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거부감이 들었다.그때 애교 누나가 싱긋 웃으며 내 손을 잡았다.“바보, 수호 씨가 그랬잖아요, 우린 앞으로 부부가 될 거라고. 그러면 내게 수호 거 아니겠어요?”“안 돼요. 누나 건 누나 거고. 제 것도 누나 거예요. 그런데 누나 건 제 거가 될 수 없어요.”나는 좀 마초적인 성향이 있어 여자가 내 돈을 쓰는 건 괜찮지만, 내가 여자 돈을 쓰는 건 안 된다.나는 잠깐 생각하다가 내 전 재산을 확인했다. 그런데 무려 300만 원이나 있었다.이 돈 대부분은 윤 사모님과 소여정이 준 팁이다.나는 그 돈이 이렇게 많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정말 돈 많은 여자들은 좋네.’나는 애교 누나한테 말했다.“누나, 제가 생각해 봤는데, 돈을 며칠 더 벌어 600만 원을 모으면 직접 사고 싶어요. 물론 비싼 차는 살 수 없지만, 교통수단으로 사용할 차 정도는 살 수 있을 거예요.”애교 누나는 나를 안쓰럽게 쳐다봤다.“뭐 하러 그래요? 어렵게 번 돈으로 차를 사면 앞으로 대출 갚는 것만 해도 빠듯할 거예요.”“빠듯해도 상관없어요. 남자면 남자답게 밖에서 돈 벌어와야죠. 누나 돈은 잘 모아둬요. 그건 모두 혼전 재산이니 저한테 쓸 필요 없어요. 전화 요금도 제가 누나 것까지 내줄게요.”애교 누나는 갑자기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그럼 수호 씨 돈으로 산 차 내 명의로 할 수 있어요?”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당연하죠. 제가 돈 버는 건 누나한테 주려고 버는 거잖아요. 누나야말로 제 차가 급이 덜어진다고 싫어하지 마요.”애교 누나는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싫어할 리가 있나요. 그럼 이렇게 해요. 내가 점심에 찾아가서 돈 빌려줄 테니까 우선 그 돈으로 차 사요. 계속 이렇게 형수 차 타고 다니면 동네 주민들한테서 말 나와요.”나는 그 방법이 괜찮은 듯하여 누나에게 차용증까지 써 주었다.우선 누나한테서 400만 정도 빌려 계약금부터 내고 나머지는 대출로 갚으면 된다.나는 사실 진작부터 차를 하고 싶었다. 그것도 예쁜 차로.나는
나는 영상을 재생하지 않았다. 이렇게 하면 김진호에게 겁을 줄 수 있었으니까.김진호는 내가 영상을 찍었다고 하더니 안색이 단번에 변했다.“신고? 그래, 해 봐. 할 테면 진작 했겠지, 왜 지금까지 기다려?”김진호는 상대하기 쉽지 않았다. 내 말에 바로 본색을 드러냈지만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이럴 때일수록 내가 강하게 나가야지 안 그러면 놈이 나를 무시할 게 뻔하다.나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내가 못 할 줄 알아? 정 사장님 봐서 기회 한번 줬던 거야. 경찰이 가게로 찾아와 널 잡아가면 가게 명성에 누가 될까 봐. 하지만 경고하는데, 나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 계속 이렇게 시비 걸면, 내 뒤에도 사람 있어!”김진호는 썩 달갑지 않은 듯 말했다.“무슨 낯짝으로 뒤에 사람이 있다는 거야? 그 사람 윤 사모님이잖아. 윤 사모님이 너 도와주지 않았으면, 넌 아무것도 아니야.”‘그 노랑머리 일을 윤 사모님이 뒤에서 도운 줄 아나 보네.’김진호는 아마 소여정이 나를 도와줬다는 걸 꿈에도 모를 거다. 하지만 나는 설명하기도 귀찮았다.나는 김진호를 도발했다.“낯짝 운운하긴. 그러는 넌, 허구한 날 돈 많은 사모님한테 빌붙어 단물만 빨아먹을 생각이나 하고 있잖아. 그런데 결국 이 사모님 남편한테 두들겨 맞았지? 쪽팔리지도 않아?”내 말은 김진호의 아픈 곳을 단단히 찔렀다.김진호는 곧바로 나에게 덤벼들 것처럼 굴었다.나는 냉소를 지었다.“어디 한 번 손대 봐. 지금 윤 사모님은 내 고객이거든. 네가 날 괴롭힌 걸 그분이 알면 앞으로 그분 마음 돌릴 생각은 하지도 마.”김진호는 아직도 윤 사모님을 포기하지 않았기에, 내가 윤 사모님을 언급하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나는 성공적으로 김진호의 약점을 잡은 셈이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무서워할 필요도 없다.분노에 찬 김진호의 얼굴을 보니 나는 속이 다 후련했다.인맥으로 보나, 수단으로 보나 김진호는 나를 이길 수 없다. 그는 내 앞에서 그저 광대에 불과하다.김진호의 마사지룸에서 나오자 문
