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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Author: 유애
다음 날, 공부에서는 서우가 평소에 좋아하던 음식을 보내왔다.

또한 모든 부인들이 서우에게 줄 옷이며 신발을 짓기 위해 전부 바느질을 다시 시작했다는 소식 역시 들려왔다.

공부에서는 실제 행동으로 서우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고 있었고 서우도 외가에서 그를 아껴주자 꽤 안심한 듯한 모습이었다.

단신의 역시 맥을 다시 짚어보겠다며 직접 국공부에 방문했다.

사실 그의 의술이라면 어제 진료만으로 충분했지만 국공부의 얼마 남지 않은 핏줄이기에 더 신중을 기하고 싶어서였다.

단신의가 집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사묵연이 장대성과 함께 국공부에 들렀다.

“서우 얼굴 한 번 보고 싶어서 온 것이다.”

서우 역시 사여묵의 방문에 기뻐하며 공양이 준 벼루를 그에게 보여주더니 통 크게 하나쯤은 선물로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웃으며 벼루를 받은 사여묵은 서우에게 글씨를 쓰는 법을 한동안 가르치다 송석석과 함께 방을 나섰다.

송석석 앞에서 것던 그가 손에 든 물건을 보여주며 웃었다.

“내게 단주의 자운연을 선물로 주다니. 통이 아주 크군.”

하인에게 차를 내오라 분부한 송석석 역시 미소를 지었다.

“숙부에게서 받은 보물을 내준 것이니 아껴쓰십시오.”

“공가 쪽에서도 많이 기뻐하더냐?”

자리에 앉은 사여묵이 벼루를 옆에 내려놓고 물었다.

어제 일을 떠올린 송석석이 대답했다.

“처음에는 믿지 않는 눈치였으나 실제로 얼굴을 보고난 뒤에는 다들 기뻐하셨죠.”

“공가 사람들은 정이 깊은 사람이나 고집스러운 게 흠이지. 마음에 담아두지 말거라.”

“그럴 리가요.”

미소 짓던 송석석은 사여묵이 또 벼루를 만지작거리는 걸 보곤 매산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오는 내내 서우에게 정신이 팔려 자초지종을 제대로 묻지 않은 걸 떠올린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

“왕야님, 매산에 가셨을 때 사부님은... 뭐라고 하셨습니까?”

“처음에는 좀 망설였다만 내 사부님의 말에 곧 응하셨다.”

“왕야님의 사부님이요?”

송석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 사부님이 왕야님 사부님 말씀을 들으셨단 말입니까? 왕야님 사부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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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59화

    “사제님?”순간 표정이 어두워진 사여묵이 고개를 홱 돌렸다.“사실 난 만종문의 제자라고 볼 수도 없다. 사부님께서 난 만종문과 상관없이 따로 거둔 제자라고 하셨어.”하지만 송석석은 생글거리며 눈을 반짝였다.“사제님, 그 말은 거짓말인 것 같네요. 사숙께서도 결국 만종문 사람입니다. 그분의 제자인 사제님 역시 만종문 사람인 것이죠. 사제께서는 언제 입문하신 겁니까?”하지만 사여묵은 여전히 억지 미소와 함께 어색하게 화제를 돌렸다.“서우를 데리고 송태공에게 간다고 했었지? 언제쯤 가볼 생각이야?”한편, 송석석은 여전히 턱을 괸 채 사여묵을 바라보고 있었다.“내일 가볼 생각입니다, 사제님.”구체적으로 뭐라 할 수는 없었지만 사여묵이 같은 사문 출신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지는 송석석이었다.“...”사여묵은 그런 그녀를 살짝 흘겨보았다.“내가 너보다 나이도 더 많거늘.”“네, 맞습니다. 사제님이 저보다 나이가 더 많으시지요.”송석석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그래서 지금까진 나한테 아무 말도 안 했던 거였어. 해마다 매산으로 갔던 것도 사숙님의 제자이기 때문이라니. 그것도 나보다 더 후배였다니. 하긴 남강에 있었을 때야 장수들 앞에서 나한테 사저라고 할 수 없었겠지. 또 전장에선 병사와 장수의 관계만 있을 뿐이니까.’하지만 사여묵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분명 그가 무예도 더 뛰어나고 나이도 더 많은데 왜 본인이 사제란 말인가?‘게다가 사부님께서 난 만종문 출신이 아니라 개인적인 제자일 뿐이라고 하셨단 말이다.’하지만 송석석의 환한 미소를 보고 있자니 매산에서의 그 붉은 옷을 입었던 소녀를 보는 듯해 결국 그녀의 말을 들어주기로 다짐하는 사여묵이었다.“밖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말거라.”하지만 체면까지 버릴 순 없었다.지아비가 되어서 부인의 사제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 생각했다.뜻대로 되자 송석석의 눈이 예쁘게 휘어졌다. 눈가에 찍힌 점이 유난히 도드라졌고 그 아름다운 미소에 사여묵은 시선을 돌릴 수 없을 정도였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60화

