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했지만 동시에 두렵기도 했다.윤 여사가 나를 건드리지 않을 때는 건드려줬으면 했는데, 정말 그러니 오히려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웠다.내가 망설이고 있을 때 윤 여사가 내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기대할게요. 나도 마사지숍 하나 오픈할까 하는데 정 선생이 잘하면 그 마사지숍 정 선생한테 맡길게요.”“아니에요, 여기서도 잘할 수 있어요.”나는 무엇보다 이곳 동료와 정 사장님을 떠나기 아쉬웠다. 이곳 식구들과 재밌게 지내고 있으니까.윤 여사가 나를 향해 싱긋 웃었다.“아직은 결정하기 너무 일러요. 게다가 난 아직 그럴 생각만 있지 아직 행동에 옮기지 않았어요. 됐어요, 오늘은 이만하면 됐으니 먼저 가볼게요.”“만두야, 엄마 품으로 와.”고양이는 많이 굶주렸는지 쏜살같이 달려 윤 여사 품에 안기더니 마구 비벼댔다.‘행복한 자식, 나도 저 고양이가 되고 싶네.’‘그러면 대놓고 여기저기 문지르고 윤 여사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도 있을 텐데.’“됐어, 아까 너무 서러웠지? 네가 말 잘 듣고 얌전히 굴면 엄마가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야옹...”“아유, 착해. 됐어, 집에 가자.”윤 여사는 고양이를 품에 안고 룸을 나갔다.윤 여사한테서 많은 팁을 받은 게 감사해 나는 문 앞까지 직접 배웅했다.하지만 공교롭게도 문 앞에서 김진호와 맞닥뜨렸다.김진호는 얼굴 여기저기 멍으로 뒤덮여 있는 게, 딱 봐도 누구한테 맞은 듯했다.그 순간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나는 윤 여사와 웃으며 나왔는데, 김진호는 이 여사와 바람피우려다가 맞고 돌아왔으니.나의 득의만면한 모습과 김진호의 초라한 모습은 선명한 대비를 이루었다.김진호가 이 모습을 봤으니 아마 나에 대한 원한이 더 깊어졌을 거다.아니나 다를까, 김진호는 나와 윤 여사가 웃으며 얘기하는 걸 보자 나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보냈다.심지어는 눈에 뵈는 것도 없는지 나에게로 다가와 멱살을 잡았다.“정수호, 네가 감히 내 고객을 빼앗아?”그 모습은 가게 안 사람들의 시선
내가 사고를 치지 않는다고 겁이 많은 건 아니다.김진호가 정말 나한테 무슨 짓을 저지른다면, 나는 절대 참지 않을 것이다.“그렇다면 다행이고요. 난 먼저 가볼게요.”윤 여사는 허리를 배배 꼬며 떠나갔다.그 농염한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나는 참지 못하고 마사지하던 상황을 떠올렸다.예쁜 여자는 흔하지만 우아한 여자는 흔치 않다.특히 윤 여사처럼 이렇게 귀티가 나고 우아한 여자는 더욱 드물다.내가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 모태진이 그 여자와 방에서 나왔다.여자는 나를 흘긋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도망쳤다.그에 반해 모태진은 아주 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나는 싱긋 웃으며 농담조로 말했다.“그렇게 좋아요?”모태진은 헤실 웃으며 대답했다.“그걸 말이라고 해요? 저 여자는 젊고 예쁜 데다 피부도 부드러워 촉감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런데 아쉽게도...”“뭐가 아쉬운데요?”나는 의아해서 물었다.그러자 모태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사람을 잘못 만나 수술을 여러 차례 한 탓인지 몸에 병이 많더라고요.”그 말에 나는 여자의 남자 친구를 떠올렸다. 딱 봐도 가벼운 데다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게 불량소년처럼 보였었다.저렇게 귀여운 여자애가 그런 남자와 만나다니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하지만 이건 남의 일이기에 더 물어볼 수 없었다. 게다가 워낙 두 사람과 친하지도 않으니 참견할 자격은 더더욱 없다.“아까 윤 사모님이 팁을 많이 줬는데 점심에 밖에서 먹어요.”나는 너무 기뻐 모태진과 밖에서 좋은 걸 먹고 싶었다.그러자 모태진이 다급히 물었다.“얼마 받았어요?”나는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다.사람은 너무 유명해지면 화를 당하기 마련이니까.내가 만약 백만 가까이 되는 돈을 팁으로 받았다고 하면 모태진은 분명 부러워할 거다.그런데 그런 부러움도 도가 있는 법, 너무 지나치면 질투로 변하기 십상이다.이건 사람의 본능이지 인품과는 별개의 문제다.때문에 나는 20만 원이라고 거짓말했다.하지만 그런데도
