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놀이를 들키다.우문군은 주명양이 체면 차리는 인간이란 걸 안다. 만약 친구에게 가는 거면 분명 시녀를 데리고 갈 텐데 왜 자기 혼자 간 거지?시녀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쇤네는 모릅니다.”우문군은 최근 저녁 일을 떠올리고 주명양이 본체만체해도 새 옷을 장만해서 기분이 전보다 좋아졌다고만 생각했다. 찍어 바르고 꾸미는 걸 좋아하니까.우문군은 순간 의심이 일었다.주명양은 전과가 있다. 이 여자는 분수를 모르고 이상만 추구한다. 허영심에 사치와 향락을 즐긴다. 다시 상류사회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지은 죄가 있으니, 말은 못 해도 얼굴에 불만이 고스란히 보였다.‘설마 또 남자와 그렇고 그런 건 아니겠지?’둘째 부인은 애간장이 타서 돈을 빌려준 주인장이 우문군이 소개해 준 사람이란 걸 생각해내고 급히 말했다.“첫째 황자 전하, 비록 이 일은 전하께 물어서는 안 되지만 명양이를 찾을 수 없으니 일단 전하게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명양이가 제 은자를 빌려 갔는데 3~5일 안에 갚겠다더니 그러고도 한참을 지났는데 아직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전하께서 대신 그 주인장에게 물어봐 주실 수 있는지요, 도대체 언제 은자를 돌려받을 수 있는 겁니까?”“무슨 은자를 말인가?” 우문군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둘째 부인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을 이어갔다.“은자에 대해 모르셨습니까? 명양이가 제 돈 수십만 냥을 이자를 받고 돈놀이했는데 돈을 빌려 간 자가 첫째 황자 전하께서 소개하신 분이라고 했습니다. 강남의 거부로 손 주인장이라고.”“수십만 냥?” 우문군이 화들짝 놀라 펄쩍 뛰었다.“예, 삼십만 냥입니다!” 둘째 부인 목소리가 약간 변하면서 열변했다. “이 일을 모르셨습니까? 전하께서는 손주인장을 모르시는군요?”우문군은 주명양이 뒤에서 이런 짓을 하고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 ‘수십만 냥으로 돈놀이를 했으면 한 달에 이자를 얼마나 받아 처먹은 거야? 그렇게 돈을 많이 벌고 있으면서 잘도 날 속였겠다.’“손 주인장은 내가 알고 있지!
자객에게 당한 우문군한밤중에 우문호가 비몽사몽 중에 깼는데 탕양이 서둘러 들어오며 말했다. “전하, 어서 일어나세요, 제왕 전하께서 사람을 보내 첫째 황자 전하께 사고가 났다고 합니다.”우문호가 휘장을 젖히고 잠이 덜 깬 상태로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사고가 나다니? 무슨 사고?”“중상을 입으셨는데 밤에 굳이 달려와 경조부에 보고한 게 버티기 힘드시다고 합니다, 제왕 전하께서 이미 가셨고 사람을 보내 전하께 알리신 겁니다.”원경릉이 중상이란 얘기를 듣고 같이 일어나 외쳤다. “나도 같이 가지.”두 사람이 의관을 정제하고 나오자 서일도 밖에서 기다렸다가 같이 출발했다.원경릉은 약상자를 준비하고 우문호의 손을 잡았다.방금 탕양이 말한 무서운 한 마디는 바로 견디기 힘들다는 것으로, 원경릉은 우문호가 순간 황망해하는 것을 보았다. 우문군이 악한 짓을 하고 수많은 사달을 일으켜 몇 번이고 우문호를 죽이려 했다. 특히 처음 칼부림을 했을 때는 하마터면 우문호가 목숨을 잃을 뻔했으니 우문군은 백 번 죽어도 마땅하다. 하지만 어쨌든 형제가 아닌가, 우문호는 마음속으로 아무리 미워해도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데 아무 느낌이 없을 수 없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마주 꼭 잡더니 위로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괜찮아.”마차는 어둠을 몰아내며 서일이가 직접 채찍을 휘두르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이 반 시진이 되지 않아 우문군의 집에 도착했다.집안은 등이 밝혀져 있고 제왕과 경조부 사람이 와있는데 심지어 제왕의 말은 묶여 있지도 않고 밖에 돌아다녀서 서일이가 나무에 묶어주고 따라서 안으로 들어갔다.경조부의 검시관이 따라 들어왔는데 한밤중에 신고가 들어와 순간 상황파악을 못 하고 경조부 포도대장이 검시관을 찾아간 것이었다. 다행히 검시관이 의술을 알아 오자마자 신속하게 구급 조치를 취하고 제왕도 사람을 보내 의원을 청했다. 하지만 이때 아직 의원이 도착하지 않아 원경릉이 먼저 온 것이었다.셋이 안으로 들어가자, 제왕이 오더니 얼굴이 새하얘져서 외마디 비
