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거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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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시아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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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비혼주의자였던 서인경, 눈을 떠 보니 한남자밖에 모르는 연애 바보로 환생했다. 원주인이 하도 여기저기 적을 많이 만들고 다닌 탓에 그녀는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이딴 삶을 어떻게 살아가라고! 이혼, 반드시 이혼해야 해! 전생에서 서인경의 가족은 누명을 쓰고 비참하게 몰살당했다. 서인경은 이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복수도, 이혼도, 자유로운 비혼주의도 모두 되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존귀하신 왕야에게 조심스레 이혼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하고 말았다. 한발 양보해서 휴처(休妻: 고대에 혼인한 사내가 처를 집안에서 내쫓는 것)라도 해달라 했지만 그것도 거절. 결국 그녀는 스스로 이혼서를 써서 그에게 건넸다. 그러나 그걸 본 사내는 문서를 갈기갈기 찢으며 분노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경고했다. “내 사전에는 이별이라는 단어가 없다. 나와 헤어지고 싶다면 오직 사별뿐이지. 죽고 싶으면 어디 한번 해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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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서인경, 너는 무고한 사람을 무참히 살해하는 간악무도한 짓을 저질렀다. 그리하여 오늘부로 상왕비의 자리에서 폐하고 평생 안락당에 가둘 것을 명한다. 평생 다시 너와 얼굴을 마주할 일은 없을 테니, 네가 죽든 살든 앞으로는 더 이상 관여치 않을 것이다.”

서인경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지며, 사내의 냉랭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귓가에 울렸다.

‘내가 무고한 사람을 살해했다니?’

‘상왕비는 또 뭐야?’

“죽은 척하지 말고 당장 일어나지 못할까!”

귓가를 맴돌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서인경은 놀라서 번쩍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날카롭고 매정한 누군가의 시선이었다.

“당장 일어나거라! 억울한 사람을 모함하였으면 사과를 해야지!”

사내는 거칠게 서인경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

그러자 무수히 많은 장면들이 서인경의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갔다.

‘이게 소설에서만 보던 타임슬립 빙의?’

게다가 더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그녀가 빙의한 상대가 사랑에 눈이 멀어 이성과 지혜를 상실해버린 왕비라는 점이었다.

결국 어리석음의 극치가 무엇인지 보여준 그녀는 왕비의 자리에서 폐위당하고 평생 안락당에 갇혀 지내다가 우울하게 생을 마감했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시점은 상왕비가 폐위되기 3년 전, 즉 그녀가 간사한 꼬드김에 속아 바람난 상왕을 잡으러 다루, 즉,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듣는 곳으로 와서 난동을 부린 직후였다.

그녀는 맹국공의 딸인 맹은영이 자신의 부군인 상왕 연기준에게 꼬리를 쳤다고 욕설을 퍼부었고, 이에 충격을 받은 맹은영은 현장에서 기절한 상황이다.

어릴 적부터 지병을 앓은 맹은영에게는 이런 작은 자극도 치명적이었다.

원주인에게 굴욕적인 욕을 들은 그녀는 시름시름 앓다가 며칠 후에 결국 세상을 떠났고, 이 사건 직후로 상왕은 그녀에게 완전히 실망하고 맹국공 가문과 서씨 가문은 앙숙이 되었다.

나중에 서씨 가문이 간신배로 몰렸을 때, 앞장서서 개국공신인 서씨 가문의 탄핵을 주장한 사람이 바로 맹국공이었다.

그리고 깨어나기 전에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던 비정한 말들은 원주인이 죽기 전에 그녀가 가장 사랑했던 사내가 그녀의 얼굴에 이혼서를 던지며 했던 말이었다.

“휴.”

서인경이 상처를 후벼파는 그 말을 떠올리자 이 몸에서 강렬한 절망과 비통함이 느껴졌다.

‘21세기 참된 여성으로서 비혼주의를 주장하던 내가 어쩌다가 이런 얼간이의 몸에 빙의된 거지?’

“어휴.”

‘그럼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지?’

그녀의 연이은 한숨은 연기준의 마지막 인내심마저 날려버렸다.

곧이어 다리에서 강력한 힘이 느껴지더니 서인경은 그대로 바닥에 털썩 무릎을 꿇게 되었다.

멍하니 서 있는 그녀가 마음에 안 들어 연기준이 발로 그녀의 다리를 걷어찬 것이었다.

