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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Author: 유애
유모가 나가자마자 송석석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장군께서 시몬에 가셔서 사국과 치석이라 일컫는 첩자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셨습니다. 치석은 우리 군이 포로로 잡힌 후 탈출한 첩자로, 남강 전쟁 중에도 계속해서 우리 군에 정보를 보내왔습니다. 그러나 얼마 전 사국에 붙잡혔고, 사국 측은 그를 시몬성과 맞바꾸려 했지요.”

송석석의 말에 사람들은 숨을 고르며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그래서 전하께서 장군을 시몬에 보내어 표면상으로는 협상을 하면서 비밀리에 구출 작전을 명하셨습니다. 지금 치석은 무사히 시몬으로 돌아왔고, 바로 장문수, 즉 이댁의 둘째 아드님인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다만 그의 부상이 매우 심각하여 장군께서 전서구를 날려 급히 단신의와 둘째 아드님의 부인을 모시고 서녕으로 출발하라 하셨습니다. 오늘 밤 바로 출발해야 해 조금도 지체할 수 없습니다.”

“천지신명이시여!”

선평후부인은 온몸이 떨렸다.

자신의 아들이 죽지 않았다는 소식과 현재는 위독하다는 사실에 그녀는 가슴이 저릿해져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제가 가겠습니다, 함께 가시지요.”

그러자 선평후세자가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어머니는 가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함께 가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저도 가겠습니다.”

선평후 또한 비록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눈에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기특합니다. 우리 문수 너무 대단하군요. 우리가 가서 집으로 데려오겠습니다. 가족의 품으로 말입니다.”

강직한 성품을 지닌 선평후는 이 품 상서로서, 아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지 않고 꿋꿋이 참아냈다.

그러나 아들이 아직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자 더 이상 눈물을 참지 못했다. 왕비가 있는 자리였지만 그는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때 송석석이 입을 열었다.

“그대는 공부상서를 맡고 있으니, 경을 떠나실 수 없습니다. 하지만 세자께서는 함께 가실 수 있습니다.”

장후민은 형부에서 낭중을 맡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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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g310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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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59화

    한밤중, 시만자는 약당 대문을 두드렸다. 단신의는 약당 2층에 머물고 있었다. 단신의는 이미 잠자리에 들었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이 건강에 좋다며 실천하는 그는 이미 잠든 지 한 시간이 넘은 상태였다. 대문 소리에 잠에서 깨버리자 단신의는 기분이 안 좋아졌다. 제자가 와서 북명왕부의 시만자가 찾아왔다고 하자, 옷을 걸치고 내려간 그는 시만자를 아니꼽게 노려보았다."그대가 나를 깨운 이상, 긴급한 일이길 바란다. 미리 말하지만 나는 왕진하지 않는다." 그러자 시만자가 두 손을 모으며 예를 갖췄다. "방해하여 송구스럽습니다만 장군께서 진서구를 보내 신의님께서 서녕으로 오셔서 장문수를 구해야 한다 하셨습니다." "장문수?" 그 소리에 잠시 멈칫하던 단신의 곧 선평후부의 전사했다던 둘째 아들이라는 것을 떠올리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난이, 금이, 짐을 꾸리거라. 상처약과 금침은 모두 가장 좋은 것으로 챙기거라. 그리고..." 잠시 멈추던 그는 약간의 아쉬움을 드러냈으나, 이내 미련 두지 않았다."천년 삼도 챙기거라." 왕진에도 그만의 속도가 있는 법, 단신의는 송석석보다 먼저 북명왕부에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다. --송석석은 출발하기 전, 전서구를 들고 시어머니에게 갔다. "내일 어머님께서는 궁에 들어가셔서 이 편지의 내용을 전하께 직접 전하세요. 그리고 급한 상황이라 제가 밤에 길을 떠났다 말씀 드리세요. 우리 집 진서구는 집을 알고 있으니, 진서구도 전하께 드리세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 마음이 너무나도 넓었던 혜태비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편지를 들며 물었다. "급박한 상황이라 돌아와 설명하면 될 일이다. 어차피 네게는 출성 허가도 있지 않느냐. 무엇보다 이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니..." 송석석은 그녀의 말을 자르고는 아주 정중하게 입을 열었다."필요하옵니다. 꼭 필요한 것이옵니다. 제 말대로 해주세요. 내일 아침 반드시 가셔야 합니다. 한시도 늦추어서는 아니 되옵니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60화