쾌검우문호가 직접 검상을 보니 상처에 칼을 그대로 넣었다 뺀 것으로, 반항의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상처는 절대로 주명양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명양이 어설픈 무공을 조금 한다고 하지만 우문군을 죽이는 건 쉽지 않은 게 내공이 심후하지 않은 사람이 검을 쓰면 호흡이 요동칠 수 있어 발각될 가능성이 크고 발각되지 않았다고 해도 검이 들어간 후 우문군이 놀라서 깨나면 검을 뽑지 못해 상처가 비스듬하게 생긴다.그러나 이 범인은 쾌검을 사용하는 사람임과 동시에 내공이 심후해 내공으로 검을 더욱 빠르게 움직여 알아채기 쉽지 않았다.즉 검이 들어가서 나오는 고통이 느껴지기도 전에 범인은 이미 도망쳤을 가능성이 클 정도로 검법이 놀랍도록 빠르다.우문호가 시동에게 물었다.“낮에 누가 왔었나?”“구씨 가문의 둘째 부인께서 오셨는데 역시 은자에 관한 일이었습니다. 첫째 황자 전하께서 부인께 은자를 돌려주실 거라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습니다. 둘째 부인께서는 바로 가셨고요.”우문군 부부가 싸운 원인은 돈놀이했던 은자인 것이 틀림없고, 둘째 부인이 오늘 와서 돈놀이한 게 들통나자, 우무군이 격노해서 주명양과 싸웠다. 하지만 주명양이 나갈 때 우문군은 아직 멀쩡했다. 즉 주명양이 간 뒤에 범인이 온 것이다.‘임소인가?’우문호는 즉시 부정했다. 임소는 계속 귀영위가 감시하고 있었는데 임소가 와서 살인을 저질렀다면 귀영위가 반드시 알렸을 것이다.제왕이 사람을 데리고 자세히 조사하고 돌아와서 물었다.“형, 포도대장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범인은 쾌검을 쓰는 사람이라는데 이 상처는 어쩌다 생긴 것일 수도 있잖아요, 반드시 쾌검이어야 하나요?”“이 상처가 만약 다른 사람 몸에 있었으면 쾌검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우문군의 몸에 났기 때문에 쾌검에 의한 게 틀림없어. 우문군은 무공이 뛰어나고 내공도 상당히 심후해서 취해서 자는 중이이어도 검기를 감지할 수 있어. 막는 건 늦어도 상처에 넣은 칼을 뺄 때 움직여 상처가
둘째 부인과 주명양비록 주명양과 구씨 가문 둘째 부인에게 살인 혐의는 없지만 낮에 둘째 부인인 돈 문제로 찾아왔고 저녁에 주명양이 돈 때문에 우문군과 싸우다 몸싸움이 있었으므로 경조부는 양쪽 모두를 사정 청취하기로 했다.둘째 부인은 오늘 우문군에게 물어본 뒤 십중팔구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속은 좀 끓였지만, 이자를 괜찮게 번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그런데 한밤중에 경조부 사람이 와서 자신을 깨우더니 첫째 황자가 자객에게 당했다니 정신이 아득했다.첫째 황자에게 사고가 났으니 경조부에서도 밤중에 달려왔고 구 후작 나리도 오고 구씨 가문에 살고 있는 어른들도 하나둘 일어나 사정을 물었다.둘째 부인의 돈은 원래 비자금으로 그동안 사실 가문의 돈을 슬쩍 할 일이 적지 않았는데 몇 년전 구 후작 부인이 와병 중이라 둘째 부인에게 집안일을 맡긴 뒤, 몇 년간 적지 않은 은자를 슬쩍해 왔다. 그렇지 않고서야 혼자 힘으로 어떻게 수십만 냥을 모아?그래서 가문의 가장인 구 후작이 있고 장방에서 회계를 보는 자도 자리에 있으니, 둘째 부인은 감히 돈놀이 얘기는 입도 뻥긋 못하고 은자 몇천 냥을 주명양에게 빌려줬는데 오래도록 갚지 않아 집에 가서 독촉한 것으로 주명양이 없어서 첫째 황자 전하께 말씀드렸다고 했다.구 후작 부인이 이상하다고 느낀 게 둘째 부인을 잘 아는데, 성격이 소심하고 주명양 어머니에게 아부를 떨다가 죽고 나니 주명양이란 조카에게 진심으로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만약 주명양이 돈을 뜯으러 왔으면 진짜 체면상 열 냥쯤 줘서 쫓아 보냈지! 은자 수천 냥을 빌려준다는 건 불가능했다.단지 지금 경조부에서 와서 물으니 분명 더 이상 얘기하지 않을 것으로 이런 예의상의 사정 청취는 쫓아 보내면 그만이다.하지만 구사와 원경병은 생각이 있어서 경조부 사람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뒤, 구사가 구 후작을 찾아가 이 일을 얘기했다. 구 후작이 듣고 격노하더니 작은 나리를 불러 둘째 부인 일을 깨끗하게 처리해 후작부가 연루되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작은 나
다친 주명양과 우문군주명양이 주씨 가문으로 돌아오자, 빚 독촉을 하러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집사는 안으로 들여야 할지 어쩔지 주재상에게 보고하자 주재상이 말했다. “빚을 졌으면 갚는 게 천지의 도리지. 채주가 와서 빚을 달라고 하는데 어찌 문밖에 세워 둘 수 있나? 전부 안으로 들어와 첫째 황자비를 찾아가라고 해.”주 재상의 말에 빚쟁이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삽시간에 집안이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제아무리 빚쟁이여도 이 집에서 감히 난동을 부리는 사람은 없었다.주명양은 자기 몸이 다친 것을 핑계로 손 주인장을 찾아가 빚을 독촉하는 걸 잠시 유예하고 사람들에게 돌아가서 기다리거나 직접 손 주인장을 찾아가도 된다고 했다.하지만 그 돈은 전부 주명양의 손을 거쳐 빌려준 것이니 본인들이 손 주인장을 찾아가도 소용없다. 따라서 원래는 주명양에게 삿대질할 빚쟁이들이 기세등등하여 주명양을 오히려 보살처럼 떠받들며 다음날 보약을 들고 하루빨리 상처가 나아서 손 주인장에게 돈을 받아 와 주기를 바랐다.주명양이 며칠 상처를 돌보는데 주재상이 사람을 보내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냐고 했다.주명양은 당연히 주 씨 저택을 떠나지 못했다. 