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상황과 평남왕평남왕이 손짓으로 말리며 말했다. “여섯째야, 그럴 필요 없어. 저들 중에 몇몇은 진심으로 나라를 위하는 자들로 주변에서 부추겨서 그래. 초심은 좋은 거니 됐어.”태상황이 기분이 상해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반평생을 조정에서 굴러먹었으면서 아직도 사람들한테 부추김이나 당하는게 과인을 화나게 하는 겁니다.”평남왕이 웃으며 말없이 푸바오를 응시하더니 잠시 후 말했다. “눈 늑대를 오래 못 봤군.”“눈 늑대?” 태상황이 순간 평남왕이 어느 눈늑대를 얘기하는지 알 수 없었다. “초왕부에 있지요, 눈 늑대를 보고 싶으시면 초왕부에 가서 보면 됩니다.”평남왕이 고개를 흔들며 먼 곳을 향한 눈빛으로 말했다. “적성루의 눈 늑대 말이야.”태상황이 웃으며 말했다. “아직 살아있나 모르겠네요?”“살아있지!”평남왕이 말했다.태상황이 이상하게 생각하며 말했다. “아직 살아있어요? 이렇게 세월이 지났는데, 늑대가 이렇게 오래 사나요?”평남왕이 응하고 대답하더니 고개를 돌리고 한참을 생각하는데 얼굴에서 침착한 분위기가 천천히 사라지고 약간 멍하게 변하며 말했다.“형수님이 눈 늑대는 오래 산다고 하셨어, 죽지 않을 수도 있데.”평남왕의 목소리가 약간 바뀌며 아이같이 들리는 게 조금 전과 다르다.평남왕은 쭈그리고 앉아서 손을 뻗어 푸바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푸바오의 털을 빗겨주더니 말했다. “착하지, 오늘 밤은 내가 널 데리고 산책할 거야.”평남왕이 고개를 들어 태상황을 보고 말했다. “여섯째야, 어때?”태상황의 눈빛이 순간 부드럽게 변하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좋아요, 있다가 저녁 먹고 우리 푸바오를 데리고 산책 나가요.”평남왕이 즐겁게 아이처럼 깡총거리는 게 방금 성숙하고 신중한 모습과 사뭇 딴판이다.태상황이 평남왕을 보며 작게 탄식했다.“여섯째야, 나 졸려!” 평남왕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태상황이 사람을 시켜 평남왕을 쉬시게 하자 평남왕이 고개를 돌려 태상황에게 미소 짓고 말했다. “나 깨면 우리 또 같이
격변하는 소문바깥 동정이 어떤지 원경릉은 신경 쓰지도 묻지도 않고, 우문호는 일찍 나가서 늦게 귀가해 부부는 대화도 거의 나누지 못했다. 우문호는 기본적으로 돌아와 베개에 머리를 대는 순간 잠이 들었고 다음날 해가 뜨기 전에 나가서 원경릉과 말 할 여유가 없었다.탕양은 상태가 좋아져서 원경릉을 알아봤지만 반응이 느리고 둔해 홍엽공자가 약을 보내왔는데 탕양이 빨리 깨어날 수 있을 거라고 했다.약을 쓰고 나자 다음날 정신이 훨씬 또렷하고 뭘 물으면 전처럼 그렇게 굼뜨게 대답하지 않고 생각을 할 수 있게 됐다.이대로 며칠 더 쉬면 괜찮을 것 같은 게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더 순조로운 편이다.주재상 일로 대신들과 민간에는 안풍친왕과 평남왕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점점 과열됐으나, 우문호는 이를 억제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안풍친왕과 평남왕을 위해 변명하지도 않고 평남왕을 객잔에 묵도록 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평남왕이 매일 주부에 드나들게 놔뒀다. 우문호는 주재상의 집에 병문안 뒤에 내각으로 돌아와 의정을 하고 밤이 늦어서야 궁에서 떠났다.본래 주재상의 문하생은 여전히 우문호가 주도해 주기를 기다리며 노신들의 간언과 참소에 동참하지 않았으나, 우문호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자 다급해져서 우문호에게 중독 건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상소문을 올리기 시작했다.우문호는 여전히 거들떠보지 않고 심지어 그들이 일을 크게 만들도록 방임하기까지 했다.이들은 문관과 무관이 다 있고 숫자가 비교적 많아서 일단 소란이 일어날 경우 수습이 불가능할 게 틀림없다.위태부가 그 사실을 우문호에게 일깨워주었으나 우문호는 한사코 신경 쓰지 않고 연못 물이 점점 혼탁해지도록 내버려 두었다.그리고 정국이 한창 혼란스러워졌을 때 민간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데, 드디어 사실 주재상 독살은 안풍친왕이 한 게 아니라 숙나라의 주인이었던 독고가 죽지 않고 몰래 북당에 잠입해서 북당의 일부 조정 대신과 결탁해 북당 정권의 전복을 획책하기 위해 한 짓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독고