    길도 평탄하지 않아 마차가 흔들렸다. 게다가 이토록 서두르는 것이 이석에게는 조금 버거웠기에 한참을 달리다 보니 그녀는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고 가슴을 움켜쥔 채 구역질할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송석석이 걱정스럽게 물었다."멀미를 하는 겁니까? 차부에게 속도를 늦추라 할까요?"그러나 이석은 손을 저었다."아니옵니다. 속도는 늦추면 안됩니다. 아픈것보다 빨리 가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마차에 날개라도 달려 서녕까지 날아갈 수 있다면 좋겠사옵니다. 왕비 마마께서 저를 나약하게 보실지는 모르나, 저는 고생을 곧잘 견딥니다.""알겠습니다." 보주가 준비해 둔 봉지를 꺼낸 송석석은 말린 자두를 발견하고는 건넸다. "이것을 물고 있으면 좀 나을 것입니다.""감사하옵니다." 이석은 자두 한 알을 집어 입에 넣었다. 짭짤하고 시큼한 맛이 입안에 퍼지더니 그제서야 속이 좀 가라앉는 듯 했다. --한편 시문성에서 사여묵은 장문수를 위해 마차를 개조하게 하였다. 마차에 그가 누울 자리를 마련하고, 부드러운 깔개를 깔아 흔들림에도 덜 고통스럽게 만들어주었다. 군의관은 그와 함께 마차에 타기로 했다. 그의 더위를 식혀주면서 수시로 상태를 살필 수 있어 일석이조이였기 때문이다.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왕표가 최고급 말들을 준비해 주었다. 왕표는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 출발할 때에서야 나타났다. 왕표는 방시원을 보지 않았고, 방시원 또한 그를 보지 않았다. 두 사람은 눈을 아예 마주치지 않았다. 그러나 방시원이 말을 타려 할 때, 왕표가 갑자기 그를 불렀다."시원아!" 방시원이 고개를 돌렸다."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까?"왕표는 수염을 깎았어도 여전히 검게 그을린 방시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는데, 그 옛날 빛나던 풍채는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그러자 왕표의 마음이 살짝 아려왔다."네가 살아 있어 기쁘다."방시원도 활짝 웃으며 말했다."감사하옵니다, 원수님. 그럼, 이만 가보겠사옵니다."부상에도 불구하고 방시원이 말을 타는 모습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61화

    길에 오른 모두의 마음은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장문수는 열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군의관이 약탕기를 챙겨 다니며 약을 지어 먹였으나, 효과는 미미했다. 단신의 약도 이제 별다른 효과가 없었으나, 탕약보다는 조금 나았다. 장문수는 깨어날 때마다 흐릿한 눈으로 항상 묻는 말이 있었다."이곳이 우리 땅입니까?"확답을 받으면 그는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잠들곤 했다. 군의관은 반복적인 고열로 머리가 혼미해지고 기억을 잃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이후 사여묵은 장대성에게 말 고삐를 맡기고 자신은 마차에 올라 장문수 곁을 지켰다. 사여묵은 장문수가 정신을 잃었을 때 조차도 그의 손을 가볍게 잡고 남강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에 대해 얘기 했다. 그리고 가족들의 상황도 들려주었고 아내가 여기로 오고 있다며 부부가 곧 재회할 것이라는 소식도 알렸다.그럴 때마다 장문수의 숨결은 한결 편안해졌고, 다시 눈을 뜬 그의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이 났다.장문수는 정말로 마지막 숨을 참았다.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중이었다. 서녕까지는 아직 60~70리 정도 남아 있었지만 더 이상 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장문수의 숨결은 점점 약해졌고, 들숨보다는 날숨이 더 많아졌다. 그러자 군의관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사여묵을 바라보았다. "이제 더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사옵니다. 쓸 수 있는 약은 모두 쓴 상태이고 길을 떠나서부터 침으로 연명하였습니다. 오늘은 벌써 두 번이나 침을 놓았습니다. 이제 더는 할 수 없사옵니다." 한자리에 모인 치석의 정탐팀은 슬픔에 잠겼다. 그들은 마차의 커튼을 들출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해골처럼 앙상해진 장문수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여서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찢어졌다.사여묵은 무소위를 바라보았는데, 무언가를 물어보려는 듯 했다. 무소위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마지막 방법이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내공으로 그이의 심맥을 보호한다 해도 한 시간이 지나 서녕에 도착하지 못하거나, 서녕에 도착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62화

    염 선생과 장대성은 마차에 누웠는데, 그들 위에 부드러운 깔개를 깔리자, 모두가 힘을 합쳐 장문수를 그 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염 선생과 장대성은 각각 한 손을 뻗어 장문수를 감쌌다. 이제 본격적인 도박이 시작되었다. 마차에는 이미 세 명이 타고 있었기에 빠른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군의관은 말을 타고 이동해야 했다.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염 선생이 곧바로 마차를 멈추고 군의관을 부를 계획이였다. 마차 안은 답답했다. 그들 위에 덮인 부드러운 깔개와 그 위에 장문수가 누워있었기에 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미 땀에 옷이 흠뻑 젖고 말았다. 머리카락마저 땀에 젖어 가렵고 불편했으나, 손을 뻗어 긁을 수 없었다. 밖에서는 차부가 가끔 커튼을 살짝 들어 바람을 통하게 하였으나, 발열 중인 장문수가 바람을 맞아선 안 되기에 오래 열어둘 수 없었다. 채찍에 말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울퉁불퉁한 길을 지날 때 좌우로 기울고, 때로는 충격을 받았지만, 염 선생과 장대성이 팔 힘으로 장문수를 단단히 감싸고 있었기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염 선생은 수시로 그의 맥을 확인했는데,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질 때마다 조금 안심되었다.같은 시각, 몽이는 단신의 일행과 함께 서녕으로 향하고 있었다. 서녕까지 아직 100리 정도 남았는데 폭우에 갇혀 꼼짝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자 금이는 스승의 몸 상태를 걱정했다."스승님, 잠시 비를 피하고 다시 길을 떠나도 괜찮을 듯합니다. 우리가 먼저 서녕에 도착할 것이니, 이 비를 피한 뒤 출발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단신의는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더는 지체할 수 없다. 우리가 먼저 도착해 기다리더라도, 그들이 우리를 기다리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 장후민이 눈물을 닦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단신의님, 깊이 감사드리옵니다. 저희 선평후부는 이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겠사옵니다.” 자신의 옷도 이미 젖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신의는 그에게 비옷을 걸쳐주며 말했다."그런 말 할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63화

