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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219화

Author: 유애
약재가 없다

“원래 폐를 깨끗하게 해서 기침을 멎게 하는 약을 지으러 갔는데 한약방 사람이 나한테 그러는 거야. 상엽(桑葉), 연교(連翹), 금은화(金銀花), 판람근(板藍根) 같은 평범한 한약이 물건이 없다고. 자기들도 며칠째 물건을 못 받고 있다는 거야. 약방을 몇 곳이나 다니면서 물어봐도 전부 같은 상황이라 아무래도 좀 이상해. 얼른 돌아가서 태자비에게 알려서 어떻게 된 일인지 조사해 보라고 해.”

“저 약들은 늘 쓰이는 건데 어떻게 없을 수가 있죠? 혜민서 의원들에게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요 부인이 기침을 하는데 얼굴이 빨갛게 되도록 하다가 한참 후, 겨우 진정돼서, “혜민서는 조정에서 운영하는 거라 자기만의 공급책을 가지고 있을 것이지만 틀림없이 구입 가격이 턱없이 올라갔을 거야. 민간에서는 지금 이 약을 구하지 못하니까. 지금 환절기라 전염병이 돌기 쉬운데 이 약들이 없으면 큰일이야.”

“좋아요, 바로 가서 원 언니에게 알리겠어요. 사람을 시켜서 조사해 보라고. 어서 앉아서 죽 좀 드세요. 반찬도 2개 했어요.”

“내가 먹을 게, 먼저 가봐.”

“예, 그럼 전 갈게요.”

사식이가 나가는데 훼천이 이미 빗자루를 복도 끝에 세워 뒀다. 사식이가 손을 흔들며 말했다.

“잠시 부인을 좀 살펴 드리세요.”

“응!”

훼천이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사식이는 훼천과 얘기하는 게 약간 기운 빠진다 싶어서 더는 말을 섞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초왕부로 돌아오니 원경릉이 보이지 않아 만아에게 물어보니 말했다.

“네가 가자마자 안왕부에서 사람이 와서 태자비 마마를 청했어. 안 왕비 마마 아이가 갑자기 젖을 심하게 토한다고. 태자비 마마께 와 달라고 하셨어.”

사식이가 놀라서 말했다.

“그런데 넌 왜 안 따라갔어? 안왕부가 얼마나 위험한데.”

“회 왕비 마마께서 마침 오셔서 같이 가셨어, 난 따라올 필요 없다고.”

“그나마 다행이네, 회 왕비 마마는 원 언니를 보호할 수 있으니까. 난 먼저 목욕하고 옷 좀 갈아입고 올 게, 방금 요부인 집에서 밥을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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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명의 왕비   제 2220화

    약재 매점매석혜민서에도 상소가 올라오지 않았다며 말했다. “민간에 물건이 없다고 이틀 전에 들었습니다. 혜민서는 오늘도 물건을 발주했고 혜민서 약재는 아직 좀 있어서 저희가 받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이 혜민서가 쓰는 약을 전담해서 제공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인데 거의 외부 판매를 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약재를 공급받는 곳이 있습니다.”“그럼 상인들에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 봐주게.” 서일이 말했다.“서 장군님 안심하십시오. 내일 제가 직접 조사해보겠습니다.” 혜민서 주부(主簿)가 말했다.서일이 혜민서 재고 보유량을 다시 한번 묻자 주부가 말했다. “재고는 많지 않은 게 혜민서는 매일 대량의 병자들을 보기때문에 며칠에 한 번씩 물건이 들어오는 것이, 그렇게 많이 쌓아 둘 수 없기 때문으로 둘 자리가 없습니다.”“물건을 받으면 좀 더 비축해 두게, 아마 누군가 못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주부가 놀라며 물었다. “못된 짓이요? 누가 그런 짓을? 조정에서 엄명이 있어서 민간 백성들 약 사용에 영향을 준다고 약재는 대량으로 비축할 수 없습니다.”“그래도 조심하는 편이 좋겠어. 악덕 상인이 아니라 다른 의도가 느껴지니까 말이야.” 서일은 이제 상당히 명석해 져서 하나를 보면 열을 알게 되었고 특히 약초 건은 환절기의 목숨을 쥐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이질이나 독감 같은 것이 유행하면 곤욕이다.주부는 지금 정세가 밝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주목하며 약속했다. “서 장군님 안심하세요. 이 일은 제가 반드시 정확하게 조사하겠습니다. 내일도 우선 약재를 비축하고 적어도 황실과 관리에게 가는 약초는 충분할 것을 약속 드리겠습니다.”서일이 이 말을 듣고 마땅하지 않았으나 단순하기 때문에 순간 잘못을 집어내지 못하고 나왔다.다음날 해질녘 주부 대인이 초왕부에 보고하러 왔다.약초 건 때문으로 우문호도 원경릉을 서재로 들라 해서 같이 들었다.“오늘 소신이 사람을 데리고 가서 조사하니 경성의 모든 약방이 전부 같은 상황으로 다

