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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스매시모찌
“미쳤다... 진짜 여기 맞아?”

소현성이 고개를 들어 구름을 찌를 듯 솟아오른 황금빛 빌딩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네오투자캐피탈... 내가 광한국 최고 사모펀드 직원이 되었다고?’

비명문대 출신에다 변변한 직장 하나 못 구한 청년에게 이곳은 말 그대로 감히 넘볼 수 없는 꿈의 직장이나 다름없었다.

‘평소 같으면 멀찌감치서 쳐다보는 것조차 주제넘은 짓이라 여길 곳에 다니게 된다니...’

“소제훈이랑 김미연한테는... 아직 말도 못 꺼냈는데.”

아직도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내가 뭔 능력으로 여기 취직을 해? 혹시 며칠 동안 그림자 취급받다가 바로 짐 싸서 나가라고 하면 어떡하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랐던 소현성은 별수 없이 집에는 그냥 ‘면접보러 간다’고만 얼버무린 채 도망치듯 나왔다.

“아, 이 양복... 좀 끼네.”

백수로 지내는 동안 김미연의 잔소리와 살벌한 눈빛을 피하려고 야식까지 끊은 덕에 공처럼 불어나진 않았지만 지금 보니 운동은 꼭 시작해야 할 판이었다.

‘겨우 지하철 타고 몇 층 올라왔을 뿐인데 왜 이렇게 숨이 차냐. 근데... 진짜 이렇게 일찍 출근하는 게 맞는 거야?’

그가 받은 입사 안내 문자에는 분명히 적혀 있었다.

[오전 7시 전까지 도착해주세요.]

소현성은 그 문자 한 줄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지각하지 않으려고 해 뜨기도 전에 벌떡 일어나 새벽 첫 차에 몸을 실었다.

텅 빈 지하철에서 그는 중얼거렸다.

‘설마 나 혼자만 멍청하게 출근한 거 아니겠지? 회사 문도 안 열었으면 어떡하지?’

하지만 막상 금융타운에 도착한 순간 눈앞의 풍경에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와... 진짜 장관이네...’

정장을 빼입은 사람들로 거리가 붐볐다. 숨 돌릴 틈 없이 걷는 직장인들이 빼곡히 메운 그 모습은 마치 전쟁터로 몰려가는 군대 같았다.

‘헐...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다 이렇게 빡세게 사는 거야?’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해가 갔다. 오전 9시면 증시가 열리는데 그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려면 어쩔 수 없이 더 일찍 출근해야 했다.

‘역시 돈 만지는 인간들이라 그런지 정말 부지런해. 남들보다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구나...’

그때 ‘웅웅’ 하는 진동음과 함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들여다보니 발신자는 다름 아닌 길드장이었다.

“형님, 아니, 회장님... 이른 시간부터 웬일이십니까?”

통화음 너머로 호탕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야, 사석에서는 그냥 형님이라고 불러. 됐고, 회사 도착했냐?”

“네, 이제 막 빌딩 앞에 왔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형님, 저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데, 괜히 폐만 끼치는 거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걱정이라면 안 해도 돼. 내가 이미 얘기해 놓았어. 네가 맡을 건 트레이딩 어시스턴트 업무야. 쉽게 말해 서류 챙기고 자잘한 일 돕는 거지. 그 정도야 충분히 할 수 있잖아? 참, 시간 날 때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은 꼭 따 둬라.”

“네, 형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더. 혹시 누가 ‘어떻게 들어왔냐’고 캐묻거든 무조건 입 다물어. 그냥 ‘모르겠다’고 잡아떼. 특히 게임이나 길드 얘기는 입 밖에도 내지 마. 알았지? 좋아, 그럼 이따 저녁에 레이드 시간 맞춰서 들어오는 거 잊지 마라. 까먹으면 안 된다?”

“네! 형님, 명심하겠습니다.”

‘뚝’ 하고 전화가 끊겼다.

소현성은 멍한 얼굴로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아니, 평소 게임에서는 던전 돌고 농담 따먹기나 하던 그 길드장이... 현실에서는 성공한 금융맨이라고? 그리고 그 인연 하나로 내가 이렇게 대기업 버금가는 사모펀드에 낙하산으로 들어왔다고? 이게 뭐야... 막장 드라마보다 더 막장이잖아. 이런 얘기를 누가 믿겠냐고...’

...