“잘못을 했으면 사과하고 벌을 받는 게 마땅하거늘. 얼른 사과부터 하거라!”

서인경은 길게 심호흡하며 통증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사람들은 상왕을 철없는 사고뭉치 왕비를 잘못 들여 뒷수습하기 바쁜 피해자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서인경은 그가 진심으로 그녀의 죽음을 바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죽어야지 진정으로 연모하는 단은설과 혼인할 수 있으니까.

‘망할 남정네, 이 원한은 꼭 기억해 두마.’

“맹 소저, 내가 요사한 자의 이간질에 속아 소저를 오해한 것 같군. 내 이리 사과하지. 정말 진심으로 미안하네!”

깔끔한 사과와 함께 서인경은 고개를 푹 숙였고, 사람들은 경악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존귀한 상왕비께서 세가의 딸에게 서슴없이 고개를 숙이다니!

하지만 서인경은 그런 시선들을 일일이 의식할 여유가 없었다.

‘내가 온 이상, 어떻게든 그 비극은 막아야 해. 철따구니 없는 원주인이 친 사고도 내가 수습할 수밖에.’

한편, 연기준의 눈가에도 의아함이 스치고 지나갔다.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게야? 당장 왕부로 꺼지지 못할까!”

서인경은 자신을 대하는 사내의 태도에 굉장히 화가 났다.

“사과를 해야 할 사람은 그쪽이고 꺼져야 할 사람도 그쪽이야. 내가 그쪽만 아니었으면 맹 소저를 오해하고 이렇게 비굴하게 사과할 일도 없었다고. 그러니 꺼질 테면 그쪽이 꺼지든가!”

연기준과 사람들은 동시에 할 말을 잃었다.

상왕비가 누굴 욕하는 게 흔한 일이긴 하지만, 상왕에게 삿대질까지 하며 욕을 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상왕의 표정이 음침하게 굳었다.

어쨌거나 연기준과 서인경의 연이은 사과로 맹은영의 기분도 한결 편해진 상태이긴 했지만 말이다.

약을 먹은 후, 어느정도 기력을 회복한 그녀는 아직도 무릎을 꿇고 있는 서인경을 보고 있으면서도 전혀 쾌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서 일어나세요. 존귀하신 왕비께서 어찌 저에게 무릎을 꿇으십니까? 이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자리에서 일어선 서인경은 대수롭지 않게 무릎을 툭툭 털었다.

“괜찮네. 소저가 화가 풀렸으면 된 거지. 내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좀 했네. 이렇게 어여쁜 처자가 상왕 같이 똥 씹은 표정만 하고 다니는 사내에게 마음을 주었을 리가 없지.”

연기준은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너무도 빠른 태세 변화에 맹은영 본인도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

워낙 귀족들 사이에서 악명 높은 서인경이라 접근조차 하기 싫었던 맹은영이었다.

“상왕비께선 앞으로 누군가를 비난하실 때 사실관계를 잘 알아보고 하셨으면 좋겠군요.”

서인경은 성큼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소저가 날 안 믿어줄 것을 알지만 돌아간 이후로 음식을 유의해서 드시게. 누군가 소저를 해하려 하고 있으니.”

맹은영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당신….”

서인경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나였으면 이렇게 소저에게 말해줄 이유가 없지.”

원주인의 기억을 통해 서인경은 맹은영이 단순히 화병으로 죽은 게 아님을 추측해냈다.

이는 단씨 가문이 그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행한 짓이었다.

원주인은 죽는 순간까지 그것도 모르고 엄한 죄를 뒤집어쓴 채 숨이 끊어졌다.

맹은영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깨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맹은영이 돌아가고 더 이상 구경거리가 없게 되자, 사람들도 각자 흩어졌다.

서인경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돌아서려던 때, 검은 인영이 그녀의 앞을 막았다.

“또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지?”

연기준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참 잘생기긴 했는데… 사람이 정이 없어. 원주인은 대체 얼마나 멍청하면 이런 남자 때문에 망가진 거야?’

서인경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혼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준비를 해주십시오.”

다루 안으로 들어서던 단은설이 그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며 다가왔다.

“인경아, 자꾸 이상한 고집 부리지 마. 한낱 여인인 네가 어찌 먼저 이혼을 입에 담을 수 있어?”