내가 차를 산 건 교통수단으로 사용하기 위함이라 가격이 적당하고 옵션만 다 갖추면 더 바랄 것도 없었다.지금 수중에 돈도 적어 대출을 끼고 사야 하니 현대를 사는 게 가장 수지가 맞았다.현대차 아반떼는 현대 자동차 중에 가장 싼 축에 속하는데 2,3천 정도다.할부로 사면 조금 더 저렴하게 살 수 있고 평생 관리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다.나는 별로 망설이지도 않고 현대 자동차를 사려고 결정을 내렸다.어느덧 오전이 훌쩍 지나 버렸다.애교 누나가 가게로 찾아오자 늑대 같은 남자 직원들은 하나같이 여자를 처음 보는 것처럼 내 마사지룸 문 밖에서 훔쳐봤다.나는 너무 화가 나 아예 문을 잠가버렸다.“여자를 본 적 없는 것처럼 왜들 이러지? 누가 보면 며칠 굶은 늑대인 줄 알겠네.”“애교 누나, 저 사람들 보면 멀리 물러나요.”애교 누나는 얼굴이 발그스레해서 싱긋 웃었다.누나는 오늘 특별히 연한 화장을 하고 아주 얘쁜 실크 원피스를 입어 아름답고 분위기가 남달랐다.“그래요, 알았어요. 우리 차는 언제 보러 갈래요?”시간을 보니 벌써 점심 휴식 시간이라 나는 애교 누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지금 가요. 이 부근에 현대 자동차 매장이 있어요.”“현대 자동차 사려고요? 결정 내렸어요? 현대 아반떼가 고작 2, 3천만 정도라던데, 동력이 별로래요.”“저한테는 그거면 돼요. 나중에 돈 모으면 BMW나 아우디로 바꾸면 되죠.”내 태도는 확고했다. 이 차는 싸고 대중적이라 사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나라고 왜 안 되겠나?애교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결정했다면 됐어요. 거기로 가요.”나는 애교 누나와 함께 현대 자동차 매장으로 향했다.매장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직원에게 물었다.“현대 아반떼 사려고 하는 데 지금 있어요?”“네, 고객님.”미리 차를 골라놓은 상태라 시승만 해보고 문제없으면 바로 구매할 수 있었다.이 차는 형수의 쉐보레와는 비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무척 만족스러웠다.이건 내 생의 첫 차이기도 하니까. 나에게는
당연히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애교 누나는 얼굴부터 한꺼번에 붉어졌다.“그래도 안 돼요. 아직 안전기 아니란 말이에요.”나는 아쉬운 듯 애교 누나의 손을 잡고 귓가에 대고 애교 부렸다.“끝까지 할 필요는 없고 어제처럼만 해주면 돼요.”“나, 나빴어요. 중독이라도 됐어요?”애교 누나는 약간 토라진 듯한 말투로 말하며 나를 째려봤다.나는 헤실 웃었다.“네, 중독됐나 봐요. 누나 손이 너무 부드러운 걸 어떡해요.”애교 누나는 나더러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누나 말을 듣지 않았다.누나는 다른 사람한테 꽁냥거리는 모습이 들킬가 봐 걱정하는 듯했지만 결국에는 타협했다.나는 너무 감격스러웠다.겨우 애교 누나랑도 차에서 해볼 수 있다니. 그것도 내 차에서. 나는 더 이상 차를 어지럽힐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구매 절차는 아주 빨리 끝났다.이제 겨우 내가 산 차에 사랑하는 사람을 태우고 곳곳을 다닐 수 있다.나는 차를 외진 골목에 세우고 애교 누나랑 그곳에서...반 시간 뒤,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애교 누나도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무르익었다.“앞으로 이러지 마요. 손 너무 아파요.”나는 애교 누나를 끌어안고 강하게 입 맞췄다.“그래요. 당분간 아무 짓도 안 하고 누나 말만 들을게요.”“그 말은 만족했다는 뜻이죠? 아까 내가 만족시켜 주지 않아도 이런 말 할 거예요?”애교 누나는 믿기지 않는 듯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나는 애교 누나를 보며 진지하게 설명했다.“나는 누나를 속이고 싶지 않아요. 누나가 방금 도와주지 않으면 저 정말 참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도와줘서 이제 만족해요.”나는 걱정스럽게 누나를 바라봤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누나 기분이 나쁠지도 모른다.하지만 누나는 조금도 기분 나쁜 기색이 없이 오히려 만족스러운 듯 내 품에 기댔다.“난 수호 씨가 솔직하게 말해주는 게 좋아요. 왕정민은 언제나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했어요. 결혼한 몇 년 동안 항상 그럴싸한 말로 나를 달래곤 했거든요.
