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차가 큰길을 벗어났다. 가로등이 뜸해졌다.형사가 운전했다. 뒤에 경찰차 한 대가 붙어 왔다."회장님. 도착하면 제가 먼저 내립니다. 부를 때까지 계십시오.""실장님은 혼자라고 했어요."" 그렇다고 혼자라고 한 사람 말은 혼자 확인하지 않습니다."형사가 앞을 보며 말했다."오는 동안 신원 조회 받았습니다. 한정우, 마흔여섯. 입사 7년 전입니다.""7년요.""예. 그 전은 다른 회사 두 곳입니다. 걸린 건 없습니다."계기판 시계가 0시로 넘어갔다.날이 바뀌었다. 아침 8시까지 여덟 시간이었다.서지안이 할 수 있는 것은 셋이었다.아침 8시 예약은 막았고 한무현의 진술은 받고 있었다.남은 것은 한 실장 위에 누가 있는지였다.그걸 아는 사람이 제 발로 전화를 걸었다."형사님. 하나만 부탁할게요.""말씀하십시오.""제가 먼저 물을게요. 조서는 그 뒤에 받아 주세요."형사가 한 박자 뒤에 답했다."…3분 드리겠습니다. 그 뒤로는 제 절차대로 합니다."공원묘지 입구에서 차가 멈췄다. 0시 25분이었다.철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형사가 먼저 내렸다. 손전등은 켜지 않았다. 경찰 둘이 양쪽으로 흩어졌다.서지안은 차에서 기다렸다. 밖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형사가 손전등을 켜고 손을 들었다."회장님. 혼자입니다. 내려오십시오."서지안이 내렸다.비석은 길 끝에서 세 번째였다. 돌이 두 개 나란히 섰고, 왼쪽이 어머니였다.서지안의 눈이 먼저 간 데는 오른쪽이었다.서여울의 돌이었다.전화로 들은 말이 맞았다.한 실장이 두 비석 사이에 서 있었다. 양복 그대로였고 빈손이었다."실장님.""…회장님.""왜 나가셨어요.""조서에 적히면 회장님이 제일 늦게 듣습니다. 그 전에 말씀드리려고 나왔습니다."서지안의 걸음이 멈췄다. 비석 앞에 흰 것이 보였다.국화였다. 두 비석 앞에 반씩 나뉘어 있었다.열다섯 해 동안 두 비석에 꽃을 반씩 놓아 온 사람은 조성달이었다.오늘 밤 올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실장님. 이 꽃 누
형사가 무전기를 입에 댔다. 말이 급해졌다."한정우 실장, 비상계단으로 내려갔습니다. 1층 로비하고 주차장 출구부터 막아 주십시오.키 170대 중반, 회색 양복, 넥타이 없습니다."형사가 비상계단 문을 열고 아래를 봤다. 발소리는 없었다.서지안은 소파까지 걸어갔다. 방석이 눌린 자리가 남아 있었다.서지안이 회장실 문 앞으로 갔다."과장님. 이 층 비상계단 문 기록 봐 주세요."회장실 안에서 당직 과장이 자판을 쳤다."…10시 31분입니다. 한 실장님 카드입니다.""카드를 찍고 나갔어요?""예. 찍어야 열립니다."찍으면 기록이 남는다. 그걸 알면서 찍었다.숨길 겨를이 없었거나, 숨길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서지안이 휴대전화를 봤다. 10시 37분이었다.6분 전이었다.소파가 빈 것을 본 것은 10시 36분이었다. 나간 지 5분 뒤였다."형사님. 6분이면 어디까지 갈까요.""걸어서면 지하철역이나 정류장 정도입니다.""지하철역은요.""막차가 11시 12분입니다. 지금 보내고 있습니다.""버스는요.""순찰차가 그쪽을 돌고 있습니다. 사람은 역부터 세우게 됩니다."형사가 다시 무전을 했다. 1층 로비 쪽이었다.서지안이 한무현 쪽으로 돌아섰다."한무현 씨.""…예.""오늘 밤에 본 걸 다 말하세요. 아침까지 미루지 마시고요.""…예.""비서실에 앉은 사람 얼굴을 본 건 한무현 씨 하나예요. 그 말이 중요해져요."한무현이 고개를 숙였다."형사님. 한무현 씨 진술, 오늘 밤 안에 받아 주세요.""예. 지원 불러서 여기서 받겠습니다."서지안은 그 사이에 회장실 안으로 들어갔다.첫 번째를 하러 들어왔다."과장님. 내일 아침 8시 예약, 아직 걸려 있죠.""…걸려 있습니다.""그 예약, 취소하려면 뭘 해야 돼요.""회장님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예약을 걸어 둔 화면에서 지워야 합니다.""그러면 제가 그 컴퓨터 설정을 고친 게 되죠.""…됩니다."서지안은 그 길을 접었다.설정을 고치면 아침에 그 컴퓨터를 연 사람