“모르겠어요.”사실 나도 궁금했다. 요즘 소여정은 이틀 연속 나를 찾아왔었다.‘그런데 오늘은 왜 오지 않았지?’‘설마 무슨 일 있나?’‘아니면 앞으로 안 올 생각인가?’가끔 보면 사람은 참 이상한 동물이다. 상대가 찾아올 때면 싫다가도 찾아오지 않으면 오기를 바라니까.하지만 이건 그 여자가 그리워서가 아니다. 단지 몸이 그리운 거지.역시 먹는 것과 색욕은 인간의 본성이다.게다가 색욕은 남자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고.“그걸 수호 씨가 어떻게 몰라요? 그 코트 입은 여성분과 엄청 친해 보이던데요?”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고작 두 번 본 게 다예요. 친하다고 할 수 없죠. 얼른 밥 먹어요.”우리가 점심을 먹고 있을 때, 건달 티가 나는 망나니 몇 명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중에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남자는 내가 아는 사람이었다. 바로 오늘 점심 봤던 그 여자의 남자 친구다.눈을 마주친 순간 그 남자도 나를 알아봤는지 냉소를 지었다.가게에 빈 테이블이 꽤 많았는데 그놈들은 하필 우리 옆에 앉았다.그 순간 나는 불안한 예감이 들어 모태진에게 말했다.“얼른 먹고 가요.”모태진도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얼른 그릇에 있는 밥을 먹어치웠다.“계산하고 올게요.”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건달 중 한 놈이 의자에서 떨어졌다.그러자 다른 놈들이 모두 벌떡 일어섰다.“뭐 하는 거야? 감히 내 친구를 쳐?”나는 맹세코 치지 않았다. 그 건달이 나와 너무 가까이에 있어 스스로 넘어진 거다.하지만 나는 해명하지 않았다. 이 건달들이 일부러 나한테 시비 거는 것이라는 걸 눈치챘으니까.나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아무 말도 하지 마요. 신고할 테니까. 경찰이 오면 얘기해요.”“이게 어디서! 무슨 뜻이야? 지금 우리가 일부러 시비 건다는 뜻이야?”노랑머리가 앞으로 나서며 나를 삿대질했다.나는 얼른 뒷걸음쳤다.“삿대질하지 마. 사람 많다고 사람 함부로 괴롭히지도 말고. 지금 법치 사회인 거 몰라? 내 손끝 하나라도 건드려 봐.”“내가 언제
“젠장, 김진호 이 개자식, 인간도 아니네.”‘이렇게 비겁한 수단을 쓰다니. 예상을 벗어나네.’그때 모태진이 갑자기 말했다.“이 일 정 사장님한테 말하는게 어때요? 내가 증언할게요.”“됐어요, 저 사람들이 우리한테 정말로 뭘 한 것도 아니고, 정 사장님도 이 일로 김진호를 자를 수는 없을 거예요. 완전히 해고하지 않는다면 고발하는 게 오히려 일을 더 크게 만들 수 있어요. 쓸데없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다시 보죠.”모태진은 놀라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수호 씨 의외로 침착하네요. 내가 수호 씨 나이 때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나보다 훨씬 대단해요.”‘아무리 들어도 본인 칭찬 같은데?’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싱긋 웃고는 계산하러 계산대로 향했다.그때 모태진이 물었다.“우리 더 기다리지 않아요? 이따가 경찰이 오면 어떡해요?”“저 신고 안 했어요. 저 사람들한테 겁주려고 거짓말한 거예요.”모태진은 눈을 둥그렇게 떴다.“헐, 그러다가 저 사람들이 정말 때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때리면 맞죠 뭐. 그다음에 신고해도 늦지 않아요. CCTV에 다 찍힐 테니 책임을 피하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맞고 나서 신고해야 책임을 물을 수 있잖아요.”“수호 씨 정말 대단하네요. 역시 젊어서 그런지 머리도 좋네요.”나와 모태진이 가게로 돌아왔을 때, 김진호는 모처럼 로비에 앉아 있었다.이제 막 전화를 끊는 걸 보니, 아마 꽃무늬 셔츠가 임무 실패했다고 보고한 모양이었다.나와 모태진이 함께 들어오자 김진호는 원망 어린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하지마 나는 그를 가볍게 무시했다.인품도 밑바닥인데 비열하고 파렴치하기까지 하다니.김진호는 뼈가 부러질 것처럼 주먹을 꽉 쥐었다.김진호는 사실 그 꽃무늬 셔츠를 입은 남자더러 나를 혼내주라고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내가 몇 마디로 그들을 쫓아냈으니 화날 만도 했다.‘정수호, 이게 다 너 때문이야!’김진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김진호가 무슨 생각을 하느니 알 리 없는 나는 또 방으로 돌
