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홍천과 임소의 마지막임소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쩌면 그럴 지도, 부정하지는 않아.”소홍천이 눈물을 닦으며 살구 같은 눈에 원한이 맺혀서 말했다. “도무지 모르겠어요, 무림맹의 맹주라는 귀한 신분으로 왜 독고에게 의탁해야 했던 거죠?”임소가 작게 말했다. “권세, 권력의 맛이지. 일단 한 번 맛보면 돌아갈 수 없어. 몇 년 전 무림맹에서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어디론가 몰려간 일이 있어, 그들이 누구한테 귀순했는지 않아?”“누구죠?” 임소가 거의 이를 갈며 말했다. “안풍친왕 휘하의 섬전위였어. 문파의 수많은 중견인들이 전부 그에게 귀순해 버리고 우리 문파는 갈수록 텅 비어 갔지, 그게 오래 지속되면 무림맹은 유명무실해지고 말 거야. 이에 비해 독고는 내게 약속해 줬어. 무랭맹의 맹주는 사실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당신을 후작으로 삼았나요?”임소가 오만하게 말했다. “후작의 작위는 단순한 신분일 뿐이잖아, 나한테는 의미 없지. 내가 원한 건 실질적인 지위야. 독고는 내게 삼군을 총괄하는 대원수의 자리를 약속했어.”소홍천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원수? 선비의 대원수인가요? 지금 독고는 선비에 돌아가지도 못하는데 정말 그가 북당을 점령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독고는 병마조차 없는데 북막에 의지하면 북막이 그에게 뭘 나눠줄 수 있을까요? 당신은 그렇게 순진한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이런 것도 자세히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있나요?”“당신은 독고에게 병마가 없다는 걸 어떻게 알아?” 임소가 바로 반박했다가 실언했다는 걸 알고 바로 말을 바꿔 말했다. “병마가 없어도 북당에 깔아 놓은 첩자가 있고 그의 지혜와 총명이 있으니 북막 사람도 그와 천하를 나눠야 할 거야.”소홍천이 임소를 노려보며 말했다. “독고에게 병마가 있어요?”임소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럴 거 같아?”소홍천은 술병을 들고 일어서서 나갔다. 한 마디도 더 섞고 싶지 않았다.임소는 소홍천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갑자기 분노가 일더니 말했다.
프로포즈소홍천은 옷을 펄럭이며 나가서 경조부 사람에게 말했다. “왕야와 박대인은 어디서 술을 드시는가?”“관아 후원 정자에 계십니다.”소홍천이 관아 후원으로 가는데 경조부에 올 때는 마음속에 별별 감정들이 가득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평온하고 심지어 어떤 게 날아가고 떨어져서 몸이 훨훨 가벼워졌다.관아 후원으로 들어가니 정자 쪽에 사람 소리가 들리고 그림자가 보이는데 성큼성큼 그쪽으로 가자 박원이 막 고개를 들고 소홍천을 봤다. 그녀가 기쁘고 명랑한 표정으로 오는 걸 보고 박원의 마음속에 찌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임소를 만나고 나더니 이렇게 기분이 좋아진 거야?제왕도 보고 바로 박원을 위로하며 말했다. “못 본 척 해. 다시는 상대도 하지 말고.”제왕도 박원을 대신해 화를 내며 소홍천이 보는 눈이 없다며 박원이 좋아해 주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며 임소는 쓰레기라고 했다.