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휘재야, 빨리 좀 도와줘. 이 자식의 차가 내 차 뒤를 계속 들이받고 있어. 아무리 해도 못 떼어 내겠어... 다음 구간은 길이 좁아. 이대로 가다간 산 아래로 밀려 떨어질 수도 있어!”성휘재는 주용화가 이렇게까지 미친 듯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성휘재는 곧바로 주용화의 무전 채널에 접속해 소리쳤다.“이 미친놈아, 당장 멈춰!”하지만 주용화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아예 무전을 끊어 버린 채 본격적으로 들이받기 시작했다.남아 있던 선수들은 주용화가 그렇게 거침없이 차를 몰아붙이는 걸 보자 더는 대형이고 뭐고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겁에 질린 채 뿔뿔이 흩어져 달아나기 바빴다.처음에는 각자 타고 있는 차량 성능이 훨씬 좋으니 저런 위험한 차를 금세 따돌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절망스럽게도 충돌에 강한 것 말고는 딱히 뛰어난 성능도 없는 주용화의 차를 도무지 떨쳐 낼 수가 없었다.순식간에 성휘재의 무전기에서는 동료들의 비명과 구조 요청이 끊임없이 쏟아졌다.“휘재야, 이 자식은 완전 미친놈이야! 빨리 좀 도와줘. 계속 이러다가는 차가 완전히 망가지겠어!”“휘재야, 호영이랑 진호가 위험해 보여. 나도 뒤로 돌아가 봐야겠어!”고작 몇 분 만에 경기는 완전히 아수라장이 됐고 성휘재도 더는 하지율을 신경 쓸 수 없었다.성휘재는 곧바로 차를 돌려 주용화 쪽으로 달려갔다.한편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평온한 사람은 오히려 연정미였다.연정미는 출발 직후부터 좋은 위치를 잡았고 이 코스에도 이미 익숙했다.연정미는 경기 운영 계획까지 미리 세워 둔 상태였고 후반부에서 본격적으로 속도를 끌어올릴 생각이었다.처음에 하지율의 출발이 느린 걸 봤을 때, 연정미의 눈에는 은근한 비웃음이 스쳤다.‘아마도 내가 레이싱을 한다는 걸 알고 하지율도 며칠 급하게 배운 모양이네.’하지만 레이싱은 재능만 믿고 며칠 배운다고 되는 종목이 아니었다.연정미도 레이싱을 시작한 지 벌써 5년이 넘었다.초반 몇 년 동안은 그저 자신의 가치를 높여 줄 취미 정도로
차들이 고속으로 달리고 있던 터라 주용화에게 한 번 들이받힌 것만으로도 성휘재의 차는 하마터면 통제력을 잃을 뻔했다.다행히 성휘재의 운전 실력이 워낙 뛰어나 재빨리 차를 잡았고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하지만 충격은 고스란히 남았다.레이싱카의 후미등은 깨졌고 차 뒤쪽은 움푹 찌그러졌으며 도장까지 벗겨졌다.성휘재는 가슴에서 피가 나는 기분이었다.성휘재는 차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이었고 레이싱카라면 정말 아내보다도 중요했다.특히 지금 타고 있는 차는 가장 아끼는 차량으로 수많은 우승을 함께한 존재였기에 평소에도 손수 꼼꼼히 관리하며 애지중지했다.성휘재는 워낙 실력이 뛰어났기에 지난 몇 년 동안 다른 차와 부딪히거나 사고를 낸 일도 거의 없었다.그런데 주용화가 인정사정없이 차를 들이받자 성휘재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곧 두 번째, 세 번째 충돌이 연이어 이어졌다.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도 일제히 얼어붙었다.“이... 이건 뭐 하는 거야? 레이싱 경기 아니었어? 범퍼카 경기였나?”“성휘재의 차를 들이받다니... 저 사람 미친 거 아니야?”“너무하잖아! 어떻게 서광을 저렇게 박아?”“일부러 상대 차량을 들이받는 건 반칙이잖아! 저 사람을 실격시켜야 하는 거 아니야?”“그러고 보니 나 아까 하지율만 보고 있었는데 저 차는 누가 운전하는 거야?”“잠깐만, 이번 경기는 개인전이 아니었어? 성휘재랑 다른 선수들이 한꺼번에 차 한 대를 포위한 것도 반칙 아닌가? 게다가 프로 선수들이 떼로 여자 한 명을 막는 건 좀 보기 안 좋잖아.”“성휘재가 직접 나서서 저러는 건 확실히 모양 빠지긴 하네. 그래도 반대로 생각하면 하지율이 정말 잘한다는 거잖아. 성휘재가 직접 막아야 할 정도로 말이야.”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경기장은 완전히 술렁였다.성휘재는 이를 악물었다.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주용화의 차를 들이받아 버리고 싶었다.하지만 곧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주용화가 선택한 차는 전반적인 성능은 평범했지만 충격에