“하, 사실 내가 전에 그렇게 얘기한 건 수호 씨를 돕고 싶은 것도 있지만, 태연도 돕고 싶어서였어요. 그런데 두 사람 모두 그렇게 결정했다니 나도 더 이상 관여하지 않을게요.”애교 누나는 말을 마치고는 차키를 받았다.누나는 나를 화인당 문 앞에 내려 주고는 그대로 돌아갔다.누나와 작별한 뒤 나는 가게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자 동료들이 굶주린 늑대처럼 달려들었다.“수호 씨, 아까 그 사람 여자 친구죠? 완전 미인이던데요?”“수호 씨 정말 대박이네요. 어쩜 수호 씨 주변에는 미녀가 그렇게 많아요? 대체 어떻게 한 거예요? 경험 좀 전수해 줘요.”“어쩐지 누나들한테 인기 많다 했더니, 수호 씨 연상 킬러였네요. 방법이 있는 거죠?”동료들은 한마디씩 더하며 부러워했다.솔직히 말해 이런 느낌을 나는 굉장히 즐겼다.이렇게 나처럼 맨날 사람들한테 둘러싸이는 사람이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더 중요한 건 내가 권세 있는 사람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는 거다.내가 요즘 겪고 있는 일은 모든 직장인이 꿈과 상상을 만족시켜 줬다고 해도 무방하다.때문에 사람들이 나를 부러워하고 질투하는 거다.나도 이런 게 스스로도 보람차다.“별다른 방법 같은 건 없어요. 잘생겨서 그런 가 보죠.”내 뻔뻔한 말에 동료들은 욕지거리를 퍼부었다.하지만 나는 깔깔 웃을 뿐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우리 동료들 사이는 꽤 끈끈하다. 물론 김진호는 빼고.때문에 평소 농담을 누고 받아도 다들 가볍게 넘긴다.한참 얘기를 하다 보니 오후 출근 시간이 되었다.나는 오늘 운이 아주 좋았다. 점심에는 애교 누나랑 만나고, 오후에는 소여정 같은 최상급 여자를 위해 복무하게 되었다.이건 너무 즐거운 일이었다.사장 사모님 임유미도 함께 왔다.소여정은 심지어 사모님더러 전신 마사지를 받아보라며 꼬드겼다.왠지 소여정의 말을 들으니 나는 은근히 기대했다.사모님 몸매가 어디 좀 좋나? 게다가 남다른 분위기와 아우라 덕분에 옷을 벗은 뒤에도 이런 분위기인지 보고 싶었다.하지만 사모님은
소여정은 옷을 벗고 마사지 침대에 누웠다.소여정의 등은 아름답다 못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그동안 여자의 등을 많이 봐 왔지만, 소여정처럼 섹시하고 아름다운 등은 보기 드물다.그저 등을 보기만 해도 욕망이 끓어오르는 느낌이었다. 그러니 앞을 보면 얼마나 더 흥분될까?소여정은 남자더러 욕망의 한계를 느끼게 하고, 여자의 아름다움, 여성스러움, 우아함을 모두 발휘한다.매번 소여정의 아름다운 몸매를 볼 때면, 이 여자가 임천호를 어떻게 만족시켜 줄지 상상하게 되었다.하지만 나는 소여정이 눈치챌까 봐 상상을 멈추고 오일을 준비한 뒤 마사지를 시작했다.“힘은 이 정도면 괜찮나요?”나는 마사지하며 물었다.하지만 사실은 여자의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게 목적이었다.그러지 않으면 내가 몰래 잇속을 챙기고 있다는 걸 소여정한테 들킬까 봐.소여정은 눈을 감고 작게 말했다.“음, 시원해. 온천보다 낫네. 유미야, 너도 한번 해보라니까. 네 남편보다 나을걸.”“수호 씨가 어려 보여도 손맛은 아주 좋아. 엄청 노련해. 너도 분명 극락을 느낄 거야.”사모님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아주 끝이 없네? 네가 이럴 줄 알았으면 같이 안 오는 건데.”“나랑 같이 안 오면 뭐 하려고? 윤지은과 만나려고? 안면 백연우?”소여정 입에서 윤지은의 이름을 듣는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소여정의 말투만 보면 두 사람이 친한 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때 사모님이 한숨을 푹 쉬었다.“너 지은이랑 그만 좀 싸울 수 없어? 너희 둘 다 내 친구인데, 매번 이렇게 싸우면 가운데 낀 나만 곤란해져.”‘윤지은이 이 두 사람과 친구였구나.’나는 귀를 쫑긋 세우고 계속 엿들었다.그때 소여정이 말했다.“내가 싸우려는 게 아니잖아. 윤지은이 매번 시비 거는 걸 어떡해. 흥, 윤지은 그 계집애도 다른 여자들처럼 날 무시하는 거야.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다른 여자들과는 다르지.”“그 여자들은 내 앞에서 험담하지 않는데, 윤지은은 계속 나한테 시비 거니까. 걔가 먼저 시작하니