우문호와 임소3개의 성지가 거의 동시에 하달되어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던 지난 날 모습과 완전히 달라졌다.임소가 잡혀온 뒤 우문호가 직접 밤에 심문했다.임소는 경조부 감옥에 갇혔고, 구사에게 잡힐 거라고 꿈에도 상상을 못했었다.그래서 감옥에서 우문호를 보고 냉소를 지으며 대놓고 말했다. “당당한 북당의 태자가 뜻밖에도 약을 쓰다니 얼마나 비굴하고 수치스러운 일인가?”우문호가 의자에 앉아 감옥에 앉아 있는 임소를 눈을 치켜 뜨고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 “보아하니 이미 알아챈 모양이군.”임소의 소굴에 관해서는 진작에 꼬리를 잡고 있었지만 병사들을 움직이지 않고 외부의 소문이 점점 심해지도록 내버려뒀다가 소란한 정국을 틈타 임소의 본거지에 돌입하도록 했다. 임소가 이렇게 믿는 구석이 있는 건 데리고 온 사람은 전부 무림의 고수들로 일단 손을 쓰면 8~90%는 도망칠 수 있고, 자신도 무공이 강해 일단 일이 터지면 쉽게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방법을 써야만 했다.평남왕과 안풍친왕을 직접 가리키는 여론을 무르익게 한 것은 그들이 원하던 것으로 기뻐하며 다음 단계 포석을 배치할 것이다. 곧 수많은 그들 사람이 경성으로 들어 올 상황이었다. 그런데 독고가 죽지 않았다는 소문이 도는 바람에 다음 수에 차질이 생기려는 것이다. 가장 득의양양한 순간에 갑자기 이런 정보가 전해지자 산꼭대기에서 벼랑 끝으로 추락하는 것처럼 혼란을 야기할 게 틀림없다. 반격할 방법도 첩자를 소집해 각처에서 침투 행동을 개시하는 것이다.그리고 이때 우물물에 약을 타서 그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적어도 이번에 붙잡은 건 분명 각지 첩자의 우두머리로 임소 이 교활한 미꾸라지 같은 놈은 전에는 잡기가 절대 쉽지 않다. 그는 무공이 매우 뛰어나고 신중해서 예전이었으면 독을 타도 통한다는 보장이 없었는데 이번은 득의양양한 상황과 혼란스럽고 황망한 상황이 손발을 꼬이게 해서 스스로 걸려 넘어진 것이다.임소가 냉랭하게 말했다.
임소를 어떻게 처리하나임소가 우문호를 한참 노려보더니 정말 이해가 안 되는지 마지못해 말했다. “어째서 당신은 평남왕이 역심을 품지 않았다고 단언하지? 누구든 평남왕과 안풍친왕을 의심할 수 밖에 없잖아.”우문호가 의자에 앉아 극도로 긴장했다가 풀어지듯 고요한 눈으로 말했다. “너희들은 평남왕 전하 탓으로 돌려 정치를 혼란하게 하려했지만 평남왕 전하에 대해 이해가 부족했어. 평남왕 전하는 정상적이실 때가 적지. 대부분은 아이와 같은 상태셔. 어린 아이가 어떻게 황위를 노릴 수가 있지?”“그럼 안풍친왕은?” 임소도 이점은 아는 듯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말했다. “평남왕이 제일 신경 쓰는 건 안풍친왕 부부야. 맑은 정신일 때 그들을 위해 계획을 세우는 게 불가능 한 일도 아니지. 안풍친왕이 야심이 없다고 하면 북당 사람들은 안 믿을 걸?”우문호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북당 사람들은 다 안 믿지만 난 믿어.”임소가 우문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당신이 믿는다면 너무 유치한 거야. 큰 일 못하지. 조만간 떨어져 죽겠군.”우문호가 의자에 기대서 평소처럼 말했다. “그건 네가 신경 쓸 거 없고, 네 꼴이나 봐, 독고가 어디 있는지 넌 얘기 못하겠지.”임소가 고개를 돌리더니 얼음장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능력 있으면 어디 한번 찾아 보시든가. 날 잡았다고 내 입에서 뭘 찾아낼 생각 버리고. 경조부의 어떤 가혹한 형벌을 가해도 난 무서운 적이 없어. 마음껏 어디 한번 해봐.”우문호가 임소를 한참 노려보는데 눈빛이 갈수록 날카로워지며 말했다. “네 입에서 무슨 말을 꺼낼 생각 없어. 네 본거지를 소탕한 건 단지 널 잡기 위해서야. 난 그 인간 찾는 게 하나도 급하지 않거든.”임소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천천히 눈을 감으며 말했다. “그래? 목적도 달성했는데 딱히 할 말이 없군, 구워 먹든 삶아 먹든 마음대로 해!”“난 널 안 죽일 거야. 널 홍천이에게 주고 처리하게 할 거니까.” 우문호가 일어나 감방 앞에 다리가 쭉 뻗