  • 명의 왕비   제 2221화

    사라진 약우문호가 이렇게 원경릉을 진정시키며 속으로 짚이는 구석이 생겼다. 경성은 인구가 많아 부근 약이 다 팔렸으면 옆 지역에서 끊임없이 경성이란 큰 손에 약을 공급하러 몰려들 것이고, 시장 가격보다 2할 높은 가격을 쳐주면 누구나 돈을 벌고 더 벌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인근 지방에도 경성에 공급할 수 있을 만큼 약이 여유분이 있을 거란 보장이 없다.따라서 이렇게 많은 약을 대략으로 방대하게 구매한다는 건 결코 적은 돈이 드는 일이 아니며 적어도 천만 냥 심지어 그 이상이 들 수 있다. 재고를 비축해 둘 상인이 있으면 이질이 발생했을 때 가격을 올려 팔 수 있으므로 전에 그런 사람이 있었지만 조저의 대응도 만만치 않아 이 사람들은 전부 중벌을 받아 아예 꿈도 꾸지 못하게 했지만 여전히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특히 현재의 혼란한 정국을 틈타 한몫 잡아보자고 생각하는 상인이 국난을 자신의 배를 불리는 호재로 삼는 일도 드문 일이 아니다.그리고 지금 북당은 대주와 무역을 진행 중이고 대월국과 대흥국 쪽도 점점 화물을 서로 교역하는 정책에 합류하는 추세라, 다른 나라 상인이 북당에 와서 큰돈을 벌어 대량의 약재나 황금으로 바꿔 갈 가능성도 충분하다.하지만 어떻든지 간에 이 일은 소리소문없이 암암리에 진행되었으며 주도하는 세력이 거대한 게 반드시 반드시 독고가 배후에 있는 것으로 짐작되며 적어도 독고를 빼고 생각할 수 없다.다음날 원경릉은 이 약재 책을 들고 한의학의 최고 권위자인 할머니를 만나러 의대에 갔다.할머니가 보시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약은 독감과 일반 감기 양쪽 다 쓸 수 있는 것들인데 그 중에 몇 가지 약은 호흡기 감염에 쓰일 때 가장 효과가 좋은 것들이고, 또 열을 떨어뜨리는 이런 약도 리스트에 있구나, 얘야, 지금 이 계절에 이 약재들은 없어서는 안 돼. 반드시 구입할 방도를 생각해 내야 한다. 다른 곳은 차치하고서도 우리 의대만 해도 최근 몇 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열

  • 명의 왕비   제 2222화

    탕 부인과 이혼하다할머니는 이 말을 듣고 안심했다. “그래 긴장 늦추지 말고 얼른 되찾아 와야 해. 시장에서 이 약들이 너무 오래 결핍돼서는 안 되니까. 그렇지 않으면 백성들이 조정을 심하게 원망하게 될 거다.”“그럴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원경릉은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다.탕양은 요 이틀간 상태가 점점 회복되어 아직 좀 느린 감이 있지만 모든 사람을 알아보고 사건의 경과를 기억할 수도 있게 되었다.탕 부인은 계속 처분을 미루고 탕양에게 맡긴 채 당분간 초왕부에 구금해 두었다.가짜 탕양으로 분장한 사람은 상처가 거의 좋아졌지만 혀가 잘리고 글을 쓸 수 없어 심문을 할 수가 없으므로 우문호는 그를 일찌감치 경조부로 보내 가두고 그자의 처분은 지나간 뒤에 결정하기로 했다.탕양이 완전히 정신이 맑아진 후 처음 서재에 들어가 탕 부인을 만났다.탕 부인은 구금된 기간 동안 소란을 피우지 않았지만 어떤 질문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물론 우문호도 탕 부인 입에서 뭔가 끌어내려고 하지 않았다.탕 부인은 탕양이 첫 마디를 하는 걸 보고 자신을 집으로 데리고 가서 얘기할 거란 희망을 가졌다.탕양이 탕 부인을 보고 그녀의 맑고 깨끗한 눈동자에 빛이 비쳐 드는 것을 보자 바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날 속이느라 고생이 많았네!”탕양은 자신이 똑똑하다고 반평생을 믿고 살아왔는데 탕 부인의 손바닥 위에서 수년간 놀아나고 그녀가 정말 눈이 멀었는지조차 분별하지 못했다.탕 부인이 하염없이 탕양을 보며 말했다. “당신이 저와 좀 더 가까이 지냈으면 발견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그동안 우리는 명목상 부부일 뿐 실질적인 부부는 아니었어요. 솔직히 당신은 지나치게 무정했죠.”“사랑이 깊었던 척하지 마. 구역질 나니까.” 탕양이 생각한 가장 잔인한 말이 바로 이것이다. 그동안 자신을 속이고 몰래 얼마나 많은 소식을 보냈을까? 어쩐지 최근 초왕부의 일거수일투족을 상대가 항상 바로바로 알아서 첩자가 있는 건가 의심이 들어 여러 차례 조사했으나