그래서 주재상 앞에 무릎을 꿇고 통곡하며 비구니가 될지언정 돌아가서 첫째 황자를 다시 모시고 싶지 않다고 했다. 주명양 말로는 첫째 황자와 이미 부부간의 애정이 식어 인연을 끊었다는 것이다.주재상은 억지로 보내지 않고 집에 머물라고 허락했는데 주명양은 울고불고 죽겠다고 해야 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주명양은 사람들에게 상당한 빚을 졌기 때문에 이렇게 친정에 눌러앉아 있는 동안 밖에 함부로 나갈 수 없었다.우문군이 지금 생사도 분명치 않은 상태인데 계측 기계가 없으므로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지 원경릉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우문군 사건이 터진 다음날 우문호가 직접 입궐해서 명원제에게 보고하는데 이미 이 일을 알고 있었고 진비에게는 감추고 있었다.명원제가 보고를 듣고 별말 없이 심지어 슬픈 기색도 없는 게, 마치 자기
명원제와 원경릉의 독대요리가 차려졌는데 명원제는 묻지 않고 원경릉에게 밥을 먹으라고 했다.원경릉이 수저를 들고 먹기 시작하자 아바마마와 식사하는 것이 처음도 아닌데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그녀가 앞에 두고 있는 사람은 아들을 잃을 수도 있는 늙은 아버지이기 때문이다.우문군이 철이 없다며 화를 냈지만, 아비로서 우문군의 생사에 관해 못 들은 척 상관하지 않을 수도 없고 무관심할 수도 없었다.그래서 밥을 정리하는데 원경릉이 배가 상당히 고팠지만, 가슴이 아파 많이 먹을 수 없었다.그런데 명원제는 밥 한 공기에 국을 세그릇이나 비웠고, 결국 목여태감이 와서 삼가게 했다. 명원제가 겨우 물리는 모습에 원경릉의 마음에 두려움이 생겼다.궁궐의 음식은 전부 법도가 있어서 요리가 아무리 맛있어도 3번 이상 젓가락질할 수 없으며 국을 세 그릇이나 먹는 건 더욱 안된다.명원제의 이런 모습을 보니 원경릉도 조금 괴로웠다.우문군에게 사고가 난 뒤로 지금까지 원경릉은 의사의 책임감을 따라 치료했을 뿐으로 다른 감정이 조금도 생긴 적이 없었는데, 지금 명원제를 대하고서야 우문군이 무사해야 명원제가 기쁠 수 있다면 우문군이 괜찮기를 바랐다.명원제가 식사를 마치고 입을 닦더니 목여태감에게 남은 식사를 물릴 것을 분부한 뒤 두 손으로 탁자 끝을 잡고 눈을 들어 원경릉에게 말했다.“배가 부르니 얘기할 수 있겠군. 그 애 지금 상황이 어떤가?”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더욱 괴로운 게 명원제는 빈속으로 들어서는 안 된다. 듣고 나면 오늘 밤 식사를 더 못하실 테니까.명원제는 어깨에 나라를 짊어지고 있어서 반드시 밥을 먹어야 했다.원경릉이 사실대로 털어놓았다.“상황이 좋지 못합니다. 과다출혈인 상태로 발견했을 때 이미 좀 늦은 상태였으며 지금 숨을 겨우 유지할 수 있는 건 다섯째의 추론에 의하면 큰아주버님이 중상을 입은 후 바로 기를 운용해 혈을 막았기 때문입니다. 효과가 뛰어나진 못했지만, 계속된 출혈은 막을 수 있어서 겨우 목숨은 보전할 수 있었습니다.”명원제는 손을
아들 잃은 슬픔명원제는 오른손을 이마에 대고 두 손가락으로 미간을 문지르자, 손그림자가 얼굴을 덮어 더욱 피곤해 보였다.미간을 주무르더니 원경릉에게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어젯밤 거의 잠을 못 자고 해가 뜨기 직전에 잠깐 눈을 붙였는데 바로 놀라며 꿈이 깼네.”원경릉의 마음이 오그라붙을 정도였다. “아바마마 마음 편히 하십시오, 옥체가 중하십니다.”명원제가 손짓으로 말리며 말했다. “꿈속에서 첫째가 짐 앞에서 울면서 꿇어앉아 있는 걸 봤어. 짐에서 불효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앞으로 다시는 짐 곁에 있을 수 없다고 했어.”원경릉의 가슴이 쿵쿵 뛰었다.“아바마마, 그건 꿈에 불과합니다.”“그래. 꿈이야!” 명원제 눈에서 슬픔이 한곳으로 모이며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렇게 선명하다니, 심지어 짐은 첫째의 울먹이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어. 어찌나 처연하던지. 아직 요만할 때 걷지도 못하고 짐에게 안겨서 두 눈을 반짝이는 게 하늘의 별과 같은 게 불과 얼마 전인데. 당시 대신들이 전부 이 아이는 앞으로 큰 인물이 될 거라고, 걔……걔는 짐의 장자야, 짐의 첫아들이라고, 뒤에 짐에게 많은 아들이 생기지만 걔가 첫 번째였어. 다를 수밖에 없잖아.”원경릉이 듣는 데 마음이 너무 아프고 코끝이 시큰해서 눈물이 솟구쳤다.“아바마마, 그렇게 괴로워하지 마세요.”“제일 슬픈 게 바로 이점이야,” 명원제가 천천히 일어났는데 과연 부쩍 늙어버린 듯 목소리가 떨렸다, “걔를 위해 괴롭고 가슴 아파할 가치도 없다는 거, 첫째 황자인데 가장 못난 놈이야.”우문군의 지위를 떨어뜨릴 때 명원제도 마음이 아팠다. 원경릉은 그때도 알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 이번에 원경릉은 명원제의 마음속 절망을 들을 수 있었다.“걔는 쓸모없는 게 두려웠겠지. 적 귀비에게 가서 얘기해, 천이 혼례를 앞당기라고 최대한 빨리 먼저 치르도록.” 명원제가 나지막하게 말하더니 원경릉에게 나가보라고 손짓했다.원경릉이 명원제 등을 보면서 예를 취한 뒤 말했다. “예,