    말에 타고 있던 단신의는 몸이 붕 뜨더니 누군가의 어깨에 들쳐매졌다.눈앞이 한순간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며,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장문수의 침대 위였다. 자신을 들쳐멘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하려고 몸을 돌리려 하자 사여묵이 다급하게 외쳤다."어서 저자의 상태를 봐주십시오!" 기대와 눈물이 가득한 시선들이 단신의에게 향했다. 그가 단신의였다. 그가 드디어 도착했다. 모두가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단신의님, 제발 그의 목숨을 살려주시옵소서." 금이도 약상자를 들고 안으로 들어서며 애원했다. 단신의는 맥을 짚을 필요도 없이 한눈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바로 그의 숨을 붙잡아두는 것이다. 단신의는 곧이어 천년 삼 한 조각을 꺼내 사여묵에게 건네며 말했다. "주무르시오." 조각을 받아 손으로 살짝 누르자, 단단한 삼 조각이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단신의는 서둘러 그것을 장문수의 입에 넣었다. 천년삼의 기운은 확실히 숨을 붙잡아 두는 데 효과가 있었지만,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웠다. 금이가 침낭을 건네자 단신의는 장문수의 옷을 벗기라 지시한 뒤, 몇 개의 중요한 혈 자리를 찾아 침을 놓기 시작했다. 그러자 금이가 놀라며 외쳤다. "그는 이미 매우 허약한 상태인데 침을 놓아도 괜찮습니까?!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위험하다. 매우 위험하다. 하지만 이 방법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 단신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침을 놓는것에 다시 열중했다."내열이 쌓여 극도로 허약하니 먼저 열부터 식혀야 한다. 천년 삼으로 기운을 붙잡고…" 그는 다시 금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단설환을 가져오너라, 심장을 보호해야 한다." 단설환이 그의 손에 닿자 단신의는 답답한 듯 눈살을 찌푸리며 사여묵을 바라보았다. "으깨시오!" "알겠습니다!" 사여묵은 곧바로 단설환을 으깨자, 금이가 숟가락을 꺼내 그 가루를 장문수의 입에 넣었다. 그때, 밖에서 말을 매던 난이와 장후민, 몽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64화

    그날 밤, 무소위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그들은 이미 몹시 지쳐 있었으나, 단신의가 오늘 밤이 매우 중요하다며 오늘 밤만 넘기면 최소한 일 할의 희망은 있다고 말해 간신히 버텨냈다. 일 할의 기회라니, 이 얼마나 미미하고 불안한 희망인가! 너무나도 지쳐버린 단신의는 잠시 후 그대로 바닥에 누워 잠깐 잠을 청했다. 계속해서 쉬지 않고 달려왔고 젊은이들과는 달리 이미 오십 대 중후반에 들어선 그였기에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금이와 난이는 한 시간씩 번갈아 가며 교대하기로 했다.밤새 다섯 번이나 약을 먹였는데, 처음에는 작은 숟가락으로 두 번밖에 먹이지 못했으나, 다섯 번째에는 작은 그릇 반 정도 비울 수 있게 되었다.너무나도 힘든 밤이었다. 시간은 너무 더디게 흐르고, 모든 순간이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들은 밤하늘을 몇 번이고 올려다보며, 해가 떠오르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그렇게 잠시 후 축시 말이 되자, 단신의가 일어나 맥을 짚고는 그의 코에 약 가루를 불어넣었다. 이는 열을 내리기 위한 것이었다. 단신의는 눈 밑에 다크서클이 드리워 몹시 피곤해 보였다. 장후민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도중 역관에서 말을 바꿀 때 겨우 한 시간 눈을 붙이고 계속해서 달렸다고 했다. 젊은이들은 그나마 나았으나, 단신의는 이미 오십 대 중반을 넘었으니, 몸이 버티기 어려웠을 터였다. 해가 뜨기 전, 단신의가 맥을 짚고 체온을 재고 모두에게 말했다. "고비는 넘겼다. 그러나 너무 안심해서는 안 된다. 열이 내린 것은 치료법이 효과가 있다는 증거이지만, 그 효과가 얼마나 갈지는 아직 검증이 필요하다. 한동안은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니, 돌아가고자 하는 자는 먼저 돌아가도 좋다. 그게 싫다면 역관 사람들을 돕도록 한다. 여기서 이렇게 지켜보고 있으니 내가 너무 긴장돼서 불편하구나." 그 말에 모두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한 고비는 넘겼다! 해가 뜨자, 무소위는 떠날 차비를 했다. 지금은 수확철이어서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65화