남주 누나는 화를 내기는커녕 눈웃음을 치며 나를 바라봤다.“내가 왜 나쁜데?”“그냥 나빠요.”무슨 이유인지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다.“그럼 말해 봐. 내가 왜 나빠? 어떻게 나빠? 적어도 이유는 알아야 할 거 아니야.”나는 말하고 싶지 않았다.그때 남주 누나가 갑자기 내 가슴을 꼬집었다.“말하라고.”누나의 행동에 나는 가슴이 간질거렸다.“뭐 하는 거예요? 저한테 손대지 마요.”“이미 깊은 대화도 나눈 마당에, 손대는 것도 안 돼?”남주 누나는 무슨 낯이 이렇게 두꺼운지, 내가 이렇게 대하는데도 화를 내지 않았다.심지어 내 화마저 누그러들었다.“그건 없던 일로 해요. 앞으로 찾아오지 마요.”나는 왠지 모르게 갑자기 망설여졌다.아예 남주 누나와 관계를 끝내고 싶었지만 차마 심하게 말할 수는 없어 결국 이런 말을 한 거다.남주 누나는 또다시 내 가슴을 꼬집었다.하지만 아프기는커녕 간지러웠다.“그게 어떻게 없던 일이 될 수 있어? 내 의견은 물었어?”나는 약간 화가 나서 남주 누나를 쳐다봤다.‘뭐 하는 거지?’‘왜 또 나를 놀리는 건데?’나는 가슴을 문지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남첩도 많으면서 왜 나까지 끌어들여요?”“하하, 남첩? 그런 단어는 누구한테서 배웠어?”“누구한테서 배우든 무슨 상관이에요? 누나는 남자도 많잖아요. 그러니까 나한테 피해주지 마요.”“내가 무슨 피해를 줬지? 기분 안 좋았어? 아니면 만족 못 했어? 아니면 관계가 끝나고 나랑 결혼해 달라고 매달렸어?”남주 누나의 잇따른 질문에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이 상황이 나는 무척 난감했다.그러자 남주 누나가 나를 보며 말을 이었다.“우리가 만난 건 처음부터 재미를 위해서 아니었어? 한 번도 책임져야 한다고 한 적 없잖아? 서로가 유일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한 적도 없고. 내 친구도 괜찮다는데, 네가 기분 나쁠 게 뭐 있어?”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역시 놀 줄 아는 누나들은 대단한 것 같다.남주 누나와 비하면 나는 아직 애송이에 불과했다.나
“좋아요, 어떤 마사지 받을 건데요? 리스트는 여기 있으니 직접 봐요.”나는 약간 화가 나서 리스트를 건넸다.하지만 남주 누나는 보는 체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전신 오일 마사지.”전신 오일 마사지는 반드시 옷을 모두 벗어야 하기에 고객의 피부 곳곳에 직접 손이 닿아야 한다.남주 누나는 분명 고의다.하지만 고의라는 걸 알아도 나는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나는 오일을 준비해 왔다.“벗어요.”“움직이기 싫으니 벗겨줘.”남주 누나는 무리한 요구를 제기했다.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어 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내가 남주 누나의 옷을 벗기는 동안, 누나는 매혹적인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그 눈빛에 나는 온몸이 불편했다.게다가 너무 가까이에 있어 누나의 몸에서 나는 향기로운 냄새가 자꾸만 코를 간지럽혔다.나는 가슴이 콩닥거려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린 채 누나의 치마 지퍼를 내려 원피스를 벗겼다.“속옷과 팬티도 벗겨야지.”남주 누나가 계속 말했다.남주 누나는 일부러 나를 꼬시는 게 틀림없었다.하지만 나는 절대 누나의 바람대로 하지 않을 거다.누나는 나를 놀리기 좋아하는 나쁜 여자니까.나는 또 고개를 돌린 채 누나의 브래지어를 풀었다.하지만 무의식중에 누나가 오늘 입은 속옷이 단추가 달린 산모 브래지어라는 걸 발견했다.이런 속옷은 완전히 벗지 않은 상태에서 단추만 풀면 아이에게 젖을 먹일 수 있게 디자인되어 있다.‘누나는 왜 이런 속옷을 입은 거야? 설마 일부러 나한테 보여주려고?’‘게다가 티팬티라니 너무 화끈하잖아?’나는 순간 피가 끓어으르며 아래가 괴로워 났다.남주 누나는 여전히 눈웃음치며 나를 바라봤다.“벗겨, 왜 움직이지 않아?”나는 더 이상 벗길 수 없었다. 더 하다가는 정말 참을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직접 벗어요. 저는 평범한 마사지사지 특수한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아요.”나는 가슴을 벌렁거리며 강조했다.그때 남주 누나가 갑자기 일어나 앉더니 두 팔로 내 목을 감았다.“특수한 서비스가 뭐지? 난 못 알
