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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웨딩드레스

복수의 웨딩드레스

بواسطة:  진연이مكتمل
لغة: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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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년째, 하지아는 혼인관계증명서를 다시 발급받으러 갔다. 하지만 그곳에서 자신의 혼인관계증명서가 가짜이며, 남편에게는 따로 법적 아내가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5년 동안 뜨겁게 이어졌던 사랑은 모두 거짓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남편 박현우가 변호사와 나누는 대화를 엿듣게 된다. “혜림이는 해외에서 커리어를 쌓고 있어. ‘박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타이틀이 있어야 비즈니스 세계에서 자리 잡을 수 있어. 내가 반드시 도와줘야 해.” “그리고 지아는... 나를 너무 사랑해서 이미 가족과도 연을 끊었어. 절대 떠나지 못할 거야.” 그 말을 들은 순간, 하지아의 마음은 완전히 식어버린다. 박현우가 진짜 혼인관계증명서을 들고 돌아왔을 때, 이미 그녀는 자취를 감춘 뒤였고, 그는 다시는 그녀를 찾을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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الفصل الأول

제1화

“하지아 씨, 확인 결과 하지아 씨의 혼인관계증명서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며, 서류는 위조된 것입니다.”

직원의 담담한 한마디에 혼인관계증명서를 재발급받으러 온 하지아는 순간 멍해졌다.

“그럴 리 없어요. 저랑 제 남편 박현우는 5년 전에 혼인신고를 했어요. 다시 한번 확인해 주세요...”

직원은 두 사람의 주민등록 번호를 다시 입력해 조회했다.

“시스템상 박현우 씨는 기혼 상태로 나오지만, 하지아 씨는 미혼으로 확인됩니다.”

하지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박현우의 법적 배우자는 누구죠?”

“강혜림입니다.”

하지아는 의자를 꽉 움켜쥐고 겨우 몸을 지탱했다.

직원이 보여주는 서류에 그녀는 눈이 시려왔다.

처음에는 시스템 오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강혜림’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모든 환상이 무너져 내렸다.

5년 전 성대하게 치러진 결혼식, 5년 동안 남부럽지 않게 다정했던 모범 부부, 그녀가 자랑스럽게 여겼던 결혼 생활이 전부 거짓이었다.

하지아는 아무런 법적 효력도 없는 가짜 혼인관계증명서를 쥔 채 망연자실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갔다.

막 문을 열려던 순간,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

박하 그룹의 법률 고문이었다.

“박 대표님, 벌써 5년이에요. 이제 사모님께 법적으로 인정되는 신분을 드릴 생각은 없으세요?”

하지아는 숨을 죽인 채 그 자리에 멈춰 섰다.

한참 후, 박현우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더 기다려. 강혜림은 아직 해외에서 자리 잡는 중이야. ‘박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타이틀이 있어야 그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버틸 수 있어.”

법률 고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셨어요. 혹시라도 사모님이 마음을 바꾸면 언제든 떠날 수 있어요.”

박현우는 고개를 숙인 채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혜림이는 내 딸까지 낳아준 사람인데 내가 반드시 지킬 거야. 그리고 지아는... 나를 그렇게 사랑하니 절대 떠나지 않을 거야. 게다가 지아는 나랑 결혼하려고 하씨 가문과 연까지 끊었으니 돌아갈 곳도 없어.”

한여름 8월이었지만 하지아의 몸과 마음은 얼음 속에 떨어진 듯 차가워졌다.

그녀가 그토록 고집을 부리며, 부모와 절연까지 해가며 그와 결혼했던 선택이 모두 박현우의 계산 속에 있었다니.

그동안 품었던 모든 의문도 이 순간에야 풀렸다.

공익사업에는 관심도 없던 박하 그룹이 갑자기 자선 재단을 세운 일, 아이를 싫어하던 박현우가 보육원의 아이 아름에게 유독 다정했던 이유...

최근 그가 아름이를 입양하자고 자주 말하던 것도, 그 아이가 사실 박현우와 강혜림의 딸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아는 눈 부신 태양을 올려다보다가 눈앞이 아찔해졌다.