    역관에 도착해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이석은 그만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두 다리가 저리고 아파 힘마저 풀린 것이다. 완전히 기진맥진해진 그녀는 온갖 고통을 다 겪은 듯해 보였다.송석석이 그녀를 서둘러 일으키자, 이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서, 어서 저를 그에게 데려가 주세요." 그녀를 힘들게 한 것은 멀미가 아니었다. 마차의 흔들림도 아니었다. 장문수에 대한 걱정으로 그녀는 조금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송석석이 이석을 부축해 안으로 들어가고 있는데 사여묵이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부부는 시선이 마주쳤고, 사여묵은 송석석에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 끄덕임은 장문수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송석석은 안도하며 그를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그는 며칠 사이 더 야위어 있었다. 송석석이 이석을 부축해 계단을 올라 객실 문 앞에 이르자, 모두가 자연스럽게 길을 터 주었다. 문 앞에 다다른 이석은 침대에 누워 있는 이를 보았다.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채,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곧이어 눈물이 그녀의 시야를 가리더니 볼을 타고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모두들 그녀가 계속 눈물을 흘릴것이라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녀는 이내 감정을 추슬렀다. 눈물을 닦아낸 그녀는 애써 옅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남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침대 옆에 앉아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며칠간의 치료로 얼굴의 상처는 대부분 부기가 빠졌으나, 여전히 멍이 남아 있었다. 다행히 입가와 눈가의 상처는 이미 아문 상태였다.원래부터 피부색이 어두운 데다 빨간 약물을 여기저기 바르고 있었고 입술까지 시퍼렇게 변해버린 그의 얼굴은 보기 힘들 정도였다.마음이 통했던지, 계속해서 혼수 상태에 빠져 있던 장문수가 드디어 깨어났다. 눈을 뜬 그는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 천천히 눈동자를 굴리던 그는 곧 무언가에 이끌린 듯 이석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박였고, 그녀의 손이 얼굴을 어루만졌을 때, 그녀가 진짜로 자신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566화

    사여묵은 고개를 저으며 약간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치석은 한 사람이 아니고 방시원도 아니오. 그들은 열한 명이오… 헌데 저 사람은 대체 누구요?" 그는 밖에 있는 말이 계속 돌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말 위에 사람이 엎드려 있었고, 머리가 헝클어져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그러자 송석석이 화들짝 놀라며 급히 달려갔다. "아, 시만자! 오는 내내 아파했는데.. 제가 깜빡 잊었어요." 송석석은 조심스럽게 사만자를 부축해 말에서 내렸다. 시만자는 이석처럼 비틀거리며 거의 바닥에 쓰러질뻔하면서도 입으로는 불평을 쏟아냈다. "냉정한 자식, 내가 너와 함께 이 먼 길을 왔건만, 감히 나를 잊어? 내가 나으면 너부터 단단히 혼내줄 거야!" 기운이 다 빠져버린 그녀가 송석석의 어깨에 기대자 송석석은 급히 사과했다."내 잘못이야. 미안해.. 얼른 안으로 들어가 쉬어. 난 이석부인이 되도록 빨리 장문수를 보게 하려고 서두르다보니 그랬어." 그러자 시만자가 꾸짖을 겨를도 없이 물었다. "지금 어때? 괜찮아? 그 부부가 재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안 되겠어. 장군은 부상을 입었고 난 병이 난 몸이라 들어갈 수 없어." "상태는 좋지 않아. 그러나 단신의가 그를 살릴 것이라 믿어. 너는 어서 들어가 쉬어. 눈 좀 붙이면 좀 나아질 거야." 송석석은 다시 사여묵을 보며 말했다. "난이를 불러 주세요." 시만자는 빈방에 눕혀졌다. 그녀는 너무 지쳤기에 난이가 맥을 짚고 약을 처방하는 동안 이미 깊이 잠들어 버렸다. 오는 내내 그녀는 몹시 답답했다. 어렸을 때부터 몸은 튼튼해서 작은 병조차 없었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 몸이 말썽이었기 때문이다. 적염문 체면이 그야말로 말이 아니었다.약이 다 완성되어 송석석은 그녀를 깨워 약을 먹였다. 몸을 일으킨 시만자가 약을 꿀꺽꿀꺽 마시고는 물었다. "장문수 상태는 어때?" "단신의께 여쭤보니, 점점 나아지는 중이라고 했어. 특히 이석이 온 뒤로는 눈에 띄게 좋아졌대." 시만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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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4화