아무도 그들의 대화를 듣지 못하고 있던 와중에 단은설이 목소리를 높이면서 주변 시선들이 또다시 서인경에게로 쏟아졌다.

상왕비가 이혼이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얘기가 아닐 수 없었다.

이 혼사는 그녀가 가문의 공적을 내세워 억지로 받아낸 것이었다.

심지어는 상왕이 아니면 죽겠다고 하던 그녀가 갑자기 이혼을 주장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또 그녀가 꿍꿍이를 꾸민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연기준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멈칫하더니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건 또 무슨 수작이지? 내가 네 말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느냐?”

서인경은 한심한 눈으로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왕야께선 단은설과 혼인하고 싶어하시니, 제가 두 사람을 위해 자리를 내어드리겠다는 말씀인었사온데, 오히려 잘된 일 아닌가요?”

그 말을 들은 연기준은 인상을 확 찌푸렸고 단은설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인경아, 그런 헛소리는 하는 게 아니야. 나와 왕야 사이는 결백해.”

서인경은 피식 비웃음을 터뜨렸다.

“그 입꼬리나 내리고 그런 말을 하지. 혼인도 하지 않은 처자가 매일 상왕부에 들락거리면서 결백을 주장하는 꼴이라니.”

단은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억울한 척했다.

“인경아, 난 네가 보고 싶어서 상왕부에 들른 거야.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날 오해하면 안 되지.”

서인경은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다른 사람은 오해해도 되고 너는 안 된다? 애초에 맹 소저와 상왕이 이 다루에서 밀회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사람이 너였어. 너 아니었으면 내가 무슨 수로 이 빠른 시간 안에 여기까지 찾아왔을까!”

단은설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

서인경이 그 사실을 사람들이 있는 앞에서 떠벌릴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예전의 서인경이라면 절대 하지 않던 행동이었다.