독고가 올까“이미 심문했나요?”“심문 했어, 아무 것도 얘기하려 하지 않더군. 그자 같은 자는 형을 가해도 소용없고 남겨둔다고 해도 그자가 입을 연다는 보장도 없어서 죽이고 싶으면 죽여. 다른 건 고려할 필요 없어.” 소홍천의 마음 속에 분노가 북받쳐 올랐다. 처음의 증오와 달리 다시 그가 미워졌다. 오히려 처음에는 어느 날 그가 체포되거나 혹은 잘못을 알지도 모른다는 기대라도 있었다.하지만 우문호의 얘기를 들어보니 줄곧 그녀 혼자만의 일방적인 연민에 불과했다는 걸 문득 깨달았다.“언제 가서 볼 생각이야? 결정되면 사람 보내서 알려줘. 일곱째한테 준비하라고 할게.” 우문호는 아무것도 권하지 않고 갔다.소홍천은 멍하니 앉아 있었다. 가서 만나야 할지, 만나고 안 만나고 무슨 차이가 있는지 고민했다. 이 남자는 한때 그녀의 마음 속에 긴 시간 자리잡고 있던 사람이다. 그녀가 길고 긴 꿈을 꾸게 만들었으며, 또한 심하게 두 번 차이고 상처투성이가 되게 만들었다.소홍천은 자신이 적군과 아군이 분명히 구분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망설이고 번거롭게 굴고 있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우문호는 집으로 돌아가 원경릉을 안더니 한동안 놔주지 않았다.파란만장한 며칠 사이 우문호는 사실 엄청 큰 압력을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임소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만약 정도를 조금만 벗어나도 태자를 폐하자는 목소리가 사방에서 일어나 수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하지만 다행히 우문호는 잘 버텼다.원경릉이 우문호의 등을 살살 토닥여주고 꼭 쓸어주었다. 비록 요 며칠간 물어보지 않았고 오늘 긴급작전으로 임소를 체포했다는 것도 전혀 몰랐지만, 한밤중에 깰 때마다 우문호가 눈을 뜨고 휘장 꼭대기를 바라보고 있는 걸 봤다. 차마 아는척하지 못했을 뿐이다.우문호가 천천히 원경릉을 놔주고 피곤한 얼굴에 일말의 미소를 띠며 말했다. “임소가 체포됐어. 첩자 하나를 가려낸 거야. 주명양도 죽일 수 있고.”“그럼 이어서……”우문호가 원경릉을 끌어 앉히더니 여전히 비밀
놀잇배원경릉은 태평성대에서 자랐으나 북당에 와서 이미 수년간 몇몇 일을 알게 되었고 특히 국가적 단위와 관계되는 것은 고상한 척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다.‘국가의 흥망은 필부의 책임’이란 말은 입에 발린 구호가 아닌 것이 나라의 평화는 선혈을 흘리고 목숨을 바친 대가이기 때문이다.내일 주명양을 처단한다고 해서 우문호가 말했다. “집안에 며칠 가만히 있었으니 내일 당신을 데리고 가서 바람 쐬려고 하는데 우리 둘이 가자 괜찮지?”“어디 가는데?” 원경릉은 사실 오매불망 경호에 가고 싶었지만 경호에 가려면 만두를 데리고 가야 한다.“어디로 갈지 안 정했어. 그냥 바람 쐬러 나가게. 하룻밤 뿐이지만. 모레는 돌아와야 하거든. 그래서 경호는 못 가.” 우문호도 원경릉의 마음을 알고 있다. 마음속에 늘 경호가 걸리는 게 그곳이 집으로 돌아갈 통로이기 때문이다.사실 그가 모르는 건 경호가 원경릉에게 있어 단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일뿐 아니라 살아남는 길이기도 하다. 주진의 말이 계속 원경릉의 마음에 남아 있다. 주진이 그렇게 MRI를 찍고 싶어 했던 걸로 봐서 분명 이상한 점을 발견했을 것이다.경호에 가지 못하니 원경릉이 말했다. “어차피 하루뿐인데 우리 경성 근교를 다니는 건 어때, 아니면 농촌으로 가던지, 어때?”“농촌?”“응, 북당의 농촌, 그러고보니 내가 여기 이렇게 오래 있었는데 진짜 농촌을 접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서.” 원경릉은 원래 그냥 되는 대로 한 말이지만 이렇게 말하고 보니 상당히 기대가 됐다.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 “농촌에 가는 게 뭐가 어려워? 경성에도 농촌이 있는데 경성을 떠날 필요 없어.”“그거 잘 됐다. 우리 내일 바로 출발하자.” 여기 모든 걸 떨쳐 버리고 우문호와 둘이 나가다니 기대된다.원경릉의 눈에서 기쁨을 읽고 우문호는 많이 미안해 져서 그녀를 꼭 끌어안고 머리에 입을 맞췄다.5년을 함께 하며 출정했던 시간을 빼고 거의 매일 같이 있어왔다. 우문호는 인생에서 갑자기 원경릉이 사라지면 어떻게 할