    사여묵은 북명군의 대장군이다. 비록 지금은 전란이 없어 진성에 머문다하나 북명군의 주둔지도 이 근처라 처리해야 할 업무도 많고 시시때때로 병사들 훈련까지 시켜야 하는데 대리사경 일까지 맡긴다니 말도 안 된다 싶었다.‘게다가 대리사는 형옥과 중요한 사건의 사형 재심을 맡는 곳이야. 문서 작업이 주인 기관인데 왕야님께선 무인이시잖아. 그것도 모자라 현갑위 지휘사 일까지 맡기다니. 문직, 무직도 모자라 북명군 대장군까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겠네.’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사여묵은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호부의 병권은 이미 다시 회수되었어. 지금의 북명군은 왕표가 관리하고 있지.”‘왕표?’송석석도 그를 알고 있었다. 평서백인 그는 전에도 군에서는 나름 명성이 자자했으나 일전의 전쟁에서 부상을 입은 뒤로는 더는 전장에 오를 수 없는 몸이 되어 조부의 작위를 이어받아 은거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고 들었었다.그렇게 평서백부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황제의 중용을 받으니 놀라웠다.‘그런데 왜 하필 장애가 있는 장수를 북명군 대장군으로 임명한 것일까? 왜 하필 지금 대장군을 교체한 것일까? 왕야님은 공을 세우고 돌아오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병부를 제출했다 해도 북명군 대장군 직위는 그냥 둘 수 있는 거 아닌가?’곰곰히 생각하던 송석석이 저도 모르게 물었다.“폐하께서 왕야님을 견제하시는 겁니까?”그러자 사여묵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견제가 아니라... 향후 이상한 유언비어 때문에 우리 형제 사이의 우애가 상할까 걱정이 되셔서지.”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송석석은 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왜 저랑 혼인하시는 겁니까? 폐하께서 왕야님을 견제하신다면 저와 혼인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그녀는 송국공부의 딸이자 본인 역시 군공을 세우고 군심을 얻은 장군이기도 하다. 북명군도 현갑군도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전에 통솔했던 송씨 가문 병사들까지 모두 그녀에겐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병권을 스스로 내놓았다는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61화

    괜히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으니 대화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고 사여묵은 먼저 자리를 떴다.한참을 생각하던 송석석은 이 상황이 이해가 가는 듯하면서도 어리둥절했다.고민에 잠긴 그녀를 바라보던 양 마마가 망설이다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진복이 그녀의 앞을 막아서더니 몰래 고개를 저었다.“도련님께 먹을 것 좀 가져다 드리십시오. 글씨 연습을 한 지 꽤 되셨으니 많이 지치셨을 겁니다.”이에 살짝 한숨을 내쉰 양 마마가 말했다.“네.”주방으로 향하는 양 마마의 뒤를 진복이 따랐다.주방에 도착한 뒤에야 그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아가씨께 말씀드리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혼례를 올리고 나서 그때 얘기하시죠.”양 마마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저도 압니다. 그저 아가씨께서 고민에 잠긴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파 그만.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양 마마는 또 한 번 한숨을 푹 내쉬었다.“왕야님께서 병권을 포기하셨다는 건 저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아가씨를 위해 그렇게 하신 거겠죠. 폐하께서 저희 아가씨를 미끼로 왕야님을 낚으신 겁니다.”“그저 속으로만 알고 있으시오. 다른 사람들한테는 얘기하지 말고.”“그럼요. 이런 말을 어떻게 함부로 한답니까. 그저 왕야님의 마음을 아가씨께서는 전혀 모르시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애초에 왕야님께서 아가씨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부인께선 끝까지 알리지 않으셨으니.”이에 진복이 미간을 찌푸렸다.“부인께서도 두려우셨던 거죠. 북명왕이 남강 전장에 나가지 않았다면 그 혼사를 동의하셨을지도 모를 텐데... 결국 고르고 고르다 그런 사내를 골랐을 줄이야.”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안타까워 양 마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부인께서 사대부 집안과 문관 가문의 자식을 사위 후보로 삼지 않은 건 아가씨가 보통 양반댁 규수들과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첩을 두는 건 용납하지 못한다는 아가씨의 말에 전북망만 부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영원히 첩을 들이지 않겠다 맹세했었죠. 부인께서도 그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62화