“인경아… 어찌 날… 그런 식으로 모함할 수 있어? 난 동생인 널 진심으로 돕고 싶었는데. 내가 대체 뭘 잘못했기에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단은설은 마치 큰 상처라도 받은 양,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원주인이었다면 이 상황에서 급히 사과를 했겠지만 서인경은 그저 이들에게서 멀어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나는 서씨고 너는 단씨야. 난 존귀한 상왕비고 내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호국공신이시지. 일개 상인의 딸인 네가 내 언니 행세를 하다니, 참으로 우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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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서인경, 너는 무고한 사람을 무참히 살해하는 간악무도한 짓을 저질렀다. 그리하여 오늘부로 상왕비의 자리에서 폐하고 평생 안락당에 가둘 것을 명한다. 평생 다시 너와 얼굴을 마주할 일은 없을 테니, 네가 죽든 살든 앞으로는 더 이상 관여치 않을 것이다.”서인경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지며, 사내의 냉랭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귓가에 울렸다.‘내가 무고한 사람을 살해했다니?’‘상왕비는 또 뭐야?’“죽은 척하지 말고 당장 일어나지 못할까!”귓가를 맴돌던 목소리가 다시 들려오고, 서인경은 놀라서 번쩍 눈을 떴다.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날카롭고 매정한 누군가의 시선이었다.“당장 일어나거라! 억울한 사람을 모함하였으면 사과를 해야지!”사내는 거칠게 서인경의 팔을 잡아 일으켰다.그러자 무수히 많은 장면들이 서인경의 머릿속을 헤집고 지나갔다.‘이게 소설에서만 보던 타임슬립 빙의?’게다가 더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그녀가 빙의한 상대가 사랑에 눈이 멀어 이성과 지혜를 상실해버린 왕비라는 점이었다.결국 어리석음의 극치가 무엇인지 보여준 그녀는 왕비의 자리에서 폐위당하고 평생 안락당에 갇혀 지내다가 우울하게 생을 마감했다.지금 눈앞에 펼쳐진 시점은 상왕비가 폐위되기 3년 전, 즉 그녀가 간사한 꼬드김에 속아 바람난 상왕을 잡으러 다루, 즉,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듣는 곳으로 와서 난동을 부린 직후였다.그녀는 맹국공의 딸인 맹은영이 자신의 부군인 상왕 연기준에게 꼬리를 쳤다고 욕설을 퍼부었고, 이에 충격을 받은 맹은영은 현장에서 기절한 상황이다. 어릴 적부터 지병을 앓은 맹은영에게는 이런 작은 자극도 치명적이었다.원주인에게 굴욕적인 욕을 들은 그녀는 시름시름 앓다가 며칠 후에 결국 세상을 떠났고, 이 사건 직후로 상왕은 그녀에게 완전히 실망하고 맹국공 가문과 서씨 가문은 앙숙이 되었다.나중에 서씨 가문이 간신배로 몰렸을 때, 앞장서서 개국공신인 서씨 가문의 탄핵을 주장한 사람이 바로 맹국공이었다.그리고 깨어나기 전에 그녀의 귓가에 맴돌았던 비정한 말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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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단은설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자고로 상인은 사회에서 가장 낮은 계급에 속했다.그녀가 가장 싫은 것이 상인의 딸이라는 신분이었다.그게 아니었다면 자신의 외모와 학식으로 진작에 상왕부의 안주인이 되었고 멍청한 서인경에게 왕비의 자리를 빼앗기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속내가 들킬 위기에 처하자 단은설은 곧바로 태세를 바꿔 눈물을 쏟았다.“왕비께서도 세간의 사람들처럼 상인 가문을 천하다 생각하시는군요. 소녀가 괜히 오지랖을 부린 것 같습니다. 소녀는 단지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면 상대도 소녀를 진심으로 대해줄 거라 생각했는데 다 소녀의 착각이었나 봅니다….”‘쳇, 연기는 끝내주네. 하지만 이 몸에 빙의하기 전에 난 황제의 여인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왔다 이 말씀이야.’“진심으로 사람을 대하면 당연히 상대도 진심으로 너를 대하겠지. 그러나 얄팍한 속임수를 진심으로 가장해서 상대에게 접근한다면 벼락 맞아 죽어도 싸지!”“서인경!”단은설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사내가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사람에게 그리 각박하게 대하는 버릇은 대체 어디서 배운 것이냐?”단은설은 이때다 싶었는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왕야, 인경이에게 너무 뭐라 하시지 마십시오. 제가 뭘 잘못했기에 인경이가 기분이 안 좋은 거겠죠. 다만… 저는 제가 뭘 잘못 했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서인경은 황제의 여인 여주인공이 흑화할 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허리를 곧게 폈다.“어디 상왕비의 존함을 너 따위가 입에 담는 것이냐? 이번엔 그냥 넘어가겠지만 다음에 또 불경한 태도를 보이면 엄하게 처벌하겠다.”