다리에 힘이 풀리며 계단 모서리에 무릎을 세게 부딪혔다.

집 안에 있던 박현우가 소리를 듣고 달려 나와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조심스럽게 그녀를 소파에 눕혔다.

“지아야, 어디 불편해? 괜찮아?”

하지아는 고개를 기울인 채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 눈 속의 깊은 애정이 과연 어디까지 진짜인지 확인하려는 듯.

하지만 끝내 알 수 없었다.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박현우는 당황했다.

“지아야, 혹시 뭐 들은 거야?”

하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더위 먹은 것 같아. 어지럽고 속이 안 좋아.”

박현우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녀를 따라온 운전기사를 호되게 나무랐다.

“사모님을 어떻게 모신 거야? 이번 달 월급 받고 당장 그만둬.”

하지아는 손을 들어 말렸다.

“날씨가 좋아서 내가 걸어오겠다고 했어. 기사님 탓 아니야.”

박현우는 무릎을 꿇고 앉아 피가 배어 나오는 그녀의 무릎에 조심스럽게 입김을 불었다.

“지아야, 넌 정말 마음이 너무 여리고 착해.”

무려 5년 동안 그녀는 박현우가 만들어낸 환상 속에 갇혀 있었다.

하지아는 그의 손을 갑자기 붙잡았다. 여전히 그녀는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박현우가 거짓말을 했을 리 없다고 믿고 싶었다.

어쩌면 정말 구청 직원의 실수일 수도 있고, 박현우도 모르는 일일 수도 있다고 말이다.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 그녀는 물었다.

“현우야, 혼인관계증명서를 다솜이가 망가뜨렸어. 우리 다시 발급받을까?”

박현우의 눈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쳤지만 곧 평정을 되찾았다.

그는 그녀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그런 건 변호사에게 맡기자. 넌 몸부터 회복해.”

