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아빠, 엄마, 저 유학 가기로 했어요.” 설아가 어렵게 결정을 내리자, 멀리 떨어진 부모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기쁜 목소리로 대답했다. “설아야, 드디어 결심했구나! 엄마랑 아빠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이제야 한시름 놨어. 준비는 차근차근 하자. 아마 한 달 후면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부모님은 밝게 말했지만 설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네, 알겠어요.” 몇 마디 대화가 오간 뒤, 전화는 끊겼다. 민설아의 눈가는 촉촉해졌고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불도 켜지 않은 채 창가에 앉아 있었다. 마치 창밖의 새까만 밤처럼 설아의 마음도 깊은 어둠 속에 잠긴 듯했다.
View More윤지훈도 민설아의 엄마가 한 말이 모두 맞다는 걸 알고 있었다.자신도 수없이 다짐하고 설득했지만 눈을 감기만 하면 그녀와 함께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머릿속을 채웠다.그의 인생에서 누군가의 온전한 사랑을 받는 건 늘 간절한 바람이었다.한때 그 사람은 서예슬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그저 친구로 남길 원했을 뿐이었다.그리고 민설아가 떠나간 뒤에야 그토록 바라던 사람이 이미 곁에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제는 그녀의 마음을 돌이킬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뒤늦은 후회와 죄책감에 이성은 사라졌고 그는 오로지 이 관계를 다시 붙잡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하지만 현실은 그의 행동이 민설아를 더 멀어지게 할 뿐임을 보여주었다.혼란과 괴로움, 집착과 포기가 교차하며 윤지훈은 결단을 내리지 못한 채 갈등했다.한편으로는 그녀를 놓아줘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끝까지 붙잡고 싶다는 본능이 서로 충돌하고 있었다.그의 흔들리는 눈빛을 본 민설아의 엄마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덧붙였다.“너희 둘 다 아직 젊잖아. 살아가다 보면 더 많은 일을 겪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거야. 이미 끝난 관계에 계속 매달리다 보면 서로의 앞길만 막을 뿐이야. 이제는 설아 곁에서 물러나서 너도 새로운 미래를 찾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윤지훈이 병원에 머물던 기간 동안 민설아는 개강 직전에 딱 한 번 그를 찾아갔다.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다시 만났을 때는 과거의 냉정한 태도도, 얼마 전까지 보였던 집착도 모두 사라졌다.헤어진 후 처음으로 두 사람은 차분하게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대화 주제는 더 이상 감정에 얽매이지 않았고 서로의 미래에 대해 나눌 수 있었다.윤지훈은 몸이 회복되면 한국으로 돌아가 학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했다.그의 말을 들은 민설아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며 진심으로 응원했다.“너라면 한국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거야. 네 앞길에 좋은 일들만 가득하길 바랄게.”그녀의 미소를 본 윤지훈도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너는
민설아가 믿지 않는 표정을 짓자 윤지훈은 황급히 변명을 늘어놓았다.“사실 내가 이렇게 내성적인 성격이 된 것도 부모님이 늘 바쁘셔서 나를 잘 챙기지 못했기 때문이야. 두 분은 다 각지로 출장을 다니시느라 한 달에 한 번 얼굴 보기도 힘들었어. 이번에 다친 것도 심각한 부상이 아니라서 아마 오시지 않을 거야."그의 얼굴에는 거짓말을 할 때 특유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민설아는 그의 말을 조금은 믿기 시작했다.“그럼 서예슬한테도 연락 안 할 거야?”그녀의 질문에 윤지훈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서둘러 대답했다.“예슬이는 나한테 별로 관심 없어. 솔직히 내가 예전에 너무 좋아해서 예슬한테 모든 걸 맞춰줬을 뿐이야. 서예슬은 나의 그런 태도를 즐기기만 했지 나를 진심으로 생각한 적은 없었어.”그의 말에 민설아는 조금 놀랐다.윤지후 역시 자신처럼 사랑에서 일방적으로 헌신했던 사람이었다니.예전에 서예슬이 윤지훈을 무시하면서도 그를 곁에 두던 모습이 떠오르자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결국에는 인과응보였네.’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분위기를 고려해 웃음을 참은 민설아는 다시 차가운 표정으로 침대 옆 테이블에 놓인 물건을 집어 들며 말했다.“네가 나 때문에 다친 거니까 병원에 있는 동안은 내가 챙길게. 너는 그냥 치료에만 전념해.”그 말을 듣고 윤지훈은 그녀를 붙잡고 싶었지만 예상 밖의 대답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알았어. 여기서 잘 있을게. 네가 와줄 때까지 기다릴게.”민설아는 그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병실을 빠져나갔다.윤지훈은 그녀를 보내며 속으로 기쁨을 삼켰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민설아의 엄마였다.그가 가득했던 기대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민설아의 엄마가 보온병을 들고 병실로 들어오자 윤지훈은 조심스럽게 물었다.“어머님, 설아는 어디 갔나요?”민설아의 엄마는 보온병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그를 흘끗 쳐다봤다.“설아는 회사에 갔어. 앞으로도 바빠서 여기 오긴 어려울 거야. 내가 대신 올 테니 필요한