단은설에게 경고를 날린 서인경은 고개를 돌려 연기준을 바라보았다.“차라리 저에게 교양이 없다고 하십시오. 각박하다는 표현은 상대를 보아가면서 하는 것이지요. 존중할 가치도 없는 쓰레기들에게는 기어오를 기회를 주지 말아야 하는 법입니다.”소문 속 서인경처럼 각박하기 그지없는 말이었다.다만 쓰레기들이라고 말하며 자신을 비웃듯 쳐다보는 그녀의 모습은 연기준의 속을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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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왕야, 부디 제 아들 평안이의 억울함을 풀어주십시오. 당숙께선 제 아들이 출세하는 게 싫으시다고 평안이에게 통령직을 맡기려 하지 않고 계십니다. 어미로서 저는 아들이 평생 전장의 선봉대로 개고생만 하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단 부인 서풍교는 서인경 할아버지의 먼 친척 형님의 딸이자, 단씨 가문의 안주인이며 단은설의 친모였다.단씨 가문의 외동아들인 단평안은 게으르고 어리석은 자였다.군권은 장악하고 싶은데 밑바닥부터 시작하긴 싫어서 인지 군영에서도 늘 게으름만 부리는 자였다.’몇 달 전, 할아버지께서 군을 이끌고 출정을 떠날 때 그는 도망병이 되어 경성에 남았다.군공무로 바쁘신 할아버지께서 여유가 없어 죄를 묻지 않았는데 저쪽에서 먼저 상왕을 찾아와 억울함을 호소할 줄이야.출정을 나간 할아버지께서 돌아올 때가 되니 어떻게든 처벌을 피해가려고 얕은 수를 쓰는 모양이었다.‘내가 건너온지 며칠이나 됐다고 우르르 몰려와서 말썽이야?’서인경이 속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을 때, 연기준이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군영의 직위는 노장군께서 결정하실 일이고 내가 끼어들데가 아니다.”서풍교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왕야께서 한말씀만 해주신다면 당숙께서도 감히 거역하시지 못할 것 아닙니까.”“그건 맞는 말이지만 난 직권을 남용할 생각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아니될지어다.”“그… 그건….”서풍교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지 못했다.“왕야… 제 딸 은설이랑….”“어머니, 제발 그만하세요.”연기준의 표정이 차갑게 식어버리자, 단은설은 다급히 어미의 말을 끊었다.“그건 왕비께서 오해하신 겁니다. 저도 이 소문 때문에 곤란해 죽겠는데 어머니까지 이러시면 어떡합니까.”‘감히 내 할아버지를 모함해?’서인경은 성큼 정원으로 발을 들였다.“고모님, 할아버지가 가장 아끼는 손자는 궁에 계십니다. 숙귀비 소생의 십오황자님이시죠. 단평안은 단씨이지 서씨도 아닙니다.”서인경이 안으로 들어서자, 단은설 모녀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단은설에게 서인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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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서인경도 피식 웃으며 받아쳤다.“저도 왕야와 장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어차피 저를 좋아하지도 않으니, 일단 이혼서에 서명하고 폐하께서 운명하신 후에….”곧바로 이어진 연기준의 냉랭한 시선에 서인경은 결국 하려던 말을 도중에 삼킬 수밖에 없었다.“감히 이 나라의 폐하를 주저하는 말을 입에 담다니. 너 살기 싫다고 네 할아버지와 고모, 그리고 십오황자의 목숨까지 안중에도 없는 것이냐!”서인경은 뒤늦게야 자신이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연기준은 황제의 동생이니, 아무리 죄를 묻는다고 할지라도 절대 그의 목을 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말이 소문이라도 나면 화를 입는 것은 역시나 서씨 가문이었다.‘뭐야, 이 인간 설마 나를 걱정해 주는 건가? 설마….’‘구족을 멸할 대죄를 저지른 상대가 자신의 왕비라는 것이 수치스러워 그러는 거겠지.’서인경이 말이 없자 연기준은 정색하며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앞으로 그 성격 좀 죽이고 매사에 조심하여야 할 것이다.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땐 가법으로 다스리겠다.”상왕부의 가법은 장군부와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혹독했다.‘곤장 오십 대면 그냥 나더러 죽으란 소리잖아?’서인경은 입을 삐죽이며 불만을 토로했다.“그냥 안 하면 될 것을, 뭘 그리 겁을 주십니까?”그는 그 말을 끝으로 돌아가려다가, 입구에 도착해서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고작 그런 말에 제가 겁먹을 거란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어쨌거나 전 끝까지 이혼을 주장할 것입니다.”연기준은 긴 한숨을 내쉬며 피곤한 듯, 이마를 짚었다.꿈꾸던 화려한 싱글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방으로 돌아온 서인경도 힘이 풀렸다.‘다시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건 사양하고 싶은데….’서씨 가문의 입지 또한 현재로서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대대로 쌓아 올린 수많은 공적은 오히려 가문의 족쇄가 되었다. 