    소씨 가문의 반응을 보니, 진성의 다른 가문들이 평소에 그들과 친밀하지 않아 이 일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시만자는 소 부인이 놀란 틈을 타 말을 이었다.“우리 부군이 가장 아끼는 조카가 바로 지아인데, 큰 억울함을 당해서 태후마마께 아뢰려던 걸 내가 간신히 말렸소. 지아를 때린 자가 스스로 나서서 벌을 받으면 그만인 것을!”왕이장은 진성에서 여러 신분을 지니고 있었다. 시만자의 부군, 만종문의 제자, 병부 효고사, 그리고 진성 내 만종문 산업의 주인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와 왕씨 가문의 관계는 일부러 밝히지 않았지만, 이럴 때 활용해도 괜찮을 만큼 중요했다. 태후마마가 만종문의 임 사부를 존경하는 점을 생각하면, 이 관계를 의심하는 이는 없을 터였다.시만자는 말을 마치고 혼자 의자에 앉았는데, 그 표정은 송석석과 다를 바 없었다. 이때 소씨 가문은 비로소 섭정왕비가 직접 소 세자를 데려온 것도 왕지아를 위한 조치임을 깨달았다. 소 부인은 왕지아에게 이토록 강력한 배경이 있는 줄 몰랐던 모양이었다.“아이고, 제가 소인의 말만 믿고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네요…”소 부인이 급히 사죄했다.“반드시 뒤에서 함부로 지껄이던 자들을 찾아내 왕씨 아가씨에게 사과하겠습니다. 당장 사람을 데리고 가서…”그러자 시만자가 차분히 말을 끊었다.“처벌할 마음이 있는데, 왕지아의 눈을 더럽힐 필요까지 있겠소? 백작부에서 처벌하지 못한다면, 마침 섭정왕비께서 사람을 데리고 오셨으니 소 세자를 처벌할 때 함께 처리하면 되겠소.”소 백작은 급히 수긍하며 하녀와 종들을 불러내 송석석과 시만자에게 넘겼다. 송석석이 무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소 세자가 덕행에 흠이 있는 탓에 작위 수여는 불가능할 것이오. 그리고 오늘 누군가 경위부에 고소한 이상 내가 방관할 수도 없소. 대충 몇 대 맞고 넘어가려 한다면 법이 왜 있겠소?”시만자는 속으로 생각했다.‘화풀이하러 온 게 아니었나? 소씨 가문 때문에 지아와 소민이를 갈라놓을 순 없는데…’소 부인은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3화

    시만자는 어이가 없었다. 고작 소씨 가문이라는 작은 백작부가 감히 이렇게 날뛴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평생동안 막돼먹은 여자를 많이 보았지만, 귀족 가문의 막돼먹은 여자는 처음이었다.왕지아가 끌려 나가 뺨을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는 말을 듣자, 시만자는 소씨 가문의 대문을 박차고 사람들을 끌어내고는 한바탕 때려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이내 화가 나더라도 참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왕지아와 왕청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모르니 그들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그렇게 시만자가 급히 왕씨 가문으로 달려갔을 때, 왕지아가 손목을 그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또 왕청여가 하녀들을 모두 내보냈다는 말을 듣고는 일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곧장 그의 방으로 달려갔다. 왕청여가 목을 매려는 모습을 보자 시만자 또한 화가 나서 그의 뺨을 때렸다.최근 몇 년간 자신의 성격이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던 그였지만, 왕청여의 극단적인 선택을 보자 공방에서 헛수고를 했다는 생각이 들어 참을 수 없었다.왕청여를 때린 후, 시만자는 즉시 소씨 저택으로 향했다. 소씨 저택에 도착하자 석석이 현갑군을 데리고 있는 모습을 보았고, 화를 내기 전에 먼저 의심이 앞섰다.‘석석이는 관직이라 복수 같은 걸 할 수 없는데… 대체 왜 여기에 있는 거지?’송석석은 관복을 입고 정좌에 단정히 앉아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필명이 그의 곁을 따르고 있었고, 몇 명의 현갑군이 소민의 형인 소 세자를 붙잡고 있었다.백작부의 모든 어르신과 도련님들이 모여 있었고, 가문을 책임지고 있는 주모인 소 부인도 나와 있었다. 상황을 보니 사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시만자는 옆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미리 말이라도 해줄 것이지. 이러니 화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네.'백작과 소 부인이 송석석에게 굽실거리며 사정하는 모습을 보자 시만자는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알고 보니 소 세자가 부유한 상인의 양첩과 결탁하다가 다른 사람에게 걸렸고, 자신의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2화