서지안은 엘리베이터를 부르지 않았다.계단으로 올라갔다. 형사가 한 걸음 앞에서 걸었다.지하 1층에서 회장실 층까지, 오늘 밤에 이 계단을 또 오르고 있었다.형사가 계단 중간에서 한 번 숨을 골랐다. 서지안은 멈추지 않았다.올라가는 동안 서지안은 물을 것을 세 개로 줄였다.들어갔는지, 무엇을 했는지, 제 계정을 썼는지.층 문을 열자 복도에 경찰 둘이 서 있었다. 한 명은 회장실 문 앞, 한 명은 비서실 문 앞이었다."그대로였습니까.""예. 비서실에는 아무도 안 들어갔습니다."복도 끝 소파에 한 실장이 앉아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저녁부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소파 옆이 비상계단 문이었다.회장실 문은 열려 있었다. 안에 당직 과장과 한무현이 있었다.당직 과장은 책상 앞에 앉아 있었고, 한무현은 그 옆에 서 있었다.서지안이 들어서자 둘이 같이 고개를 들었다."…회장님."당직 과장이 일어서려다 다시 앉았다."비서실은 계속 아무도 못 들어가게 해 주세요.""예."비서실 문 앞 경찰이 반걸음 비켜섰다. 서지안은 문 안을 들여다보기만 했다.소파에 서아가 덮고 있던 담요가 그대로 접혀 있었다. 공용 컴퓨터 화면은 꺼져 있었다.서지안은 수화기를 내렸을 때부터 정해 둔 것을 했다."형사님. 제가 먼저 물을게요.""예. 저는 적겠습니다. 다만 하나만 말씀드리겠습니다.""말씀하세요.""회장님께 한 대답은 조서에 그대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나중에 저희가 같은 걸 다시 물어야 합니다.""그러면 저는 오늘 밤 안에 알아야 하는 것만 물을게요."서지안이 회장실 안쪽으로 고개를 돌렸다."한무현 씨. 복도에서 잠깐 봬요."한무현이 바로 걸어 나왔다.묻지도 않았고, 늦지도 않았다.복도에서 형사가 반걸음 떨어져 섰다. 수첩을 펴고 볼펜 뚜껑을 열었다."한무현 씨. 지금부터 하시는 말씀은 나중에 조서에 들어갑니다. 안 하실 수도 있습니다.""하겠습니다.""한무현 씨. 저녁 9시 26분에 비서실에 들어갔어요?"한무현이 서지안
자판 소리가 몇 번 났다.칸이 하나 더 펼쳐지는 데 2초쯤 걸렸다. 그 2초가 길었다.서지안은 글자를 두 번 읽었다."…과장님. 비서실이라고 떠요.""…""회장실이 아니에요. 비서실 공용 컴퓨터예요.""…맞습니다. 아까 그 두 줄하고 같은 기계입니다.""시각은요.""9시 26분입니다."출입 기록을 조회한 때와 같은 시각이었다.누군가 그 자리에 앉아서 기록을 열어 보고, 내일 아침 8시를 걸어 놓고 일어난 것이었다.서지안은 수화기를 귀에서 조금 떼고 숨을 골랐다.8시 40분은 회장실이었다. 9시 26분은 비서실이었다.그 사이에 서지안은 회장실을 나와 계단으로 지하까지 내려갔다.오늘 저녁에 손이 하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감사팀장이 저장 장치는 자기가 아니라고 했을 때였다. 그때는 생각만 했고, 이제는 기록이 있었다."형사님. 오늘 밤 손이 둘이에요."형사가 수첩을 새로 폈다."하나는 지하에 있었어요. 전산실 문 열고 들어가서 기록 밀고, 통로로 나갔어요.""나머지 하나는.""위층이에요. 9시 26분에 비서실에 앉아 있었어요."형사가 줄 두 개를 나란히 그었다. 왼쪽에 지하, 오른쪽에 위층이라고 적었다."회장님. 그 시각에 위층에 있던 사람은요.""한무현 씨, 과장님, 한 실장님."서지안은 그 세 이름을 소리 내어 말하고 입을 닫았다.오늘 밤 내내 서지안 곁에서 일한 사람들이었다."과장님.""…예.""9시 26분에 비서실에 들어간 사람, 보셨어요?"수화기 너머가 길게 조용했다."…못 봤습니다. 저는 회장실에 있었습니다.""회장실에서 비서실 문이 보여요?""…안 보입니다. 벽이 한 번 꺾입니다."보이지 않는 자리였다. 그래서 그 자리였다."과장님. 한 실장님은 그때 어디 계셨어요.""복도 끝 소파입니다. 거기서는 비서실 문이 보입니다."서지안의 손이 멈췄다."보이는 자리에 앉아 계셨어요?"수화기 너머에서 짧게 묻는 소리가 났다. 당직 과장이 한 실장에게 물어본 것이었다."…그쪽을 계