사모님은 고개를 저으며 탄식했다.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소여정이 말하기 싫어한다는 걸.소여정이 말하지 않으면 강제로 입을 열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두 사람은 계속 대하를 나누었다.다만 모두 피부 관리에 관한 것들이라 내가 끼어들 수는 없었다.솔직히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소여정을 마사지해주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으니까.이렇게 아름다운 등을 매번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잘 감상해 줘야 한다.그때 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남주 누나가 안으로 들어왔다.“푸들, 누나 왔어... 음, 누구세요?”남주 누나는 소여정과 사모님을 보자마자 표정이 확 변했다.소여정과 임 사모님이 워낙 미인이었으니까. 한 명은 매혹적이고, 한 명은 지넉이라 남주 누나는 처음으로 남들한테 꿀린다는 느낌이 들었다.게다가 내 주변에 자기보다 더 예쁜 여자가 나타났다는 게 씁쓸하고 질투가 났다.때문에 낯빛이 티가 날 정도로 변했다.내가 대답하기 전에 소여정이 먼저 반문했다.“그러는 당신은 누구죠? 방금 수호 씨한테 뭐랬어요? 푸들? 그거 무슨 뜻이에요? 수호 씨가 개라는 뜻인가요?”소여정의 말투는 매우 불친절했고, 눈빛은 매우 날카로웠다.나마저도 둘 사이에서 당장 폭발할 것 같은 분위기를 감지했다.남주 누나도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었기에 바로 표정을 찌푸린 채 말했다.“내가 뭐로 부르고 싶으면 부르는 거지, 당신이 무슨 상관이지?”“하, 무슨 상관이냐고? 이 남자가 내 사람인데, 나한테 왜 상관없지?”소여정도 쉽게 물러나지 않으며 아예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소여정은 아래에 수건을 두르고 있어 그나마 괜찮았지만, 일어나 앉는 순간 완벽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났다. 남주 누나는 소여정의 몸매를 보며 하마터면 부러워 침을 흘릴 뻔했다.남주 누나는 평소 자기 몸매가 좋다고 자부해 왔다. 그런데 소여정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다.소여정은 속옷을 입지 않았는데도 가슴이 볼록하고 통통했그며, 모양이 아주 예뻤다.그걸 본 남주 누나는 얼마나
짝 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소여정은 온 힘을 다해 남주 누나를 때렸는지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나는 억울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억울한 건 괜히 끼어들었다가 뺨을 맞았기 때문이었고, 무서운 건, 이 뺨을 내가 대신 맞아서 망정이지 남주 누나가 맞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소여정은 보통 사람이 아니다. 남주 누나도 마찬가지고.소여정이 만약 남주 누나를 정말 때렸다면 남주 누나 성격에 절대 물러나지 않을 거다.“소여정 씨, 뺨도 때렸으니 이제 화 풀렸죠?”나는 뺨을 감싸 쥐고 억울한 듯 말했다.소여정은 안쓰러운 듯 나를 바라봤다.“아, 뭐 하는 거예요? 난 저 여자를 때리려던 건데, 그러게 왜 끼어들어서.”‘그게 더 무섭거든요? 정말 남주 누나를 때리면 두 사람이 서로 죽일 것처럼 싸웠을 거잖아요.’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그럴 듯 포장했다.“두 사람 모두 제 고객이라 싸우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소여정은 남주 누나를 째려봤다.“그래, 네 체면을 봐서 내가 참을게.”나는 겨우 다행이라고 마음을 놓았다. 하지만 뒤에 있던 남주 누나는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누가 참는다는 거야? 내 의견은 물어봤어? 내가 참을 건지 물어봤냐고?”“남주 누나, 제발 그만해요.”나는 다급히 등 뒤에 있는 남주 누나를 바라봤다. 제발 누나가 좀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다.내가 뺨을 맞으면서까지 바꾼 평화인데, 남주 누나는 몇 마디 말로 다시 불을 붙였다.남주 누나는 나를 밀쳐 내더니 말했다.“수호야, 넌 말하지 마. 내가 저 여자 상대할 테니까. 네 얼굴은 나도 아까워서 못 때리는데, 저 여자가 뭔데 때려? 소여정이라고? 당장 사과해. 안 그러면 나 절대 안 참아!”소여정은 아예 깔깔대며 웃어댔다.그 모습을 보니 끝났다는 예감이 들었다.두 사람은 아니나 다를까 또 싸우기 시작했다.나는 얼른 사모님을 바라봤다. 지금 상황에 소여정을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사모님뿐일 거다.“사모님, 소여정 씨 좀 말려주세요.