사랑의 속삭임사공과 점원이 노를 젓자 배는 점점 기슭을 떠나고, 우문호는 흥이 올라 가장자리에 엎드려 아래를 보며 말했다. “고기가 있나?”원경릉이 곁에 앉아 역시 칠흑 같은 수면을 보는데 별과 등불이 비치는 거 말고는 수면 아래는 사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우문호가 호수 표면을 손으로 젓자 낙엽이 말려들어 손끝을 맴돌다가 빠져버렸다. 우문호가 고개를 들고 원경릉에게 미소를 지었다.원경릉은 우문호의 기쁜 눈빛에 설렘을 느끼며 우문호 곁에 엎드리자 우문호가 그 여세를 몰아 안더니 얼른 원경릉의 입술에 키스했다. 미소가 입가에 피어나며 눈은 말할 수 없이 들떴다.좋을 때다.원경릉은 가슴이 조금 시큰했다. 오늘 밤 왠지 모르겠지만 오직 그만 바라보며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문호의 미소 하나 키스 하나까지 전부 그녀의 마음을 흔들었고 또 시큰하게 만들었다.원경릉은 한동안 우문호를 이렇게 본 적이 없었다.두 사람이 갑판에 누워 고개를 들고 밤하늘의 별을 보는데 마치 꿈처럼 아름답고 집에서 슬쩍 빠져나와 배를 타는 건 계획해 본 적도 없어서 죄책감 같은 쾌감이 느껴졌다.원경릉이 연한 미소를 지으며 우문호에게 기대자, 남자다운 입술이 원경릉의 입술에 포개졌고 원경릉이 밀치며 말했다. “누가 있잖아.”우문호가 고개를 돌려 보는데 사공과 점원은 배를 젓는 데만 신경 쓰고 아예 그들을 보지도 않았다. 호수에서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은 나름의 규칙이 있는데 어떻게 손님을 몰래 훔쳐볼 수가 있어?하지만 우문호도 더는 키스하지 않고 조용히 원경릉을 안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원 선생은 물론이고 우문호도 이렇게 긴장을 푼 것도 오랜만이다.여전히 걸음걸음 긴장과 압박의 연속이지만 우문호는 전보다 상당히 가뿐했다. 적어도 주도권이 완전히 다른 사람의 손에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약속대로 머리를 비우고 고민되는 일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원 선생, 벌에 쏘일 뻔했던 그때 기억나?” 머릿속에 몇 년 전 처음으로 같이 있던
아름다운 밤뱃사공 부부가 야식을 만들어 살금살금 오더니 두 사람에게 먹으라고 건넸다.뱃사공 아낙은 대략 서른 살이 넘었고 늘 물에서 생계를 꾸리다 보니 걸을 때도 휘청거리는 게 습관이 들어 몸이 약간 흔들렸다. 대부분은 밤에 호수를 유람하고 낮에는 자기 때문에 피부가 희다.뱃사공 아낙은 솜씨가 좋아서 요리를 몇 개 만들었는데 고기볶음, 생선구이, 죽순 볶음에 민물 고기 죽도 끓였다. 우문호도 식욕이 동했다. 오늘 내내 밥을 먹지 않아서 배가 고파 원경릉을 앉히고 뱃사공 아낙을 칭찬했다.“향이 좋은 게 분명 맛도 좋겠군.”뱃사공 아낙도 습관적으로 손님과 말을 주고받았으나 이 공자는 특히나 잘생겨서 그에게 칭찬을 받으니 순간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져 얼른 손을 젓고 말했다. “조잡한 요리지만 공자와 부인께서 싫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앉아서 같이 먹을까요?” 원경릉이 불렀다.뱃사공 아낙은 손을 내젓고말했다. “아뇨, 아뇨, 같이 안 먹습니다. 저희는 있어요.”말을 마치고 부끄러워서 물러났다.갑판 위에 풍등이 하나 켜지고 요리는 전부 낮은 탁자에 놓였는데 두 사람이 양반다리를 하고 보료에 앉았다. 호수가 출렁이고 별빛이 물에 비쳐 반짝이는 걸 보니 말할 수 없이 낭만적이다.요리는 꽤나 입에 맞았는데 죽순이 연해서 딱 먹기 좋게 신선하고 부드러웠다.우문호가 원경릉에게 잔뜩 집어주고 원경릉이 볼이 빵빵해지도록 먹는 걸 보니 즐거웠다. 원경릉이 먹으면서 뱃사공 부부와 점원이 유심히 살펴보니 배를 멈추고 저쪽에서 먹고 있다.그들은 가운데 냄비를 하나 걸어 놓고 반쯤 쪼그리고 둘러앉아서 각자 그릇을 하나씩 들고 아주 맛있게 먹고 있다. 뭘 먹는지는 안 보이지만 맛깔나게 먹는다. 뱃사공이 아낙에게 요리를 집어주는 동작이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 오랜 시간 같이 있으면서 그녀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암묵적으로 몸에 배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세상이 다 고요한 이 느낌에 원경릉은 감동했다.강산이 무슨 소용 있고, 황제를 해서 뭐 하나
