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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9 10:54:42

제 27장

의사는 하얀 가운을 정돈하며 차분한 표정으로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큰문제는 없습니다, 엘레나 씨. 그냥 피로가 누적된 것뿐입니다. 무리하지 마시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세요."

엘레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

병상 곁에 서 있던 네이선이 팔짱을 낀 채 입을 열었다.

"지쳤다고요?"

목소리는 덤덤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따끔한 질책이 서려 있었다.

엘레나는 그를 힐끗 바라보더니 곧바로 시선을 피했다.

"전 괜찮아요."

의사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조심하셔야 합니다, 엘레나 씨. 임신 중이시니 피로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퇴원 허가를 받은 뒤, 네이선은 곧바로 자신의 차에 엘레나를 태우고 그녀의 아파트로 향했다. 말수는 적었지만, 그의 시선과 태도에는 건강을 돌보는 데 소홀했던 그녀를 향한 짜증이 여전히 역력히 드러나 있었다.

아파트에 도착하자마자 올리비아와 카티가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엄마 곁에 서 있는 네이선을 발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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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신당한 억만장자의 전처   96

    제96장다음 날, 세바스티안의 저택은 평소보다 분주했다. 디자이너와 화원 관계자들, 업체 사람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현관문 벨이 끊임없이 울렸다. 거실은 카탈로그와 원단 샘플, 분위기 보드로 가득 찼다. 그 한가운데에 소니아 부인이 장군처럼 위풍당당하게 앉아 있었다. 아들과 며느리의 행복이라는 위대한 전쟁을 이끄는 장군처럼 열정이 넘치는 모습이었다."얘야, 여기 앉으렴. 드레스부터 먼저 볼까?" 소니아 부인이 옆자리를 의자를 두드리며 말했다.엘레나가 눈을 반짝이며 앉았다. "어머니, 전 아직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는데요.""이 어미한테 다 맡기려무나!" 소니아 부인은 단골 디자이너의 웨딩드레스 카탈로그를 펼치며 말했다. "자, 솔직하게 말해보렴. 어떤 컨셉을 원하니?"엘레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야외 가든 웨딩이요. 그렇지만 소규모로 조용하게 하고 싶어요. 유명 인사들로 가득 찬 화려한 파티 말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꽃도 많이 장식하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는 식이요. 알바가 반지 전달자를 맡고, 카티가 꽃을 뿌려주면 좋겠어요. 올리비아와 들리야는 신랑 입장을 보조해 줘도 좋겠네요. 중요한 건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이어야 한다는 거예요."소니아 부인은 감탄 어린 눈빛으로 며느리를 바라보았다. "그것도 정말 좋겠구나."엘레나가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원래는 결혼식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지만 지금까지 지나온 일들을 생각하면, 저도 이제 축하받을 자격이 있지 않나 싶어요.""당연하지, 얘야." 소니아 부인이 엘레나의 손을 잡으며 응수했다. "넌 강한 여자니까 가장 아름다운 파티를 누릴 자격이 있단다. 네이선이 정말 복도 많지."엘레나가 부드럽게 웃었다. "제가 복받은 거죠, 어머니. 네이선 같은 남편에... 이렇게 좋은 시어머니까지 계시니까요."소니아 부인도 눈시울을 붉히며 웃음을 터뜨렸다. "어머나, 눈물이 나려고 하네. 그럼 흰색과 초록색 바탕에 라벤더 색상을 살짝 더한 가든 웨딩으로 결정하자꾸나. 저택 뒷마당을 이용하는 건 어떠

  • 배신당한 억만장자의 전처   95

    제95장맨해튼 모퉁이에 위치한 부티크에 도달했을 때, 아침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대미안과의 미팅을 막 끝마친 엘레나는 이제 다시 정신을 가다듬으려 애쓰고 있었다. 부티크 안으로 들어서자 문 위에 달린 작은 종이 딸랑거리며 청아한 소리를 냈다. 직원들이 따뜻하게 인사를 건넸고, 엘레나는 피곤함이 묻어나는 미소로 답했다.2층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와 가방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다시 문이 열렸다."엘레나 사장님, 손님이 찾아오셨는데요," 직원 한 명이 말했다."누구요?" 엘레나가 다소 얼떨떨한 표정으로 물었다."시어머니 되시는 분이요."엘레나는 눈을 끔벅였다. "네이슨의 어머니께서요?"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장님."머지않아 한 우아한 여성이 엘레나의 사무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단정하게 올린 머리에 연한 푸른색 슈트와 낮은 굽의 구두를 착용한 차림이었다. 상냥하면서도 위엄 있는 미소를 띠고 있어, 방 안은 순식간에 따스한 온기로 채워졌다."우리 며느리 왔니?" 소니아 여사가 포옹을 나누려 두 팔을 벌리며 인사했다.엘레나는 얼른 일어나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드렸다. "어머니, 여기까지 오실 줄은 몰랐어요.""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왔단다, 얘야. 오늘 바쁜 건 아니지?" 소니아 여사는 엘레나의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 "내가 제일 애정하는 며느리를 방해한 건 아니었으면 좋겠구나.""천만에요," 엘레나는 손님을 위해 찻잔에 차를 따르며 대답했다. "어머니께서 들러주셔서 그저 기쁠 따름이에요."소니아 여사는 차를 받아 들고 며느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피곤해 보이는구나, 얘야. 별일 없는 게지?"엘레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요. 그렇지만 감당할 수 있어요."소니아 여사가 미소를 지었다. "넌 늘 뭐든 다 잘 해결하는 모습이구나, 엘레나. 하지만 가끔은 여자에게도 의지할 어깨가 필요한 법이란다. 이제 네 곁에 네이슨이 있으니 참 다행이지."엘레나가 살짝 미소를 띠었다. "네, 어머니 말씀이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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