트레이딩본부 1팀 팀장실.

주희재는 인사본부장이 굳이 직접 데려와서 ‘잘 부탁한다’는 눈짓까지 하고 간 인턴 소현성을 말없이 훑어봤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해외주식 리포트를 분석하며 장 시작 직전의 국제 시장 흐름을 읽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늘 초반 거래 전략을 세우기 위해 단 1초도 아끼지 않고 몰두하던 순간에 느닷없는 ‘낙하산’ 하나가 들이닥쳐 그 긴장된 리듬을 깨버렸다.

한창 몰입하던 흐름이 강제로 뚝 끊기자 주희재는 괜히 신경질이 치밀어 올랐다.

“금융 쪽에서 일한 경험 있습니까? 아니면 다른 업종이라도.”

“아, 아니요... 없습니다. 여기가 제 첫 직장입니다.”

“그래요... 모의투자는 해본 적 있나요? 또는 투자 경험 같은 건요?”

“그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

순간, 주희재의 머릿속은 뒤죽박죽 엉켜버렸다.

‘와, 진짜 레전드네. 직장 경험 제로, 금융업 경험 제로, 투자 경험 제로... 이건 그냥 백지상태잖아. 인턴 경험도 없는 인턴 중의 인턴, 정말 날 것 그대로인 애를 우리 팀에 던져놨네.’

하지만 심호흡을 하고 마음이 가라앉았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인사본부 고참들이 괜히 이런 결정을 하지는 않았을 거야...’

트레이딩본부 업무는 강도 높기로 소문난 데다가 실적에 대한 압박도 컸다. 하지만 그건 팀의 실적을 짊어진 베테랑 트레이더들의 몫이었고 어시스턴트는 사실상 잡무 담당이었다.

트레이딩 어시스턴트의 업무는 문서 정리, 자료 출력, 간단한 심부름, 그리고 가끔 모의 계좌로 트레이딩 흉내 내기 정도가 다였으니 핵심 거래에는 손도 못 대는 신세에 불과했다. 말 그대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견습이나 하는 자리였다.

‘위에서도 그걸 노린 거겠지. 여기서 잠깐 얼굴이나 비비고 이력 한 줄 더 끼워 넣으려는 거 아니겠어? 이른바 전형적인 낙하산 코스를 밟겠다는 거네. 그래, 이 녀석은 우리 트레이딩본부를 잠시 거쳐 가는 사람일 뿐이니 신경 쓰지 말자.’

그렇게 생각하니 짜증도 한결 가라앉았다.

‘잠시 거쳐 가는 손님으로 대접하면 그만이야.’

“혜림 씨, 잠깐 이리 와요.”

“네, 팀장님.”

맑은 목소리와 함께 이혜림이 곧장 팀장실로 들어섰다.

“여긴 오늘부터 우리 팀에서 일하게 된 인턴, 소현성 씨예요. 우리 부서 트레이딩 어시스턴트로 배정됐습니다. 혜림 씨가 옆에서 잘 챙겨주면서 빨리 적응하도록 도와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혜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했다.

...

주희재가 이혜림에게 채용 연계형 인턴을 맡기는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트레이딩본부는 늘 사람이 끊이지 않았지만 큰 꿈과 부푼 기대를 안고 들어온 청년 대부분은 석 달을 버티지 못하고 울며 나가떨어졌다.

그 청년들만 탓할 수는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었다.

바로 트레이딩본부의 업무 강도는 보통 사람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었다.

예컨대 출근 시간만 해도 인턴은 무조건 아침 7시까지 도착해야 했고 출근 후에는 장 시작 전에 사용할 간단한 브리핑 자료를 준비하고 회의실을 세팅하는 등 이런저런 잡무를 도맡아야 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뛰어다니다 보면 신발 창이 닳을 정도였다.

더 무서운 건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 강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었다.

시장은 눈 깜짝할 사이에 요동치니 시니어 트레이더들의 의사결정은 초 단위로 내려지게 되는 현실에 맞춰 어시스턴트들은 시니어 트레이더들이 요구하는 자료나 데이터, 리서치 리포트를 바로바로 제공해야 했다.

채용 연계형 인턴은 마치 전쟁터에서 뛰는 연락병처럼 고참이 필요로 하는 걸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했다. 한순간이라도 굼뜨면 곧바로 호된 꾸지람이 날아들었다.