하지아는 절망 속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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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하지아 씨, 확인 결과 하지아 씨의 혼인관계증명서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으며, 서류는 위조된 것입니다.”직원의 담담한 한마디에 혼인관계증명서를 재발급받으러 온 하지아는 순간 멍해졌다.“그럴 리 없어요. 저랑 제 남편 박현우는 5년 전에 혼인신고를 했어요. 다시 한번 확인해 주세요...”직원은 두 사람의 주민등록 번호를 다시 입력해 조회했다.“시스템상 박현우 씨는 기혼 상태로 나오지만, 하지아 씨는 미혼으로 확인됩니다.”하지아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박현우의 법적 배우자는 누구죠?”“강혜림입니다.”하지아는 의자를 꽉 움켜쥐고 겨우 몸을 지탱했다.직원이 보여주는 서류에 그녀는 눈이 시려왔다.처음에는 시스템 오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강혜림’이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모든 환상이 무너져 내렸다.5년 전 성대하게 치러진 결혼식, 5년 동안 남부럽지 않게 다정했던 모범 부부, 그녀가 자랑스럽게 여겼던 결혼 생활이 전부 거짓이었다.하지아는 아무런 법적 효력도 없는 가짜 혼인관계증명서를 쥔 채 망연자실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갔다.막 문을 열려던 순간, 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걸음을 멈췄다.박하 그룹의 법률 고문이었다.“박 대표님, 벌써 5년이에요. 이제 사모님께 법적으로 인정되는 신분을 드릴 생각은 없으세요?”하지아는 숨을 죽인 채 그 자리에 멈춰 섰다.한참 후, 박현우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조금만 더 기다려. 강혜림은 아직 해외에서 자리 잡는 중이야. ‘박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타이틀이 있어야 그 치열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버틸 수 있어.”법률 고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하지만 지금까지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으셨어요. 혹시라도 사모님이 마음을 바꾸면 언제든 떠날 수 있어요.”박현우는 고개를 숙인 채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혜림이는 내 딸까지 낳아준 사람인데 내가 반드시 지킬 거야. 그리고 지아는... 나를 그렇게 사랑하니 절대 떠나지 않을 거야. 게다가 지아는 나랑 결혼하려고 하씨 가문과 연까지 끊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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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그날 밤, 하지아는 악몽에 시달렸다.꿈속에서 부모님의 꾸짖음과 박현우의 달콤한 말이 뒤섞여 들려왔다.“박현우와 결혼하면 이 집 문턱 다시는 넘지 마라.”“지아야, 절대 널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 앞으로 내가 네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야.”5년 전, 그녀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릴 적부터 정해져 있던 약혼까지 파기하며 박현우와의 결혼을 선택했다.그 일로 아버지는 심장병이 발작했다. 어머니는 차갑게 말했다.“언젠가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다.”하지만 하지아는 사랑을 믿었다. 그리고 짐 하나 들고 하성시를 떠나 경인시로 왔다.그 후 5년 동안, 박현우의 사랑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깊어졌다.친구들은 농담처럼 말했다.“하지아가 하늘의 별을 가리키며 갖고 싶다고 하면, 박현우는 사다리라도 놓고 따다 줄 사람이지.”하지아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렸었다.박현우는 실제로 그녀에게 ‘별’을 따준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하지아가 어느 날 천문 잡지에서 푸른 별을 보고 ‘참 특별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그해 연애 기념일에 그녀는 ‘알비온 스타 네임 레지스트리’에서 발급한 별 이름 등록 증서를 선물 받았다.그 푸른 별은 이제 그녀만의 것이었다.박현우는 침실 발코니에 고배율 천체망원경까지 설치해 두었다.하지아는 거의 매일 그 별이 반짝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이 행복한 결혼 생활로 부모에게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싶었다.만약 결혼이 도박이라면, 그 정교하게 위조된 혼인 관계 증명야말로 그녀가 이 도박에서 패배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혼란 속에서 강혜림이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하지아, 넌 가짜야. 