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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3화

Author: 임서아
매니저가 허아연과 권승준을 오른쪽 프라이빗 룸 앞으로 안내했다.

두꺼운 자동문이 열리자 안은 심플하면서도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프라이버시도 철저했다. 모르고 보면 무언가 비밀스러운 대화라도 나누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이 레스토랑은 고급 회원제로 운영됐다. 아무나 회원권을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었고 일반 손님은 아예 받지 않았다.

원형 테이블 앞에 나란히 앉자 매니저가 직접 차를 따라줬다. 용안과 대추를 넣어 우린 특제 차로, 물도 별도로 공급받는 것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은 허아연이 고개를 돌려 창밖 풍경을 바라봤다. 이 빌딩 안에 이런 고급 레스토랑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매니저가 권승준과 메뉴를 확인하자, 권승준이 메뉴판을 허아연에게 건네며 가볍게 물었다.

"허 선생님, 이 메뉴들 괜찮아요? 더 추가하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요."

허아연이 사양하며 말했다.

"비서실장님이 알아서 시켜주세요. 처음 와보는 곳이라서요."

어차피 온 목적은 일 이야기였고 무엇을 먹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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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84화

    현관 앞.주현우를 본 순간 안서준의 표정도 굳었다.하지만 전서진과 심유환 일행이 와 있다는 걸 떠올리자 주현우가 있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허아연이 부르지 않았어도 전서진 일행이 어떻게든 불렀을 것이다.집 안을 흘끗 들여다본 안서준은 다시 주현우에게 시선을 돌려 위아래로 훑어보고 나서야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인사했다."공교롭네요. 주 대표님도 여기 계셨네요."적대적인 눈빛에도 주현우는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안 대표님, 귀한 손님이 다 오셨네요. 들어오시죠."안서준이 바라보다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자 주현우가 주도권을 잡듯 말했다."저녁에는 별다른 음식을 준비하지 못했으니 있는 거 간단히 드시죠."남자 주인처럼 행세하는 주현우를 돌아보는 안서준의 눈빛은 한없이 날카롭고 매서웠다.한참 주현우를 뚫어져라 보던 안서준이 차분하게 말했다."아연이 집이 곧 제 집이나 마찬가지니 대충 먹어도 상관없어요. 다만 주 대표님은 본인 처지를 제대로 아셔야겠네요. 아연이는 주 대표님을 반기지 않는 것 같으니까요."안서준이 어떤 사람인가?전서진이나 심유환, 하준서와는 차원이 달랐다.주현우에게 손찌검을 하거나 허아연의 집에서 당장 꺼지라고 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예의를 차린 셈이었다.그렇게 하지 않은 건 주현우의 체면을 봐줘서가 아니라 허아연이 중간에서 난처해질까 봐서였다.거침없이 말을 쏟아내는 안서준을 보며 소파에 앉아 있던 주민경이 고개를 들어 현관에 선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두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역시 안씨 가문의 장남이자 허아연의 든든한 버팀목다웠다. 화끈하고 직설적인 말은 속이 뻥 뚫릴 만큼 거침없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고 안서준의 대수롭지 않은 말에 주현우는 이미 기분이 상했다.주현우가 웃으며 말했다."안 대표님, 제가 아연이와 함께할 때 안 대표님은 어디 계셨는지도 모르겠네요."주현우가 허아연과의 과거 얘기를 하자 안서준이 코웃음을 쳤다."오래 알았다고 뭐가 달라집니까? 결국 아연이는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83화

    조금 떨어진 곳에서 허아연의 심드렁한 태도를 지켜보던 주현우는 화도 나고 어이도 없었다.문제는 그런데도 자꾸 마음이 쓰이고 허아연에게 감정이 휘둘린다는 거였다.허아연은 주현우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일에만 몰두했다. 그 모습을 빤히 보던 주현우는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고개를 돌리며 제 처지가 어이없어 헛웃음을 흘렸다.그러다 곰곰이 다시 생각해 보니 허아연은 돌아왔고 이렇게 얼굴을 보며 티격태격 말다툼까지 할 수 있었다.그것만으로도 주현우는 더없이 만족스러웠다.허아연이 곁에 있고 무사히 살아 있기만 하면 그보다 좋은 건 없었다.주현우는 아무렇지 않은 척 허아연에게 다가가 주머니에서 오른손을 꺼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돌아와서 다행이야. 무사하면 그걸로 됐어."갑자기 누그러진 주현우의 태도에 허아연은 키보드를 두드리던 두 손을 잠시 멈춘 뒤 고개를 들어 바라봤다.이번에 돌아온 뒤 주현우는 예전만큼 날카롭지 않았고 무슨 일이든 허아연에게 져주고 있었다.사실 허아연도 주현우와 말다툼을 하거나 일부러 약을 올릴 생각은 없었다. 다만 주현우가 원하는 걸 줄 수 없었고 이제는 주고 싶지도 않았다.두 사람은 바라는 게 애초에 달랐다.허아연이 더는 말하지 않자 주현우가 손을 거두며 말했다."그럼 일해. 난 거실에 있을게."허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부드럽게 답했다."그래요."주현우가 감정 얘기를 꺼내거나 묘한 분위기를 만들지만 않는다면 허아연도 날을 세우며 일부러 힘들게 할 생각은 없었다.……거실로 돌아와 테이블 앞에 앉자 전서진이 말했다."현우야, 아연이 어렵게 돌아왔는데 네가 좀 져줘. 자꾸 싸우지 말고 아연이가 싫어하는 소리도 좀 하지 마."전서진의 충고에 주현우가 어이없다는 듯 눈을 흘겼다."내가 이제 무슨 수로 아연이와 싸워? 안 져줄 수가 있겠어, 듣기 싫은 소리를 할 수가 있겠어?"사과하고 보고 싶었다는 말 외에는 다른 얘기는 입도 뻥긋하지 못했고 겁나서 맞설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잔뜩 억울한 주현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82화