그 말에 성휘재는 완전히 충격을 받았다.1대1에서 김진호가 실력으로 밀린 것까지는 하지율에게 제법 실력이 있다고 볼 수 있었다.하지만 2대1인데도 하지율을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다면 이야기가 달랐다.그건 하지율의 실력이 이미 평범한 프로 선수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는 뜻이었다.그제야 성휘재는 하지율이 아까부터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인 척했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율이 자신을 방심하게 만든 뒤 실력을 드러내려 했다고 생각하자 화가 치밀었다.“이 음흉한 여자가 일부러 아무것도 모르는 척해서 날 방심하게 했군! 단보현이랑 연정미가 당한 것도 다 이유가 있었네. 보통 머리가 아니잖아.”“내 체면을 밟고 이번 경기에서 단숨에 이름을 알리겠다는 거야? 꿈도 야무지네!”성휘재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너희 둘로도 안 되면 준오까지 불러.”이호영은 몇 초 동안 멍해 있다가 결국 욕을 내뱉었다.“휘재야, 미쳤어? 우리 여럿이 여자 한 명을 둘러싸고 막으라고? 너무 보기 안 좋잖아!”하지만 성휘재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지금은 대부분 관중이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해. 경기가 끝난 뒤 내가 저 여자를 보호하려고 그런 거라고 설명하면 그만이야.”“이번 한 번만 날 도와준다고 생각해. 프로 선수들 쪽은... 걱정하지 마. 내가 한마디하면 내 체면을 무시할 사람은 없으니까.”김진호와 이호영은 성휘재의 말을 듣고도 한동안 믿을 수가 없었다.고작 하지율을 막겠다고 정말 체면까지 전부 버릴 작정이었다.하지만 성휘재가 직접 부탁까지 한 이상, 오랜 친구인 두 사람도 거절하기는 어려웠다.“하... 알았어. 그렇게 할게.”한편 차 안의 하지율은 김진호와 이호영이 자신을 협공하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성휘재가 자신을 방해할 생각이 아니었다면 애초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경기에 끌어들일 이유도 없었다.그래서 하지율은 당황하지 않았다.다음 구간은 도로 폭이 넓었다.고작 두 사람이 자신을
성휘재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너보다 잘한다고? 너도 프로급인데 여자 하나를 못 이긴다는 거야?”김진호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나도 프로급이지만 저 여자도 실력이 프로급이잖아! 아니면 어떻게 나보다 잘하겠어? 내가 왜 감당을 못 하겠냐고?”성휘재는 여전히 못 믿겠다는 듯 물었다.“정말 그렇게 잘해?”그러자 김진호가 대답했다.“못 믿겠으면 직접 상대해 보면 알겠지. 내가 저 여자를 아는 것도 아닌데 일부러 봐줄 이유가 있겠어?”성휘재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성휘재는 하지율이 레이싱을 전혀 못 하는 줄 알았다.조금 할 줄 안다고 해도 기껏해야 초보 수준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뜻밖에도 하지율은 프로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물론 같은 프로급이라 해도 수준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김진호가 재촉했다.“휘재야, 난 더 이상 못 막겠어. 네가 방법을 안 찾으면 그냥 추월당하는 수밖에 없어.”성휘재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혼자 안 되면 호영이도 불러. 프로 선수 둘이면 어떻게든 되겠지?”김진호는 잠시 망설였다.“이거 팀전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그 말에 성휘재가 대답했다.“너랑 호영이는 실력이 비슷하잖아.”“쟤가 널 추월하려고 할 때 넌 옆 라인을 막고 다음 코너에서는 호영이더러 앞을 막게 해. 앞뒤로 운전하는 것뿐인데 그게 무슨 팀전이겠어?”김진호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그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게 아니야? 프로가 보면 우리가 하지율을 앞뒤로 협공하는 거 바로 알아차릴 텐데. 소문이라도 나면 진짜 창피할걸?”성휘재가 비웃었다.“초보인 여자도 못 이기는 게 더 창피하지.”김진호가 바로 반박했다.“쟤는 초보가 아니라니까! 내가 보기에는 연정미보다도 잘해.”성휘재가 말했다.“진짜 초보가 아니어도 밖에서는 다 초보라고 알고 있잖아. 어차피 지면 창피한 건 똑같아. 이겨 놓고 욕먹을지 져 놓고 욕먹을지는 네가 골라.”김진호는 한숨을 내쉬었다.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다른 방법도 마땅치 않았
