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식사는 입에 맞았습니까?"
도혁이 냅킨을 내려 놓으며 물었다. 태원 호텔의 최상층 스위트룸. 회장님은 먼저 와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태오가 열어 준 문은 레스토랑이 아니라 호텔 스위트룸이었다. 출입문에서 통유리창 너머 해가 지는 도심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 졌다. 넓은 거실의 중앙에 있던 남자가 돌아 섰다. 어스름한 저녁 해를 등지고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세나를 향해 다가 왔다. 세나는 긴장으로 침이 꼴깍 넘어 갔다. 태오가 문을 닫자 스위트룸에는 세나와 도혁, 단 둘만 남았다. - 식사부터 하고 얘기합시다. 일단 숨을 돌리도록 도혁이 식사를 권했다. 세나의 전화를 끊고나서 스위트룸에서 식사를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아무리 레스토랑의 프라이빗 룸에서 만난다고 해도 보는 눈은 있기 마련이니까. 식사 내내 두 사람은 말이 없었고, 세나는 제대로 먹지 않았다. "이제 오세나씨가 찾아 온 이유를 들어 볼까요?" 결혼을 청하러 간 것은 도혁이었는데 꼭 세나가 도움을 청하러 온 것 같은 물음이었다. 도움을 줄지, 말지는 얘기를 들어 보고 결정하겠다라는 오만한 물음. "전에 저희 부모님 회사에 다녀 가셨다고 들었어요." "맞습니다." "그 때 왜 찾아 오셨는지, 부모님과 어떤 얘기가 오고 갔는지 궁금해서요." 도혁은 온 이유를 알고 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 섰다. 거실창 앞 소파위에 올려 놓은 봉투를 가져와 세나 앞에 놓았다. 세나가 허겁지겁 봉투를 열어 묵직한 서류 뭉치를 꺼내 보았다. 보고서라는 이름을 단 종이에는 각종 그래프와 글자들이 빼곡했다. 봐도 무엇을 나타내는지 세나는 쉽게 이해하지 못 했다. "솔직히 뭔지 잘 모르겠어요. 이 서류가 뭘 나타내는지." 세나의 한숨에 도혁이 의자를 끌어와 그 옆에 앉았다. "아버님의 회사는 지금 끝의 끝에 몰려 있다고 보면 됩니다. 자금난이 심각해서 내일 당장 어떻게 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네? 그렇게나요?" "대기업의 자본에는 당해낼 수가 없어요. 그게 잘못이라면 잘못일까." 끝의 끝. 당장 망한다는 말에 세나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한데 도혁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도혁과는 관계없는 남의 일이니까. "그래서 찾아갔던 겁니다. 자금난을 해결하고 새로운 유통망의 개척, 더 나아가면 신제품 개발도 염두해 뒀고." "그렇게 해 주는 조건은요? 회장님이 제시했다던 조건이요." 수창에게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확인하고 싶었다. 수창이 그 자리에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 이야기가 부풀려 졌거나 잘 못 들은 거라고. "결혼." "..." "결혼을 제시했습니다." 수창이 잘못 들은 게 아니었구나. "결혼...이라니요?" "내가 오세나씨와 결혼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세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겨우 두 번 본 사이. 결혼식이 아니었다면 평생 모를 남으로 남을 수도 있던 사이. 그 정도 관계에 결혼을 얘기하니 기가 찼다. “왜…요? 왜 결혼이에요?” “결혼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 눈에 들어 온 여자가 오세나씨였거든.” "저를 잘 모르시잖아요. 그런데..." "앞으로 알아 가면 되지, 뭐 어렵습니까." 결국 세나의 눈에 찰랑거리던 눈물이 뚝하고 떨어 졌다.