    왕청여에게 자신이 틀렸음을 깨닫게 한 것은 방시원이 돌아올 때도, 전북망과 이혼했을 때도, 왕씨 가문이 어려움을 겪을 때도 아니었다. 그가 진정으로 후회한 것은 왕지아가 혼담을 나눌 때였다.왕씨 가문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왕청여는 감옥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그리고 지난 과거를 돌이켜보니 자신에게 잘못이 많음을 깨닫고 변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해도 완전히 깨닫지는 못했고, 고생한 자신을 비난할 자격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형수님이 자신의 오만한 성격 때문에 고생했음을 알면서도, 과거를 들추며 상처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러다가 왕지아가 혼담을 나눌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뼈저리게 후회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왕지아는 안백작부의 도련님 소민과 정이 들었다. 비록 평서백 작위는 없어졌지만, 형수가 선제의 찬사를 받아 고명을 얻었고 가업 경영에도 능숙했으며, 셋째 동생이 시씨 가문의 딸 시만자와 결혼해 왕씨 가문은 여전히 병부에서 중용되고 있었다. 두 가문의 위상은 비슷했다.그러나 소민이 어머니에게 왕지아와의 혼인을 청하자, 소 부인은 강하게 반대했고, 심지어 만나는 것조차 금지했다. 비록 소민은 세상에 없는 효자이지만 왕지아에 대한 애정이 깊어 그녀 외에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허락하지 않으면 출가하겠다고까지 하며 반항했다. 이에 소 부인은 그를 감금해버린 것이다.왕청여는 아마 소 부인이 방문하던 날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소 부인은 하인들을 대동하고 왕씨 저택에 난입해 최씨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감히 우리 아들을 넘보다니! 윗사람이 바르지 못하니 아랫사람도 바르지 못한 건가? 당신 시누이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뻔뻔하게 굴더니, 이제는 딸까지 그 꼴이로군! 어린 나이에 남자를 유혹하고, 우리 아들에게 부모를 협박하는 법까지 가르치다니! 이 가문에는 악랄한 자들밖에 없는 것이냐?!”말을 마치자 하인들에게 저택을 부수게 했고, 왕지아를 끌어내 사람들 앞에서 뺨을 때리며 머리와 얼굴에 침을 뱉었다. 왕청여와 최씨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1화

    그러자 송석석이 이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왕씨 가문에서는 그녀를 아주 잘 대해줍니다. 조카딸의 혼담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집간 부군이 잘 대해준다 하더군요. 다만 그녀는 자신이 두 번 시집갔음에도 처가에 머무는 것이 조카들에게 미칠 영향이 걱정되어 그러는 모양입니다.”그 말에 전북망이 고개를 끄덕였는데, 순간 번개처럼 날렵하지만 마음씨 따뜻한 최씨 부인이 떠올랐다. 최씨 부인에게는 적자와 서자녀들이 있었고, 아직 혼담이 정해지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그런 그녀가 혼인 문제로 얼마나 많은 유언비어에 시달렸을지 생각하니, 전북망은 진심으로 안타까웠다. 형수로서의 최씨 부인을 존중하며,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할 바 없었다. 이때 송석석이 그의 생각을 끊었다. “그럼 천천히 생각해 보십시오.”전북망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문득 물었다. “우리 단둘이 여기에 있으면, 섭정왕이 질투하지 않을까요?” 송석석은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당황했으나, 곧 침착하게 답했다. “이 정도 신뢰도 없다면, 제가 어찌 현갑군 지휘사로 오래 근무할 수 있었겠습니까? 우리는 서로 숨김없이 모든 걸 공유합니다. 이번 만남 역시 그분께 이미 알려두었죠.”송석석이 떠나자 전북망도 따라나섰다. 그는 섭정왕이 어딘가에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으리라 의심했지만, 정작 별청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앞마당에서야 섭정왕을 발견했는데, 그는 대장군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송석석을 보자 미소로 맞이하며 불러세우는 섭정왕의 모습에 전북망은 마음이 착잡해졌다. ‘진정한 부부란 저런 것일까.'그러나 성릉관이든 진성이든, 남녀의 단독 만남은 명예에 흠이 될 수 있음도 잘 알았다. 특히 높은 지위에 오른 이들은 더욱 조심해야 했다. ‘내가 무슨 권리로 그들을 걱정하는가.’자조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왕청여의 제안은 여전히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5일의 고민 시간이 주어졌다. 사여묵과 송석석이 진성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최씨 부인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답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90화

