모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위왕은 오랜 세월 병사를 이끈 뛰어난 장군이었기에, 병사들의 모든 선망을 받고 있었다. 그가 사고를 당한 일만으로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저으며 떠나는 모습과 안왕비가 하늘에 기도를 올리려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병사들도 애타는 마음에 함께 무릎을 꿇었다.주변의 백성들 역시 사정을 듣고 자발적으로 찾아와, 저택 밖에 몰려들었다. 위왕은 평소 허세를 부리지 않았으며, 이웃들과도 농담을 주고받는 친근하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왕이었다. 사실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부러 몰락한 왕인 척했고, 그런 모습 덕에 백성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한편, 저택 안에서는 안왕이 위왕에게 내공을 주입하며 심맥을 지키고 있었는데, 곧바로 의술이 뛰어난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모두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원경릉은 도착하자마자 이 광경을 목격했고, 다섯째의 꿈이 사실인 것에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큰일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곧 사람들의 기도 속에서 위왕의 이름을 들었고, 사고를 당한 이가 정말 셋째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하는 모습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위왕이 북당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쳤는지도 절실히 느꼈다.그녀는 워낙 빠르게 달려온 터라, 출발해서 도착까지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길가에 말을 세우고, 서둘러 가려고 했지만 가득 찬 인파에 가로막힌 탓에, 어쩔 수 없이 큰 소리로 외쳤다.“의원입니다, 비켜주세요!”그 외침에 사람들은 바로 길을 내주었고, 원경릉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던 집사는 안왕과 함께 경성에서 온 사람이라 원경릉을 알아보았다. 집사는 기쁨에 복받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황후마마께서 오셨다니…! 위왕은 무탈할 것입니다.”병사들과 백성들은 그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후가 직접 뛰어오셨다니? 그리고 다들 그제야 마음을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