“레이싱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으면서 성휘재랑 연정미한테 덤빈 거라면 그건 자신감이 넘치는 게 아니라 그냥 생각이 없는 거지.”“잠깐만. 아까 그 여자는 완전히 초보라며? 그런데 보니 전혀 아닌 것 같은데?”“정말 레이싱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신인이면 출발에서 벌어진 차이만으로도 진작 멀리 뒤처져야 했잖아.”“그런데 불리한 차를 골랐는데도 안 떨어지고 계속 앞차를 따라붙고 있어. 저 정도 실력은 단지 운이 좋다고 나올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일반 관중들은 자세한 사정을 몰라 그 차이를 알아채지 못했다.하지만 프로 선수들의 눈은 예리했다.고작 출발 장면만 보고도 하지율이 평범한 실력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그때 누군가가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긴 얼굴로 말했다.“설마... 진짜 고수인가?”그때 누군가가 갑자기 소리쳤다.“미쳤어. 코너에서 추월했어! 그것도 한꺼번에 두 대나...”“코너 진입 각도랑 빠져나오는 움직임 봐. 저게 어디 초보야?”“쟤가 진짜 너희 말대로 신인이면 내가 손을 지지겠어!”처음에 하지율을 구경거리 삼아 웃고 있던 사람들도 그녀의 차가 첫 번째 코너부터 두 대를 추월하는 모습을 보자 하나같이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레이싱에서 추월은 운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뒤차들이 한꺼번에 사고를 내는 바람에 운 좋게 1위를 했다고는 말할 수 있다.하지만 운이 좋아서 다른 차를 추월했다는 말은 성립될 수 없었다.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은 차를 한 번도 제대로 몰아보지 않은 입만 산 사람이거나 아니면 판단력이 없는 사람이었다.조금 전까지 연정미와 성휘재의 이름을 외치며 응원하던 관중들도 일제히 멈칫했다.아무래도 경기가 예상했던 방향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그 시각, 선두권에서 달리고 있던 성휘재 역시 뒤쪽 상황을 확인하고 순간 멈칫했다.연정미에게서 주용화가 만만치 않은 상대일 거라는 이야기는 들었다.그래도 연정미가 주용화에게 마음이 있는 만큼 주용화에게 1위를 양보하는 것 정도는 상관없다고
그때 현장에서는 순식간에 엄청난 환호성과 휘파람 소리가 터져 나왔다.“성휘재! 성휘재! 성휘재!”“연정미! 연정미! 연정미!”성휘재와 연정미는 역시 이곳의 스타 선수답게 압도적인 인기를 자랑했다.사람들은 모두 두 사람의 이름만 외쳤고 다른 목소리는 전부 묻혔다.정식 경기였다면 이렇게 한쪽으로 쏠린 응원은 다른 선수들의 멘탈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하지율은 차 안에 앉아 있었는데도 바깥의 함성이 또렷하게 들릴 정도였다.온갖 스캔들에 휘말린 연정미가 여전히 이렇게 높은 지지를 받는 걸 보면 단순히 허울만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연정미는 어릴 때부터 재벌 가문에서 자라며 수많은 자원을 누린 사람이었다.정말 아무 능력도 없었다면 어떻게 최고 명문 가문의 아가씨라는 명성을 얻었겠는가.하지만 하지율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고 담담한 얼굴로 헬멧을 단단히 착용했다.이번 경기에서 하지율에게 가장 중요한 상대는 주용화였다.트랙 위에는 10대의 레이싱카가 각자의 출발선에 가지런히 멈춰 있었다.하지율과 주용화, 성휘재, 연정미 외에도 여섯 명의 참가자가 더 있었다.“탕!”출발 신호와 함께 10대의 차가 일제히 튀어 나갔다.하지율의 차는 시작부터 조금 뒤처졌다.하지율이 고른 차량은 코너링 성능은 뛰어났지만 순간 가속력은 다소 떨어지는 모델이었다.차를 선택하기 전에 하지율은 외부 트랙의 지도를 미리 확인해 두었다.실제로 성휘재가 말했던 대로 코너가 많았고 고저 차도 컸다.나무와 각종 식물이 시야를 가리는 구간도 적지 않았다.이런 코스일수록 선수의 기술뿐 아니라 계산 능력과 판단력이 중요했다.새로 합류한 여섯 명의 참가자도 경기의 난도와 변수를 크게 높였다.선수마다 주행 스타일과 강점이 달랐다.누구를 어느 구간에서 추월하고 어디서부터 격차를 벌릴지까지 전부 계산해야 했다.레이싱 같은 경기에서는 몇 초는커녕 0.1초 차이만으로도 순위가 크게 갈릴 수 있었다.어떤 경기는 마지막 결과를 0.001초 단위까지 따져야 할 정도였다.하지율