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수업이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주는 집에서 쉬기로 했다.몸살이 났다고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온 몸에 그림처럼 울긋불긋한 도혁의 흔적들때문이었다.집에서도 목끝까지 올라오는 옷들을 입어야 해 불편한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여행에서 돌아오는 내내 세나는 잠을 잤다.집에 돌아왔을 때 도혁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세나를 침실로 데리고 가 강제로 눕힌 일이었다.차에 가득한 여행짐을 가지고 올라 와서 정리할 일이 남아 있지만 도혁이 알아서 할테니 쉬라고 했다.여기서 나오면 화 낼거야. 오빠는 너한테 화내고 싶지 않으니까 쉬고 있어.문이 열고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세나는 침대에 누워 있었다.혼자 그 많은 짐들을 올리고 정리하려면 힘들텐데.하지만 온 몸이 뻐근했다.몸이 힘든 이유를 떠올리며 세나는 혼자임에도 민망했다.여러 번을 힘드냐고 물었지만 몸을 멈추지는 않았다.다리가 도혁의 어깨위에서 흔들리고, 고개가 바닥에 묻힌 채로 쿵쿵 박혔다.눈 앞에 폭죽처럼 터지던 별이 사라지고 난 후에야 몸 위에서 내려오는 도혁을 보며 끝이구나 싶었지만 옆으로 몸을 돌려 다시 시작이었다.끝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처음의 고통은 이제 기억이 나지 않았다.도혁의 숨과 손길에 발가락이 곱아 드는 것 같이 저릿한 느낌은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미쳤어, 미쳤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세나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썼다.“일어나 봐.”짐을 모두 정리한 도혁이 침실로 들어 왔다.이불밖으로 얼굴을 내밀자 도혁의 손에 들린 수건이 보였다.세나의 등을 받치고 몸을 일으킨 후 목에 수건을 대 주었다.“뭐예요?”“핫타월. 멍이 빨리 빠지라고.”핫이라고 하지만 따뜻하게 데운 수건을 세나의 목주위로 찜질을 했다.“옷 좀 벗어봐.”“왜요?”“가슴에도 해야 할 거 아니야.”“가슴은 가려지니까 안 해도 괜찮아요.”필사적으로 방어하는 모습에 한 발 뒤로 물러났다.“이왕 이렇게 된 거 이번 주는 푹 쉬어. 재충전하러 갔다가 몸만 상해 왔네. 충전은
변호사를 선임하는 이유는 소송에서 이기기 위함이다.수임료로 거액을 지불하면 개미도 코끼리로 둔갑시켜 소송에서 유리하게 판을 뒤집어 줘야 하는 법인데."그건 불가능합니다, 신진영씨.""왜요? 수임료가 이렇게나 비싼데 불가능이라는 말이 왜 나와요?"진영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수임료가 한 두푼이 아니었다.소송에서 지면 다시 하지, 뭐 라고 할 수준의 돈이 아니란 말이었다."상대는 태원그룹 법무팀입니다. 거기다 우리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정재계 인물들이라구요.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까.""아니, 그러니까 변호사를 쓰는 거잖아요. 이길려고.""변호사가 있다고 해서 저지른 잘못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형량을 줄이거나 집행 유예를 노리는 겁니다. 무죄가 아니라. 그것도 상대가 합의해 준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고요.""뭐라구요?"형을 줄이겠다니. 이기겠다는 것도 아니고.그 말을 뒤집어 보면 형이 나온다는 말이었다.그럴 수는 없다.징역을 피하려고 변호사를 찾아 온 건데.국선 변호인을 쓸걸 그랬나.덜컥 계약부터 하는게 아니었다.하지만 변호사와 쓴 계약서는 무를수 없었다.원룸으로 돌아가는 길이 지옥불에 뛰어드는 것 같았다.방을 꽉 채우는 침대에 누워 진영은 눈물을 흘렸다.남은 돈은 점점 떨어져 갈테고 소송이 끝날 때까지 시한부 삶을 사는 셈이었다.진영은 휴대 전화에 구직앱을 다운로드 했다.*****전략 기획 실장이 보고서를 들고 도혁의 집무실을 찾았다.호텔 인수전에 끼어든 경쟁사가 누구인지도 알았고 경쟁사 분석도 마쳤다.이제 필요한 건 매력적인 조건이었다.“가격은 그리 크게 차이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제시한 금액이 높긴 한데 그 정도는 아르떼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전략 기획실장이 말끝을 흐렸다.도혁이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문제였다.“문제는?”기획실장이 보고서를 넘겨 한 부분을 짚어 보여 주었다.“현 오너에게 경영권을 보장한다는 조건입니다.”