    송씨 가문 일원 중 대부분은 상인으로 일하고 있었기에 그 누구보다 이러한 도리를 잘 알고 있었다.송국공부는 그들에게 정신적인 지주나 마찬가지였다. 비록 실질적인 도움을 준 적은 거의 없지만 송국공부와 친척이라는 사실만으로 사업적으로 이득을 본 게 한두번이 아니었다.게다가 송씨 가문은 워낙 단합적인 분위기고 송국공부는 얼마 전 거의 멸문을 당하는 큰 사고를 겪었으니 딱히 그들을 질투하는 분위기도 아니었으므로 송태공의 말에 다른 뜻을 품은 이는 거의 없었다.그뒤로도 송태공은 연설을 이어갔고 서우는 곁에서 그의 말을 새겨들으려 애썼다.전에 열렸던 가문 회의에 어린 그가 참석할 기회는 없었으니 태공과 직접 대면하는 것도 거의 처음이었으며 저도 모르게 가문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피어올랐다.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릇된 길로 가는 것이 가문과 아버지의 명예에 누를 끼치는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확실히 뇌리에 박혔다.10월이 되니 날씨는 점차 차가워졌다.공씨 가문 쪽에서는 서우가 입을 옷가지들에 최고로 좋은 가죽 옷감을 보내주었다. 요즘엔 가문에 무슨 좋은 물건만 들어오면 전부 서우에게로 돌리는 눈치였다.또한 공씨 가문에서 먼저 송석석의 혼례 준비를 돕겠다고 나섰다.이에 양 마마는 송석석에게 이렇게 말했다.“설령 도움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그 성의가 갸륵하니 받으십시오. 그래야 저쪽에서도 마음이 편할 것입니다.”송석석은 양 마마에게 알아서하라고 분부한 뒤 한 마디 덧붙였다.“작은 일에 도움을 주는 건 좋지만 은화는 쓰지 못하도록 하거라.”서우가 돌아왔다는 사실은 곧 진성 곳곳에 퍼졌고 수많은 이들이 국공부를 찾아 서우에게 선물을 건넸다. 회왕비 역시 사람을 보내 서우에게 입힐 비단 옷감을 선물로 보내왔다.한편, 보주는 여전히 영안군주가 출가할 당시 송석석이 준비한 선물을 거절했던 일을 기억하고 있었기에 입을 삐죽거렸다.“아가씨, 왜 굳이 이 옷감을 받으시는 겁니까. 저희한테 옷감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요.”이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63화

    이에 단신의가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해독 경과에 대해 얘기하마. 요며칠 치료를 한덕에 서우의 몸상태가 많이 좋아졌더구나. 오늘 맥을 짚어봤는데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더 빨라. 부은 목도 많이 종하졌고.”“정말요?”송석석이 눈을 반짝였다.비록 어제 이미 홍작에게서 몸 상태가 좋아졌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단신의가 직접 맥을 짚은 뒤 이렇게 말하니 송석석은 더 기분이 좋아졌다.“잘됐습니다. 그동안 수고많으셨습니다, 홍작 의원님.”그동안 고생이 많았던 건 사실이었기에 홍작은 옅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일 뿐 겸손의 말은 하지 않았다.차를 한 모금 마신 단신의가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두 번째는... 네가 방금 말했다시피 서우의 몸이 많이 좋아진 듯하니 이제 다리를 치료해도 될 듯 싶구나. 일전에 말했듯이 다리를 고치려면 뼈를 다시 부러트려야 해.”송석석이 미간을 찌푸렸다.“네. 많이 아프겠죠.”“고통은 피할 수 없을 거다. 마음의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게 도와주거라. 진통제가 있긴 하지만 뼈가 부러졌을 땐 진통제도 잘 듣질 않아. 혈을 봉하여 고통을 줄이는 게 더 좋을 것 같구나.”“봉혈로 진통이라니. 그게 가능한 겁니까?”송석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에는 이런 말씀 없으셨잖아요. 혹시 후유증이라도 남는 건 아닐지.”“아주 정확한 시술이 필요하고 시간도 정확하게 제어해야 해. 혈을 너무 오래 봉인해 두면 혈맥이 제대로 통하지 않으니 설령 뼈를 제대로 붙인다 해도 거동이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까.”“점혈은 저도 압니다만 정확이 어느 정도로 정확해야 할지 모르겠네요.”송석석이 다급하게 물었지만 단신의는 고개를 저었다.“점혈과 금침봉혈은 같은 원리라 네가 직접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을 정확히 제어해야 한다는 거야. 어린 아이들은 성인과 달라 시간을 조금만 지체하면 큰 후과를 초래할 수도 있어.”비록 의술에 대해선 잘 모르는 송석석이었지만 단신의가 이렇게까지 말할 정도라면 정말로 위험한 일이라는 것 정도는 예감이 들었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64화