나는 일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남주 누나와 키스하는 게 처음은 아니지만 이 순간만큼은 무척 신기하고 짜릿했다.심지어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졌다.“이게 꼬시는 게 아니고 뭐예요?”“입술이 예뻐서 뽀뽀하고 싶었어.”남주 누나는 기어코 나를 꼬신 게 아니라고 고집부렸다.“그게 뭐예요? 입술이 예쁘다고 입 맞추면, 잘생긴 사람을 보면 아예 자겠네요?”나는 너무 화가 났다. ‘본인 몸을 너무 막 다루는 거 아니야?’‘나 하나로는 모자랐나? 그래서 다른 남자랑도 그런 건가?’‘정말 바람기 많은 나쁜 여자였네!’‘역시 내 말이 맞았어. 남주 누나는 나쁜 여자야!’나는 단단히 화가 나 남주 누나의 손을 떼어냈다. 하지만 남주 누나는 이내 다시 나를 끌어안았다.“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를 말해? 너도 예쁜 여자만 보면 자고 보잖아. 왜? 너만 그럴 수 있고, 나는 안 돼? 쪼그만 게, 소유욕도 강하네. 하지만 마음에 들어.”남주 누나는 또 나를 희롱했다.누나의 이런 태도에 내 화도 점점 사라졌다.“전 누나랑 달라요.”“뭐가 다른데?”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러자 남주 누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봤다.“말해 봐, 뭐가 달라?”“저, 저는 다 진심이었고, 누나는 단순히 즐긴 거잖아요.”남주 누나는 내 말에 박장대소했다.“바보네. 그게 뭐가 달라? 결과는 똑같잖아? 너도 여러 여러 번 잤고, 나도 여러 번 잤잖아. 그리고 내가 정말 많이 잤다고 확신해?”“그날 오후 누나한테 전화했는데 웬 남자가 받았어요. 누나가 샤워한다고 하던데, 그게 무슨 의미겠어요? 그리고 방금 전에 누나가 직접 말했잖아요. 잘생긴 사람 좋아하고, 잘생긴 사람 만나면 먼저 다가간다고요.”“내가 잘생긴 사람 좋아하는 건 맞아. 잘생긴 사람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너도 예쁜 여자 좋아하잖아? 그렇다고 내가 바람기 많다고 확신해? 그리고 그날 전화는 신경 쓸 거 없어. 나를 쫓아다니는 등신이 일부러 너 엿 먹인 거니까.”나는 순간 어리둥절했다.“무슨
“싫어, 나한테 입 맞춰, 그럼 놔줄게.”“장난치지 마요. 다른 사람이 보면 어떡해요?”나는 비록 거절했지만 속으로는 은근히 기대했다.아까의 키스가 너무 큰 여운을 남겼으니까.“키스할 거야 말 거야? 안 하면 딴 사람 찾아간다?”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화가 치밀어 누나의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내 앞에서 딴 남자를 언급해요?”남주 누나는 내 말에 깔깔 웃어댔다.“나는 다른 사람 찾아간다고 했지 다른 남자라고는 안 했어. 여자도 될 수 있잖아. 애교를 찾아가서 진하게 뽀뽀해 줄 생각이었어.”“변태예요? 여자끼리 입 맞춘다고요?”‘너무 아깝잖아, 차라리 나한테 하면 얼마나 좋아?’남주 누나는 계속 웃으며 나를 놀려댔다.“그럼 키스할 거야 말 거야?”나는 남주 누나의 머리를 잡고 강렬하게 키스했다.그러자 남주 누나도 내가 떠나지 못하게 내 머리를 꽉 잡았다. 그러다가 아예 침대 위에 무릎 꿇고 앉아 나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나와 키스했다.그렇게 한참 동안 키스하고 나서 우리는 겨우 아쉬워하며 떨어졌다.나는 남주 누나의 허리를 끌어안고 누나의 향기를 맡았다.“왜 침대 위에 꿇고 앉아요? 일부러 나보다 더 높은 위치를 점령하려고 그런 거죠?”남주 누나는 싱긋 웃었다.“난 주도권을 잡는 걸 좋아하거든. 그래야 짜릿하잖아.”“누나 나이대 여자들은 다 어린 남자를 좋아해요?”나는 궁금해서 물었다.남주 누나는 잠깐 생각하더니 진지하게 대답했다.“그건 나도 대답하기 어려워. 하지만 나는 어린 남자가 좋아. 나보다 어린 남자만 보면 활력 넘쳐 보이거든. 그게 흥분되고 설레거든, 원초적인 욕망을 끌어내기도 하고.”“그럼 나이 든 남자는 싫어요?”나는 궁금해서 계속 물었다.그러자 남주 누나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나이 든 남자는 됐어. 남자는 35살 넘은 남자는 장식품이랑 뭐가 달라? 물론 예외도 있겠지. 아주 매력적이거나 분위기가 남다르면 또 모르지. 예를 들면 남자 배우 X인성이라던가 X빈이라던가 같은 사람이면 흥미가 있을지도.