    볼을 물려 아팠던 허아연이 몸을 돌려 미간을 찌푸린 채 낮고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주현우 씨, 자꾸 선 넘지 마요. 오늘 사람이 많다고 내가 정색도 못 할 줄 알아요?"허아연이 발끈하자 주현우는 뒤에서 끌어안고 볼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아연아, 정말 보고 싶었어."허아연이 보고 싶었다.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오랫동안 눌러온 감정을 오늘은 끝내 참지 못한 것이다. 쌓인 그리움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자 마침내 허아연을 끌어안고 보고 싶었던 마음을 털어놓고 말았다.뒤에서 끌어안은 주현우의 손목을 두 손으로 붙잡으며 허아연이 경고했다."주현우 씨, 계속 이러면 다시 호텔로 들어가거나 안서준 씨와 같이 살 거예요."마지막 말을 듣는 순간 주현우의 얼굴이 굳더니 으름장을 놓았다."그러기만 해봐."허아연이 고개를 돌리고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왜 못 해요? 강성시에서도 안서준 씨와 같이 살았는데."강성시에서 안서준과 함께 산 것은 사실이었지만 가족이라 한집에서 지낸 것이었다. 잠시 말없이 눈싸움을 벌이던 주현우는 이내 허아연을 놓아주고 몸을 일으켜 창가로 향했다.오른손으로 커튼을 젖히고 주머니에서 담배와 라이터를 꺼내던 주현우는 뒤에 허아연이 있다는 걸 깨닫고 옆 수납장 위로 도로 던져놓았다.주현우가 허아연을 돌아보며 말했다."아연아, 이제 날 쥐고 흔드는 법도, 화나게 하는 법도 다 안다는 거네."주현우는 이제 두 사람의 처지가 완전히 뒤바뀌었다는 걸 깨달았다.허아연은 이제 주현우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언제든 마음을 뒤흔들 수 있었다.주현우가 불만을 드러내자 허아연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누가 당신을 쥐고 흔들었다고 그래요? 누가 화나게 했어요? 내가 전화해서 오라고 한 것도 아니잖아요."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면 나았을 텐데 허아연의 말에 주현우는 또 정곡을 찔리고 말았다.눈도 깜빡이지 않고 허아연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몇 번이나 입을 열려 했지만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주현우가 쳐다보기만 하자 허아연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81화

    주현우가 말했다."이제는 사람하고 얘기할 때 눈도 안 마주치네?"주현우가 턱을 들어 억지로 자신을 보게 하자 허아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손을 떼어내고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경고했다."주현우 씨, 말과 행동 조심해요. 괜히 남들이 오해하겠어요."허아연이 정색하자 주현우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내가 뭘 오해하게 했는데?""아연아, 오해도 다 풀었으니 우리도 화해하자."애초에 오해랄 것도 없었다. 허아연이 느낀 미묘한 기류는 모두 주현우가 의도하고 마음을 흔들려 한 것이었다. 허아연은 컴퓨터로 시선을 돌리고 키보드를 두드리며 말했다."당신을 오해한 적 없어요. 그러니 화해할 일도 없고요."주현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허아연이 덧붙였다."주현우 씨, 난 오늘 당신을 부를 생각이 없었어요. 전서진 씨가 부른 거고 나도 괜히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에요. 혼자 의미 부여하거나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요.""우리 사이는 완전히 끝났어요. 다시 어떠한 가능성도 없고요."허아연이 단호하게 선을 긋자 주현우는 속이 뒤집힐 만큼 화가 치밀었다. 그래도 허아연에게 화를 쏟아낼 엄두는 나지 않았다.책상에 기대 한동안 허아연을 바라보던 주현우는 속이 터질 듯 답답했다.결국 몸을 일으켜 책상 뒤로 돌아간 주현우는 두 손으로 책상을 짚고 허리를 숙이더니 허아연을 품 안에 가두듯 감싸고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아연아, 설마 예전 일을 정말 다 잊은 건 아니겠지? 우리 사이에 좋았던 기억이 하나도 없다고 하지는 마."주현우는 허아연을 유혹하듯 덧붙였다."기억나는 일이 많잖아."뜨거운 숨결이 귓가에 닿자 키보드를 두드리던 허아연의 두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주현우가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어도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몇 번 있었던 미묘한 순간들을 말하는 것이었다.허공에 손을 한참 멈추고 있던 허아연은 고개를 돌려 주현우를 바라봤다.여전히 잘생긴 얼굴이었다.하지만 예전처럼 가슴이 뛰지도, 설레지도 않았다.꼼짝 않고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80화

