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끊은 허아연은 젓가락을 내려놓은 채로 유서희와 주현우에게 말했다. "어머니,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먼저 올라갈게요." "밥도 다 안 먹었잖아." 허아연이 웃으며 말했다. "이제 배불러요." "그래, 먼저 올라가서 일 봐. 나중에 야식 먹고 싶으면 엄마한테 얘기해." "네." 유서희는 자리에서 일어나는 허아연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주현우는 늘 그렇듯 차가운 태도로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허아연이 방에 들어가자 유서희는 그제야 주현우에게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연이가 방금 하는 말 너도 들었지. 적당히 하라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그렇게 말을 안 듣더니 결국 아연이가 너랑 같이 못 살겠다잖아." "오씨 집안 딸내미들이 뭐가 그렇게 좋아? 하나 떠나보냈더니 또 하나를 끌어와? 기어이 오씨네 딸과 엮여야겠어?" 주현우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유서희가 계속 퍼부었다. "아연이가 그동안 주씨 가문을 위해, 회사를 위해 한 노력과 너를 위해 참아준 것들 네 눈에는 보이지도 않아? 눈이 멀었어? 현우야, 사람이면 양심이 있어야 하는 거야." 유서희의 잔소리에 주현우는 차갑게 받아쳤다. "허아연이 노력하는 거, 참는 거 다 자기 생각이 있는 거예요." 그 말에 유서희가 발끈하며 주현우를 빤히 쳐다보았다. "현우야, 그게 무슨 말이야? 아연이가 우리 집안 재산이라도 노린다는 거야?" "현우야, 아연이를 그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으면서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래? 양심에 찔리지도 않아?" 주현우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말했다. "됐어요, 밤새 잔소리하겠어요.""그래, 나도 잔소리하지 않을게. 지금 너한테 원하는 건 딱 하나야. 앞으로 아연이와 열심히 잘 살아, 그리고 올해 안에 아연이 임신하게 해. 아니면 앞으로 오지은 만날 생각 하지도 마." 유서희의 협박에 주현우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하지만 유서희는 물러서지 않았다. "정말 오지은을 그렇게 사랑했으면 전에 네 할아버지가 반대했을 때 버텼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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