“서 사장님, 괜찮습니까?”“서 사장님...”룸에 함께 있던 사람들은 잇달아 서윤기를 부축했다.서윤기는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났지만 코에서 이미 피가 줄줄 흐르고 있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사람들은 모두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젠장. 누군데 서 사장님을 때려?”사람들은 나를 보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서윤기가 손을 뻗자 사람들은 단번에 입을 다물었다.서윤기는 휴지로 피를 닦더니 나를 싸늘하게 바라봤다.“정수호, 이런 우연이 다 있네. 이렇게 큰 Y시에서 다 만나고.”나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정 사장님이 여기로 인도해 주셨어. 네놈이 여기 있는 줄 알고 너 처리하라고 여기로 이끌어 주셨어.”서윤기는 그 말에 ‘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정호섭 말이야? 그렇다면 좋겠지만 정호섭이 그럴 수 있어? 그렇게 신통하다면 왜 자기 죽음도 못 막았겠어?”정 사장님이 불상사를 당한 뒤 모든 사람이 비통했는데, 서윤기는 오히려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는 울화가 치밀어 참지 못하고 달려들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룸에 있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막아섰다.그때 이동민이 굳은 얼굴로 나에게 걸어왔다.“젠장. 감히 내 앞에서 서 사장님께 폭력을 써? 죽고 싶어 환장했구나?”이동민은 키가 크고 덩치가 산만 했다. 듣기로 이동민은 예전에 백정이라서 아주 포악했었다는 말도 있다.나 역시 그의 몸에서 피비린내를 맡을 수 있었다.도살업자는 설령 그 일을 그만두더라도 피부와 핏속까지 스며든 피비린내를 지우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이동민이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그의 커다란 주먹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두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나와 이동민의 표정은 동시에 일그러졌다.이동민은 내 주먹이 그렇게 단단할 걸 몰랐는지, 아니면 내가 자기 주먹을 받아낼 줄 몰랐는지 살짝 당황했다.나 역시 꽤 센 이동민의 주먹에 흠칫 놀랐다.싸움을 배운 뒤로 나는 이 정도 상대를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주먹끼리 부딪힌 뒤 한동안 팔이 저리더니 잠
버섯전골은 Y시 명물이라 다른 곳에서는 먹을 수 없다. 어느새 냄비 안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김이 방안 전체에 퍼져 버섯 냄새가 가득했다.윤지은은 사모님한테 음식을 집어주며 말했다.“유미야, 너 요즘 밥도 제대로 못 먹었는데 많이 먹어.”“그만 집어 줘. 내가 직접 먹을 수 있어. 두 사람도 먹어.”우리는 묵묵히 전골을 먹었다. 그동안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분위기는 다소 조용했다.나는 몇 번이나 분위기를 띄워주려고 했지만 사모님이 별 반응이 없고, 윤지은도 협조하지 않아 혼자 원맨쇼를 하는 느낌이 들어 포기했다.“차 마시고 싶어...”사모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는 벌떡 일어났다.“제가 물어볼게요.”무엇보다 나는 어렵게 말을 꺼낸 사모님의 요구를 얼른 만족시켜 주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나는 얼른 밖으로 나가 큰 방을 지나다가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걸 보고 무의식적으로 안을 들여다봤다.그랬더니 내 눈에 익숙한 실루엣, 서윤기가 들어왔다.‘서윤기가 Y시에 왔다고?’나는 얼른 몸을 숨긴 채 안대성에게 전화했다.“서윤기를 감사하라고 했잖아. Y시에 온 건 왜 말 안 했어?”[네? 서윤기가 Y시에 갔다고요? 몰랐는데요? 형님, 제가 부하들한테 서윤기 잘 감시하라고 시켰는데...]안대성은 자기가 말실수했다는 걸 인지하고 얼른 입을 막았다. 그 순간 나는 당장 놈을 발로 걷어차고 싶었다.나는 얼른 전화를 끊고 룸 안을 훔쳐봤다.룸 안에는 서윤기 외에 Y시 현지인으로 보이는 남자 몇 명이 있었다. 그중 한 중년 남성은 왠지 낯이 익었다.나는 몰래 중년 남자의 사진을 찍어 판자촌 노랑머리에게 보냈다.[이 사람 알아요?]노랑머리는 곧바로 답장했다.[그 사람은 이연화의 아버지 판자촌 터줏대감 이동민이에요.]‘젠장. 어쩐지 낯이 익다 했더니 이연화와 닮았잖아.’‘이동민이 여기 나타난 데다 서윤기와 웃고 떠드는 걸 보니 설마 정 사장님 교통사고가 서윤기 짓인가?’나는 그럴 가능성이 무척 크다고 생각했다.서윤기가 강북 시장