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아니 도혁이 저를 놀리는 것만 같았다. “혹시 지난번에 하신 제안을 제가 거절해서 이러시는 거예요?” “무슨 제안?” “그러니까…저를 한 번 만나고 싶다고 하셨다고 민석형부편에…” 뭐라고 말해야 할 지 몰라 문장을 제대로 완성하지도 못 했다. “아아.” “혹시 제가 거절해서 기분이 나빠 이러시는 거라면 제가 정중하게 사과드릴게요.” “어떻게 정중하게 사과할 생각입니까.” 세나는 말문이 막혔다. 정중한 사과란 어떤 방법이 있을까. 무릎이라도 꿇고 빌어야 하나. 할 말을 찾지 못해 침묵하는 세나를 대신해 도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대명푸드를 살릴 조건은 거절해도 됩니다." "거절, 하면요?" "대명푸드의 역사와 발전 가능성에 관심을 두고 한 제안입니다. 쉽게 말하면 투자죠. 투자를 할 만한 회사는 많습니다. 거절한다면 더 이상 대명푸드는 내 관심리스트에서 사라지는 겁니다. 그 말은 내가 어떤 개입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고. 그러니 오세나씨가 선택하면 됩니다. 내 제안을 받아들일 건지, 거절할 건지.” 젊은 나이에 그룹을 이끌어 가는 사업가답게 냉정했다. 하나를 해결해 주겠으니 하나를 받아 와야 되겠다는 마인드. 하필이면 그게 결혼이었다. "약속해 주세요." 한참을 소리없이 눈물만 떨구던 세나가 눈물을 닦았다. "얘기해요." "결혼...할게요. 그러니까 아빠 회사는 꼭 지켜 주세요." 도혁의 입술끝에 희미한 웃음이 걸렸다. "좋습니다. 이 시간 이후로 나는 오세나씨를 결혼 상대로 대우할 거고 아버님 회사의 자금난은 바로 해결할 겁니다. 그리고 내일 부모님 만나 뵙고 결혼 날짜 정하죠." 조건에 동의했으니 다음 절차로 바로 착수. 망설일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만 하면 될 뿐. "네? 내일이요?” 겁에 질린 초식 동물처럼 벌벌 떠는 눈동자에 도혁도 잠시 멈칫했다. 가련한 모습에 숨을 쉴 틈은 줘야 겠다 싶었다. "내가 결혼이 급해서 서두를 수 밖에 없는 점, 이해해 주길 바랍니다." 호랑이굴에 제 발로 걸어 와서는 겁을 먹고 눈물을 떨구는 모습마저 예뻤다. "가정도 못 이룬 놈이 회사는 어떻게 이끌어 가나라는 손가락질은 이제 그만 받고 싶어서." 도혁은 무언가 핑계를 찾는 제 모습이 어이없게 느껴졌다. 그냥 네가 마음에 들어서. 이렇게 생각나는 사람은 네가 처음이라서. 그래서 너를 옆에 두고 싶다는 말이면 될 것을. 마음을 감추고 핑계를 찾았다. "내 할 말은 다 했는데 오세나씨는? 더 할 말 없습니까." "약속 꼭 지켜 주세요." 이렇게 결혼은 성립되었다.눈을 뜨니 사방은 깜깜했다.분명히 샴페인을 마시다 도혁에게 안겨 침대로 갔다.폭발하듯 제게 돌진한 도혁도 기억났다.몇 시나 되었을까.몸을 뒤척이자 머리 위에서 도혁의 목소리가 들렸다.“일어 났어?”도혁이 세나의 긴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질해 귀뒤로 꽂아 주었다.그리고는 콧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몇 시나 됐어요?”“글쎄.”“우리 저녁도 안 먹었잖아요.”“배고파?”어떻게 잠이 든 건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눈이 떠진것은 배가 고파서였나보다.세나가 도혁을 올려다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컵라면 먹을까?”“좋아요.”도혁의 품을 벗어 나려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온 몸이 나른한 것 같기도 하고 무거운 것 같기도 하고.끙 하고 앓는 소리에 도혁이 팔을 풀고 일어 났다.“누워 있어. 내가 해 올게.”“죄송해요. 몸이 움직이지 않아요.”도혁이 이해한다는 듯 웃었다.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테이블에 올려 둔 뒤 세나를 데리러 왔다.“일어날 수 있겠어?”“노력해 볼게요.”도혁에게 의지해 몸을 일으켜 보지만 다리가 풀려 도혁의 허리를 안았다.“안 되겠네.”도혁이 세나를 번쩍 안아 들고 테이블로 갔다.컵라면이 퍼지는 동안 도혁이 세나의 다리를 제 무릎위로 올렸다.그리고는 살살 종아리를 주물러 주었다.종아리를 주무르던 손이 점점 위로 올라 갔다. 