그런데 소홍천이 바로 박원 앞으로 오는 기세에 박원이 놀라 얼른 뒤로 한 걸음 물러서서 가만히 소홍천을 바라봤다.소홍천은 마음먹은 건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결연한 마음으로 말했다. “박원, 전에 날 아내로 맞겠다는 말, 진짜예요 아니에요?”박원이 이 말을 듣고 눈이 커지고 입이 쩍 벌어지는데 제왕도 마찬가지라. 두 사람이 일제히 소홍천을 보고 자극받았나?“말해요!” 소홍천이 급하면서도 조심스럽고 민감한 눈빛이다. 혹시라도 자신을 배신할 까봐 대답에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박원이 벌떡 일어나 말했다. “당신이 만약 혼인해 준다면 난 어떤 험한 일이 있어도 당신을 아내로 맞을 겁니다.”소홍천이 뒤로 돌아가면서 말했다. “중매인을 찾아 길일을 잡은 뒤 홍매문에 와서 청혼하세요.”얼굴에 우아한 분위기가 퍼지며 입꼬리에 꽃 같은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박원이 멍하니 소홍천의 뒷모습을 보며 제왕에게 중얼중얼 말했다. “제가 잘못 들은 거 아니죠? 저한테 그녀를 아내로 맞으라고 했죠?”제왕이 가슴을 치더니 말했다. “얼른 쫓아가 정확하게 물어, 소홍천
습격원경릉이 돌아보더니 배에는 뱃사공과 아낙이 한쪽 구석으로 가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말하면서 웃는다.고요하면서도 편안한 밤이다.원경릉이 고개를 돌리자 우문호의 눈에 순식간에 예리함이 번쩍하다가 바로 평정을 회복하는 게 오히려 원경릉의 불안을 가중시켰다.“자기야 오늘 밤 무슨 일 있어?” 우문호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응? 무슨 일?”“오늘 밤…… 그냥 단순히 놀러 나온 거야?” 원경릉은 나올 때 우문호가 갑자기 그런 마음이 들어서 였던 게 생각났다. 원래는 내일 나가려고 했던 것으로 준비한 게 없다.단지 요즘 정국이 지나치게 긴장돼서 원경릉이 신경이 좀 예민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말했다. “딱히 준비한 거 없어.”“그럼 됐어!” 원경릉이 그제야 웃었다. 이런 밤 뭔가 의외의 일이 일어나는 게 싫다.우문호는 원경릉을 안고 마음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확실히 원 선생과 나가서 바람 쐬고자 한 거지만 그걸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집을 나설 때 누군가 미행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 물론 나장군도 암암리에 수행하고 있고, 미행을 발견하지 마자 다시 돌아갈까도 싶었지만 원 선생의 들뜬 얼굴을 보고 차마 그럴 수 없었다.지금 우문호는 그들이 오늘 밤 사고 치지 않기만을 바랄 뿐으로 이 밤을, 자신과 원 선생의 약속을 깨지 말기를 바랐다.하지만 보기 좋게 그의 소원은 어그러졌다.놀잇배 몇 척이 순식간에 노를 저어오더니 호수의 고요함을 깨뜨리고 평온한 밤을 산산이 부서뜨리는 살기에 우문호는 얼른 원경릉을 일으키고 다가오는 놀잇배를 주시했다.원경릉은 우문호가 약속하자마자 위험이 닥쳐 놀라서 어쩔 줄 몰라 말했다. “자기가 계획한 거야?”“아니, 상대가 은밀하게 따라왔어.” 우문호가 미안해 하며 원경릉을 선실로 보내더니 말했다. “안에 숨어서 나오지 마. 위험하지 않을 거야. 귀영위가 보호하고 있으니까.”원경릉은 자신의 무공이 형편없어서 우문호 곁에 있으면 발목만 잡을 뿐이란 걸 알고 돌아