    단신의가 자리를 뜬 뒤 송석석은 일단 서우와 대화를 나누었다.결국 본인이 직접 감당해야 할 고통이니 서우와도 상의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송석석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서우는 고모의 품에 안겨 피식 웃은 뒤 그녀의 손바닥 위에 한글자, 한글자 적어나갔다.“사실 홍작 의원님께서 다 말씀해 주셨습니다. 견디기 힘든 고통일 거라고요. 애초에 다리를 다쳤을 때도 정말 아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손바닥에 쓴 글씨라 몇 글자는 알아보기 힘들어 다시 쓰라고 한 송석석은 두 번째에야 그뜻을 알아차리곤 물었다.“그래서 봉혈을 하고 싶은 것이냐?”하지만 서우는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봉혈은 위험하다고 들었습니다. 다리를 치료해도 자칫 절름발이가 될 수 있다고요. 그러면 안 되죠. 전 앞으로 가문을 이끌어나가야 할 사람입니다. 국공부의 장문인이 절름발이라는 것이 말이 됩니까.”서우이 고개를 들어 송석석과 시선을 맞추었다.턱이 뾰족하던 얼굴에 꽤 살이 오른 모습이었다.서우는 손가락으로 글을 더 써내려갔다.“아버님도 전장에서 자주 다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저 간단한 외상부터 뼈까지 다치는 큰 부상까지... 하지만 아버님은 그 고통을 두려워하지 않으셨겠죠.”“이 세상에 고통이 두렵지 않은 인간은 없단다. 그저 어른이니 웬만한 고통은 참고 넘어가는 것뿐이지.”송석석의 말에 서우는 바로 또 글씨를 써내려갔다.“저도 압니다. 사내대장부라면 고통을 참을 줄도 알아야 하죠.”“그렇지.”‘서우는 봉혈을 하는 게 내키지 않나 보네. 물론 그래도 공씨 가문 쪽 사람들한테는 이 사실을 알려야겠지.’그날 밤, 송석석은 직접 공부로 향했다.공씨 가문 역시 이 사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모두가 모여 가족 회의를 시작했다. 몸이 안 좋은 태부인까지 이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그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만했다.하지만 공부에서도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했다.서우이 고통스러운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지만 행여나 봉혈의 시간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가 더 큰 문제가 생길까 봐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65화

    서우의 방앞에 도착하자 명주가 모두를 맞이했다.침대에 누운 서우는 이미 결심을 내린 뒤였다.그 어떤 모험도 하지 않고 온전히 고통을 견디기로 말이다.외가쪽 가족들까지 국공부로 와 그를 향해 걱정과 위로의 말을 건네니 서우는 그들을 향해 최대한 씩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하지만 그 모습에 어른들은 더 마음이 욱신거렸다.이제 겨우 7살인 아이다. 아프면 아프다고 징징대고 투정부릴 나이고 가족들의 사랑을 당연하게 생각해야 할 나이인데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린 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단신의가 치료를 시작하려던 그때, 사여묵 역시 국공부를 방문했다.공씨 가문 사람들은 북명왕이 서우의 목숨을 구한 생명의 은인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던 터라 언제고 시간을 내 찾아뵐 생각이었는데 본인이 직접 등장하니 부랴부랴 다가가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이에 사여묵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우연히 마주쳐 도운 것뿐이니 고맙다는 인사는 하지 마시게. 그리고 오늘은 서우가 치료를 받는 모습을 지켜보러 온 것뿐이니 다른 얘기는 차후에 천천히 나누도록 하세.”한편, 서우가 송석석과 함께 왕부에서 지낸다면 사여묵의 미움을 사지 않을까 걱정하던 공부 사람들은 서우를 걱정하는 사여묵의 얼굴을 보곤 한시름 놓는 표정이었다.사여묵이 송석석과 공씨 가문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서우의 곁에는 내가 있을 테니 다들 나가보시게. 사내들끼리 나눌 얘기가 많아.”사여묵이 싱긋 웃으며 서우를 바라보았다.“그렇지 않느냐, 서우야?”서우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솔직히 송석석과 외조부모가 곁에 있는 게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던 그였다. 아픈 와중에 괜히 걱정할까 씩씩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이 컸지만 사여묵은 달랐다.‘왕야님은 할아버님, 아버님처럼 훌륭한 무장이시니 내게 힘을 주실 수 있을 거야.’사여묵의 깊은 뜻을 깨달은 송석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서우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그녀가 말했다.“우리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마. 서우야, 잘 버텨야 한다.”고개를 끄덕인 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266화