새로 즉위한 황제가 그들을 경계하고 의심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할아버지가 돌아오시면 병권을 내놓고 고향으로 돌아가시라고 하는 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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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연풍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왕비께선 사람을 만난다고 외출하셨습니다.”연기준이 물었다.“단은설을?”연풍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아닙니다. 맹 소저를 만난다고 하시더군요. 단씨 일족과는 완전히 연을 끊은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는 문지기에게 앞으로 단 소저가 찾아오면 왕부에 절대 들이지 말고 돌려보내라고 하셨답니다.”뒷목을 주무르던 연기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동작을 멈추었다.‘전에는 그렇게 소중한 자매라고 감싸더니, 정말로 결렬한 것인가? 내가 단은설과 뭐가 있다고 의심해서?’“왕비가 직접 말한 게 확실하느냐?”연풍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한편, 서인경은 오늘 꼭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어서 일단 맹은영을 만나볼 생각이었다.소문이 거의 다 퍼졌으니 이제 거기에 불꽃을 붙일 때였다.증거만 없는 뜬구름 잡는 소문이지만 혼인도 안 한 맹은영에게는 크나큰 타격일 것이다.맹국공 가문에서 뭐라고 불만을 표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속으로는 원한을 품고 있을 것이다.서인경은 맹국공부에 선물을 보내고, 맹은영에게는 밖에서 따로 만나자고 초대를 보냈다.약속지점은 경성에서 가장 호화로운 주루였다.칸막이를 들어올린 주루의 한 방에서 그녀는 맹은영을 마주했는데, 창가 방이었기에 지나가던 행인들마저 두 여인을 볼 수 있었다.서인경은 들어온 맹은영에게 정중히 차를 권했다.“맹 소저, 이리 나와줘서 참으로 고맙네.”맹은영은 어색한 표정으로 찻잔을 받았다.“오히려 감사인사를 해야 할 쪽은 저인 것 같은데요.”서인경이 담담한 얼굴로 물었다.“독을 뿌린 범인을 찾았나요?”그날 맹은영은 돌아가자마자 집안을 수색했는데, 역시나 그녀가 평소에 즐겨먹던 꿀떡에서 소량의 독가루가 발견되었다.단번에 목숨을 앗아가진 않지만 열흘 정도 연속 복용한다면 장기 파손으로 죽게 되는 독이었다.맹은영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그날의 일을 떠올리면 소름이 돋았다.“부엌에서 일하던 일꾼이 자결하면서 단서가 끊어졌습니다. 저는 누구에게 원한을 산 적이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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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그는 취기에 비틀거리며 서인경의 앞으로 다가갔다.“뭐, 네가 오늘 나를 기쁘게 해주면 모두 없던 일로 해줄 수 있지. 상왕이 널 버리게 된다면, 내 통방 시녀 정도는 시켜줄게. 어때?”불경한 말에 구경하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숨을 헉하고 들이켰다.서인경은 싸늘한 눈길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당장 내 앞에서 꺼지지 못할까!”술기운에 이미 이성의 끈을 놓은 단평안에게 그런 말은, 그저 화만 더 자극할 뿐이었다.“내 앞에서 건방 떨지 마라. 상왕은 언젠가 너를 내칠 것이다. 그때 가서 나한테 빌붙어도 때는 이미 늦어!”그의 탐욕스러운 눈길이 서인경을 쭉 훑더니 그녀의 뒤에 있는 여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나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마구 비볐다.“너희들도 나와 같이 가자꾸나. 오늘 오라버니들이 너희를 즐겁게… 악!”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처참한 비명이 주루 안팎으로 울려 퍼졌다.서인경은 힘을 주어 놈의 손목을 잡고 비틀어서 바닥에 패대기쳤다.이곳으로 건너오기 전 그녀는 이미 결혼하지 않을 생각을 굳혔기에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수단으로 호신술을 배웠다.법치사회에서는 그 기술을 써먹을 기회가 없었는데 이곳에서 빛을 발할 줄이야.바닥에 쓰러진 단평안은 손목을 부여잡고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악… 이년이 감히 나를 쳐? 너 두고 봐! 언젠가는 내 밑에 깔려서 처참한 신음을 뱉게 될 테니!”‘이 자식은 이 상황에서도 이런 더러운 소리나 지껄이다니!’식탁 위에는 주루 심부름꾼이 방금 전 가져온 뜨거운 물주전자가 놓여 있었는데, 서인경이 한손으로 그것을 집어 단평안의 사타구니를 조준하고 주저없이 부어 버렸다.“너… 뭐 하는… 악!”곧이어 또다시 처참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따라왔던 취객들이 놀라서 술이 깰 정도였다.단평안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을 뒹굴었지만 아무도 감히 나서서 그를 부축할 수 없었다. 상왕의 총애를 받든 못 받든 상왕비를 희롱한 언사는 대죄였기 때문이다. 