불화살화살이 날아들어 불바다를 이루니 우문호가 불화살이 배 선체에 떨어지는 걸 막을 수 없어 불길은 빠르게 타 들어갔다.아낙이 당황하며 소리치는데 말했다. “내 배, 아이고 내 배!”아낙이 달려나가려고 하자 원경릉이 얼른 잡더니 급하게 말했다. “나가면 안 돼요, 위험해요!”아낙은 원경릉에게 잡혀 두 눈 멀쩡히 뜨고 화살이 자신의 생명줄 같은 배에 떨어지는 걸 보며 가슴이 미어지는데 분노로 원경릉을 밀치고 넘어뜨린 뒤 욕하며 말했다. “전부 너 때문이야, 이 악마들, 어서 가, 가버리라고. 그럼 저 사람들이 우리를 놔줄 거야.”아낙은 손아귀 힘이 강해서 원경릉의 얼굴과 머리에 따귀를 때리자 원경릉은 피하지도 못하고 밀 수밖에 없었다.아낙이 바닥에 쓰러져서 대성통곡했다.뱃사공은 자신의 아내가 원경릉에게 떠밀려 바닥에 쓰러진 걸 보고 분노가 치밀어 노를 들고 와 때리는데 선실이 좁고 노는 큰 지라 원경릉은 피할 데가 없어 뱃사공이 머리를 때리는 대로 맞고 하늘이 뱅뱅 돌고 눈앞이 깜깜해졌다.뱃사공이 분노해서 원경릉을 때리고 다시 때리려고 노를 들어 올리는데 원경릉은 우문호가 자기때문에 정신을 뺏길까 봐 뱃사공에게 미안한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한 손으로 노를 잡고 힘껏 끌어당겼다. 원경릉은 내공이 없었지만 위급한 상황에 발휘되는 힘이 적지 않아서 바로 뱃사공은 바닥에 쓰러졌다.아낙이 똑바로 일어났다가 남편이 넘어진 걸 보고 화살에 맞은 줄 알고 소리치며 달려갔다.원경릉이 고개를 돌리자 불화살이 날아드는 게 보이고 놀라서 엎드리며 뱃사공 아낙을 바닥에 밀쳐 그 화살을 피하게 했다.하지만 아낙은 고개를 돌려 원경릉을 발로 차더니 죽을힘을 다해 뱃사공 곁으로 갔다. 휘청휘청 일어섰는데 원경릉이 보니 아직도 화살이 빗발치고 있는지라 간이 콩알만 해져서 소리쳐 부르는데 화살 한 대가 날아와서 아낙의 팔에 꽉 꽂혔다. 아낙은 바닥에 쓰러지고 뱃사공은 미친 듯이 울부짖는데 노를 들고 날아오는 화살을 막고 아내를 일으키려 했다.원경릉이 이미 한
자객은 누구인가우문호는 뱃사공을 무섭게 노려봤으나 뱃사공은 온통 아내한테 정신이 팔려서 우문호가 노려보든 말든 신경 쓰일 리가 있나?비록 위급한 상황이었으나 두 사람이 서로 아끼고 보호하는 모습이 한결같다.원경릉이 약상자를 가지고 기어가자 뱃사공이 아내를 보호하며 우문호에게 적의를 드러내는데 우문호가 뱃사공을 밀치며 말했다. “야, 이놈아, 아내 상처를 치료해주려는 거야!”뱃사공은 우문호의 살벌함을 알고, 우문호의 몸에서 위엄이 뿜어져 나와 자신을 짓누르자 망설이더니 천천히 비켜 원경릉이 하는 걸 지켜봤다.원경릉은 아낙에게 마취주사를 놓아 고통을 멈췄다.우문호가 입구를 지키며 마음속으로 열불이 치밀었다. 이번 암살 기도는 우문호가 집을 나오며 미행을 발견했을 때 벌써 준비를 시작해 원 선생과 뱃사공은 선실 안에 있으면 아무 위험이 없었을 텐데, 선실에서 위험이 발생해 원 선생은 자객의 손이 아니라 하마터면 뱃사공의 노에 맞아 죽을 뻔했다.밖에 전황은 갈수록 분명해 지면서 나장군이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고 암살기도는 종식되었다.호수에 그들이 고용했던 놀잇배와 상대의 배를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다 가버렸고 호수에 떠다니는 잡다한 집기는 그들이 도망칠 때 배의 무게를 가볍게 하기 위해 던지고 도망간 것이다.“나리!” 나 장군이 검은 옷을 입은 사람 하나를 가리켰는데 그자는 팔과 가슴에 검을 맞고 나 장군에게 목을 잡힌 채로 꿇어 앉았다.“이번 시도를 계획한 자로 다른 자객들은 다 이자의 말을 들었습니다.”우문호가 바람을 맞으며 우뚝 서 있고 나장군이 꿇려 놓은 검은 옷을 입은 자를 내려다보며 천천히 검으로 얼굴을 가린 복면을 벗기자, 이자의 얼굴이 드러났는데 우문호는 안색이 확 변했다.“적중양(狄中良)?”적중양은 적위명의 서자로 적귀비의 이복동생이다. 그는 적씨 집안이 그런 풍파를 만났을 때 가장 가볍게 연루된 자로, 무공밖에 모르고 다른 일은 전혀 관여하지 않아 적씨 집안이 무너질 때 앞장선 자는 죽였으나 남은 자는 엄하게 꾸짖은 뒤