"아니요."서지안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숨이 한 번에 나오지 않았다.글자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이 방에서 그것만 보였다.오늘 하루 저쪽은 남의 이름만 빌려 썼다. 이번에는 서지안의 이름이었다.형사가 옆에서 수첩을 폈다. 볼펜이 한 번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회장님. 이것도 그대로 적겠습니다.""적으세요."목소리가 생각보다 낮게 나왔다."제가 안 했다는 말은 방금 한 번만 할게요. 그 말은 아무 힘이 없어요."형사가 서지안을 봤다."대신 어디서 들어왔는지부터 봐요. 계정은 빌릴 수 있어도 들어온 자리는 못 빌려요."서지안은 수화기를 고쳐 잡았다."과장님. 이 줄에 들어온 자리도 같이 남아요?""남습니다. 어느 기계에서 들어왔는지 옆 칸에 찍힙니다.""그 칸 어떻게 열어요."당직 과장이 순서를 불러 주었다. 서지안은 장갑 낀 손으로 그대로 눌렀다.칸 하나가 더 펼쳐졌다."…과장님. 회장실이라고 떠요."수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제 방 컴퓨터예요. 맞아요?""…맞습니다. 그 방 기계 번호입니다."회장실 컴퓨터에는 남이 심어 놓은 프로그램이 붙어 있었다.그래서 그 방 화면은 밖에서도 보였다. 오늘 저녁에야 그걸 찾아냈다.찾아낸 사람은 당직 과장이었다.심어진 날은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청소가 들어온 날이었다."과장님. 그러면 밖에서 그 프로그램으로 들어와서 친 거네요.""…그건 따로 남습니다. 밖에서 붙은 기록이요. 지금 같이 보겠습니다."자판 소리가 났다. 아까보다 길게 났다.서지안이 시각을 짚어 줬다.
꺼진 화면은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다.서지안은 그제야 선에서 손을 뗐다. 손바닥에 자국이 길게 남아 있었다.손가락을 펴는 데 시간이 걸렸다.저쪽은 마지막에 이름 하나를 던지고 사라졌다.그 이름은 오늘 밤 나온 어떤 이름보다 적은 사람이 알고 있었다.형사가 수첩을 들고 옆에 섰다."회장님. 마지막 줄 말입니다.""…""적어야 합니다. 무슨 뜻인지 여쭤도 되겠습니까."서지안은 꺼진 화면을 한 번 더 봤다."제 옛날 이름이에요."형사의 볼펜이 멈췄다."바꾸신 겁니까.""예.""언제 바꾸셨습니까.""열다섯 살 때요.""그 이름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됩니까.""많지 않아요.""…몇입니까."서지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것을 말했다."오늘 밤에 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예요. 나머지는 제가 정리해서 드릴게요."형사가 서지안을 한 번 보고 수첩을 덮었다."알겠습니다. 오늘은 화면에 뜬 것만 그대로 적겠습니다."말하지 않은 쪽이 훨씬 무거웠다.아버지가 딸을 죽은 사람으로 만든 방법까지 말하려면, 오늘 밤으로는 모자랐다.서지안은 수화기를 다시 들었다."과장님. 이제 스위치 올려도 돼요?""예. 밖에서 들어오는 길은 막혔습니다. 불 켜셔도 저쪽은 못 들어옵니다."형사가 경비실 앞 경찰관에게 손짓을 보냈다.스위치가 올라가고, 복도 형광등이 한 줄씩 살아났다. 천장에서 바람 소리가 다시 났다.밤 내내 저쪽이 먼저 보고 있었다. 지금은 아니었다.다만, 화면이 끊겼다는 것이, 저쪽이 건물 밖에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