구경하는 건 좋지만 아무도 굳이 나서서 화를 자초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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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맹경운은 여동생을 힐끗 보고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며칠 전에 상왕비께서 너에게 시비를 걸었다고 들었는데 갑자기 사이가 좋아진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맹영은이 답했다.“그건 오해였어요. 오라버니, 저를 상왕부에 데려가 주세요. 제가 직접 왕야께 해명하겠습니다. 이번 일은 왕비의 잘못이 절대 아닙니다.”맹경운은 단호히 거절했다.“상왕과 왕비 사이의 일은 끼어들지 말거라. 상왕비는 조용히 지낼 성격이 아니니 앞으로는 되도록이면 가까이 지내지 마.”주루의 맨 위층에서 한 검은 옷을 입은 젊은 청년이 뒷짐을 지고 이 광경을 구경하고 있었다.청년의 옆에 선 중년 사내가 맹은영이 있는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헌아, 저쪽이 맹국공의 적녀인 맹은영이다. 네 모후께서 널 위해 간택한 황자비지.”연강헌의 시선은 주루 밖에서 연기준과 실랑이를 벌이는 여인의 뒷모습에 닿았다.“저는 상왕비가 더 재미있어 보입니다만.”중년 사내가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네 숙모 되는 사람이다.”연강헌은 시선을 거두고 묘한 미소를 지었다.“오해이십니다. 그저 소문이랑 많이 다른 것 같아서요.”국구, 즉, 황후의 오라비인 하선준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맹국공은 조정에서도 꽤 성망 높은 사람이다. 세 손자마저 덕목과 재능을 겸비한 전도 유망한 청년들이지. 단씨 가문은 엄청난 부를 이룩하고 만 천하에 점포를 둔 가문이야. 황후마마께서는 두 집안의 처자들이 같이 널 내조한다면 분명히 너에게 힘이 되어줄 거라고 예견하셨지.”연강헌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방금 전 끌려간 놈이 단씨 가문의 삼대 독자 아닙니까?”하선준이 말했다.“아들 녀석은 좀 무능하지만 둘째 딸은 경성에서도 재녀(시조와 그림에 능통한 양반가 여성)라는 호칭을 들을 정도로 똑똑한 아이라고 하니 너도 마음에 들 게다.”하지만 연강헌은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이었다.“큰딸은 상왕비의 자리를 원한다고 들었습니다.”하선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가문의 공적을 내세우지만 않았더라면 지금의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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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한편 단씨 가문은 아수라장이 되었다.삼대독자인 귀한 아들이 곤장 백 대를 맞고 숨만 붙어서 돌아왔으니 말이다.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당분간은 사내구실도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부상 정도가 조금만 더 심했어도 가문의 대가 끊어질 뻔했다.단효산은 크게 화를 내며 왕부로 찾아가 따지려고 했으나, 다행히 그나마 이성이 남아 있는 단은설이 이를 말렸다.“아버지, 지금은 경거망동할 때가 아닙니다.”분노에 찬 단효산의 고함소리가 저택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그럼 네 동생이 저렇게 되었는데 가만히 있으란 것이냐!”단은설은 그런 그를 위로했다.“아버지, 관아는 상왕의 명을 따른 것뿐입니다. 지금 따지러 가면 책임을 상왕께 돌리는 꼴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 모든 일은 서인경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상왕비라는 신분을 내세워 대놓고 악행을 저질렀지요. 그러니 이 원한은 서씨 가문에게 풀어야 합니다.”“언니 말이 다 맞습니다.”밖에서 들어온 단여월이 말했다.“맹국공부 쪽에 지시한 일이 거의 성사되고 있었을 때, 맹은영이 서인경이랑 접촉해서 독을 탄 간식들을 찾아냈어요. 분명 서인경이 중간에서 무슨 짓을 한 걸 거예요!”단효산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서인경 그 계집은 그 일을 무슨 수로 안 거지?”단여월은 고개를 돌려 단은설을 바라보았다.그러자 단은설은 고개를 저으며 다급히 말했다.“저는 한 번도 그년 앞에서 그 얘기를 꺼낸 적이 없습니다.”단여월은 확신에 찬 어투로 말했다.“그년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중요치 않아요. 원래는 앙숙이었어야 할 두 사람이 수상하게 친구가 되었어요. 듣기로 평안이가 구타를 당하고 있을 때, 맹영은도 그 자리에 같이 있었다고 합니다.”단효산은 주먹을 불끈 쥐고 고함을 질렀다.“서인경! 내 아들의 원수는 반드시 갚을지어다!”금족의 기간에 서인경은 틈틈이 평이에게 호신술을 가르쳐주었다.이날 아침도 배불리 먹고 정원에서 운동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데 며칠째 꾹 닫혔던 대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관리인이 하인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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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아직 뒷정원에 있을 맹은영을 떠올리자 서인경의 안색이 급변했다.