안왕부로 간 우문호밤중까지 정신없이 바빠서 휴가는 자연스럽게 없어지고 사건을 처리하고 초왕부로 돌아오니 이미 날이 밝았다.우문호는 속으로 너무 미안해서 원경릉에게 말했다. “나갈 때 대략 생각이 있었는데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있었나 봐. 그들이 덤비지 않으면 우리가 정말 이틀간 놀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 결과적으로 이렇게 돼서 미안해.”원경릉이 우문호를 보고 창백한 얼굴로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바보, 뭐가 미안해? 한밤중의 고요함과 편안함이 살해 기도록 바뀐 거니 본전치기지 뭐.”우문호가 큰 손으로 원경릉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놀랐지? 안색 좀 봐, 뱃사공이 널 때린데 아직 아프지?”“괜찮아, 안 놀랐어. 처음도 아니고 안 무서워.” 원경릉이 우문호의 손을 꼭 잡았다. 사실 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리는 건 그래도 괜찮은데 걱정되는 건 두 번 세 번 연거푸 암살시도를 당하니 막 북당에 왔을 때의 위험이 떠올랐다.우문호는 원경릉이 뭘 생각하는지 알고 다독거리며 말했다. “이런 날은 금방 끝날 거야. 걱정하지 마.”“응!” 원경릉이 최선을 다해 웃음을 지어 보였다. 사실 머리가 너무 아프고 뱃사공과 아낙의 손이 엄청 매워서 통증이 귀까지 이어져 윙윙 울렸다.“방에 가서 좀 쉬어.” “자기야!” 원경릉이 우문호의 옷자락을 잡고 말했다. “적중양은 적씨 집안사람인데 그자가 말한 사왕야는 안왕인데. 정말 안왕일까?”“꼭 안왕이라고 할 수 없지만 모든 건 다시 조사를 해야지.” 우문호는 생각이 있었지만 이런 일은 원경릉이 너무 많이 알지 않는 게 좋다고 결정했다. 사실 넷째가 전에 아내를 보호하던 방법이 맞다. 바깥 일은 본인이 어떻게든 짊어지면 되므로 집안의 여인에게 알려서 같이 걱정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더욱이 오늘밤 원 선생은 얼굴이 완전 창백해져서 영혼이 가출할 만큼 놀랐다. 우문호는 그동안 원경릉이 계속 자신을 걱정하느라 무서운 일을 겪고 편한 날이 없었다는 생각에, 지금 모든 걸 장악하고 있지는 않지만 충분한 힘과
안왕을 보러 간 우문호안왕이 나가서 문 앞에 도착하자 안색이 무거워졌다.본관에서 우문호를 보자 약간 망설이다가 안으로 들어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일찍?”우문호는 안왕의 표정이 피곤하고 정신이 살짝 없는듯 한 모습이라 말했다. “어젯밤 밤이슬 맞으러 갔다 왔어? 이 시간까지 안 일어나고.”안왕이 의자에 앉아 우문호를 노려보며 웃더니 말했다. “넌 애가 다섯인데 밤에 잠이 오냐?”우문호도 안왕을 노려보며 말했다. “왜 못 자?”“애들이 한밤중에 깨서 울고불고 난리 안쳐?”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거의 그런 적 없는데.”안왕이 한숨을 쉬고 억울하다는 듯하지만 목소리에 사랑이 뚝뚝 떨어지며 말했다. “우리 딸은 왜 그렇게 울어대지? 