여긴 하루에도 조 단위로 자금이 오가는 금융 전쟁터였다. 속도가 곧 돈이고 효율이 곧 생명이었다.

설령 수습을 버텨내고 정직원이 된다 해도 매달 실적 평가가 기다리고 있었다. 지정된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똑같이 책상 치우고 나가야 하는 게 현실이었다.

그러니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강철 같은 멘탈이 필수였다.

“채용 연계형 인턴이 들어오면 제일 먼저 배워야 하는 건 커피 타는 거예요. 저희 선배님들은 전부 카페인 중독자들이거든요. 아침마다 데일리 시장 브리핑 회의 전에 미리 커피를 준비해 둬야 해요. 아, 특별히 기억해야 할 게 있어요. 팀장님은 운동 매니아라서 커피 안 드세요. 팀장님 건 빼고 준비하세요.”

이혜림은 능숙하게 커피머신을 다루며 말했다.

“네, 그렇게 할게요.”

소현성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수첩까지 꺼내 하나하나 받아 적었다.

그 성실한 모습 때문인지 소현성에 대한 이혜림의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평소에는 자료 정리를 맡게 될 텐데,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여도 좋은 기회가 될 거예요. 매일 쏟아지는 리포트 꼭 꼼꼼히 읽어보세요. 모르면 언제든지 물어보고요.”

“네, 알겠습니다.”

소현성의 거침없는 대답과 적극적인 태도에 이혜림은 속으로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떠오른 듯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현성 씨는 어느 대학 나왔어요?”

“아... 대학이요?”

“네. 이렇게 성실한 걸 보니 분명 명문대 나왔을 것 같은데요? 제 후배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저는 한진과기대 나왔습니다.”

“한진과기대요?”

이혜림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 그 대학은 한진시에서 외곽 쪽에 떨어져 있는 비명문대학교였다.

‘이 정도 스펙으로... 어떻게 네오투자캐피탈에 들어온 거지? 설마...’

“아, 그렇군요... 사적인 얘기는 여기까지 하죠. 곧 데일리 브리핑 회의 시작이니까, 회의실로 가요.”

“네, 알겠습니다.”

...

“이번 유니스 연방의 비농업 고용 지표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게다가 CPI까지 불을 붙였으니 시장 변동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어요...”

“국내 증시는 중장기적으로 여전히 인공지능과 로봇 테마가 핵심 투자 방향입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연간 실적 발표 시즌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또 지난주에 꽤 큰 수익을 안겨줬던 금 섹터는 지금 과열 신호가 뚜렷합니다. 과매수 구간에 들어왔으니 조정 위험에 대비해야 하고요. 대응책으로는 공매도나 장외옵션을 활용해 숏 포지션을 일부 구축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뉴엔 금하고 벤던 금 스프레드 벌어지는 거 보셨죠? 그쪽 차익거래 기회도 체크해 두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처음으로 회의에 참석한 소현성은 완전히 멍해졌다.

‘아니... 분명 모국어인데, 왜 하나도 못 알아듣겠냐? 그냥 외계어 수준이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최대한 태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몰래 수첩에 낯선 용어들을 빠르게 적어 내려갔다. 나중에 이혜림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회의실 한편, 주희재 팀장은 꼿꼿이 앉아 보고를 듣고 있었다. 팀 소속 트레이더들이 차례대로 시장 동향과 분석 결과를 알려주면 그는 차분하게 코멘트를 해주고 전반적인 팀 전략을 짜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보던 소현성의 뇌리에 문득 익숙한 장면이 겹쳐졌다.

‘이건... 대형 레이드 첫 트라이 전에 공대장이 공략 짜고 자리 배치하는 거랑 똑같은데?’

순간 조금 전까지 졸릴 만큼 무료했던 그들의 대화가 이상하게도 귀에 들리기 시작하더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좋습니다. 오늘 장 초반 전략은 여기까지. 모두 각자 자리로 돌아가 준비하세요.”

주희재의 단호한 마무리 멘트와 함께 방대한 양의 정보가 오갔던 데일리 브리핑이 끝났고

트레이더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신속하게 흩어졌다.

“혜림 씨, 잠깐만요.”

주희재가 소현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은 현성 씨한테 모의투자 시스템부터 가르쳐 주세요. 가장 기초부터요.”

“네, 팀장님.”

이혜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소현성을 데리고 자리로 돌아왔다.