명원제와 우문호의 밀담어서방에서 대략 반 시진 동안 명원제는 우문군과 주명양의 부부관계를 포함해 뭐든 우문호에게 물었는데, 우문군이 주명양을 팼다는 얘기를 듣고 처량한 눈빛으로 말했다.”잘하는 짓이다, 아주 황실 체면에 먹칠을 하는구나.”전에는 전장을 누비던 장수였는데 마지막엔 고작 집구석에서 아내를 패는 걸 낙으로 삼다니 명원제가 가슴을 치지 않고 배겨?“그러고 보니 아직 범인에 대한 실마리가 잡히지 않았다고?”“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소신이 전에 보고드렸듯이 경성에는 암암리에 활동하는 사람이 있어 평남왕부와도 관계가 있습니다. 현재 임소가 우두머리로 보이며 몇몇 강남 거상과 비밀스러운 음모를 꾸미고 있는데 큰형이 그자들에게 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그자들을 네가 그렇게 오래 조사했는데 아직 이렇다할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 명원제가 눈에 띄게 조급해졌다.“이자들은 깊숙이 숨어 있고 원래 우리 시선은 줄곧 홍엽 공자에게 빼앗겨 제때 그들의 활동을 발견해 내지 못했습니다. 소신의 불찰입니다.”우문호가 최근 최선을 다해 정사에 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원제도 알아서 차마 책망하지 못하고 물었다. “이게 사실은 홍엽 공자가 준비한 사람들일 리는 없느냐? 홍엽은 수하에 밀정이 그렇게 많은데 진작, 북당에 수많은 첩자를 뿌려 놨겠지.”“소신 조사해 보겠습니다.”사실 우문호는 이번에 홍엽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눈 앞의 모든 수법이 홍엽이 대주에서 꾸민 짓과 상당히 비슷한 것이, 첩자로 천지를 뒤덮고 머리 하나가 나와도 나머지 하나를 찾을 수 없는 방식 말이다.마치 꼭…… 누군가 홍엽을 모방한 듯 그의 수단을 베끼고 있었다.“지금 적어도 임소가 경성에 있는 이자들의 수뇌라는 것이 확실하면 어째서 잡아들이지 않지?” “안 됩니다. 만약 그를 잡아들이면 수하에 있던 일련의 세력은 더욱 깊이 숨을 게 분명합니다. 지금 그들이 행동을 개시해 소신이 벌써 여러 방면으로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움직이기만 하면
우문호 일행은 강북부로 향하는 내내 북방의 풍경과 풍속을 경험했다. 그로 인해 속도는 매우 느리긴 했지만 말이다.그날 밤, 우문호는 갑자기 악몽에서 깨어나 온몸에 땀을 흘리며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그러자 원경릉이 벌떡 일어나 그를 껴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오? 악몽을 꾼 것이오?”우문호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아직 날씨가 덥지 않은 데다가 북방에 있어 오히려 날씨까지 쌀쌀했기에, 그는 아직도 악몽이 생각나는 듯, 창백한 표정을 지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꿈에서 셋째 형님이 피투성이인 채 죽어가고 있었소…”원경릉은 그저 꿈이라 생각하고 위로해 주려 했지만, 이내 우문호의 강한 감응 능력을 떠올렸다. 갑자기 나타난 이 꿈이 형제간의 영적 감응일지도 몰랐기 때문이다.우문호도 점점 불안한 생각에 빠졌다.“강북부가 비록 평온해 보여도 사실 북당에서 가장 복잡한 곳이오. 온갖 사람들이 섞여 있고, 북막도 호시탐탐 노리고 있네. 게다가 셋째 형님도 무모한 사람이니, 진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되오. 원 선생, 어서 빨리 가야겠소.”원경릉이 서둘러 옷을 입으며 말했다.“아니, 내가 먼저 가겠소. 정말 상처를 입었다면, 내가 가야지 도움이 되지 않겠소? 게다가 난 빨리 갈 수 있잖소.”“좋소. 그럼 먼저 가시오. 우리도 곧 출발하겠소.”우문호는 너무 생생한 꿈 탓에, 더 이상 천천히 갈 수 없었다.“사람을 불러야겠소.”원경릉은 재빨리 옷을 입은 후, 우문호에게 포옹하고 이마에 입을 맞췄다.“먼저 가겠소.”“조심하시오.”우문호가 말을 다 끝내기도 전, 원경릉은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원경릉이 사라지자마자 우문호는 방 문을 두드리며, 출발하자고 소리쳤다.우문호의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 밤중에 출발이라니, 무슨 큰 일이 생긴 걸까?이때 수보가 겉옷을 걸치고 나오며, 우문호의 팔을 잡고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문호가 답했다.“나도 모르네. 하지만 셋째 형님에게 무슨 일