밤새 몇 번을 우는지, 배고프다고 울고 쉬했다고 울고 거의 잠을 잘 수가 없어. 다섯째야, 무슨 비법 같은 거 없어? 하룻밤만이라도 편안히 잠 좀 잤으면 소원이 없겠다.”안왕은 한동안 이렇게 친근한 말투로 우문호에게 말한 적이 없고 이렇게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보이다니 우문호를 보고 미소가 굳어지며 처량함이 흘러나왔다.안왕의 이 눈빛은 마치 해질녘 길거리에서 배고파 뻗어 있는 늙은 개 같아서 안왕이 애써 감추려고 해도 우문호는 한눈에 알아채고 마는 것이다.“애들이 울고불고 해도 결국 클 텐데 뭐.”우문호는 손에 찻잔을 쥐고 이 말을 마치더니 잔을 내려놓고 말했다. “넷째 형, 우리 사이에는 돌려서 말할 필요 없으니까, 어젯밤에 내가 습격을 당했는데 자객 중 한 명을 잡았어. 적중양이라고, 그 이름 낯설지 않을 거야.”안왕의 눈빛과 기분이 무거워졌지만 미소를 지으며 웃음의 의미를 알 수 없도록 말했다. “당연히 안 낯설지. 그래서 그자가 내가 지시했다고 해?”“아니 지시했다고는 안 했어, 하지만 한 마디, 언젠가 사왕야가 날 없애 버릴 거라고 했지.” 안왕이 소리 내 웃었으나 눈에는 분노를 감추었는데 그 분노는 결국 매서운 웃음으로 바뀌고, “믿어?”“어떨 거 같아
암살시도와 안왕우문호가 의심의 눈빛으로 넷째의 이런 반응을 보는데, 안왕과 관련이 없다는 걸 거의 확신할 수 있었다.사실 적중양이 넷째라고 진술했지만 우문호는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안왕이 아니다.누군가 안왕을 끌어들여 국면을 어지럽히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넷째의 반응을 보면 그는 사실전에 이 일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에게 사건을 알리고 적중양의 죽음의 소식을 전했을 때 조금도 놀라지 않고 슬퍼하지도 않았다. 적중양은 넷째의 작은 처남이나 넷째 말을 들어보면 적중양에게 미움이 있는 것을 말이다.그래서 그는 알게 되었다.우문호는 입궁해 내각으로 갔다.그리고 냉정언과 구사를 소집해 이 일을 분석했다.냉정언이 살살 탁자를 두드리며 늘 그렇듯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더니 말했다. “이 일은 안왕 전하께서 계획했을 가능성이 크지 않습니다. 안왕 전하는 지금 끈 떨어진 연으로 태자 전하와 대항할 본전이 없고 어렵사리 경성에 돌아왔는데. 움직인다면 이 시점이 아닐 게 틀림없어요. 잊지 말아야 할 게 안왕 전하의 딸이 막 태어났다는 점입니다.”구사가 냉정언의 말을 듣고 다른 의견을 내세웠다. “안왕 전하께서 자본도 능력도 없기 때문에 지금의 혼란한 상황을 틈타 한몫 보려는 거죠. 그리고 마침 딸이 막 태어나서 매일 집에서 아내와 같이 있으니 사람들에게 의심받을 일도 없어요. 두분 어떻게 된 거죠? 안왕 전하께서 어떤 분입니까? 잊으셨나요? 사람이 일단 야심이 생기면 내려놓을 수 없어요. 어쨌든 전 안왕 전하께서 좋은 사람으로 변했다는 걸 못 믿겠습니다.”우문호가 치명적인 질문을 던졌다. “만약 혼란을 틈타 한 몫 잡기를 원했다면 왜 덤벙대는 적중양을 썼을까? 적씨 집안이 비록 가문이 몰락했어도 능력 있는 자가 적지 않은데, 날 죽이는 이런 큰 일이라면 적위명이 직접 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이런 천재일우의 기회는 그르치면 다시는 못 잡을 수도 있어.”“그것도 일리가 있네요.” 구사가 멍하니 냉정언을 보고 말했다. “냉대인, 누구 같으세요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