컴퓨터를 켜자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점멸하는 거래 화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우리가 실전에 앞서 모의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해요.”

이혜림이 능숙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설명을 이어갔다.

“회사 입장에서는 인턴한테 처음부터 ‘진짜 돈’을 맡길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선임 트레이더가 되기 전에 인턴들은 반드시 모의투자로 경험을 쌓아야 해요. 그리고 그 성과가 인턴 평가에도 그대로 반영될 겁니다.”

소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연습이 아니라 실전처럼 몰입해야 하는 시험과도 같다는 말이었다.

“모의투자 성과가 좋으면 바로 선임 트레이더가 될 수도 있는 건가요?”

“물론이죠. 증권업계, 특히 우리 트레이딩본부에서 중요한 건 단 하나예요. 실적으로 능력을 보여 주는 거죠. 쉽게 말로 회사를 위해 돈을 벌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학벌? 경력? 인맥? 다 필요 없어요. 오직 실적만이 인사 평가의 기준이 됩니다.”

‘오직 실적만이 인사 평가의 기준이다? 흥미로운걸?’

하지만 ‘실적이 전부’라는 문화는 때로는 독이 되었다. 그것은 이 업계의 가장 큰 매력이자 동시에 가장 잔혹한 규칙이었다.

그때였다.

거래 시스템에서 ‘띵’ 하는 알림음이 울리며 장 시작을 알렸다.

그 순간 사무실을 짓누르던 무거운 긴장이 깨졌다.

“아, 드디어 장 시작이네요.”

이혜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무실 공기가 뜨거워졌다.

트레이더들은 미친 듯이 키보드를 두드렸고 화면은 눈이 어지러울 만큼 빠르게 바뀌었다. 전화벨 소리,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 시스템에서 쏟아지는 알람음이 뒤엉켜 그야말로 광란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지금이 우리 같은 어시스턴트들한테는 가장 한가한 시간이에요. 고참들은 거래하느라 정신이 없으니까요. 이럴 때 모의투자를 연습해 두는 게 좋아요. 자, 제가 주문 넣는 방법부터 차근차근...”

그러나 그 순간 소현성의 귀에는 이혜림의 설명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화면 속 이해할 수 없는 캔들 차트와 눈앞에서 번쩍이는 종목 코드와 빨강, 파랑으로 요동치는 숫자에 꽂혀 있었다.

온몸이 순간적으로 굳어 버린 듯, 알 수 없는 전율이 손끝에서부터 번져 전신을 타고 흘렀다.

“아니, 이 느낌은...”

그의 시선은 모니터 속 파랗게 물든 관리종목 중윤골드에 머물렀다.

이상하게도 소현성의 눈에는 그것이 마치 게임 속 가챠에서 막 얻은 미개봉 상자처럼 보였다. 상자 안에는 분명 세상을 뒤흔들 만한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을 거라는 강렬한 예감이 온몸을 강타했다.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솟구친 전율과 대뇌를 흔드는 ‘촉’이 그의 이성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듯 치솟아 오르는 순간 소현성은 마치 귀신에 홀린 듯 마우스를 움켜쥐었다.

‘딸깍!’