안왕은 깜짝 놀랐다.“그가 꿈을 꿨다고? 셋째 형님이 사고를 당하는 꿈을?”“예!”“언제 꾼 꿈이더냐?”원경릉은 많이 지친탓에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말했다.“아마 저녁 해시쯤 인 것 같습니다.”안왕이 물었다.“저녁 해시? 강북부에 있던 것이냐? 해시에 꿈을 꿨는데, 어떻게 자시가 되어 도착한 것이냐?”원경릉은 멈칫하다가, 그제야 무심코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며칠 전에 꾼 꿈이라고 수습하려 해도 방법이 없었다. 다섯째와 함께 온 것이 아니라, 홀로 왔기 때문이다.안왕은 여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사실 그는 황후에게 무슨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황후에 관한 일은 늘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 수 없었다.안왕은 셋째 형님의 일로 마음이 무거운 터라, 더 캐묻지도 않았다. 사실, 더 캐묻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황후가 대단하다 해도, 그를 해치지 않기 때문이다. 정말 그를 해칠 사람이었다면, 진작 그를 죽였을 것이다.그는 다만 셋째가 위험에 빠진 것을 다섯째가 꿈에서 알았다는 것이 놀라왔다. 게다가 그 꿈 하나로 황후를 먼저 급히 보내왔다는 것도 놀라웠다.꿈을 꾸는 건 어쩌면 이상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형제끼리는 어느 정도 교감을 하니 말이다. 하지만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황후를 심야에 먼저 보낸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그는 예전에도 다섯째를 대단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존경을 넘어, 그들의 형제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원경릉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수술이 끝나자마자, 그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주사를 놓았다.큰 상처들은 처리했지만, 얼굴과 손에 있는 작은 상처들은 아직 손도 못 댄 상태였다. 원경릉은 생리식염수를 꺼내 천천히 상처를 닦아주었다.얼굴에는 작은 상처들이 여러 군데 있었고, 손에 특히 많았다. 그녀는 예전에 그가 강북부에서 병사들과 함께 산을 오르고 밭을 일구며 텃
수술실은 즉시 가장 빠른 속도로 준비되었고, 원경릉은 직접 소독했다. 소독이 끝난 후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그 후 위왕을 이송했는데, 이송하는 사람들도 전부 소독을 마쳤다.문이 닫히는 순간, 본격적인 대수술이 시작되었다.원경릉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과거 사생활은 그렇다 해도, 그는 정말 훌륭한 신하였고, 뛰어난 장군이자 좋은 형제였다.수년간 그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도 모두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다들 그가 속죄를 위해 스스로 고통을 택했다고 말하지만, 원경릉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양심의 가책이 없는 사람은 속죄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심이 있는 사람이라도 속죄의 방법은 다양하다. 1년, 2년 정도 고생하면 본인과 타인에게도 속죄한 것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었다.하지만 그는 십여 년 동안 매일 이 춥고 황량한 변경에서 모진 세월을 견디며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속죄하려는 마음도 있긴 하겠지만, 원경릉은 북당의 변방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비록 예전엔 그에게 화가 난 적이 있긴 했지만, 지금은 오로지 존경과 가족으로서의 따뜻한 감정만이 남아 있었다.