스무 명이 넘는 자 중 단 한 명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전부 섬멸되었다.안왕은 재빨리 위왕의 혈을 눌러 지혈한 후, 중상을 입은 위왕을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먼저 의원을 찾으러 간 사람이 있었기에, 의원은 이미 저택에 도착해 있었다. 이때 안왕이 피투성이가 된 채, 의원의 옷깃을 움켜잡았다.“살리시게, 살려야 하네. 꼭 살아야 하네.”의원이 바로 약상자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진정하십시오.”의원이 위왕의 옷을 가위로 자르자마자, 상처가 바로 드러났다. 다행히도 먼저 지혈한 덕분에 저택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하지만 심각한 부상 상태와, 깊은 복부의 자상 때문에 장기를 다친 것으로 판단한 의원은 간단한 처리를 마친 후, 안왕에게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소인의 의술이 부족한 탓에, 치료를 감당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경성에서 다치셨다면,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강북부는 의료가 낙후된 지역이다. 비록 혜민서를 설립한 이후 의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하긴 했지만, 경성에 비하면 여전히 많이 부족했다.안왕이 숨을 헐떡이며 눈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쳤다.“중상을 입었는데 어찌 도성으로 돌아가란 말인가? 긴 여정을 견딜 수 있을 것 같은가?”의원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것도 참 문제입니다. 황실 친왕이 자금단을 가지고 계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저택에 있습니까?”“없네!”안왕은 위왕의 호흡이 점점 미약해지는 모습을 보며 절망감에 휩싸여 털썩 주저앉았다.“내가 갖고 있던 자금단은 이미 먹은 지 오래된 것이네.”“경성… 경성으로…”의식을 잃은 위왕은 그저 경성이라는 말만 중얼거렸다.안왕은 눈물을 닦으며 무릎을 꿇었다.“형님,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의원이 약을 썼으니, 황후가 오실 때까지 며칠만 버티십시오.”심각한 상황이니, 경성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돌아가려면 최소 일주일 이상은 걸리지만, 황후는 아마 사흘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성으로……”위왕은 의식을 잃기 전까지 계속해서 경성을 찾았다. 그곳은 그가 너무
위왕은 마음속에 또 하나의 걱정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다섯째가 곧 강북부에 오는 것이었다. 비록 이 일은 소문내지 않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순행했으니, 소문이 새어나가게 마련이다.설령 그가 강북부에 온다고 밝히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의 최종 목적지가 강북부라는 것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북막인들이 다섯째에게 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었다.아무래도 단 한 순간도 북막인의 야심은 멈춘 적 없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는 방심하지 않고, 허점을 찾아내겠다는 결심을 다지며 이들을 감시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어디까지나 본인의 추측일 뿐이기에, 그는 이 일을 아직 넷째에게 말하지 않았다. 섣불리 말을 꺼냈다가, 그들이 진짜 금나라 상인이라는 것이 밝혀지기라도 한다면, 두 나라의 사이만 영향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비록 무장이지만, 외교적인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불씨라도, 마음먹은 자가 부추기면 걷잡을 수 없는 큰불이 될 수 있는 법이기에, 섣불리 행동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감시 끝에 마침내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 처음엔 열댓 명 정도였던 이들 무리는 이틀 사이 스무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새로 온 자들은 앞선 사람들과는 다르게, 군인이라기보다는 강호 인사의 분위기를 풍겼으며, 무공 또한 약하지 않아 보였다.위왕은 경계심을 품고, 밤새 직접 사람들을 이끌어 조사에 나섰다.앞서 만났던 금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질문에 순순히 응했지만, 새로 온 강호인들은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위왕의 질문에도 그저 시큰둥한 태도만 보이며 북당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위왕은 건방진 그들의 태도에, 몇 마디 호통을 쳤고, 그 모습에 강호인들은 참지 못하고 바로 위왕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위왕은 조사하기 위해 온 터라, 데리고 온 부하도 단 몇 명 뿐이었기에, 상대가 일반적인 조사에도 이렇게 쉽게 공격하려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앞서 온 금나라인들이 말리려 했지만, 그들이 손을 쓰자, 사태가 수습되지 않을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남강에 며칠 머무는 동안, 아홉째와 함께 남강의 풍경을 둘러보고, 북강에도 다녀왔다.