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남자와 어쩌다 여름이

네 남자와 어쩌다 여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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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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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완성은 혈연일까, 아니면 함께 보낸 시간일까?" 완벽주의 변호사, 자유분방한 예술가, 무뚝뚝한 체육관 관장, 정체를 숨긴 재벌 3세. 각자의 상처와 결핍을 안고 타인과 거리를 두며 살아가던 네 남자가 핏덩이 아기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삶을 양보하고 희생한다. 육아라는 극한의 일상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재정의하고, 아이가 자라는 만큼 어른들도 함께 성장해 나가는 따뜻한 코믹 힐링 스토리를 그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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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화: 완벽한 루틴을 깨부수는 불청객

강남 로펌에서 연희동 셰어하우스까지 정확히 45분. 이태준(32세, 변호사)은 대문 앞에 서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비에 젖은 그의 손에 들린 각 잡힌 루이비통 서류가방이 평소보다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퇴근길이었다. 매사를 분 단위로 쪼개며 철저한 루틴대로 살아가는 그에게, 입주 한 달 차를 맞은 이 셰어하우스는 그야말로 통제 불능의 무법지대였다.

"하… 진짜 미치겠네."

대문을 열고 들어선 태준의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비틀즈와 머라이어 캐리의 희귀 빈티지 LP판들이 위태로운 탑처럼 쌓여 있었다. 비닐도 안 뜯은 채 비를 맞고 있는 꼴을 보아하니, 서이수(30세, 설치 미술 작가)가 또 '레트로 오브제' 핑계를 대며 벌여놓은 짓거리가 분명했다.

태준이 물웅덩이와 LP판들을 피해 조심스레 현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던 그때였다.

*툭.*

태준의 구두 끝에 묵직한 무언가가 채였다. 해외 직구로 시킨 택배 박스인가 싶어 짜증스럽게 내려다보던 그의 사고 회로가 순간 정지했다.

그것은 쿠팡 프레시 박스도, 해외 배송된 물건도 아니었다. 눅눅해진 수건과 두툼한 담요. 그리고 그 안에서 새근거리며 오물거리는… 분홍색 입술이었다.

"…어?"

"뭐야, 뭔데? 형, 또 해외 셀러들 상대로 상표권 소장 날릴 거 들고 왔어?"

현관문이 열리며 헐렁한 추리닝 차림의 나유준(27세, 백수 코스프레 중)이 하품을 하며 걸어 나왔다. 그 뒤로 운동화를 대충 꺾어 신은 채 단백질 쉐이크를 흔들던 최강태(29세, 체육관 관장)와, 볼에 유화 물감을 잔뜩 묻힌 이수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현관문에 굳은 듯 서 있는 태준을 밀치고 바닥의 박스를 확인한 세 사람의 얼굴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했다.

"미친… 이거 인형 아니지?"

이수가 떨리는 손으로 아이의 볼을 찔러보려 하자, 강태가 솥뚜껑 같은 손으로 이수의 멱살을 잡아끌었다.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애 놀란다."

"아니, 그것보다 저기… 담요 틈에 쪽지 붙어있는데?"

유준이 조심스럽게 집어 든 반으로 접힌 메모장에는 삐뚤삐뚤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이 집 남자들 중에 아빠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잠시만 맡깁니다. 이름은 '여름'이에요.]**

"아빠아아악?!"

네 남자의 비명이 비 오는 연희동 하늘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늘 냉철함을 유지하던 태준이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치며 핏대를 세웠다.

"누구야! 솔직히 말해! 너지, 서이수? 너 저번에 전시회 한다고 외국 나갔다 왔잖아! 그때 사고 친 거 아냐?"

"무슨 소리야! 난 예술이랑 연애하기도 바쁜 몸이라고! 차라리 매일 체육관에서 회원들이랑 부대끼는 강태 형이겠지. 관장님, 근육량만큼 혈기왕성하신 거 아냐?"

"이 새끼가 진짜…! 나 작년에 전국체전 준비하느라 태릉에만 처박혀 있었어! 블랙박스 까볼래?! 설마 막내 너냐, 나유준?"

순식간에 화살이 막내 유준에게 쏠렸다. 유준은 억울하다는 듯 방방 뛰었다.

"형들, 나 하루 종일 집에서 누워서 넷플릭스만 보는 거 알잖아. 형들 밥해주느라 집 밖에 나가지도 않는데 무슨 수로…!"

"그럼 이 아기는 바위에서 솟아났다는 거야, 뭐야?!"

태준이 법적 대응을 논하며 변호사 수첩을 꺼내려는 찰나였다. 형들의 고성에 단잠을 깬 여름이가 얼굴을 잔뜩 찌푸리더니, 거대한 사이렌 소리를 내뿜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앙-!!!"**

"야, 야! 울어! 어떻게 해!" (이수)

"빨리 변호사 형이 법대로 해결해 봐요! 애기 달래는 법 없어?!" (유준)

"민법, 형법 다 뒤져도 아기 달래는 조항은 안 나와!" (태준)

우왕좌왕하며 서로의 등 뒤로 숨기 바쁜 셋 사이로, 곰 같은 덩치의 강태가 엉거주춤 다가가 아이를 안아 들었다. 우람한 이두박근 사이에 쏙 들어간 작은 생명체는 거짓말처럼 울음을 뚝 그쳤다.

"…따뜻하네."

강태의 무뚝뚝한 중얼거림에 거실에 기묘한 정적이 흘렀다. 네 남자는 멍하니 강태의 품에 안겨 콧방울을 부풀리는 아기를 바라봤다. 비는 여전히 세차게 쏟아지고 있었다.

"일단… 비 그칠 때까지만 데리고 있자. 내일 아침 밝자마자 경찰서에 인계하고 친자 확인부터 들어간다."

태준이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루이비통 가방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는 몰랐다. 경찰서 방문은커녕, 이 '잠시'가 앞으로 수백 일을 훌쩍 넘길 거대한 육아 지옥의 서막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날 밤 새벽.

다들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사이, 막내 유준이 화장실에 숨어 누군가에게 은밀히 문자를 보냈다는 사실 역시 아무도 알지 못했다.

*[김 비서님, 지금 당장 프리미엄 분유랑 친환경 기저귀, 그리고 아기들 바르는 순한 화장품 종류별로 싹 다 구해서 우리 집 문 앞에 둬. 내 카드 결제 내역 안 남게 처리하고.]*

극강의 개인주의를 자랑하던 네 남자의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한, 지독하게 습하고 혼란스러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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