  • 명의 왕비   제 2223화

    탕부인의 고백탕 부인이 갑자기 다가와 탕양의 팔을 잡아끌며 분노한 눈빛으로 말했다. “당신은 왜 이렇게 모질어요? 날 때리고 욕하는 게 이렇게 얼음장같이 대하는 것보다는 낫겠어요. 그렇게 오랫동안 난 여전히 당신의 가슴을 뜨겁게 하지 못한 건가요? 솔직히 당신 그 여자를 못 잊으니까 나와 이혼하고 그녀와 결혼하려는 거잖아요, 아닌가요?”탕양의 눈이 순간 침통해지며 얼음같이 싸늘하게 노려보는데 입술에 매정함으로 굳게 다물어지며 말했다. “그녀와 결혼? 이 생에는 불가능한 일이야. 마침 내가 너와 혼인하던 그날 그녀는 이미 죽었으니까.”“불가능해요!” 탕 부인이 냉소를 지으며 한 걸음 물러서 탕양을 노려보며 말했다. “저한테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하려고요? 제가 그동안 계속 당신을 떠봤는데 그녀를 첩으로 맞는 건 가능하고 그녀와 왕래는 없지만 잘 지내고 있다고 했어요.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 그런 그녀가 어떻게 갑자기 죽었다는 거죠? 전 양심의 가책 느낄 일 없어요. 그녀가 죽었다면 잘 됐네요. 잘 죽었네. 당신의 마음을 이렇게 오랫동안 독점하고 있었으니 죽어 마땅하죠. 그녀가 정말 그 일 때문에 죽었으면 그녀를 죽인 사람은 당신이지, 제가 아니에요.”탕양의 눈에 어둡고 차갑게 빛나더니 떨칠 수 없는 깊은 고통으로 조용히 말했다. “맞아, 그녀를 죽게 만든 건 분명 나야, 당신과 상관없지.”탕양이 뒤를 돌아서는 순간 탕 부인이 바닥에 무너져 내리며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알고 싶은 거 없어요? 내가 왜 그들을 위해 일하는지 알고 싶지 않나요? 당신은 그자가 도대체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나요?”탕양이 돌아서서 탕 부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자는 독고야, 우린 이미 알고 있어. 네가 왜 그를 돕는지는 네 일이고.”“당신과 상관이 있어요!” 탕 부인이 천천히 일어나 처량한 눈빛으로 말했다. “어릴 때 내 눈은 다쳤던 게 맞아요. 주인이 날 구해주고 내 눈을 치료해 주었죠. 하지만 아무 대가도 바라지 않고 사람을 구해줄 사람이 아