세나가 그 손목을 잡으며 힘을 주었다.“왜,요?”“뭘 그걸 가지고 픽픽 쓰러 지고 그러나.”도혁의 말뜻을 이해한 세나가 민망함에 도혁의 입을 두 손으로 가렸다.“그만. 그만해요.”“젓가락질은 할 수 있겠어?”“아! 그마안!”세나는 가만히 누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몸이 아픈데.따지고 보면 움직인 것도, 세나를 들어 올려 위치를 바꿔 준것도 도혁인데 그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세나는 그저 도혁이 하는 대로 자세만 바꿨을 뿐인데.제 입을 막은 세나의 손을 떼어내 장난스레 손가락 끝을 깨물었다.“어서 먹자.”라면을 접시에 덜어 식힌 뒤 세나의 입에 한
“오빠.”같은 단어라도 누가 부르냐에 따라서 마음이 달라지는 건가.오빠라는 두 글자가 싫을 때가 있었다.진영이 오빠라고 부를 때, 대답않고 입을 다물고 있으면 연달아 부를 때.그 단어를 세상에서 없애 버리고 싶었다.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재영이 죽은 후 진영을 돌봐 주며 알게 된 그녀의 실체때문에 그랬다.그래서 다른 남자들처럼 그 단어에 큰 감흥이 없었다.세나가 ‘오빠’라고 부르자 도혁의 가슴 저 아래에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는 기분이었다.도혁의 호칭인 ‘여보’라든가 ‘당신’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연기처럼 피어 오른 아지랑이는 도혁의 가슴 전체로 퍼져 그 한 마디에 중독된 것처럼 자꾸 듣고 싶었다.“한 번 더 해 봐.”“오빠.”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도혁이 몸을 돌리자 세나가 기대고 있던 머리를 떼어 냈다.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할 틈도 없이 거칠게 입술이 붙어 왔다.“흡!”더 바짝 몸이 붙으며 도혁의 숨이 세나에게 넘어 갔다.무방비 상태로 마구 휘저어 졌다.도톰한 세나의 입술을 깨물고 연하디 연한 혀를 뽑을 듯이 빨아 당겼다.세나의 목이 저절로 꺾어 지고 고개가 젖혀졌다.도혁의 거친 숨이 세나에게로 달려 갔다. 세나는 그대로 얼어 붙은 채 도혁이 하는 대로 마구마구 삼켜질 뿐이었다.금세 두 사람의 숨이 뜨거워 졌다.서로의 혀가 강하게 휘감길 때마다 아릿하고 아찔한 감각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도혁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을 때, 세나가 도혁의 어깨를 작게 두드렸다. 고개를 틀어 입술을 떼어 냈다.“자, 잠깐만,요. 숨이…”세나가 밭은 숨을 쉬었다. 숨을 쉴 때마다 향긋한 복숭아 냄새가 맡아 졌다.눈꺼풀 안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다가 서서히 잦아 들었다.번들거리는 세나의 입술을 도혁이 엄지 손가락으로 쓱 닦아 냈다."오빠라는 말이 이렇게나 위험할 지 몰랐어요.숨을 진정시킨 세나가 놀란 얼굴로 도혁의 눈을 피했다.도혁도 인정했다.그 한 마디가 뭐라고. 사람을 이렇게나 흥분시키나."자러 갈까
여름의 끝자락이지만 산 속은 그리 덥지 않았다.그 덕에 숯불에서 고기를 굽는 것도 할 만했다.원목사이트에 그늘막을 치고 그 아래로 테이블과 의자를 옮겼다.“접시.”도혁이 말에 세나가 접시를 얼른 그 앞으로 가지고 갔다.접시 위로 먹기 좋게 자른 고기가 올려 졌다.“앉아서 먼저 먹어요. 고기 좀 올려 놓고.”세나가 테이블에 앉아 뜨거운 고기를 후후 하고 부는 모습을 도혁이 흐뭇하게 바라 보았다.여러 장 겹친 채소 위에 고기를 올려 야무지게 싼 쌈을 들고 세나가 일어 났다.“아, 하세요.”세나의 작은 손이 도혁의 입 근처로 왔다.“먼저 먹으라니까.”나오는 말과는 다르게 고기쌈을 쏙 받아 먹었다.한 덩어리의 고기를 더 익힌 후 도혁도 목장갑을 벗고 세나 옆에 앉았다.고기에 곁들여 먹는 음식들은 바로 먹을 수 있게 집에서 손질을 해서 왔다.“많이 먹어요. 고기 먹고 싶어했잖아.”“너무 맛있어요. 밤새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의지는 넘쳤지만 세나는 그리 많이 먹지 못 했다.