지금 북강 백성들은 조정에 대한 소속감이 아주 강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남강을 다스린 정책이 정말 훌륭했기에, 백성들 모두 좋은 날을 보낼 수 있었기에, 자연스레 황제에 대한 존경심도 깊어진 것이었다.황제와 황후가 지나가는 곳마다 백성들은 길가에 모여서 열렬히 환영했다.그들은 이번 순행 내내 오계부에서 신분을 밝힌 것 외에는 항상 미복으로 다녔다. 하지만 남강에서 우문호는 황제의 신분을 드러냈다.우문호는 백성들의 신뢰와 경외심에서 큰 성취감을 느꼈고, 매우 기뻤다. 그는 줄곧 원경릉의 손을 잡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었다.과거 북강은 방어를 위해 무술 함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모두 제거되었다. 그리고 많은 백성이 산 아래 평원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마을을 이루었다. 정화를 구하러 왔을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기쁜 마음과 함께 우문호는 감사함도 느꼈다. 이것은 결코 그 혼자만의 공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남강을 떠나야 하는 날이 다가오자, 원경릉은 만아와 여덟째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곧 변성으로 가야 했기에,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잠시였다. 남강을 벗어나자마자, 그녀는 아이들과 만날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원 선생, 그들에게 말했소?"길에서 우문호가 물었다."아니, 몰래 가는 것이오."원경릉은 웃으며 말했다."교활하구먼. 그래도 만두가 이미 알려줬을 수도 있을 텐데."지금은 경단과 찰떡, 그리고 계란이 셋만 그곳에 있었다."셋이 다섯 개 성을 다스린다니, 분명히 힘들 것이오."원경릉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그렇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졌네. 이제는 태평해 보이니."우문호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이번에 가서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며 충분히 쉬게 해줘야 하오."사실 성하나를 다스리는 것과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점 없이, 매우 힘든 일이었다.한편, 강북부에서는 최근 강북부 무구산 주변에 신비한 상단
그러자 홍엽이 그를 바라보며 멈칫했다."자네가 중매를 서겠다고?""안 되오?""말도 안 되는 소리 말게. 자기 혼사도 해결 못 하는데 중매는 무슨. 난 못 믿네!"냉정언이 어깨를 으쓱였다."못 믿으면 말고. 이래 봬도 내가 명문가 아가씨나 협녀를 많이 알고 있소."홍엽은 손으로 그의 목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알고 있는 아가씨가 있으면 진작 말했어야지! 경성으로 돌아가자마자, 당장 소개해 주시게!"냉정언은 웃으며 그의 손목을 옆으로 밀어냈다."중매 값이 워낙 비싸서. 십만 냥 아니면 쉽게 안 나서오.""돈이 대수요?"홍엽이 교활하게 웃으며 말했다."우린 지금 한집에 살고 있소. 그러니 자네가 돈을 어디에 숨겼는지, 다 알고 있네. 그동안 꽤 많이 챙겼으니, 돌아가서 돈은 두둑이 주겠네."그 말에 냉정언이 깜짝 놀랐다."내 돈을 노리고 있었소? 진짜 도둑을 집에 들였군! 늙어서 쓸 돈이네, 그 돈을 혼사에 쓸 생각은 하지 마시오!""명여가 우리를 챙길 테니, 그렇게 쩨쩨하게 굴지 마시오."홍엽이 새침하게 말했다."나도 돈이 많소. 다만 남의 돈을 쓰는 게 훨씬 재밌을 뿐이네."냉정언이 숨을 들이쉬었다."안 되겠네. 경성에 돌아가자마자 자네를 쫓아내야겠소."홍엽이 말했다."쫓아낼 수 있으면 쫓아내 보시게. 게다가 자네가 나를 청할 때, 뭐라고 했는가? 얼마든지 살아도 된다고 했잖소. 이제 와서 후회하는 것이오?""이야, 홍엽, 어찌 이리 뻔뻔스러워진 것이오?""뻔뻔하지 않으면, 어찌 당신 집에서 이렇게 공으로 먹고살 수 있겠나?"홍엽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수보, 신을 모시는 건 쉬워도 보내는 건 어렵다고 하잖소. 이미 집안에 들어갔으니, 쫓아내기는 힘드네. 후회해도 소용없소. 수보의 등골 빼먹다 죽을 것이오. 관에 수의까지 얻어 쓸 생각이라, 죽으면 자네가 장례식까지 마련해줘야 하네."수보는 그를 한참 바라보다가, 애써 이를 악물며 말했다."진짜 뻔뻔하오!"홍엽은 박장대소했다.멀리 복도 끝에