눈을 뜨니 사방은 깜깜했다.분명히 샴페인을 마시다 도혁에게 안겨 침대로 갔다.폭발하듯 제게 돌진한 도혁도 기억났다.몇 시나 되었을까.몸을 뒤척이자 머리 위에서 도혁의 목소리가 들렸다.“일어 났어?”도혁이 세나의 긴 머리를 손가락으로 빗질해 귀뒤로 꽂아 주었다.그리고는 콧등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몇 시나 됐어요?”“글쎄.”“우리 저녁도 안 먹었잖아요.”“배고파?”어떻게 잠이 든 건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눈이 떠진것은 배가 고파서였나보다.세나가 도혁을 올려다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컵라면 먹을까?”“좋아요.”도혁의 품을 벗어 나려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온 몸이 나른한 것 같기도 하고 무거운 것 같기도 하고.끙 하고 앓는 소리에 도혁이 팔을 풀고 일어 났다.“누워 있어. 내가 해 올게.”“죄송해요. 몸이 움직이지 않아요.”도혁이 이해한다는 듯 웃었다.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테이블에 올려 둔 뒤 세나를 데리러 왔다.“일어날 수 있겠어?”“노력해 볼게요.”도혁에게 의지해 몸을 일으켜 보지만 다리가 풀려 도혁의 허리를 안았다.“안 되겠네.”도혁이 세나를 번쩍 안아 들고 테이블로 갔다.컵라면이 퍼지는 동안 도혁이 세나의 다리를 제 무릎위로 올렸다.그리고는 살살 종아리를 주물러 주었다.종아리를 주무르던 손이 점점 위로 올라 갔다. 세나가 그 손목을 잡으며 힘을 주었다.“왜,요?”“뭘 그걸 가지고 픽픽 쓰러 지고 그러나.”도혁의 말뜻을 이해한 세나가 민망함에 도혁의 입을 두 손으로 가렸다.“그만. 그만해요.”“젓가락질은 할 수 있겠어?”“아! 그마안!”세나는 가만히 누워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몸이 아픈데.따지고 보면 움직인 것도, 세나를 들어 올려 위치를 바꿔 준것도 도혁인데 그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세나는 그저 도혁이 하는 대로 자세만 바꿨을 뿐인데.제 입을 막은 세나의 손을 떼어내 장난스레 손가락 끝을 깨물었다.“어서 먹자.”라면을 접시에 덜어 식힌 뒤 세나의 입에 한
“오빠.”같은 단어라도 누가 부르냐에 따라서 마음이 달라지는 건가.오빠라는 두 글자가 싫을 때가 있었다.진영이 오빠라고 부를 때, 대답않고 입을 다물고 있으면 연달아 부를 때.그 단어를 세상에서 없애 버리고 싶었다.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다.재영이 죽은 후 진영을 돌봐 주며 알게 된 그녀의 실체때문에 그랬다.그래서 다른 남자들처럼 그 단어에 큰 감흥이 없었다.세나가 ‘오빠’라고 부르자 도혁의 가슴 저 아래에서 아지랑이가 피어 오르는 기분이었다.도혁의 호칭인 ‘여보’라든가 ‘당신’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연기처럼 피어 오른 아지랑이는 도혁의 가슴 전체로 퍼져 그 한 마디에 중독된 것처럼 자꾸 듣고 싶었다.“한 번 더 해 봐.”“오빠.”더 이상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도혁이 몸을 돌리자 세나가 기대고 있던 머리를 떼어 냈다.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할 틈도 없이 거칠게 입술이 붙어 왔다.“흡!”더 바짝 몸이 붙으며 도혁의 숨이 세나에게 넘어 갔다.무방비 상태로 마구 휘저어 졌다.도톰한 세나의 입술을 깨물고 연하디 연한 혀를 뽑을 듯이 빨아 당겼다.세나의 목이 저절로 꺾어 지고 고개가 젖혀졌다.도혁의 거친 숨이 세나에게로 달려 갔다. 세나는 그대로 얼어 붙은 채 도혁이 하는 대로 마구마구 삼켜질 뿐이었다.금세 두 사람의 숨이 뜨거워 졌다.서로의 혀가 강하게 휘감길 때마다 아릿하고 아찔한 감각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도혁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을 때, 세나가 도혁의 어깨를 작게 두드렸다. 고개를 틀어 입술을 떼어 냈다.“자, 잠깐만,요. 숨이…”세나가 밭은 숨을 쉬었다. 숨을 쉴 때마다 향긋한 복숭아 냄새가 맡아 졌다.눈꺼풀 안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다가 서서히 잦아 들었다.번들거리는 세나의 입술을 도혁이 엄지 손가락으로 쓱 닦아 냈다."오빠라는 말이 이렇게나 위험할 지 몰랐어요.숨을 진정시킨 세나가 놀란 얼굴로 도혁의 눈을 피했다.도혁도 인정했다.그 한 마디가 뭐라고. 사람을 이렇게나 흥분시키나."자러 갈까