“서 사장님, 괜찮습니까?”“서 사장님...”룸에 함께 있던 사람들은 잇달아 서윤기를 부축했다.서윤기는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지만 코에서 이미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모두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젠장. 누군데 서 사장님을 때려?”사람들은 나를 보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서윤기가 손을 뻗자 사람들은 단번에 입을 다물었다.서윤기는 휴지로 피를 닦더니 나를 싸늘하게 바라봤다.“정수호, 이런 우연이 다 있네. 이렇게 큰 Y시에서 다 만나고.”나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정 사장님이 여기로 인도해 주셨어. 네놈이 여기 있는 줄 알고 너 처리하라고 여기로 이끌어 주셨어.”서윤기는 그 말에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정호섭 말이야? 그렇다면 좋겠지만 정호섭이 그럴 수 있어? 그렇게 신통하다면 왜 자기 죽음도 못 막았겠어?”정 사장님이 불상사를 당한 뒤 모든 사람이 비통했는데, 서윤기는 오히려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는 울화가 치밀어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룸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막아섰다.그때 이동민이 굳은 얼굴로 나에게 걸어왔다.“젠장. 감히 내 앞에서 서 사장님께 폭력을 써?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이동민은 키가 크고 덩치가 산만 했다. 듣기로 이동민은 예전에 백정이라서 아주 포악했었다는 말도 있다.나 역시 그의 몸에서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도살업자는 설령 그 일을 그만두더라도 피부와 핏속까지 스며든 피비린내를 지우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이동민이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의 커다란 주먹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두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나와 이동민의 표정은 동시에 일그러졌다.이동민은 내 주먹이 그렇게 단단할 걸 몰랐는지, 아니면 내가 자기 주먹을 받아낼 줄 몰랐는지 살짝 당황했다.나 역시 꽤 센 이동민의 주먹에 흠칫 놀랐다.싸움을 배운 뒤로 나는 이 정도 상대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주먹끼리 부딪힌 뒤 한동안 팔이 저리더니 잠
버섯전골은 Y시 명물이라 다른 곳에서는 먹을 수 없다. 어느새 냄비 안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 방안 전체에 퍼져 버섯 냄새가 가득했다.윤지은은 사모님한테 음식을 집어주며 말했다.“유미야, 너 요즘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많이 먹어.”“그만 집어 줘. 내가 직접 먹을 수 있어. 두 사람도 먹어.”우리는 묵묵히 전골을 먹었다. 그동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분위기는 다소 조용했다.나는 몇 번이나 분위기를 띄워주려고 했지만 사모님이 별 반응이 없고, 윤지은도 협조하지 않아 혼자 원맨쇼를 하는 느낌이 들어 포기했다.“차 마시고 싶어...”사모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벌떡 일어났다.“제가 물어볼게요.”무엇보다 나는 어렵게 말을 꺼낸 사모님의 요구를 얼른 만족시켜 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나는 얼른 밖으로 나가 큰 방을 지나다가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걸 보고 무의식적으로 안을 들여다봤다.그랬더니 내 눈에 익숙한 실루엣, 서윤기가 들어왔다.‘서윤기가 Y시에 왔다고?’나는 얼른 몸을 숨긴 채 안대성에게 전화했다.“서윤기를 감사하라고 했잖아. Y시에 온 건 왜 말 안 했어?”[네? 서윤기가 Y시에 갔다고요? 몰랐는데요? 형님, 제가 부하들한테 서윤기 잘 감시하라고 시켰는데...]안대성은 자기가 말실수했다는 걸 인지하고 얼른 입을 막았다. 그 순간 나는 당장 놈을 발로 걷어차고 싶었다.나는 얼른 전화를 끊고 룸 안을 훔쳐봤다.룸 안에는 서윤기 외에 Y시 현지인으로 보이는 남자 몇 명이 있었다. 그중 한 중년 남성은 왠지 낯이 익었다.나는 몰래 중년 남자의 사진을 찍어 판자촌 노랑머리에게 보냈다.[이 사람 알아요?]노랑머리는 곧바로 답장했다.[그 사람은 이연화의 아버지 판자촌 터줏대감 이동민이에요.]‘젠장. 어쩐지 낯이 익다 했더니 이연화와 닮았잖아.’‘이동민이 여기 나타난 데다 서윤기와 웃고 떠드는 걸 보니 설마 정 사장님 교통사고가 서윤기 짓인가?’나는 그럴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생각했다.서윤기가 강북 시장
