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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1488화

Author: 은광수
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머릿속에는 저도 모르게 윤지은이 떠올랐다.

이번 계기로 또 한 번 윤지은이 나를 얼마나 관심이 많는지, 내 일이라면 얼마나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지 느껴졌다.

이 특별한 감정에 내 마음마저 흔들렸다. 심지어 애초의 욕망에서 이제는 점점 복잡해졌다.

하지만 이 복잡한 정도가 얼마인지는 나조차도 말할 수 없었다. 윤지은은 본인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있는지도 의문이었다.

윤지은은 항상 자기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입으로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다. 게다가 무엇에 마음이 쓰이면 쓰일수록 더욱 강하게 부정한다.

다만 윤지은에 대해 잘 알고 있냐고 물으면 절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

아무튼 그녀에 대한 마음이 복잡한 것만은 확실했다.

1시간 뒤, 우리는 한 술집 앞에 도착했다.

나는 문득 차를 왜 술집에 멈춰 세우는지 의문이었다.

그러자 강한나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수호 씨 생명의 은인이 어릴 때부터 산속에서만 지내 이런 세상은 경험해 본 적이 없대요. 산속 음식 외에 다른 음식도 먹어본 적 없다고 하고요.”

“그래서 지은이랑 같이 정희 씨 데리고 놀고먹으려고요.”

보아하니 오는 내내 세 사람 사이에 많은 대화가 오간 모양이었다. 심지어 사이도 꽤 좋아 보였다.

이건 좋은 일이었다.

나는 다급히 말했다.

“그래요. 그럼 우리도 같이 가요. 제가 살게요.”

강한나는 손을 뻗어 나를 막았다.

“필요 없거든요. 여자 셋이 모이겠다는데 남자들은 왜 껴요? 가서 볼 일들 봐요.”

‘이건 뭐 우리 셋을 버리겠다는 건가?’

나는 이런 결과는 생각지도 못했다.

세 여자가 함께 술집에 들어가는 걸 우리 셋은 목석처럼 멍하니 지켜보기만 했다.

현성과 민우는 내 모습을 보더니 입까지 막고 웃어댔다.

나는 결국 현성을 발로 걷어찼다.

“뭘 웃어? 그렇게 재밌어?”

현성이 말했다.

“내가 볼 때 이거 다 윤지은 씨 아이디어인 것 같아. 수호야, 윤지은 씨가 너 안 반기나 봐.”

“안 반기면 됐어. 나도 마침 바빠.”