    허아연의 표정을 보니 주현우를 별로 반기지 않는 듯했다.문 앞에 선 채 허아연의 표정 변화를 지켜보던 주현우는 집 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이사 왔어?"허아연의 언짢은 표정도, 자신을 부르지 않았다는 사실도 주현우는 굳이 언급하지 않았다.주현우의 인사에 허아연은 자연스레 문을 열어주며 가볍게 미소지었다. "네, 오전에 막 왔어요.""서진 씨와 유환 씨가 요리하고 있어요, 들어와서 앉아요."이미 찾아온 사람을 돌려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예의상 들어오라고 했다. 들어오라는 허아연의 말에 주현우도 사양하지 않았다.거실에서 게임하던 주민경은 주현우가 들어오자 고개를 들며 물었다."현우 오빠는 여기 왜 왔어?"주현우가 대답하기도 전에 주민경이 쏘아붙였다."서진 오빠가 부른 거지? 진짜 눈치 없다, 아연이가 오빠 싫어하는 거 뻔히 알면서 굳이 불러서 분위기 망치네."주민경의 말이 끝나자 주현우는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굳은 얼굴로 입 좀 다물라며 발로 툭 찼다. 허아연은 옆에서 남매의 실랑이를 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발을 거두던 주현우의 시선이 옆에 있는 소파에 닿는 순간 문득 옛 기억이 밀려왔다.전에 허아연을 보러 왔을 때 두 사람은 이 소파에서 꽤 다정한 시간을 보냈었다. 그때만 해도 허아연은 여전히 주현우를 소중히 여겼고 기회도 줬었다.기회를 잡지 못한 건 주현우 자신이었다.소파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주현우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허아연도 그날 밤의 기억이 떠올랐다.주현우와 몇 번 없었던 다정한 순간들이 떠올랐다.끝까지 간 건 아니지만 꽤 묘하고 아슬아슬했던 순간들이었다. 민망해진 허아연은 시선을 피했다.살짝 발그레해진 허아연의 귓불을 본 주현우는 두 사람이 같은 기억을 떠올렸다는 걸 알고 웃음이 났다. 허아연에게서 시선을 거둔 주현우는 주방으로 가서 전서진 일행에게 인사를 건넸다.전서진이 주현우를 보며 말했다."현우야, 우리도 할 만큼 했어. 너와 아연이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이제 네가 하기 나름

  • 버린 건 나였지만, 무너진 건 너였다   제479화

    주현우만 쏙 빼놓는 건 주민경이나 할 법한 일이었다.그때 심유환이 발코니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통화를 마친 심유환이 방으로 들어와 두 사람과 잠시 얘기를 나누는데 전서진이 도와달라며 다시 주방으로 불렀다. 셋 중에서 진짜 요리를 할 줄 아는 건 심유환뿐이었고 나머지 둘은 옆에서 거드는 정도였다.심유환이 앞치마를 두르고 주방으로 들어가고 세 남자가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에 허아연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어릴 때도 이렇게 어울려 시끌벅적하게 놀던 기억이 났다.그 시절 허아연이 매년 가장 기다린 건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이었다. 유서희가 아이들을 시골로 보내면 모두 한데 모여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잤고 뭐든 함께했다.밤낮없이 몰려다니며 마음껏 뛰어놀던 시절이었다.주방을 바라보던 허아연은 역시 어린 시절이 가장 행복했다는 생각이 들었다.주현우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주현우와 결혼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예전과 같은 사이일지도 몰랐다.한참 주방을 바라보다 정신을 차린 허아연은 휴대폰을 들고 발코니로 나가 안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서진 씨와 심유환 씨와 아파트에 왔어요. 오빠도 이따 와서 밥 먹어요."허아연의 초대에 안서준이 물었다."주현우도 왔어?"그 중에서도 안서준이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은 언제나 주현우였다.안서준의 물음에 허아연이 답했다."민경이가 안 불렀어요. 지금은 전서진 씨네만 와 있어요."그 말을 듣고서야 안서준이 말했다."나 지금 근처 도시 가는 길이라 이따 좀 늦게 들를게."주현우가 와 있다면 아마 차를 돌려서라도 갔을 것이다.허아연이 흔쾌히 답했다."그래요, 그럼 일 끝나고 와요."안서준이 당부의 말을 마치자 두 사람은 전화를 끊었다.그때 주방에 있던 전서진은 주현우에게 전화해 태연히 말했다."현우야, 나와 유환이, 준서 지금 아연이네 집에 있어. 유환이가 요리하고 있으니까 너도 이따 와서 밥 먹어."주현우는 전서진의 전화를 받고서야 허아연이 오늘 호텔에서 아파트로 옮겼다는 사실을 알았다.전서진 일행에게는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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