  • 명의 왕비   제 2224화

    탕 부인의 결심만약 북당의 정책 결정자의 눈이 온통 시국의 변화에 집중돼서 심지어 누구누구를 의심하고 있을 때 독고와 북막은 번개처럼 병력을 집합시켜 군대를 남하시키면 이 철기 대군이 신 무기와 전차로 무장했다면 북당이 어찌 막을 수 있을까?“안왕이 그들과 내통하고 있지 않아?” 탕양이 물었다.“분명 전에는 연락을 했는데 뒤에는 어떤지 모르죠. 안왕은 전에는 절대로 떨궈지지 않고 들러붙었는데 지금은 가려고 해도 아마 발 빼기 힘들 걸요.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안왕은 태자 전하의 장애물이 될 수도 있어요, 아주 큰 장애물.”탕양은 더 묻고 싶었지만 탕 부인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예요. 더 물으면 다른 첩자의 행적이 누설되니 안 돼요. 그들은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투에 참여했던 사람들로 배신할 수 없어요.”탕양은 순간 탕 부인의 이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으나 과장되고 위협적인 부분이 있다고 치더라도 그들이 자신을 먼저 혼란에 빠뜨리게 하거나 진짜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 어쨌든 처음엔 전부 그쪽으로 생각했었다.탕 부인은 조용히 탕양을 보더니 말했다. “제가 경성을 떠나면 죽음을 면치 못할 걸 당신도 대충 알 테니 당신이 날 죽이지 않는 건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으려는 거죠? 전 당신과 어릴 때 알았어요. 반평생의 정인데 다른 건 바라지 않을 테니 절 직접 죽여주면 고맙겠어요. 당신이 직접 손을 쓰지 못하겠으면 독주를 주세요.”주르륵 눈물을 흘리며 슬픔과 절망으로 가슴이 멨다. “제가 죽은 뒤에 번거롭겠지만 제 시체는 간단하게 장례를 치러주세요. 비석은 세울 필요 없어요. 당신의 성을 따르지 못하는 비석은 제게 아무 의미도 없으니까요.”탕양의 얼굴이 순간 굳어져서 슬픔으로 우는 탕 부인을 보지 못하고 결국 돌아서서 나왔다.나와서 정신을 차리고 우문호의 서재로 가서 탕 부인이 진술한 얘기를 전부 우문호에게 알렸다.우문호가 다 듣고 깊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난 오히려 탕 부인 말이 사실

  • 명의 왕비   제 2225화

    탕 부인의 죽음탕양은 전신이 차가워져서 얼른 문을 박찼다. 그녀는 이미 벽에 기댄 채 바닥에 쓰러져 이마에서 선혈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반드시 죽겠다는 각오로 자신에게 퇴로를 남기지 않으려 부딪힌 것이다.탕양이 그녀를 안아 일으켜 초조하게 몇 번을 불렀다. “이천, 이천.”탕 부인은 피가 얼굴을 적시고 힘없이 손을 들었으나 그의 얼굴을 만질 수 없는데 입가에 피가 흘러내리기 전 미소를 띠고 말했다. “미안해요…… 저 그때, 정말 아무 방법이 없었어요. 당신의 혼인을 망가뜨리는 거 말고.”탕양은 말할 수 없이 마음이 괴로웠다. “말하지 마, 태자비한테 데리고 갈 거니까.”탕양이 탕 부인을 안고 여기저기 막 부딪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태자비를 목놓아 부르며 소월각으로 달려갔다.원경릉은 탕양이 온 얼굴이 피투성이인 사람을 안고 오는 것을 보고 놀라서 자세히 보니 탕 부인이라, 바로 약 상자를 꺼내 탕 부인을 침대 의자에 내려놓게 침착하게 지시했다.탕양이 그녀를 내려놓고 뻣뻣하게 굳어 버린 채 눈앞의 핏빛으로 인해 그의 망막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머리의 선혈은 멎게 할 수 있지만 내력으로 세게 부딪혀서 이마의 피 외에 심각한 뇌출혈이 있고 뇌출혈은 뇌압을 계속 올려 처음엔 귀에서 피가 나오더니 호흡과 심장박동이 상당히 미약해졌다.원경릉이 응급조치를 취하고 고개를 들어 탕양에게 어쩔 수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탕양이 의자를 찾아서 않는데 호흡이 정리가 안 되고 빨라졌다가 숨이 멎었다가 얼굴이 심하게 창백했다.원경릉이 탕양의 어깨를 두드리며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둘만 남기고 사람들을 데리고 나가 둘이 잠시라도 같이 보내게 했다.탕 부인이 입술을 달싹거렸으나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그저 탕양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일생의 나쁜 일도 슬픔도 이미 마치고 오히려 무거운 짐을 벗은 듯 홀가분해 졌다.탕양이 탕 부인 곁에 앉아 그녀의 손을 잡고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다.우문호가 탕 부인이 죽었다는 사실을