나도 자존심을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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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하마터면 손에 든 찻잔을 떨굴 뻔했다.상대가 누구인지 보지 않아도 말투나 행동으로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연상철의 손녀 연소희 외에 이토록 호들갑 떨 사람이 어디 있겠나?연상철도 뒤이어 들어오셔서 웃으며 말했다.“소희야, 조심해. 정 선생 넘어지겠어.”연소희는 헤실 웃더니 그제야 나를 놓아주었다.“오빠, 괜찮아요? 어? 팔은 왜 이래요?”내가 다친 팔은 왼쪽이었는데 아직도 깁스를 하고 있었다. 다만 환자를 치료할 때는 모두 오른손을 사용하기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연소희는 또다시 나를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마치 내가 고양이나 강아지가 된 기분이었다.나는 얼른 연소희의 손을 피하며 말했다.“괜찮아. 소희야. 여긴 어쩐 일이야?”연소희는 씩씩거리며 말했다.“그걸 말이라고 해요? 그날 밤 우리 집에서 떠난 뒤 연락도 안 되고, 일부러 나 피한 거죠?”보아하니 연소희와 연상철은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모르는 모양이었다.나는 얼른 그날 밤 있었던 일을 간단히 말했다.“나 일부러 너 피한 거 아니야. 그날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바람에 아래에서 며칠 요양하다 오늘 돌아온 거야.”“네?”연소희는 또다시 나에게 달려와 이리저리 살펴봤다.연소희의 손길은 조금도 다정하지 않았다. 순간 그동안 보여 온 귀엽고 다정한 모습이 모두 연기는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그때 연상철이 급히 끼어들었다.“소희야, 조심해. 정 선생이 무사해도 너 때문에 병나겠어.”“할아버지, 이건 관심하는 거잖아요.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어요?”연소희는 뾰로통해서 입을 삐죽 내밀었다.이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중재에 나섰다.“연 화백님, 저는 괜찮아요.”사실 나는 연상철이 연소희를 꾸짖는 게 싫을 뿐이었다. 정말 꾸짖으면 너무 어색해지니까.다만 나도 자꾸만 이리저리 만지는 연소희의 손길을 참을 수 없었다.연소희는 남녀 사이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걸 모르는 듯했다.조금 전만 해도 나를 이리저리 마구 만져 대는데, 만지지 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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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가는 길에 내 차에 관해 물었더니 돌아오는 건 모른다는 대답뿐이었다.. 보아하니 이번 이른 제대로 조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이미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어서인지 나는 길이 매우 익숙했다. 하지만 우리가 곽정희 집에 도착했을 때, 멀리서부터 차 두대가 눈에 들어왔다. 심지어 그중 한 대는 경차였다.‘무슨 상황이지?’그 순간 혹시 윤지은과 강한나가 여기까지 찾아온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니나 다를까 곽정희 집에서 윤지은과 강한나를 본 순간, 나는 여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내가 떠나자마자 이곳에 온 건가?’그렇다면 진짜 놀라운 속도였다.곽정희는 나를 보자 반갑게 맞이했다.“수호 씨, 일찍 왔네요?”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뻔뻔하게 말했다.“네. 데리고 나가 주겠다고 약속했으니 약속 지켜야죠.”“와, 정수호 씨 진짜 너무하네요. 누구는 며칠 동안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면서 수호 씨 찾아 다녔는데, 수호 씨는 깊은 산속에서 미녀와 같이 지냈네요.”강한나는 일부러 나에게 무안을 줬고, 그 말에 이내 윤지은의 나를 째려봤다.하지만 윤지은이 나를 그렇게 걱정한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분명 나를 엄청 싫어하고 관심도 없다고 했으면서. 그런데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건, 두 사람이 얼마나 애써가며 나를 찾았는지 알 수 있었다.윤지은은 내가 말하기 전에 화가 난 듯 씩씩거리며 떠나갔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나는 얼른 그 뒤를 따라가 설명했다.“나 정희 누나랑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누나는 그저 내 생명의 은인이에요.”“나한테 그런 건 왜 설명하는데?”윤지은은 차갑게 되물었다.이에 나는 헤실 웃으며 답했다.“지은 씨가 오해할까 봐 그러죠.”“뭘 오해하는데?”“나랑 정희 누나 사이에 뭐가 있을 거라고 오해할까 봐 그러죠. 정희 누나한테 약혼자도 있어요.”나는 윤지은의 의심을 해소하려고 이런 말을 한 거였는데, 오히려 그게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윤지은은 이상야릇한 표정으로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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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쏠 탈출기: 형수와의 위험한 거래   제1485화

    곽정희는 미처 반응하지 못한 듯 나를 한참 바라봤다.“왜 갑자기 간다는 거예요? 팔도 아직 안 나았잖아요.”“제가 실종된 지 며칠이나 지나서 친구들이 걱정할 거예요. 찰과상도 다 나았고, 넘어지면서 까진 곳도 다 나았어요. 그리고 팔은 힘만 주지 않으면 괜찮고요.”곽정희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도 같이 가도 돼요?”“누나는 우선 여기 있어요. 제가 도움을 청할 사람을 불러오면 같이 가요.”“그, 그럼 꼭 데리러 와야 해요.”곽정희는 나와 함께 이곳을 떠나 약혼자를 찾아가고 싶어 했다.그 갈망하는 눈동자를 보니 나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어 무조건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다.내가 곽정희를 데리고 떠나지 않은 이유는 가는 길에 조끼남 일당이 숨어 있을지도 몰라서였다. 때문에 곽정희의 안전을 위해서 아직은 데려가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곽정희는 나에게 떠나는 길을 알려주었다. 그 길을 따라가니 정말로 산을 나갈 수 있었다.내 차는 이미 사라졌는데, 조끼남이 끌고 간 건지, 다른 사람이 끌고 간 건지 알 수 없었다.산길을 따라 도로로 나간 나는 얼른 손을 들어 차 한 대를 불러 세웠다.“천수당으로 데려가 주세요.”“혹시 길 잃었어요?”화물차 기사는 먼저 말을 걸어왔다.하지만 나는 ‘네’라는 짤막한 대답 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도 그럴 게, 늘 경각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으니까.화물차 기사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말을 이었다.“이 차는 짐만 나르지 사람은 태우지 않아요. 아까는 꽤 마음이 가서 태워준 거예요. 여기서 도시까지 엄청 멀거든요...”나는 기사의 말속에 숨은 뜻을 이내 캐치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목적지까지 가주시면 돈은 섭섭지 않게 드릴게요.”“하하하, 그래요. 미리 말해두는데 거기까지 데려가면 20만 원이에요. 괜찮죠?”“네.”20만 원을 요구하면 그만큼 주면 그만이었다. 그래도 20만 원은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에 속했으니까.다행히 가는 내내 무사한 덕에 2시간 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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