진짜 박씨 가문 사모님은 나야!”하지아는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난 인정 못 해!”그때 박현우가 강혜림의 뒤에 나타나 냉정하게 그녀를 바라봤다.하지아는 마지막 희망처럼 그를 붙잡았다.“현우야, 빨리 말해줘. 내가 박씨 가문 사모님이라고!”하지만 박현우는 그녀를 외면하고 강혜림의 손을 잡고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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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강혜림이 귀국했어?’“흑흑, 현우야, 아름이 다른 사람을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건 싫어.”박현우는 그녀의 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걱정하지 마. 아름을 정식으로 박씨 가문의 호적에 올릴 거야.”강혜림은 그제야 울음을 그치고 웃음을 되찾았다.“현우야, 생각해 보면 법적으로 너와 나는 부부잖아. 그 하지아는...”박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그때 네가 해외에서 힘들까 봐 결혼식 전에 혼인신고를 했던 거야. 박씨 가문 사모님이라는 자리 말고는 난 너에게 뭐든 줄 수 있어. 지아는 잘못한 게 없어. 괜히 건드리지 마.”강혜림은 표정이 굳었지만 지금은 아름의 일이 급했기에 감정을 눌렀다.“걱정하지 마. 난 그 여자랑 박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두고 다툴 생각 없어. 애초에 그럴 자격도 없고.”박현우는 방금 말이 조금 심했다는 걸 깨닫고 급히 몸을 낮춰 그녀를 달랬다.“무슨 소리야. 네가 자격이 없으면 누가 자격이 있겠어? 넌 박씨 가문에 아름이를 낳아준 공신인데, 우리 어머니도 늘 너를 걱정하고 계셔.”하지아는 중심을 잃을 뻔했다. 박현우의 어머니가 그와 강혜림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니!눈앞에 시어머니의 고압적인 모습이 떠올랐다.하지아가 혼수도 없이 시집왔다는 이유로 박씨 가문에서 탐탁지 않게 여겨졌다.시어머니는 늘 트집을 잡으며 단 한 번도 좋은 태도를 보여준 적이 없었다.하지아는 그저 정성을 다해 효도하면 언젠가는 받아들일 거라고 순진하게 믿었다.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이미 다른 며느리를 받아들인 시어머니가 그녀를 눈에 둘 리가 없었다.다리가 천근만근이었지만, 하지아는 박현우와 강혜림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박현우는 처음엔 점잖은 척했지만 사람이 없는 곳으로 돌아서자마자 강혜림을 잡아끌어 눌렀다.“아름의 일은 잠시 제쳐두고, 이제 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겠어?”그의 몸 일부가 강혜림의 아랫배를 밀어 올리며 그녀의 얼굴을 달아오르게 했다.두 사람은 아무도 없는 잡동사니 방으로 들어갔고, 이내 억눌린 신음이 간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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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박현우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설명했다.“혜림이는 이 복지시설의 주주야. 오늘 우연히 마주친 거고.”하지아가 되물었다.“그게 아름의 입양이랑 무슨 상관인데?”박현우의 표정이 굳었다.“하지아, 네가 이렇게 냉정한 사람인 줄은 몰랐어. 아름이는 그렇게 귀엽고 불쌍한데 아무 감정도 안 들어?”‘내가 냉정하고 무정하다고?’속고 배신당한 쪽이 오히려 악인이 된 셈이었다.강혜림이 웃으며 다가와 하지아의 손을 친근하게 잡았다.“지아 씨, 두 사람이 아름이를 입양할 거라고 해서 정말 기뻤어요. 아름이는 여기서 제일 착한 아이거든요.”하지아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렇게 좋은 아이면 왜 본인이 입양하지 않아요?”강혜림은 순간 말이 막혀 어색하게 웃었다.박현우가 나서서 그녀를 감싸며 말했다.“무슨 소리야. 혜림이는 아직 미혼인데 어떻게 아이를 입양해?”하지아의 가슴이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팠다.박현우는 강혜림에게는 세심했지만, 아름이를 입양했을 때 주변에서 하지아를 어떻게 바라볼지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결혼 5년 동안 그는 사업 확장기라는 이유로 그녀의 임신을 허락하지 않았다.그 때문에 외부에서는 온갖 억측이 떠돌았다.하지아가 과거 사생활이 문란해 낙태를 여러 번 해서 임신을 못 한다는 소문, 원래 불임이라는 말까지...심지어 시어머니조차 그녀가 애도 못 낳는다며 비아냥거렸다.그때마다 하지아가 억울함을 호소하면 박현우는 값비싼 선물로 달랬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대신 해명해 준 적은 없었다.정말 사랑했다면 그런 소문 속에서 왜 침묵했을까?복지시설 아이를 입양하면 그녀가 아이를 못 낳는다는 소문은 사실처럼 굳어질 터였다.하지아는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 조용히 물었다.“당신은 나와의 아이를 원하지 않아?”박현우는 고개를 숙였다.