“한 번에 천만 원? 여기가 뭔 금은방인 줄 알아요?”나도 이제는 돈 좀 있지만 한 번에 음식점에 천만 원을 충전하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북에서 최고급 호텔 멤버십에 가입하는 것도 고작 몇백만 원인데, 길가에 널리고 널린 버섯전골 집이 멤버십 카드만 천만 원이라니?매니저는 나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돈 없으면 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얼른 나가요.”“잠깐!”나는 언성을 높였다.그러자 매니저가 나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왜요? 또 무슨 일이죠?”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난 이 가게가 악의적으로 손님들에게 소비를 강요한다고 의심되거든. 그래서 지금 신고할 생각이야.”내가 신고하겠다는 말에 매니저는 얼굴색이 싹 바뀌더니 나를 삿대질하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당신 미쳤어? 본인이 밥 먹을 돈 없으면서 왜 남의 가게를 신고해?”“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더니, 왜? 내가 신고할까 봐 두려워? 불법 경영한 거 걸릴까 봐 걱정돼? 그렇다면 더 신고해야겠네. 이렇게 부도덕한 가게는 문 닫아야 하니까.”윤지은은 네 행동을 지지했다. 심지어 사모님 역시 이 일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나는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이 없었는데 매니저의 태도가 너무 괘씸해 밥을 먹지 못하더라도 이분을 풀 생각이었다.내가 정말 전화하자 매니저는 이내 태도를 누그러뜨렸다.“알았어요. 오늘 일은 저희 측 책임이니 사과드리죠. 지금 당장 자리 내어드릴게요. 됐죠?”“어디? 홀? 아니면 구석?”내가 따져 물었다.그러자 매니저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당연히 룸을 내드려야죠. 하지만 큰 룸은 이미 손님이 꽉 차 작은 룸밖에 남지 않았어요. 비용은 사과하는 의미에서 받지 않겠습니다.”나는 손을 뻗어 매니저의 말을 잘랐다.“됐어. 값은 원래대로 받아요. 안 그러면 음식에 또 뭔 짓 할지도 모르니까.”매니저는 내 말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내 말은 매니저가 비열한 소인배라고 공개 처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나는 윤지은과
결국 어쩔 수 없었던 나는 할 수 없이 내려가 가게를 찾기 시작했다.Y시에 버섯전골 맛집은 꽤 많았다. 하지만 사모님 기분이 안 좋은 지금 작은 가게를 가면 보는 눈이 많고 시끄러워 기분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때문에 나는 한적한 가게를 찾으려고 한참을 더 걸었다. 다행히 그런 가게를 찾는데 겨우 성공했다.“안녕하세요. 프라이빗룸 하나 예약하게요.”이 가게는 환경도 좋고 손님도 많은 걸 보니 맛도 괜찮은 듯 시었다.“큰 룸 하나가 남아 있는데 괜찮으신가요?”“큰 룸은 얼마인데요?”“큰 룸은 기본 소비가 60만 원 이상입니다.”“좋아요. 그걸로 주세요.”60만 원이면 괜찮았다.룸을 예약한 뒤 나는 또 운전해서 윤지은과 사모님을 픽업하러 호텔로 돌아갔다.두 사람은 어느새 현지 특색이 담겨 있는 꽃무늬 옷으로 갈아입었다. 역시 절세 미녀들이라 그런지 뭘 입어도 예뻤다.물론 나는 칭찬의 말을 아꼈다. 지금 장소와 분위기에 그런 칭찬은 맞지 않았으니까.잘못했다가 또 윤지은의 욕지거리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나는 일부러 맞을 짓을 골라 할 이유가 없었다.30분 뒤, 우리는 버섯전골 가게에 도착했다. 하지만 나하테 큰 룸 예약을 도와줬던 종업원이 충격적인 얘기를 했다.“손님, 죄송하지만 큰 룸은 이미 다른 분이 예약하셨습니다.”“방금 분명 내가 먼저 예약했잖아요. 왜 남의 방을 함부로 다른 손님한테 내줘요?”나는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하지만 종업원은 터무니없는 변명을 늘어놓았다.“저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어요. 인터넷 오류가 났는지 그 방은 이미 예약한 분이 있어요.”이미 이곳에 왔는데 그대로 갈 수 없었기에 나는 차선책을 제시했다.“그럼 작은 방이라도 줘요.”“죄송하지만 오늘 가게에 있는 모든 룸은 이미 예약돼서 남은 룸이 없어요. 괜찮으시면 홀에 있는 자리를 내어줄게요. 동남쪽에 한 테이블이 비어 있어요.”나는 순간 화가 치밀어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당신들 장사 이따위로 할 거야? 내가 예약한 자리가
요즘 겪은 일이 너무 많은 탓인지 나도 가끔 감회가 새로울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다.특히 사장님처럼 좋은 분이 유골이 된 걸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우리는 한동안 돌아갈 수 없기에 사모님은 부모님을 불러 사장님의 유골함을 강북으로 가져가 매장했다.두 어르신은 충격이 너무 컸는지 순식간에 더 늙어진 것 같았다. 항상 친아들처럼 생각했던 사위가 그렇게 됐으니. 간암인 줄 알았을 때도 그렇게 믿기 어려웠는데 또 이런 불상사를 겪었으니 당연히 충격이 컸을 거다.하지만 임민수는 딸이 더 걱정됐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유미야, 너 정말 강북에 안 돌아갈 거니?”사모님은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진실을 파헤치기 전에 절대 안 돌아가요. 엄마, 아빠, 호섭 씨는 두 분께 맡길게요.”사모님은 무척 아쉬워하며 사장님의 유골함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그 순간 사모님의 눈빛은 매우 복잡했다. 아쉬움과 슬픔, 괴로움 그리고 아름다운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도 한데 섞여 있었다.