민설아는 윤지훈이 자기 말을 그렇게 이해하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내가 물어본 건 넌 네 목숨이 아까운지도 모르냐는 거야.”하지만 윤지훈은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너를 위해서라면 목숨 따위 필요 없어.”이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던 민설아는 순간 당황스러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몇 달 전 같았으면 이런 고백에 감동해서 눈물을 쏟았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저 멍한 침묵으로 일관했다.윤지훈은 그녀의 반응이 없자 조급한 마음에 다시 입을 열었다.“넌 어디 다친 데 않았지? 내가 늦게 와서 많이 놀랐을 텐데...”그의 말에 민설아는 사건 후 계속 머리를 맴돌던 의문이 다시 떠올랐다.그녀의 눈빛이 점점 날카로워지며 윤지훈에게 질문을 던졌다.“근데 넌 왜 내 뒤를 따라온 거야? 이걸 우연이라고 할 순 없겠지.”그는 그녀가 이렇게 직설적으로 물어볼 줄 몰랐는지 한순간 말문이 막혀 멈칫했다.짧은 침묵은 민설아의 의심을 더욱 확신으로 바꾸었다.그녀의 표정은 점점 냉랭해졌고 윤지훈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음을 느꼈다.결국 그는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내가 인턴으로 있는 회사가 네가 사는 건물 바로 맞은편이야. 오늘 퇴근길에 네가 평소랑 다른 길로 가길래 그냥 따라가 본 거야. 어디 가는지 궁금했는데 네가 강도를 만나는 걸 보게 된 거지. 지갑에 중요한 서류라도 있을까 봐 쫓아간 거야. 나도 그들이 칼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어.”그는 민설아의 표정을 살피며 덧붙였다.“미안해. 설아야, 일부러 네 뒤를 따라다닌 건 아니었어. 그냥...”하지만 민설아는 그의 말을 끊고 더 깊은 질문을 던졌다.“오늘만 그랬던 거야? 아니면 계속 나를 따라다닌 거야?”윤지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변명을 꺼냈다.“꼭 따라다녔다고 볼 순 없어. 퇴근 시간이 비슷하다 보니 우연히 너와 비슷한 시간에 집에 들어간 거야.”그의 대답은 그녀의 예상과 같았다.두세 달 동안 마주친 게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은 민설아는 자
윤지훈이 칼에 찔린 건 다행히 급소를 피했고 적시에 응급처치를 받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그 소식을 들은 민설아는 그제야 잔뜩 긴장했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다.부모님께 전화를 걸어 상황을 전한 뒤 병실로 돌아온 그녀는 아직 잠들어 있는 윤지훈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테이블 위에는 핏자국이 선명한 지갑과 쇼핑백이 놓여 있었다.붉은 흔적을 보자 민설아는 아까 아찔했던 순간이 떠올라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그리고 침대 위에 누워 창백한 얼굴로 숨을 고르는 윤지훈을 보며 그녀의 마음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퇴근길에 강도를 만난 것도 모자라 윤지훈이 왜 거기서 나타난 건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혹시... 계속 나를 따라다닌 걸까? 그렇다면 난 왜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니는 사이 부모님이 병원에 도착했다.셋이 머리를 맞대고 의논한 끝에 엄마는 병실에 남아 윤지훈을 돌보기로 했고 민설아는 아빠와 함께 경찰서를 찾아 사건 신고를 하러 갔다.신고를 마치고 경찰서를 나서는 순간, 윤지훈이 깨어났다는 연락이 왔다.민설아와 아빠는 서둘러 병실로 돌아왔다.병실 앞에 앉아 있던 엄마는 민설아를 보며 들어가 보라는 신호를 보냈다.아빠도 따라 들어가려 했지만 엄마가 그의 팔을 잡아 말렸다.결국 아빠는 딸이 병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숨을 내쉬었다.민설아는 심호흡하고 마음을 다잡은 뒤 병실 문을 열었다.문을 열자마자 윤지훈의 시선이 그녀를 향해 꽂혔고 한순간도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그의 뜨거운 시선을 느낀 민설아는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시선을 피한 채 침대 앞으로 다가갔다.그녀는 짧게 인사를 건넸다.“고마워.”윤지훈은 그녀가 곧 나가버릴까 봐 안절부절못했다.급한 마음에 침대 옆 의자를 끌어오려다 상처를 건드리고 말았고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졌다.민설아는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걸 보고 깜짝 놀라 간호사를 부르러 가려 했다.“괜찮아, 별일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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