그래서 수술 중 그의 옛 상처와 새로운 상처를 볼 때마다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팠다.조금만 늦었더라도 그는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이 모든 것은 안왕의 도움도 컸다. 변경의 바람과 모래가 그들 형제가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있게 이끌었다.그때 태상황이 그를 변경으로 보낸 것은 그에게 새로운 삶을 주는 기회였고, 북당에도 십 수년의 안정을 가져다 준 일이었다.위왕의 복부 상처는 너무 깊었고, 어깨와 등에도 칼에 찔린 자국이 있었다. 부상 당시 출혈도 심각해 생명이 위태로웠다.수술이 끝났을 땐,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원경릉은 혼자 수술을 집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미 익숙해지긴 했지만, 이번 수술은 유난히 위험했다. 그녀는 행여나 너무 늦게 도착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위왕은 언제나 강한 사람이었기에, 그녀는 그가 이번에도 버텨내길 바
위왕의 병사들이 저택 문 앞에 모여 무릎을 꿇고 있었다.위왕은 오랜 세월 병사를 이끈 뛰어난 장군이었기에, 병사들의 모든 선망을 받고 있었다. 그가 사고를 당한 일만으로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의원들이 하나둘 고개를 저으며 떠나는 모습과 안왕비가 하늘에 기도를 올리려 무릎을 꿇은 것을 보고 병사들도 애타는 마음에 함께 무릎을 꿇었다.주변의 백성들 역시 사정을 듣고 자발적으로 찾아와, 저택 밖에 몰려들었다. 위왕은 평소 허세를 부리지 않았으며, 이웃들과도 농담을 주고받는 친근하며, 모두에게 사랑받는 왕이었다. 사실은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일부러 몰락한 왕인 척했고, 그런 모습 덕에 백성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다.한편, 저택 안에서는 안왕이 위왕에게 내공을 주입하며 심맥을 지키고 있었는데, 곧바로 의술이 뛰어난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모두 함께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원경릉은 도착하자마자 이 광경을 목격했고, 다섯째의 꿈이 사실인 것에 깜짝 놀랐다. 누군가가 큰일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곧 사람들의 기도 속에서 위왕의 이름을 들었고, 사고를 당한 이가 정말 셋째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그리고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함께 기도하는 모습에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위왕이 북당을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을 바쳤는지도 절실히 느꼈다.그녀는 워낙 빠르게 달려온 터라, 출발해서 도착까지 한 시진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길가에 말을 세우고, 서둘러 가려고 했지만 가득 찬 인파에 가로막힌 탓에, 어쩔 수 없이 큰 소리로 외쳤다.“의원입니다, 비켜주세요!”그 외침에 사람들은 바로 길을 내주었고, 원경릉은 재빨리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 앞에 서 있던 집사는 안왕과 함께 경성에서 온 사람이라 원경릉을 알아보았다. 집사는 기쁨에 복받쳐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황후마마께서 오셨다니…! 위왕은 무탈할 것입니다.”병사들과 백성들은 그 말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황후가 직접 뛰어오셨다니? 그리고 다들 그제야 마음을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