  • 명의 왕비   제 2226화

    요부인의 독감원경릉은 사식이에게 항바이러스 약을 주고 자신도 마스크를 쓴 뒤 말했다. “최근 어디 어디 다녔어?”사식이가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최근 일하러 집을 벗어나지 않아서 며칠 전에 요부인 집에 다녀온 걸 제외하면 친정에 한 번 다녀왔어요.”“요 부인? 맞아, 그날 네가 요 부인이 아프다는 얘기를 했지. 요 부인 상태가 어떤지 알아? 사람을 보내 물어봐야겠네.” 원경릉은 요 부인이 먼저 독감에 걸려 사식이에게 전염시킨 것으로 봤다.그러나 원경릉이 보낸 사람의 답을 기다리기도 전에 훼천이 먼저 왔다.요 부인이 며칠 동안 열이 나고 계속 떨어지지 않는다며 원경릉에게 와서 봐 달라는 것이다.원경릉이 바로 약 상자를 들고 나가는데 훼천이 말을 달리는 것을 보니 얼굴색이 불그스름했고 목소리도 좀 쉬었고 증상이 있는 것 같다.“훼천은 괜찮아요? 기침이나 열은?”“전 괜찮습니다!” 훼천이 말고삐를 잡고 괜찮다는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몇 번 기침을 하더니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목이 좀 아픕니다.”그게 시작이다.원경릉이 만아를 데리고 훼천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자 요 부인 곁에 막 고용된 계집종이 있는데 애송이라 좀 멍하게 보여도 부지런히 요 부인의 곁에서 시중을 들고 있다.원경릉은 요 부인이 병으로 얼굴이 창백하고 입술에도 색이 없는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예요? 아픈데도 나한테 말도 없이.”요 부인이 원경릉에게 웃음을 지으며 원경릉이 침대에 올린 손에 팔을 뻗더니 말했다. “요즘 일이 많다면서 귀찮게 안 하려고 그랬지.”원경릉이 기가 차서 말했다. “그런 서먹서먹한 말을 하다니, 내가 남이에요?”요 부인이 ‘아니’하면서 미간을 찡그리고 고민했다. “난 작은 병으로 괜찮은 거잖아? 이렇게 형편없을 줄 몰랐지. 태자비에게 병을 고친 뒤로 병이 난 적이 없는데 이번에 며칠을 내내 안 좋을 줄 몰랐어.”요 부인은 원경릉이 또 그 마스크를 낀 걸 보고 약간 두려워하며 말했다. “나 혹시 또

  • 명의 왕비   제 2227화

    안지요 부인의 증상은 비교적 심해서 원경릉이 구강으로 투여하는 약 외에 수액을 걸고 훼천에게도 항바이러스 약을 처방하고 훼천이 별로 먹으려 들지 않고 밖으로 나가 약을 버리려 하는 걸 보고 요 부인이 훼천에 말했다. “먹고 나가게.”훼천히 얌전히 돌아와서 요 부인 앞에서 약을 입에 넣고 씹어서 삼켰는데 이런 종류의 약이 쓰다는 걸 몰라서 얼굴이 우거지상이 됐다.요 부인이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물로 약 먹는 거 몰라?”훼천은 요 부인이 웃는 걸 눈도 깜박이지 않고 한동안 보는데, 원경릉은 자기가 방해꾼이라는 걸 알고 만약 수액만 아니면 그냥 돌아가고 싶었다.훼천이 계집종에게 주방에서 죽을 데워오라고 하고 자기는 돌아갔다.훼천이 가자 요 부인이 원경릉에게 말했다. “너무 오해하지는 마.”원경릉이 뾰로통하게 말했다. “요 부인 치료하는 거 말고 아무것도 오해한 적 없어요.”요 부인이 겸연쩍어하면서 감추려다 오히려 다 들킨 기분이 들었다. 늘 자신은 날카롭고 칼같이 행동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뭐가 잘못 됐는지 지금은 사람이 장황해졌다.원경릉은 요 부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집안일을 얘기하며 안왕비의 딸 얘기를 꺼냈다.“봉호는 내려왔어? 이름은 지었고?” 요부인이 물었다.“아직 이요, 예부에서 고민하는 중일 걸요. 아마, 아바마마께 먼저 보여 드리겠죠.” “아명은?”“안지라고 한데요!”“안지? 아버지 이름을 쓴다고?” 요 부인이 놀라며 천천히 일어나서 말했다. “넷째가 정말 이 딸을 엄청 중시하고 소중히 여기나 보네.”“확실히 중시하죠. 며칠 전에 갔었는데 애가 젖을 토한다고 안왕 전하께서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꼭 저한테 와서 봐 달라고.”요 부인이 원경릉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지금 경성의 일은 안왕과는 무관한가 봐?”이 얘기를 꺼내자 요 부인의 정신이 돌아와서 마치 전장에 있는 사람처럼 지금 여기 격리되어 있는 게 여간 불편해 보이는 게 아니다.“몰라요.” 원경릉은 아니길 바랐다. 안왕에게 안지라는 딸이

Pinakabagong kabanata

  • 명의 왕비   제3397화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 명의 왕비   제3396화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 명의 왕비   제3395화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 명의 왕비   제3394화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 명의 왕비   제3393화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 명의 왕비   제3392화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 명의 왕비   제3391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 명의 왕비   제3390화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 명의 왕비   제3389화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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