“몇 년 뒤에 갖자. 어때? 알잖아, 지금 회사가 확장 중이라...”“좋아. 당신 뜻대로 해.”하지아가 그의 말을 끊었다.이미 마음은 무너져 내린 뒤였다. 이제는 그냥 흘러가게 둘 뿐이었다.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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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하지아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옷자락만 스치며 단추 하나만 떨어뜨렸다.마침 박현우가 모퉁이를 돌아 나오다가 그 장면을 목격했다.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진 강혜림, 그리고 손을 뻗은 채 서 있는 하지아...박현우는 하지아를 밀쳐내고 달려가 강혜림을 안아 들었다.“혜림아! 정신 차려!”강혜림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팔을 붙잡았다.“현우야, 지아 씨 탓하지 마. 그냥 아름이를 별로 안 좋아해서... 내가 몇 마디 했다가 화나게 했나 봐...”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그의 품에서 기절했다.박현우는 고개를 번쩍 돌려 바닥에 쓰러진 하지아를 노려봤다.“하지아, 난 앞에서는 착한 척하고 뒤에서 다른 짓 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해.”그는 강혜림을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혜림이 무사하기를 빌어. 아니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아래층에서 차 시동 소리가 들렸다.하지아는 자갈에 긁힌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피가 흥건했다.소리를 듣고 나온 원장이 그녀를 부축하며 말을 아꼈다.하지아는 목에 두른 스카프를 풀어 상처를 감쌌다.“원장님, 저 여기서 봉사한 지도 꽤 됐잖아요. 전 우리가 친구라고 생각했어요.”마침 점심시간이라 아이들이 몰려나왔다.깡충깡충 뛰는 아름의 모습을 보며 원장이 말했다.“아름이는 참 복도 많아요. 박 대표님이랑 그렇게 잘 맞으니... 친부녀 같기도 하고요.”돌아오는 길, 하지아는 5년 동안 한 번도 누르지 않았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벨이 한 번 울리자마자 바로 연결됐다.주경환의 느긋하면서도 매력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천하의 하지아가 웬일로 나 같은 사람에게 전화를 다 주네?”하지아는 그의 비꼬는 말투를 무시하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주경환, 우리 혼약 아직 유효해?”전화 너머에서 그가 피식 웃었다.“농담도 잘하네. 지금 유부녀 아니야? 애인 찾으려면 사람 잘못 고른 것 같은데.”하지아는 인내심을 억누르며 다시 물었다.“혼약이 아직 유효한지만 답해.”주경환이 수화기에 바짝 다가와 낮게 말했다.“설마 나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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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저녁 식사 후, 하지아가 방으로 들어가 쉬려던 순간 현관에서 소리가 났다.강혜림이 박현우의 팔을 끼고 들어왔고, 뒤에는 여행 가방을 든 고용인들이 따라왔다.박현우는 고용인들에게 짐을 객실로 옮기라고 지시한 뒤 하지아를 바라봤다.“혜림이 방을 아직 못 구해서 며칠 우리 집에 머물게 하려고.”강혜림이 눈썹을 치켜들었다.“잠깐 머무는 거니까 괜찮죠?”하지아는 담담하게 말했다.“상관없어요. 강혜림 씨, 원하시는 만큼 머무세요.”‘어차피 사흘 뒤면 떠날 테니까.’박현우는 의외라는 듯 물었다.“안 화나?”하지아는 고개를 저었다.“어차피 나도 곧 나갈 거야.”박현우가 순간 멈칫했다.“무슨 뜻이야?”하지아는 손을 내저었다.“농담이야.”박현우는 그녀 상태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더 묻고 싶었지만 강혜림이 먼저 끼어들었다.“현우야, 아름이 데리고 놀이공원 가기로 했잖아?”그 태도와 말투는 완전히 이 집의 안주인 같았다.박현우는 금세 그녀에게 정신이 팔렸다.“그래, 지금 바로 데리러 가자.”그는 하지아를 보며 뭔가 말하려 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하지아가 먼저 말했다.“다녀와. 아름이 집에 오는 걸 미리 축하하는 셈 치고.”강혜림이 다시 그의 팔을 감았다.“맞아, 딱 세 식구처럼 말이야.”하지아는 그녀의 득의양양함을 알아차렸지만 그저 예의상 웃고 돌아섰다.저녁을 먹고 나니 이미 밤이 깊었다.하지아가 막 잠들려는 순간, 문밖에서 대화 소리가 들렸다.강혜림의 애교 섞인 목소리였다.“현우야, 오늘 하루만 같이 자면 안 돼?”박현우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혜림아, 지아는 명목상 내 아내야. 이건 도덕적으로 아니지.”“법적으로는 내가 네 아내야. 걘 가짜고. 나랑 자는 게 더 맞는 거 아닌가?”하지아는 손가락을 살짝 구부리며 숨을 죽였다.한참 후, 박현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넌 아름의 엄마야. 내가 널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것만 기억해.”강혜림이 낮게 울먹였다.