    소 대장군의 팔순 생신 때, 전북망은 송석석과 다시 만났다. 사실 그전에도 송석석이 성릉관으로 갔을 때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서먹해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전북망은 송석석이 매번 성릉관을 떠날 때마다 몰래 배웅하곤 했다. 전북망은 자신이 당시 어떤 마음으로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늘 송석석에게 미안한 마음을 품고 있었다. 이방과 왕청여에게도 미안하긴 하지만, 그들과는 서로 감정을 소모하고 다투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장군부만 송석석에게 상처를 줬을 뿐, 송석석은 장군부에게 조금의 상처도 주지 않았다. 비록 이혼한 후에는 전북망 어머니의 병세에 대해 상관하지 않았지만 큰형수에게 어떻게 단설환을 얻을 수 있는지 알려주기까지 했다. 소 대장군의 팔순 생신 때는 이미 섭정 왕비가 되어있고 나서였다. 변방의 전사들에겐 양식과 무기가 풍부하고, 봉록까지 올라, 그들에겐 이득이기에 이제는 조정의 정세에 관심을 두지 않아도 되었다. 섭정왕은 한때 장수였기에 병사들이 배불리 먹어야만 국토를 지킬 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북망과 송석석이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섭정왕과 함께 소 대장군에게 생신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그녀를 보는 소 대장군의 눈빛은 여전히 자애롭고 인자했다. 전북망은 사람들을 사이에 두고 멀리서 그 광경을 보며, 그때 그렇게 어리석지 않았다면 지금 송석석과 함께 노장군의 생신을 축하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일 것이라는 후회를 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같은 생각인 걸 보니, 자신만 제자리에서 멈춰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서 그는 이번에도 송석석과 대화를 할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생일잔치가 끝난 후에 송석석이 뜻밖에도 먼저 그를 찾았다. 그와 송석석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섭정왕은 이상한 소문이 날까 봐 걱정되지도 않는가?’전북망은 당황하고 불안해 보였고, 송석석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다.먼저 입을 열지도 못하고 송석석이 말하기만을 기다리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9화

    전북망은 성릉관에서 몇 년 동안 두 번이나 발탁되었고, 지금은 장군의 신분으로 수천 명의 병사를 관리하고 있다. 계속 성릉관에 주둔하고 있어 다시 진성으로 돌아간 적이 없었고, 진성의 부름 없이는 제멋대로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는 재혼도 하지 않고 여전히 혼자 살아갔다. 성릉관의 모래바람은 해마다 그의 얼굴에 흔적을 남겨 또래들보다 몇 살이나 더 늙어 보였다. 심지어는 몇 년 동안 불면증에 시달렸기에, 진정제를 먹어야만 잘 수 있었다. 그는 가끔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그때 이방과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송석석과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부부가 되었을까? 아마도 우린 귀여운 자녀도 낳았겠지. 그리고 나는 군대에서 열심히 일하고 석석은 가문의 내무를 책임지며 부모님을 모시고 아이를 돌보고 있었겠지? 설령 내가 승진을 하지 못하고 평생 장군으로만 살아도 그는 날 떠나지 않았겠지.’ 이전의 전북망은 송석석이 하늘을 나는 독수리였는데 자신을 위해 날개를 부러뜨리고 병든 시어머니를 돌보며 군부의 자질구레한 일들을 책임지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그가 알아차렸을 땐 이미 돌이킬 수도 없었다. 전북망에게는 이미 이방이 있었고 이방을 사랑한다고 했으니, 송석석이 이혼하자고 했을 때 그는 심한 말을 하고 후회하지 말라는 말 밖에 할 수 없었다. 송석석 또한 후회할 게 없었다. 이혼을 하면서 전북망을 위해 부러뜨렸던 날개가 다시 자라나 전쟁터로 날아가 쉽게 공을 세웠으니까 말이다. 이방은 송석석이 큰 가문의 아가씨인 데다가 부친과 오라버니가 그를 위해 길을 닦아주었기에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북망은 송석석의 성공은 그의 능력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가문이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주된 원인은 아닐 것이다. 만종문에서 송석석의 무공은 거의 최고였는데, 그건 송석석이 그만큼 노력을 했고, 그만큼 땀을 흘렸기에 가능했던 것이었다. 전북망은 송석석을 존경했지만 그는 자신이 송석석을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8화

    어머니께 간청해도 소용이 없자 신이는 아버지를 찾아갔다. 하지만 돌아온 건 더 심한 꾸지람이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신이가 이 혼사를 반대하는 것은 양지춘과 접촉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 양지춘에게 그녀를 데리고 나가서 놀며 감정을 쌓으라고 했다. 신이는 가기 싫었지만 어머니가 억지로 그녀를 마차에 태웠고, 심지어는 하녀에게 그녀가 부적절한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엄명했다. 양지춘의 얼굴은 그나마 멀쩡하게 생겼는데, 처음에는 신이를 조금이나마 존중하는 척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본성을 드러냈다. 그는 신이의 외모와 품평을 논하며 신이가 외모가 예쁘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그를 부인으로 들이지 않겠다고까지 했다. 그의 오만한 태도는 신이를 매우 불편하게 했다. 단지 이것뿐이었다면 아마도 신이가 결혼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양지춘은 일부러 신이를 마차에 태워주는 척하며 그녀의 엉덩이를 꼬집었다!그 순간 신이는 온몸의 피가 머리 위로 솟구친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의 경박한 눈빛에 신이는 이내 눈물이 쏟아졌고, 모욕감에 온몸을 떨었지만, 감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집에 돌왔는데, 하녀와 마부는 그의 동작을 보지 못한 탓에, 오히려 그가 세심하고 자상하다며 그녀의 어머니 앞에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이는 억울해서 어머니에게 그 일을 말했지만 어머니는 오히려 그녀가 일부러 꾸민 말이라고 생각해, 그녀를 꾸짖으며 사흘 동안이나 외출을 금지했다. 신이는 그렇게 방에 갇혔고, 매일매일을 눈물로 얼굴을 씻었다. 심지어 그날 선비의 말을 듣고 호수에 뛰어들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까지 했다. ‘내가 양지춘에게 시집가는 것이 물에 빠져 죽는 것과 대체 무엇이 다른가?’ 사흘 후, 외출 금지가 해제되자마자 신이는 다시 경산사로 가서 같은 핑계로 하녀를 내보냈다. 이번엔 정말 죽을 각오로 호숫가에 간 것이었는데, 뜻밖에도 그곳에서 다시 그 선비를 만났다.그는 쓸쓸하게 호숫가에 앉아 작은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7화