“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비켜!”의도가 들켰다고 판단한 단은설은 재빨리 다가와 서인경의 옷깃을 잡았다.“인경아, 난 진심으로 너와 오해를 풀고 싶어. 제발 내 말 좀… 악!”서인경은 그녀의 팔목을 잡고 옆으로 비틀며 윽박질렀다.“맹은영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넌 여길 못 빠져나갈 줄 알아.”그 말을 끝으로 단은설은 헌신짝처럼 바닥에 패대기쳐졌다.급하게 뒷정원으로 뛰어가는 서인경을 바라보며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오늘 온 손님들은 모두 앞 정원에 모여 있었기에, 뒷정원은 시종 한 명 없이 고요했다. 하지만 그 고요함은 서인경을 오히려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그래서 정자로 가봤지만 사람 한 명 없었다.“은영… 맹은영!”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그녀는 더욱 초조해졌다.‘결국 이번에도 정해진 결말을 바꿀 수 없는 것인가?’만약 맹은영이 이곳에서 변을 당한다면 서씨 가문에 도래할 재앙도 막을 수 없지 않을까?그녀는 생각이 깊어질수록 불안감도 커져갔다.“맹은영, 어딨어? 빨리 나와…!”가산 뒤편으로 달려간 서인경은 뭔가 미세한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맹은영, 거기 있어?”바로 그때, 갑자기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뭔가가 물에 빠지는 소리였다.서인경은 재빨리 그곳으로 달려갔는데, 기력이 잔뜩 빠진 듯한 맹은영이 호숫가의 돌부리를 힘겹게 잡고 있었다.서인경을 본 순간, 그녀는 긴장이 풀렸는지 그대로 호수에 빠져 버렸다.서인경은 생각할 틈도 없이 바로 호수에 뛰어들었다. 초겨울이라 뼈를 에이는 듯한 추위가 몰려왔다.‘어떤 망할 년이!’이 온도면 병약한 맹은영이 버틸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살인이에요! 누가 물에 빠졌어요!”곧이어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앞 정원에 있던 사람들이 이쪽으로 달려왔다.서인경은 이를 악물고 그곳으로 헤엄쳐 맹은영을 수면 위로 들어올렸다. 곧이어 왕부의 호위도 물에 뛰어들었다.사람들은 허둥지둥 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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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서인경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기에 손을 가슴에 얹고 다급히 말했다.“이 자리에서 맹세하겠습니다. 만약 제가 맹은영을 구하지 못한다면 저를 바로 내치십시오. 모든 일의 책임은 저 홀로 책임지겠습니다. 만약 약속을 번복한다면 벼락 맞아 죽을….”“그만!”연기준은 버럭 고함을 지르더니 뒤돌아섰다.“어서 옷부터 갈아입거라!”맹은영의 상태는 좋지 못했다.방 안에 수요 이상으로 들여놓은 여러 개의 난로가 활활 타고 있어 다른 사람은 땀이 뻘뻘 흐르고 있었으나, 그녀는 여전히 의식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태의가 여러 방법으로 체온을 돌아오게 하려 시도했으나, 그녀의 몸은 점점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태의는 등 뒤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긴장해서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뭔가 이상함을 느낀 맹경운이 다가와 그의 멱살을 잡고 끌어올렸다.“말하거라. 살릴 수 있어, 없어!”겁에 질린 태의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소… 소인… 최선을 다했지만….”털썩.“국공 어르신!”이때 병풍 뒤에 있던 맹양산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저 생신연회에 참석했을 뿐인데 여기서 딸을 잃게 될 줄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서왕은 즉시 사람을 시켜 맹국공을 옆 별채까지 부축하게 했다.주먹을 꽉 쥔 맹경운의 두 눈에서 살기가 흐르고 있었다.그는 벌떡 일어나 밖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이때, 문이 열리면서 연기준과 서인경이 안으로 들어왔다.원수를 앞에 둔 맹경운의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었다.“왕야, 소인은 왕야의 충직한 신하였습니다. 그러나 여동생을 죽인 범인을 살려둘 수는 없으니, 부탁드리건대 소인을 막지 말아주십시오.”그 말을 들은 서인경은 가슴이 철렁했다.‘내 예상이 맞았어. 태의는 속수무책이었던 거야.’“나 서인경, 내가 한 잘못은 당당히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하지 않은 일을 뒤집어쓸 생각도 없다. 내게 은영 소저를 살릴 방법이 있네. 그러니 맹 공자, 내게 반 시진만 주시게. 반 시진 후에 오늘 그곳에서 있었던 자초지종을 다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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