“한 번에 천만 원? 여기가 뭔 금은방인 줄 알아요?”나도 이제는 돈 좀 있지만 한 번에 음식점에 천만 원을 충전하는 건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북에서 최고급 호텔 멤버십에 가입하는 것도 고작 몇백만 원인데, 길가에 널리고 널린 버섯전골 집이 멤버십 카드만 천만 원이라니?매니저는 나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돈 없으면 제 시간 낭비하지 말고 얼른 나가요.”“잠깐!”나는 언성을 높였다.그러자 매니저가 나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왜요? 또 무슨 일이죠?”나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난 이 가게가 악의적으로 손님들에게 소비를 강요한다고 의심되거든. 그래서 지금 신고할 생각이야.”내가 신고하겠다는 말에 매니저는 얼굴색이 싹 바뀌더니 나를 삿대질하며 욕지거리를 퍼부었다.“당신 미쳤어? 본인이 밥 먹을 돈 없으면서 왜 남의 가게를 신고해?”“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문다더니, 왜? 내가 신고할까 봐 두려워? 불법 경영한 거 걸릴까 봐 걱정돼? 그렇다면 더 신고해야겠네. 이렇게 부도덕한 가게는 문 닫아야 하니까.”윤지은은 네 행동을 지지했다. 심지어 사모님 역시 이 일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다.나는 일을 크게 만들 생각이 없었는데 매니저의 태도가 너무 괘씸해 밥을 먹지 못하더라도 이분을 풀 생각이었다.내가 정말 전화하자 매니저는 이내 태도를 누그러뜨렸다.“알았어요. 오늘 일은 저희 측 책임이니 사과드리죠. 지금 당장 자리 내어드릴게요. 됐죠?”“어디? 홀? 아니면 구석?”내가 따져 물었다.그러자 매니저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당연히 룸을 내드려야죠. 하지만 큰 룸은 이미 손님이 꽉 차 작은 룸밖에 남지 않았어요. 비용은 사과하는 의미에서 받지 않겠습니다.”나는 손을 뻗어 매니저의 말을 잘랐다.“됐어. 값은 원래대로 받아요. 안 그러면 음식에 또 뭔 짓 할지도 모르니까.”매니저는 내 말에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내 말은 매니저가 비열한 소인배라고 공개 처형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나는 윤지은과
결국 어쩔 수 없었던 나는 할 수 없이 내려가 가게를 찾기 시작했다.Y시에 버섯전골 맛집은 꽤 많았다. 하지만 사모님 기분이 안 좋은 지금 작은 가게를 가면 보는 눈이 많고 시끄러워 기분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때문에 나는 한적한 가게를 찾으려고 한참을 더 걸었다. 다행히 그런 가게를 찾는데 겨우 성공했다.“안녕하세요. 프라이빗룸 하나 예약하게요.”이 가게는 환경도 좋고 손님도 많은 걸 보니 맛도 괜찮은 듯 시었다.“큰 룸 하나가 남아 있는데 괜찮으신가요?”“큰 룸은 얼마인데요?”“큰 룸은 기본 소비가 60만 원 이상입니다.”“좋아요. 그걸로 주세요.”60만 원이면 괜찮았다.룸을 예약한 뒤 나는 또 운전해서 윤지은과 사모님을 픽업하러 호텔로 돌아갔다.두 사람은 어느새 현지 특색이 담겨 있는 꽃무늬 옷으로 갈아입었다. 역시 절세 미녀들이라 그런지 뭘 입어도 예뻤다.물론 나는 칭찬의 말을 아꼈다. 지금 장소와 분위기에 그런 칭찬은 맞지 않았으니까.잘못했다가 또 윤지은의 욕지거리를 들어야 할지도 모른다.나는 일부러 맞을 짓을 골라 할 이유가 없었다.30분 뒤, 우리는 버섯전골 가게에 도착했다. 하지만 나하테 큰 룸 예약을 도와줬던 종업원이 충격적인 얘기를 했다.“손님, 죄송하지만 큰 룸은 이미 다른 분이 예약하셨습니다.”“방금 분명 내가 먼저 예약했잖아요. 왜 남의 방을 함부로 다른 손님한테 내줘요?”나는 순간 울화가 치밀었다.하지만 종업원은 터무니없는 변명을 늘어놓았다.“저도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어요. 인터넷 오류가 났는지 그 방은 이미 예약한 분이 있어요.”이미 이곳에 왔는데 그대로 갈 수 없었기에 나는 차선책을 제시했다.“그럼 작은 방이라도 줘요.”“죄송하지만 오늘 가게에 있는 모든 룸은 이미 예약돼서 남은 룸이 없어요. 괜찮으시면 홀에 있는 자리를 내어줄게요. 동남쪽에 한 테이블이 비어 있어요.”나는 순간 화가 치밀어 테이블을 ‘쾅’ 내리쳤다.“당신들 장사 이따위로 할 거야? 내가 예약한 자리가
요즘 겪은 일이 너무 많은 탓인지 나도 가끔 감회가 새로울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다.특히 사장님처럼 좋은 분이 유골이 된 걸 보니 마음이 무거웠다.우리는 한동안 돌아갈 수 없기에 사모님은 부모님을 불러 사장님의 유골함을 강북으로 가져가 매장했다.두 어르신은 충격이 너무 컸는지 순식간에 더 늙어진 것 같았다. 항상 친아들처럼 생각했던 사위가 그렇게 됐으니. 간암인 줄 알았을 때도 그렇게 믿기 어려웠는데 또 이런 불상사를 겪었으니 당연히 충격이 컸을 거다.하지만 임민수는 딸이 더 걱정됐는지 조심스럽게 물었다.“유미야, 너 정말 강북에 안 돌아갈 거니?”사모님은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진실을 파헤치기 전에 절대 안 돌아가요. 엄마, 아빠, 호섭 씨는 두 분께 맡길게요.”사모님은 무척 아쉬워하며 사장님의 유골함을 한참 동안 바라봤다.그 순간 사모님의 눈빛은 매우 복잡했다. 아쉬움과 슬픔, 괴로움 그리고 아름다운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도 한데 섞여 있었다.나는 절친한 사람을 잃어본 적 없어 사모님의 심정을 깊이 공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족을 잃은 고통이 얼마나 괴로운지는 알고 있었다.