    신이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한 사람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고, 나무 그늘에 몸이 가려져 있었다.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초라해 보였고 눈 밑에는 검푸른 빛을 띠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은 바로 다리 앞에서 그림을 팔던 선비이자, 학정이 말하던 퇴학 해서 기녀를 키우는 학생이었다!“헛소리하지 마십시오.” 신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짜증을 냈지만, 그가 한 말을 떠올리자 내심 두려웠다. “나는 여기에 물귀신이 있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거짓말하는 것이겠지요.” 신이는 죽음은 두렵지 않았지만, 귀신은 두려웠고 진흙탕에 영원히 깔려 있는 건 더욱 두려웠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그가 걸어 나오자 얼굴은 더욱 여위어 보였다. “호숫가의 주변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보러 오는 사람이 없겠습니까?” “그건 사람들이 이곳으로 예불하기 위해 오는 것이지, 경치를 보러 오는 것은 아니니까요. 절을 하고 바로 돌아가니 당연히 보지 못하겠지요.” 신이는 그렇게 말했지만, 순간 깊이가 보이지 않는 호수에 무언가가 있는 것처럼 느껴져 무의식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그는 여전히 굳게 서서 말했다. “예불하는 사람은 천지와 자연을 경외하기 때문에 이런 좋은 경치가 있다면 반드시 한 번 보러 올 것입니다. 이런 곳은 인재를 배출할 수 있는 좋은 곳일 텐데 아무도 없다는 게 아기씨는 이상하지 않습니까?” 신이는 그것이 사실인지는 몰랐지만, 그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감히 그런 무서운 곳에서는 죽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그러자 뒤에서 그의 목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퍼졌다. “한 번뿐인 인생이니 절대 쉽게 자신의 생명을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살고 싶어도 살 지 못하지 않습니까?” 신이는 그의 말이 이상하게 느껴져서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 밑은 이내 붉어졌고 눈물이 고여 반짝이는 것 같

  • 봄에 전장의 꽃이 피어난다   제1586화

    신이의 사촌 여동생과 하녀는 신이를 찾으러 돌아왔다. 신이가 하녀보고 이순에게 삼백문을 주라고 하자 이순은 웃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원래는 우연한 만남일 뿐이라 다시는 접점이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 조모님의 생신 때 가문 연회에서 공학정이 데리고 온 제자들 중에 이순이 있었다. 강남의 예의 규율은 진성처럼 엄격하지 않아서 연회에 참석할 때 여인들도 앞마당에 갈 수 있었다. 이순은 신이를 단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신이는 그때 면사포를 쓰고 있었고 두 눈만 드러냈기 때문에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이상할 건 없었다. 이순은 식사를 하지 않고, 신이의 조모에게 생신 축하 그림만 드린 후에 집에 일이 있다며 작별을 고했다. 그가 떠나자마자 학정이 그를 언급하며 안타까운 말투로 말했다. “총명하긴 한데 진취심이 없어서 계속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걸 여기로 데려와 진취성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사귀게 하려고 했는데… 이 정도로 사리분별을 할 줄 모르다니. 정말 실망이군. 학교를 그만두겠다면, 이젠 마음대로 하라고 해야겠어.” 그러자 신이의 부친이 위로했다. “화내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님껜 학생이 많으니 그가 나간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될 건 없지 않습니까?” 하지만 학정은 마치 울화가 쌓인 것처럼 말했다. “그는 내가 가장 아끼는 제자였다네. 그런데 진취성만 없는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동창에게 돈을 빌리질 않나, 게다가 집에 기녀까지 키우고 있다더군.” 신이의 아버지는 그런 사람을 가장 싫어하였다. “그런 사람은 얘기할 가치도 없습니다.” 신이는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알고 나서 왠지 마음속으로 실망감이 가득했다. 아마도 그날은 그가 그린 그림을 보고, 재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 같다고 생각해 마음이 갔던 것 같았다. 그렇게 몇 달 후, 신이의 혼사도 낙착되었다. 그녀의 약혼자는 회주 지부의 둘째 아들인 양지춘이고, 올해 22살이었다. 22살인데도 결혼하지 않았던 건 첩을 통해 서자를 낳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좋은 가문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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