“그럼 내가 여기 있는 동안 그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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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박현우의 얼굴이 굳었다.“하지아! 이 집 가장으로서 명령할게. 먹어.”그때 강혜림은 이미 짐을 들고 내려와 문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다급해진 박현우는 한걸음에 하지아에게 다가갔다.그는 죽 그릇을 들고 그녀의 턱을 잡아 억지로 들이부었다.“죽 한 그릇 먹는다고 죽겠어?”하지아는 저항할 힘도 없이 억지로 죽 한 그릇을 삼켜야 했다.그제야 박현우는 손을 놓았다.다리에 힘이 풀린 하지아는 의자에 주저앉았다.기침이 멈추지 않았고, 콧물과 눈물이 함께 쏟아졌다.하지만 박현우는 돌아보지도 않고 강혜림을 쫓아 나가 달랬다.강혜림은 곧 눈이 붉어진 채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하지아의 옆을 지나가며 박현우가 차갑게 말했다.“멀쩡하잖아. 괜히 약한 척은.”하지아의 목은 이미 부어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어서... 구급차... 불러줘...”박현우는 인상을 찌푸렸다.“곧 엄마 될 사람답게 좀 철들어. 빨리 혜림이한테 사과해.”하지아의 의식은 흐려졌고, 결국 질식으로 기절했다.박현우는 죽 한 그릇이 그녀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을 줄은 몰랐다.구급차 안에서 그는 창백한 얼굴로 온몸을 떨며 말했다.“지아야, 나 겁주지 마...”하지아는 응급실로 옮겨졌고, 5시간이 지나서야 나왔다.의사는 마스크를 벗으며 말했다.“조금만 늦었어도 살릴 수 없었어요. 환자에게 알레르기가 있는 걸 가족이 몰랐어요?”박현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녀에게 죽을 수도 있는 걸 먹게 했다.그는 깊이 후회했다.그는 병실에서 하지아가 깨어날 때까지 계속 곁을 지켰다.목은 여전히 부어 있었다.박현우는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이렇게 심각한 줄 알았으면 왜 그때 말 안 했어?”‘더 어떻게 말하라는 거지? 무릎 꿇고 빌었어야 했나?’하지아가 말없이 그를 바라보자 그는 시선을 피했다.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잠시 망설이다가 전화를 받았다.“지아 괜찮아. 자책하지 마. 울지 말고.”그는 휴대폰을 하지아에게 건넸다.“혜림이 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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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가정부는 대답하고는 정리를 시작했다. 크고 작은 앨범과 액자를 모두 마당 잔디 위에 쌓아 올렸다.하지아는 박현우가 아끼던 와인을 몇 병 꺼내 그 위에 부었다.자신을 위해 한 잔 따르고, 가정부에게도 한 잔 건넸다.“짠.”잔이 부딪치는 소리는 5년간의 감정이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 같았다.하지아는 라이터에 불을 붙여 쌓아놓은 더미 위로 던졌다.불길 속에서 그녀는 고개를 젖혀 술을 단숨에 비웠다. 눈물은 눈꼬리를 타고 옷깃 속으로 흘러내렸다.남은 건 전부 박현우가 그동안 그녀에게 선물했던 것들이었다. 가방, 드레스, 보석...하지아는 그것들을 전부 중고 거래 플랫폼에 올리고, 수익 계좌를 복지시설로 변경했다.박현우는 비서의 전화를 받았다.“사모님이 대표님이 선물하신 물건을 전부 온라인에 올려 판매하고 계십니다.”그는 얼굴이 굳은 채 급히 옷을 걸쳐 입었다.오는 내내 그는 하지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는 받지 않았다.불안과 초조함에 발걸음이 빨라졌고, 신호등도 몇 개나 무시하며 달렸다.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에 그는 마당으로 뛰어 들어갔다.하지아는 와인잔을 들고 의자에 앉아 있었고, 발밑에는 빈 병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그녀는 얼굴이 붉게 물든 채 이름 모를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박현우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지아야, 왜 전화를 안 받아? 놀랐잖아.”하지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왜 놀랐는데?”박현우는 그녀의 뜨거운 뺨을 어루만졌다.“네가 나한테 화나서 숨어버린 줄 알았지.”술기운을 빌려 하지아는 마음속 의문을 꺼냈다.“박현우, 나한테 숨기는 거 있어?”박현우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는 고개를 숙인 채 한참을 망설였다.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당연히 없지. 우리는 부부잖아. 서로 솔직해야지.”하지아는 그의 어깨너머로 멀리 보이는 잿더미를 바라봤다.마음속 마지막 남아 있던 불씨가, 그가 또다시 거짓을 선택한 순간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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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박현우는 아름의 입양 절차를 핑계로 주말 내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오히려 하지아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그동안 강혜림은 계속 메시지를 보내왔다.