나와 윤지은은 사모님을 위로하려고 했지만, 사모님은 우리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아무 말도 하지 마.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아니까.”사모님은 매우 침착했고 엉엉 울지도 않았다.그런 사모님의 모습이 나와 윤지은은 모두 걱정되었다.하지만 사모님이 말했다.“걱정할 거 없어. 내 상태는 내가 잘 알고 있으니까. 비록 슬프고 안타깝지만 이대로 주저앉아 있지 않을 거야. 호섭 씨도 내가 이러는 모습 원하지 않을 거야.”“유미야,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야.”윤지은은 감개무량하듯 말했다. 하지만 내가 앞으로 다가가려 하자 이내 나를 째려봤다.‘벌써 하루가 지났는데 아직도 화가 안 풀렸나?’무엇보다 난 아직도 내가 대체 언제 무엇 때문에 윤지은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결국 나는 할 수 없이 묵묵히 두 사람을 따라 호텔로 돌아갔다.윤지은
우리는 희망을 이연화에게 거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때문에 그 백수들이 소식을 전하기 전에 우리는 호텔에서 기다리기만 했다.하지만 윤지은은 호텔에 갇혀만 있으면 사모님이 답답해할까 봐 한가할 때면 사모님과 함께 산책하곤 했다.사모님이 자기 컨디션을 끌어 올리려고 얼마나 노력하는지 우리는 알 수 있었다.하지만 동력과 희망이 없는 탓에 사모님은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Y시에 온 지 사흘 만에 강한나는 다시 강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면서 떠나기 전 우리와 함께 시사 자리를 가졌다.“정말 여기 남아서 조사할 거야?”나와 윤지은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강한나가 말했다.“알았어. 나도 도와줄 건 없으니 성공하길 빌게.”나와 윤지은은 곧바로 강한나가 우리에게 할 말이 있다는 걸 눈치챘다. 아니나 다를까, 사모님이 화장실 간 틈에 강한나는 얼른 우리에게 말했다.“호섭 씨 시신 어느 때 화장할 거야?”나와 윤지은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몰라. 유미가 아직 동의하지 않았어.”그 말에 강한나가 말했다.“시체를 화장하지 않아도 시체에서 단서를 찾는 건 어려울 거야. 난 고인 편히 쉬게 해주는 게 좋다고 봐.”“하. 그런데 문제는 유미가...”사모님이 아쉬워하는 게 문제다.화장하지 않으면 그래도 보러 갈 수 있지만 화장하면 정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사실 나도 강한나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우리도 그 말 이해해요. 사모님은 저희가 설득해 볼게요.”식사를 마친 뒤 강한나는 그 길로 떠났다.나와 윤지은은 호텔로 돌아가는 내내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했다.“두 사람 먼저 돌아가. 난 장례식장에 가볼 거니까.”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우리는 사모님이 또 사장님 보러 간다는 걸 알았다.하지만 장례식장도 규정이 있는데, 아무 때나 들여보낼 수 있을 리가 없다.그건 다른 것도 아닌 시신이니까.그때 윤지은이 입을 열었다.“유미야, 이번에 보고 난 뒤 호섭 씨 편히 자게 해주자.”“안 돼!”사모
“왕정민 이 파렴치한 놈. 어떻게 이럴 수 있지?”분명 자기가 잘못했으면서 뻔뻔하게 애교 누나한테 집착하다니.“애교 누나는 그럼 어떻게 처리했어요? 신고는 했어요?”[애교가 예전보다 많이 강해졌더라고요. 그걸 다시 왕정민한테 보냈어요. 심지어 안에 뭔갈 더 추가해서.]“네? 하하. 애교 누나가 정말 변했네요.”나는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다.[그러니까요. 그것도 다 왕정민 때문에 할 수 없이 변한 거긴 하지만요. 애교가 만만한 줄 알고 애교만 괴롭히다니. 그렇게 대단하면 그 여자를 그렇게 괴롭히지... 아마 죽었다 깨어나도 그렇게는 못 할 걸요.][그런 사람들은 원래 그래요. 여자들은 뭐 드세고 화를 자주 내는 여자가 되고 싶어서 되겠어요? 다 남자들이 행복한 줄 모르고 기어오르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변한 거죠.][특히 우리 여자들은 가끔 독해질 필요가 있어요. 독하지 않으면 남들이 괴롭혀도 되는 줄 알아요...]나는 형수의 말에 백 번 동의한다.애교 누나가 이토록 강해졌다니 나는 많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형수도 마찬가지고.두 사람이 다른 사람의 위협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내가 마음 놓고 할 일을 할 수 있다.형수와 한참 얘기한 뒤 나는 곧바로 애교 누나에게 전화했다.“누나, 왕정민 일은 왜 말 안 했어요?”애교 누나 목소리는 여전히 간질거리고 듣기 좋았다.[수호 씨가 Y시에 있는데 얘기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요? 수호 씨 가 나 때문에 와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리고 나 이제 많이 변했어요. 다른 사람의 보호만 받으면서 살 수는 없어요.][그동안 아빠한테 반항하면서 독립적인 여자가 될 거라고 큰소리쳤는데, 지금껏 한 번도 그렇게 산 적이 없어요.][예전에 결혼에 묶여 나를 잃었고, 행복한 결혼만 있으면 모두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알았어요. 여자는 자기 마음이 강해져야 진짜 강한 거예요.]애교 누나의 말을 들으니 나는 순간 누나를 다시 알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이 사람이 아직도 내가 알던 나약하기만 하고, 무