“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놀고 싶기도 합니다.”그는 말하다가, 갑자기 신이 난듯 몸을 들썩이며 말을 이어갔다.“여긴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홉째와 나가면 큰 산도 있고, 꽃도, 나무도 많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고, 뭐든지 엄청 많았습니다.”우문호는 웃으며, 못내 안쓰러움을 느꼈다. 예전에 그를 궁 안에 가두고, 거의 밖으로 데리고 나가지 않았다. 게다가 다른 사람이 그를 데리고 나가는 것도 신경 쓰였다.“이곳이 마음에 들면, 좀 더 오래 있어도 된다.”우문호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예, 정말 좋습니다. 다만, 형님과 형수님이 그리웠습니다. 이렇게 오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여덟째는 흥이 오른 상태로 그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어서 들어가시지요! 아홉째가 형님이 내일 오신다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했습니다.” 그는 뒤돌아 원경릉에게 외쳤다.“형수님, 빨리 따라오십시오. 맛있는 거 많습니다.”미색은 웃으며 꾸짖었다.“이 무심한 녀석, 다섯째 형수님만 챙기고, 여섯 형수가 배고픈지는 묻지도 않는 것이냐?” 여덟째는 그제야 미색을 본 듯,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여섯째 형수님도 오셨습니까? 여섯째 형님도 오신 것입니까? 와, 너무 좋습니다!”“질투하다니?”원경릉은 미색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미소를 지었다.“여덟째는 너보다 나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아유, 참!”미색은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여덟째는 바로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항상 그림과 책자를 선물하는 여섯째 형수님도 좋아했기 때문이다.그는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그럼 같이 드시지요. 음식 많습니다.”“장난이다. 난 질투 안 해.”미색은 기쁘게 말했다.여덟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고, 다들 웃으며 안으로 들어갔다.원경릉이 만아에게 말했다.“정말 이곳에서 즐겁게 지내고 있구나. 예전보다 훨씬 활발해졌고, 말도 많이 하네. 이 모든 게 아홉째 덕분이다.”만아는 웃으며 말했다.“예, 둘이 시간이 날 때마다 밖으로 나가, 더
원경릉은 발끝을 들어 그의 뺨에 입을 맞추고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우문호는 그런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말했다.“원 선생, 행복하오?”“행복하오.”“하하하. 지금이 아닌, 나와 함께했던 모든 날이 행복했냐고 물어보는 것이오.”“모든 순간이 당연히 행복하고, 기쁘오!”원경릉은 스스로를 자조하듯 웃었다.“나 같은 집순이가 이렇게 결혼생활이 행복할 줄 누가 알았겠소?”한때 그녀는 자신이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고, 사랑 없는 삶도 부족함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그녀는 사랑을 중요하지 않다고 여겼었지만, 사랑은 사실 정말로 중요했다.산꼭대기에 앉아, 차가운 바람을 맞고 있었지만,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의 풍경을 눈에, 그리고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었다.그리고 함께 늙어간 후, 다시 천천히 되새기고 싶었다.영산에서 내려온 후, 그들은 다시 여정을 이어나갔다. 이번 목적지는 바로 남강이었다.명절이 지난 뒤, 아홉째는 여덟째를 데리고 먼저 남강으로 돌아갔다. 다들 그가 그곳에서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했다.남강 땅은 오랜만이었다. 마지막으로 발을 디딘 건, 정화를 구하러 갔을 때였다.남강으로 가는 내내 홍엽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냉정언이 물었다.“남강에 가면, 못난이를 만날 것이오?”“만나야지.”홍엽이 답했다.“물론 만나야지!”못난이는 오랜 시간 그와 함께했던 사람이니, 만나야 했다. 못난이가 종종 편지를 보내오긴 했지만, 자기 상황은 거의 말하지 않았다.반면 아홉째는 편지에서 북강의 소식을 자주 전해주었다.지금의 남강은 어느 정도 통일되어 있었고, 북강과 남강도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익 문제로 양측의 왕래가 더욱 빈번해졌다.아홉째는 편지에서 못난이가 북강의 민심을 얻었고, 성격도 예전보다 훨씬 밝아져,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하다고 전했다.홍엽의 마음엔 기대와 기쁨이 섞여 있었다. 그도 지금 잘 지내고 있으니, 못난이도 잘 지내길 바랐다.우문호는 남강에서 돌아온 후, 변방으로 갈