    한편, 단신의는 방금 전 고통으로 인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냈던 서우의 모습을 떠올렸다.‘고통이 성대 회복에도 도움이 되나 보군... 좋은 현상이야.’접골은 홍작이 직접 해도 충분하나 서우는 보통 환자가 아니라 단신의가 직접 나섰다.접골은 그에게 숨 쉬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익숙한 일이었고 숙련된 손길로 조심스레 뼈를 맞춰가기 시작했다.고통으로 인한 식은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은 서우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사여묵의 팔목을 꽉 부여잡았다.손톱이 파고 들어가며 핏자국이 났지만 사여묵은 지금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서우임을 알기에 내색하지 않았다.진통 효능이 있는 탕약을 먹었음에도 효과는 미미했다.다친 것은 다리뿐이지만 몸 전체가 아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그렇게 영겁같던 치료가 끝나고 단신의는 두 나무판으로 다리를 고정했다. 뼈가 완전히 붙기 전까진 누워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단신의가 직접 만든 연고는 뼈가 다시 붙는데 도움을 주는 영험한 효능이 있었고 탕약까지 꾸준히 마셔주면 열흘 안에 다시 걸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였다.다리를 묶은 뒤 단신의는 또 탕약 한 그릇을 건넸다. 수면 작용이 있는 약초가 든 약이라 먹으면 스르륵 잠이 드는 약이었다.‘한숨 자면 많이 좋아질 테지.’한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들은 서우의 처참한 비명에 가슴이 찢어지고 있었다.저 어린 아이가 저정도로 울부짖을 정도라면 얼마나 아플까 싶었다.송석석은 초조한 마음으로 마당을 서성대며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렸고 공부인은 벌벌 떨며 부처님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얼마나 흘렀을까. 문이 열리고 사여묵이 먼저 방을 나섰다.다급하게 방으로 들어간 송석석은 홍작이 침대에 누운 서우에게 고통을 완화해 주는 침을 놔주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단신의가 그녀를 향해 조용히 하라는 듯 쉿하고 소리를 냈다.“나가거라. 한숨 푹 자게 내버려둬. 참 강한 아이로구나.”등 떠밀려 나간 송석석은 물론 다른 가족들도 서우를 만나는 것은 잠시 미루는 게 좋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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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4화

    소씨 가문의 반응을 보니, 진성의 다른 가문들이 평소에 그들과 친밀하지 않아 이 일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시만자는 소 부인이 놀란 틈을 타 말을 이었다.“우리 부군이 가장 아끼는 조카가 바로 지아인데, 큰 억울함을 당해서 태후마마께 아뢰려던 걸 내가 간신히 말렸소. 지아를 때린 자가 스스로 나서서 벌을 받으면 그만인 것을!”왕이장은 진성에서 여러 신분을 지니고 있었다. 시만자의 부군, 만종문의 제자, 병부 효고사, 그리고 진성 내 만종문 산업의 주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와 왕씨 가문의 관계는 일부러 밝히지 않았지만, 이럴 때 활용해도 괜찮을 만큼 중요했다. 태후마마가 만종문의 임 사부를 존경하는 점을 생각하면, 이 관계를 의심하는 이는 없을 터였다.시만자는 말을 마치고 혼자 의자에 앉았는데, 그 표정은 송석석과 다를 바 없었다. 이때 소씨 가문은 비로소 섭정왕비가 직접 소 세자를 데려온 것도 왕지아를 위한 조치임을 깨달았다. 소 부인은 왕지아에게 이토록 강력한 배경이 있는 줄 몰랐던 모양이었다.“아이고, 제가 소인의 말만 믿고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네요…”소 부인이 급히 사죄했다.“반드시 뒤에서 함부로 지껄이던 자들을 찾아내 왕씨 아가씨에게 사과하겠습니다. 당장 사람을 데리고 가서…”그러자 시만자가 차분히 말을 끊었다.“처벌할 마음이 있는데, 왕지아의 눈을 더럽힐 필요까지 있겠소? 백작부에서 처벌하지 못한다면, 마침 섭정왕비께서 사람을 데리고 오셨으니 소 세자를 처벌할 때 함께 처리하면 되겠소.”소 백작은 급히 수긍하며 하녀와 종들을 불러내 송석석과 시만자에게 넘겼다. 송석석이 무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소 세자가 덕행에 흠이 있는 탓에 작위 수여는 불가능할 것이오. 그리고 오늘 누군가 경위부에 고소한 이상 내가 방관할 수도 없소. 대충 몇 대 맞고 넘어가려 한다면 법이 왜 있겠소?”시만자는 속으로 생각했다.‘화풀이하러 온 게 아니었나? 소씨 가문 때문에 지아와 소민이를 갈라놓을 순 없는데…’소 부인은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3화

    시만자는 어이가 없었다. 고작 소씨 가문이라는 작은 백작부가 감히 이렇게 날뛴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평생동안 막돼먹은 여자를 많이 보았지만, 귀족 가문의 막돼먹은 여자는 처음이었다.왕지아가 끌려 나가 뺨을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는 말을 듣자, 시만자는 소씨 가문의 대문을 박차고 사람들을 끌어내고는 한바탕 때려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화가 나더라도 참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왕지아와 왕청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모르니 그들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그렇게 시만자가 급히 왕씨 가문으로 달려갔을 때, 왕지아가 손목을 그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또 왕청여가 하녀들을 모두 내보냈다는 말을 듣고는 일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곧장 그의 방으로 달려갔다. 왕청여가 목을 매려는 모습을 보자 시만자 또한 화가 나서 그의 뺨을 때렸다.최근 몇 년간 자신의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왕청여의 극단적인 선택을 보자 공방에서 헛수고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참을 수 없었다.왕청여를 때린 후, 시만자는 즉시 소씨 저택으로 향했다. 소씨 저택에 도착하자 석석이 현갑군을 데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화를 내기 전에 먼저 의심이 앞섰다.‘석석이는 관직이라 복수 같은 걸 할 수 없는데…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거지?’송석석은 관복을 입고 정좌에 단정히 앉아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필명이 그의 곁을 따르고 있었고, 몇 명의 현갑군이 소민의 형인 소 세자를 붙잡고 있었다.백작부의 모든 어르신과 도련님들이 모여 있었고, 가문을 책임지고 있는 주모인 소 부인도 나와 있었다. 상황을 보니 사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시만자는 옆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미리 말이라도 해줄 것이지. 이러니 화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네.'백작과 소 부인이 송석석에게 굽실거리며 사정하는 모습을 보자 시만자는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알고 보니 소 세자가 부유한 상인의 양첩과 결탁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걸렸고, 자신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2화