검지가 힘껏 내려앉는 순간 청량한 클릭 음이 터지고 모니터 속 매수 버튼이 번쩍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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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카롭고 급박한 시스템 알림음이 순식간에 리스크관리본부 전체를 휘몰아쳤다.리스크관리본부 팀장 장준휘는 등골 끝에서부터 차가운 한기가 솟구쳐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걸 느꼈다.순식간에 등줄기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들었다.이 바닥에서 굴러온 세월이 몇 년인데, 이런 장면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모니터가 파란색으로 뒤덮였다.그 파란색은 곧 시장 붕괴와 재앙을 의미했다. 번쩍이는 불길한 빛은 그 자체로 종말을 알리는 경고등 같았다.순간, 평소라면 재빨리 돌아가던 그의 머리마저 멈춰 섰다.남은 건 단 하나의 생각뿐이었다.투박하고 무겁고 절망적인 결론이었다.‘씨X... 이제 끝장이다.’불과 몇 분 전만 해도 부서 분위기는 은퇴 후의 오후처럼 한가로웠다.커피잔을 들고 잡담을 나누거나 다과를 곁들여 티타임을 즐기던 모습이었다.시장은 잔잔했고 관리할 만한 리스크도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순간 단숨에 하늘이 뒤집혔다.금융위원회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마치 수심 깊은 바다에 폭탄을 던지듯 새로운 규제 정책을 기습 발표한 것이었다.그 소식은 마치 끓어오르는 기름 솥에 한 바가지의 얼음물을 퍼붓는 듯한 충격이었다.시장은 그대로 폭발했다.투매가 미친 듯이 터져 나왔다.제방을 무너뜨리고 쏟아져 내린 홍수처럼, 셀 수 없는 매도 물량이 무자비하게 덮쳐오고 있었다.“본부장님, 어... 어쩌면 좋습니까?”장준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거의 나자빠지듯 반세훈 앞에 달려왔고 목소리는 너무 떨려 말 한마디조차 똑바로 나오지 않았다.그러나 눈앞에 보인 건, 이미 얼굴이 백지장처럼 질려 정신마저 놓아버린 듯한 반세훈 본부장이었다.그 순간, 장준휘의 심장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우리가 뭘 어쩌겠습니까?”반세훈은 입술을 덜덜 떨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갈라진 목소리 속에는 어떻게 해도 되돌릴 수 없다는 절망이 배어 있었다“우리 리스크관리본부가 지금 할 수 있는 게 뭡니까? 서버실에 뛰어가서 랜선을 뽑아버릴 겁니까? 거래소

  • 백수에서 개미들의 신이 되다   제97화

    양건우는 숨조차 멎은 듯한 감각에 사로잡혔다.손아귀에 힘주어 움켜쥔 마우스가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처럼 덜덜 떨려 평소라면 아무렇지도 않게 하던 단순한 클릭조차 쉽지 않았다.그 앞에 펼쳐진 광경은 마치 주신의 신이 환생하여 인간 세상에 개입해 만들어낸 기적 같은 대역전이었다.‘아니...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트레이딩본부 신설팀을 맡은 지 겨우 일주일 남짓 된 팀장이, 무슨 근거로 이런 사태를 예측할 수 있었단 말인가? 소현성... 저 사람은 도대체 정체가 뭐지?’양건우는 그 순간 200% 확신했다.광한국의 금융 중심지는 물론, 전 세계 어디를 둘러봐도 이런 타이밍에 이런 방식으로 시장의 붕괴를 미리 내다볼 수 있는 이는 단 한 명뿐이라는 사실을.그 사람은 바로 트레이딩본부 7팀의 믿기 어려울 만큼 젊은 팀장 소현성이었다.‘설령 세상 어딘가에 또 다른 괴물 같은 천재가 있어 이번 폭락을 예상했다 해도, 과연 누가 우리 팀장님을 흉내 낼 수 있을까? 누가 감히 모든 이가 매수 버튼을 광기에 가까운 열기로 눌러대던 그 순간에 홀로 반대편에 설 수 있었겠는가? 조롱과 의심, 질타와 비웃음을 정면으로 감수하면서 가진 자금을 몽땅 내던져 시장을 거스르는 그런 베팅을 누가 감히 할 수 있었겠는가? 단순한 통찰의 영역이 아니야. 그건 배짱이고 광기이며 동시에... 선택받은 자만이 감히 할 수 있는 도박이야.’그건 절대 대수롭지 않은 소액의 시도가 아니었다. 수십만 원, 수백만 원 단위의 소액 투자 따위와는 차원이 달랐다.무려 100억 원, 중견기업 하나 부도나게 할 수 있는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양건우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시선은 자석에 이끌리듯 얇은 유리 칸막이 너머로 향했다.회사 전체가 종말 같은 혼돈과 공포에 휩싸인 순간에도 소현성은 바른 자세로 흔들림 없이 앉아 있었다. 마치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사람처럼 놀라울 만큼 평온했다.양건우는 단 한 번의 눈 깜박임조차 허락하지 않은 채 숨을 죽이며 소현성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 백수에서 개미들의 신이 되다   제96화