그 일을 떠올리자, 꿈에서 본 일이라 그런지 마치 얼마 전에 있었던 일처럼 느껴졌다.그때 그들은 죽을 만큼 힘든 소년들이었는데, 지금은 한없이 한가한 노인이 되었다.세월은 덧없이 흘러갔고, 그동안 그들은 많은 사람들을 잃었다.무상황은 자신의 황후였던 소봉을 떠올렸다.그들은 줄곧 전형적인 황제와 황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라를 다스렸고, 그녀는 후궁을 다스렸다. 비록 그가 그녀를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많은 애정을 주지도 않았다.그렇게 평범하게 평생을 함께했지만, 그녀가 떠나는 날, 그는 마음속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듯한 슬픔을 느꼈다.평생 함께했던 사람이 자신보다 먼저 떠날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더욱 아팠다.세 사람은 한참 동안 넋을 잃고 있다, 다시 길을 나섰다.유아독존과 관련된 일이 생각보다 커졌지만, 모든 소란은 결국 가라앉게 될 것이다. 모든 소문도 점점 사그라들기 마련이니, 그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하지만 세 사람이 여행하는 영상이 점점 유명해지면서, 유아독존은 더 심하게 비난을 받았다.현실에서 함부로 욕설을 내뱉으면 얻어맞을 수도 있지만, 인터넷에서는 당당한 명분이 있었기에 악성 댓글을 다는 자들은 마음껏 욕을 퍼부었다.그리고 어느 날, 추 어르신이 오래도록 인터넷의 댓글을 훑어보면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는 이내 해가 지는 장면을 찍어 짧은 영상을 올렸다. 그리고 영상에 한마디만 덧붙였다.“분쟁 없이, 오직 평화만 있기를.”그는 모든 다툼이 끝나길 바랐고,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몰지 않기를 바랐다. 단지 말로만 승부를 겨루는 사람은 그들의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음... 무엇보다 적이 될 자격도 없었다!영상이 올라간 지 이틀 뒤, 유아독존은 마침내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는 질투와 시기로 무술을 모독한 것을 사죄했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직접 그들의 계정을 태그해 진심으로 사과했다.진심 어린 사과는 항상 용서를 가져오는 법이다. 그리고 악성 댓글을 달던 사람들도 마침내 욕설을 멈췄다.
삼대 거두는 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일어났고, 숙취에서 깨어나니, 이미 날이 밝아져 있었다. 그들은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아, 눈앞의 모든 것이 몽롱해 오늘이 무슨 날인지조차 모를 정도였다.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하늘에 떠 있는 주황빛 구름은 점점 짙은 금빛으로 변했고, 금빛 가장자리에는 붉은색이 덧씌워져, 눈부시게 아름다웠다.소요공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꿈을 꿨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동시에 그를 바라보며 이구동성으로 물었다."무슨 꿈을 꿨는가?""꿈에서 숭이가 사내에게 속았는데, 우리가 직접 나서서 복수를 해줬다네."추 어르신과 무상황은 놀라서 동시에 숨을 들이켜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귀신이 곡할 노릇이네."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깜짝 놀라 외쳤다."자네도 꾼 것인가?""그렇네!""그렇네!""설마 우리 셋이 똑같은 꿈을 꾼 것이오?"소요공도 깜짝 놀랐다.그 일은 그렇게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어떻게 된 일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할 정도였는데, 꿈에서는 그 장면 장면이 또렷하게 떠올랐다.그리고, 이 꿈은 당시 엄청난 부담을 받고 있던 그들에게 정말 훌륭한 감정 해소가 되었다. 그들은 모든 고통과 억울함, 스트레스를 주먹질로 시원하게 풀어냈다.한편, 무상황은 자신이 황후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때 무슨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는가?"추 어르신이 흥분한 듯 말했다."물론 기억은 나네. 당시엔 소봉이가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적성루 사람들을 많이 그리워했네. 게다가 나도 자네들과 어울리느라 바빠서 황후를 소홀히 했네. 그래서 적성루 상궁과 숭이를 궁으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게 했지."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지만, 꿈속에서 다시 겪은 덕분에 자세히 생각났다.그때 어서방의 회의가 끝나고, 소복이 무심히 물었다."폐하, 황후 마마를 오랫동안 못 뵙지 않으셨습니까?"그는 소복의 말이 소봉을 보러 가자는 암시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