나는 절친한 사람을 잃어본 적 없어 사모님의 심정을 깊이 공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고통이 얼마나 괴로운지는 알고 있었다.나와 윤지은은 사모님을 위로하려고 했지만, 사모님은 우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아무 말도 하지 마.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아니까.”사모님은 매우 침착했고 엉엉 울지도 않았다.그런 사모님의 모습이 나와 윤지은은 모두 걱정되었다.하지만 사모님이 말했다.“걱정할 거 없어. 내 상태는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비록 슬프고 안타깝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있지 않을 거야. 호섭 씨도 내가 이러는 모습 원하지 않을 거야.”“유미야,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야.”윤지은은 감개무량하듯 말했다. 하지만 내가 앞으로 다가가려 하자 이내 나를 째려봤다.‘벌써 하루가 지났는데 아직도 화가 안 풀렸나?’무엇보다 난 아직도 내가 대체 언제 무엇 때문에 윤지은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결국 나는 할 수 없이 묵묵히 두 사람을 따라 호텔로 돌아갔다.윤지은
우리는 희망을 이연화에게 거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때문에 그 백수들이 소식을 전하기 전에 우리는 호텔에서 기다리기만 했다.하지만 윤지은은 호텔에 갇혀만 있으면 사모님이 답답해할까 봐 한가할 때면 사모님과 함께 산책하곤 했다.사모님이 자기 컨디션을 끌어 올리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우리는 알 수 있었다.하지만 동력과 희망이 없는 탓에 사모님은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Y시에 온 지 사흘 만에 강한나는 다시 강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떠나기 전 우리와 함께 시사 자리를 가졌다.“정말 여기 남아서 조사할 거야?”나와 윤지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강한나가 말했다.“알았어. 나도 도와줄 건 없으니 성공하길 빌게.”나와 윤지은은 곧바로 강한나가 우리에게 할 말이 있다는 걸 눈치챘다. 아니나 다를까, 사모님이 화장실 간 틈에 강한나는 얼른 우리에게 말했다.“호섭 씨 시신 어느 때 화장할 거야?”나와 윤지은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몰라. 유미가 아직 동의하지 않았어.”그 말에 강한나가 말했다.“시체를 화장하지 않아도 시체에서 단서를 찾는 건 어려울 거야. 난 고인 편히 쉬게 해주는 게 좋다고 봐.”“하. 그런데 문제는 유미가...”사모님이 아쉬워하는 게 문제다.화장하지 않으면 그래도 보러 갈 수 있지만 화장하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사실 나도 강한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우리도 그 말 이해해요. 사모님은 저희가 설득해 볼게요.”식사를 마친 뒤 강한나는 그 길로 떠났다.나와 윤지은은 호텔로 돌아가는 내내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했다.“두 사람 먼저 돌아가. 난 장례식장에 가볼 거니까.”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우리는 사모님이 또 사장님 보러 간다는 걸 알았다.하지만 장례식장도 규정이 있는데, 아무 때나 들여보낼 수 있을 리가 없다.그건 다른 것도 아닌 시신이니까.그때 윤지은이 입을 열었다.“유미야, 이번에 보고 난 뒤 호섭 씨 편히 자게 해주자.”“안 돼!”사모
“왕정민 이 파렴치한 놈. 어떻게 이럴 수 있지?”분명 자기가 잘못했으면서 뻔뻔하게 애교 누나한테 집착하다니.“애교 누나는 그럼 어떻게 처리했어요? 신고는 했어요?”[애교가 예전보다 많이 강해졌더라고요. 그걸 다시 왕정민한테 보냈어요. 심지어 안에 뭔갈 더 추가해서.]“네? 하하. 애교 누나가 정말 변했네요.”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러니까요. 그것도 다 왕정민 때문에 할 수 없이 변한 거긴 하지만요. 애교가 만만한 줄 알고 애교만 괴롭히다니. 그렇게 대단하면 그 여자를 그렇게 괴롭히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는 못 할 걸요.][그런 사람들은 원래 그래요. 여자들은 뭐 드세고 화를 자주 내는 여자가 되고 싶어서 되겠어요? 다 남자들이 행복한 줄 모르고 기어오르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변한 거죠.][특히 우리 여자들은 가끔 독해질 필요가 있어요. 독하지 않으면 남들이 괴롭혀도 되는 줄 알아요...]나는 형수의 말에 백 번 동의한다.애교 누나가 이토록 강해졌다니 나는 많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형수도 마찬가지고.두 사람이 다른 사람의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내가 마음 놓고 할 일을 할 수 있다.형수와 한참 얘기한 뒤 나는 곧바로 애교 누나에게 전화했다.“누나, 왕정민 일은 왜 말 안 했어요?”애교 누나 목소리는 여전히 간질거리고 듣기 좋았다.[수호 씨가 Y시에 있는데 얘기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요? 수호 씨 가 나 때문에 와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나 이제 많이 변했어요. 다른 사람의 보호만 받으면서 살 수는 없어요.][그동안 아빠한테 반항하면서 독립적인 여자가 될 거라고 큰소리쳤는데, 지금껏 한 번도 그렇게 산 적이 없어요.][예전에 결혼에 묶여 나를 잃었고, 행복한 결혼만 있으면 모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알았어요. 여자는 자기 마음이 강해져야 진짜 강한 거예요.]애교 누나의 말을 들으니 나는 순간 누나를 다시 알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이 사람이 아직도 내가 알던 나약하기만 하고, 무