    왕청여에게 자신이 틀렸음을 깨닫게 한 것은 방시원이 돌아올 때도, 전북망과 이혼했을 때도, 왕씨 가문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아니었다. 그가 진정으로 후회한 것은 왕지아가 혼담을 나눌 때였다.왕씨 가문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왕청여는 감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니 자신에게 잘못이 많음을 깨닫고 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해도 완전히 깨닫지는 못했고, 고생한 자신을 비난할 자격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형수님이 자신의 오만한 성격 때문에 고생했음을 알면서도, 과거를 들추며 상처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러다가 왕지아가 혼담을 나눌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뼈저리게 후회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왕지아는 안백작부의 도련님 소민과 정이 들었다. 비록 평서백 작위는 없어졌지만, 형수가 선제의 찬사를 받아 고명을 얻었고 가업 경영에도 능숙했으며, 셋째 동생이 시씨 가문의 딸 시만자와 결혼해 왕씨 가문은 여전히 병부에서 중용되고 있었다. 두 가문의 위상은 비슷했다.그러나 소민이 어머니에게 왕지아와의 혼인을 청하자, 소 부인은 강하게 반대했고, 심지어 만나는 것조차 금지했다. 비록 소민은 세상에 없는 효자이지만 왕지아에 대한 애정이 깊어 그녀 외에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허락하지 않으면 출가하겠다고까지 하며 반항했다. 이에 소 부인은 그를 감금해버린 것이다.왕청여는 아마 소 부인이 방문하던 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소 부인은 하인들을 대동하고 왕씨 저택에 난입해 최씨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감히 우리 아들을 넘보다니! 윗사람이 바르지 못하니 아랫사람도 바르지 못한 건가? 당신 시누이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뻔뻔하게 굴더니, 이제는 딸까지 그 꼴이로군! 어린 나이에 남자를 유혹하고, 우리 아들에게 부모를 협박하는 법까지 가르치다니! 이 가문에는 악랄한 자들밖에 없는 것이냐?!”말을 마치자 하인들에게 저택을 부수게 했고, 왕지아를 끌어내 사람들 앞에서 뺨을 때리며 머리와 얼굴에 침을 뱉었다. 왕청여와 최씨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1화

    그러자 송석석이 이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왕씨 가문에서는 그녀를 아주 잘 대해줍니다. 조카딸의 혼담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집간 부군이 잘 대해준다 하더군요. 다만 그녀는 자신이 두 번 시집갔음에도 처가에 머무는 것이 조카들에게 미칠 영향이 걱정되어 그러는 모양입니다.”그 말에 전북망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순간 번개처럼 날렵하지만 마음씨 따뜻한 최씨 부인이 떠올랐다. 최씨 부인에게는 적자와 서자녀들이 있었고, 아직 혼담이 정해지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그런 그녀가 혼인 문제로 얼마나 많은 유언비어에 시달렸을지 생각하니, 전북망은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형수로서의 최씨 부인을 존중하며,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 없었다. 이때 송석석이 그의 생각을 끊었다. “그럼 천천히 생각해 보십시오.”전북망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득 물었다. “우리 단둘이 여기에 있으면, 섭정왕이 질투하지 않을까요?” 송석석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당황했으나, 곧 침착하게 답했다. “이 정도 신뢰도 없다면, 제가 어찌 현갑군 지휘사로 오래 근무할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는 서로 숨김없이 모든 걸 공유합니다. 이번 만남 역시 그분께 이미 알려두었죠.”송석석이 떠나자 전북망도 따라나섰다. 그는 섭정왕이 어딘가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리라 의심했지만, 정작 별청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앞마당에서야 섭정왕을 발견했는데, 그는 대장군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송석석을 보자 미소로 맞이하며 불러세우는 섭정왕의 모습에 전북망은 마음이 착잡해졌다. ‘진정한 부부란 저런 것일까.'그러나 성릉관이든 진성이든, 남녀의 단독 만남은 명예에 흠이 될 수 있음도 잘 알았다. 특히 높은 지위에 오른 이들은 더욱 조심해야 했다. ‘내가 무슨 권리로 그들을 걱정하는가.’자조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왕청여의 제안은 여전히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5일의 고민 시간이 주어졌다. 사여묵과 송석석이 진성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최씨 부인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답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0화