“내가 방 하나 더 잡을게요.”나는 말하면서 방을 나가려고 했다. 그때 뒤에서 갑자기 사모님 목소리가 들렸다.“수호 씨, 먼저 내 침대에서 눈 붙여요.”고개를 돌아보니 사모님은 안쪽으로 자리를 옮겨 내가 누울 공간을 내주었다.나는 속으로 거절했다.비록 사모님이 다른 마음 없이 그저 나를 휴식하라고 호의를 베푸는 거라는 걸 알지만, 사장님이 그런 일을 당했는데 내가 사모님과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건 말도 안 됐다.게다가 윤지은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는데, 내가 동의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나는 결국 거절했다.“아니에요. 가서 다른 방 구하면 돼요.”나는 다급히 방을 나가 프런트 데스크로 달려갔다.처음 온 날 우리는 사실 싱글룸 세 개를 잡았다. 하지만 나중에 사모님 상태가 걱정되어 나와 윤지은이 사모님 방에 들어와 지내게 되면서 나머지 싱글룸 두 개를 취소했다.확인 결과 더블룸 하나가 나왔다는 말에 나는 얼른 그 방을 잡았다. 그러면 사모님과 윤지은이 더블룸에서 함께 지내고 내가 싱글룸에서 지내면 되니까.나는 카드키를 챙겨 방으로 들어갔다. 이 방은 조용한 데다 환경도 좋아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내가 침대에 눕기 바쁘게 핸드폰이 징징 울렸다. 전화한 사람은 다름 아닌 형수였다.요즘 사장님 일 때문에 여기저기 달려 다니느라 형수와 오랫동안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다. 때문에 마침 조용한 틈을 타 나는 형수와 얘기하려고 여상 통화를 받았다.형수는 사모님 상태를 걱정하며 일의 진전을 물어봤다.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쉽지 않아요. 조사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어 한동안 여기서 지내야 할 것 같아요.”[수호 씨 사장님 내외가 수호 씨한테 그렇게 잘해줬는데, 이번 기회에 유미 씨 옆에서 많이 도와줘요.]형수가 말했다.그 말에 나는 고개를 힘껏 끄덕였다.“네, 저도 알아요. 형수는 요즘 어때요?”[좋아요. 잘 먹고 잘 자고 이제 천천히 걸을 수도 있어요.]“진짜예요? 사진 찍어 보내 봐요.”나는 너무 기뻐 흥
내가 노랑머리한테 준 것도 적은 돈이 아니었다. 족히 10만 원 가까이는 됐으니까. 백수들한테는 이것도 큰돈이나 다름없다.노랑머리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결국 입을 다물었다.아직 대답을 못한 사람들은 얼른 다른 질문을 하라고 나를 재촉했다.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두 번째 질문을 했다.“그럼 혹시 이연화 혹은 조금희가 요즘 낯선 사람과 만난 걸 본 사람이 있어요?”그 물음에 모든 사람은 고개를 저었다. 그 순간 나는 실망했다.“세 번째 질문, 혹시 누가 나 대신 이연화를 감시할래요?”모든 사람이 동시에 손을 들었다.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좋아요. 그럼 다 같이 해요.”“그럼 돈은 어떻게 계산하는 거예요?”노랑머리가 물었다.나는 가방에서 또 돈 두 뭉치를 꺼냈다.“세 명이 감시해요. 한 사람당 200씩 줄게요.”세 사람의 눈은 커다래지더니 급기야 반짝반짝 빛이 났다.나는 세 사람에게 귀띔했다.“이 돈은 수고비예요. 누가 만약 유용한 단서를 제공하면 이 외에도 큰 보상을 받게 될 거예요.”‘역시 돈이 있으니 뭐든 쉽게 되네.’이 사람들이 나를 위해 성실하게 일하게 하려면 이 사람들 마음을 매수하는 게 우선이다.몇백만 원은 지금의 나한테 큰돈이 아니다. 무엇보다 사장님과 사모님을 도울 수 있다면 나는 뭐든 할 수 있다.모든 일을 마친 뒤 나는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윤지은의 말을 들어보니 사모님은 이미 잠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사모님 정서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기분이 다운된 사람은 쉽게 졸리고 무기력해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나는 방금 전 일을 윤지은에게 말했다.“이번 일 조사하기 엄청 어려울 거예요. 언제 진실이 밝혀질지도 모르겠고. 장기전을 할 준비는 됐어요?나는 윤지은을 보며 말했다.그러자 윤지은이 나를 째려봤다.“그걸 말이라고 해? 유미는 내 베스트 프렌드야. 유미한테 이런 일이 생겼는데 내가 같이 있어 주지 않으면 누가 같이 있어 줘? 그러는 너야말로,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데?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