때로는 남녀가 함께 있는 흐릿한 사진, 때로는 눈 뜨고 보기 힘든 영상, 또 때로는 노골적인 음성 메시지였다.[하지아, 현우가 아무리 널 사랑한다고 해도 소용없어. 내가 손짓 한 번 하면 바로 내 발밑에 와.][아름 환영회 연다면서? 나도 가도 되나? 나랑 아름 사이가 좀 특별하거든.]이 노골적인 도발에도 하지아는 전혀 반응하지 않고, 전부 저장만 해두었다.‘박현우가 서프라이즈를 준비한다면 나도 답례해야지. 어차피 환영회를 열 거라면 성대하게 열어야 해.’하지아는 박현우의 절친들, 주요 고객들, 심지어 거의 왕래 없는 친척들까지 모두 초대장을 보냈다.물론 강혜림도 초대받았다.처음에 박현우는 반대했지만, 그녀가 하지아를 자극하지 않겠다고 여러 번 약속하자 허락했다.“변호사랑 연락했지? 월요일에 우리 먼저 이혼부터 하자.”강혜림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그녀는 박현우가 회사에 간 사이 몰래 복지시설로 갔다.“아름아, 아빠 엄마랑 영원히 같이 살고 싶어?”아름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당연하죠!”하지만 곧 고개를 떨궜다.“하지만 아빠가 비밀 지키라고 했어요. 지아 이모한테 들키면 집에 못 간대요.”강혜림은 눈을 굴리며 속삭였다.“환영회 날에는 이렇게 하면 돼... 알겠지, 우리 딸?”아름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말대로 할게요.”예전의 강혜림이 박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노리지 않았던 건, 당시 박현우의 조건이 다른 남자들보다 떨어졌기 때문이었다.하지만 해외에서 겪은 일들 이후 그녀는 그 자리를 되찾기 위해 돌아왔다.주말 밤, 하지아는 마지막으로 침실 망원경으로 하늘을 바라봤다.푸른 별은 이미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자정이 되자, 그 별은 마지막으로 찬란하게 빛나더니 완벽한 곡선을 그리며 우주 속으로 사라졌다.박현우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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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박현우는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가정부에게 물었다.“지아 어디 갔어요?”“아침 일찍 꽃 사러 나가셨어요.”그제야 그는 조금 안도했다.환영회는 정말 화려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중앙에는 사람 키만 한 액자가 걸려 있었다.박현우가 천을 걷으려 하자 가정부가 막았다.“사모님이 손님들 다 오면 열라고 하셨어요.”박현우는 손을 거두었다.손님들이 하나둘 도착했고, 그는 응대하느라 하지아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걸 눈치채지 못했다.행사가 시작되고, 아름이 공주 드레스를 입고 2층 계단에서 천천히 내려왔다.박현우의 얼굴에는 자애로운 아버지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쾅.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강혜림이 고급 맞춤 드레스를 입은 채 입구에 서 있었다.모든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 쏠렸다.박현우는 얼굴이 굳어진 채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갔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조용히 있으라고 했잖아.”강혜림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두 손을 펼쳤다.“이거, 네가 비서 통해서 준 드레스 아니었어?”박현우는 어리둥절했지만 지금은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그는 헛기침하고 말했다.“오늘 이 자리에 와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오늘의 주인공, 박아름을 소개하겠습니다.”박현우는 아름의 손을 잡고 대형 케이크 앞으로 데려갔다.케이크 커팅은 양부모와 양녀가 함께하는 자리였다.하지만 하지아의 자리가 비어 있었다.‘지아는 어디에 있는 거야?’“제가 할게요.”강혜림이 우아한 걸음으로 앞으로 나와, 직원이 건넨 칼을 받아 들었다.사람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터져 나왔다.“내가 알기로 박씨 가문 사모님은 따로 있는데?”“저 여자는 누구야? 완전히 안주인 차림인데?”“혹시 느끼지 못했어? 입양한 아이랑 저 여자랑 꽤 닮았어.”박현우는 급히 말을 끊었다.“아, 감사합니다만 이건 제 아내가 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강혜림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여 아름에게 눈짓을 보냈다.아름은 곧바로 이해했다.아이는 강혜림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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