세나가 먹고 싶다고 했던 만두도, 쫄면도 냉장고에 그대로 두고 바베큐는 정리했다.소화를 시킬 겸 관리자가 알려 준대로 비탈길 아래 계곡으로 산책을 나갔다.캠핑 사이트와 멀지 않아 쉬엄쉬엄 내려 가기 딱 좋았다.계곡으로 내려 오니 물 흐르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물에 발을 담그지 않아도 온 몸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조심.”손을 잡은 채로 도혁이 앞장 서고 세나가 뒤를 따르며 널찍한 바위를 찾아 앉았다.적당한 그늘과 바람, 물 소리.도시에서는 느껴 보지 못 하는 것들 투성이였다.“물이 어쩜 이렇게 깨끗할 수가 있죠? 너무 투명해요.”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라 세나는 모든 것들이 신기했다.“여름 방학 때 바다는 가 봤는데 계곡은 처음이에요. 조용하고 시원하고. 공기마저 깨끗하고.”매미 우는 소리에 세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섞여 들었다.“바다도 좋지만 산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생각을 정리하기도 좋고. 마음을 가라 앉히기도 좋고.”아무도
주말인데도 도혁과 세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일어 났다.새벽 5시.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최근에 구입한 캠핑카는 전 날 운전 기사가 와서 청수 탱크를 채우고 배터리도 완충해 두었다.차는 바로 떠날 준비가 되었는데 1박 2일동안 해 먹을 음식을 준비하느라 세나가 바빴다.바로 먹을 수 있는 완전 조리 음식을 사면 되는데 굳이 세나는 이것 저것, 여러 가지를 쿨러에 담았다.먹고 싶은 게 많았을 테니 도혁은 말리지 않았다.전 날 퇴근하며 도혁은 샴페인을 구입해서 왔다.세나가 민석과 나윤의 결혼식 날 마셨던 것으로.샴페인이 깨질까봐 수건으로 돌돌 말아 쿨러에 넣는 것으로 여행을 떠날 준비는 끝이 났다.“어디로 가는 거예요?”“홍천.”“강원도까지요?”“2시간 정도면 갑니다. 일찍 출발했으니 천천히 가죠.”도혁이 운전을 하고 세나가 옆 자리에 앉았다.캠핑카는 2인용으로 개조한 터라 기사를 데리고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둘만의 여행이니 두 사람만 가는 게 맞았다.차가 골목을 완전히 벗어나 한산한 도심을 달렸다.늘 차가 빽빽해 답답하다고 느껴지던 익숙한 풍경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세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도혁을 보았다.직접 운전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큰 차를 운전하는 그의 모습은 완전한 어른의 섹시함을 갖추고 있었다.핸들을 잡고 있는 손에 불거진 푸른 핏줄, 이마를 덮은 앞머리, 오똑한 코에 올려진 선글래스까지.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혼자 상상하다 얼굴에 열이 오른 세나가 고개를 창 밖으로 돌렸다.이제 홍천까지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기만 하면 된다.“휴게소에 들러서 아침 먹고 갈까요?”“그럽시다.”새벽부터 일어나 짐을 싸는 것도 모자라 세나는 유부 초밥을 만들었다.도혁을 위해 얼음을 가득 넣은 보틀에 커피까지 내려서.도혁은 두 번째 휴게소로 진입해 차를 세웠다.대형트럭용 주차장에 주차를 해 놓고 두 사람은 뒷 자리로 옮겼다.“앉아 있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하느라 고생했으니까