    소 대장군의 팔순 생신 때, 전북망은 송석석과 다시 만났다. 사실 그전에도 송석석이 성릉관으로 갔을 때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서먹해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전북망은 송석석이 매번 성릉관을 떠날 때마다 몰래 배웅하곤 했다. 전북망은 자신이 당시 어떤 마음으로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늘 송석석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이방과 왕청여에게도 미안하긴 하지만, 그들과는 서로 감정을 소모하고 다투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장군부만 송석석에게 상처를 줬을 뿐, 송석석은 장군부에게 조금의 상처도 주지 않았다. 비록 이혼한 후에는 전북망 어머니의 병세에 대해 상관하지 않았지만 큰형수에게 어떻게 단설환을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기까지 했다. 소 대장군의 팔순 생신 때는 이미 섭정 왕비가 되어있고 나서였다. 변방의 전사들에겐 양식과 무기가 풍부하고, 봉록까지 올라, 그들에겐 이득이기에 이제는 조정의 정세에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었다. 섭정왕은 한때 장수였기에 병사들이 배불리 먹어야만 국토를 지킬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북망과 송석석이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섭정왕과 함께 소 대장군에게 생신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그녀를 보는 소 대장군의 눈빛은 여전히 자애롭고 인자했다. 전북망은 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그 광경을 보며, 그때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다면 지금 송석석과 함께 노장군의 생신을 축하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일 것이라는 후회를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같은 생각인 걸 보니, 자신만 제자리에서 멈춰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도 송석석과 대화를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생일잔치가 끝난 후에 송석석이 뜻밖에도 먼저 그를 찾았다. 그와 송석석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섭정왕은 이상한 소문이 날까 봐 걱정되지도 않는가?’전북망은 당황하고 불안해 보였고, 송석석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먼저 입을 열지도 못하고 송석석이 말하기만을 기다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9화

    전북망은 성릉관에서 몇 년 동안 두 번이나 발탁되었고, 지금은 장군의 신분으로 수천 명의 병사를 관리하고 있다. 계속 성릉관에 주둔하고 있어 다시 진성으로 돌아간 적이 없었고, 진성의 부름 없이는 제멋대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는 재혼도 하지 않고 여전히 혼자 살아갔다. 성릉관의 모래바람은 해마다 그의 얼굴에 흔적을 남겨 또래들보다 몇 살이나 더 늙어 보였다. 심지어는 몇 년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기에, 진정제를 먹어야만 잘 수 있었다. 그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그때 이방과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송석석과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부부가 되었을까? 아마도 우린 귀여운 자녀도 낳았겠지. 그리고 나는 군대에서 열심히 일하고 석석은 가문의 내무를 책임지며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를 돌보고 있었겠지? 설령 내가 승진을 하지 못하고 평생 장군으로만 살아도 그는 날 떠나지 않았겠지.’ 이전의 전북망은 송석석이 하늘을 나는 독수리였는데 자신을 위해 날개를 부러뜨리고 병든 시어머니를 돌보며 군부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책임지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그가 알아차렸을 땐 이미 돌이킬 수도 없었다. 전북망에게는 이미 이방이 있었고 이방을 사랑한다고 했으니, 송석석이 이혼하자고 했을 때 그는 심한 말을 하고 후회하지 말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송석석 또한 후회할 게 없었다. 이혼을 하면서 전북망을 위해 부러뜨렸던 날개가 다시 자라나 전쟁터로 날아가 쉽게 공을 세웠으니까 말이다. 이방은 송석석이 큰 가문의 아가씨인 데다가 부친과 오라버니가 그를 위해 길을 닦아주었기에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북망은 송석석의 성공은 그의 능력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문이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주된 원인은 아닐 것이다. 만종문에서 송석석의 무공은 거의 최고였는데, 그건 송석석이 그만큼 노력을 했고, 그만큼 땀을 흘렸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전북망은 송석석을 존경했지만 그는 자신이 송석석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8화