여름의 끝자락이지만 산 속은 그리 덥지 않았다.그 덕에 숯불에서 고기를 굽는 것도 할 만했다.원목사이트에 그늘막을 치고 그 아래로 테이블과 의자를 옮겼다.“접시.”도혁이 말에 세나가 접시를 얼른 그 앞으로 가지고 갔다.접시 위로 먹기 좋게 자른 고기가 올려 졌다.“앉아서 먼저 먹어요. 고기 좀 올려 놓고.”세나가 테이블에 앉아 뜨거운 고기를 후후 하고 부는 모습을 도혁이 흐뭇하게 바라 보았다.여러 장 겹친 채소 위에 고기를 올려 야무지게 싼 쌈을 들고 세나가 일어 났다.“아, 하세요.”세나의 작은 손이 도혁의 입 근처로 왔다.“먼저 먹으라니까.”나오는 말과는 다르게 고기쌈을 쏙 받아 먹었다.한 덩어리의 고기를 더 익힌 후 도혁도 목장갑을 벗고 세나 옆에 앉았다.고기에 곁들여 먹는 음식들은 바로 먹을 수 있게 집에서 손질을 해서 왔다.“많이 먹어요. 고기 먹고 싶어했잖아.”“너무 맛있어요. 밤새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의지는 넘쳤지만 세나는 그리 많이 먹지 못 했다.세나가 먹고 싶다고 했던 만두도, 쫄면도 냉장고에 그대로 두고 바베큐는 정리했다.소화를 시킬 겸 관리자가 알려 준대로 비탈길 아래 계곡으로 산책을 나갔다.캠핑 사이트와 멀지 않아 쉬엄쉬엄 내려 가기 딱 좋았다.계곡으로 내려 오니 물 흐르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물에 발을 담그지 않아도 온 몸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조심.”손을 잡은 채로 도혁이 앞장 서고 세나가 뒤를 따르며 널찍한 바위를 찾아 앉았다.적당한 그늘과 바람, 물 소리.도시에서는 느껴 보지 못 하는 것들 투성이였다.“물이 어쩜 이렇게 깨끗할 수가 있죠? 너무 투명해요.”처음 경험하는 것들이라 세나는 모든 것들이 신기했다.“여름 방학 때 바다는 가 봤는데 계곡은 처음이에요. 조용하고 시원하고. 공기마저 깨끗하고.”매미 우는 소리에 세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섞여 들었다.“바다도 좋지만 산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생각을 정리하기도 좋고. 마음을 가라 앉히기도 좋고.”아무도
주말인데도 도혁과 세나는 평소와 다름없이 일어 났다.새벽 5시.준비해야 할 것이 많았다.최근에 구입한 캠핑카는 전 날 운전 기사가 와서 청수 탱크를 채우고 배터리도 완충해 두었다.차는 바로 떠날 준비가 되었는데 1박 2일동안 해 먹을 음식을 준비하느라 세나가 바빴다.바로 먹을 수 있는 완전 조리 음식을 사면 되는데 굳이 세나는 이것 저것, 여러 가지를 쿨러에 담았다.먹고 싶은 게 많았을 테니 도혁은 말리지 않았다.전 날 퇴근하며 도혁은 샴페인을 구입해서 왔다.세나가 민석과 나윤의 결혼식 날 마셨던 것으로.샴페인이 깨질까봐 수건으로 돌돌 말아 쿨러에 넣는 것으로 여행을 떠날 준비는 끝이 났다.“어디로 가는 거예요?”“홍천.”“강원도까지요?”“2시간 정도면 갑니다. 일찍 출발했으니 천천히 가죠.”도혁이 운전을 하고 세나가 옆 자리에 앉았다.캠핑카는 2인용으로 개조한 터라 기사를 데리고 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둘만의 여행이니 두 사람만 가는 게 맞았다.차가 골목을 완전히 벗어나 한산한 도심을 달렸다.늘 차가 빽빽해 답답하다고 느껴지던 익숙한 풍경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세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도혁을 보았다.직접 운전하는 모습을 처음 보는 것도 아닌데 큰 차를 운전하는 그의 모습은 완전한 어른의 섹시함을 갖추고 있었다.핸들을 잡고 있는 손에 불거진 푸른 핏줄, 이마를 덮은 앞머리, 오똑한 코에 올려진 선글래스까지.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혼자 상상하다 얼굴에 열이 오른 세나가 고개를 창 밖으로 돌렸다.이제 홍천까지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기만 하면 된다.“휴게소에 들러서 아침 먹고 갈까요?”“그럽시다.”새벽부터 일어나 짐을 싸는 것도 모자라 세나는 유부 초밥을 만들었다.도혁을 위해 얼음을 가득 넣은 보틀에 커피까지 내려서.도혁은 두 번째 휴게소로 진입해 차를 세웠다.대형트럭용 주차장에 주차를 해 놓고 두 사람은 뒷 자리로 옮겼다.“앉아 있어요. 새벽에 일어나서 준비하느라 고생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