출근 길, 도혁의 옆자리에는 세나가 싸준 도시락 가방이 얌전히 놓여 있었다. 당장에 열어 보고 싶은 마음을 눌렀지만 손이 근질거렸다. 샌드위치 그만 사 오라고 태오를 타박한 게 한 두번이 아닌데 어느 새 샌드위치는 도혁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가 될 것 같았다. 회사에 도착할 때쯤 도혁은 결국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두 사람이 먹기에는 많은 양이었다. 식빵을 반으로 자른 조각 두 개가 용기에 담겨 있었다. “이게 뭡니까, 회장님.” “아내가 싸준 도시락.” “네에? 사모님이 말씀이십니까. 감사합니다, 회장님!” 도혁은 웅장해진 가슴을 안고 차에서 내렸다. “좋은 아침입니다,회장님.” “좋은 아침입니다.” 데스크의 인사를 받으며 집무실 문을 열다가 도혁은 멈추었다. “강실장한테 아침 준비할 필요 없다고 전해요.” “네, 알겠습니다!” 도혁은 수트 재킷을 벗고 집무실 중앙의 응접세트 상석에 앉았다. 태오가 오기를 기다리며 가방에서 샌드위치를 하나씩 꺼냈다. 똑똑. 태오였다. “오늘은 아침 식사를 하고 오셨…” “커피만 있으면 되겠다.” “직접 사 오신 겁니까, 회장님?” 이런 적은 처음인 태오가 놀란 눈을 하며 물었다. “사온게 아니라 직접 만든 거다.” “누가? 회장인 네가?” “그럴리가. 우리 세나가 만들었지.” 도혁과 태오 몫을 제외한 나머지는 데스크에 돌아 갔다. “왜, 갑자기?” “맨날 사 먹는다니 불쌍해 보였겠지. 으음.” 빵종류는 그만 사 오라고 할 때는 언제고. 도혁은 처음 먹어 보는 음식처럼 감탄을 하는 얼굴이었다. “아니. 왜 이렇게 맛있어?” 사람 마음이 이렇게나 간사할 수가 있나. 이 꼴이 보기 싫어진 태오가 한 마디 했다. “적당히 해라.” “맛있는 걸 맛있다고 하는 거지.” 도혁은 또 다시 샌드위치를 크게 와아앙 베어 물었다. “아르떼에서 호텔 사업에 손을 대는 게 사업의 확장말고 개인적인 이유가 있을까?” “사
도혁은 출근하자마자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호텔을 짓는 것보다 인수에 훨씬 돈이 덜 들어 가는 건 맞지만 경쟁자가 있을 경우는 또 달라진다.“아르떼 리조트 그룹에서 접촉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회의 진행을 맡은 전략기획실장은 본론으로 바로 들어 가며 회의를 시작했다.“아르떼에서?”전국의 고급 리조트 체인을 가지고 있는 리조트 전문 법인이었다.그리고.도혁이 선을 봤던 여자 중 하나가 아르떼 그룹의 손녀였다.“아르떼 그룹에서 호텔로 사업 확장을 시도한다는 내부 소식이 있습니다.”“믿을만한 소식통인가.”“…네.”리조트 전문 법인에서 호텔로 사업 확장을 위한 그 첫 단추가 하필 도혁이 눈여겨 보고 있던 곳이라는 말이었다.경쟁에서 우위를 차지 하는 것은 어차피 돈이라며 인수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그리고 인수사업 기초부터 전면 수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대체로 둘로 나뉘어 졌다.“하기도 전에 질 것을 생각한다는 말인가. 전면 수정을 하자는 쪽은.”“굳이 리스크를 안을 필요가 없다는 말씀입니다.”도혁이 제일 싫어하는 부류였다.시작도 전에 안 될것이라고 체념하고 포기하는 부류.인수합병본부 전략팀장이었다.도혁이 사업성이 될 만한지 조사하라는 지시를 했을때부터 소소하게 반대 의견을 내던 인물이었다.“지금 새 인수 대상을 발굴하는 것 역시 리스크가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팽팽했다.공격적인 확장으로 호텔 체인의 덩치를 키우고 통합 매뉴얼로 안정화시킨 장본인이 도혁이었다.물론 실질적인 업무는 실무진들이 했지만 아이디어 제안은 어느 누구 못지않게 활발히 했다고 자신했다.“인수 합병본부장은 잘 들으세요. 아르떼가 언제부터 접촉을 시작했는지 제시한 금액은 얼마나 되는지 인수대상자의 의견은 어떠한지 조사해서 보고서 올리세요.”인수 합병본부장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어떻게 됐든 경쟁사가 등장했습니다. 당연히 경쟁사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 우리도 대비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보고서는 내일 퇴근 시간 전까지입니다. 그리고 전략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