    어머니께 간청해도 소용이 없자 신이는 아버지를 찾아갔다. 하지만 돌아온 건 더 심한 꾸지람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신이가 이 혼사를 반대하는 것은 양지춘과 접촉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양지춘에게 그녀를 데리고 나가서 놀며 감정을 쌓으라고 했다. 신이는 가기 싫었지만 어머니가 억지로 그녀를 마차에 태웠고, 심지어는 하녀에게 그녀가 부적절한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엄명했다. 양지춘의 얼굴은 그나마 멀쩡하게 생겼는데, 처음에는 신이를 조금이나마 존중하는 척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본성을 드러냈다. 그는 신이의 외모와 품평을 논하며 신이가 외모가 예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그를 부인으로 들이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그의 오만한 태도는 신이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 단지 이것뿐이었다면 아마도 신이가 결혼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양지춘은 일부러 신이를 마차에 태워주는 척하며 그녀의 엉덩이를 꼬집었다!그 순간 신이는 온몸의 피가 머리 위로 솟구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경박한 눈빛에 신이는 이내 눈물이 쏟아졌고, 모욕감에 온몸을 떨었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집에 돌왔는데, 하녀와 마부는 그의 동작을 보지 못한 탓에, 오히려 그가 세심하고 자상하다며 그녀의 어머니 앞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이는 억울해서 어머니에게 그 일을 말했지만 어머니는 오히려 그녀가 일부러 꾸민 말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꾸짖으며 사흘 동안이나 외출을 금지했다. 신이는 그렇게 방에 갇혔고, 매일매일을 눈물로 얼굴을 씻었다. 심지어 그날 선비의 말을 듣고 호수에 뛰어들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까지 했다. ‘내가 양지춘에게 시집가는 것이 물에 빠져 죽는 것과 대체 무엇이 다른가?’ 사흘 후, 외출 금지가 해제되자마자 신이는 다시 경산사로 가서 같은 핑계로 하녀를 내보냈다. 이번엔 정말 죽을 각오로 호숫가에 간 것이었는데, 뜻밖에도 그곳에서 다시 그 선비를 만났다.그는 쓸쓸하게 호숫가에 앉아 작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7화

    신이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한 사람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고, 나무 그늘에 몸이 가려져 있었다.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초라해 보였고 눈 밑에는 검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은 바로 다리 앞에서 그림을 팔던 선비이자, 학정이 말하던 퇴학 해서 기녀를 키우는 학생이었다!“헛소리하지 마십시오.” 신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짜증을 냈지만, 그가 한 말을 떠올리자 내심 두려웠다. “나는 여기에 물귀신이 있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거짓말하는 것이겠지요.” 신이는 죽음은 두렵지 않았지만, 귀신은 두려웠고 진흙탕에 영원히 깔려 있는 건 더욱 두려웠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가 걸어 나오자 얼굴은 더욱 여위어 보였다. “호숫가의 주변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보러 오는 사람이 없겠습니까?” “그건 사람들이 이곳으로 예불하기 위해 오는 것이지, 경치를 보러 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절을 하고 바로 돌아가니 당연히 보지 못하겠지요.” 신이는 그렇게 말했지만, 순간 깊이가 보이지 않는 호수에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그는 여전히 굳게 서서 말했다. “예불하는 사람은 천지와 자연을 경외하기 때문에 이런 좋은 경치가 있다면 반드시 한 번 보러 올 것입니다. 이런 곳은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좋은 곳일 텐데 아무도 없다는 게 아기씨는 이상하지 않습니까?” 신이는 그것이 사실인지는 몰랐지만, 그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감히 그런 무서운 곳에서는 죽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그러자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한 번뿐인 인생이니 절대 쉽게 자신의 생명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살고 싶어도 살 지 못하지 않습니까?” 신이는 그의 말이 이상하게 느껴져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 밑은 이내 붉어졌고 눈물이 고여 반짝이는 것 같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6화

    신이의 사촌 여동생과 하녀는 신이를 찾으러 돌아왔다. 신이가 하녀보고 이순에게 삼백문을 주라고 하자 이순은 웃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원래는 우연한 만남일 뿐이라 다시는 접점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 조모님의 생신 때 가문 연회에서 공학정이 데리고 온 제자들 중에 이순이 있었다. 강남의 예의 규율은 진성처럼 엄격하지 않아서 연회에 참석할 때 여인들도 앞마당에 갈 수 있었다. 이순은 신이를 단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신이는 그때 면사포를 쓰고 있었고 두 눈만 드러냈기 때문에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 이순은 식사를 하지 않고, 신이의 조모에게 생신 축하 그림만 드린 후에 집에 일이 있다며 작별을 고했다. 그가 떠나자마자 학정이 그를 언급하며 안타까운 말투로 말했다. “총명하긴 한데 진취심이 없어서 계속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걸 여기로 데려와 진취성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사귀게 하려고 했는데… 이 정도로 사리분별을 할 줄 모르다니. 정말 실망이군. 학교를 그만두겠다면, 이젠 마음대로 하라고 해야겠어.” 그러자 신이의 부친이 위로했다. “화내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님껜 학생이 많으니 그가 나간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건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학정은 마치 울화가 쌓인 것처럼 말했다. “그는 내가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네. 그런데 진취성만 없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동창에게 돈을 빌리질 않나, 게다가 집에 기녀까지 키우고 있다더군.” 신이의 아버지는 그런 사람을 가장 싫어하였다. “그런 사람은 얘기할 가치도 없습니다.” 신이는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나서 왠지 마음속으로 실망감이 가득했다. 아마도 그날은 그가 그린 그림을 보고,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 같다고 생각해 마음이 갔던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달 후, 신이의 혼사도 낙착되었다. 그녀의 약혼자는 회주 지부의 둘째 아들인 양지춘이고, 올해 22살이었다. 22살인데도 결혼하지 않았던 건 첩을 통해 서자를 낳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좋은 가문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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