“내가 방 하나 더 잡을게요.”나는 말하면서 방을 나가려고 했다. 그때 뒤에서 갑자기 사모님 목소리가 들렸다.“수호 씨, 먼저 내 침대에서 눈 붙여요.”고개를 돌아보니 사모님은 안쪽으로 자리를 옮겨 내가 누울 공간을 내주었다.나는 속으로 거절했다.비록 사모님이 다른 마음 없이 그저 나를 휴식하라고 호의를 베푸는 거라는 걸 알지만, 사장님이 그런 일을 당했는데 내가 사모님과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건 말도 안 됐다.게다가 윤지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는데, 내가 동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나는 결국 거절했다.“아니에요. 가서 다른 방 구하면 돼요.”나는 다급히 방을 나가 프런트 데스크로 달려갔다.처음 온 날 우리는 사실 싱글룸 세 개를 잡았다. 하지만 나중에 사모님 상태가 걱정되어 나와 윤지은이 사모님 방에 들어와 지내게 되면서 나머지 싱글룸 두 개를 취소했다.확인 결과 더블룸 하나가 나왔다는 말에 나는 얼른 그 방을 잡았다. 그러면 사모님과 윤지은이 더블룸에서 함께 지내고 내가 싱글룸에서 지내면 되니까.나는 카드키를 챙겨 방으로 들어갔다. 이 방은 조용한 데다 환경도 좋아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내가 침대에 눕기 바쁘게 핸드폰이 징징 울렸다. 전화한 사람은 다름 아닌 형수였다.요즘 사장님 일 때문에 여기저기 달려 다니느라 형수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때문에 마침 조용한 틈을 타 나는 형수와 얘기하려고 여상 통화를 받았다.형수는 사모님 상태를 걱정하며 일의 진전을 물어봤다.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쉽지 않아요. 조사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어 한동안 여기서 지내야 할 것 같아요.”[수호 씨 사장님 내외가 수호 씨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이번 기회에 유미 씨 옆에서 많이 도와줘요.]형수가 말했다.그 말에 나는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네, 저도 알아요. 형수는 요즘 어때요?”[좋아요. 잘 먹고 잘 자고 이제 천천히 걸을 수도 있어요.]“진짜예요? 사진 찍어 보내 봐요.”나는 너무 기뻐 흥
내가 노랑머리한테 준 것도 적은 돈이 아니었다. 족히 10만 원 가까이는 됐으니까. 백수들한테는 이것도 큰돈이나 다름없다.노랑머리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결국 입을 다물었다.아직 대답을 못한 사람들은 얼른 다른 질문을 하라고 나를 재촉했다.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두 번째 질문을 했다.“그럼 혹시 이연화 혹은 조금희가 요즘 낯선 사람과 만난 걸 본 사람이 있어요?”그 물음에 모든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나는 실망했다.“세 번째 질문, 혹시 누가 나 대신 이연화를 감시할래요?”모든 사람이 동시에 손을 들었다.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럼 다 같이 해요.”“그럼 돈은 어떻게 계산하는 거예요?”노랑머리가 물었다.나는 가방에서 또 돈 두 뭉치를 꺼냈다.“세 명이 감시해요. 한 사람당 200씩 줄게요.”세 사람의 눈은 커다래지더니 급기야 반짝반짝 빛이 났다.나는 세 사람에게 귀띔했다.“이 돈은 수고비예요. 누가 만약 유용한 단서를 제공하면 이 외에도 큰 보상을 받게 될 거예요.”‘역시 돈이 있으니 뭐든 쉽게 되네.’이 사람들이 나를 위해 성실하게 일하게 하려면 이 사람들 마음을 매수하는 게 우선이다.몇백만 원은 지금의 나한테 큰돈이 아니다. 무엇보다 사장님과 사모님을 도울 수 있다면 나는 뭐든 할 수 있다.모든 일을 마친 뒤 나는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윤지은의 말을 들어보니 사모님은 이미 잠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사모님 정서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기분이 다운된 사람은 쉽게 졸리고 무기력해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나는 방금 전 일을 윤지은에게 말했다.“이번 일 조사하기 엄청 어려울 거예요. 언제 진실이 밝혀질지도 모르겠고. 장기전을 할 준비는 됐어요?나는 윤지은을 보며 말했다.그러자 윤지은이 나를 째려봤다.“그걸 말이라고 해? 유미는 내 베스트 프렌드야. 유미한테 이런 일이 생겼는데 내가 같이 있어 주지 않으면 누가 같이 있어 줘? 그러는 너야말로,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데?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