    “이 썩을 놈들, 개 같은 것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방송이고 신문이고 전부 나서서 당장 주식 사라고 부추겨대더니...”사무실 한쪽 구석에서 누군가 히스테릭하게 고함을 질렀다. 목소리에는 배신감에 짓눌린 분노가 가득 담겨 있었다.“이게 말이 됩니까?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이렇게 뒤통수를 칠 수가 있다니! 젠장, 진짜 비열하고 파렴치하잖아요!”“빨리 팔아요! 지금 당장 다 팔아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들고 있는 포지션 전부 박살 납니다! 어서요!”불과 몇십 분 전까지만 해도 흡연구역에서는 호탕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성과급으로 최신형 수입차를 뽑을지, 아니면 휴양지로 떠날지를 두고 떠들던 사람들이었다.그러나 지금, 그들은 모두 가장 원초적인 공포와 절망 속으로 추락하고 있었다.트레이딩본부 사무실은 단숨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절망의 고함, 광기에 가까운 키보드 두드림, 눈앞에서 자산이 산산이 부서져 가는 광경에 억눌린 소리 없는 비명들로 뒤덮었다.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빨리 손실을 끊고 빠져나가길 원했다. 그것만이 이 돌발적인 참사를 피할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그러나 시장에는 이미 매도 물량만 산사태처럼 쏟아지고 있었다.셀 수 없이 겹겹이 쌓여 올라가는 매도 호가 속에서 이를 받아낼 매수자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바로 그 시각, 사모펀드는 트레이딩본부 소속팀들을 비롯한 거의 모든 팀은 종말을 맞은 듯한 혼란과 공포에 잠식되고 있었다.오직 7팀만은 폭풍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이상하게도 한 발 비켜 서 있었다. 마치 거센 강물 건너편에서 불시에 터진 거대한 불꽃놀이를 차갑게 지켜보는 듯했다.물론 그것이 진정한 평온일 리는 없었다.7팀 구성원들 또한 심장이 벌렁거렸고 마찬가지로 거대한 또 다른 충격에 완전히 얼이 빠져 있었다.“정말... 정말 팀장님 예언대로 주식시장이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져 버린 겁니까?”한 선임 트레이더는 눈앞에 펼쳐진 차트를 멍하니 바라보며 중

  • 백수에서 개미들의 신이 되다   제95화

    “방금... 방금 전입니다. 몇 분 전쯤이었어요.”이수호는 온몸의 힘을 짜내듯 겨우 말을 이었다. 이미 목소리에는 떨림이 묻어났다.“금융위원회에서 긴급 정책 조정 발표문을 냈습니다. 앞으로 신용거래, 특히 레버리지를 동반한 공매도 거래를 전면 제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뭐라고요?”양건우는 귓가에 이명이 들렸다. 순간 그의 머릿속이 텅 비듯 새하얘졌고 몸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얼어붙는 듯 뻣뻣해진 감각이 전신에 퍼져 나갔다.이는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었다.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단기 과열을 차단하겠다는 가장 강경하고도 명확한 메시지이었다. 지금까지 증시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밀어 넣던 ‘신용거래 자금’, 일명 빚투의 동맥을 정면으로 끊어 버리겠다는 의미였다.“그러니까... 그래서 다들 이렇게 아우성치는 거군요.”이수호의 얼굴은 거의 오열 직전처럼 일그러졌다.“양 수석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지금 시장에 들어와 있는 자금의 절대다수는 사실상 본인 돈이 아니라, 몇 배에서 많게는 열 배까지 불린 신용거래 자금입니다. 전부 빚이지요. 그런데 그걸 오늘 당장 막아 버리겠다고 하니...”그의 목소리는 끝내 갈라졌다.사무실을 짓누르는 정적은 곧 닥쳐올 시장 붕괴의 서막을 알리는 불길한 침묵 같았다.불과 짧은 시간 안에 주식시장이 폭발적으로 치솟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금융당국이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강력히 밀어붙인 신용거래 제도가 있었다.쉽게 말해 투자자가 자기 계좌에 가진 소액의 자금을 증거금으로 맡기면, 증권사를 통해 그 몇 배, 심지어 열 배 가까운 돈을 추가로 빌려 주식 거래에 나설 수 있었다.예컨대 2천만 원밖에 없더라도 신용거래를 활용하면 최대 2억 원을 굴릴 수 있는 셈이었다.이 제도는 사실상 ‘재테크용 흥분제’였다.순식간에 부를 불릴 수 있다는 환상은 개인 투자자들을 불나방처럼 끌어들였고 시장은 ‘돈이 돈을 부르는’ 불길로 달아올랐다.그러나 바로 오늘, 금융당국이 태도를 돌연 뒤집었다.그동안 무제한으로 열어 두었던 자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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